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편집 2020. 04-03. 06:03

[박상현의 ‘리더의 말과 글’] 美 하원의원이 보여준 ‘청문회의 정석’

by | 2020년 3월 23일 | 국제, 박상현의 '리더의 말과 글'

#질병관리본부 상대 ‘코로나 청문회’
 포터 “국민 모두에 무료 검사” 주장
#보건 책임자 “검사비용 몰라” 발뺌
 의원이 화이트보드에 직접 써서 제시
#함정 질문이나 호통·고성 발언 없이
 규정·통계·권한범위 따지며 강온전략
 답변 피하는 지연작전엔 ‘말 자르기’
#추궁당한 CDC 국장에게 “yes” 유도
 국민 위한 리더의 중요성 느끼게 돼

백악관·보건당국의 위기대응 비판 고조

코로나19에 대한 잘못된 결정과 느린 대책 마련으로 초기 대응에 실패한 미국은 요즘 “이탈리아와 같은 상황으로 가느냐, 아니면 한국과 같은 상황으로 가느냐”를 두고 분초를 다투고 있다.
전 세계적인 재난을 맞아 백악관이 사령탑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쏟아지는 가운데 민주당 소속 하원의원이 의회 청문회에서 미국 질병관리본부(CDC) 총책임자에게서 정책을 바꾸는 답변을 얻어냈다. 이 장면을 담은 청문회 영상이 큰 화제가 되었다.

이 영상의 주인공은 캘리포니아 출신 하원의원 케이티 포터(Katie Porter·사진). 포터 의원의 선거구는 1983년에 처음 만들어진 이래 내리 공화당 의원들만 배출했던 보수성향 지역구로, 포터는 2018년 11월 치러진 선거 때 처음으로 이곳에서 당선된 민주당 의원이 되었다. (※트럼프 대통령 임기의 중간선거이기도 했던 2018년 선거는 민주당에서 사상 최다의 여성의원이 배출되는 기록을 남겼다)

청문회 스타로 떠오른 케이티 포터

포터 의원은 평소 다른 청문회에서도 철저한 준비와 집요한 질문, 그리고 열정적인 말솜씨로 선출된 후부터 온라인에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하원 내에서는 정부감시 및 개혁 위원회와 금융위원회에 소속되어 있는데, 특히 금융위원회에서는 소비자 보호와 투자자 보호 소위원회에서 활약하는 점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하버드 법대 재학 중 은사였던 엘리자베스 워런 현 상원의원이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 소비자금융보호국을 설립하고 초대 국장을 지낸 사람이기 때문이다. 포터는 미국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일에 앞장섰던 자신의 은사와 마찬가지로 힘 있는 금융기업들을 감시하는 일에 충실했다.

대표적인 장면 중 하나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소비자금융보호국장으로 임명한 캐시 크래닝어를 다그치는 장면(영상)이다. 미국의 많은 서민들이 의존하는 급전대출업체들의 어마어마한 폭리를 왜 가만 보고만 있느냐는 질문을 하면서 크래닝어 국장에게 업체가 요구하는 이율을 연이율(APR)로 계산해보라고 한다. 크래닝어가 우물쭈물하자 미리 준비한 전자계산기까지 건네준다. 결국 트럼프가 연이율에 대한 정확한 정의도 모르고, 계산도 할 줄 모르는 사람을 소비자금융보호국장에 앉혔음을 생중계로 보여준 것이다.

https://twitter.com/RepKatiePorter/status/1104926330792095744?s=20

하지만 그 과정에서 포터 의원은 언성을 높이지도 않고, 호통을 치는 법도 없다. 다만 증인이 대답을 회피하려는 목적으로 쓸데없는 말을 길게 할 때마다 포터가 자주 하는 얘기가 “Reclaiming my time”이다.
맥신 워터스 의원(영상)이 적절하게 사용해서 유명해진 이 표현은 청문회에서 특정 의원에게 배정된 시간은 그 의원이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답변이 길고 무의미하면 “내 시간을 돌려 달라”, 즉 “내 질문시간이니 당신의 말을 자르겠다”는 뜻.
우리나라에서는 국회의원들이 증인의 말을 끊고 자기 주장을 늘어놓기 위해 질문시간을 대부분 사용하기 위해 이런 방법을 사용한다.  미국의 의원들 역시 많이들 그렇게 하지만, 포터 의원만큼은 누가 보기에도 답변을 회피하고 지연작전(stalling)을 쓰는 게 분명할 때만 사용한다.

