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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 칼럼] 코로나19 시대 스마트치안과 빅브라더 사이…한국 경찰의 미래를 묻는다

by | 2020년 7월 10일 | 국제, 정책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범죄 양상도 변화

인류는 역사적으로 경험하지 못했던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각종 정부 및 연구기관은 코로나19 위기의 여파로 경제활동 위축과 함께 세계 주요국의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면치 못할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경제위기와 치안환경의 관계는 다양한 관점에서 살펴볼 수 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전통적 노상 범죄(Street Crime)는 상대적으로 줄었지만, 인터넷 쇼핑몰 사기, 보이스피싱 같은 사이버범죄가 급증하고 있다. 반면 코로나19 확산 우려 때문에 음주운전 단속이 약화되기도 하고, 이란에서처럼 집단감염을 막기 위해 수만 명의 재소자를 석방하여 치안불안 요소가 급증하기도 한다.

그런데 코로나19 위기가 지속되면 범죄양상만 바뀌는 게 아니라 정부재정에도 심각한 타격을 주어 긴축재정이 불가피하다. 2007~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국과 유럽 여러 국가가 긴축재정으로 인해 치안예산을 축소하게 됐다. 당시 영국과 미국의 일부 주(州)에서는 경찰관, 교도관 등 법 집행기관들에 대해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해야 했다. 그래서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의 치안환경은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도전에 부닥칠 가능성이 있다.

#스마트치안의 핵심은 AI와 빅데이터

유럽의 일부 국가들이 재정위기를 겪은 2010년대 초반, 각국 경찰은 위기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여러 가지 방안을 모색했다.
먼저 2012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유럽경찰장협의회(the 2012 European Police Chiefs’ Convention)에선 ‘SMART Policing(스마트 치안)’을 논의했는데, 선택과 집중을 통해 경찰이 갖는 기존 가용자원을 집중시켜 치안활동 전반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데 목적이 있었다.
똑같은 용어를 사용했지만, 미국에서는 보다 구체적인 개념으로 스마트 치안을 ‘S.M.A.R.T. Policing’이라 이름 짓고, 전략적 관리기법, 분석 및 연구 그리고 기술을 핵심요소로 하는 치안정책 내지 경찰전략으로 재해석했다.

이후 스마트 치안 전략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기술, 즉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 자율주행차, 가상현실, 드론 등과 만나면서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되었다. 기존의 전통적 경찰과는 다른 치안환경 속에서 스마트 치안이란 개념을 한층 강화할 수 있는 기술 지원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AI는 아주 빠른 속도로 사회 각 분야에 깊숙이 스며들고 있다. 금융, 의료, 제조, 예술, 물류는 물론 치안의 영역에서도 그렇다.
독일 경찰은 트럭 테러의 피해를 줄인 AI 브레이크를 개발했고, 영국은 수사기록 검토를 지원하는 AI로봇을 개발했다. 미국은 페이스북의 테러 콘텐츠를 삭제하는 AI, 나스닥의 내부거래 및 주가조작을 단속하는 AI, 범죄예측시스템인 프레드폴(PredPol)과 헌치랩(HunchLab) 등을 활용하고 있다.
특히 헌치랩은 시간이나 계절과 같은 주기 정보에다 날씨, 지역경제, 과거 범죄데이터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범죄가 일어날 확률이 가장 높은 지역을 예측하고, 특정 지역 위주로 경찰력을 집중 배치해 범죄를 사전에 예방하는 시스템이다.

아시아권의 경찰에서도 AI는 활발하게 이용되고 있다. 중국의 경우 알리페이의 보이스피싱 예방 AI 결제 시스템, 안면인식 AI 선글라스, 안면인식 AI 보안시스템 등을 치안에 활용한다. 일본은 AI 활용 범죄예측 시스템, CCTV 영상분석 AI, ATM CCTV 영상분석 AI, 보행형태 분석을 통한 개인식별 AI 등을 활용하고 있다.

