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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편집 2020. 05-28. 06:07

[차현진 칼럼] 비상금융대책, 상투성 벗어나 상상력을 발휘해야

by | 2020년 3월 31일 | 국제, 정책, 정치

#나폴레옹, 新전술로 예나전투 승리
  프로이센군, 옛 방식 매달려 대패
#美연준에서 배우는 교훈 7가지 
① 민생 지원을 잊지 말라
② 방법을 새롭게 바꿔라
③ 법률(한은법)을 잘 읽어라
④ 발 빠르게 움직여라
⑤ 기업 여신은 주도면밀하게 
⑥ 공익과 사익을 분명히 하라
⑦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라

코로나19 위기를 겪는 지금, 모든 나라가 두 가지 다른 전쟁을 치르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와의 전쟁은 국경을 넘어 나라끼리 협조가 잘 된다. 각국 정부끼리 데이터를 교환하고 마스크, 진단키트를 빌려주기도 한다. 반면, 경제위기와의 전쟁은 각자도생(各自圖生)의 길을 걷는다. 경제위기와의 전쟁은 어떻게 치러야 하나? 한 가지 경고와 일곱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경고: 상투성에서 벗어나라

1806년 10월 독일의 예나 지역에서 벌어진 전투(Battle of Jena‧사진)는 나폴레옹 전쟁 기간 중 프랑스에 가장 빛나는 승리를 안겨주었다. 프로이센의 절반도 안 되는 병력으로 몇 배의 타격을 가했다. 베를린까지 파죽지세로 진격하여 항복을 받아냈다.

당시 프로이센군을 이끌던 호엔로에(Hohenlohe) 장군은 전술학 및 전쟁사를 두루 섭렵한 엘리트 군인이었다. 그의 군사들은 전투 중에도 발레단처럼 정교하게 움직이는, 잘 훈련된 ‘전투기계’였다. 그런데도 프랑스군에 대패한 것은 호엔로에가 확고히 검증된 전술, 즉 과거에 프로이센이 이겼던 전투방법만 고집했기 때문이다.

프랑스군과 예나 평원에서 마주쳤을 때, 프로이센군은 군악대의 북소리에 맞추어 병사들이 완벽한 대열을 갖추고 군기(軍旗)를 휘날리며 진격했다. 하지만 프랑스군은 엄폐물에 숨었다가 수시로 대열을 헤치고 모이면서 예측불가능하게 움직였다. 2개월간 준비했던 프로이센군의 작전은 전광석화 같은 프랑스군 앞에서 완전히 물거품이 되고, 대열은 삽시간에 무너졌다. 이를 두고 클라우제비츠는 <전쟁론>에서 “상투성과 상상력 빈곤이 가져온 패배”라고 기록한다.

#제안 1: 민생을 잊지 말라

지난 주 발표된 금융위원회의 펀드조성계획과 한국은행의 ‘무제한 양적완화’에는 가계나 소상공인 등 민생에 관한 고려가 없다. 미국과 접근방식이 다르다.

3월 23일 재무부와 미 연준(Fed)이 발표한 대책에는 민생지원 프로그램(TALF)이 들어있다. 연준이 페이퍼컴퍼니(SPV)에 대출하면, SPV가 그 돈으로 금융기관의 민생관련 대출채권(ABS)을 매입한다. 금융기관들이 학자금, 설비자금, 주택건설 자금, 영세기업 운영자금 등 민생 관련 대출을 줄이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27일 발효된 코로나19 긴급지원법(CARES)에서는 SPV에 대한 연준의 민생 대출금(4540억 달러 이내)에 정부가 지급을 보증토록 했다. 2008년 긴급지원법(TARP)을 통해 재무부와 연준이 민생에 쏟아 부은 돈의 2배다.

중앙은행이자 은행감독기관인 연준이 왜 민생문제까지 끼어들까? 독립성이 낮아서 트럼프 행정부의 압력을 받나? 아니다.