https://youtu.be/m2_7XDxCVOQ

보드에 써내려간 코로나19 검사비용

잘 알려진 대로 미국은 코로나19에 대한 대응이 늦은 나라들에 해당한다. 첫 확진자가 나온 것은 한국과 똑같은 1월 20일이었지만, 이 글을 쓰고 있는 3월 21일 현재까지도 검사키트가 대량 생산되지 않아 충분한 검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한 전문가는 이를 두고 “우리는 앞을 볼 수 없는 상태로 비행 중(We’re flying blind)”이라고 표현했다. 전 세계 전염병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서 하는 말은 “검사가 최우선이다. 검사를 해야 대책을 세울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하원의 정부 감시 및 개혁 위원회는 바로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코로나19 대응을 이끌고 있는 책임자들을 불러 상황에 대해 듣는 청문회를 열었다. 
케이티 포터 의원(영상)은 질문자로 나서서 다음과 같은 대화를 나눴다.
포터는 먼저 보건복지부의 캐들렉 박사에게 코로나19 검사를 의료보험이 없는 일반인이 받기 위해서는 비용을 얼마나 지불해야 하는지 물었다.

https://youtu.be/2_hPlzbp3mo

케이티 포터 하원의원 (캘리포니아)
의료보험이 없는 사람이 자기 돈으로 혈구수치검사를 받으려면 얼마나 내야 하는지 아시나요?
For someone without insurance, do you know the out-of-pocket cost of a complete blood count test?

로버트 캐들렉 박사 (미국 보건복지부 차관보)
아니오, 지금 당장은 모르겠습니다.
No, ma’am, not immediately.

포터 의원
어림짐작으로라도?
Do you have a ballpark?

캐들렉 박사
(의료보험 적용시) 자기부담금 포함해서 말입니까?
With a copay ma’am?

포터 의원
아뇨, 전부 자기가 부담할 경우 일반적인 비용 말입니다.
No, the out-of-pocket, just the typical cost.

캐들렉 박사
모르겠습니다.
I do not, ma’am.

2018년 현재 약 2800만 명의 미국인들이 의료보험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연구가 작년 말에 나왔다. 이들이 대부분 변변한 직업을 가지고 있지 못한 사람들임을 생각한다면 전염병이 의심된다고 해서 자기 부담으로 검사를 받을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포터 의원은 전체 인구의 8.5%에 달하는 이들이 돈이 없어 코로나19 검사를 받지 못하는 것은 방역 체계에 큰 구멍이 생기는 것으로 생각한 것이다.

포터 의원의 화이트보드를 꺼내 들고 코로나19가 의심되는 환자가 병원에 도착했을 때 일반적으로 병원에서 하게 될 검사 비용을 보건복지부 차관보에게 물었다.

포터 의원
네, 일반적으로 종합혈구수치검사(CBC)에는 약 36달러가 듭니다. 종합대사검사패널(CMP)을 전적으로 자기부담으로 받으려면 얼마가 들죠?
Okay, a CBC typically costs about $36. What about the out-of-pocket cost for a complete metabolic panel?

캐들렉 박사
그 질문도 패스해야 할 것 같습니다.
Ma’am, I’d have to pass on that, as well.

포터 의원
대략으로라도 모르겠어요? 짐작만 해보실래요?
You have any idea? You want to take a ballpark?

캐들렉 박사
그럼 75달러 정도로 짐작해 봅니다.
I would say $75.

포터 의원
좋아요. 58달러입니다.
Okay, $58.

캐들렉 박사
가까워지고 있군요.
Getting closer.

포터 의원
A형 독감은요? A형 독감 테스트는 얼마가 들죠?
How about Flu A? The Flu A test?

캐들렉 박사
이번에도 어림짐작으로 말씀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50달러 정도일 것 같습니다.
Ma’am, again, I would take a guess at about maybe $50.

