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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삼석 칼럼] 글로벌 OTT의 한국 점령…‘K-미디어’를 지킬 네 가지 방법

by | 2021년 3월 29일 | 정책

(사진=셔터스톡)

요즘 국내 미디어와 인터넷 업계는 심각한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 넷플릭스 등 막강한 자본력과 유통망을 앞세운 글로벌 플랫폼 사업자들의 전면 공세로 국내 시장을 지키는 것도 위태로워 보인다. K팝과 K드라마, K웹툰 등 한국에서 제작한 콘텐츠가 ‘한류’라는 이름으로 전 세계로 뻗어 나가고 있지만, 그 토대가 되고 있는 국내 시장의 주도권은 오히려 글로벌 OTT(Over the Top·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기업에 빼앗기게 될 위기에 처해 있어서다.

위기의 징후는 정부의 실태조사에서 바로 드러난다. 지난 3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2020 인터넷이용실태조사’를 보면 최근 미디어와 인터넷 업계에서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OTT 이용순위에서 유튜브와 넷플릭스가 각각 전년대비 11.0%p, 9.6%p 비중이 증가하며 상위 1, 2위를 차지했다.

국산 OTT에서는 2020년 신규 추가된 웨이브를 제외하면 티빙이 유일하게 2019년 3.7%에서 2020년 3.9%로 소폭 비중이 상승했을 뿐 나머지는 하락했다.

동영상 서비스 이용률은 2019년 81.2%에서 2020년 92.7%로 11.5%p(포인트) 증가했고같은 기간 하루에 1회 이상 동영상 서비스를 이용하는 비율은 73.7%에서 75.7%로 늘어났다, 일주일 평균 이용시간도 4.5시간에서 6.0시간으로 많아졌지만 이에 따른 과실은 유튜브와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들에게만 돌아갔다.

동영상 서비스 이용 앱/사이트(1+2+3순위, 2019년 대비 2020년 응답률의 증감, %p). (출처=과학기술정보통신부)

미디어 대격변기, 규제 체계 개편이 시급

여기에 전통 미디어 사업자들은 효력을 다한 낡은 규제의 존속으로, 신생 인터넷 사업자들은 불합리한 규제 신설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경쟁력을 키워도 부족한 마당에 국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어가고, 집중적인 견제까지 받고 있다. 지금도 문제지만, 앞으로가 더 걱정된다. 규제의 존속이나 신설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그 책임은 법과 정책을 만들고 집행하는 국회와 정부의 책임이 단연 크다.

정권의 임기 마지막 해는 정책의 추진력을 확보하기가 대단히 어렵다. 그래서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보다는 성과관리 차원에서 기 추진 중인 사업들의 매듭짓기에만 집중한다. 하지만 지금 미디어와 인터넷 시장 상황은 결코 녹록하지가 않다. ‘바람 앞에 놓인 등불’ 신세라고 해도 지나친 표현이 아니다. 대격변기의 한 복판에 놓여 있다.

문재인 정부의 임기가 1년 남짓 남은 지금 지난 4년의 성과를 정리하는데만 집중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심기일전하여 현안들을 챙기고, 시대적 개혁과제의 마무리를 위해 정책의 주도권을 확실하게 행사해야 한다. 비록 현 정부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더라도 5년, 10년 뒤에 결실을 거두도록 하겠다는 각오로. 그런 차원에서 앞으로 문재인 정부가 남은 임기 동안 책임 있게 마무리해야 할 미디어와 인터넷 분야의 네 가지 현안과 해결방안을 모색해본다.

첫째,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미디어 업계 현안 가운데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문제는 공영방송을 비롯한 지상파 방송사 관련 정책이다. 지상파 방송 3사가 미디어산업을 주도하던 ‘산업화 시대’의 규제 정책이 지능정보화 시대에도 여전히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방송사 내부의 혁신동력 부재라는 원인도 있지만, 시대에 뒤떨어진 규제 정책이 국내 지상파 방송사들의 근본적 혁신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을 부정할 수 없다. ‘공영 같은 민영방송, 민영 같은 공영방송’을 만든 지금의 정책으로는 제대로 된 공적 책무의 구현도, 미디어 산업의 발전도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다.

공영방송 혹은 준공영방송과 민영방송의 공적 책무를 확실하게 차등화하고, 그에 따라 규제도 차별화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대선공약인 ‘공영방송은 공영답게, 민영방송은 민영답게’ 정책기조대로 지상파 방송사들이 역할을 수행하도록 규제 체계를 전면 개편해야 한다. 동시에 공영방송 수신료와 방송광고 등 지상파 방송사의 재원과 관련된 현안도 매듭을 지어야 한다. 이와 관련된 법률안과 정책방안이 많은 논의를 거쳐 마련되어 있는 만큼, 결정하는 일만 남았다. 현재 지상파 방송사들이 처한 위기 상황을 고려한다면, 정책결정을 다음 정부로 넘겨서는 안 된다. 그렇게 할 이유가 없다.