연준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시작되기 전부터 은행·증권사에 대해 유동성을 공급했다. 리먼 브러더스가 파산한 직후에는 베어스턴스 은행과 AIG 구제를 위해 신속하게 인수자금을 제공했다. 잘한 일 같지만, 여론은 크게 악화되었다.

서민들이 집과 일자리를 잃고 고생하는데, 금융기관 구제에만 돈을 쓴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월스트리트 점거운동(Occupy Wall Street)이 시작되고, 연준 폐지론까지 나왔다. 이를 경험삼아 이번 코로나19 위기에는 재무부와 연준이 위기 초기 단계부터 금융시장 안정과 민생 지원을 동시에 고려한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현재 진행되는 ‘사회적 거리두기’는 결국 내수억제정책이며, 그 타격은 영세 자영업자와 비정규직에게 맨 먼저 돌아간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항공업, 호텔업까지 정부가 배려해야 한다는 말이 들린다.

진짜 배고픈 아기는 울지도 못하는데, 덩치 큰 다른 아기가 젖을 먼저 먹는다. 공평하지 않다.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가 상류층의 금융자산과 목소리 큰 기업들의 보호에 비중을 둔다면, 멀지 않은 장래에 ‘여의도 점거운동’이 시작될지 모른다. 계급갈등의 전초전이다.

어떤 정부에서건, 소득분배 악화로 사회가 갈라지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그래서 그것을 완화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기획재정부가 담당하는 긴급재난지원금이 전부가 아니다.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도 금융을 통해 민생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그것은 포퓰리즘이 아니다. ‘사회적 불안과의 거리두기’다.

#제안 2: 방법을 바꿔라

금융위원회가 주선하여 시장안정펀드를 조성하는 아이디어는 199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9년 7월 대우그룹 해체로 인해 금융시장이 경색되자 이헌재 당시 금융위원장이 40개 기관으로부터 20조원을 모아 ‘채권시장안정기금’을 조성했다. 그 기금은 약 5개월간 활동하면서 시장안정에 상당히 기여했다. 그 방법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다시 이용되었다.

한편, 한국은행은 1992년 증시 부양을 위해 3개 투신사에 자금을 지원할 때 조순 당시 총재가 정부에게 원리금 지급보증에 대한 국회 동의를 요구했다. 3개 투신사의 자금난은 정권 차원의 무리한 증시부양정책 때문이었으므로 정부는 반대하지 못하고 급하게 국회 동의를 얻었다. 한국은행은 그 일을 한국은행의 독립성을 해친 상징적 사건으로 기억한다. 그래서 영리기업을 지원할 때는 반드시 정부보증이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지금 금융위원회나 한국은행이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은 과거에 성공했던 대책이다. 그런 점에서 두 기관은 ‘이헌재 프레임’과 ‘조순 프레임’에 갇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 프레임은 외환위기, 카드사 부실 사태, 주가폭락처럼 금융부문에 충격이 있을 때 만들어졌다.

하지만, 1970년대의 석유파동이나 최근 코로나19 위기는 실물부문에서 시작된 충격이다. 그러므로 위기 탈출을 위해서는 다른 프레임을 찾아야 한다. 실물부문의 충격을 놔두고 금융시장의 충격만 최소화하는 데 치중하면, 자칫 정리되어야 할 좀비기업까지 살아남아 더 큰 화를 키울 수 있다. 좋건 싫건 이번 기회에 구조조정까지 다루어야 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하려면, 정부와 한국은행이 독립적으로 행동하지 말고 한 몸이 되어서 금융시장에 더 깊이 개입할 필요가 있다. 미국처럼 SPV를 만들고 양 기관의 인력이 투입되어 지원 대상 기업과 회사채·CP의 가격·규모를 함께 고민하고 결정하는 것이다. 시장안정펀드에 출자한 금융기관의 파견 직원들로 구성된 사무국에는 그런 일을 맡길 수 없다. (※이 문제에 관해서는 #제안 6에서 다시 다룬다).