포터 의원
43달러입니다. B형 독감은요? ‘가격을 맞추셨습니다(The Price Is Right)’ 퀴즈쇼를 하는 것 같죠? B형 독감은 어떨까요?
$43. Flu B—this is like ’The Price Is Right.’ Flu B?

캐들렉 박사
아까도 너무 높게 불렀으니, 아마 44달러가 아닐까 합니다.
Too high again. I would probably say $44.

포터 의원
(보드에 43달러라고 적으면서) 잘 하셨습니다. 이번에는 ‘높은 심각도’, ‘높은 위협’ 수준으로 판단되는 사람이 응급실을 방문하면 비용이 얼마나 들까요?
That’s good. How about the cost of an ER visit for someone identified as high severity and threat?

캐들렉 박사
죄송합니다, 다시 한 번 말씀해주시겠습니까?
I’m sorry, ma’am, what was the question again?

포터 의원
높은 심각도, 혹은 높은 위협으로 판단되는 사람이 응급실을 방문하면 비용이 얼마나 드냐는 질문이었습니다.
How about the cost of an ER visit for somebody identified as having high severity or high threat?

캐들렉 박사
그건 아마 3천에서 5천 달러는 들 것 같습니다.
Ma’am, that’s probably about #3,000~5,000.

포터 의원
좋아요. (응급실) 비용은 1151달러입니다. 그러면 총합 1331달러가 드는 거죠.
Okay, that is $1,151. This all totals up to $1,331.

이건 이 사람들이 격리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 나온 비용입니다. 격리할 경우 이 비용들 외에 한 가족 당 4천 달러까지 더 추가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비용에 대한 공포 때문에 사람들이 검사를 받지 않게 되고, 필요한 치료를 받지 않게 되고, 커뮤니티 전체를 위험에 빠뜨리게 됩니다.
That’s assuming they aren’t kept in isolation. Isolation can add up, for one family already, $4,000. And fear of these costs are gonna keep people from being tested, from getting the care they need, and from keeping their communities safe.

우리는 예상치 못한 비용이 400달러(약 50만 원) 만 발생해도 낼 여력이 없는 미국인들이 40%나 되는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작년 한 해 동안 받았어야 할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미룬 사람들이 전체 미국인의 33%나 되는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단지 코로나바이러스를 검사하는 데 드는 비용이 줄여 잡아도 1331달러나 됩니다.
We live in a world where 40% of Americans cannot even afford a $400 unexpected expense. We live in a world where 33% of Americans put off medical treatment last year. And we have a $1,331 expense, conservatively, just for testing for the coronavirus.

포터 의원이 말했듯이 문제는 당장 의료보험이 없는 8.5%의 미국인들만이 아니다. 의료보험도 제각각이기 때문에 자기부담 금액이 높은 보험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중에서 당장 주머니에 현금이 없어서 병원에 가지 않고 버티는 사람들이 미국 인구의 33%라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소위 ‘오바마 케어’라는 것이 도입되었지만, 도널드 트럼프는 그런 오바마 케어를 ‘거대한 정부’의 악한 정책이라며 이를 해체하는 것을 공약으로 삼아 대통령이 되었고, 이를 실행에 옮기고 있어서 미국에서 보험가입자는 줄어들고 있는 중이다. 말하자면 코로나19 같은 초대형 전염병을 대응하는데 최악의 조건인 셈이다.

국민 이익 위해 묻고 또 묻고

포터 의원은 질문을 옆에 있던 CDC 국장 로버트 레드필드 박사에게로 질문을 돌린다.
곧 밝혀지겠지만, 질문의 의도는 코로나19 검사를 온 국민이 무료로 받도록 지금 이 자리에서 다짐을 받아내는 것이다. 한국과 같은 유니버설 의료보험 제도가 있는 나라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대화이지만, 포터 의원이 얼마나 철저하게 준비했는지 보면서 아래의 대화를 읽어보라.

포터 의원
레드필드 박사님께서는 사람들 중 누가 코로나바이러스를 가지고 있고, 누가 가지고 있지 않은지 알고 싶으신가요?
Dr. Redfield, do you wanna know who has the coronavirus and who doesn’t?

레드필드 박사
네.
Yes.

