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당시 조 바이든 후보는 메타버스 게임 '포트나이트'를 활용하여 선거 공약을 소개하고 투표를 독려했다. (사진=바이든 캠프 홍보물)

몇 해 전까지 생소했던 ‘메타버스’는 요즘 핫한 트렌드가 됐다. 메타(Meta, 초월)와 유니버스(Universe, 우주)의 합성어인 메타버스는 가상 공간에서 자신의 아바타나 '부캐'를 통해 실제 현실과 같은 활동을 할 수 있는 세계를 뜻한다. <피렌체의 식탁> 객원기자인 김세연 전 의원(국민의힘, 3선)은 메타버스 시대의 미래정치를 전망한다. 지난해 가을 미국 대선에서 메타버스를 활용한 선거 캠페인이 선보였고 한국 역시 여야 차기 주자들이 메타버스 안에서 이미지 싸움을 벌이고 있다. 김세연 필자는 메타버스로 수렴되는 4차 산업혁명이 종국에는 국가와 공동체, 정당의 존립마저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에 대처하기 위해 참정권 연령제한을 대폭 낮추고 소선거구제, 지역정당 문제 등을 혁신해 나갈 것을 제안한다. [편집자]

#인류의 새로운 활동 공간 '메타버스'  다중 정체성·세계관 스스로 만들어#정치·행정 시스템의 대격변 예고  국가 위상·대의정치가 흔들릴 것#脫중앙 시대에 맞는 정치개혁 필요 소선거구제 개편, 지역정당 도입으로 이념 대치, 지역갈등 구도 벗어나야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기술의 발전으로 현실세계와는 다른 새로운 가상세계가 펼쳐지는 시대에 공동체의 미래 운명을 결정할 정치적 의사결정 과정은 어떻게 변해갈까?

김상균 강원대 교수는 자신의 책 <메타버스>에서 그 유형을 (ASF 분류 채택) ▲증강현실 세계 ▲라이프로깅 세계 ▲거울 세계 ▲가상 세계 4가지로 구분한다. 그중 증강현실, 라이프로깅, 거울 세계는 현실-가상 세계가 연결되는 서로 다른 모습들을 보여주지만, 이 글에선 메타버스의 범위를 좁혀 “인류의 전혀 새로운 활동 공간으로서 현실세계와는 독립적인 ‘가상세계’”라고 규정해 보겠다.

관계 형성, 소통 방식의 변화

요즘 메타버스의 사례로는 2억 명이 사용하는 ‘제페토’, 3억 5000만 명이 사용하는 ‘포트나이트’, 4억 명이 사용하는 ‘로블록스’ 등이 자주 언급된다. 스토리 배경의 시간 축을 좀 더 옮겨보면, 복고풍의 세계는 1898년을 배경으로 하는 온라인 게임인 '레드 데드 온라인'을, 미래 세계는 2077년 배경의 '사이버펑크 2077'을 들여다볼 만하다.

기성세대들이야 ‘도대체 비디오 게임들을 가지고 왜 이 난리인가’ 싶은 생각이 들겠지만, 여기에 새로운 세상이 이미 창조되었고 현실세계와는 다른 방식으로 연결과 소통이 이루어지고 있다.

기술 발달과 스마트폰 보급으로 과거에는 서비스센터나 은행 창구에 찾아가 사람 얼굴을 보면서 맡겼던 일들이 이제 핸드폰 단말기 안에서 대부분 처리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젊은 층들은 대면 접촉은커녕 음성통화도 부담스러워한다. 정보기기 활용 능력의 격차, 즉 디지털 디바이드(divide, 격차)가 세대별 소통 방식에도 역력히 영향을 주고 있다. 언어의 변화, 소통 방식의 변화에 이어 인간관계의 변화로까지 이어진다.

요즘 10대 청소년들은 직접 만나서 얼굴을 맞대고 노는 것보다 게임 공간 내에서 텍스트나 음성 채팅으로 소통하는데 더 익숙하다. 심지어 얼굴도 모르는 게임 플레이어를 동료 내지 ‘아군’으로 인식한다. 게임 유튜버 ‘대도서관’의 라이브 방송을 함께 시청하는 10만 명의 그룹은 분명히 같은 커뮤니티의 일원이지만 서로 얼굴을 마주칠 일은 없다. 방송 중에는 쉼 없이 올라가는 채팅에 서로 몰두하지만, 실시간 방송이 끝나는 순간 뿔뿔이 흩어진다. 이 공동체는 무엇일까? 존재하나, 존재하지 않나? 그 성격이 마치 양자역학에 등장하는 ‘슈뢰딩거의 고양이’를 닮은 구석이 있다.

