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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이의 ‘퓨처럼’] ‘싸강’ 다 들었어? 아니, 나 ‘집관’ 중이야

by | 2020년 7월 20일 | 기획


올해 상반기의 트렌드를 정리하는 신조어나 유행어는 무엇일까? 코로나19 시대에 젊은이들의 생각과 취향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

<피렌체의 식탁>은 포털사이트에서 검색량이 많은 신조어들을 통해 우리 사회의 변화를 정리해본다. ‘퓨처럼’(FUTURUM)이란 단어는 라틴어로 ‘미래’란 뜻이다. 최근에는 Future(미래)와 Forum(포럼)을 합성한 신조어로 통용된다.
30대 후반의 김윤이 필자는 이 글에서 다양한 분야의 신조어를 살펴보면서 젊은 세대의 생각과 감성을 설명한다. 코로나19 시대의 생활상과 기성세대에 대한 불만을 새삼 느끼게 된다. ㈜뉴로어소시에이츠를 창업한 필자는 KAIST와 미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서 공부했으며, 그동안 데이터업계에서 청년창업가로 활동해 왔다. [편집자]

#집관 (스포츠·문화): 집에서 본다
#싸강 (교육): 사이버강의
#라방 (소통·유통): 라이브 방송
#옛능 (소비·방송): 옛날예능
#영끌 (부동산): 영혼까지 끌어 모아
#주린이 (금융): 초보 주식투자자
#동숲 (게임): 닌텐도 ‘동물의 숲’ 
#JOMO (사회): 놓치는 즐거움
#산스타그램 (건강·환경): 등산 인증
#펀쿨섹좌 (국제): 고이즈미 신지로

#집관 (스포츠·문화)

‘집에서 본다’는 뜻이다. ‘랜선 응원’, ‘방방콘’(방에서 즐기는 방탄소년단 콘서트)과 함께 올해 상반기의 대표적인 유행어로 떠올랐다. 스포츠 방송중계가 발전하며 현장관람을 구분해 표현해주던 단어 ‘직관’(직접관람)에서 변형됐다는 점에서 아이러니하다. 
스포츠산업은 현장티켓 수입보다 TV중계권 수입이 더 커진지 이미 오래됐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피겨스케이팅 경기가 우리 시각으로 오전에 진행됐는데, 이는 미국 TV방송사  NBC 프라임타임 배치 요구에 맞추어 IOC가 경기일정을 조정한 것이다. 스포츠경기 관람의 무게중심이 진작부터 집관으로 옮겨갔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방역으로 인해 스포츠 현장이 원천 차단되자 ‘가상예매’, ‘실시간 응원채팅’ 등 오프라인의 느낌을 온라인에서도 잘 살릴 수 있는 방안들이 속속 도입됐다. 기업스폰서들은 리그오브레전드리그(약 1700만명 시청) 같은 공간제약이 없는 E스포츠를 선호했고 바둑·골프도 랜선대국, 글로벌스크린매치의 형태로 E스포츠화 경향이 강해졌다. 20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아레나 문화가 완전히 온라인화 되는 미래도 멀지 않은 듯하다.
집관은 영화시장 외에도 미술전시, 유적관람, 국악, 오페라, 클래식 연주 등 문화계 전반에서 새로운 표준으로 빠르게 정착되고 있다. 실황조회 수 1000만을 넘긴 ‘오페라의 유령’, 동시접속 200만을 넘긴 ‘방탄소년탄 콘서트’ 등 홈시어터 서비스는 열렬히 환영받고 있으며 AR·VR 기술 같은 하이테크도 활발히 접목된다.
결국 집에서 넓은 시야로 편하고 생생하게 콘텐츠를 즐기는 인프라에 대한 욕구는 증가할 것이며 이는 TV와 VR 기기, 넓은 주거공간에 대한 니즈를 증가시킬 것이다. 가족들 사이의 리모콘 쟁탈전이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나 이제 더 극적으로 변화할 미래를 생각해 볼 때가 됐다.
 
