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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연 객원기자 칼럼] ‘인간-기계의 공존시대’가 시작됐다(上)…내가 기본소득을 말하는 이유

by | 2020년 10월 28일 | 기획 · 연재, 정책


<피렌체의 식탁> 객원기자인 김세연 전 의원(미래통합당, 3선)이 기본소득을 둘러싼 성찰을 담은 글을 보내왔다. ‘개혁 보수’ 성향의 김 전 의원은 그동안 글로벌 기계세(로봇세) 도입방안을 비롯한 미래
어젠다를 고민해왔다. 기본소득 문제는 다가올 2022년 대선에서 이념과 정당을 뛰어넘어 최대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 전 의원은 이 글에서 4차 산업혁명으로 양자 컴퓨터와 인공지능(AI) 같은 ‘기계 지능’이 ‘인간 지능’을 뛰어넘는 시대가 머지않았다고 진단한다. 그럴 경우 경제 및 산업구조 전반에 엄청난 지각변동을 일으킬 것이고 노동-소득의 연결고리가 끊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거대 빙하가 녹아 내리듯 사람 일자리가 붕괴하는 현상을 목격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김 의원은 ‘인간-기계의 공존시대’라는 주제로 두 편의 글을 준비했다. 상편에서는 ‘진단’, 하편에서는 ‘처방’을 중심으로 기본소득의 구상을 밝힌다. 코로나19를 비롯한 신종 감염병과 기후변화 위기, 거기에 더해 ‘기계 지능’의 내습은 인류문명을 향해 적절한 해법을 묻고 있다. 다가올 위험을 회피할 수는 없지만 그것의 충격을 최소화할 방안을 모색해야 할 때다. [편집자]

#인공지능, 지식노동을 대체하기 시작
  ‘슈퍼AI’에 대한 냉정한 현실인식 필요
#70년 전 이미 ‘기계 시대’에 공포 느껴
  인간과 기계의 경주, 승패 알 수 없어
#인류를 위한 착한 AI 만들기부터
  스티븐 호킹 박사의 ‘인류 종말론’ 
  일론 머스크는 인간의 자기도취 경고 
#안일한 낙관주의, 무모한 저항은 금물
  인간-기계가 상생하는 설계도 그려야

주위를 둘러보자. ‘코로나’가 부른 ‘언택트’ 세상이 왔다.
서비스 매장에서 알바생이 아닌 무인 키오스크(kiosk)가 주문을 받고, 영화관에서도 바코드 인식기가 티켓을 확인하고, 배달음식이건 쇼핑물품이건 택배기사와 얼굴을 마주할 일도 점점 없어지고 있다. 차를 가만히 세워두는 주차장에서건 쌩쌩 달리는 고속도로에서건 사람 없이 기계가 요금을 정산한 지도 이미 꽤 시간이 흘렀다. 몇 년 새 학교에서도, 직장에서도, 이미 우리의 삶은 너무 많이 바뀌었다.

인공지능, 지식노동을 대체하다

증기기관을 시작으로 인간의 육체노동을 기계가 대체해온 지는 벌써 200년을 넘어가고 있고, 이제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식노동을 급속히 대체하기 시작했다. ‘대체’라고 하지만 초기에는 기술 완성도의 한계와 인간의 심리적 거부감을 감안하여 인간의 작업을 ‘보조’하는 것에서 시작하지만 점차 ‘대체’하는 비중이 올라갈 것이다.

‘IP소프트’사에서 개발한 대화형 인공지능(AI) ‘아멜리아’는 300페이지의 매뉴얼을 30초 만에 숙지하고 20개 언어로, 동시에 수천 통의 고객 문의 전화를 응대할 수 있다고 한다. 향후 음성 응대 서비스가 필요한 곳에는 어디든 투입되어 단순한 챗봇이 아니라 ‘디지털 직원’의 역할을 맡길 계획이라고 한다. 그렇게 되면 어렵지 않게 수만 명, 수십만 명의 일자리를 대체할 수 있게 될 텐데, 앞으로 이런 능력을 가질 AI가 어찌 아멜리아 단 하나 뿐이겠는가.

