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서울시립대 도시건축과 교수로서 몇 년 전부터 ‘일백탈수’, 즉 일 년에 백만 명씩 수도권을 벗어나자는 새 기풍을 부르짖어왔다. 최근 안식년을 맞아서 하동, 목포, 전주, 강릉 등의 도시에서 한 달살이를 실행했다. 그 결과 사람 없는 중소도시가 사람 넘치는 수도권 사람을 ‘초대’하려면 그들이 와서 편안하게 머물며 여러 가지 짬을 볼 '거처'가 있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지방도시 원도심과 농산어촌 시골 마을의 빈 가게, 빈 집을 개조해 마을호텔, 즉 중간 기착 캠프로 활용하자는 아이디어다. 한 달 또는 1년을 살아보면 사람들의 마음이 달라지지 않을까. [편집자 주]

✔ 1975-2019 사이 수도권 인구비율 변화 31.5%→50%

✔ 마을호텔에서 재생의 해법과 인구 분산의 희망을 보다

✔ 신축보다 기존 건물의 연결로 만들어가는 마을호텔

✔ 공주, 정선, 군산, 하동 등지에 실제 성공한 사례가 존재

 

군산의 체크인 라운지 러키마케트(사진: 이이주, 김유선)

2019년과 2020년 2년 동안은 서울시립대학교 교무처장 보직을 맡아 수업을 거의 못 했다. 보직이 끝나가던 2020년 2학기에 유일하게 개설했던 수업이 대학원 <주민참여 도시설계>였는데, 이번에는 꼭 정식 출간을 하자고 수강생들과 함께 의지를 모아 ‘마을호텔 탐험’을 시작했다. 시립대 도시과학대학원을 졸업한 제자이고 출판사를 운영하는 <픽셀하우스> 김혁준 대표가 함께 해주어 마침내 목표했던 출간에 이를 수 있었다.

정식 출간을 목표로 하는 ‘빡센’ 수업을 겁 없이 신청한 열한 명의 수강생들로 ‘UOS 마을호텔 탐험대’는 구성되었고, 대원들은 다시 1~2인으로 팀을 나눠 공주, 하동, 정선, 전주, 서울, 군산까지 여섯 개 국내 마을호텔 사례를 찾아 한 학기 내내 탐험하였다. 각 팀의 탐험 성과들은 수업 시간 세미나와 수업카페에서 실시간으로 공유되었고 김진용(정선), 고은설(전주), 권오상(공주), 조문환(하동), 이상묵(서촌) 등 사례지역의 핵심 인사를 초대한 특강도 5회 열렸다. 11월에는 담당 교수와 수강생들이 사례지역 중 하나인 공주에 1박 2일 답사도 다녀왔다.

연결이 곧 답이다. 신축 없이 호텔을 세우는 마을호텔의 마법

왜 우리는 ‘마을호텔’을 탐험했는가? 마을호텔이 어쩌면 ‘재생의 해법이고 묘약’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았기 때문이다. 사람이 빠져나가 텅 빈 지방 중소도시 원도심과 농산어촌 시골 마을을 어떻게 다시 사람들로 북적대는 활기찬 삶터로 되살릴 수 있을까?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에만 의존하지 않고 주민들의 자력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지속가능하게 할 수 있을까? 아직은 몇몇 안 되는 드물고 이례적인 사례일지 모르지만 마을호텔 사례들에서 희망을 보았기 때문이다.

마을호텔에는 묘한 매력이 있다. 굳이 새 건물을 짓지 않아도 호텔을 건립할 수 있다. 기존 건물들 특히 비어있는 공간을 고치고 채워 서로 연결하면서 마을 전체를 하나의 호텔로 바꾸어 간다. 오랜 시간 마을에 존재했던 건물과 장소들에 새로운 역할을 부여하고 연결을 통해 새로운 생명으로 되살려낸다. 장소와 장소가 연결되고, 마을과 방문객이 연결되며, 모래알처럼 따로따로 존재하던 주민들이 서로 촘촘한 그물망처럼 연결되어 공동체로 거듭난다.

