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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편집 2020. 08-10. 18:08

[민병두-김세연 솔직 토크] 여야 협치, 못 하는가 안 하는가

by | 2020년 7월 24일 | 기획, 정책, 정치


<피렌체의 식탁>이 두 명의 전직 의원을 객원기자로 영입했다. 20대 국회에서 활약했던 민병두 전 의원(더불어민주당, 3선), 김세연 전 의원(미래통합당, 3선)이다. 20대 국회 후반기에 각각 정무위원장, 보건복지위원장을 역임한 중견 정치인이다. 민 전 의원은 합리적 진보, 김 전 의원은 개혁적 보수를 상징해왔다. 4.15 총선 땐 지역구 선거에 출마하지 않았다.

두 정치인은 앞으로 계급장을 떼고, 아니 금배지를 떼고 <피렌체의 식탁> 객원기자로 활동하면서 각기 미래도시, 기본소득을 화두로 삼아 칼럼 형식으로 글을 쓰게 된다. 물론 여야 협치, 정치 개혁과 관련한 주제도 다룰 것이다.
민병두, 김세연 전 의원의 대담은 지난 20일 오후 100분가량 진행됐다. 화제는 자연스럽게 21대 국회 개원을 전후한 여야 대치, 여야 협치, 정당 개혁, 부동산시장 대책 등으로 이어졌다. 특히 여야 협치를 위해서 정당 개혁이 선행돼야 하고, 정치권과 언론의 환골탈태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그러나 여의도 정가는 여전히 거친 싸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3일 국회 본회의에서 여야는 추미애 법무부장관 탄핵소추안을 놓고 끝내 표 대결을 벌였다. 결과는 찬성 109표, 반대 179표였다. <피렌체의 식탁>은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두 사람의 대담 내용을 최대한 원문 그대로 소개한다. [편집자]

#거대여당, 과욕과 과속 딱지 조심해야
  개헌안 통과-발효 시점 다르면 합의 가능
#개별 의원 간 입법 대결 가능하려면
  교섭단체와 원내대표 권한 축소 필요
#보수적 정당 문화가 크로스보팅 막아
  계파 싸움 조장하는 언론도 바뀌어야

-21대 국회가 가까스로 개원했는데 여야 대치는 여전한 것 같습니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사실상 180석을 확보하고도 여야 협치엔 서투르다는 느낌이 듭니다. 4·15 총선에서 벌어놓은 정치적 자산을 석 달 만에 상당 부분 잃은 것 같습니다.

▲김세연
국회에서 여야 의석수가 균형을 갖추고 있을 때보다 이렇게 격차가 크게 벌어졌을 때, 다수당 측에서 긴장이 풀리면서 독주하려는 경향이 생기는 거 같습니다. 2012년 18대 국회 초반에도 비슷한 현상이 있었고, 21대 국회에서도 집권여당이 과반 의석을 얻었습니다. 그럴 때일수록 소수당 이야기를 잘 경청하면서 국회를 끌고 나가는 인내와 자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우리 정치문화가 아직 그 수준까지 도달하지 못한 거 같아요.

▲민병두
빨리 가려다가 늦게 가게 되는 측면이 있다고 봅니다. 몇 가지 이유로 빨리 가고 싶은 유혹은 당연히 있을 수 있습니다. 첫째는 범여권 의석이 190석 가까이 된다는 점, 둘째는 코로나19 위기로 인한 민생정책이 시급하다는 점, 마지막으로 민주당 입장에선 20대 국회에서 야당의 보이코트에 시달렸던 기억 때문에 마음을 급하게 먹은 측면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190석 가까이 의석을 가졌다는 것은 패스트트랙조차 무력화할 수 있다는 이야기거든요.
비유하자면 패스트트랙은 사실 국도, 지방도로 같은 겁니다. 300석 중 180석을 넘기지 못할 때 작동되니까요. 그런데 180석을 넘으면 고속도로에 접어들었다는 얘기죠. 상임위에선 상임위원장이 여야 교섭단체와 협의만 하면 의사일정을 가동할 수 있습니다. 합의가 안 돼도 가능하다는 거죠. 다만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과속 딱지를 떼일 수 있죠. 국민들이 과속 딱지를 떼게 되면 여당 입장에선 굉장히 큰 부담을 떠안게 됩니다. 그런 만큼 속도 제한(speed limit)을 지키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스스로에 대한 경계심을 가져야겠죠.
여야 협치와 관련해 앞으로 가장 큰 쟁점은 개헌 문제일 거 같아요. 그동안에는 당장 개헌을 해서 발효하자고 하니까 안 됐던 거 같아요. 왜? 내년이나 내후년에 대선, 총선을 치르려면 누구에게, 어느 정당에 더 유리할지 모두 생각하게 되죠. 4년 중임제냐, 내각책임제냐 생각이 다 다르게 됩니다.
그래서 지금 같은 경우엔 여야가 합의해 2022년 대통령선거를 할 때 개헌안도 같이 투표하게 만들면 돼요. 그러나 발효 시점은 2032년으로 하는 게 좋겠죠. 왜 10년 후냐 하면, 그때는 대통령 임기와 국회의원 임기가 일치해요. 선거법이든 국회법이든 헌법이든 당장 고쳐서 급하게 작동시키려 하니까 어느 한편의 저항이 커질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개헌안 통과와 발효시점 사이에 시차를 두게 되면 여야가 천천히 백년대계를 논의할 수 있어요.
이런 개헌 문제까지 내다보면 민주당이 과속할 수 있는 길은 만들었지만, 더 크게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길을 놓쳤다는 생각이 듭니다.

