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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수 강연] “아파트 공동체라면, 애 이름 불러줄 사람이 10명 넘어야 되겠죠”

by | 2020년 9월 2일 | 정책


<피렌체의 식탁>은 창간 2주년을 맞아  ‘가족의 재구성 2040’을 주제로 최근 온라인 방식의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앞으로 20년 후 가족·가정의 형태는 어떻게 변화할지, 우리 사회가 어떤 대책을 마련해야 할지 짚어보자는 취지에서다. 이 행사에선 모두 6명의 연사가 발표했다.

<피렌체의 식탁>은 장혜영 정의당 의원, 야콥 할그렌 주한 스웨덴 대사에 이어 세 번째로 양동수 더함 대표의 강연을 지상 중계한다.
양동수 대표는 경기도 남양주에 ‘위스테이’라는 아파트형 마을공동체를 만들어 느슨한 연대의 커뮤니티 활동을 전개해왔다. 강연 주제는 ‘새로운 사회적 안전망, 가족에서 커뮤니티로’였다. 양 대표는 아파트가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곳’이 돼야 한다고 역설한다. 또한 “느슨한 공동체, 재미있는 아파트”가 되려면 결국 입주민들의 소통과 참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편집자]

#한국 사회통합수준, OECD ‘꼴찌’
  가족 해체로 사회적 안전망 취약
#집을 ‘사는 것’ 아닌 ‘사는 곳’으로
  협동조합 방식의 커뮤니티 실험
#서로 도움 주고받는 느슨한 공동체
  육아 친화형 마을 만드는데 주력
#주민이 직접 관리하며 갑질 방지
  내부 일자리로 경제적 도움 가능
  고립이 아닌 연립 기반의 안전망

안녕하세요. 사회혁신기업 더함의 양동수 대표입니다. 더함은 아파트라는 주거 공간을 협동조합 방식으로 새롭게 조성하고 마을공동체를 만드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요즘 정말 다양한 사회 문제가 있는데요. 저희는 사회적 안전망이 빠르게 무너지고 있는 부분들을 중요하게 생각해왔습니다. 그런 관점에서 아파트 공간을 개발·조성하는 방식을 좀 더 새롭게 바꿔보고 그 공간을 기반으로 커뮤니티를 만들어 나간다면, 새로운 사회적 안전망을 넓혀 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었고요.

‘위스테이’란 브랜드는 저희 더함이 기획한 것입니다. 집 문제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많은 사람들과 함께 사는 것, 사는 곳에 대한 의미와 가치를 회복해보자는 의미에서 시작하게 됐습니다. 다시 말해 집을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곳’으로 만들자는 그런 목표를 갖고 있습니다.

#협동조합 조합원, 커뮤니티 구성원

사실 위스테이는 민간임대 아파트입니다. 그렇지만 공공 부문이 지원하고 사회적 기업이 건설·운영 과정에서 전반적인 책임을 지게 됩니다. 그리고 입주자들은 협동조합 조합원으로서 운영에 참여하는 구조이죠. 이런 방식으로 하게 되면 무엇이 가능할까요?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저렴한 임대료로 안정적인 거주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임차인들은 협동조합을 통해 아파트 전체의 지분을 나눠 가지면서 커뮤니티 운영주체로서 참여할 수 있죠. 아파트 입주민들은 서로 취미를 나누고 삶의 문제들을 함께 해결해 나가는 마을공동체를 만들 기반을 갖게 되는 겁니다. 백문불여일견이라고 하는데요. 지난 6월에 첫 입주를 시작한 위스테이 별내 단지의 커뮤니티 시설을 소개하는 짧은 영상을 먼저 보여 드리겠습니다.

어떻게 보셨나요? 아마 보통 일반 아파트보다 커뮤니티 공간이나 시설들이 굉장히 좋다는 것을 아실 수 있을 텐데요. 이것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운영되는지에 대해선 잠시 후 설명 드리겠습니다.

여러분에게 집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저희가 지난 5월에 일부 잔여 세대가 생겨서 추가 모집을 진행했습니다. 정책당국의 요청으로 선착순 모집을 하는 바람에 많은 분들이 며칠 전부터 줄을 서고 밤을 새며 기다리셨습니다.

