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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동 칼럼] 스페인 독감과 코로나19 팬데믹 사이에서

by | 2020년 4월 7일 | 국제, 정책, 한승동의 티핑포인트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COVID-19, 코로나19) 사태는 이번 한 번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몇 개월간의 1차 팬데믹 주기가 끝나면 2차 주기가 시작되고 그 위력은 훨씬 더 강해질 수 있다. 그렇게 되면 1년 연기된 도쿄올림픽은 내년에도 열릴 수 없을지도 모른다.

코로나19는 에볼라나 사스, 메르스 등 최근의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보다는 100년 전의 ‘스페인 독감’과 닮은 점이 더 많다. 1918년 봄에 발생해 4개월간 지속된 1차 감염사태에 이어 그해 가을-겨울 다시 2차 감염사태로 이어졌고 그 다음해 3차 감염사태까지 간 스페인 독감으로 인해 최소 4800만 명, 최대 1억 명이 희생당했다. 그 중 2차 감염사태 때 가장 피해가 컸다.

지금 코로나19 사태로 고통 받는 인류가 교훈을 얻고자 한다면 스페인 독감이 창궐했던 100년 전 상황을 뒤돌아볼 필요가 있다.

농업사·환경사를 전공한 일본인 학자의 진단

이런 얘기를 한 사람은, 일본의 농업사가(農業史家)요 환경사가(環境史家)이며, 특히 미생물과 관련된 인간-자연의 관계사를 연구해온 후지하라 다쓰시(藤原辰史·사진) 교토대학 인문과학연구소 준교수다. 그는 얼마 전 이와나미(岩波)출판사 신서(新書) 편집부가 만드는 온라인 <B면의 이와나미 신서>에 ‘팬데믹 시대를 살아가는 지침-역사연구의 어프로치’란 제목의 글을 기고했다. 

그 글에서 후지하라 교수는 지금의 현상이 스페인 독감 창궐 때와 닮은 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런 생각은 그가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을 휩쓴 기근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면서 당시 독일 민중을 괴롭힌 스페인 독감에 대해 조사한 경험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에 따르면 코로나19나 스페인 독감은 모두 바이러스가 원인이며, 국가의 경계를 넘어 전 지구적으로 확산됐다. 발생 초기에 모두 큰 배에서 집단으로 감염돼 많은 사람이 죽었고, 그때나 지금이나 초동대처에 실패했으며, 유언비어들이 난무했고, 여러 유명인사들이 희생당하는 등 닮은 점이 많다.

스페인 독감이 창궐했을 때도 전 지구적 인구이동이 활발했는데, 먼저 1차 대전에 참전했던 군인들이다. 스페인 독감은 영국군 부대에서 발생했다는 설도 있고 미국군 부대에서 발생했다는 설도 있는데, 어쨌든 군대조직에서 발생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좁은 공간에서 집단생활을 하고, 훈련과 규율에 따른 심신의 스트레스가 심하며, 영양 및 위생상태도 좋지 않은 당시 군대조직의 특성은 스페인 독감의 발생 및 확산을 촉진한 온상, 배양장소와 같았다. 1918년 봄부터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유행하고 있던 미국에서 수많은 젊은이들이 수송선을 타고 유럽 전장으로 옮겨갔다. 환기도 잘 안되고 인구밀도도 높은 선내에 바이러스가 퍼졌고 많은 젊은이들이 전쟁터가 아니라 배 안에서 죽었다.

미국 군인들이 옮겨서 유럽과 세계 전체로 퍼져간 당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감염사태에 ‘스페인 독감’이란 이름이 붙은 것은 스페인이 그때 중립국이었던 사정에서 기인한다. 전쟁 당사자인 다른 열강들은 전쟁 수행을 위한 철저한 정보통제로 인플루엔자 확산과 그로 인한 엄청난 피해들을 숨겼다. 그 참극은 스페인에서만 드러나 보였다. 역병의 이름이 그렇게 해서 붙여졌다.