포터 의원
부자들만이 아니고요? 그 바이러스를 가진 사람들 전부를 파악하고 싶습니까?
Not just rich people? But everybody who might have the virus?

레드필드 박사
미국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파악하고 싶습니다.
All of America.

돈 없는 사람도 검사를 받는 것이 국익이라는 것을 확인하는 질문이었다. 그런데 CDC국장인 레드필드 박사는 얼굴에 표정변화가 전혀 없는 사람이다. 열정적인 포터 의원과 완전히 대비되는 이 사람은 모든 대답을 짧고 사무적으로 한다.

포터 의원
레드필드 박사님, 42 CFR71.31 아니, 42 CFR 71.30에 대해서 알고 계십니까?
Dr. Redfield, are you familia with 42 CFR 71.31, 30, excuse me. 42 CFR 71.30.

레드필드 박사
음..
Uh..

포터 의원
미국연방규정집(Code of Federal Regulations)에서 CDC(질병관리본부)에 해당되는 42 CFR 71.30 말입니다.
The Code of Federal Regulations that applies to the CDC. 42 CFR 71.30.

레드필드 박사
그게 어떤 내용을 다루는 것인지를 알려주시면 도움이 되겠습니다. 저는 번호만으로는 모르겠습니다.
I think if you could frame what it talks about, that would help me. I don’t relate to numbers.

한국에서는 물론이고, 미국에서도 의원들은 자신이 TV 카메라에 멋있게 등장하는 청문회 때는 증인들을 추궁하고 호통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함정 질문들을 많이 던지고, 상대방이 모른다고 하면 “증인은 그것도 모르면서 그 자리에 있느냐”고 꾸짖는 장면을 연출하려 한다. 처음 이 장면을 볼 때만 해도 사람들은 그런 장면인 줄 알았다. 하지만 포터 의원의 다음 말 때문에 생각이 바뀌게 된다.

포터 의원
레드필드 박사님, 저는 의회에서 패를 먼저 보여 주지 않는 질문자로 꽤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어제 밤에 박사님 사무실에 있는 사람들과 이야기하면서 제가 오늘 박사님에게 42 CFR 71.30에 대해서 물어보겠다고 이야기하고 확인까지 받았습니다. 이 조항은 ‘(CDC의) 국장이 검사와 검역(quarantine), 격리(isolation), 그리고 조건부 해제(release, 퇴원)의 대상이 되는 개인들 치료, 의료행위 비용 지불을 허가할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Okay, Dr. Redfield, I’m pretty well-known as a questioner on the Hill for not tipping my hand. I literally communicated to your office last night and received confirmation that I was going to asking you about 42 CFR 71.30. This provides: ‘The director may authorize payment for the care and treatment of individuals subject to medical examine, quarantine, isolation, and conditional release.’

레드필드 박사
그건 제가 알고 있습니다. 제 사무실 직원들이 그 내용을 이야기해주었습니다. 단지 제가 그 조항의 번호만 몰랐을 뿐입니다, 의원님.
That I know about, and my office did tell me that. I just didn’t know the numbers, ma’am, uh, Congresswoman.

포터 의원이 CDC 국장실에다 청문회 전날 이 문서와 관련해 이야기를 할 것이라고 미리 언질을 주었고, 알았다는 확답까지 받아둔 것이다. 자신이 정책 당국자를 비난하는 스타가 되려는 게 아니라, 실질적인 답을 듣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도였던 것이다.

그래서 포터 의원은 본론으로 들어간다.

포터 의원
좋습니다. 그 조항을 알고 계신다는 거죠. 레드필드 박사님, CDC가 이미 가지고 있는 권한을 사용해서 모든 미국인들이 의료보험을 가졌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코로나19)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비용을 대겠다고 약속하실 수 있으신지요?
Great. So you’re familiar. Dr. Redfield, will you commit to the CDC right now using that existing authority to pay for diagnostic testing free to every American, regardless of insurance?

레드필드 박사
음, 제가 드릴 수 있는 말씀은, 모든 사람들이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저희가 힘 닿는 한 모든 일을 하겠다는 것입니다.
Well, I can say that we’re gonna do everything to make sure everybody can get the care they need.

