“일본 정부가 수출규제 조치를 했지만, 이것은 한국 경제가 극복해야 할 수많은 거시경제 돌발변수 중 하나일 뿐이다.”

“경제가 한 단계 도약하려면 신산업과 중소벤처기업을 키워야 하는데, 정부 관료들이 제대로 일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전기·자율차나 핀테크 관련 정책을 보면 관료들과 기득권의 벽을 절감하게 된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상직(56) 이사장이 토로한 혁신성장의 걸림돌이다. 이상직 이사장은 지난해 3월 취임해 1년 5개월간 중진공과 창업 생태계에 ‘벤처 DNA’를 심는 전도사 역할을 해왔다.

전주 출신의 그는 중진공을 맡기까지 독특한 경력을 쌓아왔다. 1989년 현대증권에 입사해 펀드매니저 등으로 10년간 증권맨으로 일했다. 2007년 이스타항공을 창업했고 국회의원(19대·전주 완산을)을 거쳐 공공기관 수장이 됐다.

여권에선 그동안 문재인정부가 추진하는 공정경제·혁신성장을 놓고 여러 논란이 펼쳐졌다. 수출·내수가 죽을 쑤고 성장률이 떨어지는 가운데 실물경제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정책이 미흡하다는 평가도 적지 않았다. 이상직 이사장의 인터뷰는 공정경제와 혁신성장의 ‘목표’와 ‘방법론’을 재점검하기 위한 것이다.

그는 펀드매니저 시절에 재형저축(근로자주식저축)을 통해 원금 1000만 원을 1년 만에 1억2000만 원으로 불린 경험을 자랑한다. 당시 벤처기업이던 ‘인터파크’에 투자해 코스닥 상장까지 성공시킨 사례도 그의 역량을 말해준다.

그가 세운 ‘이스타항공’은 저비용 항공사의 간판이 돼 항공료 인하 경쟁의 방아쇠를 당겼다. 이 과정에서 ‘갑의 횡포’도 숱하게 겪었다. 국회의원(2012~2016년) 시절에는 실물경제-정책-정치를 잇는 가교 역할을 했다고 자부한다. 납품단가 후려치기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갑질 근절을 겨냥한 ‘대리점법’, 대형마트 의무 휴일제, 카드수수료 반값 인하 등을 주도했다.

그런 만큼 이상직 이사장이 주장하는 공정경제·혁신성장의 현실 진단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예컨대 전기·자율차 분야가 그렇다.

“휘발유를 쓰는 차량 2300만 대를 한꺼번에 전기·자율차로 바꾼다면 10년간 1500조원의 유·무형 혜택이 발생한다. 빅데이터로 분석한 연구 결과가 그렇게 나온다. 정부 예산을 거의 쓰지 않고도 성장 동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데 정부 관료 및 현대·기아차가 방향을 잘못 잡고 있다.”

그는 혁신성장의 미래수익을 돈으로 환산해 말해왔다.

“핀테크를 육성해 은행 대출 금리나 카드 수수료를 1%포인트만 내리면 연간 25조 원의 소비자 혜택 확대”, “국민연금(현재 적립금 700조 원)의 연간 수익률을 5%포인트 끌어올리면 약 35조 원의 적립금 추가 확보”라는 식으로 주장한다.

‘피렌체의 식탁’은 지난 5일 이상직 이사장을 만나 그가 주장해온 혁신성장 방법론과 벤처기업 정책 구상을 들어보았다. 중소벤처기업부 산하의 중진공은 임직원 1천300여 명, 연 예산 8조 원, 자산 규모 18조 원에 이르는 정책집행기관이다. 지난 4월 기관 이름을 ‘중소기업진흥공단’에서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으로 바꾸었다. 벤처기업 육성을 향한 이상직 이사장의 의지를 엿보게 한다. [편집자]

문재인정부가 공정 생태계를 조성하면 국민소득을 40조 원 증대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주장해 왔는데 그 근거는 뭔가.

은행, 통신, 정유, 항공, 자동차 생활필수소비재 분야에서 재벌대기업의 독과점 횡포가 심화되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독과점 분야의 영업이익을 살펴보면 시중은행 6개 사가 약 12조 원, 정유 4개 사가 4조5000억 원, 현대·기아차 및 현대모비스가 2조2000억 원, 통신 3사가 3조 원, 카드 9개 사가 2조5000억 원에 이른다. 그중 시중은행만 생각해 보면 금리를 1%포인트만 내려도 기업·가계에서 연간 25조 원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독과점 분야의 제품·서비스 가격을 내릴 경우 약 15조 원의 부담이 줄어들 것이다. 국민의 실질 가처분소득이 연간 40조 원가량 늘어난다는 이야기다.”

