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편집 2020. 04-03. 18:32

[금요 집담회] 재난기본소득 어젠더가 차기 대선 지형을 움직인다

by | 2020년 3월 20일 | 정책, 정치, 집담회

문재인 대통령은 19일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첫 번째 조치로 50조원 규모의 비상금융대책을 내놓았다. 중소기업,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의 생존을 돕기 위해 긴급자금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규모, 내용, 속도 면에서 위기감이 느껴진다.

코로나19 위기는 한국 사회에 두 개의 전선(戰線)을 겹쳐 놓았다. 둘 다 전시상황을 방불케 하는 국가적 재난이다. 하나는 전염병 감염 확산을 막고 국민 생명을 지키기 위한 싸움이다. 다른 하나는 대공황에 버금가는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싸움이다.

그렇다면 문재인 정부가 내놓을 후속 대책은 뭘까? 정치권에선 지난주부터 재난기본소득을 둘러싼 논란이 치열하다. 문 대통령의 복심(腹心)인 김경수 경남도지사와 함께 이재명 경기도지사, 박원순 서울시장이 이달 초 “전 국민에게 월 100만원씩 지급하자”며 약속이나 한 듯 유사한 화두를 던졌다. 이어 전주·화성과 강원도, 서울시 등이 지방정부 차원에서 저소득층 또는 소상공인·자영업자를 위한 지원방안을 내놓았다. 그 명칭도 각기 다르고 지원 대상·범위도 제각각이다.

그러면서 중앙정부 차원의 재난기본소득 실시를 놓고 찬반양론이 뜨거워졌다. 4·15 총선은 물론 차기 대선의 어젠더 싸움을 연상케 한다. 피렌체의 식탁은 재난기본소득의 쟁점과 효과, 차기 대선에 미칠 영향까지 짚어봤다.

광역지자체장인 김경수·이재명 지사와 박원순 시장은 적극적인 자세다. 대구 지역구에서 출마한 김부겸 전 행안부장관은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기재부의 발상 전환을 촉구한다”며 기재부 관료들을 맹공했다. 이에 비해 차기 대선 후보 지지율 1위를 줄곧 달려온 이낙연 전 총리는 신중한 편이다.
미래통합당의 황교안 대표는 3월 초만 해도 긍정적이었지만 같은 당 심재철 원내대표는 ‘포퓰리즘의 전형’이라며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차기 대선의 행보가 그들의 행간에서 읽힌다.
자유롭고 솔직발랄한 토크를 위해 역시 필명으로써 5명의 대화 내용을 전한다. [편집자]

◇재난기본소득 찬반

피터팬
50조원이 들어갈 재난기본소득을 실시해야 하는지 먼저 찬반 의견을 밝혀보자. 경기부양 및 경제난민 지원 차원에서 한시적으로 실시하는 조건이라면 찬성 쪽에 서겠다. 몸이 아파서 죽는 것도 위기이지만 돈이 없어서 굶주리는 것도 위기 아닌가.

스컬리
나는 반대한다.

깍쟁이
세모(△)다. 재난기본소득을 주장하는 분들의 긴박한 문제의식엔 동의한다. 대공황에 준하는 대비를 해야 한다. 하지만 전 국가 차원의 가장 효과적인 대책인지 의문스럽다.

가오리
필요하다.

버나드
필요하다. 특정 산업과 계층이 아니라 사실상 거의 모든 사람이 피해를 입고 있기 때문이다. 직접 피해를 입은 사람에게는 긴급한 재난지원으로써, 그 밖의 대부분 사람들에게는 소득보전을 통한 경기부양책으로써 유효한 수단이다.