세상은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다. ‘내가 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가’라는 세계관(worldview)과 ‘내가 나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하는 정체성(identity), 이런 두 개의 관점이 최근 빠른 속도로 확장되고 있다. 1차원 선(線)의 세상에 사는 존재는 2차원 면(面)의 세상이 존재하는 걸 이해하지 못하고, 1·2차원 경험으론 3차원 입체(立體)의 세상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이렇게 인식의 지평이 급격히 전환되고 확장되는 시대에는 나이 든 기성세대들이 정신을 더 바짝 차려야 한다.

무한확장 유니버스를 추구하는 예능 프로그램 MBC <놀면뭐하니?> (사진=MBC)

세계관의 다양화, 정체성의 다양화

마블 스튜디오에서 제작한 <어벤저스> 시리즈 성공의 핵심 요인을 MCU (Marvel Cinematic Universe)라는 세계관이라고 꼽는 평가가 많았다. 이후 ‘세계관’ 개념이 장르를 불문하고 새롭게 주목받기 시작했다. 요즘엔 대중음악을 대표하는 아이돌 그룹의 앨범 발매도 일관성 있게 갖춰진 세계관 안에서 진행될 정도이다. 먼 과거에는 한 사람이 하나의 세계에서 살았다면 앞으로의 세상에서는 한 사람이 여러 개의 세상에서, 여러 개의 캐릭터로, 여러 개의 인생을 살아가게 될 것이다.

정체성도 마찬가지다. 트렌드에 민감한 연예계에서 먼저 ‘부캐’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이를 대박 흥행으로 연결시킨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예능프로그램을 목적으로 코믹하게 설정되었지만, 국민MC 유재석 씨의 기본 캐릭터만으로는 그가 가진 개성과 재능의 표현에 제약을 느껴 훨씬 다채로운 표현이 가능한 새로운 캐릭터로 유산슬, 유두래곤, 유야호가 만들어졌다.

요즘 아이들의 게임 플레이에서 자신의 ‘주계’ 뿐만 아니라 새로운 성장 과정을 밟아가는 ‘부계’가 일반화된 것도 비슷한 맥락이라 하겠다. 그 과정에서 주계만으로는 모두 표현하지 못했던 특성과 능력이 확대된다. 다시 말해, 원래 살고 있던 게임세상에서 ‘제2의 인생’을 사는 것이다. 예능과 게임에서 몇 개의 캐릭터로 제2, 제3, 제4의 인생을 사는 것이 일반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평범한 직장인들이 퇴근 후에, 주말 시간에 열정적인 살사 댄서나 격렬한 비트를 타는 드러머로, 플로깅(plogging: ‘쓰담달리기’) 클럽의 크루로서 다양한 삶의 단면을 경험할 수 있는 시대다.

뜨는 조직, 지는 조직

전통적인 관계 형성, 소통 방식이 변화하는 가운데 세계관과 정체성의 다양화라는 현상이 함께 확산되면 우리 사회는 어떻게 바뀌게 될까? 수많은 사회조직들은 적응 능력에 따라 각기 다른 운명에 처하게 될 것이다. 즉, 어떤 원리로 조직되고 운영되느냐에 따라 흥망성쇠가 엇갈릴 수 있다.

자원봉사, 환경보호, 인권보호, 국제원조, 문화예술, 기업활동…. 각 분야의 조직·단체들은 목표와 관계없이 어느 세대가 주도하느냐에 따라 극적으로 대비되는 방식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크다. 구(舊)세대의 방식으로 소통하고 작업하면 신(新)세대는 거의 질식할 수준의 답답함을 느낀다.

그래서 아예 처음부터 살림을 따로 차리게 된다. 구세대의 방식이 ‘나쁘다’는 게 아니라 세대 간의 소통 및 협업 방식이 ‘다르다’는 것이다. 즉, 소통 방식의 차이가 공동체의 분화를 가져오고 이렇게 분리된 소(小)공동체들은 서로를 더 모르게 되면서 단절이 심화되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결국 기존 강자는 밀려날 것이고 원래는 작았지만 시대 환경에 맞게 적응한 새로운 강자들이 떠오를 것이다.