▲김세연
인간이 불완전한 존재이듯이 사람이 모여서 만든 정당, 정권에도 그런 속성이 있습니다. 아까 제가 인내와 자제가 필요하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만, 아마도 여당은 그 속도제한을 넘길 것 같습니다. 도로가 잘 뚫려 있고 자동차 성능이 좋으니까 막 그냥 질주를 하다가 사고를 낼 가능성이 커진 거죠.

▲민병두
하하. 경찰이 딱지를 떼는 건가요? 아니면 접촉사고나 추월사고가 나는 건가요?

▲김세연
제가 보기에, 그 선을 넘는 시작 단계로 접어든 거 같고요. 방금 민 의원께서 말한 부분에 제가 아주 공감을 많이 하는 게 있습니다. 어느 한쪽 당사자한테 유불리가 작용하는 제도 변경을 할 때는 ‘무지의 장막’ 속에서, 누구나 쉽게 합의할 수 있는 그런 시점을 정해놓고 해야지, 다음 대통령선거를 코앞에 두고 개헌을 하자고 하면 안 됩니다. 개헌안 의결과 발효시점을 멀리 떨어뜨려 놓는 게 좋다는 말씀에 동의합니다.
제가 오래전에 민주당 원혜영 전 의원과 여러 차례 국회운영제도 개선과 관련한 토론회를 열었는데요, 개헌안이 아니더라도 국회운영 개선 같은 소소한 부분도 중요합니다. 최근 여야가 18개 상임위원장 직을 어떻게 나눠 가질 거냐를 놓고 다툼이 있었는데, 그런 부분은 21대 국회를 시작하면서 합의를 한 뒤 22대 국회부터 적용하는 방식도 충분히 가능했을 것 같아요. 22대 국회(2024년)의 의석 분포는 아무도 모르는 거니까요. 이제는 짧은 호흡에서 벗어나서 긴 호흡으로 미래를 내다보고 지혜를 모으는 협치를 해야 됩니다.

▲민병두
김 의원께서 굉장히 중요한 시사점을 주셨는데, 사실은 18대 국회에서 국회선진화법을 통과시킬 때 18대 국회엔 바로 적용이 안 되는 걸로 합의했죠. 말하자면 19대 국회에선 누가 다수당이 될지 모르는 상황이었어요. 법안 개정과 발효시점 사이에 시간 간격을 줘서 순차 개헌, 순차 입법을 하는 게 필요합니다. 여야의 명운을 가르는 법안이잖아요. 정치적 이해관계가 극심하게 갈리니까 순차 처리하는 게 좋다는 생각이 들어요.
국회선진화법이란 게 어떻게 보면 동물 국회를 식물 국회로 바꾸는 효과를 냈어요. 거기서 내놓은 지혜가 패스트트랙이란 말이에요. 그런데 막상 운영해보니까 결정적인 함정이 있었던 거죠. 바로 국회 안에서의 교섭단체 전권주의입니다. 정당 별로 교섭단체를 왜 만들었냐 하면 국회의원 300명이 모여서 의사일정을 결정하려면 너무 힘드니까 각기 교섭단체를 구성해서 대표끼리 합의하라고 한 거예요. 그러다보니 결국 교섭단체 대표가 어떻게 결정하느냐에 따라서 300명의 국회의원이 늘 대기상태에 놓이게 된 겁니다. 21대 국회의원들도 대부분 대기상태로 국회가 개원될 때까지 한 달 반이란 시간을 그냥 보낸 거 아닙니까. 전 그건 아니라고 봐요.
그래서 앞으로는 국회선진화법을 넘어서 국회자동화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봅니다. 무슨 말이냐 하면, 의사일정 같은 사안은 자동적으로 굴러가게 만들자, 이런 얘기입니다. 예컨대 상임위별 법안심사소위는 매달 무슨 요일에 하자, 이렇게 정해 놓으면 지금처럼 교섭단체 대표들이 과도한 권한을 갖는 걸 견제하면서 원내 정치가 제대로 작동할 거라고 봅니다. 왜냐하면 김 의원과 제가 생각이 같아도 소속 당이 다르잖아요? 여야 의원끼리 생각이 같아도 교섭단체 대표가 합의를 안 하면 서로 만나고 협의할 공간조차 없어요.
예를 들어 제가 김 의원을 붙잡고 이거 중요한 법안이니까 꼭 통과시키자 설득하고, 또 다음에 김 의원이 제게 그렇게 얘기하면, 그거 좋은 법이다, 이렇게 크로스보팅을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이런 크로스보팅 자체를 막는 게 교섭단체 전권주의라고 보거든요. 말씀하신 대로 20대 국회에서 개정한 뒤 21대 국회에 적용하더라도 순차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21대 국회가 개원되고 나서 민주당이 18개 상임위원장 자리를 독차지한 게 굉장히 상징적인 사건입니다. 제3자 시각에서 보자면, 미래통합당 쪽에서 거대여당의 강공을 유도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조차 듭니다. 통합당이 상임위원장 자리를 하나도 갖지 못했지만 집권여당의 독주, 소수 야당의 궁박한 처지를 국민들에게 깊이 각인시킨 효과를 거두었지 않나 생각됩니다. 