이런 기술 격변기에는 ‘내 일자리는 좀 더 버틸 수 있겠지’ 하는 안일한 낙관주의도, ‘AI의 인간 일자리 탈취를 지금부터 규제해야 한다’고 하는 무모한 저항의식도 금물일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냉철한 현실 인식이다. 인간이 하고 있는 ‘단순하고 반복적인’ 일은 기계에 의해 쉽고 빠르게 우선적으로 대체될 것이고, ‘복잡하면서 반복적인’ 일도 오래지 않아 대체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심지어 단순하지도 않고 반복적이지도 않은 일조차도 창의성과 감성까지 겸비한 다음 세대의 ‘슈퍼 AI’가 등장해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이것이 현실화되면 인간은 정말 먹고 살기 어려운 지경에 처하게 될 것이다.

‘생각하는 기계’에 대한 오래된 공포

‘생각하는 기계’의 등장에 대한 인류의 이런 공포감은 우리 세대에서 처음 경험하는 것은 아니다. 200여 년 전 영국 노팅엄에서 인간의 일자리와 소득을 빼앗아간 기계에 대한 분노로 인해 처음 일어난 러다이트 운동은 육체노동의 주체가 바뀌면서 일어난 현상이었던 데 반해, 인간의 지식노동을 대체할 주체인 인공지능에 관한 본격적인 우려는 이미 70여 년 전에 시작되었다.
우리가 온라인상의 가상세계를 언급할 때 흔히 사용하는 ‘사이버’라는 표현은 인공두뇌학을 일컫는 ‘사이버네틱스’의 줄임말이다. 이 사이버네틱스 학문 분야의 창시자인 천재과학자 노버트 위너는 1949년에 이미 컴퓨터와 로봇과 자동화의 미래에 관한 글을 뉴욕타임스에 기고했다. 무려 71년 전이다.
(※기고는 1949년에 했지만, 당시 편집장과의 갈등으로 원고가 사장되어 있다가 뒤늦게 MIT 서고에서 발굴되어 막상 신문에 게재된 것은 2013년이었다.)


시대를 뛰어넘은 이 선각자는 “기계 시대(The Machine Age)”라는 제목의 글에서 당시 개념이 생소했던 전산 컴퓨터를 대중에게 이해시키기 위해 ‘전산화된 주판’의 비유를 들기도 하고, <알라딘>의 ‘지니’가 스스로 병 속으로 다시 들어가지 않으려 할 것이라는 또 다른 비유와 전망도 하며, 예언과 같은 이런 문장으로 끝을 맺는다.

“우리가 만들어낸 이 새로운 가능성을 경외하는 것도, 통제하는 것도 오직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우리가 겸허하면 기계의 도움으로 번영할 수 있을 것이고, 우리가 오만하면 종말을 맞게 될 것이다.”
(In short, it is only a humanity which is capable of awe, which will also be capable of controlling the new potentials which we are opening for ourselves. We can be humble and live a good life with the aid of the machines, or we can be arrogant and die.)

