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 붕괴후 러시아에는 구소련 시절의 강대국을 그리워하는 풍조가 나타났다. 푸틴은 석유와 가스 등 에너지+ 자원을 팔아 현금을 쥐게 되자 그러한 대중의 정서를 자신의 권력기반 강화에 활용하기 시작했다. 푸티니즘(Putinism)은 '유럽과 다른 러시아’, 사회주의 대신 ‘정교의 믿음에 충실한 러시아’, 중간규모 강국이 아닌 ‘제국으로서 러시아’를 핵심 가치로 하고 있다. 여기에 알렉산드르 두긴 같은 일군의 ‘심장지대(heartland) 지정학자’들이 공세적 이론을 제공했다....
[김진경의 오래된 유럽] 선진국의 ‘백신 국수주의’ 중국·인도·러시아는 웃는다
여럿이 모여 사냥을 떠난다. 사슴을 잡을 수도, 토끼를 잡을 수도 있다. 사슴을 잡으려면 협력이 필수다. 모두가 각자의 위치를 잘 지켜야 하고, 한 명이라도 맡은 길목을 벗어날 경우 사슴 사냥은 실패한다. 반면 토끼는 혼자서도 잡을 수 있다. 사슴 고기의 양이 훨씬 많기 때문에 함께 사슴을 사냥하는 게 이익이다. 하지만 눈앞에 토끼가 지나가면 얘기가 달라진다. 망설임 없이 토끼를 쫓아간다. 자기 때문에 동료들이 사슴을 놓친다는 사실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당장의 이익이 더...
[차현진 칼럼] 기재부, ‘재정준칙’보다 ‘경직성 경비 통제’에 집중하라
가수 나훈아는 ‘테스 형’을 오해했다. 소크라테스는 “너 자신을 알라”는 말을 그냥 툭 내뱉고 가지 않았다. 그 말은 긴 사색의 결론이요, 그는 그것을 제자들에게 평생을 바쳐 가르쳤다. 소크라테스는 시간과 장소에 상관없는 절대적 가치가 있다고 믿었다. 반면 프로타고라스는 “인간은 만물의 척도”라면서 절대 선(善)을 부정했다. 모든 것이 상대적이고 주관적이라고 믿었다.소크라테스와 프로타고라스의 대립은 서양철학의 뿌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상대주의와 절대주의는 거의 모든...
[김진경의 ‘오래된 유럽’] 스위스 국민투표, 시민사회의 ‘공포’를 비추다
스위스는 지구상에서 직접민주주의 시스템이 가장 잘 작동하는 나라로 손꼽힌다. 인구 850만의 강소국이지만 세계 최고 수준의 풍광이나 경제력보다 ‘국민투표’라는 독특한 정치시스템을 자랑할 정도다. 스위스는 4개의 공용 언어(이탈리아어, 프랑스어, 독일어, 로망슈어)에다 26개 칸톤(州)으로 구성된 연방 국가다. 그러다 보니 국가적 합의를 이루는 게 중요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전자투표는 비용이나 시간에서 그리 어려운 방식이 아니다. 한국도 장차 헌법 개정 등을 통해 폭넓게...
[최수정 칼럼] 유럽은 왜 反화웨이 전선에 섰나: 5G 패권전쟁과 LG유플의 선택
미중 격돌이 전방위로 확산되는 가운데 5G 패권다툼이 뜨거워지고 있다. 핵심은 중국 화웨이(華爲)의 5G 통신장비 도입을 둘러싼 것이다. 미국을 필두로 유럽 주요국들도 반(反) 화웨이 전선에 가세했다. 2018년 12월 캐나다 당국은 미국의 요청에 따라 화웨이 부회장 멍완저우(孟晩舟, 화웨이 창업주의 딸)을 체포했다. 당시 적용된 혐의는 대(對)이란 제재 위반과 금융사기. 그러나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미국은 이후 중국의 ICT 기업과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여...
[차현진 칼럼] 한은도 부동산시장, 녹색금융을 고민해야 할 때다
천재들은 적어도 한 세대를 앞서 간다. 아티스트 백남준이 1960년대에 일찍이 ‘비디오 아트’라는 새로운 예술세계를 연 것이 그 예다. 보통사람들은 20년 뒤에야 그를 이해하고 좇아갈 수 있었다.과학도 마찬가지다. 1959년 천재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 교수가 황당한 아이디어를 내놓았을 때 그것을 이해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는 물질의 기본단위인 원자 속으로 들어가 원자핵과 전자 사이의 넓은 공간을 활용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상식에서 어긋났기 때문에 귀담아 듣는 사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