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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두 객원기자 칼럼] 예산안 졸속 처리는 누구 책임? 국회보다 기재부 몫이 더 크다

by | 2020년 7월 29일 | 정책, 정치


제20대 국회에서 정무위원장으로 활약한 민병두 전 의원(3선)은 언론인 출신이다. 국회를 떠난 후 <피렌체의 식탁> 객원기자로서 첫 번째 칼럼을 보내왔다. 국회-행정부-기재부 사이에서 예산안을 놓고 벌어지는 파워게임과 제도개선 방향을 주제로 한 것이다.

<피렌체의 식탁>은 최근 박지웅 변호사의 “기재부 혁파의 길 Ⅲ: 예산실이 쥔 ‘기게스의 반지’” (https://firenzedt.com/?p=8318)를 게재했다.
민 전 의원은 이 글을 읽고서 자신의 생각과 경험을 정리해 페이스북에 올렸고, <피렌체의 식탁>은 이것을 칼럼 형식으로 써 달라고 요청했다.

매년 12월 정기국회가 끝날 무렵 여야는 각종 예산과 법안 처리를 놓고 치열한 다툼을 벌인다. 예산안 처리 후엔 뒷말도 무성하다. 여야 예결위원과 실세 의원들의 지역구 예산 나눠먹기, 이른바 ‘쪽지 예산’ 관행 때문이다.
쪽지 예산이란, 보통 A4 용지에 ▲사업을 주관하는 정부 부처 ▲사업명 ▲예산액 등을 전달해 지역구나 관심사업의 예산을 따내는 행위를 가리킨다. 쪽지 예산 규모는 연 5000억 원을 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지역구 의원들이 의정활동 성과를 자랑하는 단골 메뉴 중 하나다. 올해도 정기국회를 앞둔 8~9월쯤 ‘예산 전쟁’은 본격화될 것이다.
민병두 전 의원은 이 칼럼에서 몇 가지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첫째, 예산 삭감은 국회 몫이지만 증액은 행정부, 즉 기재부의 몫이라고 말한다. 그만큼 기재부의 발언권이 세다는 얘기다. 둘째, 국회 예산안 심의 시간이 너무 짧다는 거다. 그래서 예결위를 한시적인 특위(特委)가 아니라 상설위원회로 바꿔야 한다고 제안한다. 셋째, 기재부 예산실을 독립 부서(예컨대 ‘기획예산처’)로 만들되 예결위 감독을 받는 방안을 검토하자는 거다. 이럴 경우 개헌을 통해 정부조직구도를 바꿀 필요가 있다. [편집자]

# 500조 예산 중 1% 감액은 불가능
  예산증액 땐 기재부 동의 받아야
  모든 길은 예산실장, 기재부장관으로
#국회 예산안 심의 시간 너무 짧아
  마지막엔 여야 원내대표가 담판
  예결위 위원도 막판엔 ‘깜깜이’ 
#한시적 특위 대신 상설위로 바꿔야
   예산실, 독립 부서화도 고민 필요

1. 내가 겪은 2016년 예산안 심의 풍경

#장면 1: 지리한 체력싸움

나는 2016년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계수조정소위 위원이었다. 계수조정소위는 여야 각 15인으로 구성된다. 여야 지도부가 광역지자체 별로 15명의 소위 위원을 안배한다. 당 소속 국회의원들의 지역구 예산을 반영하기 위해서다.

당시 나는 서울지역 국회의원이라서 서울과 강원의 광역·기초 지자체, 국회의원, 원외위원장의 예산관련 민원을 반영하는 심부름을 해야 했다. 당시 민원 건수는 100건을 넘고, 민원 내용도 6000억∼7000억 원을 증액 혹은 신설하는 것이었다. 해당 지자체와 국회의원들이 1년 동안 씨름하다가 안 된 민원들이 몽땅 몰려왔다. 심지어 관례적으로 반영하게 돼있는 주요 종교의 종단 예산도 내 몫이었다.

예결위에선 열흘에 걸친 감액심사에 이어 늘 그랬듯이 여야 대치가 격화돼 증액심사 며칠 만에 심사가 중단되었다. 작은 사안 하나에도 여야 합의가 쉽지 않았다. 본격적인 밥그릇 싸움이 시작된 거다.
이 때 계수조정소위 여야 위원들은 각자 취합한 증액 혹은 신설 예산을 모두 기재부 예산실에 보내게 된다. 예산관련 민원은 계속 추가로 접수된다. 쪽지도 오고 문자도 오고 사람이 직접 방문하기도 한다.

