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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금채 강연] 코로나19가 앞당긴 ‘밥상의 역전’…대체육류 찾는 해외시장서 순풍

by | 2020년 6월 18일 | 국제, 기획


함께 어울리는 세상을 꿈꾸는 <메디치미디어>는 지난 17일 ‘힘의 역전2, 달라진 세계’를 주제로 제2회 메디치포럼을 개최했다. 과학기술이 만든 변화보다 더 강력한 대격변이 코로나19와 함께 시작됐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 행사에선 문정인 통일외교안보 특보를 비롯해 다니엘 튜더 명상앱 ‘코끼리’ 대표, 김세연 전 의원(미래통합당),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 김동환 대안금융경제연구소장, 민금채 지구인컴퍼니 대표, 이원재 LAB2050 대표가 강연했다.

<피렌체의 식탁>은 그중 민금채 대표의 ‘지속가능한 지구를 위한 밥상의 역전’을 소개한다. 민 대표는 “제대로 소비되지 못하고 버려지는 농산물이 연 500만톤(약 18조원 상당), 폐기처리비용이 6000억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곡물재고 처리와 가축사육에 따른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민 대표와 지구인컴퍼니는 2017년 9월부터 대체육류 개발에 매진해왔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홍콩과 미국에서는 대체육류 매출이 두 배씩 늘고 있다고 민 대표는 설명했다. [편집자]

#재고 곡물의 부가가치 고민하다
  소고기 대체할 식물성 고기 개발
#편의점·코딩 알바로 R&D 비용 조달
  버려질 뻔한 농산물 1020톤 구출
#건강·환경 위한 ‘가치 소비’ 경향에
  맛에 대한 스펙트럼도 다양해져
#코로나19로 육류 공급 차질 생기자
  해외서 주문 늘며 기회의 문 열려
  플렉시테리안의 선택 폭 넓혀줄 것

저는 ‘지구인컴퍼니’라는 회사를 운영한지 3년째 됩니다. 저희 회사는 푸드 테크를 지향하고 있지만 아직 걸음마 수준입니다. 다만 저희가 코로나19라는 위기 때문에 오히려 기회를 갖게 돼 ‘밥상의 역전’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말씀 드리겠습니다.

저는 지구인컴퍼니를 시작하기 전에 직장 생활을 했습니다. 원래는 여성잡지 기자였고, 다음커뮤니케이션, 카카오톡에서 마케팅을 하다가 배달의 민족에서 밀키트(meal kit) 사업을 총괄했습니다. 사실 제가 맛있는 음식을 먹는 걸 굉장히 좋아하거든요. 사적인 취향이 일로도 연결되다 보니까 푸드 쪽에서 일하는 게 재밌더라고요.

그렇게 푸드 관련 업무를 하면서 여러 가지 밸류 체인(value chain)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당시 제조 및 물류(物流)에서 발생하는 재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들을 강구했었는데요. 그때는 스타트업 단계였던 배달의 민족에서 여러 실험을 해본 결과 아쉽게도 ROI(투자자본수익률)가 안 나오거나 성장까지 오래 걸리겠다는 결과가 나와서 비즈니스를 중간 중간 정리해야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제가 2년 정도 맡았던 사업을 접게 되었어요. 재고 문제를 본격적으로 해결해보고 싶었던 시점에서, 이대로 끝낼 순 없다는 생각으로 지구인컴퍼니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음식의 재고에 대한 문제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 지는 5년 정도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의 농산물 재고가 연간 500만톤인데, 채소와 과일만 포함된 수치입니다. 곡물, 고기류는 포함되지 않은 수치가 이 정도예요. 만약 이걸 다 판다면 약 18조원 정도, 폐기 처리한다면 1kg에 700~1000원 정도의 비용이 발생합니다.

곡물 재고의 카테고리에는 과일, 채소, 곡물 세 개가 있습니다. 수확 시기에는 원물을 저렴하게 팔았고, 수확이 끝나면 농가 창고에 쌓여있는 재고들로 가공식품을 만들어 판매했습니다. 원물을 한 30~50% 저렴하게 판매를 하면서 농가 수입을 보장해주고, 기존에 발생했던 폐기처리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어요. 제품 개발 사이클이 짧아서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하지는 못했습니다. 채소 재고를 줄이기 위해서 생분해성 컵이나 분말 스프, 죽 제품을 판매했어요.


