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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다가 불러온 ‘메기 효과’?…국제 컨퍼런스를 열자

By | 2019년 6월 28일 | 정책

카풀에 이어 타다까지 택시 산업을 둘러싼 갈등이 이어지고 있지만 정부는 뾰족한 해법을 못 내놓고 있다. 정부의 결정을 지켜보던 ‘파파’, ‘차차’ 등 후발 주자들까지 뛰어들면서 갈등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정부의 갈등 조정 노력에 시민들은 보이지 않는다. 현재 벌어지는 상황의 문제점과 대안을 짚어본다. [편집자]

‘메기 효과’(catfish effect)라는 것이 있다. 노르웨이 등 북유럽에서 정어리를 즐겨 먹는데, 바다에서 잡아 항구까지 가는 동안 상당수가 죽는다고 한다. 그래서 정어리가 가득 담긴 선창에 메기를 넣었더니 정어리들이 살기 위해 메기를 피해 움직이느라 죽지 않고 항구 까지 살아 왔다는 것이다. 새로운 강력한 경쟁자가 나타나면 기존 경쟁자들의 경쟁력이 향상된다는 뜻으로 쓰인다. 4차 산업혁명을 맞이하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는 강력한 혁신 기업이 보통 ‘메기’에 비유되곤 한다.

100년이 넘은 전통 산업인 택시 업계에도 ‘메기’가 나타났다. ‘우버’, ‘카풀’, ‘타다’ 등이 그 주인공이다. 2009년 미국에서 등장해 선풍적인 인기를 끈 우버가 2013년 한국 시장에도 진출하려 했으나 정부가 ‘불법’이라며 틀어막고 있는 사이 카카오를 비롯한 카풀 중개 스타트업들이 우버와 비슷한 모델로 사업을 시도했다. 그러나 택시 업계의 강력한 반발로 사실상 무산됐다. 그러는 사이 ‘타다’는 “11인승 승합차 렌터카 이용시 기사를 포함해 대여할 수 있다”는 법조항을 이용해 사실상 택시 서비스를 실시했고, 상당한 인기를 끌자 택시업계가 ‘타다 타도’ 투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시민들 다수는 타다에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타다 열풍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술 혁신’ 보다는 ‘서비스 혁신’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

기술 혁신이 아니라 서비스 혁신에 주목하라

필자가 몇 차례 탑승을 통해 파악한 바, 타다의 핵심 경쟁력 원천은 ‘월급제’였다. 한 타다 기사는 이렇게 말했다.

“택시는 하루에 20회 이상 운행을 해야 지갑을 채워 집에 갈 수 있어요. 마음이 바쁠 수밖에 없죠. 그런데 타다는 월급제이기 때문에 그럴 필요가 없죠. 그냥 콜 들어오는 것만 처리하면 됩니다. 제가 하루 10시간을 일합니다. 처음에는 널널해 대기 시간이 길었는데, 요즘 콜이 많아져 하루에 평균 10회 정도 콜을 받는 것 같아요. 그런데 최대한 운행 시간을 단축해 콜을 더 많이 받는다고 수입이 늘어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급할 게 없죠. 최대한 안전하게 모십니다. 게다가 혹시 사고라도 나면 기사 부담이 크기 때문에 최대한 사고 안 나게 조심해서 운전해야죠. 솔직히 수입은 택시 몰 때보다 줄었어요. 그래도 고정급이 따박따박 나오니까 마음은 편합니다. 이게 가장 큰 장점입니다. 운전자가 편하니까 승객도 편합니다. 저도 제 딸에게 타다 타라고 합니다.”

월급제 덕분에 택시에 대한 가장 큰 불만이던 ‘승차 거부’와 ‘난폭 운전’이 원천적으로 차단됐다. 이용자들은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하고 있다.