이런 현상은 곳곳에서 눈에 띈다. 은행, 증권, 보험 등 전통적인 금융 강자들이 카뱅, 토스 등 신흥 빅테크들의 혁신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모빌리티 분야에서도 ‘타다’의 좌절 이후 새로운 도전자들이 달리고 있다. 유통·물류의 디지털 혁신을 통해 아마존은 오프라인 세계에 융단폭격을 가했고 이에 맞서 '전통적인 강자' 월마트가 대대적인 변신을 꾀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쿠팡의 급부상에 대응해 신세계가 온-오프라인을 겸비한 하이브리드 조직으로 거듭나고 있다.

그렇다면 대의정치를 표방하는 한국의 정당들은 과연 혁신 경쟁 시대에 얼마나 적응하고 있을까?

유럽에선 이미 온라인에 기반한 신생 정당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이탈리아의 오성운동, 스페인의 포데모스와 시우다다노스, 그리스의 아고라, 호주의 플럭스 등이다. 그중 일부는 집권에 성공했거나 유력 정당으로 부상하고 있다. 한국의 양대 정당은 그에 비해 혁신의 속도가 매우 더딘 편이다.

한국 정부는 암호화폐와 관련해 보수적인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과거 “잘못된 길로 가면, 어른들이 이야기를 해줘야 한다”고 발언했다. 이 역사적인(?) 발언은 이미 NFT (Non-Fungible Token)로 박제되어 ‘1이더’에 판매됐다. 여기서 볼 수 있듯이 정치와 행정은 디지털이 만드는 세상을 뒤따라갈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1단계: 온라인 정당, 메타버스 선거운동

인간의 활동영역은 오프라인 세계에서 온라인 가상세계로 확장돼왔다. 최근에는 세계관이 무한 확장되고 다중(多重) 정체성이 활짝 피어나고 있다. 그렇다면 20세기 현실을 반영해 조직된 기성 정당들은 4차 산업혁명과 메타버스 시대에 어떻게 적응해야 할까? 필자가 보기에 기성 정당들은 서너 개의 발전 단계를 거칠 것으로 예상된다.

첫 번째 단계다. 온라인 정당의 출현이 기존 오프라인 정당의 온라인화를 자극하면서 온-오프 하이브리드 정당 형태로 수렴되어 갈 것이다. 하지만 소통 방식의 변화를 다소 촉진할 순 있어도 본질적이고 구조적인 변화를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가상세계의 경제활동이 막 생겨나고 성장하기 시작할 뿐 현실세계 활동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이 시기에는 국가운영의 새로운 원리를 받아들인 국민의 수가 많지 않고 또한 젊은 층의 인구 비중도 상대적으로 낮아 국정 담당자들은 원래 하던 방식을 선호할 것 같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미 많은 나라에서는 온라인 정당이 출현했고, 최근에는 각종 선거운동도 메타버스 안으로 확장되며 상호 융합이 시작되고 있다. 지난해 가을 미국 대선 당시 민주당의 조 바이든 후보 캠프는 ‘포트나이트’와 닌텐도 게임인 ‘동물의 숲’ 등을 활용해 자신의 공약을 설명하고 선거유세를 벌였다.지난 6월부터 대선 레이스가 시작된 우리나라에서도 여야 정당의 일부 경선후보들이 토종 메타버스인 ‘제페토’에 아바타와 선거캠프 사무실을 가동해 젊은 층의 표심을 공략하고 있다.

네이버제트가 만든 메타버스 앱 '제페토'에 등장한 차기 대선 후보의 아바타들. 왼쪽부터 이재명 경기지사, 이낙연 전 대표, 박용진 의원. (사진=각 선거 캠프)

2단계: 정치-행정 시스템의 격변 물결

두 번째 단계는 총 경제활동에서 가상세계의 비중이 현실세계의 그것과 비슷해질 무렵이다.

이때 정치-행정 분야에서 격변의 물결이 밀어닥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정확한 시점을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사회경제 환경변화를 바탕으로 추측해보면, 웬만한 제조업에서는 ‘디지털 트윈’이 구현되고, 서비스업에서도 고도화된 자동화가 진전돼 있을 것이다. 현실세계의 기존 일자리들에 사람은 거의 고용되지 않고 기계나 인공지능(AI)이 그 일을 담당하게 된다. 반면 인간의 실제 소득은 상당 부분 가상세계에서 만들어지거나, 가상세계와 현실세계가 연결되는 지점에서 새로운 소득창출의 기회를 찾아낼 수 있다.