#싸강 (교육)
사이버강의의 준말. 코로나19로 대학가에서는 온라인 강의가 일상화됐다.
‘인강(인터넷강의)’ 위주의 입시교육을 받아온 대학생들 사이에서 ‘싸강’은 높은 만족도를 표현해주는 단어가 아니다. 정보전달 위주로 언제든 ‘다시보기’를 할 수 있던 ‘인강’과 달리 ‘싸강’은 라이브 성격이 강하다는 점에서 구별된다.
‘싸강’이 다소 부정적인 공론장에 자주 등장하는 이유는 사이버대학에서도 일어나지 않을 법한 기술적 문제와 교수진의 운영 미숙 및 불성실한 태도가 많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싸강 대참사’같은 웃지 못할 제목의 콘텐츠가 양산되며 큰 인기를 끌었다. 이는 헤드셋 끼고 수다를 떨며 단체전 게임을 하는 데 익숙한 젊은 세대가 기성교육에 던지는 냉소다.
물론 대학생들도 수업이 시작되자마자 카메라를 끄거나 코로나19 위험도가 높은 장소에서 딴짓을 하며 강의를 듣는 등 무책임한 태도로 교육자들을 허탈하게 만들었다. 우리 사회에서 대학이 대화 식 교수법, 일대일 코칭이 집중적으로 실천되어온 장(場)이었는데, 비대면 수업으로의 전환이 갑작스럽게 일어나면서 교수-학생 커뮤니케이션이 더 약화된 상황이 발생하고 말았다.
기존 대학교육의 효용성 논란이 불거지고 사이버대학이나 다양한 민간교육 대안들이 재평가되는 계기가 되고 있는 2020년. 특정 영상이 전 세계에 퍼지고 단순 지식은 대중 콘텐츠로도 충분한 지금, 대학 강의가 반드시 필요한지, 뭔가 차원이 달라져야 할게 아닐지 그 가능성을 새삼 묻게 된다.