저희 회사는 곡물 재고를 줄이기 위해 현재 식물성 고기(제품명 ‘언리미트’)를 개발, 유통하고 있습니다. 2년 반 동안 16개 농장의 재고를 제로(0)로 만들었고, 1020톤 정도를 구출했어요. 이게 크게 보일 수 있지만 사실은 엄청 작은 규모입니다. 백종원 셰프가 정용진 회장에게 전화 한 통으로 일주일에 감자 100톤을 구출하더라고요. 그걸 보고 2년 반 동안 우리는 무엇을 했는가, 잠깐 허탈하긴 했죠.

제가 3년 전에 곡물 재고를 해결하고 싶다고 생각한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어요. 직장생활을 하면서 많은 걸 배우고 월급도 안정적으로 받았지만, 회사 수익이 궁극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는가에 대한 의문과 갈증이 많았어요. 돈을 많이 벌면서 사회적으로도 기여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사회적 기업을 하고 싶은 생각까지는 없고요.
우리가 만든 비즈니스 모델이 마켓에서 소비자들로부터 인정받아서 소비자들이 기꺼이 우리 제품을 구매하고, 소비자들의 건강과 라이프 스타일에 도움을 줄 수 있으면서, 거기에서 발생하는 수익이 자연스럽게 농가 수입과 연결되는 구조를 원했어요.

그래서 농산물들의 밸류 애드(value add)에 집중하기 시작했습니다. 원물을 그저 싸게 파는 건 이마트나 CJ가 더 잘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그보다 밸류 애드를 어떻게 할 수 있을 것인가 고민했습니다. 바로 이게 식물성 고기를 시작하게 된 계기였어요.

16개 농가의 재고를 해결하기 위해 처음에는 두 달 동안 500여 농가를 찾아다녔어요. 못 생겼지만 맛은 있는 과일들을 소싱(sourcing) 해서 팔려 했던 거죠. 그러다 16개 농가의 농부님들이 만족하시고 주변에 알리셨는데, 특히 이장님들 덕분에 바이럴 효과를 엄청 봤죠. 농부님들께 연락이 많이 왔어요. 특히 쌀이랑 잡곡류 농사를 짓는 분들이 연락을 하셔서, 묵은 쌀이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하냐고 많이 물어보셨어요. 저도 팔아봤는데 정말 안 팔리더라고요.


그래서 곡물 재고로 뭘 만들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기존의 분말 스프나 죽 같은 제품들은 맛있긴 하지만 마켓에 없는 제품은 아니잖아요. 조금 더 놀랍고 재밌는 경험을 할 수 있고, 몸에 더 좋은 음식이 뭐가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그 시점에 샌프란시스코 출장을 갔다가 우연히 친구 추천으로 ‘우마미 버거(Umami burger)’를 먹게 됐어요. 맛있게 다 먹고 나서 이게 뭐냐고 했더니, 그 친구가 ‘가짜 고기’라고 말해주더라고요. 혹시 채식 버거인 임파서블 푸드((impossible food)나 비욘드 미트(Beyond Meat)를 드셔보신 분들이 여기에 계실까요?

아시겠지만 진짜 고기처럼 생겼어요. ‘무엇으로 만들었길래 진짜 고기 맛이 나냐’고 물었더니 곡물, 완두콩, 감자, 강낭콩 뿌리 추출물도 들어간다는 거예요. 고기가 하나도 안 들어갔는데 고기 맛이 나는 게 너무 신기했어요. 재고 곡물을 이런 방식으로 밸류 애드를 만들어보면 참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애초에 저희 회사를 만든 이유가 잘 팔릴 제품을 싸게 많이 만들어 팔기 위한 게 아니었으니까요.

과연 이 제품이 곡물 재고를 해결하면서도 회사 미션을 반영할 수 있는 아이템인가 확인하기 위해 데이터를 찾아보기 시작했어요. 곡물 재고는 과일, 채소의 재고보다 훨씬 더 많다는 걸 알게 됐어요.

소비자의 라이프 스타일 측면에서는 곡물이나 채소의 소비량은 점점 줄어드는데 육류 소비량은 점점 늘어나고, 그에 비해 육류 공급량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에요.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형성되지 않은 대체육류 시장이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점점 증가하고 있는데, 이게 무엇을 암시하고 있는지 궁금했어요.
그냥 맛있어서일까요? 음식의 본질은 맛있어야 하는 게 맞죠. 그런데 식물성 고기가 진짜 고기보다 더 맛있는 수준이냐 하면 아직까지 진짜 고기를 뛰어넘는 수준은 아니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왜 이걸 찾고, 즐기고, 호기심을 갖는 걸까요? 단순히 트렌드 때문일까요?