당시 미군들이 파병된 유럽에는 전쟁 당사자인 제국주의 열강들의 식민지 인도차이나(프랑스), 인도와 버마(영국) 등에서 많은 노동자들이 들어와 있었고, 중국인 일꾼(쿠리, 苦力)들도 많이 유입돼 있었다.
아시아 지역에서도 스페인 독감이 유행했고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후지하라 교수는 당시 일본에서도 수백만 명이 죽었다고 했는데, 그때 일본인 사망자가 25만 명 정도였다는 또 다른 설도 있다. 당시 일본은 1차 대전에 개입했고, 1917년 러시아 볼셰비키 혁명에 대한 반(反)혁명군 지원을 위해 러시아에 군대를 보낸 열강들처럼 이른바 ‘시베리아 출병’에도 나섰다.

일본 국내에서는 불어나는 인구를 따라가지 못하는 쌀 공급 부족으로 ‘쌀 소동’이 일어났다. 그 무렵 조선에선 3·1운동(1919년)이 일어났고, 일제는 자국 내 쌀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1920년부터 조선의 쌀 생산·수탈을 늘리기 위한 산미증식계획을 강행했다. ‘당시 759만 명의 조선인구 중에 38%인 288만여 명이 스페인 독감에 걸렸고 그들 중 14만 명이 숨졌는데, 이는 전체 인구의 1.8%에 해당한다(1918년 조선총독부 통계연감)’는 연구 결과(송홍근)도 있다.

인도가 확산 초기에 서둘러 국경을 봉쇄한 까닭

당시 가장 피해가 컸던 지역은 인도(1천만 명 사망)를 비롯해 아시아였다. 이번 코로나19 확산 초기에 인도가 일찌감치 전면적인 국경 폐쇄조치를 취한 것은 그런 끔찍한 역사가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후지하라 교수도 그렇고 <이코노미스트>를 비롯한 많은 국내외 언론매체들도 지적하듯이, 이런 팬데믹의 최대 희생자는 위생·건강 상태가 좋지 않고 과잉인구와 빈약한 영양, 낙후된 의료환경 속에 놓여 있는 약소국의 약자들이다.

코로나19 확산 초기에 베트남이 중국 다음으로 급속히 확산되던 한국 사람들의 자국 입국을 막은 것도 그런 사정 때문일 것이다. 그런 베트남의 결정에 대해 인터넷 매체 등에 험악한 비난을 늘어놓은 일부 누리꾼들은 그런 사정이나 역사를 한 번 뒤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런 반응들 중에는 인종주의적 편견이나 약자에 대한 멸시, 우월감에 젖은 것들도 있다. 그런 류의 인종적 편견이나 우월감, 몰이해, 그리고 바이러스 사태에 대한 사람들의 공포감이 바이러스 자체보다 인류에게 더 위험할 수 있다고 후지하라 교수는 지적한다.

일본 현실에 대한 냉철한 진단과 반성

후지하라 교수는 1차 대전 당시의 대형 수송선들에 해당하는 것이 오늘날의 항공기들이고, 전쟁 시기의 병사·노동자에 해당하는 것이 지금의 넘쳐나는 ‘과잉관광’ 수요자들이라고 얘기한다. 이주노동자들도 포함될 것이다.

그가 보기에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분리기술이 충분히 발전돼 있지 않았던 스페인 독감 창궐 당시에 비해 지금은 의료기술 면에서 유리하지만, 17억 정도였던 당시에 비해 지금은 75억에 이르는 세계 인구는 불리한 요소다.

정보가 대량으로 발신되고 유통되는 통신혁명은 이 시대의 또 다른 특징이지만, 그것이 반드시 바이러스 대처에 유리한 쪽으로 작동한다는 보장은 없다. 유언비어와 가짜뉴스, 확증편향, 권력과 돈에 눈먼 정치꾼과 간상배들이 날뛰는 상황에서 그것이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것이다. 후지하라 교수는 이런 면에서 자국 정치 리더들에게 거의 절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일본 국가와 정부가 정확한 실태 파악과 올바른 대처에 필수적인 정보(사실)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다른 의견에 귀를 열지도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 구체적으로 모리토모 학원이나 가케 학원 등 아베 총리와 정치적 이해관계로 얽힌 세력의 비리를 감추기 위해 공문서까지 조작하고, 정권연장을 위해 불필요한 미제 무기들을 무더기로 사들이면서 정작 필요한 연구교육에는 돈을 쓰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관련 공무원이 자살하고, 코로나19 관련 정보는 불투명하며 나라 안팎에서 불신을 사고 있는데다, 결국 도쿄올림픽까지 연기되고 말았는데, 그럼에도 아베 총리는 45%를 넘는 경이적인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이 판국에 국회는 그런 믿을 수 없는 총리에게 ‘긴급사태선언’을 발동할 수 있는 특별조치법까지 통과시켜 주었다. 아베 총리가 국민의 기본권을 제약할 수 있는 일종의 비상대권을 갖게 된 지금 일본 상황을 후지하라는 매우 불길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이런 불신 속에서는 설사 도쿄 봉쇄 같은 긴급조치가 발동되더라도 제대로 효과를 볼 수 없다고 후지하라는 지적한다.