아내 우울증 때문에 입주 원하기도

그 중 한 분이 사흘 전부터 줄을 서고 계셔서 저희가 한번 물어봤습니다. 도대체 이렇게까지 고생하면서 이 아파트에 들어오시고 싶은 이유가 뭐냐고요. 이 분이 얘기하시길, 아내 분의 우울증이 좀 심하다고 하셨습니다. 이런저런 고민을 많이 해오던 차에 ‘위스테이’라는 아파트가 공동체 아파트를 지향하고, 이 안에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있고 함께 함께 어울려 산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합니다. 지금 사는 곳도 좋지만 자기 아내 분을 위해 꼭 입주하고 싶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얘기를 듣던 저희 직원들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 합니다. 우리가 지금 아파트를 공급하는 일을 하고 있지만, 이게 단순히 거주공간을 제공하는데 그치는 게 아니라 안전한 삶터와 공동체를 만드는 일이구나, 그리고 공동체와 커뮤니티란 게 누군가에게 든든한 사회적 안전망의 역할을 하는구나, 그런 생각을 하게 됐다는 겁니다. 아울러 우리가 사는 이 시대에는 혈연 중심의 가족을 넘어 좀 더 포용성이 높은 다양한 커뮤니티가 필요하다는 사실도 같이 깨닫게 되었습니다.

여러분도 잘 아시는 바와 같이 우리 인간은 역사적으로 보면, 늘 공동체에 속해 왔고 공동체의 보호 하에 살아왔죠. 특히 농경사회에서는 커다란 친족사회에 속해 있었습니다. 혈연·지연 공동체 안에 속해 있었던 거죠. 그런데 사회학자들 얘기로는, 서구의 경우에 근대화, 산업화가 진행됨에 따라 점차 가족·집단 의존도가 낮아지고 개인화도 같이 진행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독특하게도 한국의 경우 근대화 과정에서 가족 제도나 가족 이데올로기가 훨씬 더 강화된 측면이 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어찌 보면 한국은 압축적인 근대화가 필요했고 그런 가운데 가족주의 강화가 수반됐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아마 이런 이유 때문일 겁니다. 우리 사회가 한국전쟁 이후에 보편적인 사회복지제도가 굉장히 열악했고 사실상 부재했습니다. 반면에 서구 사회는 근대화 과정을 수백 년에 걸쳐 진행했기 때문에 사회복지시스템도 차근차근 마련할 수 있었죠.

가족의 해체, 사회적 안전망의 약화

한국 사회는 50년도 채 안 되는 기간에 압축 성장을 진행하면서, 경제적 가치와 성장과 효율성을 중심으로 발전해왔습니다. 그런 가운데 우리가 잃어버린 부분들은 개인의 삶의 질이나 사회적 가치들이었습니다. 1970~80년대만 해도 사회복지제도 같은 것들이 충분히 마련되지 못했습니다. 예컨대 의료보험제도가 처음 도입됐을 때도 크고 좋은 기업에 다니는 일부 직장인들만 그 혜택을 받을 수 있었고 대부분 사람들은 그럴 수 없었죠.

그러다 보니까 그 시기에는 나를 돌봐줄 수 있는 유일한 안전망이 가족밖에 없었습니다. 육아 책임도, 교육 책임도, 고령자 돌봄의 책임도 다 가족에게 속해 있었던 거죠. 자연스럽게 가계소득을 책임지는 남성 가장들의 파워가 더 세질 수밖에 없었던 구조입니다. 대부분의 여성들이 형제, 배우자, 가족을 위해 희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라고 생각됩니다.

한국에선 남성 가장의 생계부양모델이 IMF 외환위기 이후 붕괴된 적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지난 20년 동안 고용소득 중심의 모델은 여전히 유효했습니다. 최근 들어 모든 산업 분야에서 자동화, 디지털화가 진행돼 왔는데, 올해에는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쳐 고용소득 중심의 생계 모델도 결국 위기에 봉착하고 있습니다. 고용 자체 위기는 과거에도 수없이 얘기돼왔지만 코로나19를 계기로 더욱 빠르게 현실로 다가오게 된 거죠.