포터 의원
아뇨, 그 걸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제 질문시간이니 말씀을 자르겠습니다. 레드필드 박사님, 이미 (CDC 국장으로서) 권한을 가지고 계십니다. 공중보건상 위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검사와 치료, 검진, 격리를 무료로 제공할 수 있도록 법이 규정한 현재의 권한을 사용하시겠다고 약속하시겠습니까, 안 하시겠습니까?
No, not good enough. Reclaiming my time. Dr. Redfield, you have the existing authority. Will you commit right now to using the authority that you have, vested in you under law, that provides in a public health emergency for testing, treatment, exam, isolation without cost, yes or no?

레드필드 박사
제가 드리는 말씀은 제가 이 문제를 자세히 살펴보고…
What I’m gonna say is I’m gonna review it in detail…

CDC국장은 자신에게 분명히 권한이 있는 문제이지만 엄청난 비용이 발생하는 문제이고, 특히 트럼프 행정부와 공화당의 성향을 봤을 때 여기에서 자신이 쉽게 대답할 수 없는 문제라는 고민을 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래서 대답을 회피하기 위해 말을 길게 끄는 전략을 취한다.

그러자 포터 의원이 앞서 이야기했던 “I’m reclaiming my time”이란 표현을 동원하며 이렇게 다시 물었다. 여기에서 주목할 부분은 포터 의원이 이 청문회 ‘일주일 전에’ 이미 편지를 보내어 이 문제에 대한 답변을 요구했다는 사실이다.

포터 의원
아뇨, 제 질문시간이니 말씀을 자르겠습니다. 존경하는 레드필드 박사님, 저는 제 동료 로자 들로로 의원, 로렌 언더우드 의원과 함께 박사님께 편지를 드렸습니다. 저희가 일주일 전에 드린 편지입니다. (그 편지에서) 저희는 현재 박사님이 가지고 계신 권한을 언급하며 이 문제를 설명 드렸습니다. 그리고 어제 (그 편지에 대한) 답변을 요구했습니다. (답변)기한도, 지체할 수 있는 시간도 모두 지났습니다. 의료보험을 가지고 있는지와 상관없이 모든 미국인들에게 코로나바이러스 테스트를 제공하기 위해 42 CFR 71.30가 부여하는 권한을 사용하시겠다고 약속하시겠습니까?
No, I’m reclaiming my time. Dr. Redfield, respectfully, I wrote you this letter, along with my colleagues Rosa DeLauro and Lauren Underwood, Congresswoman Underwood and Congresswoman DeLauro. We wrote you this letter one week ago. We quoted that existing authority to you and we laid out this problem. We asked for a response yesterday. The deadline and the time for delay has passed. Will you commit to invoking your existing authority under 42 CFR 71.30 to provide for corona-virus testing for every American, regardless of insurance coverage?

레드필드 박사
제가 말씀드리려는 것은 CDC가 보건복지부와 함께 이를 어떻게 가동할 수 있을지 협의 중에 있다는 것입니다.
What I was trying to say is that [the CDC] is working with [the Department of Health & Human Services] now to see how we operationalize that.

CDC 국장은 “operationalize(가동)” 같은 불필요한 행정용어를 사용하면서 계속 즉답을 회피한다. 이쯤 되면 한국 국회의 청문회장이라면 고성이 오가기 시작하겠지만, 포터 의원은 절대 화를 내지 않고 오히려 더 차분한 목소리로 이렇게 호소한다.

포터 의원
레드필드 박사님, 저는 그 대답이 박사님에게 무겁게 다가가길 바랍니다. 왜냐하면 그 대답은 저와 모든 미국 가정에 큰 무게로 다가올 것이기 때문입니다.
Dr. Redfield, I hope that that answer weighs heavily on you, because it is going to weigh very heavily on me and on every American family.

레드필드 박사
저희의 의도는 모든 미국인들이 이 중대한 전염병의 시기에 필요한 치료와 의료 혜택을 받도록 하는 것입니다. 저는 현재 보건복지부와 이를 어떻게 가장 좋은 방향으로 가동할 수 있을지 논의 중에 있습니다.
Our intent is to make sure every American gets the care and treatment they need at this time of this major epidemic, and I’m currently working with HHS to see how to best operationalize it.