#라방 (소통·유통)
라이브방송을 뜻하는 ‘라방’은 코로나19 이전부터 상승세를 탔던 트렌드였다. 기성세대에게는 생방송의 동의어가 아닐까 생각될 수 있지만, TV 기반의 일방적 송출이 아니라 스마트폰 같은 개인 디지털기기를 기반으로 쌍방향 소통을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세이클럽 라디오, 아프리카TV 시절에서 그 기원을 찾아도 좋을 국내 라이브방송 문화는 글로벌 플랫폼 유튜브에 힘입어 크리에이터 문화로 발전되며 언더그라운드 성향을 극복했다. 2020년에는 은행장, 국회의원, 언론인들도 발 벗고 나서는 새로운 소통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다시 말해 보도자료나 언론사 콘텐츠와 같은 딱딱하고 우회적인 PR 방식보다 ‘라방’과 같이 직접적이고 자기주도적인 메시지 전달을 더 신뢰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런 흐름을 포착한 각 플랫폼들은 결제와 커머스 기능을 강화했다. 여기에 재능 있는 개인들이 많이 뛰어들면서 ‘라방’은 단순한 소통이 아닌 유통업체의 새로운 전략 채널로 부상 중이다. 아직 매출 측면에선 홈쇼핑, 오픈마켓 등에 미치지 못하지만, 미리 짜놓은 각본에 구애받지 않고, 핸드폰 하나로 투명하게 소통하는 라방은  MZ 세대(밀레니얼세대, Z세대를 총칭)에게는 이미 대세가 됐다.
유통업체들은 케이블과 IPTV 사업자가 요구하는 막대한 송출수수료와 여러 가지 방송규제를 피해 마케팅 채널을 ‘라방’으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 일단 SNS 인플루언서(influencer)를 활용하는 홈쇼핑 초기전략과 유사한 포맷을 적용 중이나, 과대광고 및 PPL과 관련해 사회규범이 확립돼 있지 않아 종종 논란에 휩싸인다. 브랜드 업체들이 얼마나 대중의 기대를 만족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옛능 (소비·방송)
‘옛능’은 옛날예능의 약자다. 복고를 새롭게 즐긴다는 ‘뉴트로’ 흐름에서 파생된  방송계 유행 키워드다. 과거의 예능·드라마 가운데 5~15분 길이로 요약된 ‘다시보기’ 콘텐츠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이효리, 유재석, 비가 결성한 싹쓰리(SSAK3)처럼 과거의 향수를 불러낼 수 있어야 인기를 끌 수 있는 요즘이다. 왜 이런 현상이 생기는 것일까?
국내 방송사들은 고민이 많다. TV 드라마들의 한자리수 시청률이 심심치 않은데다 광고수입이 급감해 적자구조가 심해졌다. SKT, KT와 같은 이동통신사들과 연계해 독자적 플랫폼 웨이브·티빙을 시도했으나 넷플릭스, 유튜브를 견제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아마추어 편집자나 어린이 크리에이터가 벌어들이는 수입이 방송사 프로그램의 전체 매출과 맞먹는 요즘이다.
그런 와중에 방송사가 가진 독자적 콘텐츠 자산을 재편집해 내보내는 것은 제작비 측면에서도 좋은 대안이다. 다행히도 이런 콘텐츠들이 기성세대에게는 추억을 소환하고 젊은 세대들에겐 신선함으로 비쳐진다. 당분간은 다양한 형태로 재구성되어 방송시간에 관계없이 수익을 올려줄 것으로 기대된다.
MZ 세대가 옛 것에 열광하는 ‘영트로(Young+Retro)’ 현상은 소비업계에서도 핫 이슈다. 수십 년간 판매되어 온 곰표 밀가루의 상표는 이제 밀가루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수제맥주에도 붙고, 팝콘과 나초에도 붙는다. 패션업계와의 콜라보 작업도 활발해져 참이슬 가방, 곰표 패딩, 진로두꺼비 폰케이스는 최고의 패션아이템이 되어 중고제품도 웃돈을 주고 구할 정도다.
이를 가능하게 한 힘은 기존 브랜드가 수십 년간 쌓아온 인지도를 바탕으로 기발한 협업에 마음을 열며 젊은 세대에 독특한 개성을 선사하는 데 있다. 특정 브랜드가 전혀 예상치 못했던 분야와 연결되며 발생하는 신선함, 시너지, 코믹함의 삼박자가 맞았을 때 ‘영트로’라고 인정받을 수 있다.
 
#영끌 (부동산)
‘영혼까지 끌어 모은다’를 줄인 말이다. ‘영끌’은 부동산 매입과 관련해 젊은 사람들이 자금 마련 솔루션을 서로 질문하고 상담하는 과정에서 자주 등장한다.  ‘부린이(부동산 초보자, 부동산+어린이)’란 신조어와 함께 부동산 투자 고민에 관한 절박함이 투영된 신조어가 아닐 수 없다.
기성세대들은 1970~1980년대 고도성장 시기에 상대적으로 쉽게 정규직으로 입사해 두 자리수 금리로 노동소득을 자본소득으로 연결시킬 수 있었다. 주택도 낮은 가격에 살 수 있었던 기성세대들은 자가주택 소유 및 임대소득으로 노후를 준비하는 것을 당연시한다.
그러나 그들의 자녀세대는 역사상 최고의 교육수준에도 불구하고 좋은 일자리를 얻기가 쉽지 않다. 금융상품도 초저금리이기 때문에 대도시에서 자력으로 집을 마련하기란 역부족인 상황에 놓였다. 비혼, 저출산, 불평등 등 미래세대가 고민하는 주요 이슈의 출발점은 사실상 부동산이다.
그럼에도 주택가격이 고공행진을 하는 바람에 2030세대는 아예 출산·육아를 포기하거나 어떻게든 집을 사려고 무리한 대출계획을 세운다. 집을 일단 갖게 되면 집값 상승분으로 빚을 갚을 수 있다고 믿기에, 부동산시장 안정대책은 일부 청년세대에게 오히려 반발을 유발하는 역설을 낳는다. 아울러 여성전용 임대주택 등은 젊은 남성들에게 남녀 갈등을 유발한다.
미래세대가 원하는 것은 전국 어디서나 일자리 걱정 없이 삶의 질을 누리는 인프라, 부동산 아닌 생산성 있는 분야에 투자해도 노후가 보장되는 미래일 것이다. 이는 수도권과 신도시 부동산 소유자들이 선호하지 않는 방향일 수 있다. 문제해결의 주도권은 미래세대에게 거의 없다고 보이지만, 청년세대는 자본, 경험, 시간의 부족으로 대안을 찾아 행동할 동력조차 잃어가고 있다.
 