한국 사회통합수준은 OECD ‘꼴찌’

이제는 생계 기반이 됐던 가족이 더 이상 과거의 역할과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가족의 해체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물론 인구 구성 변화나 세대 구성 변화가 한몫을 한 부분도 있겠죠. 결론적으로 사적 영역에서 사회안전망 역할을 했던 가족 제도가 빠르게 붕괴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OECD에서는 사회통합수준을 조사하는데 이런 설문 문항이 있습니다. ‘당신이 곤경에 처했을 때 도움을 청하거나 의지할 가족과 친구가 있나요?’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여러분이 아래 지표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한국은 OECD 국가 중에서 꼴찌이고, 그 점수 자체가 다른 나라보다 훨씬 더 낮습니다. 이상하죠? 한국은 가족 이데올로기가 굉장히 강한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가족이란 사회적 안전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새삼 느낄 수 있습니다.


이쯤에서 우리는 이런 질문을 해볼 수 있습니다. 가족에 대해 지나치게 의존하게 만드는 이 구조가 오히려 가족을 해체시키고 공동체를 무너뜨리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가족이 더 이상 사회적 안전망 역할을 할 수 없다면, 도대체 우리는 그 대안을 어디에서 찾아야 될까요?

“느슨한 공동체, 재미있는 아파트”

앞서 동영상으로 보여드린 협동조합 아파트는 주거 공동체가, 주거 커뮤니티가 새로운 형태의 사회적 안전망이 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하나의 실험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위스테이 별내’는 캐치 프레이즈가 이런 겁니다. “느슨한 공동체, 재미있는 아파트”입니다. 여기서 느슨한 공동체를 조금 더 정의해 보겠습니다. 흔히 공동체라고 말할 때 우리는 뭔가 똘똘 뭉치는 그런 공동체를 떠올립니다. 그게 아닙니다. 뭔가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엄숙하고 진지해야 된다는 그런 얘기도 아닙니다.

좀 더 가감 없이 말씀드린다면, 우리가 함께 사는 방식을 약간만 바꾸면, 그런 삶을 통해 구성원들이 비용과 시간과 노동을 줄일 수 있고, 정서적·물질적인 만족과 효용을 얻을 수 있는 그런 공동체를 얘기하는 겁니다. 대단한 사랑, 희생, 정을 나눈다는 게 아니라, 누군가 도움이 필요할 때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그런 느슨한 관계, 그게 지금 시대에 맞는 공동체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물론 이게 쉽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우리가 이미 물들어 있는 여러 가지 시대흐름이 있습니다. 물질만능주의가 팽배해 있고, 부동산을 자산가치, 투자가치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습니다.

저희는 이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조금 더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여기에 들어오는 입주민들이 입주 전부터 커뮤니티 활동을 할 수 있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 그리고 공동체 경험이 있는 사람들을 먼저 모집해 그들이 새로운 사람들을 교육하되 이런 방식으로 계속 경험을 전수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런 고민들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려면 아파트 입주 전에 활동할 공간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입주자들이 사전에 자연스럽게 모이고 교류할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서 모델하우스를 을지로 명동에 만들었습니다. 여기에서 커뮤니티 활동이 시작되었고 지금은 커뮤니티 하우스 ‘마실’이라는 공간으로 발전됐는데요. 입주자들을 위한 공간뿐만 아니라 시민 복합문화 공간으로도 활용하고 있습니다.

운동·책 관련 시설 수요가 가장 높아

저희는 아파트 입주에 앞서 설문조사를 통해 공동체 시설 수요를 조사해봤습니다. 우리 동네에 어떤 커뮤니티 시설이 있으면 좋겠는지 직접 물었습니다. 이 표를 보시면 운동시설, 책 관련 시설 같은 것들이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어린이집이나 유아방, 또는 공용 부엌이나 카페 이런 부분에 대한 수요도 무척 많았습니다. 이런 요구를 다 감당하기 위해 저희는 법적으로 요구되는 면적보다 2.5배 정도 더 넓은 커뮤니티 공간을 확보했습니다.

저는 앞으로 새로운 주택을 공급할 때, 그리고 민간 아파트를 만들 때 건설업체들이 사적인 공간을 극대화하고 공용 공간을 최소화하는 관행에서 좀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보다는 좀 더 공용 공간과 커뮤니티 활동을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을 더 많이 만드는 게 오히려 그곳 주민들이 거주비용을 줄이고 아이들이 안전하게 자라날 환경을 만들어주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가 얼마든지 의지를 갖고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닐까 싶거든요.