#제안 3: 법률을 잘 읽어라

한국은행법의 기본 골격은 미 연준법이다. 연준법에선 영리기업 여신을 명시적으로 허용한다. 연방준비제도 설립의 계기가 된 1907년 금융위기가 니커보커신탁회사라는 작은 금융기관(영리기업)의 파산에서 시작된 데 따른 결과다. 또 다시 신탁회사와 같은 영리기업 때문에 금융위기가 생기면, 연준이 적절히 대응하라는 말이다.

반면, 유럽의 중앙은행법에서는 영리기업 여신이 따로 언급되지 않는다. 유럽의 금융제도는 겸업주의 원칙을 택하고 있어서 은행·증권사 등의 업무영역 구분이 없으며, 필요할 경우 증권사 등에 중앙은행이 여신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예를 들어 1987년 블랙먼데이 사태 당시 영란은행은 지급보증 방식으로 증권사들의 회생을 도왔다. 하지만 영란은행법에는 그 뚜렷한 법적 근거가 따로 없다.

한편 미 연준은 1987년 블랙먼데이 당시 충분한 금리인하와 무제한 유동성 공급을 통해 사태를 수습했다. 하지만 그것으로 해결할 수 없는 위기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연준법을 더 깊이 연구했다.

그런 배경에서 만들어진 보고서 <The Scope of Monetary Policy Actions Authorized under the Federal Reserve Act>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 나침반 같은 역할을 했다. 그 보고서에서는 “위기에 처한 영리기업은 국채나 정부보증채와 같은 안전자산은 이미 처분했을 것이다. 따라서 연준법 제13(3)조에 의거하여 민간 채무증서를 담보로 대출하는 방법이 경제회복에 유효하다(help remove a potential impediment to economic recovery)”고 처방했다. 그래서 고안한 것이 SPV를 통한 유동성 공급이었다. 대공황 때는 없었던 방법이다. 연준법을 파고들어 얻어낸 결과였다.

물론 영리기업을 돕는 것은 재정정책의 영역이다. 그리고 정부의 재정자금 투입은 국회, 즉 정치의 영역이다. 그래서 필리핀이나 캐나다에서는 중앙은행의 영리기업 여신이 어떤 상황에서든 금지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 연준법과 한국은행법에서는 금융위기에 한하여 준(準) 재정활동을 인정한다. 이는, 두 나라의 의회가 중앙은행에 상당히 높은 수준의 재량권을 부여한 것이다. 위기의 순간, 영리기업에 대출할 것인가 여부는, 대통령이 임명한 7인의 위원들이 결정한다.

그 결정은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의 경계를 정하는, 전대미답의 중요한 결정이다. 그 문제에 관해서 한국은행 실무자의 사견이 밖으로 흘러나오는 것은 적절치 않다. 예를 들어 3월 23일 연준위원회가 특별 대출프로그램 설치(영리법인 여신)를 결정하기 전에 집행기관인 지역 연방은행은 이러쿵저러쿵 토를 달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참고로 한국은행이 영리기업에 여신을 할 때 정부 지급보증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 투신사 지원에 정부보증을 받은 조순 총재 시절의 사례가 오히려 예외적이며, 그것은 통화정책이 아닌 재정정책(정부의 우발채무 증가) 차원의 문제였다. 1997년 말 외환위기가 시작될 때 한국은행이 26개 증권사와 13개 종금사 등 영리기업에 3조원을 여신했는데, 그때는 정부 지급보증을 받지 않았다. 한국은행의 영리기업 여신에서 정부 지급보증은 충분조건이지, 필요조건은 아니다. 한국은행법을 잘 읽어본다면, 충분히 파악할 수 있다.

#제안 4: 빠르게 움직여라

연준의 움직임은 숨 막히게 빠르다. 연준위원회가 회사채, CP, MBS의 매입을 결정하자 뉴욕과 보스턴 연준은 발 빠르게 대응했다. 필요한 각종 대출서류 양식을 즉각 인터넷에 띄우고 “당장이라도 대출할 준비가 되어 있으니, 얼마든지 오라”는 식으로 나왔다. 그 움직임은 예나 전투에 나선 나폴레옹의 군대처럼 기민했다. 과감한 결정과 신속한 집행을 두고 금융시장에서는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있다.


