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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현진 칼럼] 미중 격돌은 자원전쟁으로 번질까? “희토류 vs. 헬륨”

by | 2020년 8월 27일 | 국제, 정책

지난달 하순 미국이 휴스턴 주재 중국총영사관을 폐쇄하던 날, 우리 증시에서는 희토류 관련 업체들의 주가가 급등했다. 장차 미중 충돌이 본격화되면 중국이 미국에 대한 희토류 공급을 제한할 것이고, 그럴 경우 희토류 국제가격이 폭등할 것이라는 시나리오 때문이었다.
그런 예측의 바탕에는 두 가지 근거가 있다. 하나는 중국이 전 세계 희토류 생산대국이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중국이 과거에 희토류를 무기로 삼아 다른 나라에 압박을 가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에선 ‘희토류 무기화’에 대비해 국내 생산을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반면 희토류를 자급자족할 경우 경제성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환경파괴를 유발할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편집자]  

#첨단 제품·무기에 들어가는 희토류
  중국, 전 세계 채굴량의 절반 차지
  희토류 소비 1위 미국에 공격카드?
#미국, 헬륨 독점으로 독일 공격
  중국, 美 헬륨서 독립 추구하지만
  자체 생산력 아직 턱없이 모자라
#15세기 교황청, 희토류 독점 실패
  희토류 무기화는 ‘공포 마케팅’
  국내생산보다 공급망 확보가 우선

희토류(rare earth)는 스마트폰과 전기차 배터리는 물론, 미사일·전투기 등을 만드는데 꼭 필요한 17가지 화학원소들을 통틀어 일컫는 말이다. 희토류는 생산국 또는 수출국이 일부 국가로 제한돼 있다. 미국은 희토류 소비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지만, 대부분의 물량을 외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압도적 공급 국가다. 지난해 전 세계 채굴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매장량의 3분의 1을 갖고 있다.

중국은 국제분쟁이 있을 때 희토류를 무기로 활용하곤 했다. 예컨대 지난 2010년 중일 간에 센카쿠열도(尖閣列島, 중국명 댜오위다오) 영유권을 둘러싸고 격돌했을 당시, 중국은 희토류 수출금지 카드로 일본의 양보를 받아냈다. 희토류 수출금지는 중국이 언제든 꺼내 쓸 수 있는 공격수단 중 하나다. 그래서 미중 무역전쟁이 극도로 악화되면, 언젠가 미국에도 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이다.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되면 과연 중국은 과연 희토류를 무기화할 수 있을까? 글로벌 제조업 공급망은 그로 인해 타격을 받게 될 것인가?
이런 우려를 뒷받침하듯 러시아는 2030년까지 희토류 세계시장 점유율을 10%로 올린다는 목표아래 국내 생산을 확대하고 있다. 광업이 국내총생산(GDP)의 9%를 차지하는 호주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인다.

그래서인지 국내에서도 광산업계를 중심으로 희토류의 탐사·생산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희토류 채굴이 대표적인 공해유발산업으로 치부되고 있는데다 경제성 측면에서 독자 개발보다 수입선을 다변화하는 게 더 낫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미국의 헬륨 독점, 독일 비행선 사업 좌초

제1차 세계대전은 인류 역사에서 군인과 민간인에 관계없이 무차별 살상이 벌어진 최초의 전쟁이다. 그 시작은 1914년 8월 벨기에 상공에서 독일이 비행선을 이용해 밤중에 민간인 주거지역으로 폭탄을 투척한 데 있다. 비행선은 속도가 느리고 폭발 가능성도 높은 반면, 폭탄을 많이 싣고 하늘 높이 올라가면 지상의 대포알도 피할 수 있었다.

1차 대전이 끝난 후엔 바야흐로 항공산업 시대가 열렸다. 어느 나라가 먼저 대서양 횡단비행을 상업적으로 성공시키느냐가 경쟁 대상이었다. 독일의 경쟁력은 비행선이었다. 군사용 비행선을 조금만 개조하면, 많은 사람을 태울 수 있는 민간 수송장비가 되기 때문이다. 다만, 비행선에 주입하는 수소를 다른 물질로 대체하는 것이 필요했다.

