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선은 부동산 가격과 종부세에 화가 난 서울의 유주택자들이 민주당에 등을 돌리며 윤석열 후보가 당선되었다고들 한다. 이유는 여러가지만 가장 큰 이유로 꼽히는 것이 민주당의 부동산 정책 실패이다. 보수 정당의 후보가 강남 주민의 민심을 달래어 표심을 얻는 동안, 민주당은 개인의 사심보다는 부동산 시장이 진정으로 안정되기 바라는 유권자의 바람에 충실하게 대응하지 못 했다. 민주당은 어설프게 보수 여당의 정책을 따라하려 하기 보다는 더 나은 세상을 향한 비전을 제시했어야 하는데 이에 실패하여 선거에 참패했다는 부동산 전문가 이광수 필자의 칼럼이다. [편집자 주]

윤 당선인, 집값 상승·세금 완화 바란 강남 3구 등 득표 몰려

이 후보, 부동산 시장 안정 등 근본해결책 바란 표 못 늘려

패인은 부동산계급보다 유주택 지지 유권자 위한 공약 부재

사진:셔터스톡

승부에서 이기는 것과 지는 것은 숙명이다. 패배가 피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승리만을 이야기 한다. 그러나 때로는 패배가 승리보다 더 많은 교훈을 주기도 한다. 20대 대통령 선거가 끝났다. 승리와 패배의 이유가 난무한다. 그러나 교훈을 찾기 위해서는 핑계보다 정확한 패배 원인을 파악하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전국 24만 7천여 표 차…서울 31만 표 차가 결정타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24만 7천여 표 차로 졌다. 패배 원인 중 가장 설득력 있는 주장은 ‘부동산 표심’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서울에서 약 31만여 표 차로 이재명 후보를 이겼다. 반면, 인천과 경기에서는 이재명 후보가 49만여 표 차이로 이겼다. 영호남의 표 차이를 감안할 때 서울에서의 차이가 승부를 결정 지었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과거와 달리 서울 유권자들이 민주당에게서 등을 돌린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서울 25개 자치구 중 윤석열 당선자가 높은 득표율을 보인 곳은 강남구 67.01%, 서초구 65.13%, 송파구 56.76%, 용산구 56.44%, 양천구 50%로 나타났다. 반면, 이재명 후보자가 승리한 곳은 금천구, 강북구, 중랑구, 은평구, 도봉구, 구로구 등이다. 아파트 평당가격과 후보 간 득표율을 살펴보면 부동산 가격이 비싼 지역에서 윤석열 후보의 득표율이 높게 나타난다. 

집값이 높은 지역에서 자산가치를 지키고 세금 규제를 피하기 위해서 윤석열 후보에게 표를 던졌을 것이라는 결론이 가능하다. 즉, 윤석열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부동산 가격이 더욱 상승할 것이라고 믿고 사람들이 투표장에 나섰다는 이야기다.

서울시의 31만 표 차이가 민주당 패배에는 결정타였다.

배우자·자녀 등 집 소유 연관 유권자 전체의 61%

하지만 여기서 의문점이 생긴다. 내 아파트 가격이 오르길 기대하는 건 비싼 집에 살고 있을 때만 생기는가? 상대적으로 평당 가격이 낮은 아파트에 살고 있으면 집값이 오르든 내리든 상관없을까? 

2020년 주택소유통계를 보면 서울에서 주택을 소유한 사람은 모두 254만명이다. 서울 전체 유권자인 834만명과 비교하면 높지 않는 비중이다. 그러나, 배우자와 성인 자녀를 포함하면 서울에서 주택 소유와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는 유권자수는 약 510만명으로 파악된다. 전체 유권자 중에서 61%가 주택을 소유하고 있어 집값이 오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집을 가지고 있는 사람 중에 집값이 빠지기를 원하는 사람이 존재할 수 있다. 그러나, 특이한 상황이라고 판단하여 반영하지 않았다.)

크던 작던, 비싸던 싸던 집을 소유한 사람은 집값에 대해서 비슷한 기대와 걱정을 하고 이웃의 집값과 비교하며 부동산을 통한 노후와 상속에 대해 유사한 방식으로 우려하게 된다. 결국 집을 가지고 있으면 집값을 확실하게 올려줄 수 있는 후보에게 투표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윤석열 후보에게 더 많은 서울 사람들이 표를 던진 이유는 분명하다. 문제는 집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재명 후보에게 표를 던진 사람들에게 있다.