인기를 끌다 보니 새로운 형태의 수요도 생겨나고 있다. 밤 9시가 넘으면 ‘대치동 콜’이 많이 들어온다고 한다. 타다 서비스는 자기가 현재 있는 위치가 아니어도 출발지와 목적지를 설정해 예약을 할 수 있다. 아이들을 학원에 보낸 부모들이 타다 서비스를 예약해 아이들을 학원에서 귀가 시킨다고 한다. 자리도 넉넉하기 때문에 같은 아파트 사는 학부모들이 한 번에 아이들 여러 명 태워 돌아가며 요금을 품앗이도 한다고. 편리한 어플리케이션과 안전 운전에 대한 신뢰도가 쌓이면서 생겨난 효과다.

타다 현상에서 읽어야 할 또 다른 것은 ‘브랜드’ 효과다. 타다는 길거리에서 붙잡아 타지 않는다. 스마트폰에서 어플리케이션을 실행해 호출을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들은 브랜드에 대한 정보를 인식하고 있고, 요금을 비롯해 서비스를 예측할 수 있다. 반면 일반 택시를 브랜드를 보고 선택하는 경우는 없다. 어떤 택시가 걸릴지 모르기 때문에 택시 이용객은 불안하다. 브랜드 충성도가 높아져 요금이 10~30% 더 비쌈에도 타다의 재이용률은 90%에 육박한다. 소비자들의 선택권이 넓어졌다. 비슷한 형태의 서비스를 준비하는 업체들이 늘어나 앞으로 경쟁이 치열해지면 서비스와 가격 경쟁도 심화될 것이다.

‘편법’ 상황 더 이상 방치하면 안 된다

타다, 파파, 차차 등은 분명 이용자들의 호감을 사는 서비스이지만 개운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첫째, 위법은 아니더라도 편법에 가깝다. 타다가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자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이 속속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강남권을 중심으로 운행하던 ‘파파’가 서울 전역으로 범위를 넓히고 있고, ‘차차’라는 서비스도 8월 오픈을 준비 중이다. 특히 ‘차차’는 또 다른 형태의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타다, 파파가 ‘11인승 렌터카 기사 포함 대여’라는 법조항을 파고들었는데, ‘차차’는 아예 자동차는 ‘렌터카’의 개념으로, 기사는 ‘대리기사’의 개념으로 각각 서비스한다. 이 경우 11인승 렌터카는 물론, 일반 승용차까지 영업에 투입할 수 있다. 사실상 또 다른 편법인 셈이다.

둘째, 이들 신규 서비스가 시장 자체를 키우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다. ‘배달의 민족’은 배달음식 시장을 키우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유사 서비스가 경쟁적으로 등장했고, ‘아파트 단지 상가’ 범위에 그치던 배달음식 주문 범위를 반경 5킬로미터 이상으로 넓혔다. 2017년 15조 원 정도이던 배달음식 시장이 2018년에는 20조 원으로 커졌다고 한다. 새로운 수요와 시장을 창출하고 있는 것이다. 그에 비해 택시 시장 수요는 계속 줄고 있다.

한 택시 기사는 “회사 회식도 줄어들고, 젊은이들이 술을 잘 안 마시는 풍토가 되다 보니 손님 줄어드는 게 확연하다”며 “안 그래도 쪼그라드는 시장에 뭘 먹을 게 있다고 돈 많은 분들이 뛰어드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실제로 통계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5년까지 택시 승객 수가 21.8%가 줄었다고 한다. 같은 기간 대중교통수송분담율에서 택시가 차지하는 비중은 6.6%에서 2.9%로 줄어들었다. 십 수 년 전부터 ‘공급과잉’이 지적돼 왔는데, 타다와 같은 새로운 서비스가 ‘배민’처럼 신규 수요를 창출해 시장 자체를 키우지 못한다면 생존권을 건 ‘제로섬 게임’의 사투가 더욱 격렬해질 것이다. 벌써부터 개인택시 면허 가격이 하락해 개인택시조합원들이 극렬한 투쟁을 벌이고 있다.