#주린이 (금융)
올 상반기에 주요 증권사에서 개설된 신규 비대면 계좌의 절반 이상을 2030세대가 차지했다고 한다. 주식투자 초보자를 뜻하는 ‘주린이’ 말고도 ‘금린이’, ‘스톡사피엔스’, ‘동학개미운동’도 신조어라고 할 수 있다. 밀레니얼 세대가 주식투자에 적극 나서는 모습은 전 세계적 트렌드인데 증권사 마케팅 전략에 변화를 일으킬 정도다.
이런 현상은 전문가나 증권사에 고가의 자문료, 수수료를 지불하지 않더라도 청년세대 스스로 투자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기인한다. MZ 세대는 증권사 리포트나 TV 해설방송을 보기보다는 유튜브, 카카오톡, 텔레그램을 통해 최신 정보를 제공받는다. 심지어 로보 어드바이저를 직접 만들어 운영하는 사설 교육 방식도 인기다. 본인에게 최적화된 맞춤형 체제를 구축하려는 노력 이면에는 기존의 간접투자 방식이 금융 소비자에게 원금도 보장해주지 못한 채 그저 수수료만 떼 가는 대형금융사의 배만 불려준다는 불신도 깔려있다.
물론 이런 현상에는 크고 작은 위험도 숨어있다. 젊은 세대를 쉽게 현혹할 수 있는 찌라시가 난무하며, 불법 리딩방들도 우후죽순 생겨나 고위험 투자에 현혹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선물거래 서비스에 게임 성격을 가미해 위험인지를 어렵게 하거나, 확률이 희박한 대박 사례를 소개하는 유튜브 컨텐츠에 젊은이들의 댓글 문의가 폭주한다.  
또한 대형주, 해외주식 위주로 장기투자를 하되 국내 중소형주를 단타용으로 생각하는 투자문화는 건전한 증시 발전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젊은 세대가 원하는 것은 빠르게 돈을 불릴 방법을 찾는 것이다. 정부는 하루빨리 건전한 벤처투자 환경을 조성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주식시장 열기를 발전적으로 승화시킬 방안이다.
 