그렇다면 가정(家庭)에는 희망이 있을까. 역시 비관적이다. 일본은 지금 어린이 일곱에 하나 꼴로 빈곤상태에 놓여 있고, 고도경제성장기 때조차 학교급식으로 연명하던 아이들이 적지 않았던 일본 내 현실은 지금 더 악화됐다. 게다가 코로나19로 외출금지령이 내려진 뒤 가정 내 폭력이 증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프랑스 파리경찰청의 관할지역에서는 가정 내 폭력이 32%, 헌병관할 지역에서는 36% 늘었고, 이는 일본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그는 본다. 지역사회나 시민단체 등도 코로나19 사태로 기능부전 상태에 빠져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후지하라가 발견한 스페인 독감의 8가지 교훈

이런 현실 속에서 스페인 독감은 우리에게 어떤 교훈을 주는가?

첫째, 바이러스 감염사태가 이번 한 번으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 후지하라 교수는 주목한다. 스페인 독감은 3회 연달아 창궐했다. 제1차 창궐은 4개월 동안 지속되면서 지구 전체를 돌았다. 제2차는 그해 가을에 시작돼 겨울로 이어졌는데, 이 때가 치사율도 높았고 피해규모도 훨씬 컸다. 지금 코로나19 확진자가 줄고 확산 기세가 꺾이더라도 안심해선 안 된다. 치사율이 낮은, 약한 독성의 바이러스는 확산세가 꺾이면서 ‘도태 압력’이 높아지면 자체 독성을 강화시켜 번식하는 쪽으로 변이될 가능성이 있다. 큰 파도가 지나갔다고 팬데믹도 완전히 끝났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후지하라는 따라서 도쿄올림픽이 내년엔 열릴 수 있을 것이라는 보증은 어디에도 없다고 얘기한다.

둘째, 사람들의 나쁜 건강상태, 그런 상태로 몰아가는 무리를 강요하는 체제가 스페인 독감을 만연케 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 무엇보다 당시 군대조직 내 병사들의 위생 상태와 과로, 다른 의견이 허용되지 않는 억압적이고 획일적인 분위기가 그런 것인데, 과로사와 자살자가 끊이지 않는 지금의 일본의 직장 체질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셋째,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종사자들의 헌신이 스페인 독감 때 많은 사람들을 살려냈는데, 그때뿐만 아니라 낮은 급료를 받으면서도 환자 앞에선 늘 최선을 다하는 그들이 역사상 한 번도 제대로 보상받지 못했다는 점을 기억하라는 것.