이 시기에는 암호화폐의 자금세탁 문제나 투자 사행성 논란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법정화폐 인정’ 문제가 주된 논쟁거리가 될 것이다. 이쯤 되면 산업화 시대에 맞춰진 정치-행정 시스템은 필연적으로 본질적인 변화를 겪지 않을 수 없다. 예컨대 통화정책에서 한계 상황에 몰린 엘살바도르와 탄자니아가 암호화폐를 법정화폐로 채택한 것처럼 탈(脫)중앙화 추세가 각 분야에서 진전될 것이다.

최근 G20 재무장관 회담에서 디지털세와 글로벌 최저 법인세율 도입방안이 합의된 것처럼, 국제사회가 국경을 넘나드는 초(超)국가 조세공동체로 어렴풋이 진화하는 현상도 발견될 수 있다. 이번 G20 합의는 국경을 넘나드는 비(非)국가 권력(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부상에 대응하기 위해 ‘내국세 과세 권한’이라는 국가권력의 약화를 감수하는 또 다른 사례라고 하겠다.

이런 현상을 정치 분야도 피해 갈 수 없다. 법적·기술적으로 가상세계의 캐릭터가 현실세계에 실존하는 ‘나의 아바타'라는 것이 증명만 된다면 '내 몸'이 굳이 투표장에 가서 표를 찍을 일도 없어질 것이다. 이미 금융거래나 계약 체결처럼 재산권과 관련한 얼마나 많은 일들이 순수하게 온라인으로 처리되는지를 생각해보면 정치적 행위 또한 온라인으로 이뤄지는 게 시간문제일 것이다.

그럴 경우 직접민주주의를 확장해 대의민주주의의 한계를 빠르게 보완할 수 있다. 여기에 위·변조가 불가능한 블록체인 기술이 접목된다면 비록 전부는 아닐망정 상당한 부분에서 직접 투표와 의사 결정권의 일시 위임을 가능케 하는 ‘유동적 민주주의’ (liquid democracy) 방식이 도입될 수 있다. 즉 대의민주주의의 효용성과 정당성에 대한 문제제기와 도전이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정치권에선 직접·대의 민주주의 사이의 상생·보완 관계를 형성하도록 제도를 재설계하는 지혜를 발휘할 필요가 있다. 가령 최고 대의기관인 국회 안에 직접민주주의 요소를 반영하는 기구나 절차를 설치하는 방식으로 해법을 찾을 수 있겠다.

3단계: 국가 귀속감, 공동체 역할도 축소

이제 세 번째 단계로 넘어가 보자. 길게 봐서 인간의 총 경제활동에서 가상세계의 비중이 현실세계의 그것을 확연히 넘어서는 단계에 이르면 앞서 살펴본 세계관·정체성 변화의 누적 에너지가 한꺼번에 분출될 것이다.

경제에서부터 시작된 탈중앙화 흐름은 각국 정치에도 본격적으로 밀어닥칠 것으로 예상된다. 사람들은 현실세계(물리적 접촉)를 통해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사례보다 가상세계(온라인 접촉)에서 관계를 맺는 빈도가 잦아질 것이다. 그 대상은 꼭 사람이 아니라 AI가 될 수도 있다.

국적이나 국경의 의미도 많이 달라질 것이다. 예를 들어 2050년 무렵 대한민국 국적을 갖고 있는 30세 시민이 일주일에 20시간 일한다고 가정해보자.한국에서 살고 직장을 갖겠지만 돈을 벌어들이는 공간은 국경을 초월하는 가상세계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암호화폐가 주된 거래 수단이 될 경우 국가에 대한 귀속감이나 애국심 등은 지금과 다르게 느껴질 것이다.블록체인 기반의 탈중앙화 기술들이 각 영역에서 다양하게 실현된다면 국가·민족 등 지리적 경계나 혈연으로 구분되거나 본인 의지와는 관계없이 소속된 공동체의 역할은 크게 축소될 수밖에 없다.

그동안 중앙정부, 중앙당과 같이 집중화된 권력과 정치구조가 가능했던 이유는 각 개인의 신분증, 재산권, 화폐 등에 대한 발급 및 관리 권한을 중앙집중화된 권력이 강력하게 통제해왔기 때문이다. 앞으로 우리는 머지않아 공동체 거버넌스에 관한 여러 쟁점과 화두를 만나게 될 것이다.