#한국도 범죄예측모델 개발 임박

2017년 12월, 미국 법무부 사법지원국의 경찰리더십 간부회의에선 2025년의 경찰 미래상을 선보였다. 미래경찰은 자율주행차를 타고 순찰을 하는데,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범죄패턴이 반영해 그날그날의 순찰경로를 결정한다. 출발 전에 증강현실기법은 가상지도에 최근의 범죄현황을 보여주고, 수배자의 범죄기록을 순찰차 앞 유리창 스크린에 띄워준다.
만약 순찰 중 긴급상황이 발생하면 순찰차 지붕에 탑재된 드론이 날기 시작해 실시간으로 지휘센터에 현장 상황을 전파한다. 이러한 시나리오에 등장하는 기술은 놀랍게도 2020년 현재 모두 실현 가능한 것들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다양한 치안영역에서 IoT, 드론, 3D 프린팅, AR/VR, 빅데이터, AI 기술 등을 적용할 태세를 갖춰왔다. 그 중에서 경찰이 보유한 방대한 데이터를 이용한 AI기술 개발과 그 적용이 활발하다.

2018년 경찰은 국가정보자원관리원과의 협업을 통해 AI에 기반한 임장(臨場)일지 데이터 분석으로 동일범의 여죄 추적에 성과를 거두었다. 임장일지란 범죄사건의 개요와 현장상황, 범행수법 등을 상세하게 기술한 수사기록이다. 피의자의 여죄를 추적하려면 범행수법과 유사한 임장일지를 일일이 검토해야 했는데, AI 기계학습을 통해 수사관의 품을 팔아야 했던 일이 훨씬 빨리 처리될 수 있다.

2019년 국제치안산업박람회에서는 성범죄 피해자 조사에 AI가 진술내용을 문자로 기록해주는 기술이 소개되었다. 이 기술이 실제 수사현장에 활용된다면 수사관은 피해자와의 라포(rapport, 공감대) 형성에 보다 집중할 수 있고, 피해자 역시 보다 편안한 상태로 진술을 이어갈 수 있다.

2020년 6월 대구지방경찰청은 AI 기술을 순찰노선 배치에 적용하여 긍정적인 효과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112신고 발생 예측분석 모델 등을 바탕으로 순찰지점 추천 알고리즘을 개발해 112순찰차 노선 재배치를 시범운영한 결과 112신고 및 5대 강력범죄의 감소 효과를 거두었다는 것이다.

이처럼 스마트치안의 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 AI 범죄예측을 본격화하기 위해 경찰청은 2019년 ‘스마트치안 구현단’을 발족하고, 경찰청에 ‘치안 빅데이터 정책담당관’을 신설했다. 이에 앞서 경찰대학 내 치안정책연구소에서는 ‘스마트치안 지능센터’를 운영해왔는데, 이러한 조직개편으로 한국형 범죄예측모델 개발에 한 발짝 다가서게 되었다. 치안 빅데이터 분석·활용을 위한 경찰 내 컨트롤타워 부재의 문제도 해결됐다고 볼 수 있다.

2020년 현재 경찰청은 ‘빅데이터 통합 플랫폼 1단계 구축’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경찰청이 보유한 110여 개 시스템 중 31개 시스템에 축적된 빅데이터의 분석 기반을 갖출 계획이라고 한다. 이 사업을 통해 여러 곳에 흩어져 있는 방대한 치안데이터를 통합하고, 각 기능별 중복투자로 인한 비효율성 문제도 일부 해결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 플랫폼이 구축되면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본격적인 책임수사를 구현할 수 있을 것이고, 자치경찰시대를 앞두고 지역별 특성에 따른 맞춤형 치안서비스 제공도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개인 신상정보 보호, AI 오류 방지 대책 필요

그런데 AI 기술과 빅데이터 분석을 활용한 스마트치안의 미래가 꼭 밝은 면만 갖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문제들이 적지 않다.