▲김세연
원내 교섭단체 대표의 과도한 권한 행사에 대한 문제와 함께 집권여당의 상임위원장 독점에 대해 차례로 말씀드리겠습니다.
먼저 국회 운영의 의사결정 구조상 교섭단체 대표에게 과도한 권한이 집중됐다는 데 동의합니다. 다만, 저는 이게 정당 안에서의 의사결정문제와도 결부돼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저희 당 같은 경우는 당 대표의 권한이 과거의 대표최고위원보다 더 강화된 상태입니다.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당 대표, 의원총회에서 선출된 원내대표가 투톱 체제를 형성하고 있는데, 막강한 권한을 가진 당 대표가 지금처럼 부재할 경우 사실상 원내대표 독재체제가 됩니다. 왜냐하면 각종 법안들이 상임위 전체회의에 회부됐는지, 또는 법안심사소위에 가 있는지 의원들이 잘 모르고 있다가, 나중에 원내대표가 어디에 있는 법안이건 여야 협상 테이블에 갖고 들어가서 합의하고 나와요.
그러면 상임위원, 상임위 간사, 상임위원장 모두가 자기 당 소속인데도 나중에 물어서 백그라운드 설명을 듣는 사례가 허다하게 많습니다. 저는 원내대표의 이런 과도한 교섭권을 거의 없애다시피 해야 되지 않나 생각합니다. 법안을 둘러싼 어떤 쟁점이라도 각 상임위에 맡기면 전부 다 합의를 해옵니다. 저는 상임위에서 합의 못해 오는 걸 본 기억이 없거든요. 아무리 큰 쟁점이라도 그렇습니다. 그런데 원내대표와 당 대표가 특정 법안을 정치쟁점화하려고 질질 끌다가 이거를 교착상태로 몰고 가는 측면도 있습니다.
이런 환경을 고려할 때 저는 국회 개혁 차원과 조금 다른 정당 개혁의 차원에서, 당 대표 또는 최고위를 폐지하는 대신 원내대표가 정당의 얼굴 혹은 상징 역할을 하되, 실질적인 의사결정권은 각 상임위로 배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두 번째로, 집권여당의 상임위원장 독식주의를 이번 기회에 국회 관행으로 삼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여야가 서로 발목을 잡는 수단으로 상임위원장 자리를 배분해 놓습니다. 특히 법사위를 야당이 꽉 잡고 있거나, 아예 몇몇 상임위원장 자리를 무기로 삼아서 국회 전체를 파행시킬 수 있는 이런 구도와 환경을 벗어나야 한다고 봅니다.
단독 다수당 또는 상임위원장을 배분하기로 약속한 다수당 블록이 나오면 거기에서 의회 책임정치를 하는 거죠. 그렇게 보면 4년이 좀 길다는 생각도 들고요. 의회 임기를 좀 짧게 하더라도 상임위원장 독식주의를 허용하되 국회운영 평가 결과를 놓고 다음 선거에서 국민 심판을 받는 방식으로 바뀌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민병두
원내대표의 권한을 축소해야 한다는 지적에 저도 동의합니다. 왜냐하면 1년 내내 싸우다가 정기국회 말미에 원내대표끼리 쟁점 법안을 몇 개 주고 받은 뒤 ‘1년 농사 잘 지었다’고 자평하면서 회기를 끝낸다는 말이죠.
당 지도부가 아닌 다른 국회의원들은 뭐가 어떻게 되는지도 모른 채 대기만 하고 있다가 12월 10일 밤에 올해 농사가 다 끝났구나, 이렇게 생각하잖아요? 이게 어떤 결과를 초래하느냐, 오히려 상임위에서 합의가 안 되게 만들어버려요. 상임위에서 여야 의원끼리 다툼이 생기면 원내대표 선에서 합의하라고 그래, 이러고 넘겨버리는 거죠. 각 의원들의 정치력을 제한하는 측면이 있는 겁니다.
아까 제가 말씀드린 대로 교섭단체 전권주의를 개혁해야 할 필요가 있어요. 우리는 국회의원을 흔히 ‘congressman’이라고 하잖아요. 직역하면 ‘회의에 참석하는 인간’이라는 뜻이에요. 그렇지만 미국에선 ‘law maker’라는 말을 더 많이 씁니다. ‘법을 만드는 사람’이란 거죠.
그런데 한국 국회에선 법을 만드는 사람들이 법을 안 만들고 대기만 하고 있는 거죠. 법이야말로 세상 사람들의 삶을 규정하고 세상을 바꾸는 건데 말이에요. 입법이 가장 큰 소명이라고 느끼고 그 과정에서 세상 사람들의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것, 그것이 바로 정치 아닐까요. 근데 한국에선 서로 말싸움을 하다가 누가 사과하고 누가 사과를 받고, 이게 정치라고 생각하는 거죠.
아까 상임위원장 자리 배분을 말씀하셨는데, ‘winner takes it all’을 직역하면 승자독식주의죠. 책임을 갖고 정치를 하라는 얘기인데, 한국 사회에서는 이걸 상식적으로 받아들이는 게 굉장히 어려운 점이 있어요. 아까 사회자께서 말씀하신 대로 이게 집권여당으로 하여금 독배를 마시게 한 거란 그런 분석도 있습니다. 제가 보기엔 독식을 하려고 한 건 아니었는데, 자기도 모르게 독배를 마신 측면이 있다고 봅니다. 스피드 리밋에 대한 경계감 없이 달리게 유도한 측면이 있죠.