국가 차원의 OTT 컨트롤타워를 세워라

둘째, 넷플릭스로 대표되는 글로벌 OTT의 대약진, 그리고 국내 콘텐츠 시장 공세와 잠식에 대한 범정부 차원의 대응이다. 최근 미디어 및 콘텐츠 업계의 최대 관심사는 OTT이다. 특히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비대면 문화가 확산되면서 OTT 플랫폼 이용자나 이용시간은 말 그대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현재와 미래 미디어 지형을 결정하고, 국내와 해외에서 우리 콘텐츠 기업들의 위상을 결정하는 가장 핵심 변수 또한 OTT가 될 것이다. 한마디로 OTT는 미디어와 콘텐츠 업계의 ‘게임체인저(game changer)’이다.

현 단계에서 OTT정책 관련 주된 이슈는 공정경쟁과 이용자 보호 등 규제 측면보다는 넷플릭스나 디즈니+ 등 거대 글로벌 OTT에 대항할 수 있는 토종 OTT기업의 육성과 경쟁력 있는 오리지널 콘텐츠의 확보 같은 진흥 관련 이슈이다.

문재인 정부 초기 방송통신위원회는 OTT 부문에 대해 ‘최소규제 원칙’을 정립한 바 있다. “글로벌 OTT기업을 규제할 수 없다면 국내 OTT기업도 규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런데 시장의 요구와 달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문화체육관광부, 방송통신위원회 등 OTT 유관 부처의 최우선 관심사는 급성장하고 있는 ‘OTT를 누가 관장하느냐’ 하는 업무 소관 문제이다. 본말이 바뀌었다. 국내 OTT기업들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함께 고민하고 힘을 모아도 부족할 상황에서 경쟁적으로 전담 조직을 만들고, 포럼을 운영하면서 우군 확보 차원에서 OTT업계를 동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는 국무총리실을 조정자로 내세워 유관 부처가 참여하는 정책협의체를 구성·운영하고 있지만, 별다른 성과는 없는 것 같다.

정부 각 부처가 영역 다툼을 하는 사이 글로벌 OTT기업의 전 방위 공세에 대응하여 국내 콘텐츠 산업의 체질을 개선하고,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 흘러가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호소를 가볍게 들어서는 안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각 부처의 이해를 뛰어넘어 국가 차원의 OTT정책을 책임 있게 조정, 주도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를 명확하게 세우는 일이다. 국정 운영의 최고 책임 기관인 청와대가 직접 개입하여 난맥상을 정리해줘야 할 상황으로 보인다.

동영상 서비스 이용 앱/사이트(1+2+3 순위, %, %p). (출처=과학기술정보통신부)

‘온플법’ 등 규제 입법, 근본적 재검토 필요

셋째, 최근 인터넷 업계의 최대 현안이 되고 있는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온플법’) 제정은 인터넷 업계의 충분한 의견 수렴과 유관 부처 간 협의·조정을 거쳐 신중하게 추진해야 한다. 올해 6월로 시한을 정해 놓고 ‘속도전’ 하듯 성급하게 법 제정을 밀어붙일 일은 아니다. 공정거래위원장은 국회에 제출된 “정부안이 정부에서 마련한 단일하고 합의된 안”이라고 강변하고 있으나, 방통위 반발은 계속되고 있다.

내막을 들여다보면, 정부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방통위의 대응에 일부 미흡한 점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공정위가 주장하는 것처럼 아무런 이견없이 합의된 것도 아니다. 통상 차관회의나 국무회의에서 부처 간 이견이 있더라도 ‘조건부’로 법안을 의결하고 국회 입법과정에서 당정협의 등을 통해 최종 조율하는 경우는 흔히 있는 일이다.

온플법 제정에 대해서는 적용 대상인 인터넷 업계가 강력 반발하고 있다. 법 제정의 필요성이나 내용의 타당성에 대해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고 있다. 물론 규제 대상이 반대하는 입법을 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러나 기존 공정거래 관련 법규로도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규제가 가능한 상황에서 새롭게 특별법을 제정하는 것은 과잉 규제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특히 산업발전 측면에서 창의성과 혁신, 그리고 자율 규제를 근간으로 성장해 온 온라인 플랫폼에 대해 규제 일변도로 접근하는 것은 시장의 혁신의지를 꺾고, 정부의 혁신성장 정책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무엇보다 EU의 선행 입법례는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등 거대 글로벌 플랫폼을 규제할 목적으로 논의가 시작되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국내 플랫폼을 규제하겠다고 입법을 추진하는 공정위의 온플법과는 입법 목적부터 다르다. 따라서 공정위 주도 온플법이든, 방통위 주도 ‘온라인 플랫폼 이용자보호법’이든 규제 방법과 규제 수위 등에 대한 근본적 재검토가 필요하다. 두 법안의 입법과정은 디지털 경제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정립하는 작업으로 충분한 사회적 논의가 전제되어야 한다. ‘규제 마인드’로 무장된 정부가 독주해서 될 일이 아니다.

