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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인 특보 인터뷰②] “중국 위상, 팬데믹 아니라 내부 모순·한계가 좌우할 것”

by | 2020년 5월 8일 | 국제, 한반도

코로나19 위기는 지구촌을 강타한 우리 시대의 전환기적 사건이다. 인류 문명과 세계 질서, 국가 흥망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피렌체의 식탁>은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통일 특보를 5개월 만에 만난 자리에서 코로나19를 화두 삼아 한반도 정세에 미칠 영향을 짚어봤다.
문 특보는 동서고금을 넘나드는 해박한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의 위상 변화, 서구식 민주주의의 한계, 동아시아 전염병 방역체계 등을 설파했다. 그중 미중 패권경쟁과 차이나 리스크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그는 “지금 단계에서 미중 패권경쟁이란 여러모로 말이 안 된다”며 “다만 두 나라 사이에 전략적 경쟁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팬데믹이 아니라 중국 내부의 모순과 한계가 더 큰 변수라는 것이다. <피렌체의 식탁>은 인터뷰 내용 가운데 ‘코로나19 이후 세계질서’를 떼내서 별도로 싣는다. [편집자]


#스마트 파워 과시, 국제 표준 수립
 한국, 코로나19 위기 winner 됐다
#서구식 공리주의·자유방임 대응 실패
 ‘선진 민주주의’ 일방적 기준 무너져
 군사안보→경제안보에서 생태안보로
#미중, 패권경쟁 아닌 전략적 경쟁일 뿐
 美 대통령 누가 돼도 대중 강경론 채택


-코로나19 위기로 인해 인류는 혼돈의 시대를 다시 겪고 있습니다. 인류의 3대 재앙이라는 기아, 전염병, 전쟁의 시대가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실감케 됩니다. 인류 역사상 3대 재앙은 순서를 달리해 개인 생존을 위협하고 공동체를 해체시켜 왔습니다. 코로나19 이전, 이후 세상에 대해 특보님께서는 어떤 생각을 하십니까?

▲유발 하라리가 <호모 사피엔스>를 출간하기 훨씬 전에, 아놀드 토인비가 썼던 <역사의 연구>가 생각난다. 토인비는 인류 문명의 흥망성쇠가 자연환경 변수, 인간환경 변수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는데, 인류 문명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 중 하나가 전염병이라는 것이다.
시카고대학의 윌리엄 맥닐 역시 1976년에 출간한 <전염병과 인류(Plagues and People: Disease, Power and Imperialism)>를 통해 전염병이 인류역사와 문명변천사에 가장 큰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중국 한(漢)나라가 망한 건 전염병 때문이다. 당시 6000만 인구가 전염병이 창궐하자 2000만 명으로 줄어들었다. 로마제국이 망한 것도 비슷하다. AD 160년~260년 100년 사이를 보면 인구가 500만쯤 감소했고, 260년대엔 하루 5000명씩 줄어들었다.
14세기 중반엔 페스트가 역사의 흐름을 바꾸었다. 페스트로 수많은 사람들이 비극을 겪었지만, 역사의 변화를 낳기도 했다. 농업자본주의가 생겨났고, 르네상스를 촉발한 측면이 있다. 20세기 초 스페인독감 같은 경우에도 전 세계에서 5000만 명이 죽었지만 그 결과로 공공보건 개념이 생기고, 전염병 퇴치 방식이 정착되고, 천연두‧홍역 등 각종 감염병을 퇴치할 백신 개발이 시작되었다. 아즈텍과 잉카 문명도 스페인이 전파시킨 천연두, 성병 때문에 멸망했다. 아즈텍 제국에선 100년 새 끔찍하게도 2000만 인구가 160만으로 줄어들었다.
코로나 이전과 이후를 두고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인 토마스 프리드만은 BC(before corona), AC(After corona)라는 표현을 통해 코로나19를 인류역사의 전환기적 분기점으로 삼았다.
그러나 내 견해는 좀 다르다. 코로나19 이후엔 세상이 다 바뀔까?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우리가 성공적으로 코로나19 위기를 막아내고, 백신과 치료제를 만든다면 코로나19 이전 상태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거꾸로 위기 확산을 막는데 실패해 경제 대공황이 오고, 1930년대처럼 대공황이 전쟁으로 이어진다면 그 이후 세계 역사는 또 한 번 크게 바뀔 수 있다.
역사를 볼 때 BC/AC란 시각도 있지만 결국은 사람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 인류가 단합을 하고 국제적 노력을 통해 위기상황을 돌파해 나간다면 기존 국제질서가 복원, 유지되고 오히려 국제협력이 증대될 수 있다.
실패할 경우엔 ‘신(新) 중세’가 생겨날 가능성이 높다. 헨리 키신저가 말한 대로 시대에 뒤떨어진 ‘성곽도시(walled city)’ 같은 게 부활되어 민족주의, 포퓰리즘이 강해지고 세계화를 거부하며 일국 중심으로 흐르는 경향이 나타날 수 있다.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인류에겐 최악의 시나리오다.