▲김세연
이번에 상임위원장 배분을 놓고 협상하면서 법사위원장 자리를 누가 가져갈 거냐, 이 대목에서 합의가 안 돼 대치하다가 민주당에서 가져가는 걸로 결론이 났죠. 저는 언론인터뷰를 통해 여러 번 이야기를 했습니다만, 처음부터 민주당에서 18개 위원장 자리를 독식하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여야 의원 사이에 크로스보팅을 허용하는 건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민병두
교섭단체 전권주의가 없어지면 크로스보팅이 굉장히 쉬워질 거라고 봐요. 그 다음부터는 각자의 관점에 따라 법을 만들 수가 있잖아요? 그 다음에 상임위 소위(小委)에서 만장일치제, 이런 것들이 기본이 되어있는 거란 말이에요.
국회의원들이 상임위에서 치열하게 자기 정치를 하지 못하니까, 도대체 국회의원 개개인이 무엇을 꾀하고자 하는지 드러나지 못해 크로스보팅 자체를 막는 거죠. 자기 의견 자체를 표출할 수가 없는 거예요. 크로스보팅까지 갈 땐 굉장히 중요한 사안들, 예를 들어 어떤 계층이나 집단의 이해관계에 걸리거나 가치관을 둘러싼 것들인데 현실적으로 다양한 목소리가 나올 수 있잖아요.
미국의 민주당에서도 당내에 다양한 의견 그룹이 있어요. 공화당도 마찬가지고요. 그럼 당연히 통합당이나 민주당이나 당 내부에 다양한 의견들이 존재할 수 있어요. 교섭단체 전권주의를 개혁하면 다양한 의견 표출이 가능해지고 그런 다음에 크로스보팅도 가능하다고 봅니다.

▲김세연
크로스보팅은 다원적 민주주의 사회에서 당연히 장려되고 활성화돼야 합니다. 그런데 대통령중심제인 미국의 경우에도 공화·민주 양당의 크로스보팅이 처음엔 활발했지만, 하원의 임기가 거듭될수록 점점 틈새가 벌어져 나중엔 거의 양극화돼 버리는 그래프를 본 적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국회에서는 일단 무(無)쟁점 법안 위주로 만장일치가 돼 본회의에 넘기니까 표 대결 상황까지 가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국회 운영과 함께 정당 운영도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공식 당론이 아니지만 다수의 당 구성원들이 꺼리는 사안에 대해 소신 있는 의사 표현을 할 때 나중에 공천 탈락과 같은 방식으로 불이익을 받는 게 우리 정당문화의 현실입니다. 예컨대 민주당에서 금태섭 전 의원의 공천 탈락 사례가 나오지 않았습니까. 이런 것들이 여야 대결 양상을 더 심화시키고 당파성을 강화시켜 국가공동체 전체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칩니다.

-그럼 크로스보팅이 안 되는 이유는 당 지도부가 전권을 틀어쥐고 있기 때문인가요? 아니면 의원 개개인의 노력이 부족하거나 능력이 못 미치기 때문인가요?

▲민병두
여야 의원들이 어떤 법안에 대해서 자기 견해를 형성해가는 과정이란 게 있지 않겠습니까? 사실 그 법안에 대해서 특별한 관심을 갖고 있거나 이해관계자들이 찾아와서 설명해주지 않으면, 국회에 제출되는 모든 법안에 대해 의원들이 자기 견해를 갖기란 굉장히 어렵죠.
그런데 크로스보팅이 활성화된다면 의원들이 보다 많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을 접할 수밖에 없을 거예요.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정파를 떠나 자기 의견, 주장을 제시하거나 호소할 수 있겠죠. 그런데 지금은 크로스보팅이 일반적인 문화가 아니다 보니까 ‘거기 가서 얘기해 봤자 소용없는 거다, 우리 쪽 의원한테만 가서 얘기하자’ 생각하게 됩니다. 일반 국민들도 그런 경향성을 강화해나가는 거죠. 의원들도 그 경향성에 맞는 그룹이나 이해관계자만 만나게 되고 그게 당내 분위기를 더욱 더 지배하게 되는 측면이 있어요.
그리고 의원총회가 과연 제 기능을 하고 있는지 묻고 싶어요. 여야 정당이 정책 의총을 모두 하고 있지만 의원들 의견을 많이 받아서 활발하게 토론하는 건 아니잖아요? 정책 의총이 제 역할을 해야 하는데, 지금은 정책 의총에서 당 지도부가 당론을 만들고 의견을 지배해가는 구조로 짜여있어요. 이런 두 가지 정치문화가 크로스보팅을 어렵게 만드는 구조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김세연
1987년 이후 민주화 체제에서 살아왔고, 우리 정치가 돌아가고 있지만 지금의 거대 양당은 상당 부분 권위주의적 문화나 의식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는 거 같습니다. 당론에서 벗어나면 불경스러운 것이고, 공천을 주는 사람을 배신하는 것으로 생각해,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압력을 주고받는 이런 문화가 남아 있어요. 진정한 의미에서 다원적 민주주의 사회라고 말하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물론 쟁점 사안별로 차이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당의 정체성과 직결되는 문제들, 가령 박정희 대통령을 어떻게 볼 것이냐, 노무현 대통령을 어떻게 볼 것이냐, 그런 이념적이면서도 감성이 묻어있는 사안들 같은 경우에는 이성적으로 서로가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단계로 가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와 달리 지난 20대 국회에서 처리한 ‘타다 금지법’ 같은 사안에서처럼 정치인들이 좀 비겁한 모습을 드러낸 경우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방향으로 가는 게 맞다, 좋다, 그렇게 생각하는데 현실적으로 자기가 시달려야 할 상황을 생각하니까 그냥 타협해서 당론에 묻어가는 경우도 있을 겁니다. 이익집단의 수는 적지만 목소리를 강하게 내거나 국민 다중의 이익과 결부된 문제일 때 이런 현상이 생깁니다.
이와 달리 소속 정당에 그렇게 구애받을 필요가 없는 사안도 있어요. 당파성 있는 이슈도 아니고, 옳고 그름의 이슈도 아니고 단지 선택의 문제인데, 단지 해당 시점에 당 지도부의 호불호가 들어가 있다든지, 또는 전통 지지층이 드러내는 선호의 관성에 끌려서 본인 소신을 피력 못 하는 상황도 있습니다.