저희가 신경을 썼던 부분은 또 있습니다. 아파트 내부의 의사결정구조를 법 규정에 정해진 대로 단순하게 맞춘 게 아니라 입주자들이 함께 참여해서 주도적으로 의사 결정을 하는 구조로 만들었죠. 수많은 입주자들이 무려 9개월 동안 46번의 모임을 거쳐 아파트 단지를 어떻게 설계하고 운영할지 논의했습니다. 그 결과 커뮤니티 공간 디자인이라는 관점에서 일종의 커뮤니티 디자인을 하게 됐습니다.

그 내용을 구체적으로 소개해 드리자면, 동네 체육관이나 동네 창작소, 동네 카페, 동네 책방, 동네 빨래방, 이런 것들입니다. 그냥 시설이 좋고 퀄리티(quality)가 높은 걸 추구한 게 아니라 입주민들이 함께 비품, 시설을 선정하고 운영 구조를 논의했기 때문에 주민들의 애착과 이해가 확실히 달라졌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입주를 본격화했지만 커뮤니티 활동들이 훨씬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이유일 겁니다.

육아 친화형 마을을 만드는데 주력

저희는 또한 육아 친화형 마을을 염두에 두었습니다. 특정 주체나 공간이 돌봄을 전담하는 게 아니라 마을 전체의 돌봄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구조를 설계했죠. 이와 관련해 몇몇 공공기관에서 우리와 함께 참여해서 정책적인 실험도 다양하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아파트 안에서 당연히 생길 수 있는 갈등도 갈등조정위원회를 거쳐 해결해 나갑니다. 특히 아파트에서 많이 발생하는 갑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민들이 직접 관리소장이나 경비원, 미화원을 맡게 되는데 각각 동네지기나 동네 보안관, 동네벼리라고 칭하면서 갑을 구조를 바꿔보려고 노력했습니다.

저희는 공동체 아파트를 지향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내부 일자리들이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일자리가 감소하는 이 시대에, 커뮤니티에 기반한 일자리들은 우리 삶을 지켜줄 수 있다고 봅니다. 누군가 일자리를 잃었을 때 커뮤니티 안에서 다양한 형태의 세컨드 찬스를 얻는 사회적 안전망 역할도 할 수 있을 겁니다. 동네 카페 안에서도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이 이루어집니다. 처음에는 입주 문의나 상담 같은 게 많았지만 요즘엔 정말 많은 활동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집니다.

갑질 문화를 바꾸는 구조도 실험

저는 이런 방식과 구조가 어느 아파트 한 곳에서만 이루어진다면 좋은 방향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이것을 앵커(anchor)로 삼아서 주변 지역에서 커뮤니티 활동이 함께 이루어질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 그리고 오프라인, 온라인 커뮤니티가 복합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플랫폼을 만들어주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시범사업들이 위스테이 별내에서 지금 진행되고 있습니다.

제가 앞에서 OECD 사회통합수준을 얘기하는 설문조사를 말씀드렸잖아요. 저희 위스테이 주민들에게 그 질문을 해보면 어떨 것 같습니까? 내가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친구나 가족이 설령 없다 하더라도 커뮤니티 활동의 이웃이나 협동조합이 자기를 도와줄 수 있는 그런 사람으로 꼽히지 않겠습니까?

위스테이 공동체는 각자 할 수 있는 만큼 참여하고, 각자 원할 때 도움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충분히 느슨한 공동체를 이루는 게 가능할 겁니다. 최근에 어떤 입주자가 이런 얘기를 하셨어요. 왜 공동체 아파트에 참여하고 싶었냐 하면, 우리 아이의 이름을 불러주는 이웃이 열 명 이상 되는 곳에서 살고 싶다고 하시더군요. 저는 이게 우리가 지향하는 느슨한 공동체, 사회적 안전망의 또 다른 개념이라고 생각합니다.