소멸 위기의 원도심과 활력을 잃어가는 오래된 동네로 사람을 초대하고 일자리를 만들며, 사람들이 머물고 오가는 곳마다 활기를 불어넣는 마을호텔은 도시재생의 묘약이다. 수직으로 쌓아 올린 호텔에서 거둔 이익은 호텔기업 본사가 쏙 뽑아가겠지만, 수평으로 펼쳐놓은 마을호텔의 수익은 마을 구석구석으로 스며들어 마을을 살리고 사람들의 삶을 개선해줄 것이다. 그렇다면 마을호텔은 지금 우리에게 꼭 필요한 재생의 명약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연결에 답이 있다.” 오랜 개발시대를 지나와 바야흐로 재생시대를 살아가면서 내가 늘 마음에 두고 주문 외우듯 되새기는 말이다. 내 명함의 이름과 연락처 위에 ‘소다연강미(小多連强美)’ 다섯 한자를 새겨둔 지도 꽤 오래다. ‘작아도 많고 이어지면 강하고 아름답다’고 믿는 나의 믿음 고백이다. 큰 것들만 살아남는 약육강식 시장경제 틈바구니에서 작은 것들이 아름답기는커녕 살아남을 수나 있을까? 의구심이 솟겠지만 다행히도 희망은 있다. 작은 것들을 연결해 강하고 아름답게 되살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곳곳에 등장하는 ‘마을호텔’에서 보기 때문이다.

하나의 건물 안에 필요한 모든 시설이 집적된 ‘수직적 호텔’과 달리, 호텔에 필요한 기능들이 마을 안의 여러 건물과 장소에 분산되고 또 연결된 이른바 ‘수평적 호텔’, ‘흩어진 호텔’을 ‘마을호텔’이라 부른다. 이들을 통칭하여 마을호텔이라 부르지만, 누가 주도하는가에 따라 주민들이 주도하는 방식을 ‘마을호텔’로, 주민이 아닌 민간 기업이나 외부 주체들이 주도하는 방식은 ‘커뮤니티 호텔’로 구분하여 부르기도 한다.

기존의 호텔에 없는 게 마을호텔에는 있다. 호텔에서 맛볼 수 없는 것을 마을호텔에서 만끽할 수 있다. 멋지게 고쳐진 오래된 집에서 달게 자고 일어나, 천천히 걸어 골목길 안 숨은 맛집에서 아침을 먹는다. 사진관 앞을 거닐다 찻집에 들러 강의도 듣고, 공방에 가서 손수 무언가를 만든 뒤 동네목욕탕에서 피로를 풀며 추억에 잠긴다. 마을의 역사를 절로 알게 될 것이고, 이사 오고 싶은 마음까지 덤으로 받게 될지 모른다. 하나하나는 비록 작을지라도 연결로 힘을 키워 아름답게 되살아난 마을호텔을 보며 다시 주문을 외운다. “소다연강미! 연결에 답이 있다.”

공주의 무인 서점 가가책방. (사진: 김지영, 김애림)

공주, 하동, 정선, 전주, 서촌, 군산, 실제로 성공한 마을호텔의 사례

공주의 <마을 스테이 제민천 . 사례는 과거 충청남도 도청소재지와 대표적 교육 도시, 역사 도시의 명성을 지닌 공주의 원도심 지역에서 한창 성장하고 있는 마을호텔의 현재진행형 이야기를 흥미롭게 들려준다. 2018년 7월 문을 연 한옥 게스트하우스 <봉황재>를 시작으로 무인 책방 <가가책방>과 지역 작가 굿즈샵 <가가상점>, 함께 공부하는 <와플학당>과 공유사무실 <업스테어스>, 그리고 원도심을 가로질러 흐르는 제민천 주변 지역의 여러 식당과 카페와 문화공간들이 퍼즐 조각들처럼 만나 멋진 작품을 만들어가듯 성장하고 있다.

마을스테이 제민천을 이끌어가는 권오상, 서동민, 이병성 세 주역의 인연이 나는 무척 흥미롭다. 교육을 주제로 함께 만나 공부했던 책모임에서 시작된 인연이 마치 소설처럼 새로운 이야기들로 전개되어가고 있다.

하동의 주민들이 만든 공정여행협동조합 <놀루와>가 기획하고 준비하고 있는 마을호텔은 아직 실체가 모두 다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우리나라 마을호텔의 미래를 가늠하게 할 아주 중요한 시금석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고령화와 지방소멸 위기, 귀농인과 현지인의 갈등, 관 주도 정책의 한계와 주민 공동체 의식 약화 등 암울하기만 한 농촌문제를 해결하는 해법으로 ‘마을호텔’의 가능성을 발견해낸 조문환 대표의 안목과 추진력이 놀랍다.