차가운 얼굴의 국장은 여전히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같은 표현을 로봇처럼 반복한다. 이쯤 되면 질문하는 의원도 지쳐서 화를 내거나 포기할 법한 상황. 그런데 포터 의원은 마치 그의 대답에 자기 자식의 목숨이 달린 부모처럼 정말 끈질기게 매달린다.

포터 의원
레드필드 박사님, 운용하시기 위해 다른 일을 하실 필요 없습니다. 그저 미국인들이 와서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이 자리에서) 약속만 해주시면 됩니다. 지불구조는 내일 가동하셔도 됩니다.
Dr. Redfield, you don’t need to do any work to operationalize. You need to make a commitment to the American people so they come in to get tested. You can operationalize the payment structure tomorrow.

그러자 이번에는 국장이 의원의 말이 채 끝나기 전에 말을 자르고 이렇게 대답한다.

레드필드 박사
의원님께서는 정말 뛰어난 질문자이십니다. 따라서 제 대답은 ‘예’입니다.
I think you’re an excellent questioner, so my answer is yes.

정말로 극적인 마지막 순간에 나온 대답. 모든 국민은 본인 부담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코로나19 검사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 발언을 한 장소가 의회 청문회장이기 때문에 이는 충분한 법적 효력의 근거가 된다. 이를 아는 포터 의원은 한 박자도 쉬지 않고 바로 카메라를 향해 이렇게 선언한다.

포터 의원
훌륭합니다. 미국에 계신 여러분 모두 들으시기 바랍니다. 여러분들은 의료보험이 있는지와 상관없이 코로나바이러스 검사를 무료로 받으실 자격이 됩니다. 여러분, 코로나19가 의심스럽다면 주의사항을 따라주시기 바랍니다. 먼저 전화를 하십시오. 그리고 CDC[가 지시하는 대로 따르십시오]. 파우치 박사님, 이 시기에 미국인들을 이끌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의료보험이 없다는 이유로 사태가 악화되도록 놔두지 마시기 바랍니다.
Excellent. Everybody in America hear that. You are eligible to go get tested for coronavirus and have that covered, regardless of insurance. Please, if you believe you have the illness, follow precautions. Call first. Do everything the CDC, and Dr. [Anthony] Fauci, God bless you, for guiding Americans in this time. But do not let a lack of insurance worsen this crisis.

이 청문회 영상이 미국에서 큰 화제가 된 이유는 불행하게도, 의원들이 정말로 국민들을 위해서 일하는 모습을 보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각 구성원이 자신에게 기부를 한 이익단체, 로비단체들의 이익을 대변하기에 바쁜 미국 의회, TV 카메라 앞에서 자신의 모습이 멋있게 나오는 데만 신경 쓰는, 소위 “grandstanding”에 신경 쓰는 의원들이 가득한 곳에서 국민의 이익을 자신의 이익처럼 생각하고 매달리는 정치인을 봤기 때문이다.

청문회에서 한 건 올려 반짝하려는 것도 아니고, 일주일 전부터 꾸준히 요구해왔고, 하루 전에도 알려줘서 증인에게 미리 준비시키고, 그래도 듣지 않자 화를 내는 대신 이성과 감성에 호소하면서 달래는 의원, 그리고 얼음조각처럼 차가운 표정으로 절대로 원하는 답을 줄 것 같지 않던 CDC 국장이 자신을 추궁하던 의원에게 오히려 “정말로 뛰어난 질문자”라고 찬사를 보내며 원하는 답을 하는 모습은, 국민이 왜 그들을 리더로 뽑았는지 보여주는 멋진 장면이었다.


박상현 필자

뉴미디어 스타트업을 발굴, 투자하는 ‘메디아티’에서 일했다. 미국 정치를 이야기하는 페이스북 페이지 ‘워싱턴 업데이트’를 운영하는 한편, 조선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에 디지털 미디어와 시각 문화에 관한 고정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아날로그의 반격≫,≪생각을 빼앗긴 세계≫ 등을 번역했다. 현재 사단법인 코드의 미디어 디렉터이자 미국 Pace University의 방문연구원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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