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단은 지난 여름의 폭우였다. 천형 같던 장마가 끝날 즈음 책방 천장에서 물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방 3개, 거실 1개 구조의 복도식 20평형대 아파트에서 복도에 접한 방 중 하나를 책방으로 써왔다. 관리사무소에 알리니 외벽이 갈라져 물이 샌 것 같다고 했다. 도배를 새로 하려면 일부 책들은 들어내야 할 판이었다. ‘이 참에 책장을 싹 갈아버릴까.’ 애 밴 것처럼 더부룩하게 내려앉은 천장 도배지 아래서 상념에 잠겼다. 책방의 4면 중에 가장 길쭉한 면에 이중 슬라이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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