집이 있으면서도 이 후보에게 표 던진 사람들

강남 3구에서 높은 투표율과 함께 윤석열 후보에게 지지를 보낸 이유는 명확하다. 그런데, 내 집을 가지고 있는 유권자들이 집값이 올랐으면 좋을 텐데 상대적으로 집값을 올리는 역량이 부족해 보이는 이재명 후보에게 표를 던진 이유는 무엇일까? 이 답을 찾으면 서울에서 민주당이 패배한 진짜 이유를 얻을 수 있다.

유주택자들이 이재명 후보에게 표를 던진 이유는 내 집값은 좀 안 올라도 좋으니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고 미래 세대를 위해 투기 판이 되어버린 부동산 시장을 바꿔보라는 요구가 더 컸기 때문이다. 내 집값이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에 대한 여론조사 비율이 높았던 이유도 이기적 요구보다 진정한 부동산 시장 안정을 바랬기 때문이다.

결국 패배의 결정적 원인은 부동산 계급 자체에 있지 않고 민주당이 부동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노력과 공약제시를 못 했기 때문이다. 즉, 이재명 후보에게 표를 줄 수 있는 주택을 소유한 유권자를 늘리는 것이 승부의 핵심이었다. 

그렇다면 세금을 깎아주거나 무리하게 공공의 자산인 용적률을 올려준다고 집을 보유한 유권자가 민주당을 지지할까? 아니다. 세금이나 규제 완화는 휠씬 더 잘 할 가능성이 높은 후보가 항상 존재한다. 더 큰 그림을 그렸어야 했다.

선거 막판 세금 인하·규제 완화·대출 확대 쏟아내

최근 미디어를 통해 이름이 알려진 한 건축학자가 인간 본능과 싸우지 말라고 부동산 정책에 대해 훈수를 두었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인간의 본능은 무엇인가? 그가 말하는 자기 집을 갖는 것. 좋은 집, 비싼 집, 좋은 위치가 인간의 본능인가?

우리는 내 집 마련을 좀 미루어도 부동산 시장 안정을 바라고 내 집 가격이 빠져도 부동산 투기가 없는 세상을 바라는 본능과 욕망도 가지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 집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후보에게 기꺼이 표를 줄 수 있다. 그렇다면 민주당과 이재명 후보는 이러한 본능과 욕망을 충족하기 위해 노력했는가?

대통령 선거일이 임박해 오면서 민주당이 서울 시내에 내건 현수막과 홍보물은 눈을 의심케 했다. 종부세와 양도세 인하, 재건축 규제 완화, 대출 확대 등 마치 집을 가지고 있는 유권자들에게 집값을 올려줄 테니 표를 달라고 말하고 있었다. 집값을 올려주겠다는 공약은 집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많으니 산술적으로는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사람들의 본능과 욕망은 거기에 없었다.

지긋지긋한 부동산 공화국으로부터의 탈출, 불로소득이 없는 노동이 존중 받는 세상으로의 변화를 꿈꾸던 유주택자들에게 이재명 후보가 던져야 할 메시지는 대출 확대와 세금 인하가 아니었다. 오히려 더 선명한 부동산 시장 안정 정책과 불로소득을 억제하기 위한 세금 강화 그리고 주거복지를 달성하기 위한 혁신적인 도전이 필요했다.

더 큰 그림 그리고 더 큰 꿈 얘기 했어야

2011년 미국에서 에너지 음료인 레드불(Red Bull)을 마시고 농구를 하다가 돌연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후 레드불에 대해 건강에 안 좋은 음료라는 인식이 확산된다. 회사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서 변명이나 인과관계를 따지지 않았다. 대신 우주 스카이 다이빙을 계획한다. 

레드불 우주낙하라고 불린 이벤트에서 인류 최초로 인간이 우주에서 지구로 몸을 던졌다. 전세계로 방영된 생중계는 800만명 이상이 지켜봤다. 레드불은 “건강이 문제라고? 우리는 더 큰 꿈을 가지고 있어!”라는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2012년 매출은 오히려 전년보다 16% 증가했고 광고효과가 400억 달러에 이를 정도로 크게 성공했다.

이재명 후보와 민주당은 계산적이며 일시적인 공약이 아니라 레드불처럼 더 큰 꿈을 이야기 했어야 했다. 내 집 가격이 하락해도 내 집 마련을 좀 미뤄도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면 기꺼이 소중한 한 표를 던질 수 있는 사람들이 원했던 건 종부세를 깎아주고 대출을 더 해달라는 요구가 아니었다.

레드불이 스폰서한 우주 낙하 행사는 '우리에게는 더 큰 꿈이 있다'는 한 가지 메세지에 집중하며 레드불에 관한 논란을 종식시켰다. (사진:셔터스톡)

욕망 충돌 때는 중심에 더 다가가기 싸움

아파트 수는 증가하고 집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지속 증가할 것이다. 집 값을 올려 주겠다라는 공약은 항상 우위를 점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제 두 가지 종류의 격전이 예상된다. 누가 더 많이 부동산 가격을 올려줄 것인가, 또는 집값을 더 올려 주겠다와 더 큰 꿈을 가지고 부동산 개혁을 추구하는 싸움이다.