◇개념 논쟁

스컬리
네이밍(naming)도 부적절하다. ‘재난 긴급생활비 지원’ 정도가 무난하다. 기본소득의 기본 논리구조와도 맞지 않는다. 기본소득의 요건 중 하나는 ‘보편성’인데, 모두에게 무차별 지급하는 것을 의미한다. 예컨대 최근 지자체의 ‘재난기본소득’ 사례가 거론되는데 이것들은 모두 ‘선별’을 통해 지급하고 있다. 자영업자, 비정규직, 중위소득 100% 이하에게만 지급하는 방식이다. 개념과 실제가 서로 관계없이 작동하고 있는 상황이다.

버나드
원래 기본소득은 상시적으로 계속 얼마씩 주는 것인데, 지금 논의되는 건 일회성이니까 학술적으로 엄격하게 보면 재난수당이라고 불러야 맞다. 그런데 우리 언론이나 정치권에서 이미 재난기본수당 용어를 많이 사용하고 있고, 그 대상이 전 국민이면 기본소득 성격도 일부 있다. 하지만 용어의 정밀성을 따지는 게 이 논쟁의 본질이 아니다. 솔까말, 국민 다수가 상시성, 보편성을 기본소득의 이론적 본질이라고 알고 있고, 그 때문에 재난기본소득에 반대한다면 그건 먹물 근성이 아닐까. 그럼에도 용어상 혼란이 있다면 ‘긴급재난소득’ 정도가 적당할 것이다.

◇총선 영향, 찬반 근거·이유

피터팬
4·15 총선이 한 달도 남지 않았다. 선거 민심에 미칠 영향이 있을 텐데, 그게 아니라 해도 장기적으로 보면 포퓰리즘 요소가 있다. 여야 합의를 통해 국민적 동의를 구하는 게 필요하다. 문제는 침몰하는 한국경제를 살릴 다른 뾰쪽한 대안이 보이지 않다는 거다. 지하수를 퍼내기 위해 마중물을 붓고 펌프질을 하듯 소비를 진작해 수요 확대와 경기진작을 해야 하지 않겠나.

깍쟁이
긴급히 돈을 푸는 것에 찬성한다. 그러나 제대로 잘 풀어야 한다. 가령 이렇게 나눌 수 있다. 월세 같이 당장 나가야 할 돈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현금 지급은 의미가 있다. 파산을 막아 준다. 그런데 가처분소득에 여유가 있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돈을 못 쓰는 사람들에겐 의미가 크지 않다.
사업가들은 또 다르다. 100만원 생활비 지원으로는 답이 없다. 이런 분들은 당장 버틸 수 있는 대출이 필요한 것이고, 기재부·중소벤처기업부가 연일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가용 예산이 무제한이라면 이것도 저것도 다 하면 좋겠지만, 이후도 생각해야 한다. 선택과 집중을 할 수 있는데도 정부가 하지 않는다면, 무책임한 것이다.
총선에 미칠 영향은 아직 없어 보인다. 여당 단체장들이 요구하는데 청와대·정부가 부정적인 상황이라, 전통적인 여야 갈등으로 가지 않고 있다. 여당 안에도 찬반이, 야당 안에도 찬반이 있다. 다만, 재난기본소득에 동의하지 않으면 마치 현 사태의 심각성을 못 느끼고 시민들을 사지로 모는 악의 무리처럼 대하는 태도는 경계해야 한다. 예산 50조원이 드는 일이다. 더 잘 쓰기 위해 더 노력할 일이지, 기본소득 아니면 안 된다고 생각할 이유가 없다.