고립 아닌 연립을 기반으로 안전망 정비

어떻게 보면 이 안에서는 육아를 함께 하는 세대뿐 아니라 싱글 세대나 어르신들이 다른 집 아이들 이름을 불러줄 사람이 열 명 이상 된다고 하면 얼마나 이 아이에게, 이 가족에게 든든하고 안전한 사회적 안전망이 되겠습니까? 한국 사회는 요즘 양극화, 소득불균형이라든지, 고용 위기라든지 이런 난제 속에서 가족이나 커뮤니티도 지금까지와 다른 방식으로 이해하고 접근해야 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저는 개인과 공동체가 이분법적으로 대립한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북유럽의 경우 개인주의를 기반으로 해서 새로운 가족 문화, 새로운 공동체 문화를 잘 구현해내고 있습니다. 그처럼 한국에서도 가족이 더 이상 사회적 안전망 역할을 다할 수 없는 만큼 새로운 안전망으로서의 커뮤니티들을 조금 더 촘촘하게 만들고 메우는 노력을 해야 되지 않을까요? 우리 스스로도 그런 느슨한 연대 속에서 더 독립적으로 활동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실 그 독립이란 고립이 아니라 연립에 기반하는 것입니다. 여기에 계신 여러분께서 우리 사회의 새로운 안전망으로서 커뮤니티들을 촘촘하게 채우는 역할에, 그 흐름에 동참하기를 바라면서 제 발표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Q&A

#질문1
위스테이 커뮤니티에서는 코로나19 때문에 공적 돌봄이 어려운 상황에서 그 공백을 어떻게 메워 주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위스테이 별내는 지난 6월부터 입주를 시작했는데, 코로나19 상황이 조금 좋아지는 시기가 잠깐 있었잖아요. 그 사이에 여러 가지 커뮤니티 프로그램들을 준비하고 시작했습니다. 현재 상황에서는 좀 규모가 있는 프로그램을 전부 다 취소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시대에는 외부 접촉을 최대한 줄이고 내부에서 조금 더 폐쇄적으로 활동들을 할 수밖에 없거든요. 주민들 스스로 방역 관련 수칙들을 만들어 체육시설이나 동네 카페 등을 운영해 나가는 부분들은 되게 고무적입니다.

#질문2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에 의한 공동체를 말씀해주셨는데 우려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공동체란 것을 너무 이상적으로만 보는 것이 아닐까요? 공동체란 게 결국 느슨한 연대에 의한 가족이라면 개인주의가 심화될수록 공동체를 유지하기가 어려워지지 않을까요?

제가 발표에서 말씀드렸지만, 아파트 주민들이 공동체적으로 당연히 뭉쳐야 된다는 게 아닙니다. 저렴한 임대료로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상황에서 이분들이 커뮤니티를 통해 모였거든요. 정서적으로 누릴 수 있는 안정감도 굉장히 중요한 부분입니다. 또 경제적 만족을 얼마나 많이 느끼느냐에 따라 주민 참여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봅니다. 인간의 이기적인 욕망들을 조금 더 인정하는 측면에서 공동체 구조를 재설계해야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질문3
‘우리 아이의 이름을 불러주는 이웃이 열 명 이상 되는 곳에 살고 싶다’는 부분에서 우리 사회의 공동체에 대한 크나큰 고민이 보입니다. 커뮤니티 내에 갈등조정위원회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위원회 운영의 어려움은 없는지, 그리고 자치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궁금합니다.

▲갈등조정위원회라는 것도 주민들이 먼저 낸 아이디어였는데, 아파트 갈등관리프로그램이라는 게 있습니다. 30명 정도 조합원들이 입주 전에 30시간 과정을 마쳤습니다. 그 다음 과정으로 전문가 자격증을 따신 분들도 10명 정도 계시죠. 그렇다고 수당을 받는 것도 아닌데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계시죠. 사실 아파트 공동생활 속에서는 다양한 문제들이 발생합니다. 예컨대 흡연 문제, 주차 문제, 층간소음 문제, 이런 게 많아서 저희들도 시작했던 겁니다. 이것들을 법이나 규정으로 해결하려는 게 아니라 가해자, 피해자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서로 윈윈 할 수 있는 갈등 해결 구조를 만들려는 게 핵심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정리=한은지 기자


양동수 대표

사회적혁신기업 ‘더함’ 대표.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를 지냈다. 2009년부터 난민·이주민·장애인·탈북자 등을 지원하는 공익 인권변호사 활동을 해왔다. 사회적 경제의 지속가능 발전을 고민하다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사업계획(‘뉴스테이’)에 협동조합 방식을 결합한 사업 모델을 찾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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