※자금이 필요한 금융기관들은 맨 밑의 서명란에 서명만 하고 근거서류만 갖고 가면 될 수 있도록 매우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다. 발표 당일 동시에 제공되었다.

#제안 5: 주도면밀 하라

한국은행은 원칙론에 강하다. 위기 상황에서도 한국은행은 여신에 앞서서 국채, 정부보증채 그리고 정부 지급보증을 강조한다. 그런 신중한 입장은 충분히 존중되어야 한다. 한국은행의 재무건전성은 한국 경제의 시금석이기 때문이다. 중남미와 동남아의 중앙은행들은 방만한 대출로 인해서 상당한 자본잠식 상태에 있고, 그래서 국가신인도가 좋지 않다.

원칙론에 강한 한국은행의 관점에서는 영리기업 여신에 나서는 미 연준이 재무건전성에 대해 무책임하게 보인다. 미 연준이 영리기업에 여신하는 일은 미친 짓이다. 하지만, 변호사가 많은 미 연준은 실전에 강하다. 영리기업을 통해 회사채와 CP를 매입하면서도 나름대로 위험을 점검하고 주도면밀하게 대응한다.

채권을 샀으면 신용등급이 떨어지더라도 도로 무를 수 없다. 그러나 여신에는 구상권(recourse)이 따른다. 돈을 빌린 차입자를 끝까지 추궁해서 원리금을 받아 낼 수 있다. 그러므로 가치가 의심스런 채권의 매입보다는 여신이 더 안전할 수 있다. 그런 판단에서 미 연준은 이번에 발표한 5개 특별대출 프로그램에서도 여신의 방법을 동원하는 한편, 구상가능 여신(recourse loan), 구상불가 여신(non-recourse loan)을 구분하고 각기 다른 이자율을 적용한다. 그런 점에서 연준은 <베니스의 상인>에 나오는 샤일록처럼 집요하고 치밀하다.

잘 아는 것처럼 셰익스피어의 대표작은 <햄릿>이다. 주인공 햄릿이 거짓으로 미친 행동을 하는 것을 보고 폴로니어스가 독백한다. “미친 짓에도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Though this be madness, yet there is method in it.)” 영리기업 여신을 감행하는 미 연준의 미친 짓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연준은 전대미답의 길을 가고 있다. 하지만 그것만 보면 안 된다. 연준 실무진의 치밀함에도 주목해야 한다. 그 노력을 이해하는 순간 영화 <기생충>의 명대사 “너는 다 계획이 있구나!”처럼 감탄하게 된다. 한국은행은 그 치밀함과 주도면밀함을 배워야 한다.

#제안 6: 公私를 분명히 하라

지금 금융위원회는 20조원 규모의 채권시장안정펀드와 11조원 규모의 증권시장안정펀드를 조성하는 데 여념이 없다. 그 노력은 시장금리의 안정과 기업 자금난 해소로 평가될 것이다.
그렇다면, 두 펀드는 공익재단인가, 사익재단인가? 그것이 공익이라면, 펀드 운용의 공정성은 누가 평가하나? 금전적 성과는 누가 가져가야 하나?

지금까지 위기 때마다 비슷한 안정펀드가 여러 차례 조성되고 해산되었지만, 금융위원회는 이런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서 별로 신경 쓰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운용 성과를 투자자끼리 나눈 다음, 흐지부지 해산되었다. 뭔가 공사(公私)가 불분명했다. (※필자의 오해이기를 바란다)

JP 모건은 1907년 금융 공황 때 증안기금, 채권시장안정기금과 같은 역할을 자청했다. 뉴욕 맨해튼의 은행장들을 자기 서재로 불러들여 협조융자방안을 만들었다. 덕분에 시장은 안정되고,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과 재무장관까지 그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JP 모건은 미국 최대 기업인 US 스틸과 테네시 철강회사를 모두 소유하는 철강 독점사업자가 되었다. 공익을 앞세우면서 다른 한편으로  아주 큼지막한 떡고물을 챙긴 것이다. 공사가 불분명한 시장안정에 매달린 결과다.