이사장께선 지난 2월 경기도 안산에서 열린 청년사관학교 졸업 축사에서 “10년 주기로 경제위기가 오는 데 여러분은 이를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 때 ‘위기론’을 꺼낸 배경이 궁금하다. 감(感)에 의존한 것 아닌지 묻고 싶다.

“내가 원래 애널리스트 출신인데 감만으로 그런 얘기를 했겠는가. 큰 틀로 우리 경제를 보면, 인구 5000만 명의 작은 시장의 한계 때문에 수출을 바탕으로 성장을 해나가야 하는 구조다. 그럼에도 미국의 기준금리, 환율, 미중 무역전쟁, 일본 수출규제 같은 거시환경을 컨트롤할 수 없다. 그런 만큼 거시환경이 바뀔 때마다 경제정책을 잘 펼쳐야 한다. 특히 신산업 육성, 혁신 성장이 중요한데 일부 관료들이 기득권 구조에 빠져 제대로 못하고 있다. 최근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과정에서 금융당국이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키움·토스를 빼고 말았다. 말로는 핀테크니, 금융혁신이니 얘기하지만 결국 은행들의 기득권을 지켜준 것 아닌가. 내가 위기론을 주장한 배경에는 몇 가지 변수가 있다. 그 중 금리인상과 미중 무역분쟁을 주된 요인으로 설명하고 싶다. 당시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렸는데 우리나라도 부동산시장을 잡겠다고 덩달아 금리를 올렸다. 이는 기업·가계 부채가 1600조 원에 이르는 현실을 무시한 것이다. 금리를 1%포인트만 올려도 16조 원의 이자 부담이 국민경제에 추가된다. 당연히 유동성 위기, 소비 침체를 초래하지 않겠는가. 미중 무역분쟁은 수출 압박과 기업 실적 악화로 이어졌다. 미국에선 2008년 금융위기 여파가 오랫동안 갈 것으로 보고 각종 연기금의 포트폴리오를 바꿔 투기자본을 혁신자본으로 가도록 물꼬를 터준 반면, 우리나라는 실물경제의 큰 틀을 바꾸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위기 발생을 막는 혁신적 처방도 이뤄지지 못했다. 일본의 수출규제와 상관없이 위기는 잉태되고 있었다.”

일본이 수출 규제를 통해 우리의 주력업종인 반도체·디스플레이·자동차산업을 견제하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진공 차원에선 어떤 대책을 갖고 있나.

“부품·소재·장비산업 육성은 혁신성장과 공정경제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신산업 육성과 관련해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장관이 바뀌면 유야무야되고 만다. 관료들은 현장을 모르거나 기득권에 사로잡혀 있다. 나는 전기·자율차에 신산업의 미래가 달려있다고 본다. 여기에 하드웨어나 부품·소재 관련 기술이 집약돼 있다. 중진공이 지원한 업체 중에 에디슨모터스, 에코프로, 천보 같은 업체가 있다. 에디슨모터스는 탄소섬유를 이용한 복합소재 차체를 생산하는데 시장점유율이 50%를 넘는다. 코스탁시장 상장기업인 에코프로의 자회사는 전기차 베터리에 들어가는 양극제를 생산하는 업체로써 일본의 기술력을 뛰어 넘었고, 시가총액이 1 2천억원에 달한다코스닥 상장업체인 천보는 시가총액이 6000억 원을 넘는데 중진공의 지원을 받아 디스플레이 및 반도체 생산공정에 필요한 초고순도 화학소재를 만들고 있다. 지금은 세계시장 점유율 95%, 임직원 120여 명의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부상했다. 이런 신산업, 혁신성장의 모델이 되는 기업을 지속적으로 육성해 나가는 게 중진공의 몫이고 책임이다.”

역대 정부가 중소기업 지원정책을 수백 가지나 쏟아냈지만 기업 현장에선 아직도 미흡하다는 목소리가 많이 들린다. 중소벤처기업 육성이 잘 안 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를 두 가지만 꼽자면.

