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시대든 평탄한 시기는 없었습니다. 2억5천만 인구가 4억으로 늘어난 청나라의 강희-옹정-건륭의 치세 1백 30년, 근대 중국의 태평성대로 얘기됩니다만 그 기간에도 반란, 대홍수, 외부와의 교전은 2백회가 넘습니다.
빅토리아 여왕의 19세기는 영국이 가장 번영하고 안정되었던 시기라고 기억하지만 갈등과 대립은 오히려 더 셌습니다. 일부 귀족들은 증기기관차를 거부했고, 노예제는 극성을 부렸습니다. 평민 남자와 여성 유권자의 참정권은 미뤄졌고, 자유무역 반대론자도 많았습니다.
태평성대는 사전 속에 존재합니다. 모든 시대는 모든 갈등을 안고 살았습니다. 오히려 성장기, 발전기, 융성기일수록 새로운 것을 학습하고, 낡은 허물을 벗으면서 성장통, 발전통은 더 심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저희는 지금의 한국을 대전환기로, 우리는 과거보다 더 큰 유동성과 순간순간의 난관에 직면해 있다고 규정합니다. 세 가지 이유입니다.
첫째, 최후의 냉전 지역, 70년 동토의 한반도에 새로운 기운이 밀려오고 있습니다. 미국 대통령과 북한 위원장이 만나기는 70년 만입니다. 지정학적 토대가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지나가는 신의 옷자락을 붙잡고 늘어지는 자세로 이 기운, 신기류를 우리의 유익으로 고체화시켜야 합니다. Lead or Follow? <피렌체의 식탁>은 이 질문에서 Lead하려는 분을 독자로 모시려 합니다.
둘째, 한국이 성장했습니다. 한반도에 사람이 살기 시작한 이래 오늘의 한국이 이뤄낸 성취의 양(量)과 질(質)은 최상위권입니다. GRDP의 성장으로 시작해 여야간 세차례 수평적 정권교체라는 아시아 최고의 민주주의를 이뤄냈습니다. 제조업, 서비스업에 이어 문화와 예술에서도 세계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세계가 하나의 학교라면 1960년대 전체 200명 학생 중 180등 하던 한국이 어느사이 상위권 10%안에 드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이러다 보니 작고 초라할 때에는 눈여겨 보지 않아도 될 장애물들이 ‘크고 빨라진 대한민국호’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칩니다.
셋째, 세상이 더 빠르게 달라지고 있습니다. 세계화 정도가 날로 높아지고 과학기술은 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19세기말 교통-통신 분야에서 시작된 세계화의 흐름은 20세기 중반부터 금융업 제조업같은 산업, 의식주의 소비와 취향같은 모든 분야의 세계화로 그 폭이 날로 두터워지고 있습니다. 미중간의 무역 전쟁은 물론 저 멀리 어느 작은 나라 지방은행의 부도 위기도 무시할 수 없는 오늘입니다.
인터넷과 개인용 컴퓨터의 발명에서 시작된 IT 혁명은 모바일과 동영상, 사회적 연결망의 시대를 지나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인공지능과 제4차 산업혁명으로 날로 확대, 심화되고 있습니다. 특히 바이오 분야의 혁신은 장차 미증유의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것입니다.
한마디로 한반도는 안정적 적대관계에서 불안정한 평화국면으로 이동하고, 한국은 동북아시아 체스판의 한낱 졸(卒)에서 마(馬)나 상(象)으로 승격되었습니다. 그리고 한국을 포함한 세계는 모든 분야의 동조화(同調化) 현상에 직면해 있으며, 과학기술의 가속적 발전 또한 한국인과 세계인의 미래를 바꿔놓을 것입니다.
올해는 연대기적으로 대한민국 임시정부 1백년, 정부수립 70년입니다. 이 시기에 새로운 개념의 대안 미디어 <피렌체의 식탁>을 선보입니다.
지나간 시대를 무시하지 않습니다. 다가오는 시대를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오늘이라는 당대에서 최적, 최선의 방도를 찾고자 합니다. (Zeitgeist)
<피렌체의 식탁>은 산업화, 민주화에 이어 한국이 도달할 다음 경지로 문명화(civilized)를 지향합니다.
문명화는 합리적(reasonable)이고 상식적(common-sensical)이며, 상호 존경과 상대에 대한 수긍이 자리잡은 상태를 말합니다. 커다란 혁신적 사고와 작은 개선적 실행이 공존하는 사회입니다. 문명화된 국가에서는 지도자가 민심의 팔로어, 심부름꾼이라는 자각을 확실히 갖고 있습니다. 반면 시민은 납세자로서의 관찰력, 주권자로서의 분별력이 분명합니다.
문명국가는 외교와 국방에 있어 의존적이지 않습니다. 100%는 아니지만 주체적입니다. 문명국가는 구성원의 복지와 환경, 행복과 자아실현을 위해 전보다 노력하는 국가입니다. 문명국가는 1%가 아닌 구성원 전체를 귀하게 여깁니다.
저희는 <피렌체의 식탁>을 시작하면서 국가, 국민만큼 사회와 시민을 존중합니다. 더 나아가 세계 여러 언어권 중 하나로서 한국어권을 바라봅니다. 북한 인구는 보건-의료-위생과 식생활을 개선하면 곧 4천만을 돌파할 것입니다. 해외거주 한국어 사용자 1천만을 감안하면 1억 한국어권입니다. 번영하고 발전하는 1억 한국어권의 개념은 최소한 21세기 중반부의 몇십년 동안 동북아시아를 추동하는 주요 요소로 등장할 것입니다. 저희는 이를 상정하고 발언하려 합니다.
<피렌체의 식탁>은 커다란 혁신과 작은 개선을 동시에 추구하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거대 담론과 궁극의 솔루션을 세상에 가장 먼저 알리는 데에도 목적이 있지만 작은 개선의 아이디어, 오늘과 내일 당장 유용한 어젠더, 눈앞의 난관을 돌파할 대안에도 깊은 관심을 기울이겠습니다. 향상(向上)은 담대(膽大)하기만 해서는 안된다는게 현대사 100년의 교훈입니다. 때로, 아니 상당한 경우에 심소(心小)가 필요합니다.
이 논의의 석상에 리더를 모셔 의견을 나누는게 저희의 할 일입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모바일과 페이퍼로 리더 여러분과 만나겠습니다. 리더가 왜 중요하냐면, 영국이 19세기의 번영을 만든 데에는 증기기관차 시승에 나선 빅토리아 여왕과 노예제 폐지 집회에 가서 연설한 앨버트 대공, 보호관세 폐지와 참정권 확대에 앞장선 여야 정당의 리더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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