매일 밤 예산실장이 수십 명의 담당 과장과 계수조정위원(30명)을 통해 전달된 안건을 심의한다고 들었다. 첫날엔 큰 기대를 하고 기다렸는데 새벽 1시, 2시가 돼도 별 소식이 없었다. 새벽 4시가 되어서야 우리 의원실을 맡은 담당과장(예산실)이 찾아왔다. 우리 의원실 요구 안건 중에서 고작 2억원짜리 1건이 통과되었다고 보고했다. 그 순간, 이 상황을 어떻게 이해하고 대응해야 할지 당황했다. 서울시와 강원도 공무원들이 복도에서 밤샘 대기하고 있는데 이게 뭔가? 담당 과장한테 소리를 지른들 뭣하랴? 이 시간에는 기재부 장·차관, 예산실장 하고도 통화할 수 없고… 

다음 날, 전년도 우리당 예결위 간사에게 전화를 걸어 상의했다. 그랬더니 ‘원래 기재부가 그런 곳이다’라며 마구 호통을 치라고 충고했다. 그건 내 성격하고 안 맞았다. 내 방식대로 하느라고 기재부 차관, 예산실장과 각기 전화통화를 했지만 ‘알았다’는 대답만 들었다. 다음 날, 또 다음 날 새벽 4시쯤 담당과장이 올 때마다 하루 한두 건씩 5~10억원 증액안에 동의한다고 했다.

#장면 2: 모든 길은 예산실장, 기재부장관으로

드디어 예산안 심의 마지막 밤이 다가왔다. 그동안 얻은 소득은 거의 없었다. 서울시가 요구한 싱크홀 대책비 1000억원, 전철 안전운행을 위한 차량 교체비 300억원 등 큼지막하고 주요한 사안에 대해선 (예산실 쪽에서) 관련 법령을 근거로 ‘안 된다’는 대답 뿐, 그야말로 철벽이었다.

서울시는 지자체 가운데 재정자립도가 가장 높다. 일종의 ‘자치공화국’으로 보기 때문에 법 규정상 지원되지 않는 예산 항목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 시절) 서울시장이 야당 출신이어서 마이너스로 작용했다고 보는 시각이 있었다. 상대적으로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미(未)반영분은 감액예산 중에서 남은 부분을 갖고 온전히 챙길 수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 없었다면 평창올림픽 개막식엔 퇴임 대통령이, 폐회식엔 취임 대통령이 참석할 예정이어서 그나마 기재부를 설득하는 게 쉬웠다)

결국에는 기재부장관과 통화했다. “앞으로 야당 협조를 구하지 않을 거냐. 융통성 있게 정치를 하자”고 몇 번이나 설득하고 호소했다. 그리고 백방으로 수소문했더니 예산실장이 그 시간에 단 둘이 예결위원장과 있다는 걸 알았다. 예산실장에게 “야당과도 협력해야 기재부가 편하게 간다. 장관 하고도 얘기가 됐다”고 말했다.
반응이 한결 부드러워졌다. 결과적으로는 싱크홀 하수관거 개선사업 120억원, 노후차량 교체예산 3년 지속사업, 그리고 빗물펌프장 교체 예산 등을 따냈는데 서울시로서는 종전에 없던 큰 성과였다. 모든 길은 예산실장과 기재부장관으로 통한다는 걸 실감할 수 있었다.

#장면 3: 마지막엔 여야 지도부 담판

정기국회 막바지에 예산안 합의가 이뤄지고 여야 원내대표가 도장을 찍으려고 막 회담장으로 가려 할 때였다. 서울시 고위관계자가 다급한 목소리로 전화를 걸었다.
세월호 참사 이후 민주당이 주장해 중앙정부가 각 지자체를 통해 ‘소방청 안전예산’을 증액 지원하기로 했는데, 다른 광역지자체에서 ‘서울시는 돈이 많으니 알아서 자체 해결하고 그만큼을 나눠달라’고 주장해서 그렇게 예산안이 편성되었다는 것이다.

마침 여야 원내대표 회의가 예정보다 늦어졌다. 그래서 서울시 사정을 설명했다. 그런 우여곡절 끝에 연 600억원인가를 서울시가 지원받게 됐으니 결코 작은 예산이 아니었다. 나중에 나는 서울시, 서울소방청에서 감사 인사를 수없이 받았다.