결과를 알 수 없는 인간과 기계의 경주

1961년에 방영된 <생각하는 기계>라는 제목의 미국 CBS 다큐멘터리에서는 당대 최고 과학자들조차 짧게는 5년, 길게는 10~15년 내로 인간을 능가하는 ‘생각하는 기계’가 출현할 수 있다고 우려하였다. (다행히 1965~1975년 사이에 인간을 능가하는 ‘생각하는 기계’가 나오지는 않았다.)
1964년에 린든 존슨 당시 대통령에게 보고된 ‘삼중혁명 임시위원회(Ad Hoc Committee on the Triple Revolution)’의 보고서에는 “인간의 도움을 거의 받지 않고도 시스템화된 기계들이 무한한 양의 생산을 할 수 있는 상태가 도래한다”는 표현이 등장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는 인간이 기계와의 경주에서 따라 잡히지 않고 비교적 잘 버텨왔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다르게 보면, 현생인류 조상의 직립보행이 시작된 700만 년 전부터 현생인류가 출현한 20만 년 전까지 자연 속 진화를 통해서 오늘날 우리 인류가 갖고 있는 뇌를 만들어내기까지 걸린 시간과, 1946년에 최초의 전산기 ‘애니악’(※세계 최초의 진공관 컴퓨터)이 가동된 이후 컴퓨터의 처리속도나 저장용량이 증가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함께 놓고 비교해보면 ‘앞으로 기계 두뇌가 인간 두뇌를 결코 따라잡지 못할 것’이라고는 어느 누구도 장담하기 어려울 것이다.
과학기술의 급격한 발달로 ‘특이점’이 올 것을 예고한 레이 커즈웨일의 계산에 따르면, 현재 쥐의 뇌 수준에 도달한 컴퓨터 용량이 2020년대 어느 시점에는 인간의 수준에, 2045년에는 단 한 대의 컴퓨터 용량이 인류 전체의 두뇌 용량의 총합을 넘어설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한다.


착한 AI냐, 인류의 종말이냐 

게다가 트랜지스터 및 커패시터 기반의 2진법 디지털 전자 컴퓨터만 놓고 봐도 상황은 분명하다. ‘무어의 법칙’에 따라 데이터의 처리용량의 복리(複利) 효과가 만들어낼 변화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운 와중에, 현존 2진법 컴퓨팅과는 동작 원리나 처리 속도가 근본적으로 다른 ‘양자컴퓨팅’이 본격적으로 보급되면 AI의 능력 향상으로 현실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날 것인지는 우리 상상력의 한계를 완전히 벗어나게 될 것이다.

작고한 스티븐 호킹 박사처럼 인공지능이 ‘인류의 종말’을 가져올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에서부터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의 비교적 낙관적인 전망에 이르기까지 인공지능의 미래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그 전문가들 중에서도 아주 흥미로운 인물은 일론 머스크이다. 마치 20세기 초에 자동차를 대중화시킨 헨리 포드처럼, 한 세기 후의 머스크는 ‘테슬라’를 통해서 전기차를 대중화시키고 있다. 올해 3월 누적 판매대수 100만 대를 이미 돌파한 테슬라는 단순한 전기차가 아니라 소프트웨어만 업그레이드하면 조만간 자율주행차로 진화할 것이다. 이것도 모자라 추후 초음속 플라잉카(UAM)도 만들 것이라고 한다. 20세기에 전기전자 공업을 태동시킨 에디슨이 했던 것처럼 21세기의 머스크는 태양광발전 및 배터리 산업의 고도화를 통한 에너지 혁명에도 기여하려고 한다.

여기에 100만명의 사람을 화성으로 이주시키고 본인도 화성에서 생을 마감하겠다며 진행하는 ‘스페이스 X’, 시속 1500㎞로 달릴 초고속 진공튜브 수송수단인 ‘하이퍼루프’가 있다. 또한 인공지능이 인간지능을 넘어설 상황에 대한 선제적 대비로서 인간의 뇌와 컴퓨터를 직접 연결시켜 기계의 인간 지배 상황 도래에 대한 자구책 마련을 전체 프로젝트의 주요 목표의 하나로 삼는 ‘뉴럴 링크’, 여기에 인류의 멸종을 초래할 수도 있는 나쁜 AI가 출현할 경우에 대비해 인류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착한 AI를 미리 개발, 보급하는 것을 목표로 만들어진 ‘오픈 AI’에 이르기까지, 인류 최고의 혁신가였던 레오나르도 다 빈치도 혀를 내두를 정도의 동시다발적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학술대회장에서의 논문 발표가 아니라 산업현장에서 구상을 현실화시키고 있는 머스크가 한 이야기라서, 우리가 더 이상 무시하고 넘기기도 어렵다. 지난 7월, 어느 인터뷰에서 그는 “매우 스마트한 사람들의 문제는 자신들이 너무나 스마트하기 때문에 컴퓨터가 결코 자신들만큼 똑똑해질 수 없을 것이라고 자기도취에 빠져 오판하고 있는 것”이라며, “앞으로 5년 내에 인공지능의 종합적 능력이 인간을 넘어설 것”이라고 예고했다. 우리 모두가 충분히 고민해봐야 할 대목이다.
인공지능의 급격한 발전으로 인해 당장 5년 후에 인류가 곧바로 멸종 위기에 처하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인공지능이 핵무기보다 위험하다’는 머스크의 경고는 적어도 우리가 지금보다 더욱 불안정해진 세상에서 살아갈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인간과 기계의 ‘상생 설계도’ 그려내야