#동숲 (게임)
닌텐도 콘솔게임 ‘동물의 숲’의 약자. 3월에 출시된 ‘모여봐요 동물의 숲’ 시리즈가 6주 만에 전 세계에서 1300만대나 팔렸다. 국내에서도 어린이날을 맞아 전자제품 구매처마다 대란이 일어났다. 무인도에서 여러 가지 액티비티를 하며 평화와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내용인데, 지난해부터 시작된 일본제품 불매운동에도 불구하고 다른 게임들을 모두 제치고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아울러 관련 기기인 닌텐도 스위치 콘솔 수요도 급증해 코로나19로 생산량 감소까지 겹쳤을 때는 오픈마켓에서 정가의 4∼5배까지 가격이 치솟고 중고거래 장터에서도 웃돈이 붙었다.
‘동물의 숲’ 인기 현상에서 주목할 점은, 기존의 전통적 게임 소비자층인 청년·남성의 교집합에 더해 장년, 여성, 어린이 등으로 소비자가 확장했다는 데 있다. ‘동물의 숲’은 하나의 사회적 트렌드로 자리잡는데 성공했다. 
게임업계가 대체로 그래픽 성능 경쟁 속에 좀비 퇴치물, 밀리터리 총쏘기 게임 등 잔혹하고 현실성 높은 게임들을 내세우고 있는 반면, 닌텐도는 고화질이나 극단적 내용보다는 누구나 쉽게 즐기며 지루함이 덜한 일상과 친근한 캐릭터들로 콘텐츠를 만들었다. 그런 것이 세대를 뛰어넘는 인기의 비결이라 할 수 있다.
 
#JOMO (사회)
프로축구 팬이 JOMO란 단어를 본다면, 아마도 J리그를 후원하는 일본 에너지기업을 연상할 것이다. 하지만 미국에서 예전에 만들어진 이 축약어는 요즘 다른 뜻으로 더 많이 인식된다. ‘Joy Of Missing Out’를 줄인 JOMO는 직역하면 ‘놓치는 즐거움’인데, ‘FOMO(놓치는 두려움)’에 대한 반대 의미로 만들어졌다. ‘포모족 vs. 조모족’으로 대비시켜 쓰기도 한다.
코로나19 이후 실내에서 스마트폰 사용이 늘어나면서 이 단어의 검색량이 급증했다. SNS 피로감과 1인 가구 증가세를 반영한 것이다. 특히 외부 평가에 민감한 한국 사회에서 SNS를 통한 연결과 공유는 인기와 성공을 얻는 새로운 길이 되었지만 끊이지 않는 알람과 콘텐츠는 늘 긴장을 유발하여 심리적 질환까지 유발한다.
구글과 애플은 2018년께 경쟁적으로 스마트폰 중독을 막기 위한 운영체제 신기술을 발표했고, 국내에서도 어린이의 스마트폰 사용을 통제할 수 있는 다양한 앱과 서비스가 출시돼왔다. 그러나 스마트폰만 보면서 걷는 ‘스좀비(스마트폰+좀비)’에는 남녀노소가 따로 없다. 스마트폰을 손에서 떼어놓는 것조차 생소해져버린 현대인에게 디지털 디톡스는 이제 필수적이다.
스마트폰은 더 이상 전화나 음악·영상 감상을 위한 도구, 게임기가 아니다. 24시간 세상과 연결되어 돌아가는 생활의 중심이 되었다. 그러나 MZ 세대는 요즘 그것이 심신의 안정을 깨뜨린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스마트폰 중독의 고리를 끊고 사색과 힐링, 자기계발에 집중하는, 계획적이고 목적 지향의 디지털 생활로 나아가고 있다.  
 