동서양 대척구도로 동양 우습게 봤지만
공동체적 접근이 공리주의적 접근 눌렀다

-코로나19 위기 이후 한국의 위상과 국제사회 평가가 크게 달라졌습니다. 한국이 발전시켜온 보건의료, 정보화, 시민의식, 행정서비스 등이 전 세계에서 주목 받습니다. 외교안보 측면에서 이런 호기를 어떻게 잘 활용해야 할까요?

▲하버드대학의 조지프 나이 교수는 한 나라의 국력이 하드 파워, 소프트 파워, 스마트 파워로 구성된다고 주장했다. 하드 파워란 군사력, 경제력, 과학기술력이다. 소프트 파워는 국제적 공헌과 관련이 있다. 한 국가가 국제사회에 공헌을 많이 해서 다른 나라들의 존경을 받고 매력 있는 국가로 떠오를 수 있는 힘이다.
하지만 나이 교수는 스마트 파워에 주목한다. 이것은 외부로부터 위협이나 위험이 다가왔을 때 어떻게 효과적으로 관리하느냐, 정책 결정을 얼마나 빨리 능률적으로 일관성 있게 해내느냐, 이미 만든 정책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이행하느냐, 이런 종합적 능력을 스마트 파워라 일컬는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한국은 사실상 위너(winner)가 됐다. 우리는 코로나19 검역부터 방역, 동선 추적, 격리, 확진자 증상 분류, 입원 치료 등 이 모든 과정들을 성공적으로 보여줘 국제 사회의 롤 모델이 되고 새로운 표준이 되었다. 한 마디로 한국 정부의 ‘스마트 파워’를 보여줬다. 정부만 잘한 게 아니라 의료진, 시민사회의 적극적인 협력과 실천에 힘입어 새로운 형태의 스마트 파워를 과시한 것이다. 보통 스마트 파워는 정부 역할만 강조되는데, 한국은 정부, 의료보건 분야, 시민사회 3자 간 협력으로 스마트 파워를 만들어냈다.
그러면서 한국의 위상이 크게 격상됐다. 소프트 파워가 올라가면서 ‘코리아 스탠더드’란 말이 생겨났다. 코로나19 사태에 대해서 우리가 유니버셜 스탠더드, 보편적 기준을 세운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제사회에서 가장 모범적이고 성공적인 리더가 되었다.
이런 사례는 대한민국 역사상 한 번도 없었다. 2002년 월드컵, 1998년 IMF 위기 극복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모든 국가의 선망 대상이 됐다. 해외 교민들도 얼마나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는가. 한국이 소프트 파워를 창출하고, 그것이 한국의 대응방식을 국제 표준으로 만들어 국제사회에 공헌하는 나라가 됐다. 단군 이래 이런 쾌거는 없었다.

혐중론·황화론은 외부 희생양 찾기 
서양문명, 미국식 민주주의 민낯 드러내

-이번 코로나19 때문에 서방선진 G7 가운데 5개국이나 큰 낭패를 겪었습니다. 미국을 비롯해 이탈리아, 영국, 독일, 프랑스가 방역·치료 측면에서 실패한 이유는 뭘까요?