때마침 수소처럼 가볍지만 훨씬 안전한 헬륨이 생산되기 시작했다. 헬륨은 우주의 24%나 차지할 정도로 풍부한 원소지만, 20세기 초까지 지구에는 없다고 알려졌었다. 이름이 헬륨(helium)인 것도 19세기 말 태양운동을 관측하다가 발견된 이 물질이 태양(Helius)에만 있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천연가스에 상당량의 헬륨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 알려졌고, 미국에서 그것을 추출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독일은 비행선을 설계·제작하면서 헬륨을 미국에서 수입할 작정이었다. 하지만 미국은 수출을 거부했다. 미국의 비행기가 독일의 비행선에 비해 경쟁력이 뒤지는 것을 알고서 1927년 헬륨의 수출을 전면 금지한 것이다.

결국 독일은 최초로 대륙을 횡단하는 민간 비행선 힌덴부르크 호에 과거처럼 수소를 주입했다. 그러다 대형 사고가 터졌다. 비행 2년차인 1937년 5월 6일 미국 뉴저지 주의 비행장에 착륙하는 도중 정전기로 인해 수소에 불이 붙었다. 97명의 승객 중 36명이 사망했다.

힌덴부르크 호 폭발사건 뒤 전 세계는 비행선의 위험성을 확실하게 깨달았다. 아무도 비행선에 탑승하려고 하지 않았다. 결국 비행선(airship)이 아니라 비행기(airplane)의 시대가 열렸다.
라이트 형제의 비행기에서 시작한 미국의 항공업은 우주항공시대의 절대강자로 부상했다. 헬륨 공급의 독점력이 후방산업의 구조에까지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이다.

교황청-메디치가문, 백반 카르텔 실패

15세기에 백반은 가장 중요한 희토류였다. 철, 소금 다음으로 중요했다. 백반의 정식 명칭은 황산알루미늄(aluminum sulfate)인데, 옷감을 물들일 때 필요한 촉매제다. 유럽 대륙에서 흑사병이 물러나고 인구가 늘어나면서 섬유산업은 어느 나라에서나 기간산업으로 부상했다. 그런데 섬유에 색깔을 입히려면 반드시 백반을 써야 했다. 그런 점에서 15세기의 백반은 20세기의 헬륨, 21세기의 반도체와 비슷하다.

하지만 기독교 국가에서 백반 생산량은 미미했다. 이탈리아 북서쪽의 이스키아(Ischia) 섬에서 소량 생산되었지만 품질이 조악했다. 대부분의 백반은 에게 해 동쪽, 이즈미르 만(Gulf of Izmir)에서 수입되었다. 일찍이 이탈리아 제노바 상인들이 그 지역의 백반 광산을 개발했는데, 그곳은 투르크가 점령하고 있는 이슬람 세계였다. 제노바 상인들은 백반을 반출할 때 투르크에게 엄청난 세금을 바쳤고, 투르크는 그 돈을 동로마제국의 콘스탄티노플을 공격하는 데 썼다.

그런데 반전의 기회가 찾아왔다. 1460년 로마 북동쪽 톨파(Tolfa)라는 지역에서 양질의 백반 광맥이 발견된 것이다. 매장량도 어마어마했다. 교황청은 크게 기뻐하면서 그 지역을 교회 재산으로 선포했다. 그때 메디치 가문이 교황(바오로 2세)에게 접근해 사업권을 넘겨달라고 제안했다. 메디치 가문은 엄청난 대가를 치르고 독점판매계약을 맺었다.(1466년)

교황청이 백반의 생산량과 가격을 정하고 메디치 가문이 유통망을 장악한 이상, 백반사업은 땅 짚고 헤엄치기였다. 하지만 교황청과 메디치 가문의 카르텔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제노바 상인들이 자신들의 기득권, 즉 ‘투르크 백반’의 채굴·수입권을 그냥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들은 교황청의 힘이 미치지 않는 북유럽의 브레헤 항을 통해 투르크 백반을 반입한 뒤 싼 가격으로 대륙 전체에 뿌렸다. 이에 교황청은 투르크 백반 수입업자들을 파문하는 것으로 응징했다. 이슬람과의 종교전쟁에서 이적행위를 한다는 이유였다. 그러자 군주와 상인들이 교황에게 집단으로 저항했다. 그 반격에 교황청이 주춤하는 사이에 백반 공급은 크게 늘어나고 국제시세는 폭락했다.