▲민병두
조금만 보충하자면 정치가 무엇이냐에 대해 국회의원들이 생각을 달리해야 한다고 봐요. 많은 정치인들이 자기 존재감을 과시하는 것, 이념적 전쟁의 무대에 서는 것, 아니면 상대방과 언어의 싸움을 하는 것, 이런 것들이 정치라고 보는 경향이 너무 강해요. 그런데 국회의원들은 입법 전쟁을 해야 되거든요. 그걸 통해 가치 전쟁을 해야 돼요.
예컨대 최저임금을 둘러싸고도 민주당 내에서 얼마나 다양한 스펙트럼이 있겠습니까? 주 52시간 노동문제에 대해서도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는 게 정상인 거예요. 어떻게 한 목소리가 나옵니까? ‘타다 금지법’도 마찬가지라고 봐요.
우리 국회에선 개별 의원의 입법 전쟁이 없는 거 같습니다. 그런 것을 보면서 국민들이 환호하기도 반대하기도 해야 되는데 말이죠. 이승만 대통령을 어떻게 보느냐, 노무현 대통령을 어떻게 보느냐를 갖고 싸우는 건 사실 보통사람들의 삶과 별 관계가 없어요. 개별 의원들의 입법 전쟁을 통해 국민들의 생각이 다양해지고, 삶의 질이 나아질 거라고 봅니다. 결국 정치 문화가 바뀌어야 해요. 어느 정당이든 law maker의 기본적인 사명이 무엇이냐에 대해서 인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는 얘기를 듣곤 해요.

▲김세연
민 의원의 진단에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그런데 의원들의 활동이 언론을 통해 국민에게 알려질 때는 그렇지 않아요. 상임위에서 정책 논의를 할 때 아주 구조적인 문제에 깊이 들어가면, 사람들의 관심이 별로 없어요. 일단 제대로 이해를 하려면 시간이나 노력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일 거예요. 언론 보도를 주로 장식하는 얘기들은 앞에 ‘친(親)’자를 붙여서 ‘사람 대 사람’의 패거리 싸움으로 구도를 잡아서 몰고 갑니다. 여야 또는 계파와 관계없는 상황에서도 어느 의원이 뱉은 말을 계파 구도에 집어넣어 해석을 해버리는 게 언론 보도의 습성인 거죠.
정당 내에서든, 여야 간에든 뭔가 싸움으로 가야 기사가 되고 의원 이름이 언급될 수 있기 때문에 의원들도 거기에 맞춰 행동하는 측면도 있는 거 같고요. 그래서 언론인들한테 왜 이렇게 밖에 못 하냐고 물었더니, 그렇게 안 하면 인터넷 클릭수가 안 올라간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면 국민들께서는 왜 그런 기사를 선호하실까 생각해보면, 결국 ‘정치 리터러시’를 높여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단순화된 대립 구도를 벗어나 복잡한 정책 이슈들을 깊이 있게 들여다봐야 해요. 그래서 저는 학교교육과정에서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고등학교 과정에 상당시간을 좀 할애해 정책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교육을 하는 게 필요해요. 지금처럼 말싸움이나 언어적 기교를 잘하는 정치인들이 각광받는 게 아니라, 제대로 된 정책 해법을 제시하는 정치인들이 좀 더 각광받도록 교육환경을 바꿔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국회 운영의 해법이 돌고 돌아서 언론 책임, 교육 책임인 것처럼 들리네요. 대부분 유권자들이 정치 쟁점을 간단하게, 분명하게 이해할 수 있는 건 대립 구도를 통해서일 겁니다. 그리고 신문 지면과 TV 화면에 제약이 있기 때문에 복잡한 쟁점을 흥미 위주, 계파 싸움으로 몰고 가는 경향이 있어요. 언론의 한계이자 책임이라고 말할 수 있겠죠.

▲민병두
미국에서 워싱턴포스트, 뉴욕타임스를 보면 한국 언론에서 쓰는 방식의 정치 기사는 사실 거의 없어요. 미국 언론사에서 정치담당 기자는 정책 기사를 쓰는 게 주된 일이에요. 지금 백악관에서 무슨 정책을 발표했는데, 이게 미국의 어느 지역이나 산업, 어느 계층이나 인종에게 어떠어떠한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이 정책이 유권자 표심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런 분석을 하는 거죠. 한걸음 더 나아가 그에 맞는 정당의 핵심 전략까지 살피는 관점으로 정치기사를 접근해나갑니다. 그런 걸 보면 많이 아쉽죠. 심지어 TV 토론에서도 그런 게 사라지는 거 같아요.
그렇지만 언론 탓만 할 게 아니라 정치인들도 정책을 설명할 때 국민들에게 삶과 관련된 것으로 이해시키는 능력이 좀 부족하다고 보입니다. 저는 우리 당에서 규제 개혁파에 속한다고 생각하는데, ‘규제 샌드박스 3법’도 대표 발의를 했습니다. 다만, ‘타다 금지법’에 대해서는 제가 찬성했어요. 왜냐하면 차량 소유자들이 모두 우버가 된다, 그걸 ‘우버라이즈(uberize)’라고 말하죠. 많은 소비자한테 편의이고 혁신인 측면이 있지만, 그게 공유경제냐 기술혁신이냐를 놓고 봤을 때 과연 많은 사람의 삶의 문제를 해결해줄 것인지 고민했어요.
타다(우버)가 활성화돼 개인택시 수입이 한 달에 30만원쯤 줄어들고, 법인택시 기사 수입이 한 달에 30만원쯤 줄어들게 되는데, 우버 노동자가 기존의 택시기사보다 더 많은 수입을 얻을 수 있는 거냐, 그게 아니라면 그저 모두가 우버라이즈 되는 것이라고 봤어요. 이런 쟁점을 잡아야 되는 거죠. 필요한 경우에는 서로 치열하게 토론하면서 사람들의 관심을 모아야 해요. 그러려면 쟁점이 단순해야죠. ‘타다’를 설명하는 여러 방식과 복잡한 관점이 있는데, 그것들을 간단하게 정리해서 설명해줘야 국민들이 이해를 할 수 있어요. 정치인들이 어떻게 보면 그런 능력과 훈련을 소홀히한 게 아닌가 싶어요. 정치인들이 그렇게 안 하는 이유는 또 있죠. 이런 논쟁에 깊숙이 뛰어들었다가 자칫 하면 이쪽 표도, 저쪽 표도 잃을 수 있다, 그러니까 대충 이럴 때는 가만히 있자, 그런 비겁함도 있다고 봐요.