▲불름버그 통신의 편집장 존 아서(John Arthur)는 자신의 칼럼 말미에 ‘코로나 사태의 대응방식엔 나라마다 패턴이 있다’고 말한다. 영국은 공리주의적 접근을 했다. 초기에 젊은 사람부터 살리고 80세 넘는 사람은 죽게 놔두자는 식으로 대응했다가 크게 실패를 하고서야 바꾸었다. 스웨덴도 집단 면역(Herd Immunity)이라는 공리주의적 접근을 취했다. 이탈리아, 미국은 거의 자유방임주의 태도를 취하며 정부 차원에서 확실하게 대응하지 않았다.
서구 사회에서 자유방임과 공리주의 접근이 주(主)를 이루었던 반면, 한국은 존 롤스의 <정의론>을 연상시키는 방식으로 행동했다. “가장 이상적인 자유주의적 민주정부는 가장 어려운 사람부터 도와준다”라는 자세였다.
존 롤스는 ‘무지의 베일’(veil of ignorance)을 가정한다. 공동체 구성원의 성(性), 소득, 학력 등을 전혀 모르는 원초적 상태에서 헌법을 만든다면 누구든지 가장 큰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먼저 돕자고 하는 게 인간의 기본 심성이라는 것이다. 역지사지와 측은지심 정신이다. 누구든지 자신이 어려웠을 때 도와주는 정부를 최고의 정부라고 생각할 것이다. 한국은 그 원칙을 지켰다. 게다가 시민사회 협력과 공동체 정신까지 함께 발휘됐다.
<정의란 무엇인가>를 쓴 마이클 샌델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극복하기 위해선 공동체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구식 자유방임주의에 대한 비판에 다름 아니다. 헌법에 보장된 개인 자유도 공동체 이익, 장 자크 루소가 말한 ‘일반의지’에 선행할 수 없다. 공동체 이익이 우선될 때 코로나19 확산은 억제되고 시민들의 이동 제한도 정당화될 수 있다.
한국과 대만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존 롤스의 주장대로 ‘어려운 사람부터 도와주자’란 원칙을 지켰기 때문이다. 살아날 사람부터가 아니라 어려운 사람부터 도와준 것이다. 공동체적 접근을 하는데 정부도 적절한 지침을 잘 내렸고, 시민사회도 적극 협력했다. 비상상황일 수록 공동체 이익이 개인 자유에 우선할 수 있다는 인식 덕택이다. 우리 헌법엔 개인 자유 보장과 함께 공동체 우선주의 정신도 담겨있다.
이번 사태를 통해 몇 가지 현상이 눈에 띄었다.
먼저, ‘선진 민주주의’에 대한 일방적 기준이 사라졌다. 서구 민주주의의 우월성에 대한 문제제기가 본격화됐다. 코로나19 초기에 유럽에 간 적이 있는데, 바이러스 발원지인 우한(武漢)과 중국에 대한 ‘bashing’, 즉 혐중론이 엄청났다. 한국에서 확진자가 나왔다는 소식에 Korea bashing이 벌어졌다. 심지어 “황인종에게 문제 있다”는 황화론까지 퍼졌다. 그렇게 사태 초기엔 ‘서구↔동양’이란 대척 구도에서 동양을 우습게 여겼던 유럽 사회가 요즘 할 말을 잃었다.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서구 민주주의 우월론의 한계를 본 것이다. 서양 사람들도 처음엔 외부에서 희생양을 찾았다. 황화론이 그 예다. 위기상황에서 민주주의도, 서양문명도 근본적 한계를 보여줬다.
유럽에서 눈을 돌려 미국을 보자. 트럼프 대통령은 올 11월 대선 승리가 급하니까 하루빨리 봉쇄를 풀고 경제를 살리려 했다. 그러나 50개 주(州) 주지사들은 대부분 11월에 선거를 치르지 않는다. 다음번 선거가 있을 몇 년 후를 봐야 하는 상황에서 코로나19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조금 더 봉쇄, 폐쇄를 연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놓고 트럼프 대통령과 쿠오모 뉴욕 주지사가 급기야 공개석상에서 설전을 벌였다. 공화당 출신 주지사들은 단계적인 완화조치를 선언한 반면, 민주당 출신 주지사들은 그에 반대한다. 우리가 금과옥조처럼 여겼던 미국식 민주주의의 민낯이 드러난 것이다.