결국 교황청과 메디치 가문 사이에 맺어진 15세기의 백반 카르텔은 참담한 실패로 끝났다. 종교적 파문의 위협도 경제적 이익 앞에서는 통하지 않았다. 헬륨과 달리 백반은 공급자(수출국)가 하나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희토류 무기화는 ‘공포 마케팅’의 일종

공급자가 소수로 한정된 시장을 과점시장(oligopoly)이라고 한다. 과점시장에서는 공급자들이 카르텔을 맺고 공급량, 가격을 통제해 이익을 극대화하려 한다. 하지만 그런 카르텔은 오래 가지 않는다. 석유를 포함한 모든 원자재 수출국들의 카르텔은 한때 결속력을 자랑하다가 흐지부지 끝나고 말았다.


결론적으로 과점시장에서는 특정 국가나 카르텔이 공급량과 가격을 오랫동안 마음대로 주무를 수 없다. 17가지나 되는 희토류를 한 나라가 완전히 독점하지 않는 이상, ‘희토류의 무기화’는 상상에 불과하다. ‘식량의 무기화’와 마찬가지로 현실화되기는 어렵다. 가격이 올라가면 누군가는 공급을 늘리고, 경제적 이익 앞에서는 카르텔과 수출금지령이 무력해진다.

다시 헬륨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헬륨은 다른 물질과 일절 반응하지 않는, 매우 안정적인 원소다. 반도체 등 초정밀 전자부품들을 만들 때 헬륨 가스가 아닌 다른 기체에 노출되면, 화학반응이 일어나 순도가 떨어진다. ‘반도체 굴기’를 꿈 꾸는 중국으로선 안정적인 헬륨 공급망이 필요하다. 독일이 1차 대전 이후 항공산업 경쟁 과정에서 당했던 사례도 생생하다. 
그래서 중국은 7월 21일 서부에 있는 닝샤(寧夏) 회족(回族)자치구 옌츠 현(縣)의 천연가스 생산단지에서 헬륨공장을 가동했다. 중국이 쓰는 헬륨을 미국에 100% 의존하는 게 불안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 헬륨공장의 생산능력은 연간 20톤 정도에 불과해 연간 소비량 4300톤에 비해 턱없이 모자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헬륨 독립을 추구한다. 한 마디로 미국의 공급 독점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그로 인해 이익을 보는 것은 중국이 아니다. 헬륨을 수입하는 다른 나라들이다. 헬륨 생산의 독점이 깨지는 순간 미국은 공급량과 가격을 좌지우지할 수 없다.

그러나 모든 나라가 중국처럼 대응하는 것은 어리석다. 특정 희토류의 대체재와 수입대체선이 존재하는데도 굳이 자급자족(autarky)을 추구하는 것은 사회적 후생을 크게 낮춘다. 희토류 생산은 자연환경도 크게 훼손한다.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미국도 희토류 수출국이었으나 환경보호에 눈을 뜬 이후 수입국으로 전환했다. 최근엔 베트남, 남아공 등이 희토류 가격상승에 자극받아 생산량을 늘리고 있다. ‘그린 뉴딜’을 추구하는 우리나라가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결론은 이것이다. 소위 ‘자원전쟁’ 또는 ‘희토류의 무기화’는 1990년대부터 간헐적으로 반복되어온, 전형적인 공포 마케팅으로 볼 수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희토류의 가격이 크게 오르더라도 필요한 만큼 제때 수입할 수 있는 공급망을 다각도로 확보해 놓는 것이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희토류 무기화’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국내 채굴 문제가 다시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관계 부처와 민간 기업·연구소들은 희토류 개발의 시급성과 기회비용을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 희토류의 국내생산을 무작정 서두르는 게 최선은 아니다.


차현진 필자

금융전문가. 서울대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유펜) 와튼스쿨에서 공부했다. 대통령비서실, 미주개발은행(IDB)과 한국은행 워싱턴사무소장, 기획협력국장, 금융결제국장, 부산본부장을 거쳤다. 저서로는 <애고니스트의 중앙은행론>, <숫자 없는 경제학>, <금융오디세이>, <중앙은행 별곡>, <법으로 본 한국은행>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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