넷째, 정부가 전쟁 수행을 위해 국내외에 정보 제공을 제한하고, 매스컴도 거기에 순응한 것이 스페인 독감의 폭발적 유행을 촉진시킨 큰 원인이었다는 것. 정보가 공개돼야 재빨리 분석을 해서 사태가 악화되기 전에 감염 원인들을 포위, 제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섯째, 사실을 기록하고 기억하라는 것. 1차 대전 기간에 유행한 스페인 독감은 1차 대전이라는 전쟁으로 인한 사망자보다 3배가 넘는 희생자를 냈음에도 거의 잊혀져버렸다. 그 때문에 역사적인 검증이 충분히 이뤄지지 못했다. 데이터를 제대로 간수하지 않은 가운데 위기가 지나가자 권력과 경제이익에 눈먼 세력들이 바이러스에 대한 ‘승리’를 선언하고 거창한 이벤트를 벌이며 사익(私益)을 취했다. 제대로 된 데이터와 검증 없이는 유사사태를 피해갈 수 없다. 후지하라는 바이러스에 대한 인간의 승리라는 생각 자체가 잘못됐다고 본다. 인간은 농경과 목축을 하며 정주생활을 시작하고 도시를 건설한 이후 바이러스와는 공생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 됐다. 인간의 일방적 승리는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여섯째, 정부도 국민(민중)도 종종 비(非)이성적인 감정에 휩싸여 사태를 그르친다는 것. 100년 전 스페인 독감 제2차 창궐 당시 미국 공중위생국은 팬데믹이 한창일 때 해서는 안 될 엉뚱한 짓을 하며 에너지를 낭비하고 사태를 그르쳤다. 그때 급박하게 해결해야 할 다른 일들이 많았음에도 공중위생국은 독일 바이엘사의 아스피린 정제 검사에 몰두하는 “반독일 감정의 광신적 고양”에 휘둘렸다. ‘바이엘사가 아스피린을 인플루엔자 병원균을 섞어 제조해 판매한다’는 근거 없는 소문이 퍼져 있었는데, 이를 제대로 걸러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후지하라는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예컨대 “코로나 바이러스를 뿌리는 중국인은 안 돼” 따위의 폭언이나 아시아인 차별과 폭행 등이 지금도 되풀이되고 있다.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품성조차 지키지 못하는 이런 차별의식은 팬데믹을 가라앉히기 위한 국제적인 협력을 방해한다. 이건 한일관계에서도 마찬가지.

일곱째, 청소원이나 청소업체들이 바이러스로 무너지면 도시 위생상태가 악화되고 의료붕괴도 피할 수 없다.

여덟째, 행정관이나 관료들이 감염되면 행정업무도 정체된다. 후지하라는 우드로 윌슨 미국 대통령의 예를 드는데, 1차 대전이 끝나고 베르사유 강화조약을 체결할 때 윌슨이 스페인 독감에 감염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 연합국 정상들과 회담을 하던 중에 체온이 39.4도까지 올라가 고열로 입원하는 바람에 자리를 비우게 됐다. 그 때문에 강화회담이 독일에 대한 징벌적 조치를 크게 강화하는 쪽으로 흐름이 바뀌면서 베르사유 조약이 징벌적인 성격을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이 정해졌단다. 말하자면, 그 때문에 전후에 수립된 독일 바이마르 정권이 궁지에 몰리고 히틀러의 나치체제가 등장해 다시 제2차 세계대전으로 역사는 흘러갔다고 할 수 있을까. 하지만 후지하라가 이런 단순논리를 펴진 않는다.

바이러스보다 더 무섭다, 바이러스 공포증

이렇게 스페인 독감의 8가지 교훈을 정리한 다음 후지하라는 역사의 여신 ‘클리오(Clio)의 심판’이라는 타이틀 아래, “정말로 두려운 것은 바이러스가 아니라, 바이러스를 겁내는 인간”이라며 팬데믹이 일단 수습된 뒤에 나타날 가능성이 큰, 두 가지 부정적 경향을 지적한다.

먼저 이번 코로나19가 예측할 수 없는 사태의 위험성에 대한 공포를 조장해 사람들의 인식을 크게 바꿔 놓으면서 크게 두 개의 다른 흐름을 만들어낼 수 있는데, 하나는 자유와 인권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옹호하는 쪽이고, 또 하나는 빅데이터를 활용해 개인들을 관리하는 권위주의 국가나 자기중심주의적인 나르시시즘 국가가 등장하는 쪽이다.

<호모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는 유럽연합(EU)의 경우 전자 쪽으로 갈 수도 있을 것이라는 희망적인 관측을 조심스레 내놨지만, 후지하라는 후자 쪽 가능성에 무게를 두면서 세계질서와 민주주의 국가들이 본격적으로 쇠퇴해 가지 않을까 걱정한다. 그런 경향은 팬데믹 이전부터 이미 나타나고 있었다고 그는 얘기한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를 ‘멸균’시키겠다는 소독사업이 성행하면서 그것이 공포를 누그러뜨리는 시장가치를 획득하게 돼 사람들이 더욱더 청결주의・결벽주의로 치달리는 것이다. 그러면 인간에게 유용한 세균이나 바이러스들마저 절멸하게 될지도 모른다. 만일 그렇게 될 경우 인체 내의 미생물들이 약체화하면서 면역계통이 망가질지도 모른다.