2. 감액은 국회 시간, 증액은 예산실 시간

최근 <피렌체의 식탁>에 실린 박지웅 칼럼 ‘기재부 혁파의 길’ 세 편을 잘 읽었다. 3편에 예산실, 예산편성제도에 대해서 다루었는데, 그 중 국회에 대해선 아무래도 유경험자 입장에서 보충을 해야 할 것 같다.

국회 예결위 전체회의에선 50명 의원들이 통상 8일간 질의를 한다. 전체질의 이틀, 경제·비경제분야 각 이틀 그리고 종합질의를 한다. 그 기간 중에 각 상임위에서 예산안을 심의하는데 이때 감액된 부문은 예결위에서 되살릴 순 없다. 신설 증액된 것도 살릴 수 없다. 증액된 것은 잘하면 살릴 수 있긴 한데 거의 의미가 없다.

새해 예산안을 국회가 잘 심사해 감액할 경우 정부 원안에서 1%쯤 깎아낼 수 있다. 금액으로 4조∼5조원 감액하면 정말 예산 심의를 잘한 것이다. 감액심사는 1차로 계수조정소위에서 이루어진다. 흔히들 ‘2조~3조만 깎아도 잘한 편“이라고 말하는데, 지방의회에서도 마찬가지다. 집행부(행정부) 예산안을 0.5% 삭감하면 정말 한 해 농사를 잘 지은 것이다.

왜 그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무엇보다 심사기간이 절대적으로 짧다. 예결위 계수조정소위는 길어봐야 2주간밖에 안 된다. 상임위 예산소위는 3~4일 정도 열린다. 새해 예산 법정시한인 12월 2일 이전에 심의할 수 있는 시간이 그 정도밖에 안 된다. 국회선진화법 실시 이전에는 연말까지 심의했는데 그 때도 마찬가지다. 여야가 대치를 오래할 뿐이지 심의를 오래하는 건 아니다.

예산증액 땐 헌법상 정부 동의 얻어야 

예결위 계수조정소위에 들어가면 감액심사부터 한다. 감액은 국회의 시간이다. 증액은 정부의 시간이다. 감액은 여야가 마음만 먹으면 일방적으로 삭감할 수 있지만, 증액은 헌법에 의해 반드시 정부 동의를 얻어야 한다. 감액을 할 때는 각 부처가 필사적으로 계수조정소위 위원들한테 달려든다. 예산안이 삭감되면 자기 부처의 위신에도 문제가 있고, 관료의 능력에 대한 평가로도 이어지고, 다음 해에 관련 예산을 편성하기도 어려워진다. 결국 해당 부처의 예산이 전체적으로 줄어들게 된다.

감액심사는 어떻게 하냐 하면, 각 상임위와 예결위에서 서면질의까지 포함한 모든 지적사항을 상임위 전문위원실에서 요약, 정리한 것을 보고 진행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500조 가까운 정부 예산안 중에서 대부분은 감액이 불가능하다. 특히 단위가 수천억 원을 넘는 것은 쉽게 건드릴 수 없다. 가령 기초연금 같은 복지예산이나 교육예산 등은 법적으로 정해놓은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아예 건드리지 않는다. 국방예산처럼 무기체계가 복잡하거나 몇 년간에 걸친 계속사업도 ‘사업 중’이어서 건드릴 수 없다.

삭감 대상은 거의 대부분 몇 억짜리, 멏십 억짜리 사업성 예산에서 홍보비 등을 삭감하는 일이다. 작은 것일수록 더 잘 보인다. 가령 어떤 부처가 뭔가 사업을 편성하면서 홍보물 제작, 인터넷·유튜브 홍보 등을 끼어 넣으면 그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할 수밖에 없다.
또한 정부여당의 정체성이 포함된 정책성 예산이 도마 위에 오른다. 이명박 정부 시절에는 4대강, 박근혜 정부 시절에는 창조경제 이런 식이다. 창조경제 개념부터 따지고 들어가면 결국 일부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에선 적자재정이 주 쟁점으로 부각된다.