#산스타그램 (건강·환경)
노스페이스 다운재킷이 전국 모든 학교의 교복이 되던 시절을 기억하는가? 노스페이스는 보통의 사람이라면 오를 수 없는 미국 요세미티에 위치한 하프돔 북벽을 상징한다. 이제 그 세대가 성인이 되어 정말로 산을 오르고 있다. ‘산스타그램’은 사진공유 SNS 인스타그램에 등산 인증샷을 올리는 것을 의미한다. ‘산린이(산+어린이, 등산 초보자)’, ‘혼산(혼자 하는 등산)’ 등과 관련한 커뮤니티도 속속 나온다.
먹스타그램이 “내가 어떤 맛있는 음식을 먹었나”를 자랑하며 정보력과 부(富)를 자랑하는 방법이었다면, 산스타그램은 “내가 어떤 산을 올랐는가”를 자랑하면서 건강미와 아웃도어 패션을 자랑하는 것이다. 특히 레깅스를 입고 등산을 하는 ‘핏셔너블(핏fit+패셔너블fashionable)’ 모습들은 자연스럽게 고가의 기능성 브랜드를 구입했다는 자기과시라 할 수 있다.
클래식은 부자어른들의 문화인 듯한 고리타분함이 싫고, 팝은 너무 쉽고 대중적이라 싫다는 이유 때문인지 젊은 세대는 그 중간 지대로서 재즈, 뮤지컬에 정착하는 성향을 보인다.
그와 비슷하게 골프를 즐길 만한 재력은 없지만 먹스타그램 같은 액티비티는 다소 진부해보여, 자연과 가까이서 쿨(cool)한 중간지대를 추구하던 젊은 세대가 산스타그램에 빠져드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이들은 ‘줍깅(줍다+조깅)’을 통해 산에 버려진 쓰레기도 줍고 일회용품도 쓰지 말자는 문화를 선도한다. 부모세대가 시끄러운 스피커를 켠 채 걷거나 음주 및 옆 사람과의 시비로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 것과 달리 좀 더 예쁘게 산과 자연과 친해지고 있는 것이다.

 
#펀쿨섹좌 (국제)
일본 자민당 의원이자 환경장관인 고이즈미 신지로를 지칭하는 신조어. 2019년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에서 그가 “(기후변화처럼 거대한 규모의 문제는) Fun하고, Cool 해야 된다. 당신도 Sexy해져야 된다”고 발언한 게 시발점이다.
이후 고이즈미 신지로에게는 “펀쿨섹”을 지닌 “본좌”라는 웃지 못할 별명이 붙었다. 또한 “공약 실현이 가능하다면 근거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고선, 그윽한 눈빛으로 “그것이 약속이니까”라고 동어반복 식으로 대답하는 영상이 유행한 적이 있다. 이는 여러 형태로 패러디되며 젊은이들 사이에 공유됐다.
그가 보통의 정치인 중 한 명이었다면 큰 화제를 낳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위기로 아베 신조 총리의 지지도가 하락하며 차기 총리감으로 거론되는 와중에 그의 생뚱맞은 과거 화법들이 한일 양국에서 재조명되고 있는 것이다. 글로는 알 수 없는 느낌이라 영상을 반드시 찾아보아야 공감할 수 있다.
여기에는 단순한 놀이 이상의 의미가 있다. 우리 젊은이들은 그가 조롱받을 정도로 동문서답 발언을 계속 쏟아내는데도 총리 후보감이라는 점에서 ‘일본 정치 수준이 낮다’고 생각한다.  과거에 일본의 정치나 문화를 대체적으로 두려운 감정을 갖고 대했던 기성세대의 정서와는 크게 차이 난다.
MZ 세대는 여행과 콘텐츠 등으로 일본 문화에 익숙하면서도, 한류 드라마, K-pop 등이 일본 진출에 성공하는 것을 보면서 자라왔다. 때문에 국격(國格)에서 한국이 밀린다는 생각을 근본적으로 하지 않는다. 오히려 일본의 수출규제를 이겨내고 코로나19 방역 성과에서 앞섰다는 사실이 더욱 더 이런 인식을 굳혀줬다. 
우리의 MZ 세대가 만들어갈 미래를 ‘펀쿨섹좌’로 표현해보자면 이럴 수 있겠다: “한국의 젊은이들은 앞으로도 세계적인 성과를 만들어 낼 것이다. 세계적인 성과를 만들어 내고 싶은 것이 한국의 젊은이들이기 때문이니까. 그것이 섹시하니까.”
 


김윤이 필자

㈜뉴로어소시에이츠 창업자 및 대표이사. KAIST와 미 하버드대학 케네디스쿨에서 공부했다. 데이터업계에서 청년창업가로 활동하는 한편, 국무총리실 공공데이터 전략위원, 외교통상부 경제통상 전문직 등으로 일했다. 저서로는 <법률영어핸드북>, <빅픽처 2015~2017>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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