그 중 하나는 공직선거법 개정 문제다. 우리나라는 이미 ‘돈은 묶고 말은 푼다’는 원칙하에 1994년 4개의 개별 선거법들을 하나로 통합해 '공직선거 및 부정선거방지법'을 제정했다. 이어 2012년 인터넷 공간의 선거운동을 상시 허용하는 취지로 법제도를 정비했다. 따라서 메타버스 공간에서 선거운동을 가로막는 특별한 규제는 눈에 띄지 않는다.현실세계의 선거운동 제약은 두텁게 두면서도, 인터넷 공간에서의 선거운동을 2012년에 전면 자유화한 것은 꽤 선제적으로 법제도를 정비해둔 성공사례라 볼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필자는 메타버스 시대에 전향적으로 추진할 만한 쟁점 사안을 몇 가지 제기하고 싶다.

(사진=셔터스톡)

미래 주역인 1020세대의 참정권 확대해야

첫째, 국회의원 선거구 문제다. 국회의원을 뽑기 위해 농경시대, 산업시대의 지리적 공동체(지역사회)를 하나로 묶는 게 앞으로도 타당할 것인가? 디지털 혁명으로 온라인과 가상세계의 비중이 높아지는 가운데 지금처럼 시·군·구 대표자 선출 방식을 유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인다.

또한 국회 전체 의석 300석 중 지역구 253석, 비례대표 47석으로 배분하는 것이 적정한지 묻고 싶다. 한 개인이 수용할 수 있는 세계관과 정체성이 끊임없이 확장되는 시대에 맞춰 비례대표를 늘리는 쪽으로 선거제도를 정비하길 바란다.

또 하나 추진할 사안이 있다. 현재 18세 선거권을 16세로, 25세 피선거권을 가령 21세로 낮추는 방향으로 선거법을 개정하는 게 필요하다. 젊은 세대의 신체적, 정신적 발달은 옛날보다 훨씬 빨라졌다. 그들이 판단해야 할 미래 관련 쟁점도 많아졌다. 그럼에도 정치권은 대통령 피선거권(만 40세)을 비롯해 선거법상 참정권 연령제한을 낮추는 데 인색하기 짝이 없다.

저출생·고령화 시대에, 예를 들면 국민연금 개혁을 하지 않고 미루는 방식으로 결과적으로 미래세대의 경제자원을 수탈하는 결정을 막기 위해서라도, 그리고 성숙된 역량을 갖춘 시민교육을 하기 위해서라도 미래세대, 즉 1020세대의 정치 참여 폭을 확대하는 게 마땅하다.

지방선거에만 후보 내는 '지역정당' 도입을 

마지막으로 소선거구제 개편과 ‘지역정당’ 도입 문제다. 보수-진보 진영은 20세기 산업사회에 맞게 설계된 정치제도 속에서 아직도 남아있는 냉전적 세계관으로는 어느 쪽이 집권하든 성공적인 국정 운영을 펼치는 게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다.

우리나라 정당법 제42조 제2항에 따르면 누구든지 하나의 정당에만 가입하도록 규정돼 있다. 두 개 이상의 정당에 중복 가입하는 것을 불허하는 것이다. 의회 내 양당 구도의 정착을 촉진하는 소선거구제를 계속 유지한다면 이 조항은 일견 타당할 수 있다.하지만 대통령중심제와 의회 다당(多黨)체제가 충돌할 경우 정치 불안정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권력구조를 변경하는 개헌을 할 경우 정치발전과 지역구도 타파를 위해서라도 더 이상 소선거구제에 집착할 이유는 없다.

그런 점에서 시민들의 다양한 정치적 견해가 역동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정당법 개정을 통해 (총선·대선이 아닌) 지방선거에만 후보를 낼 수 있는 ‘지역정당’ 제도를 도입하는 게 바람직하다. 이렇게 하면 중앙정치의 만성적인 대립구도가 지방자치, 민생문제에까지 번지지 못하도록 방화벽을 마련할 수 있다. 또한 21대 국회에서 원내 정당으로 처음 진입한 ‘기본소득당’ 같은 ‘단일의제 정당’들이 활발하게 원내 진출을 할 수 있도록 장려해야 할 것이다.


김세연 객원기자

전직 3선 의원, 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하고 2008년 총선 당시 부산 금정구에서 처음 당선돼 18, 19, 20대 국회의원으로 활약했다. 2016년 박근혜 탄핵 정국 땐 새누리당을 탈당해 유승민 전 의원과 함께 ‘바른정당’ 창당을 주도했으며 2018년 1월 자유한국당으로 복당했다. 20대 국회 후반기엔 여의도정책연구원 원장과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을 지냈다. 보수 정치인으로는 보기 드물게 기본소득, 기후변화, 기계세(로봇세) 등의 미래 어젠다에 집중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