하동 섬진강 달마중 행사 (사진: 놀루와 블로그)

공무원에서 협동조합 대표로 변신한 조문환 대표와 저마다의 단단한 비즈니스를 가진 조합원들, 놀루와를 이끌어가는 탄탄한 실무팀들은 2018년 8월 주민공정여행협동조합 놀루와를 만들어 지난 3년 반 동안 실로 놀라운 일들을 벌였다. 하동의 콘텐츠를 다양하게 체험하게 하는 맞춤형 여행 프로그램을 비롯해 차마실과 달마중 행사 등으로 2021년 문화체육관광부의 ‘관광의 별’을 수상하였다. 2019년 9월 아내와 함께 참가했던 섬진강 달마중 행사를 계기로 2021년 하동 한달살이를 하게 되었으니 누구보다 내가 놀루와에 매료된 팬이기도 하다. 놀루와와 매계마을 주민들이 함께 준비하고 있는 ‘마을호텔 매계’가 문을 여는 날을 학수고대 기다리고 있다.

정선 고한 18번가 골목길 전경 (사진: 김희수)

정선의 <마을호텔 18번가>는 우리나라 최초의 마을호텔로, 폐광지역 도시재생의 미래로, 18번가의 기적으로 불리는 게 조금도 과장이 아닌 ‘마을호텔의 모델’로 불릴 만한 곳이다. 하늘기획 김진용 대표, 유영자 이장, 들꽃사진관 이혜진 대표 등 마을 주민들이 주도해서 마을호텔을 만들어왔고, 지근배 고한읍장과 영화제작소 눈의 강경환 대표, 세눈컴퍼니 김용일 대표, 캘리그래퍼 강병인 선생 등 마을 안팎 전문가들의 열정적인 협력과 도움도 감동이다.

마을호텔18번가 사례에서 나는 속도와 전개 과정에 주목한다. 골목길의 빈집이 한 채 한 채 고쳐지고 쓰레기들이 더는 쌓이지 않았을 때 주민들의 마음에 어떤 씨앗이 움텄을까를 생각해본다. 골목길 아카데미를 열어 주민들이 함께 공부할 때 작은 싹은 얼마만큼 더 자랐을지 가늠해본다. 주민들이 오래오래 살고 싶은 마을이면서 누구나 찾아오고 싶은 매력적인 마을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고민을 하다가 마을호텔이 답이라며 누군가 아이디어를 내고, 아이디어를 마침내 비즈니스 모델로 천천히 따박따박 실천에 옮겨온 고한 사람들의 힘에 놀란다.

전주 <별의별하우스> 사례는 이웃 주민들과의 협력과 네트워크도 단단하지만 별의별 연구소 고은설 대표의 1인 분투기에 가깝다. 전라북도 도청이 신시가지로 옮겨가고 도청 자리에 전라감영을 복원하기 위해 도청사를 철거하겠다는 결정이 내려졌을 때 이에 반대하며 도청사 지키기 운동을 힘겹게 벌이던 무렵 처음 그를 만났고, 2021년 가을에는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별의별하우스의 한 곳 <인봉집>에서 한달살이를 하면서 가깝게 지켜봤다.

전주의 원도심 중노송동 지역에 가족과 함께 이사와 <하하하집>, <사철나무집>, <철봉집>, <인봉집>, <희희당>, <봉봉한가>에 이르기까지 비어있던 공간들을 하나하나 채우고 사람들의 온기와 발길이 이어지는 마을로 되살리고 있는 고은설 대표의 꿈이 단단하고 촘촘한 그물처럼 엮여 원도심 재생의 새로운 모델로 우뚝 설 수 있길 기대한다.

민간 기업 주도의 커뮤니티 호텔 모델인 서촌유희 (사진: 서촌유희 홈페이지)

서울 <서촌유희>의 사례는 주민이 주도하는 마을호텔이 아닌 민간 기업 주도의 커뮤니티 호텔에 해당한다. 같은 대학 동아리 출신 이상묵, 노경록, 박중현 대표 셋이 회사를 창업해 기존의 호텔, 모텔, 팬션과는 차원이 다른 ‘머무는 것이 여행의 목적’이 되는 혁신적 숙박모델 <스테이>를 개척해 이를 <스테이폴리오>로 진화시켜 서울의 대표적 핫플레이스 서촌에서 구현해냈다는 점에 주목한다.