코로나19 계기로 역내 대응체제 논의
동아시아, 남북한 차원을 병행해야

-코로나19 확산을 계기로 남북한 협력뿐만 아니라 좀 더 폭넓게 동아시아의 전염병 대응체제를 논의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이것을 발판으로 역내의 경제·환경·보건의료 협력 체제를 강화하자는 취지인 것 같습니다. 특보님의 의견이 궁금합니다.

▲남북 협력을 안 할 수는 없다. 남북 협력을 미뤄놓고 동아시아 협력 체제로 가자는데 동의할 수 없다. 두 가지를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 그래야 상승효과를 낼 수 있다. 한·중·일에다 북한, 몽골, 러시아 극동지역을 껴서 협력 체제를 만드는 것도 좋겠지만, 그것과 별개로 남북 교류협력을 해야 한다. 남북 간 판문점선언, 평양선언은 두 정상이 만나서 이뤄낸 것인데 거기에 진전이 없다면 말이 안 된다.

-북한과의 교류에만 집착하다 동북아 차원에서 더 큰 것을 놓치지는 않을까요?

▲아니다. 대한민국은 충분히 두 가지를 다 해낼 수 있다. 병행하면서 서로 상승효과를 내는 게 필요하다.

미중, 위기 극복 협력 땐 현상유지
실패하면 新중세, 성곽도시로 퇴행

-미국과 유럽에선 요즘 들어 ‘중국 책임론’을 다시 꺼내듭니다. 심지어 배상 책임까지 거론합니다. 이번 사태로 서구 사회의 대중국 압박·견제가 하나의 전선(戰線)으로 구축되는 느낌입니다. 동서양 문명충돌이란 시각도 있습니다. 코로나19가 장차 세계질서 변화에 어떤 영향을 줄까요? 아무튼 미국은 글로벌 리더십에 큰 상처를 입고 말았습니다. 혹자는 미국의 쇠락 조짐이라고 주장합니다.

▲미중 경쟁 패턴이 재밌게 전개될 것이다. 바이러스 발원지는 중국이지만, 중국은 전 세계 86개 국가에 방역 물자를 지원하며 소프트 파워를 올리고 있다. 미국은 현재 최대 감염 국가란 오명과 함께 피해국들을 돕기는 커녕 세계보건기구(WHO) 분담금조차 내지 않겠다며 극도의 자국 중심주의를 보여줬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중국이 패권국까지는 아니어도 지도국가로 부상할 수 있다.
국제정치 차원에서 가장 큰 걱정은 코로나19 자체가 아니라 경제적 대공황이다. 대공황이 발생하면 미국 없이 해결하기 힘들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무렵 패권국가가 됐다. 그런데 2차 대전이 왜 발발했는가? 보호무역주의, 경제정책 실패, 인플레이션 때문에 그런 것이다.
당시엔 세계경제를 살리려면 무엇보다 자유무역을 해야 한다는 컨센서스가 이뤄졌다. 그러기 위해 관세·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를 체결했다. 여기에다 국제통화기금(IMF)을 만들고 미국 달러화를 기축통화로 채택했다. 미국이 전후 복구자금을 지원하려고 세계은행, IBRD등을 만들었는데 이를 브래튼우즈 체제라 한다. 이 모든 것들을 미국이 앞장서서 주도했기에 자애롭고 존경받는 패권국가가 될 수 있었다. 이것을 다시 재현할 수 있느냐는 전적으로 미국에 달려있다. 중국이 상대적으로 약화되고 미국이 다시 뜰 수도 있다.
코로나19 사태를 보며 느낀 것은 기존의 안보 개념이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 안보란 외부의 물리적 위협으로부터 국가를 보호하는 것이었다. 자연히 군사 안보가 주축이었다. 더 나아가면 경제 안보가 있다. 그러나 지금은 생태 안보, 생물학적 위협에 대한 안보가 중요해졌다. 처음 있는 일이다. 안보라고 말할 때 과거처럼 군사 안보만 생각할 수 없다. 팬데믹이 확산돼 나라마다 국가부채가 많아지면 정부예산을 축소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삭감할 부분은 국방예산밖에 없다. 한국도 3차 추경예산을 편성하며 국방예산 중 6000억 정도를 줄였다.
과거에 국가 안보가 중요했다면 이제는 ‘지구촌 안보’가 중요해졌다. 그러려면 국제 협력이 꼭 필요하다. 트럼프 정부의 미국에선 아마 불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반면에 중국은 열심히 하려는 모습을 과시한다.
앞에서 전염병의 역사부터 세계 질서 변화를 훑어봤다. 결국 코로나19 사태에 미중 양국이 공조해 대응을 잘하면 현상유지를 할 것이고, 어느 한 쪽이 못할 경우엔 신(新)중세, 성곽도시로 돌아간다. 유럽연합(EU)의 행보를 보면 그야말로 ‘신 중세’를 연상케 한다. EU가 이제서야 이탈리아, 스페인처럼 어려운 국가들을 향해 협력하자고 하는데 협력은 가장 힘들 때 해야 하는 거다.