스컬리
4·15 총선 이전에 중앙정부 차원에서 실시하지 않을 걸로 본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찬반이 엇비슷하게 나오지만 실제로 강행할 경우 ‘역풍’이 더 클 것으로 예상한다. 재난기본소득을 주장하는 분들은 ‘모든’ 국민에게, ‘동일한’ 금액을 주자고 제안한다. 그런데 왜 그래야 하는가? 찬성론자들이 내세우는 논거는 크게 4가지다. ①모두가 피해를 봤다 ②선별은 어렵다 ③지급의 시급성이 있다 ④경기부양 효과가 있다 등이다.
그런데 이것들이 모두 적절한 논거인지 의문이다.
①공무원, 공기업 임직원, 대기업 노동자들도 생계가 어려울 정도로 피해를 보고 있는가? 이 분들의 숫자만 대략 500만 명이다. 연봉 1억원 넘는 사람을 포함해 소득 상위 50%가 넘는 사람들에게 왜 지급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②선별은 정말 어려운가? 정부는 대구·경북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대구·경북 소상공인 약 13만 명이 4600억원을 지원받게 된다. 최근 생활비 긴급지원을 결정한 지자체인 전주, 화성, 서울시의 공통점은 ‘선별’ 지급이다.
③지급의 시급성엔 동의한다. 다만 지금도 제도적으로 ‘긴급복지 지원제도’가 존재한다. 이 제도의 장점은 부양의무자 기준이 없고, 선정기준이 상대적으로 단순하다. 금융자산 및 재산요건이 있을 뿐이다. ‘긴급복지 지원제도’에서 재산 요건을 낮추고, 소득 상실이 큰 사람을 폭넓게 확대하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④경기부양 효과 역시 의문이다. ‘현금’이 갖는 장점을 부정하진 않는다. 다만 상위소득자는 제외하고, 실제로 피해가 발생한 사람에게 ‘직접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소득자를 포함해 모두에게 100% 지급하는 방식은 부적절하다.

버나드
사실 총선용이라면 여당 차원에서 진작 공약으로 하자고 했겠지. 병원에 응급환자가 왔는데 다음날 수술하자는 말처럼 한가하게 들린다. 전 세계적으로 봐도 그렇다. 각국 정부가 긴급 경기부양책을 내놓는 속도를 보라. 미국만 한다면 모르지만, 독일도 포퓰리즘 때문인가?
재난기본소득을 둘러싸고 정책 결정자 사이에 경제위기에 대한 인식 차이가 있다. 100만원씩 주자는 이재명· 김경수 지사, 추경예산으로 충분하다는 김상조 정책실장과 홍남기 부총리 사이에는 단순히 ‘주자 말자’는 차원이 아니라 현 상황에 대한 전혀 다른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중앙정부는 현 위기를 일시적 소비정체로 본다. 서울시나 기초지자체 대부분도 여기에 가깝다. 쉽게 말해 ‘바깥에 안 나가서 돈을 안 쓴다’는 거다. 달리 말하면 ‘사회적 거리두기’가 성공하고 있고, 그래서 소상공인들이 피해를 보고 있어서 여기에 지원을 집중하자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 인식이라면 지금 필요한 것은 단기적 시간벌기다. 소상공인들에게는 약 3개월의 단기 운영자금 대출이 가장 필요하고, 시간이 흐르면 모든 것은 원상 복구된다. 코로나19 사태가 끝나 5∼6월쯤 되면 사람들은 다시 활기차게 움직일 것이고, 연말쯤엔 모든 게 제 자리로 돌아온다는 시나리오다.
그런데 수출 제조업체가 많은 경기도와 경남도의 상황 인식은 좀 다르다. 전통시장보다 글로벌 쇼크, 수출 부진, 저성장이 이어질 경우 내수 경기가 상당 수준에서 확보되지 않는다면, 현재 같은 소비 침체가 연말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그래서 저소득층에 대한 생계지원비나 소상공인 운영자금 대출 지원으로는 언 발에 오줌을 눌 수 있을망정, 제대로 된 대책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가오리
1990년대 이후 일본의 장기 불황을 예로 들며 직접 지원을 반대하는 의견이 있는데 지금과 그때는 사정이 다르다. 일본경제의 침몰은 G7 플라자 합의 이후 오랫동안 진행된 일이다. 지금 한국을 비롯한 세계경제는 코로나19 위기로 갑작스런 기능정지랄까 쇼크 상태에 빠졌다. 특히 자영업, 소상공인처럼 경제의 아래 단계부터. 따라서 이 경우에는 전신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심장세동기 충격요법 같은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러고 나서 심장이 다시 뛰면 그 중에서도 취약 부분인 발이나 손, 머리 등 이상 부위(계층, 업종, 지역)을 대상으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전신 쇼크를 주려면 그에 상응하는 충격요법이 필요하다.