우선, 경찰의 프라이버시 침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AI를 활용한 스마트치안의 구현은 데이터의 수집에서부터 시작되는데, 과연 AI 알고리즘에 투입될 데이터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가 문제다. 다행히, 지난 1월 데이터3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처리돼 데이터 이용 활성화를 위한 가명정보 개념이 도입됐다. 또 개인정보 처리자의 책임 강화, 개인정보 판단 기준이 명확하게 규정됐다.
하지만, 범죄 및 치안관련 데이터의 민감성으로 인해 프라이버시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인지 샌프란시스코 경찰은 지난 5월부터 안면인식 프로그램의 사용을 전면 금지했고, 뉴욕에선 NYPD의 치안감시기술과 관련된 전략을 공개하도록 강제하는 법안을 고려하고 있다. 이른바 빅브러더 논란을 의식한 조치들이다.

그런데 프라이버시 침해 염려와 관련하여 최근 재미있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지난 5월 발표된 ‘2019년 지능정보사회 이용자 패널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능화된 서비스가 증가할수록 이용자들은 개인정보 활용을 스스로 허락해야 하는 역설적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이는 치안 분야의 빅데이터 활용에서도 비슷하다. 공동체의 안녕과 스마트 치안을 위해선 개인정보의 제공과 활용이 불가피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물론 정부기관의 프라이버시 침해 방지를 위한 제도적, 기술적 보호장치가 엄격하게 마련돼야 하겠지만, 공동선을 추구하기 위해 사회가 합의할 수 있는 지점은 어디까지인지 확인하는 절차도 함께 필요하다.

다음으로, 최근 AI는 상당한 수준의 정확성 내지 예측 능력을 자랑하지만, 과연 예측적 경찰활동, 즉 AI 경찰이나 빅데이터 경찰의 오류를 어떻게 통제하느냐 하는 부분도 주요 이슈 가운데 하나다.
2012년 뉴올리언스 경찰국은 첨단업체인 Palantir Technologies와 공동으로 예측적 경찰활동 시스템을 개발했다. 하지만 수정헌법 제4조(부당한 체포・구속・압수・수색에 대해 신체, 가택, 서류 및 동산의 안전을 보장받는 국민의 권리)의 위반 가능성이 지적되고 있다. 일각에서 예측적 경찰활동의 알고리즘에 인종차별적 요소가 포함되어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의 경우 다민족·다인종 국가라고 보기 어렵지만, 다양한 개인신상 관련 정보가 어떠한 형태로 활용되는가에 따라 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예측적 경찰활동에 활용된 AI 알고리즘도 공개되어야 하느냐를 놓고도 논란이 있다.
특히 범죄수사 목적에서 이루어지는 AI 경찰활동이라면 그 알고리즘의 공개는 재고되어야 하겠지만, 일반시민의 개인정보를 활용한 시스템이라면 정보자기결정권의 차원에서 어떤 정보가 어떻게 활용되고 가공되는지 알 권리도 존중돼야 한다. 앞으로 사회적 합의가 요청되는 대목이다. 서구 사회에서 한국의 코로나19 위기 대응 능력을 평가하면서도 통제 사회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는 것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스마트 치안은 범죄자 중심 예방전략이 효과적

한국형 스마트치안, 혹은 AI 경찰활동의 방향이 무엇을 지향해야 하느냐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AI를 활용한 예측적 경찰활동은 크게 봐서 세 가지 방향으로 예상해볼 수 있다.
첫째, 범죄 예측(범죄발생 가능성이 높은 시간과 공간 식별), 둘째, 범죄자 예측(범죄위험성이 높은 개인을 식별), 셋째, 피해자 예측(범죄피해 가능성이 높은 개인이나 집단을 식별)이 그것이다.
요즘 국내에서 추진하려는 것은 범죄 예측, 즉 범죄발생 가능성이 높은 시공간을 식별해 예방순찰을 강화하는 형태의 활동이다. 하지만 미국의 스마트 폴리싱 과제들을 검토한 결과에 따르면, 가장 효과적인 전략은 주로 범죄자 중심 전략이었다. 요컨대 AI 경찰활동 역시 범죄자예측 방향으로 경도(傾倒)될 우려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스마트 치안이 추구하는 예측적 경찰활동의 수준 혹은 지향점은 무엇인가에 대해 명확하게 정책목표를 설정하는 게 필요하다.