자본 안전성 위해 코로나19보다
中이 가진 내재적 위험에 주목해야

-세계 각국은 코로나19 경제위기를 1930년대 대공황에 버금가는 사태로 간주하고 재정·통화정책을 총동원해 엄청난 돈을 풀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서구 사회에서는 ‘중국 혐오론’과 인종주의가 심화되고 있습니다. 글로벌 가치사슬(GVC)에서 차지하는 중국경제의 위상과 비중은 과연 위축될까요?

▲글로벌 가치사슬은 세계화와 신자유주의 때문에 확산됐다. 토마스 프리드먼이 <The world is flat>이란 책에서 세계화, 자본주의의 가장 중요한 연결고리에 대해 설명했다. further(더 멀리), faster(더 빨리), deeper(더 깊이), cheaper(더 싸게) 네 가지다. 자본주의가 존재하는 한 생산자,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세계화가 만들어놓은 이 논리를 절대 거부할 수 없다.

-거기에 safer(더 안전하게)란 요소가 추가돼야 한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좋은 포인트다. 기본적으로 자본의 논리를 따지다 보면 safer, 안전성의 논리가 나온다. 이는 곧 위험 분산을 위한 헤징(hedging)의 변수다. 자본의 안전성을 위해 중국 현지에서 머무느냐 떠나느냐 생각해볼 수 있는데, 그건 사실 이미 일어나고 있었다. 다만 안전성 논리가 아니라 시장 논리에 따른 것이다.
중국에서도 민주화 요구와 함께 환경규제가 강력해지고, 임금 인상과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하는 노동쟁의가 늘고 있다. 그로 인해 삼성도, LG도 떠나게 만들었다.
헤징 변수를 생각할 때 중국의 내재적 위험에 주목해야 한다. 임금 상승, 강력한 규제, 중국식 시장경제의 구조적 문제, 국유기업에 대한 과다한 부실 금융, 중국 금융체계의 붕괴 같은 리스크들을 생각해볼 수 있다. 즉 팬데믹이 아니라 중국 내부의 모순과 한계에 의해 그 위상이 변화할 수 있다. 팬데믹 이전부터 글로벌 기업들은 중국 시장의 위험도를 인식하고 다변화를 모색해왔다. 다만, 중국은 세계의 공장인 동시에 세계의 소비시장이어서 어느 누구든 중국을 무시하기 어려울 것이다.

미중 패권전쟁 시나리오는
진짜 위협 아닌 인위적 위협일 뿐

-2018년 12월 화웨이 사태로 촉발된 미중 무역전쟁, 지난해 격화된 홍콩 반중 시위, 코로나19 발생 초기의 은폐 의혹 등으로 인해 시진핑 주석과 공산당 지배체제는 상당한 내상을 입었습니다. 중국 정부는 이를 만회하기 위해서인지 코로나19 위기 국가에 대해 ‘방역지원 외교’를 펼칩니다. 미중 패권 싸움은 향후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까요?

