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은 2차대전 이후 외교와 국방에서 성인국가의 길을 대체로 회피해왔다. 나치의 악몽 때문이다. EU나 NATO에서 군비확충을 요구해도 모르쇠로 일관했다. 독일의 역사적 과오는 독일 국민이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일본과 대비되는 부분이다) 경제와 문화 분야에서나 유럽 선도국가의 길을 걷던 독일이 이번 사민당 중심의 연정 수립에서는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타결된 연정 협상안에는 덩치에 비교하면 미흡하지만 ‘세계적 책임’이 주요 항목으로 명기돼 있다. 탄소 중립이나 이민...
[위민복 칼럼] 미국은 왜 독일 새 정부 구성에 감놔라 배놔라 할까
독일의 연립정권 협상이 한창인 가운데 미국의 대표적 경제학자인 조셉 스티글리츠와 애덤 투즈가 공동 명의 칼럼을 통해 ‘아무개는 안된다’고 독일 신문에 기고했다. 이를테면, 내년 출범할 한국의 새 정부를 두고 미국 유수의 경제학자들이 한겨레나 조선일보에 아무개는 경제 부총리 시키면 안된다고 기고를 하는 셈이다. 매우 이례적인 이번 ‘사건’은 대서양 동맹 간의 긴밀함을 보여주기보다 하나로 엮여 돌아가는 세계경제 현실을 웅변하는 사건이다. 독일 탐구가인 위민복 필자의 해설과 해당...
[고한석 칼럼] 직선제 왜곡하는 ‘관료당’과 ‘국무총리제’ 대안을 묻는다면?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헌법 개정과 권력구조 개편이 다시 한 번 쟁점화될 전망이다. 1987년 민주화항쟁 당시 핵심 구호는 "직선제"였고 이후 7명의 대통령이 탄생했다. 하지만 역대 정권은 초기에 파죽지세로 개혁을 추진하다 집권 후반기엔 관료들에게 끌려가는 양상을 보여왔다. 유권자 다수의 선택을 받은 정당과 대통령도 정작 레임덕과 '관료'들의 저항에 부딪히면 국정운영 동력을 잃곤 한다. 고한석 필자는 집권정당이 책임정치를 강화하려면 철학을 같이 하는 관료들의 정치참여를...
[2030세대가 바라는 세상④] “개인들이 존중받는 직소 퍼즐, 레고 블록 같은 나라 됐으면”
피아니스트 손열음(34세)은 한국이 자랑하는 세계적인 연주자다. <피렌체의 식탁>은 기획인터뷰 ‘2030세대가 바라는 세상’의 네 번째 인터뷰이(interviewee)로 그를 만났다. 강원도 원주 출신인 손열음 피아니스트는 2018년부터 평창대관령음악제의 예술감독으로 활동하며 국내 팬들을 정기적으로 만나왔다. 올 연말에 코로나19로 인해 유럽 공연 일정들이 취소되자 대관령음악제 '강원의 사계, 겨울'(23일 오후 7시, 손열음의 溫 에어, 유튜브 중계)에 참석하기...
[차현진 칼럼] 미중 격돌은 자원전쟁으로 번질까? “희토류 vs. 헬륨”
지난달 하순 미국이 휴스턴 주재 중국총영사관을 폐쇄하던 날, 우리 증시에서는 희토류 관련 업체들의 주가가 급등했다. 장차 미중 충돌이 본격화되면 중국이 미국에 대한 희토류 공급을 제한할 것이고, 그럴 경우 희토류 국제가격이 폭등할 것이라는 시나리오 때문이었다.그런 예측의 바탕에는 두 가지 근거가 있다. 하나는 중국이 전 세계 희토류 생산대국이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중국이 과거에 희토류를 무기로 삼아 다른 나라에 압박을 가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에선 '희토류...
[이범 칼럼] ‘입시 철폐+국립대 통합’은 사립대의 ‘맹렬한 진화’를 부를 것
한국 교육을 둘러싼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김누리 중앙대 교수(독어독문학과)가 독일 대학을 준거 삼아 한국 교육을 비판한 데 이어 최성수 연세대 교수(사회학과), 김종영 경희대 교수(사회학과)의 찬반 의견이 한겨레신문에 칼럼 형식으로 실렸다. 김누리 교수는 “[세상읽기] 대한민국 새 100년, 새로운 교육”(6월 8일)이란 글에서 대학 입시 폐지, 대학 서열 폐지, 대학 등록금 폐지, 특권학교 폐지를 주장했다. 이에 대해 최성수 교수는 “(독일에서) 무경쟁 교육과 입시는...
[김강기명 칼럼] 코로나19, 전면감시사회, 유럽중심주의에 관한 어떤 논쟁
필자는 최근 <피렌체의 식탁>으로부터 코로나19 위기와 유럽 사회에 대한 또 하나의 칼럼을 청탁받고 관련 기사들을 정리할 겸 페이스북에 공유해왔다. 보통은 따로 코멘트를 달지 않기 때문에 마치 자료실처럼 기사가 쌓이고 있었는데 5월 초에 공유한 칼럼 'How Germany Is A COVID Failure' 에 뒤늦게 인류학 전공자인 독일인 친구 M이 상당히 분개한 어조로 댓글을 달았다. 원 기사는 스리랑카의 언론인 Indi Samarajiva가 영어로 쓴...
[차현진 칼럼] 기후변화 위기, 금융통화정책으로 ‘녹색금융’을 지원할 때
기후변화 위기는 21세기 인류가 봉착한 가장 심각한 난제 중 하나로 손꼽힌다. 미국의 석학인 제레미 리프킨은 “인류가 15년 안에 변화하지 않으면 80년 안에 환경적 재앙을 맞이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올해 세계경제포럼(WEF), 다보스포럼 2020에서도 기후변화 위기는 큰 이슈였다. 주목할 대목은 기후변화 위기와 관련해 정부·기업은 물론 중앙은행과 금융 분야가 적극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국에선 그동안 환경 문제와 관련해 이벤트 정책이 많았다. 이명박 정부 시절에...
[박상현의 ‘리더의 말과 글’] 툰베리의 트위터 사용법
2019년 한해 스웨덴 십대 그레타 툰베리는 세계인들의 관심을 기후위기로 돌리게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툰베리가 “기후변화를 위한 학교 파업”을 주장하며 1인시위를 펼치면서 스웨덴 사람들의 관심을 모은 것이 2018년이었다면, 2019년은 그의 활동 무대가 전세계로 확장된 해였다. 특히 지난 여름, 미국 뉴욕에서 열린 UN 기후정상회담을 비롯한 각종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대서양을 건너면서 평소 비행기 여행의 문제를 지적하던 자신의 소신을 지키기 위해 태양광 발전판이...
[차현진 칼럼] 부동자금 1200조, ‘돈맥경화’ 해소하려면 은행이 나서라
세계 경제는 요즘 돈이 넘쳐흐르는 ‘유동성 과잉 시대’를 겪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경기를 살리기 위해 살포했던 뭉칫돈이 국경을 넘나들며 금융시장과 실물경제를 휘젓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부동자금이 국채 시장으로 몰려 시장금리가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하지만 기업 투자 마인드는 살아나지 않는다. ‘미래 불확실성’이라는 유령 앞에서 느끼는 두려움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더욱 심각하다. 1200조 원으로 추정되는 부동자금이 채권, 해외자산, 부동산 등으로 옮겨 다니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