지금까지 금융위원회 주도로 공익적 성격의 기금이나 펀드가 구성될 때마다 은행 실무자들로 구성된 사무국이 조직되었다. 그 사람들은 1차적으로 자기가 소속된 직장의 원리금 회수를 우선하게 된다. 거기에 맞추어 펀드 자금운용계획을 세우고 집행한다. 이번에도 사무국 구성을 두고 펀드 출자기관끼리 신경전이 벌어졌던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그런 일로 볼 때 금융위원회가 자칫 사익에 동원되는 정부부처라는 인상을 줄 수 있다. 민간 금융기관을 불러 펀드 출자를 독려한 뒤 그들이 안전하게 투자수익을 얻고 해산할 수 있도록 보호막 역할을 하는데 그치기 때문이다.

미국의 접근방식은 다르다. 연준과 재무부가 스스로 재단(SPV)을 만들어 발을 담근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나 중소기업은행이 미국에 없어서가 아니다. 금융시장 안정의 거시적 성과(공익)와 금전적 성과(사익)를 철저히 구분하기 때문이다. 연준과 재무부가 직접 투자와 대출을 하기 때문에 금융시장 안정의 거시적 성과는 물론, 금전적 성과도 국민에게 돌아간다. 또한 ‘망해도 정책당국, 흥해도 정책당국’이라는 강한 윤리의식과 책임감이 작동한다. 그것이 진정한 ‘정책 책임제’ 아닌가?

#제안 7: 결과는 투명하게 공개하라

미 연준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영리기업 여신의 집행내역과 이익처분에 관한 소상한 기록을 인터넷에 올려놓았다. 공정하고 투명하게 처리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다. 그리고 최종대부자 역할을 통해 얼마나 수익을 거뒀고, 그것이 미국 국민에게 어떤 도움이 되었는지도 자랑스럽게 공개하고 있다. 이번에도 그럴 것이다.


※어떤 금융기관이 어떤 담보를 제출했고, 그것을 어떤 조건으로 매입해서 얼마의 이익을 거뒀는지 전 세계인이 일일이 확인할 수 있다.

한국은 어떤가? 지난 몇 번의 시장안정기금과 펀드의 활동에 관하여 아무 기록도 남아있지 않다. 출자한 금융기관의 사익이었을 뿐만 아니라 사무국 직원의 일처리가 떳떳하지 않았다는 세간의 오해를 살 수 있다. 이번에도 그럴 것인가?

한국은 코로나19 위기 국면에서 ‘리딩 국가’의 면모를 드러냈다. 코로나바이러스 방역이나 국민들의 차분한 대응에서는 한국이 미국을 훨씬 앞선다. 자랑스럽다. 그에 비해 금융위기 수습 면에서는 여전히 뒤진다. 우리나라가 금융위기 수습경험이 많으면서도 외국에 경험을 전수하지 못하는 것은, 일처리가 모범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부터라도 그것을 고치지 않으면, 한국 금융의 미래는 없다.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가 함께 고민해서 개선해야 한다.

결론은 이것이다. 금융위기는 반복된다. 항상 다른 이유와 모습으로 찾아온다. 그때마다 똑같은 해법이 통하기를 기대하면 “상투성과 상상력 빈곤”에 빠진다. 과거를 잘 기록하면서 늘 새로운 상황에 맞춰 새로워져야 한다.

그래서 손자병법은 이렇게 권한다. “전쟁에서 한 번 승리한 방법은 되풀이되지 않으니, 상황에 맞춰 끊임없이 변화하라(故其戰勝不復, 而應形于無窮).”


차현진 필자

금융전문가. 서울대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유펜) 와튼스쿨에서 공부했다. 대통령비서실, 미주개발은행(IDB)과 한국은행 워싱턴사무소장, 기획협력국장, 금융결제국장, 부산본부장을 거쳤다. 저서로는 <애고니스트의 중앙은행론>, <숫자 없는 경제학>, <금융오디세이>, <중앙은행 별곡>이 있으며 그동안 여러 매체에 칼럼을 써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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