“첫 번째는 정책이다. 모르면 묻고 현장으로 가야 하는데 관료들이 책상머리에서 현실성 떨어지는 정책을 내놓고 있다. 두 번째는 자금 부족이다. 중진공은 더 많은 기업에게 돈을 지원하기 위해 복합금융을 활용한 스케일업 금융 방식으로 정책자금 1000억 원을 마중물로 삼아 민간자금 4000억 원을 끌어들였다. 총 5000억 원을 유망 중소기업에 공급할 계획이다. 그런데 정책 당국이 중진공에 CB(전환사채)만 허용해 애로사항이 많다. 기업들은 RCPS(상환전환우선주) 방식을 원하는데 이것은 기술보증기금, 산업은행만 할 수 있다. 이런 보이지 않는 규제를 풀어야 투융자 복합금융을 지렛대로 삼아 시중유동자금을 적극 활용할 수 있다.”

투융자 복합금융방식을 잘 활용하면 정책성과가 배가될 수 있을 텐데 왜 안 된다고 보나.

“정부 부처 관료들이 혁신성장이라고 하니까 벤처기업이나 스타트업에 자금을 우선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강소 제조업체들이야말로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고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할 가능성도 크다. 중진공이 유망 중소기업에 2000억 원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 4월 공모 절차를 밟았더니 무려 1조4000억 원의 신청이 몰렸다. 신청 기업들은 웬만큼 좋은 회사들이었다. 그것만 해도 벌써 1조2000억 원이 부족한 셈이다. 내가 보기엔 중소기업 지원 예산이 연 2조 원가량 부족한 게 현실이다. 투융자 복합금융을 잘 활용하면 중진공은 지원 금액을 원금의 두세 배로 늘릴 수 있고, 중소기업들은 낮은 금리로 돈을 쓸 수 있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격이다. 예컨대, 정부가 중진공에 1조 원 예산을 주면 우리는 매칭펀드 방식으로 2조 원을 만들어 공급할 역량이 있다. 그런데 일부 관료들이 발목을 잡고 있다. 그런 점에서 IMF외환위기 당시 벤처산업육성정책을 펼쳤던 DJ정부 시절보다 후퇴한 감이 없지 않다.

김대중(DJ) 전 대통령이 펼쳤던 정책 가운데 벤치마킹할 부분이 있다면.

“중소벤처기업 지원정책의 핵심은 신산업 규제를 모두 풀어주되, 필요한 경우에만 네거티브 규제를 하는 것이다. DJ 집권 시절 나는 펀드매니저로 일했는데 지금은 대기업이 된 네이버, 다음, 옥션, 인터파크, 안철수연구소(안랩)가 다 ‘DJ 키즈’라고 말할 수 있다. 특별법을 만들어 벤처산업과 관련된 어지간한 규제는 모두 풀어주었고, CB나 BW를 활용한 투융자 복합금융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하게 했다. 중진공은 P-CBO(자산유동화증권) 방식으로 2000년부터 28천억원을 지원했다. 특히 벤처기업에 투자하면 소득세를 20%(2 한도) 공제해 주는 조치 하나로, 시중부동자금이 ~하니 IT벤처기업으로 몰려갔다IT 거품을 비판하는 여론도 있었지만 그때 네이버, 다음, 키움증권, 안랩 같은 회사들이 탄생할 수 있었다고 본다. 몇 달 전 김조원 항공우주산업(KAI) 사장을 만났을 때 재미있는 일화를 들었다. DJ정부 시절 IT벤처기업 생태계가 붕괴될 위기에 봉착하자 중진공과 기보를 통해서 P-CBO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해 주려 하는데 정부부처 관료들이 책임소재 때문에 모두 발뺌을 했다고 하더라. 화가 난 DJ가 기재부 실무 과장을 직접 불러 ‘회사가 망하고 안 망하고는 중요하지 않다. 당신한테 책임을 묻지 않을 테니 무조건 실행하라’고 압박했다는 것이다. 그제서야 관료들이 움직여서 중소벤처기업들이 회생할 있었다고 하더라. 요즘엔 정부 정책자금을 대학에선 프로젝트로 따먹고, 창투사와 자산운용사는 1~2년 뒤 상장될 기업에만 투자하는 ‘밭떼기 펀드’가 유행하고 있다. 예산을 많이 투입해도 돈이 새나가는 현실을 타개해야 한다.”