기재부의 ‘숨은 선물’, 부채 금리 조정

예산 심의 때 여당은 방어하고 야당은 대폭 삭감을 주장하다가, 여당 측에서 방어가 어려운 경우 일정 부분을 삭감하는데 동의한다. 한 건 한 건 삭감하는데 수십 분씩 소요된다. 이렇게 해서는 아무리 속도를 내봐야 총액대비 1%를 삭감할 순 없다.
그럴 즈음 기재부가 ‘숨은 선물’을 꺼내든다. 정부 부채에 대한 예상금리를 과다 책정해 두고 이를 국회가 바로잡는 식으로 여야의 삭감 목표치에 접근하게 도와준다. 이때까지는 그래도 언론매체들이 ‘풀(pool) 기자’를 교대로 한명씩 들여보내서 속기를 할 수는 있지만 증액심사부터는 이조차도 허용되지 않는다.

증액심사부터는 반드시 기재부 동의를 얻어야 한다. 하지만 삭감 총액이 나왔는데, 각 상임위에서 통과시킨 증액안에다 예결위 및 계수조정소위에서 추가 제출된 증액안을 합할 경우 도저히 삭감 총액을 맞출 수 없다. 증액심사를 며칠 진행하다 보면 영 속도가 나지 않는다. 일단 계수조정소위를 접어놓고서 이른바 소소위(小小委) 혹은 여야 간사협의에 넘긴다. 왜냐하면 기재부 예산실장이 대부분 난색을 표명하거나 동의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계수조정소위 위원들이 지역별로, 상임위별로 취합한 증액안을 예산실에 보낸다. 예산실은 예산실장 주재 하에 밤샘 회의를 거쳐 새벽 3~4시경 그날 회의에서 통과된 것을 각 계수조정소위 위원에게 보고한다. 서울지역 같은 경우 첫날 10억~20억 정도 들어주고 지방엔 수십억에서 수백억을 반영한다.

서울은 법에 의해서 도로사업, 하수도사업, 지하철 노후차량 개선사업 등 대부분의 사업을 중앙정부 지원 없이 지방정부 자체적으로 해야 한다. 그래서 서울시 예산안에 대해선 각 구청이나 각 의원실이 요구한 기념사업. 문화재 개량사업 등 작은 규모의 증액 혹은 항목 신설을 승인한다.
반면 지방은 SOC사업 지원을 받을 수 있어서 단위가 크다. 속도를 빨리 하면 삭감총액을 넘길 수도 있다. 관계 법령을 따져 가며, 매일같이 밤샘을 하지만 예산실과 계수조정소위 위원 간에 심리전, 체력전이 펼쳐진다. 거의 전쟁터 같은 고성이 오가지만, 책상을 들어 엎는다 한들 효과가 있는 것도 아니다. 예산실도 나중에 여야 지도부 담판이 있을 경우에 대비해 상당 부분을 미결정 상태로 남겨둔다.

최종 숫자는 ‘깜깜이’, 모니터 통해 확인

막바지엔 여야 정당의 예결위 간사, 정책위의장 사이에 협의를 거쳐 마무리된다. 어린이집이나 각 복지단체 등에서 요구하는 정책예산을 정책위의장끼리 각 정당 색깔에 맞게 배분하고, 예결위 간사들이 소속 의원들의 지역민원 SOC를 배분한다. 이때 숫자가 엉키다 보니 세입-세출을 맞추기가 힘들다. 누군가는 기대를 않고 있다가 갑자기 우수리 예산을 얻는 경우도 있다.

이 단계가 마무리되면 이른바 숫자를 최종적으로 맞추는 시트작업이 끝날 때까지 그 내용은 깜깜이다. 예결위 회의실과 본회의장에서 모니터를 보고 확인할 수 있을 뿐이다. 자기 지역구 예산이나 관심사를 확인할 수 있는 정도다. 그리고 얼마 지나서 언론 매체를 통해 누구누구 의원이 얼마를 증액하거나 신설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다. 해당 의원들은 언론에 보도되니 좋고, 현수막 PR과 의정보고를 할 수 있어서 더 기쁠 것이다.

3. 네 차례의 관문, 어떻게 바꿀 건가?

500조원을 둘러싼 예산전쟁은 이렇게 허망하게 끝난다. 300명 의원들이 불요불급 예산을 열심히 깎았는데, 마지막 일주일간 그 예산이 누군가의 지역구로 가고, 그 적정성에 대해선 아무런 심의조차 없이 신설 또는 증액 방식으로 처리된다.
국회의원들은 그렇게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에는 또 다시 그런 과정을 반복한다. 가끔 가다가 국회개혁안으로 ‘예결위를 상설화해 예산안을 연중 심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지만 별 메아리는 없고 국민 혈세는 그렇게 낭비된다.