서촌의 여덟 개 골목은 수평 엘리베이터가 되고, 이 엘리베이터는 서촌유희의 13개 스테이와 매력적인 가게들을 촘촘히 연결해준다. <한권의 서점>은 서점이면서 컨시어지 역할을 담당하고, <서촌도감>은 기념품 가게 몫을 담당하며, <에디션 덴마크>는 호텔 카페로서 손님을 맞는다. 서촌과 같은 대도시의 마을도 연결을 통해 마을호텔, 아니 커뮤니티 호텔이 될 수 있음을 흥미롭게 보여준다.

군산의 <후즈>도 <서촌유희>처럼 커뮤니티 호텔에 가까운 사례다. 2014년 도시재생 선도사업 대상지로 선정된 군산 원도심 영화동 일대에서 전개되어온 도시재생의 흐름을 마을호텔 또는 커뮤니티 호텔의 관점에서 새롭게 들여다보는 것도 흥미롭다. <액티브로컬>에서 <로컬라이즈 군산>으로, 그리고 <후즈데어>와 <후즈넥스트> 같은 커뮤니티 호텔 ‘후즈’로 진화해온 지역재생의 흐름이 군산의 영화동을 어떻게 큐레이팅하고 살려낼지 궁금하다.

꿈이 아니라 실현 가능한 계획, 마을호텔

2019년 출간한 <천천히 재생>에서 나는 대한민국을 '행복하지 않은 선진국'으로, 그리고 ‘많이 아픈 나라’라고 불렀다. 국민들에게 고통을 주는 집값 문제, 어쩌면 미친 것만 같은 교육 문제, 양극화와 갈수록 심해지는 격차 문제, 청년들이 연애도 결혼도 아이 낳는 것도 원치 않아 지구상에서 인구 제로에 가장 먼저 도달해 가장 먼저 사라지는 나라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올 만큼 심각해진 저출산 문제 등등 우리가 앓고 있는 수많은 문제의 근본 원인을 나는 ‘수도권 과반인구’로 진단한다.

1975년~ 2019년 사이 수도권과 기초지자체 인구변화 (자료제공:서울시립대학교 커뮤니티와도시설계연구실)

국토면적의 11.8%에 불과한 수도권에 1970년대에는 전체 국민의 3분의 1 정도가 살았는데, 2019년을 기점으로 지금 수도권에는 반수 이상의 국민이 살고 있다. 전체 인구는 감소하고 있는데도 수도권 인구는 점점 늘어 온갖 도시문제가 심화하고 있고, 반면에 비수도권 지역은 인구를 빼앗겨 지방소멸 얘기가 눈앞의 현실로 다가왔다.

어떻게 이 문제를 풀어야 할까? 답은 하나뿐이다. 수도권에서 비수도권으로 인구가 옮겨가는 것 말고는 답이 없다. ‘1년에 백만 명씩 탈수도권’하는 ‘일백탈수'’를 나는 꿈꾼다. 앞으로 10년 동안 수도권 인구는 천만 명이 줄고, 비수도권 인구는 천만 명이 는다면 대한민국이 지금 앓고 있는 많은 문제가 풀리고 국민이 삶도 훨씬 편안해질 것이다. 일흔 여든 넘은 어르신들만 사는 시골 마을에도 사람들이 들어와 마을이 존속될 것이고, 사람들이 떠나가 텅 빈 원도심 지역도 다시 활력을 되찾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인구의 이동은 쉽지 않다. 국가가 적극적으로 인구 이동을 장려하고 세심하게 지원해야 한다. 사람을 필요로 하는 비수도권 지역, 특히 대도시가 아닌 중소도시, 신도시에 사람을 빼앗긴 원도심 지역, 도시지역이 아닌 농산어촌 시골 지역은 사람을 초대하기 위한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탈수도권 인구이동은 이미 시작되었다. 2021년 연구년을 맞아 하동, 목포, 전주에서 지역 한달살이를 하면서 로컬에서 더 행복하게 일하며 사는 많은 사람을 만났다. 실패하거나 경쟁에 밀려서 지역으로 내려오는 게 아니라, 더 행복하게 살기 위해 지역으로 찾아온 이들이 아주 많다. 특히 지혜로운 청년들의 탈수도권 및 지역창업으로 로컬 크리에이터들이 전국에서 아주 눈부신 활동들을 하고 있다. 지역의 작은 회사에 취업해 더 행복하게 일하는 청년들도 많이 만났고, 유튜브로 소개했다.