▲사실 미중 패권 싸움이라는 용어 자체에 어폐가 있다. 패권은 지금도 미국이 확실히 갖고 있다. 우리는 미국이 만들어놓은 질서 속에서 살고 있다.
군사비만 보더라도 미국은 해마다 약 1조 달러를 쓴다. 중국은 많이 써봐야 3000억 달러다. 비교가 안 된다. 미국은 전 세계에 7개 함대를 배치하고 있는데, 1~3함대는 미국 본토, 4함대는 캐리비안, 5함대는 바레인에서 중동-인도양, 6함대는 지중해-대서양, 7함대는 일본 요코스카부터 서태평양-인도양까지 커버한다. 미국의 항공모함은 F18 같은 전투기를 적게는 70대, 많으면 90대까지 탑재 가능하다. 중국은 항공모함 세 척을 건조했지만 더 이상 늘리기는 쉽지 않을 거다. 게다가 중국 항공모함은 탑재기를 30대밖에 실을 수 없다. 어떻게 비교가 되겠는가.
경제력을 보더라도 미국의 GDP는 약 20조 달러, 중국은 13조 달러 정도다. 구매력 평가지수로 따지면 중국이 앞선다고 하나 지금 단계에서 패권 경쟁은 여러모로 말이 안 된다. 다만 두 나라 사이에 전략적 경쟁은 가능하다고 본다.
미중 관계는 결국 두 나라가 어떤 정책을 펴느냐에 달렸다. 미국이 패권적 위치를 유지하기 위해 강경책을 펼치고, 시진핑도 미국과 경쟁하는 패권적 국가로 부상하겠다며 강대강(强對强)으로 맞붙게 된다면 상당히 상황이 어려워진다. 양국이 지금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이와 달리 미국이 온건정책, 중국이 강경정책을 펼 수 있고, 거꾸로 중국이 온건하게, 미국이 강경하게 나가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혹은 헨리 키신저가 얘기했듯 미중이 공진화(共進化)를 추구하고 서로 협력하는 시나리오도 있다. 이처럼 강대강, 강대약, 약대강 대응 패턴이 있겠지만. 이건 두 나라의 국내 변수와도 얽힌 문제다. 한 가지 확실한 건, 미국은 누가 대통령이 돼든 중국에 대해선 강경한 태도를 취할 것이다.
중국 시진핑은 강경하게 나가겠지만 속으로 고민이 많을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중국은 경제적 위기에 빠졌다. 이 위기는 중국을 중진국 함정에서 못 벗어나게 할 수 있다. 지난 1분기에 마이너스 6.8% 성장을 하지 않았는가. 중국이 미국과의 패권 다툼에 나섰다가 투키디데스의 함정에 빠지면 국내외 여건이 더 힘들어진다는 제약도 있다. 또한 타키투스의 함정(Tacitus Trap)에 빠질 우려도 있다. 타키투스는 로마 제정시대의 역사가인데, 어느 나라 정부나 조직이 신뢰를 잃는 원인으로 지도층의 부패, 관리체계의 경직성, 집권세력의 무책임성을 지적했다. 요즘 중국을 보면서 이런 위험을 거론하는 사람들이 많다. 게다가 서방화의 함정도 있다. 중국에서 민주화, 서방화를 하자는 요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마지막으로 소수민족 분리주의 운동이란 함정까지 있다.
중국의 급부상을 놓고 외부에선 ‘신흥 강대국’이니 패권 도전이니 이야기하지만, 막상 중국 입장에선 ‘(국제사회가) 우리를 인정해 달라’는 욕구가 크다. 중국은 내부 도전 요인이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 미국 측에서 보는 것처럼 미국에 도전하는, 패권적인 수정주의 세력이 있다는 의견에 동의하기 어렵다. 미중 패권 경쟁과 그에 따른 전쟁 발발 가능성은 인위적으로 만든 위협일 뿐 진짜 위협이 아니라고 본다. 미중 사이에 얼마든지 협력이 가능하다.

대담=이양수 편집주간
정리=한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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