정부 예산을 따기 위해 국회의원과 각 정당은 봄부터 몸을 풀기 시작한다. 국회의원이나 각 정당이 해당 상임위의 감독을 받는 정부 부처에 예산 배정을 얘기하기는 쉽다. 여당이 편하지만 야당도 목소리가 크면 용이할 수 있다. 반드시 목소리와 예산이 비례하는 것은 아니지만 정부 주도 입법을 붙잡아 두는 경우엔 비례할 수 있다. 청와대의 정부 부처 평가와 연계되기 때문이다.

행정부 부처가 협조를 해줘도 기재부가 동의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이 경우 일단 상임위에서 예산을 증액 또는 신설하는 것으로 작전을 변경할 수 있다. 상임위에서 예산을 증액, 신설하자고 하면 해당 부처가 반대하는 경우는 드물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경우다. 어차피 최종 동의권은 기재부 예산실이 갖고 있는데 ‘좁은 문’을 통과할 때까지 상부상조하는 거다. 그 다음에는 계수조정소위 위원한테 부탁하고 마지막에는 여야 간사, 정책위 의장까지 네 차례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노른자’ 상임위는 왜 존재하나

그래서 많은 의원들이 이른바 ‘노른자’ 상임위를 지원한다. 의정활동에서 노른자 상임위라는 분류가 어색한 일이다. 사회적 관심이나 이슈 크기에 따라 주목도가 달라지는 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지역예산을 놓고는 분명히 노른자 상임위가 있는데, 그래서 국토교통위 경쟁이 심하다. 그 전에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물어 본 일이 있다. “핫 이슈가 많아서 국회 답변에 어려움이 많지 않냐”고 했더니, “절반은 민원성 이슈라서 다 파악하고 있다”고 답했다.
국토위 위원 정수는 상설 상임위 중에 가장 많다. 산업자원통상위와 1위, 2위를 다툰다. 부서 업무가 중요해서가 아니라 지원자 수가 많아서 그렇다.
그런데 국토위보다 기재위를 더 선호하는 의원들이 있다. 결국 최종 관문은 기재위 예산실이기 때문에 이를 감독하는 ‘갑’에 해당하는 상임위가 더 큰 영향력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교육위도 인기 상임위다. 지역 내 각급 학교, 다목적 시설 등을 지어줄 수 있어서다. 평소 지역구 활동 때 보기 어려운 초·중·고교 학부모들에게 점수를 딸 수 있다.

우리나라는 예결위원회가 특별위원회다. 연중 열리는 상설위원회가 아니다. 만약 이를 상설위원회로 변경하면 기재부 예산실이 독립 부서로 되어 예결위 감독을 받아야 할 것이다. 기재부에서 기획예산처 같은 독립 부서를 떼 내는 방안이다. 그렇게 되면 정부 각 부처도 해당 상임위보다 예결위에 집중해야 한다. 그러면 국회의원들도 예결위 위원인 의원과 그렇지 않은 의원으로 구분되는데, 부처와 부처 간에 그리고 국회의원 간에 이해득실을 따지기가 힘들다.

앞으로 개헌안 논의가 본격화된다면 쟁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예산권을 정부-국회가 배분할 것인가, 지금처럼 정부가 편성권과 증액동의권을 다 가질 것인가 혹은 재분배할 것인가 등이다. 여기에다, 감사원이 정부를 감사하는 국회 내 독립기관으로 설치될 것인가, 지금처럼 정부의 독립기관으로 남을 것인가 등을 놓고도 폭넓은 논의가 필요하다.
물론 개헌안 추진 전에라도 지금처럼 번갯불에 콩 구어 먹듯 졸속 처리하는 예산심의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 그것부터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민병두 객원기자

전직 3선 의원, 1958년 강원도 횡성 출생. 성균관대 진학 후에는 민주화운동으로 인해 두 차례 옥고를 치렀다. 문화일보 정치부장, 워싱턴특파원으로 활약하며 빼어난 필력을 자랑했다. 2004년 국회에 처음 등원했으며 19대, 20대 총선 때 서울 동대문(을)에서 당선됐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 입법과 경제민주화, 양극화 해소를 위해 줄곧 노력해왔다. 저서로 <웰빙이 아니라 웰리타이어링이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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