#부동산 대책, 금융정책 활용도 필요
  공급확대보다 수요억제 방식 적절

#’직주 근접’ 공급 물량 확대하려면
  노후주택 많은 원도심, 부도심과

  지하철 역세권 고밀도 개발 필요
#수도권 과밀화 , 지방 소멸 막기 위해
  핵심 지방도시의 삶의 질 높여 줘야 

-두 분의 얘기를 정리하자면 여야 의원들의 자율성, 책임감이 살아날 때 여야 정쟁이 완화되고 협치도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네요.
화제를 좀 바꿔서 요즘 최대 화두가 된 부동산시장 이슈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부동산값 폭등 문제가 문재인 정부 지지도를 거의 20%포인트 정도 깎아먹는 악재 중 하나였습니다. 수도권 아파트 공급확대 방안을 놓고도 논쟁이 뜨겁습니다. 또 다른 한편에선 수도권 집중현상을 심화시킬 것이라는 걱정도 나옵니다. 두 분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민병두
문재인 정부가 요즘 그립(grip)을 놓치고 있는 게 아닌가, 자기 폼(form)을 잃어버린 게 아닌가 걱정됩니다. 야구선수나 골프선수가 자기 폼을 잃어버리면 슬럼프에 빠지기 마련인데 요즘 그런 느낌이 좀 들어요. 왜냐하면 문 대통령이 요즘 굉장히 중요한 이슈에 직접적으로 개입하고 있는데, 일단 개입을 하면 그것이 최종적인 것, 완성 형태가 돼야 합니다.
미국 백악관에서 일하는 참모들에게 원칙이 몇 가지가 있다고 합니다. 첫째는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대통령이 받게 하는데, 긍정적이고 최종적인 단계에서 받게 합니다. 둘째는 잘못될 경우엔 책임을 내각, 행정부로 분산시킵니다. 셋째는 익명의 고위관계자를 여러모로 활용합니다. 그 익명의 고위관계자를 자기들이 일부러 만들어서 스포트라이트를 돌리기도 하고, 거꾸로 자기들이 모르는 익명의 관계자가 있을 때 첩자의 존재를 발견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내년, 내후년을 쭉 이어서 생각해보면 내년 4월 재보선은 사실상 ‘미니 예비 대선’이잖아요? 그런 측면에서 문재인 정부가 더욱 더 자기 폼을 잃어버리면 안 될 거 같아요.
부동산 대책과 관련해서 제 생각을 몇 가지로 정리해 봤습니다.
첫째, 수요억제 정책 자체는 틀린 게 아닙니다, 그렇지만 섬세하지 못했습니다. 취득세 인상 같은 경우 다주택자가 10억짜리 집을 샀다고 했을 때, 다른 나라에선 취득세가 최대 30%까지 가능하다고 들었습니다. 만약 취득세 30%, 즉 3억을 물리면 누구나 살 엄두를 못 내겠죠.
그런데 양도소득세를 다주택자에게 30% 물리면 어떻게 될까요? 훗날 정권이 바뀌거나 부동산경기가 계속 좋아질지 모른다고 기대한다면, 매각 결정을 미루려는 유혹이 있을 겁니다. 한마디로 양도세가 올라도 쉽게 겁을 안 냅니다. 반면 취득세가 올라가면 집을 살 때 당장 부담이 되죠. 부동산거품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데 취득세 30%를 먼저 집어넣는 거니까.
문제는 취득세가 주택을 새로 구입한 경우에만 해당되고 기존 것에 대해서는 안 되잖아요. 출구가 양도소득세라고 한다면, 중간 파이프라인은 보유세, 출구는 양도소득세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셋 다 막아버리면 숨통이 안 트이잖아요. 입구를 먼저 막고 파이프라인에서 적절하게 물을 뽑아내야 한다고 봐요. 그게 보유세 역할일 겁니다. 보유세는 지금까지 재산세와 종부세였습니다. 그런데 주택임대사업자와 법인들에겐 종부세를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주었어요.
요컨대 재산세에 대해 누진과세를 하는 대신, 출구인 양도소득세는 좀 열어줘야 한다고 봐요. 정권이 바뀌더라도 기본 방향을 확실하게 설정해야 합니다. 주택은 주거 수단이어야지 투기 수단이어서는 안 돼요. 3주택, 4주택이 되면 시장에 내놓도록 유도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김세연
저는 공급확대 정책이 적절하지 않다고 봅니다. 그린벨트 해제는 도시환경 자체를 열악하게 만들기 때문에 신중해야 됩니다. 반면에 이명박 정부 때 행복주택처럼 도심 내 주거공급을 늘리는 건 다들 익숙한 공급확대책인 것 같아요.
지금처럼 엄청나게 풀린 시중 유동자금이 갈 데가 없어서 부동산 쪽으로 몰려가서 자산 거품이 만들어졌는데, 여기에다 주택공급을 늘리면 거꾸로 집값이 더 올라버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지금도 비슷한 현상이 계속 나타나고 있지 않습니까. 공급확대 정책은 지금 시대에 맞는 처방은 아닌 거 같다는데 동의하고요.
저는 수요억제 방식으로 가는 게 적절하다고 보는데, 다만 1가구 1주택자에게는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특히 조세정책과 금융정책 가운데 문재인 정부는 금융정책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한 채 조세정책만 과도하게 매달리고 있습니다. 양쪽 정책수단을 동시에 적절하게 활용할 필요가 있어요. 부동산 투기 방지 차원에서 주택대출 규제는 대폭 강화하는 게 맞다고 봅니다. 근데 이 과정에서 실수요자들한테는 오히려 금융 규제를 완화해줘서 내 집 마련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나가는 게 바람직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민병두
김 의원 말씀대로 수요억제 정책의 하나로 조세정책이 있어요. 다주택자에 대해선 일관되게 지대수익, 불로소득을 회수하겠다는 관점이 제일 중요하다고 봅니다. 세제와 세정(稅政)이 일관되어야 한다고 보는데 쉽게 말해 일세(稅)는 줄이고, 놀세(稅)는 늘리자는 얘기예요. 즉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기업들에겐 법인세, 일세를 좀 줄여 주는 게 맞을 거 같습니다. 그래야 기업들이 더 많은 투자를 할 거 아닙니까. 반대로 놀세, 불로소득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세금을 매기면 국민적 공감대가 생길 거라고 봐요. 내가 일자리를 늘리면 국가가 세금을 깎아주는구나, 반대로 내가 부동산으로 돈 벌려고 하면 국가가 징벌하는구나, 그런 메시지가 분명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 의원이 또 하나 말씀하신 게 유동성 관리였죠. 지금 0%대 예금금리 갖고는 엄청난 유동성의 흐름을 금융시장, 자본시장으로 유도할 수 없잖아요. 금년에는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경기침체가 심하니까 저금리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사정들을 감안할 때 결국 DTI(총부채상환비율), LTV(주택담보대출비율) 규제를 핀셋처럼 적절히 활용해야 합니다. 다만 실수요자, 젊은 세대가 좌절하게 만들어선 안 됩니다. 2009년도에 대졸자 가운데 여성의 비중이 남성보다 더 높아집니다. 그 말은 대졸자 맞벌이 부부가 많이 늘어났다는 얘기거든요. 그들 중 부부합산 연간 소득이 1억을 넘는 인구가 50만 명을 넘습니다. 그들이 새 집을 사는 걸 과도하게 규제하면 굉장히 실망할 수 있겠죠.
가장 이상적인 방향은 도심 재개발 과정에서 공공임대를 확대해 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걸 10년, 20년, 30년 꾸준하게 하다 보면 싱가포르 수준의 3분의 1이라도 따라 가겠죠.
그런데 공급확대를 위해 재개발, 재건축을 촉진할 경우, 예컨대 강남구 은마아파트의 재건축 허가를 내준다고 한들 부동산값을 잡을 수 있겠습니까. 그냥 어마어마한 집값 상승효과만 불러일으킬 거라고 봐요. 그린벨트 해제는 더욱 더 사회적 합의를 얻기가 힘듭니다.
이런 것을 감안할 때 서울 시내의 남은 땅들을 활용하는 방법이 있죠. 예를 들어 홍콩, 싱가포르처럼 브릿지시티를 지하철 1호선 통과지역 위에 만들 수 있습니다. 또한 서울의 원도심 지역이나 동서남북의 부도심을 보면 1950~60년대 노후주택들이 많이 있잖아요. 그런 곳들을 고밀도 개발방식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어요. 단지형 개발로 가면 지주들의 이해관계를 조율하기 힘드니까 그보다 타워형 개발을 해보자는 거죠.
예컨대 광화문 교보문고 뒤에 가보면 타워형으로 원도심을 재개발한 사례가 있잖아요. 최근에는 모듈 조립 방식을 도입하면 공사기간도 기존 공법의 4분의 1 정도면 됩니다. 중국에선 최근 신도시를 모듈러 공법으로 7개월 만에 지었어요. 그만큼 금융비용, 건설단가가 줄어들 것 아닙니까. 그러면서 ‘에너지 제로 주택’, 스마트팜 개념까지 넣어서 여러 가지를 시도해볼 수 있겠죠. 요즘엔 건설업 자체가 이젠 제조업이자 4차 산업혁명이에요.
이런 방식으로 원도심, 부도심을 재개발하게 되면 강남 대체효과를 낼 수 있고 직주근접 주택을 많이 공급할 수 있을 겁니다.