1차 대전 뒤 독가스를 민수용으로 전환하면서 살충제 상품들이 늘어났는데 그 중의 하나가 아우슈비츠 등에서 유대인들을 학살한 ‘치클론B’였다. 이들 상품이 공공교통기관 등 공공시설 소독용으로 널리 사용되게 된 것도 스페인 독감이 맹위를 떨친 것과 깊은 관계가 있을 것이라고 후지하라는 지적한다.

소독문화 때문에 특별히 살아남은 특정 바이러스가 우리 몸속에서 오랜 세월 공생할 경우 다른 병원균으로부터 우리 몸을 지킬 수 있는 기회를 잃게 될 수도 있다. 이 지나친 ‘소독=결벽주의’가 인종주의와 결합하면 나치스와 같은 악몽이 재현하게 된다.

약자를 배려하라, 비겁하지 마라, 저항하라

마지막으로 후지하라가 제시하는, 이런 세상에서 앞으로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지침 몇 가지.

하나는, 양치질, 손 씻기, 이 닦기, 세안, 환기, 목욕, 식사, 청소, 수면 등 일상의 청결습관을 지킬 것(그리고 지켜줄 것). 그리고 잘 먹고, 잘 웃고, 잘 자서 면역력을 높일 것. 이 중요한 일들이 일상에서 너무 간과돼 온 것을 반성할 것.

둘은, 조직이든 가정이든 폭력이나 불합리한 명령에 대해 그것을 피하거나 이의제기를 하는데 주저하지 말 것. 이의제기를 억제하거나 자숙하며 참는 것은 코로나19와 같은 재난을 더욱 키울 것이다.

셋은, 전쟁이든 올림픽이든 만국박람회든 재해나 감염증 등으로 간단히 중단되거나 연기할 수 없는 행사에 너무 올인 하지 말 것. 그랬다간 세금뿐만 아니라 시간도 큰 손실을 볼 수 있다. 언제든 가볍게 기본정신으로 돌아갈 수 있는 심플한 정신과 운영이 필요하다.

넷은, 약자들을 배려하고 보호하라는 것. 코로나 19가 가장 큰 피해를 입히는 것은 바로 약자들이다.

다섯은, 위기에 처하더라도 정보를 통제하려는 사람들을 향해 이의제기를 하게 내버려 두라는 것. 자유로운 정보 흐름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인터넷상의 유료기사도, 예컨대 코로나19 관련 기사라면, 그런 것들만이라도 무료로 배포해야 하며, 그것은 미디어의 사회적 책임이라고 그는 주장한다.

그러면서 후지하라는 결론삼아 이렇게 얘기한다.
일본이 팬데믹 이후에도 살아남을 가치가 있는 국가냐 아니냐를 결정하는 것은 결국 “인간의 가치를 깎아내리거나 내버리는 데에 저항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그런 다음 (코로나19 확산 시기에) 우한(武漢) 봉쇄의 나날을 일기로 써서 공개한 중국 작가 팡팡(方方)의 얘기를 소개한다. “한 나라가 문명국가냐 아니냐는 기준은 고층빌딩이 많거나, 자동차들이 질주하거나, 무기가 발달했거나, 군대가 강하거나, 과학기술이 발달했거나, 예술이 다채롭거나, 화려한 이벤트를 할 수 있거나, 불꽃놀이가 호화찬란하거나, 돈의 힘으로 세계를 호화롭게 돌아다니며 세상의 온갖 것들을 사들이거나 하는 그런 것들이 아니다. 기준은 단 하나다. 그것은 약자를 대하는 태도다.”

그리고 이 위기의 시대에야말로 “모두가 돌을 던지는 사람에게 아무 생각 없이 함께 돌을 던지는 비겁을 버리라”며, 그것이 역사의 여신 클리오의 판단재료일 것이라고 단언했는데, 이건 아무래도 일본의 답답한 현실을 염두에 두고 한 얘기 같다. 아니, 글 전체가 그렇다고 할 수 있다. 마치 “저항하라”라고 외치는 것처럼.

한승동 메디치미디어 기획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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