저는 환경 문제나 건강에 대한 니즈, 맛에 대한 선호도의 스펙트럼이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맛뿐만이 아니라 놀랍고 다양한 경험도 음식에서 중요한 요소가 된 거죠. 음식을 통해 미각의 즐거움뿐 아니라 비주얼, 후각, 영양학적 측면에서 여러 가지 즐거움을 같이 제공할 수 있는 제품이어야 된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리고 그 제품이 직접 내 생활에 영향을 주지는 않더라도, 간접적으로 환경에 긍정적인 기여할 수 있다는 ‘가치 소비’가 접목돼 있을 때, 훨씬 더 많은 사람들에게 울림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우리가 소고기를 먹는데, 소를 키워 도축하기까지 5년 내지 10년 정도 걸려요. 그 사이에 발생하는 문제들을 찾아 봤어요. 소는 곡물을 먹고 자랍니다. 곡물을 먹으면서 단백질이 생기고 5~10년 동안 온실가스 발생 같은 여러 병리학적 문제들이 잠재적으로 내재되어 있어요. 그렇게 만들어진 소고기를 먹는 이유는 일단 맛이 있기 때문이고, 단백질 함량이 높다보니까 기운을 차리려 할 때 찾게 되고, 특히 우리나라에선 고기를 먹는 게 일상화되어 있는 거죠.

그 중간과정을 스킵(skip)하면 어떻게 될까요? 소고기가 가진 단백질의 원료가 곡물이라면, 그 중간 과정에서 테크놀로지를 어떻게 접목해야 곡물을 활용해 고기처럼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며 여러 방향에서 방법을 찾아봤어요. 그래서 렌틸콩, 퀴노아, 병아리콩을 재료로 해서, 단백질 성형 압출 기술을 도입하여 슬라이스를 개발했어요.

원래 소 도축 과정에서 물 사용량과 배설물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굉장히 많아요. 사회적 비용을 측정해봤을 때 소고기를 도축할 때보다 kg당 640만 원 정도 줄일 수 있겠더라고요. 제조 공정에서도 폐기 처리를 0으로 만들기 위한 R&D를 동시에 진행했고, 이 제품을 개발하기까지 약 2년이 걸렸습니다.

곡물의 재료로는 온갖 것을 다 써봤어요. 개발 인력을 30명이라고 쓰긴 했는데요. 사실 저희는 스타트업이고 작은 회사이기 때문에 내부에서 인-아웃으로 기술연구소를 만드는 건 불가능 했어요. 그래서 2년 동안 저희 집에서 제가 직접 만들고, 주말에는 편의점 아르바이트, 새벽에는 코딩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돈으로 서른 명의 식품공학자, 영양학 박사들을 찾아다니며 아웃소싱 방식으로 운영했습니다. 한 분은 텍스처 프로젝트, 다른 분은 TH 프로젝트, 이런 식으로 프로젝트를 서른 개로 쪼갰어요. 이 전체를 제가 총괄하며 2년 동안 개발에 매달렸고, 그러는 동안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죠.

한국에서 유통을 시작하기 위해 작년 1년 동안 수많은 마트와 편의점을 돌아다녔는데요. 그 때 가장 많이 들었던 얘기는 이거였어요.
“이 시장이 얼마나 될 것 같아? 너희 제품을 우리가 팔면 소비자들이 정말 이걸 살까? 어떤 소비자들이 살 것 같아? 근거 데이터가 있으면 제시해줘.”

그런데 국내에서는 아직 이 시장이 존재하지 않았어요. 미국에선 웰니스족이나 비건(vegan) 지향주의자들이 늘어나면서 눈에 띄는 시장 성장률을 확인할 지표들이 있었지만, 우리나라에는 아직 데이터가 없었던 거죠. 그렇다고 식생활 문화가 다른 해외 데이터를 국내에서 들이밀어 봤자 의미가 없겠다 생각했어요.