끝으로, 새로운 기술에 대한 경찰관의 수용의지는 또 다른 차원의 문제다. 대표적으로 미국에서 순찰차에 GPS를 부착하는데 대해, 대다수 경찰관이 극렬하게 반대하는 바람에 한동안 시행되지 못했던 사례가 있었다. 순찰경찰관의 근무상태를 감시하는 족쇄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기 때문이다.
비슷한 사례로 우리나라에서는 웨어러블 카메라(일명 폴리스캠)를 보급하고 시범운영을 했지만 그 활용률이 매우 저조했다. 폴리스캠의 원래 도입목적은 현장 경찰관의 공권력 집행의 정당성을 증명하고 증거 수집을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일선 경찰관들은 촬영 영상에 대한 확인이 불가능해 본인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걱정했다. 그래서 자신이 지급받은 폴리스캠 대신 시중의 웨어러블 카메라를 구입해 사용하는 실정이라고 한다. 이는 사용자의 기술 수용 의지가 실제 기술 수준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는 현실을 말해준다. 따라서 기술개발 단계에서부터 일선 경찰관 및 서비스 수혜자의 의견을 적극 반영할 필요가 있다.

#CSI 효과로 경찰 첨단수사 요구 커져

저명한 경찰학자 피터 매닝(Peter K. Manning)은 1992년 경찰은 과학기술의 도입 및 활용과 거리가 먼 조직(low tech organization)으로 간주되었음을 인정했다. 하지만 현재의 대내외적 치안환경은 경찰에게 과학기술의 적극적・능동적 도입과 활용을 요구하고 있다. 시민들의 안전욕구가 높아지고, 미국 TV드라마, 소위 CSI 효과로 불리는 첨단수사에 대한 기대는 더 이상 우리 경찰이 낮은 기술 수준의 조직에 머물러선 안 된다는 현실을 일깨워준다.

근대경찰의 출현 이후 경찰 수사기법의 획기적인 발전은 무엇보다 순찰차와 무전기의 보급에서 시작되었다. 이제는 빅데이터와 AI가 경찰의 미래를 선도하는 시대다. 오늘날 스마트치안의 핵심은 빅데이터와 AI로의 연계라는 점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 과거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수준의 수사기법은 경찰의 개혁과 혁신을 주도할 것이다. 스마트치안에 대한 경찰의 이해수준에 따라 경찰의 치안서비스 내지 법 집행 수준도 달라질 것이다.

경찰의 발전과정은 기술발전과정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 과거 경찰의 역할은 범죄 통제자(crime fighter)로서의 법 집행자였다. 하지만 현대 경찰은 지역주민과의 협력관계를 중시하고, 삶의 질 향상을 목표로 하는 문제 해결자(problem solver)로서의 ‘공동체 지향 경찰’로 진화됐다.
이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혁신적 기술 도입에 따라 경찰의 지향점도 한 단계 높여야 할 상황이다. 즉 공동체 지향의 가치는 유지하되 적극적으로 과학기술을 수용하는 ‘스마트한 공동체 경찰활동’의 철학이 요구된다.


김연수 필자

동국대 융합보안학과 교수. 동국대에서 범죄학 전공으로 경찰학박사를 취득했다. 실용학문으로서 경찰학과 범죄학을 연구하며, 치안분야에 대한 과학기술의 도입과 활용에 관심이 많다. 이밖에 범죄피해자, 범죄공포, 범죄예방, 경찰학 교육 등에 관한 연구 활동을 펼쳐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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