-김세연 의원께서도 그동안 2050 프로젝트를 많이 연구해온 걸로 압니다. 저출산·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 추세에 맞춰 장차 주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 게 좋을까요.

▲김세연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가 확산되고 언택트 문화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도시화와 도심 고밀도화에 대한 우려가 크기 때문입니다. 주거난을 해결하려면 기본적으로 수요자들이 원하는 입지에 물량을 공급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지금 공급확대 차원에서 3기, 4기 신도시까지 논의하고 있는데, 그보다는 도심 내에 합리적인 비용으로 쾌적하게 살 수 있는 거주 공간을 대폭 늘리는 게 맞다고 봅니다. 장차 도심에 사는 인구가 줄게 되면 도심 공동화 현상이 발생할 겁니다. 빈 집과 노후 상업시설들의 경우 원래 용도로 쓰일 수 없다면 그런 공간을 주거용으로 전환해 젊은 층이나 직주 근접 생활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물량을 공급할 수 있을 거라 봅니다.
민 의원께서 지하철 1호선 위에 브릿지시티를 건설하자고 말씀하셨는데, 지하철역이 있는 역세권에 대해선 초고밀도 개발을 허용하는 방향을 검토해볼 수 있습니다. 지하철역까지 5분 거리 지역에서 공급물량이 많아진다면, 삶의 질 문제도 상당 부분 완화시킬 거라고 봅니다.