그래서 6개월 동안 코엑스, 현대백화점, 롯데백화점, 온갖 식품박람회를 다니면서 저희 제품을 시식하고 팔아봤어요. 그랬더니 저희 제품을 구매자 중 70%가 플렉시테리안이었어요. (※Flexitarian, 채식주의 식사를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육류나 생선도 먹는 사람)

비건의 단계가 락토오보, 페스코, 폴로 등 많잖아요? 생선만 드시는 분도 있고, 유제품까지 드시는 분도 있고요. 국내에서는 사실 그걸 구분하는 게 큰 의미가 없겠더라고요. 그래서 완벽하게 고기 종류를 먹지 않는 비건과 간헐적 다이어트 내지는 건강식을 의도적으로 챙기려는 ‘플렉시테리안’ 정도로 구분했어요.

비건은 아니지만 일주일에 한두 끼는 일부러 샐러드를 먹으려 하고, 고기를 먹으면서도 뭔가 속이 부대끼는데, 차마 고기를 포기하지 못하는 플렉시테리안을 타겟으로 잡은 거예요. 플렉시테리안이 모여 있는 시장은 아무래도 다이어트 시장인 것 같았어요.
그래서 ‘플렉시테리안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주자’, ‘채소로만 섭취하는 다이어트가 아니라 고기 먹는 즐거움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조금 더 라이트하고 건강하게 식사할 수 있게 해주자’ 정도로 목표를 설정했습니다. 실제로 비욘드랑 임파서블 구매자의 60%가 플렉시테리안입니다.

저희의 개발 목표는 임파서블, 비욘드 미트보다 더 맛있는 식물성 고기를 만드는 게 아니었어요. 일반 고기보다 훨씬 맛있는 고기를 만들어야겠다 싶어서 식품공학자분들에게 미션을 드릴 때 마장동에서 소 피를 받아다주거나 소고기를 부위별로 떼어 주며 그 맛으로 만들어 달라고 했어요. 소고기보다 더 맛있는 소고기를 만드는 게 목표여서, 모든 개발의 표준치를 일반 소고기로 설정한 거죠.

그래서 고기보다 훨씬 더 맛있는 수준이 됐냐고 묻는다면 아직 그렇지는 못해요. 그래도 최대한 맛있게 만들기 위해 여러 방법을 시도해봤어요. 예를 들어 구워먹을 수 있는 소고기를 개발할 때 마이야르 리액션(Maillard reaction)을 구현했어요.(※아미노산과 환원당 사이의 화학 반응으로, 음식 조리 과정 중 색이 갈색으로 변하면서 특별한 풍미가 나타나는 일련의 화학 반응을 일컫는다)

소고기나 삼겹살을 구울 때 지글지글 구워지면서 향이 나잖아요? 그 향을 살리고자 한 거죠. 열처리를 할 때 소고기의 플레이버(flavor, 풍미)가 극대화될 수 있는 슬라이스를 개발했고요. 마이야르 리액션이 접목되지 않았지만 여러 가지 조리에 활용할 수 있는 제품들도 있습니다. 지난주에 햄버거 패티 개발이 끝났는데, 비욘드 미트보다 맛있게 나왔다는 평가를 받았어요. 판매는 아마 8~9월쯤부터 시작할 겁니다.

저희의 ‘언리미트’는 소고기 대비 칼로리가 훨씬 낮고요. 콜레스테롤도 제로이고, 단백질 수치는 소고기보다 낮지만 비욘드, 임파서블보단 높은 수준입니다. 저희는 고기의 식감이나 텍스처(texture, 질감)나 향(香) 같은, 고기를 먹으며 느끼는 즐거움을 극대화하되 영양학적으로 몸에 안 좋은 수치들은 낮추고, 몸에 꼭 필요한 성분들을 강화하려 노력하고 있어요. 고기를 많이 드시는 분들은 비타민이 부족한 경우가 많아서 저희는 고기 안에 비타민 성분을 함유하는 방식으로 영양학적 밸런스를 맞추고 있습니다.

언리미트를 가지고 만들 수 있는 요리의 범위도 넓혀가고 있습니다. 저희 제품이 만들어내는 경험의 폭을 얼마나 더 넓힐 수 있을까, 이게 라이프 스타일과 식생활에 어떤 변화를 만들어줄 수 있을까 많이 고민하고 있어요. 실제로 저희는 매일 사무실에서 언리미트를 가지고 여러 가지 요리를 만들어서, 그 중 가장 맛있는 것들을 마케팅 방식으로 소비자들에게 설명해드리고 있습니다. 햄버거 패티로 만들 수 있는 요리들도 많이 있고요.