문재인정부의 혁신성장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벤치마킹할 수 있나.

“지금은 대통령이 아무리 뭐라 하고, 정부 돈을 쏟아 부어도 중소벤처기업으로 흘러 들어가지 않는다. 유망 제조업체를 살리려면 P-CBO 방식을 확대해야 한다. 그리고 핀테크를 키워 제로페이 방식으로 금리를 떨어뜨려 줘야 한다. 대통령 직속으로 ‘일자리 펀드’를 만들어 연 2조5000억 원을 투입할 경우 P-CBO 방식으로 월 1조 원, 연 12조 원을 활용할 수 있다. 중소벤처기업도 키우고 일자리도 만드는 일석이조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관료들이 하자는 대로만 하다간 임기 5년이 훌쩍 지나고 말 것이다.”

이사장께선 전기·자율차를 유망 분야로 선정해 집중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나라 산업의 큰 틀을 바꿀 수 있는 게 전기·자율차 분야다. 휘발유를 쓰는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 자동차·철강·정유업종의 독과점 업체들이 막대한 기득권을 누리고 있다. 현대차가 수소차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이건 기득권의 연장선상에서 하는 말이다. 수소차로 가면 자율차를 못한다. 차량 충돌 때 폭발 위험도 존재한다. 전기·자율차로 가면 벤처기업 육성, 지역경제 활성화, 미세먼지 해결 등 일거삼득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 분야의 부품·소재 첨단기술을 우리나라 스타트업이나 중소벤처들이 웬만큼 갖고 있다. 배터리, 모터, 셀 같은 부품·소재는 대기업이 아니라 벤처기업들이 훨씬 더 잘할 것이다. 일종의 ‘메기 효과’가 자동차 연관 산업 전반에 작동할 것이라고 본다. 노르웨이는 2025년까지 모든 차량을 전기차 친환경차로 바꾸겠다는  청사진을 놓았는데 우리 현실은 이도저도 아닌 형편이다. 휘발유 차량 2300만 대를 모두 전기·자율차로 바꾸면 10년간 1500조 원의 경제유발효과를 거둘 수 있다. 대통령은 공정경제를 하라고 지시하지만 밑에서는 독과점 논리에 사로잡혀 있는 것 같다. 공정위가 대기업의 기술탈취를 없애겠다고 강조하지만, 기업 현장에선 기술을 탈취당한 회사가 소송을 하면 3~5년의 시간이 걸리는데다 막상 승소를 해도 돈을 배상받을 회사가 사라져 버린다. 페이퍼 컴퍼니를 만들어 도망가 버리기 때문이다. 사후처벌 보다는 신산업을 적극 육성하고 독과점을 깨트리는 공정경제 생태계를 조성하면 연간 30~40조원의 가계비용이 절감된다. 국민들 실질가처분소득 증가로 이어진다.

중진공이 올해 10개 유니콘 기업을 육성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지난 5월에 1차 접수 결과 284개 사. 1조4000억 원이 신청됐다고 들었다. 주로 어떤 기업들을 선정할 것인가.

단순한 스타트업 보다 매출ㆍ기술이 입증된 제조업을 70~80% 담으려고 한다. 특히 전기자율 미래차, 핀테크, 신재생에너지, 농생명바이오, 항공부품서비스, 드론, 로봇 신산업 분야의 혁신기업과 부품 소재 서비스분야를 살펴보고 있다.

증권 맨으로서 10년간 일한 경험이 있는데 핀테크 산업 육성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내가 세운 이스타항공은 2008년에 노선도 못 받고 ‘갑의 횡포’도 당했지만 어쨌든 항공료 반값 인하를 주도했다. 키움증권은 증권거래 수수료를 0.02% 낮춰 사실상 없애는매기 효과 냈다. 은행이나 금융도 생태계를 바꿔야 한다. 토스나 키움증권에 대해 인터넷은행 허가를 해준 이유가 자금과 혁신성이 없다는 것이다. 이게 말이 되는 이야기인가. 키움증권은 증권 매매수수료의 독과점 판을 깨트리며 M/S 1위로 올라섰고, 토스는 중진공 청년창업사관학교 졸업기업으로써 누적 가입 25백만명을 기록하며 기업가치 1조원을 훌쩍 뛰어넘은 유니콘기업이다. 따라서 한마디로 국민들은 인가 해주기 싫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중진공이 지원하는 핀테크기업 "유비페이" 조만간 넥스트 유니콘기업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모바일 앱과 전자계산기 형태의 결제단말기가 블루투스로 자동연결되어 결제 되는 시스템은 금융ㆍ카드시장의 혁신을 불러 일으킬 것이다다만, 유비페이, 포스트페이를 개방형으로 허용해야 하는데 이들을 금융결제망에 들어가게 한 것은 금융당국의 실책이라고 생각한다. 중소벤처부는 핀테크 산업 육성을 위해 금융당국이 하자는 대로 따를 것이 아니라 독자 노선을 걸어야 한다.”