청년들의 탈수도권에 더해 베이비붐 세대들의 탈수도권도 기대하고 있다. 이미 은퇴했거나 정년을 몇 년 앞둔 베이비부머들의 상당수는 서울이나 수도권이 아닌 지역 출신들이다. 평생 열심히 공부하고 일하느라 고생했던 베이비부머들이 앞으로 남은 더 소중한 20년 30년을 로컬에서 더 행복하게 일하며 살아보자고 제안한다. 한 번에 옮겨오기는 쉽지 않으니 내가 했던 것처럼 지역 한달 살이를 먼저 시작해보라고 권한다. 한달살이 여건이 아직 여의치 않다면 일주일 살이도 좋다. 고향이든 또는 어디든 맘에 드는 곳에 가서 한 달을 지내본다면 로컬의 희망과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학부모들의 탈수도권도 기대한다. 초중고 자녀들을 서울, 수도권, 대도시가 아닌 로컬에서 더 잘 키울 수 있다는 희망과 믿음이 확산된다면 학부모와 자녀들의 탈수도권도 더 많아질 것이다.

마을호텔은 ‘일백탈수’를 받아주는 그릇과 토양이 되어줄 것이다. 사람을 필요로 하는 지역이 사람을 초대하려면 초대에 응해 그곳에 올 사람이 와서 편안하게 머물 '집'이 있어야 한다. 지방 도시 원도심과 농산어촌 시골 마을에 빈집들이 아주 많은데, 정작 그곳에 내려오려는 사람들이 살 집을 찾기는 매우 힘이 든다. 사람들이 떠나 빈집과 빈 가게, 빈 사무실이 많은 원도심 지역에, 집도 논밭도 점점 더 비어가는 시골 마을에 마을호텔이 늘어간다면 이사와 살 사람에게도, 또 한달 또는 1년을 살아보고자 하는 사람에게도 아주 소중한 집이 되어줄 것이다.

수도권과 지방을 함께 살릴 방안이 될 마을호텔 지원 방안

마을호텔이 좀 더 많아질 수 있도록 국가와 지자체가 ‘마을호텔 지원사업’을 시작해줄 것을 제안하며 글을 마치고자 한다. 지방 중소도시 원도심 지역 또는 농산어촌 시골 마을 가운데 마을호텔을 만들려는 주민들의 의지와 열정을 고려해 대상지를 선정한 뒤 주민 소유의 오래된 건물과 시설들을 무상으로 고쳐주고, 고쳐진 공간의 절반 정도는 마을호텔에 필요한 시설로 활용할 수 있도록 30년 정도 마을에서 사용하면 어떨까?

비어있거나 방치된 건물과 시설을 정부가 고쳐주고, 오래되고 낡아 사는데 불편한 집들도 무상으로 고쳐준다면 현지에 사는 주민들에게는 물론이고 부재지주에게도 좋은 일이 될 것이다. 소유는 그대로인 채 30년 정도 마을에서 쓸 수 있게 내어준 건물과 시설을 활용해 마을호텔을 만들어 운영한다면 마을에 일자리도 만들어지고 수익도 낼 수 있으니 마을에도 좋은 일이 될 것이다. 마을호텔이 전국 곳곳에 만들어진다면 여행객들의 숙박공간이 늘어 지역여행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이고, 로컬에서 더 행복하게 일하며 살고자 하는 사람들이 와서 살 수 있는 주거공간과 일터가 더 많아질 것이니 ‘일백탈수’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마을호텔이 부디 삶터와 삶을 되살리는 재생의 묘약이 되어 주길 간절히 바란다.


글쓴이 정석은

“마을과 도시, 지역과 국토는 오직 시민의 손으로만 건강히 되살릴 수 있다”고 믿으며 블로그, 페이스북, 유튜브 계정 ‘도시의 정석’으로 시민과 소통하는 도시연구자. 서울대학교에서 학사, 석사,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서울연구원(13년), 경원대(현 가천대 7년)를 거쳐 2014년부터 서울시립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