우리나라의 전문가들은 대체로 공학에 가까울수록 기계가 인류 생존에 위협이 될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으로 보거나 매우 장기적인 이슈로 보는 반면, 인문학에 가까울수록 위협을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아마도 현재 인공지능을 코딩 수준에서 직접 다루는 입장에서는 아직 단편적이어서 종합적 판단 능력이 부족한 기계가 그 단계에 오지 않았다고 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좀 더 통시적이고 거시적인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충분히 다른 결론이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아무런 대비 없는 상태로 기계 지능이 인간 지능을 능가해버리는 상황을 맞이하는 것보다는 인류 생존이 위협받을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그 가능성에 미리미리 대비해두는 것이 현명한 처사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우리가 맞이한 현재의 상황과 향후의 전개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진단을 내릴 수 있겠다.

▲증기기관, 내연기관, 전기, 라디오, 컴퓨터, 인터넷 등을 잇는 차세대 GPT (General Purpose Technology)인 인공지능으로 인해 경제 및 산업구조 전반에 대규모 지각변동이 올 것이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일자리 부족 문제는 일시적이고 예외적인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이고 보편적인 문제임을 곧 깨달을 것이다. 머지 않아 실업이 예외적 상태가 아니라 일반적 상태가 될 수 있다.

▲노동을 제공한 대가로 임금을 받아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의 수가 점점 줄어들 것이다. 즉, 노동과 소득의 연결고리가 거의 끊어질 가능성이 있다.

▲육체노동이든 지식노동이든 단순하고 반복적인 직무에서는 기계노동이 인간노동을 빠르게 대체할 것이다. 복잡하고 가변적인 직무에서는 한동안 기계노동이 인간노동을 보완할 것이다.

▲인공지능이 궁극적으로 인간의 지능을 넘어설지, 그럴 경우 그 시점은 언제가 될 지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인류의 존속을 위해서는 지금부터 그러한 상황에 미리 대비하고 있어야 한다.

우리가 위와 같은 다섯 가지 진단에 합의할 수 있다면 그에 합당한 처방을 내릴 마음의 준비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제는 인간이 기계와 공존하고 상생하는 세상의 설계도를 그려내야 할 때이다. 신중하게 접근하고 현명하게 설계하지 않으면 작게는 우리의 사회경제적 안정, 크게는 인류의 물리적 생존이 위태로워질 수도 있음을 기억하면서.


김세연 객원기자

전직 3선 의원, 1972년 출생.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2008년 총선 당시 부산 금정구에서 처음 당선돼 18~20대 국회의원으로 활약했다. 2016년 박근혜 탄핵 정국 땐 새누리당을 탈당해 유승민 전 의원과 함께 ‘바른정당’ 창당을 주도했으며 2018년 1월 자유한국당으로 복당했다. 20대 국회 후반기엔 당내 싱크탱크인 여의도정책연구원 원장과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을 지냈다. 4.15 총선을 앞두고 지난해 11월 불출마 선언을 했다. 보수 정치인으로는 보기 드물게 기본소득, 기후변화, 기계세(로봇세) 등의 미래 어젠다에 집중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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