중진공이 청년사관학교를 만들어 청년인재 육성과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치 않다. 중소기업에선 인력난을, 청년들은 취업난을 겪는 ‘미스 매칭’이 발생하고 있다.

“신산업 분야는 다르다. 작년에 중앙일보가 선정한 ‘청년들이 가고 싶은 회사’에는 공기업, 삼성전자, 네이버라인 등이 상위권에 포진했다. 중진공도 18위인가 했다. 그런데 아까 소개한 에디슨모터스라는 회사에서 10명을 뽑는데 140명이 왔다더라. 경남 함양, 지리산 자락에 있는 회사이지만 신산업 분야라는 게 강점으로 작용해 지원자가 많아졌다는 설명을 들었다. 전통 제조업체는 인력난을 겪지만 젊은 층이 도전하고 싶은 분야의 중소기업에는 인재가 몰리는 현상이 보인다. 여기에는 문재인 정부가 청년내일채움공제를 통해 중소기업 청년 취업자의 연봉을 대기업의 80% 수준으로 조정해 주는 것도 작용했다. 대기업이나 금융기관에 가면 처우는 좋지만 배울 게 많지 않다. 5년은 좋지만 더 긴 미래는 보장되지 않는다. 우리는 청년취업사관학교를 통해 스타트업에 도전하는 인재들을 양성할 것이다. 이들을 미국·독일에도 보내 신산업을 직접 경험하게 하고 그렇게 2년쯤 뒹굴다 보면 뭔가 작품이 나오지 않겠는가. 핀테크든 온라인 플랫폼 사업이든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시장을 겨냥해야 한다. 미국 시애틀에 개방형 공유 액셀러레이터인 KSC를 세운 것도 그런 취지에서다. 앞으로 2년 안에 10개가량 유니콘 기업을 만들어 보겠다.”

평소 국민연금 운용 방식에 대해서도 ‘금융 히딩크’를 데려와야 한다는 소신을 밝혀왔다. 구체적인 방안을 말해 달라.

“언론에 몇 차례 칼럼을 쓰면서 ‘국민연금 수익률을 높이려면 히딩크를 찾아라’고 한 적이 있다. 국민연금이 주식·채권만 하지 말고 대체투자를 늘려야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는 얘기다. 국민연금 수익률이 최근 5년간 연 5%안팎인데 캐나다는 연 10%를 맴돈다. 5년이란 시간을 놓고 보면 30%포인트나 된다. 이런 추세라면 캐나다는 적게 내고 많이 받는 반면, 우리는 많이 내고 적게 받는 방식이 될 수밖에 없다. 그 이유는 캐나다의 대체투자비율이 45%나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10% 수준에서 많이 늘린다고 늘린 게 겨우 14%밖에 안 된다. 캐나다는 주식 투자를 인덱스 펀드로 갈음하고 채권 및 대체투자에 주력하고 있다. 예컨대 미국 경제가 호황이고 주(州) 정부마다 개발 바람이 불어 주 정부 채권과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이 많아지고 있다. 연간 수익률이 10% 수준이라고 들었다. 이런 상품은 리스크가 거의 제로에 가깝다. 국민연금(현재 적립금 700조 원)이 돈을 굴리면서 국내 주식·채권에만 치중할 필요가 있는가. 대체투자를 잘할 인재가 있다면 국적을 가리지 말고 스카웃해야 한다. 국민연금 투자 수익률을 연 5% 올릴 수 있다면 장차 연금 고갈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이런 방안을 청와대에도, 보건복지부에도 전달했지만 무슨 이유 때문인지 지금도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인터뷰: 이양수 / 피렌체의 식탁 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