저희는 B2B로만 유통을 하는데, 올해 1월부터 홍콩과 미국에 수출을 시작했어요. 코로나19 때문에 B2B 유통 분야의 타격이 국내에서는 컸습니다. 그러나 홍콩과 미국에서는 코로나19 이후에 매월 주문이 두세 배 늘었어요.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시장이 형성되지 않았지만 해외시장에서는 코로나19가 오히려 기회가 됐죠.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19 사태로) 아픈 상황에 위기를 기회라고 말하는 게 죄송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건강에 대한 니즈가 훨씬 더 늘어난 거예요. 물론 건강을 고려해 준비한 아이템과 기술력이 이런 상황을 예상하고 만든 건 아니에요. 어느 시점엔가 사람들은 더 즐거운 경험을 필요로 할 것이고, 가능하다면 그게 건강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겁니다. 그러면서도 사회와 환경에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연결고리를 고민하며 만들었던 제품들이 코로나19라는 상황과 맞물려 저희에게 많은 기회가 열린 것 같아요. 원래는 저희가 찾아가서 유통을 해야 했지만 지금은 역으로 제안을 많이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언리미트를 개발하는데 2년이 걸렸고 지난해 12월 말에 론칭(launching)을 했어요. 지금 5개월 정도밖에 안 됐는데, 그 사이에 몽드 셀렉션(Monde Selection)이라고, 음식계의 노벨상 같은 시상식에서 동상을 받았어요. 저희끼리 막 박수치고 난리가 났었죠. 최근에 임파서블 푸드의 판매량이 많게는 5~6배 정도 올랐다고 해요. 전년도에 비욘드 미트의 매출액이 3600억이었어요. 올해는 두 배인 7000억 정도를 목표로 했었는데 이대로라면 1조 이상을 넘길 수 있다고 추측하고 있어요.

식물성 고기의 판매량이 늘어난 이유는 궁극적으로는 육류 공급에 차질이 생겨서입니다.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더 건강한 음식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많아져서가 아니라, 육류 소비가 워낙 많은 나라들인데 육류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에요.

임파서블이나 비욘드가 예측을 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사실 육류 공급에 차질이 생길 것을 통계학적으로 예측한 시기는 2050년이었거든요. 그런데 2050년 이전에도 그런 일이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거죠. 코로나19 혹은 코로나19보다 더 강력한 바이러스들이 나타나면 언제든지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을 이번 위기가 암시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2050년에 발생할 수 있는 일이 30년 정도 앞당겨진 상황에서 푸드 업계는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할 때가 온 거죠.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서 파는 것만으로는 부족하지 않을까요? 맛있는 음식의 밸류 애드를 어떤 방향으로 해야 할까, 이런 고민들을 푸드 업계에서 하기 시작했고, 농가에서는 스마트팜 쪽에서 환경을 제어할 수 있는 재배 방식의 고도화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저희 같은 테크 기반의 푸드 회사들은 공급량의 차질이 생길 수 있는 분야가 무엇인지를 발견해보려고 애쓰는 중입니다.

마지막으로 지구인컴퍼니라는 회사 이름을 설명 드리겠습니다. 지구인으로서 응당 해결해야 하는 먹을거리 문제와 환경문제까지 두루 해결하면서, 지구인으로서 뿌듯해할 수 있는 음식을 만들어 유통하고, 지속가능한 푸드 시스템을 만들자는 생각에서 이름을 지었어요. 예를 들어 환경문제뿐 아니라 시장에서의 가격 체계, 여러 가지 밸류 체인에서 지속가능한 시스템을 도입하려고 합니다. 당장에 엄청난 혁신을 만들어내지는 못하겠지만, 준비가 되어있다면 새로운 상황에서 기회의 역전을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저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정리=한은지 기자


민금채 지구인컴퍼니 대표

여성잡지 기자로 일하다가 카카오, 우아한형제들로 직장을 옮겨 마케팅과 상품 개발을 맡았다. 농업 및 식품 쪽 사람들을 만나면서 ‘못 생긴 농산물’에 눈을 떴다. 2017년 9월 지구인컴퍼니를 창립했다. 맛과 신선함을 갖고 있지만 모양이 매끈하지 못해 버려지는 농산물을 활용해 언리미트 육류를 포함한 다양한 가공식품과 비건 메뉴를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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