◇경기부양효과

버나드
지금 단계에서 경제부양효과가 어느 정도 될지 정확하게 예측하기는 어렵다. 전체 GDP 대비 현금지원의 액수만큼 내수가 확장될 것은 분명하다. 50% 이상은 사용기한이 있는 상품권과 쿠폰으로 발행될 것이고, 나머지 현금도 저축보다는 소비에 들어갈 수 있는 수준이다. 문제는 경제 심리다. 지금 세계적으로 양적 완화나 현금 지원 등 긴급 조치를 취하는 이유가 다 경기 불황에 대한 심리적 불안을 안정시키기 위한 것 아닌가? 그 필요성에 대해서는 그레고리 맨큐 교수(하버드대 경제학과) 같은 시장경제주의자조차 동의하고 있다.

스컬리
재난기본소득이 ‘겨냥하는’ 정책적 목표가 분명해야 한다. 경기부양효과를 위해선지, 생계비 지원 효과를 위해선지… 경기부양효과는 ‘다른 정책수단’과 비교할 때 매우 미약할 것으로 본다. 실제로 ‘정부의 공적 이전지출’의 승수효과는 매우 미미하다는 연구 결과도 나와 있다. 재난기본소득은 ‘생계비 지원’으론 의미가 있을 수 있다. 다만 그 방법론은 ‘긴급복지 지원제도’가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경기부양효과를 위해서라면 기업의 투자 촉진과 연동된 감세 정책, 정부 차원의 대규모 SOC 투자 조기집행이 더 효과적일 것이다.

가오리
한국은 중국의 옆나라로서 전 세계적으로 가장 빨리 코로나19로 인한 국민적 보건 위기에 직면했고, 최악 상황에서 빠져나오는 것도 가장 빨리 빠져나오고 있다. 경제 상황도 마찬가지다. 가장 빨리 쇼크에 직면했으니 대책도 빨리 내놓아야 한다. 잘하든 못하든 보건 방역 차원의 대응처럼 경제·산업적 대응도 다른 나라에 일정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K-방역이 있는 것처럼 K-경제대응도 있는 셈이다.

피터팬
소비진작을 통한 경기부양 못지 않게 안전, 보건위생, 환경 같은 분야에 대해 국가재건을 한다는 자세로 대규모 SOC 투자와 제도 정비를 하는 것도 필요하지 않겠나.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국민들의 인식도 크게 바뀌고 있다. 지금까지 지구온난화에 수수방관하다시피 했던 것도 반성해야 한다. 이런 분야에 재정을 투입하다 보면 민간기업으로 돈이 흘러들어 뉴딜정책 같은 효과를 낼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원 금액·시기·방식

버나드
1인당 100만원이 적당하다. 사실 금액으로 보면 굉장히 큰 것 같은데, 이걸 1년으로 환산해보면 월 10만원이 안 된다. 코로나19 위기로 인해 전 국민이 피해를 입었고, 경기부양책이 필요한 상황인데 매달 8만원씩 소비할 수 있는 쿠폰을 준다고 하면, 그렇게 큰 것은 아니다. 어차피 지원할 거라면, 나눠서 주는 것보다 일시금으로 하는 게 더 효과가 좋을 것이다.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 상당히 대규모 지원·투자가 필요하다고 보는 것인데, 그것을 최소 금액만 준다든지, 나눠 준다든지 하면 그 효과가 오히려 줄어들게 된다.
지원 방식은 현금 50%, 상품권 50%가 바람직하다. 전액 현금으로 지급할 때 지방에서 가장 많이 걱정하는 게 수도권에 본사가 있는 대기업이나 온라인 쇼핑으로 소비되어 버리면 어떡하나 하는 거다, 그런 점에서 100만원이라면 절반 정도는 지역화폐로 지급하는 것이 타당하다. 지역화폐로 재구매할 경우에 일정한 할인율을 적용해주면 더 큰 유인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