▲민병두
신도시를 계속 건설하는 방식으로는 수도권의 인구 과밀화를 계속 야기할 겁니다. 신도시 주민들을 위해 GTX A, B, C 노선을 만들려 하지만, 출근에만 한두 시간씩 뺏기면 사람들이 선호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1980년대 1차 베이비부머들이 신혼살림을 차릴 때 서울 어느 지역에 자리를 잡든 그때는 집값 차이가 크지 않았어요. 학군 차이는 물론 있었죠. 그런데 IMF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강남에 좋은 직장이 많이 생긴 겁니다. 벤처기업도 생기고, 주요 기업들이 다 옮겼어요. 생각해보세요. 동대문에서 상계동, 중계동까지 가면 웬만큼 큰 기업이 드물어요. 서대문에서 은평구 쪽으로 가 봐도 그래요. 좋은 일자리는 광화문 아니면 강남, 여의도에 모여 있어요. 이렇게 직주근접의 차이가 결정적인 격차를 만든 겁니다. 일본의 신도시가 쇠락한 걸 보더라도 신도시 건설보다 원도심의 고밀도 개발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다만 원도심, 부도심을 재개발할 경우 지주들의 이해관계가 굉장히 복잡하게 얽히기 때문에 일단 법령 정비를 해야 합니다. 지주들한테 소유 지분의 20~30%를 공공임대로 내놓으라 하니까 사업 진척이 되지 않고 있는데, 정부가 그런 이해관계를 조정할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김세연
수도권 집중현상을 완화하려면 수도권-지방의 대립 구도로만 바라봐서는 바람직한 해법이 나올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수도권이라 하더라도 서울 강남이냐, 서울에 가까운 경기도냐, 아니면 경기도 외곽도시냐에 따라서 관점과 이해관계가 다 다를 거라서 획일적으로 말하기는 좀 어려울 것 같아요. 지방에서도 역시 부산 해운대냐, 대구 수성구냐, 다른 외곽의 열악한 환경에 있는 지역이냐에 따라 달라지겠죠. 결국에는 어느 정도의 비대칭 발전전략을 쓸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제한된 자원으로 개발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합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인용한 자료에 따르면, 도시화가 될 때 인프라 건설비용이 30% 줄고, 도시 안에서 일어나는 창조산업의 추가적인 부가가치가 30% 높아졌다고 합니다. 수도, 전기, 가스, 통신 등을 집적화되지 않은, 외곽의 넓은 지역에 까는 것에 대비할 때 인프라 투자효율이 크게 올라간다는 얘기입니다.
다만, 제가 부산 출신으로서 봤을 때, 수도권 쏠림 현상이 너무 심화된다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적어도 부산, 대구, 광주, 대전 정도는 서울에 못지않은 삶의 질을 제공하는 도시로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이걸 가능하게 하는 교육, 의료, 비즈니스 인프라가 갖춰지도록 해야 하고요.

▲민병두
우리가 30년 후, 2050년을 상상해 보죠. 지금 수도권 인구가 전체의 50%나 되고 경제력 집중도가 80% 가까이 되는데, 이 추세대로 간다면 2050년에는 수도권 인구가 70∼80%를 차지하게 될 겁니다. 그러면 대부분의 지방도시가 사실상 소멸하는 겁니다. 그것이 과연 정상적인 국가냐, 그런 생태계가 모두한테 축복이냐, 진지하게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럼 또 다른 관점에서 미래 도시는 과연 어떻게 될까요? 100년 전에는 스페인독감으로 인해 대략 5000만 명이 사망했어요. 2050년이면 북극의 빙하가 다 녹아서 1만 개의 새로운 바이러스가 나온다고 합니다. 그래서 지구의 종말을 막기 위해 탄소배출 제로사회를 목표로 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제가 얼마 전에 페이스북에 “강남을 걸으면서 프랑스의 2050년 도시모델을 생각한다”는 글을 올렸어요. 2050년의 도시는 숲과 도시와 직장이 하나로 어우러진, 숲속 도시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청사진을 갖고 세상을 바꾸기 시작해야 된다고 봐요.
우리가 살다보면 제일 좋은 거주지역이 어디냐면, 바로 대학캠퍼스예요. 대학본부라는 거버넌스, 기숙사라는 집, 운동장, 숲까지 다 있죠. 얼마나 좋아요. 저는 서울과 6대 광역도시의 모든 대학들을 과감하게 지방혁신도시로 이전하자는 제안을 하고 싶어요. 지금 혁신도시는 인구 5만을 채우지 못하고 있어요. 김 의원이 방금 말씀하신 것처럼 125개 공기업이 지방으로 가서 흩어져 있다 보니까 집중효과도 없어요. 지방도시가 소멸되면 제2차 이전을 해야 할지 몰라요.
그래서 서울과 6개 광역도시의 대학캠퍼스를 혁신도시로 옮겨서 그 곳에는 완전한 생태계가 조성되게 만들자, 혁신성장의 엔진까지 들어가게 하자는 겁니다. 이런 미래형 중핵도시를, 누구나 쾌적한 환경에서 살 수 있는 2050년대 도시 모델을 만들어나가자는 겁니다. 아까 말한 도심 고밀도 개발도 이런 비전에 따라 진행해야죠. 2050년에는 녹지가 있고 미래형 타워가 있는 미래 도시에서 삶의 질이 올라갈 수 있다는 꿈을 사람들한테 심어줘야 합니다. 대학 관계자들로부터 무지하게 욕먹을지 모르겠지만요.

대담=이양수 편집주간
사진·정리=한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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