셋째, 새로운 서비스에 종사하는 기사들의 고용 형태가 불안하다. 현재 타다는 기사를 고용하는 협력업체로부터 기사를 공급받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4대 보험 등이 적용되지만 업무 지시는 사실상 타다 본사로부터 받는 파견 형태로 운영되는 셈이다. 게다가 ‘차차’의 경우 ‘대리기사’ 시스템으로 영업을 한다면 또 다른 노동권 분쟁이 생길 여지가 있다. 타다 기사 시급에 대한 불만도 고조되고 있다. 미국에서도 우버나 리프트 기사들이 요금 인상과 ‘노동권’ 보장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이고 있다. 이 역시 갈등이 표면화되기 전에 선제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다.

정부의 갈등 조정에 ‘시민’이 없다

무엇보다 현재의 편법 상황을 최대한 빨리 해소해야 한다. 타다만 이미 1000대를 넘어섰고 후발업체들이 줄줄이 서비스를 개시하고 있다. 결정을 미룰수록 갈등은 커져갈 것이고, 관련 업계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다. 혹시라도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겠다면 아주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또한 ‘가격 통제’에 대한 정책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 택시 면허제는 공공의 가격 통제를 전제로 한다. 그러나 타다 등 신규 사업자들은 스스로 가격을 결정해 탄력 요금제를 적용하고 있다. 플랫폼 택시들도 ‘강제/우선 배차’를 이유로 웃돈을 받고 있다. 택시 면허제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한 이유다.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지금 정부의 조정 과정이 이해관계자들끼리만 모아 놓은 밀실 담합이라는 인상이 강하다. 시민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 같지 않다. 국제 컨퍼런스라도 열면 어떨까. 전세계가 공유 차량 서비스와 택시의 갈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한국이 이 갈등을 해결하는 주도적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큰 이벤트에 시민들도 더 큰 관심을 갖고 더 깊게 생각하게 되면서 자연스레 공론화가 될 것이다.

‘메기 효과’ 신화를 경계하라

얼핏 보면 택시 산업에 ‘메기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과거 택시 기사의 경쟁력은 ‘길을 잘 아는’ 것이었지만, 네비게이터가 일반화 되면서 경쟁력을 잃었다. 과거 택시 기사의 경쟁력은 어느 시간대에 어디 손님이 많은지 경험적으로 아는 것이었지만, 지금은 플랫폼 업체의 시스템이 빅데이터로 예측해 기사들을 핫 포인트로 이동하도록 자동으로 지시한다. 그러다 카풀/타다 갈등이 촉발되자 택시 업계는 월급제를 도입하기로 했고 자체적으로 강제 배차 앱을 내놓는가 하면 브랜드 택시도 만들고 서비스 향상 다짐도 하고 있다. 택시업계와 플랫폼 업체의 협업 모델인 플랫폼 택시도 선보일 예정이다.

한국에서는 ‘메기 효과’에 등장하는 정어리가 ‘미꾸라지’로 바뀌어 널리 회자되고 있다. 젊은 시절 대지주로 논농사를 했던 삼성그룹 창업주 이병철 회장이 논에 메기를 풀었더니 미꾸라지가 두 배로 늘어났고 살도 통통해졌다는, 이른바 ‘메기론’이라는 신화로 포장되기도 했다. 그런데 실제 농부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메기를 풀면 메기가 미꾸라지를 다 잡아 먹어서 미꾸라지가 남아나지 않는단다. 최근 학술 연구에 따르면 강력한 천적이 나타나면 피식자는 스트레스를 받아 먹이 활동도 제대로 못하고 번식도 안 해 개체수가 오히려 줄어든다고 한다. 이른바 ‘4차 산업 혁명’을 장밋빛 혁신 스토리로만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김하영 / 피렌체의 식탁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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