피터팬
지원 금액은 1인당 70만원, 2인 가족 기준으로 140만원 수준이 적당할 것 같다. 최소생계비 수준을 감안한다면 그렇다. 지원 시기는 총선 이후,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는 무렵, 외출·여행이 많은 7~8월께가 적당하지 않을까. 지원 방식으론 현찰보다 상품권, 체크카드가 적당할 것이다.

◇재정 건전성 

버나드
물론 재정 건전성을 지키는 게 필요하다. 그런데 재정 건전성을 왜 유지하는가? 필요할 때 쓰자는 것 아닌가. 굶어 죽게 생겼는데, 저축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오히려 이상하다. 그건 재정 건전성을 원칙이 아니라 신화로 받아들이는 도그마다. 그리고 선진국 가운데 한국만큼 재정이 건전한 나라가 또 있나? 2018년 기준으로 국가부채비율(국가부채/GDP)을 보면 한국이 38.9%에 불과한 반면 일본 214.6%, 이탈리아 142.5%, 프랑스 110%, 미국 99.2%, 독일 66.1% 등이다. 국가가 빚을 안내면 국민이 빚을 내야 한다. 그게 바람직한가? 그럼 국가와 국가 재정은 왜 존재하는가?

스컬리
일본의 경우 국가부채비율이 가장 높지만 해외자산이 막대해 실제로는 그렇게 볼 수 없다. 재정 전문가에 따르면 한국이 견딜 수 있는 국가부채비율의 최대 상한은 60%안팎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번에 재난기본소득으로 1인당 100만원, 총 50조원을 풀게 되면 국가부채비율이 현재 40%선에서 43%선으로 올라가게 된다. 역대 정부에서 이렇게 단기간에 큰 폭으로 늘어난 사례가 없다. 무상급식 예산과는 차원이 다른 규모다. 1인당 100만원을 지급한 뒤 우리 경제가 살아난다는 보장도 없고 훗날 감당해야 할 부담이 너무 크지 않나.

가오리
이번에 주목할 점은 한국의 경제적 대응이 방역적 대응만큼 재빠르지 못하다는 점이다. 돈줄을 쥐고 있는 기획재정부의 메인스트림들이 일단 재정안정론에 대해 신앙 같은 믿음을 갖고 있다. 서울대 경제학과, 행정고시 재경직 합격자들로 구성된 기재부 메인스트림이 있는 건 사실이다.
이들은 정치를 악으로, 경제를 선으로 보고 정치논리의 경제 개입을 거부한다는 점에서 보수언론, 경제적 기득권자들과 성향이 비슷하다. 증권회사 대표를 지낸 주진형 선생 같은 분은 이를 ‘중앙집권적 관원 대리 운영체계’라고 부른다. 강력한 힘을 가진 왕을 대신해서 관원들이 백성을 다스리는 체제‘라는 뜻이다. 멀리 갈 것 없이 옛 소련 붕괴 전에 노멘클라투라라는 통치계급이 있었고, 일본에도 정부 부처들이 몰려있는 ‘가스미가세키’에 건설족, 후생족 같은 정관(政官) 복합적 이권-정책 결정집단들이 있다.
이런 통치그룹의 특징은 두 가지다. 첫째 자신의 우물로 세상을 보기에 경제를 경제로 풀 줄 만 안다. 그런데 이번 코로나19 사태처럼 세상의 주요 현안은 정치·경제·사회가 복합돼 돌출한다. 이번에는 국민의 생명과 위생으로 시작해 전방위로 리스크가 전이되고 있다. 또 하나 이들 대리 통치그룹은 돌발변수에 취약하다. 공부 잘하는 것으로 풀지 못하는 복잡계 상황에 유독 약한 그룹이 결정권을 갖고 있는 셈이다. 대통령과 청와대가 아무리 요구해도 소위 전문가적 논리로 ‘불가’ 사유만 대고 있다. 여당 소속인 광역단체장 3인방이 시민 요구를 수용해 적극적 대책을 내놓고 있는 것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피터팬
부동산 관련 세금이나 부유세를 확대해야 한다. 소득세 감면 폭을 가급적 건드리지 않는 게 좋을 거 같다. 1998년 IMF 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반추해 보면 경기 부양책에 매달리다가 소득 양극화, 빈익빈 부익부를 더욱 확대시켰다는 반성도 있다.