누가 더 많이 부동산 가격을 상승시켜 줄 것이냐라는 경쟁에서는 승자가 분명하게 정해져 있다. 그렇다면 더 큰 이야기를 해야 한다. 다른 본능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 20대 대통령 선거에서 한 후보는 집값을 올려 달라는 욕망에 충실했고 한 후보는 부동산 시장을 개혁해 달라는 욕망에 충실 하지 못했다. 욕망이 충돌할 때는 누가 중심에 더 다가가느냐가 승부의 핵심이다.

앞으로도 수많은 선거가 우리 앞에 놓여 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나라들에서도 부동산 정책은 중요한 공약이 되고 핵심 의제가 되어왔다. 자본주의에서 불가피한 현상이다. 과거 유럽과 미국을 보면 자가 보유율, 즉 집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집값을 올려 주기 위한 정책이 추진된다.

주택 공급을 강제로 제한시킨 그린벨트 확대, 중산·서민층에게 주어진 주택담보대출 확대 등이 대표적인 정책이다. 그러나, 무리한 집값 올리기 정책들로 인해 나라가 휘청대고 경제가 망가졌다. 서브프라임 사태가 벌어진 이유도 무리한 집값 올리기가 근본적인 이유였다.

추운 겨울날 광화문에 아이를 포대에 메고 촛불을 들었던 건 큰 이상 때문이 아닐 것이다. 본능과 욕망에 몸이 따랐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들에게 좋은 세상을 물려 주겠다라는 욕망, 가진 자들만의 세상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욕망, 역사가 바른 길을 가야한다는 욕망이 추운 겨울 날 따뜻한 집에서 치맥을 먹고자 하는 본능을 이겼다. 수많은 역사에서도 우린 다른 욕망에 충실했던 우리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최선이 다시 열정을 찾는 날, 그것이 희망

부동산 자산에 따른 표 대결에서 졌다는 판단으로 민주당 내부에서는 종부세 폐지론이 나오고 있고 보유세 인하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2021년 기준 종부세 납부자는 98만 명이고 연관 가족을 포함해도 전체 유권자의 5%에 불과한 상황이다. 종부세를 폐지한다고 다주택자를 중심으로 한 유권자가 표를 줄 수 있을런지는 큰 의문이다. 자극적으로 종부세가 14배가 증가했다거나 속도가 빨랐다는 이유를 대고 있으나 우리나라 부동산의 특수성을 감안하지 않은 접근 방식이다. 그렇다면 민주국가 중에서 개인이 아파트를 수 백 채씩 보유하고 있고 전세로 갭투자를 하며 집을 투기 목적으로 몇일 만에 사고파는 나라가 몇이나 될까? 

대통령 선거뿐만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민주당은 야당 못지않는 규제완화와 부동산 개발 공약으로 승부를 걸었다. 그러나, 결과는 어떠했는가? 서울시장 선거에서 민주당은 부동산 규제 완화와 개발 정책을 처음으로 공식화하였고 더 큰 표차로 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핑계를 대는 사람은 승부에서 먼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부동산 계급을 운운하는 건 핑계에 불과하다. 승부는 결정되었다. 핵심에 접근하고 승리와 패배 이유를 찾아야 한다. 미셸 오바마는 연설에서 유명한 말을 남겼다. When they go low, we go high. 낮은 욕망이 넘실대는 곳에서 높은 욕망을 추구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질 수 있느냐가 승부를 결정짓는 갈림길이다.

대통령 선거이후 벌써부터 각종 규제 완화 기대감으로 안정되고 있던 부동산 가격이 들썩이고 있다. 누군가는 분명 부동산 가격 상승을 원했을 것이다. 그러나, 휠씬 더 많은 사람들은 집값과 삶의 안정을 간절히 바랬다. 누군가의 선택이 어쩔 수 없는 운명이 되어 모두에게 돌아올 것이다.

최선은 신념을 모두 잃었고, 최악은 강렬한 열정에 사로잡혔다. The best lack all conviction, while the worst are full of passionate intensity....... 아일랜드 시인 예이츠의 유명한 시구다. 하지만 분명 최선이 다시 열정을 찾는 날이 올 것이다. 그것이 희망이다.


글쓴이 이광수는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에서 애널리스트로 일하고 있다. 리츠과 부동산 시장 그리고 건설기업을 분석한다. 투자자를 위해 근거 있고 선명한 리서치를 하려고 노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