영속적인 미디어 정책 어젠다를 설정해야

마지막으로 앞서 지적한 현안들을 포함하여 현 정부에서 매듭지을 것은 매듭을 짓되, 다음 정부로 넘겨서 해야 할 일은 지금부터 정책 어젠다로 잘 정리해 놓자. 이를 위해 중장기 미디어 및 정보통신 정책방안 마련을 위한 사회적 논의기구 구성을 진지하게 검토해 보자. 정부·여당이 미디어 혁신방안 논의를 위해 여러 차례 약속했던 미디어혁신위원회(가칭) 구성·운영이 대표적인 예이다. 지금도 시민단체와 언론노조는 약속 이행을 강력하게 요청하고 있다. 여기에 과거 참여정부 시절 사회적 논의기구로 운영했던 방송통신융합추진위원회처럼 인터넷을 비롯한 정보통신 현안도 포함시켜 함께 논의하자.

여당의 정권 재창출이든, 여야로 정권이 교체되든 국정 운영은 중단 없이 계속되어 왔다. 제2의 건국, 나라 바로 세우기, 적폐 청산 등등 새로운 정권이 출범하면 국민적 요구에 부응하고, 시대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 차원의 비전과 과제를 새롭게 정립하고, 국정을 운영해 왔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정권의 재창출 혹은 교체와 상관없이 국정은 전 정권의 성과와 미완의 과제를 토대로 운영된다. 국정운영의 영속성이다.

지금 미디어 및 인터넷 업계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여러 가지 현안은 정부 주도, 특히 특정 부처 중심으로 논의하고 해법을 마련할 수 있는 차원을 넘어섰다. 5G,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과 서비스를 경제·사회 전 분야에 접목시키는 지능정보화혁명은 초연결과 초융합을 특징으로 한다. 디지털과 아날로그, 현실과 가상,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하고 융합한다. 산업 간 장벽도, 시장의 경계와 국경도 뛰어넘는다.

그런데 유독 정부 부처 간 장벽은 시간이 갈수록 낮아지는 것이 아니라 높아진다. 자기 영역을 지키고 확장하고자 하는 욕구는 사람이든 조직이든 본능에 가깝다. 미디어와 정보통신 분야의 미래 비전과 정책 어젠다를 논의할 사회적 논의기구를 출범시키자는 주장은 이런 한계를 극복하자는 것이다.

미디어와 정보통신 분야는 우리나라가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시장을 선도하는 국가라는 자부심을 갖기에 충분하다. 그런데 지금 그 위상이 위협을 받고 있다. 국내 시장은 거대 글로벌 플랫폼 기업들의 전방위 공세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OTT의 경우 국내 시장을 발판으로 글로벌 한류 시장을 장악하겠다는 포석으로 보인다. 지금은 국내 콘텐츠 기업들과 상생 협력하고 있지만, 글로벌 OTT기업에 대한 제작 자본과 유통망 의존도가 심화된다면 조만간 이들에게 종속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국내 미디어와 인터넷 기업의 분발과 함께 문재인 정부 정책 당국의 각별한 인식 전환과 책임 있는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

현재 국내 미디어와 정보통신 분야의 상황을 보면, 정책의 혼란상을 그대로 방치하다가는 시장 선도국이라는 자부심을 지키기 어렵다. 유시유종(有始有終), 논어에 나오는 사자성어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다, 혹은 시작했으면 끝맺음을 잘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유시유종의 의미를 되새기면서 현 정부에서 마무리해야 할 일과 다음 세대를 위해 토대를 튼튼하게 쌓고, 새로운 길을 닦아야 하는 일에 소홀함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고삼석 동국대 석좌교수

미디어·ICT 정책전문가.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세 대통령을 국회와 청와대·행정부에서 직접 보좌했다.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과 신문방송학과에서 겸임교수로 재직했으며 최근까지 5년 5개월 동안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으로 활동했다. 저서로는 <5G 초연결사회, 완전히 새로운 미래가 온다>, <디지털 미디어 디바이드>, <스마트 모바일 환경에서의 참여격차와 정책적 대응방안>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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