깍쟁이
역할분담을 고민해보면 어떨까 한다. 중앙정부는 외교, 거시경제, 산업 보호, 국가 수준의 SOC 사업 등 큰 전략에 집중하고, 지자체들이 시민의 안전망을 최대한 보장하는 방향으로 나가면 어떨까 한다. 지역적 특성을 살린 대책들을 내는 데 더 유리하지 않겠나.

◇법적 근거와 여야 합의

버나드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건 어렵지 않다. 현재의 ‘재난안전기본법’상 직접 피해에 대해선 손실보상을 할 수 있도록 근거가 있다. 여기에 추가해 국가 차원의 재난 구제가 긴급하게 필요가 있을 경우에 재난수당을 지급할 수 있는 조항을 추가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지자체에서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라 직접 지원할 근거도 있다. 재난관리기금이나 재해구호기금은 지금도 법 개정 없이 사용할 수 있다.

피터팬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분명하게 관련법 개정을 해야 한다. 나라 빚이 늘어나는 것은 미래세대의 부담을 늘리는 것인데, 의회민주주의 절차를 밟아 국민적 동의를 얻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본다.

◇美 현금지급 vs. 한국형 복지

스컬리
미국은 재정건전성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나라다. 도널드 트럼프가 공언한 ‘현금 살포’는 돈을 얼마든지 찍을 수 있는 기축통화 국가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동시에 미국은 사회보장 시스템 관련 ‘정보 인프라’가 취약하다는 요인도 있다.
한국의 경우 세계 최고 수준의 IT강국이다. 예컨대 3월 18일 박원순 서울시장은 ‘중위소득 100% 이하’에 대해서만 긴급생활비 최대 50만원을 지급했다. 그런데 여기서 흥미로운 포인트는 ‘어떻게’ 중위소득 100% 이하를 ‘선별’할 수 있었느냐다. 바로 사회복지 통합행정전산망인 ‘행복이음’ 시스템을 활용했기 때문이다. 행복이음 시스템은 2010년부터 도입되었는데, 중앙부처 DB 40여 개와 300여 개가 넘는 관련기관의 DB를 공유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코로나19 대처 과정에서 확인되는 것처럼, 한국은 ‘일부 분야에서’ 미국·유럽보다 훨씬 더 선진국이다. 복지 전산행정망 공유시스템은 한국이 오히려 미국·유럽보다 선진적인 측면이 있다. 한국의 이러한 ‘선진적’ 행정-복지-전산 공유 시스템은 주민등록번호 제도의 존재, 높은 서울로의 인구 집중, 높은 인구밀도, 도시화, 아파트 선호, 높은 인터넷-스마트폰 보급률, 세계 최상위 대학 진학률 등이 결합된 한국적 특징에서 파생된 것들이다.

버나드
현금 직접지원 같은 것을 공산주의 방식, 혹은 자유시장경제 체제에서 불가능한 것으로 바라본 사람들이 좀 더 생각해봐야 한다. 미국 대통령이 현금지원을 하겠다고 하니까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보수적 경제학자들이 일제히 입장을 바꾸더라. 기재부도 충격을 받은 듯하다. 웃음이 나왔다. 앞으로 한국 경제정책에 대한 비판이나 조언을 구하려면 차라리 미국 학자들에게 부탁해야겠다.

깍쟁이
경기부양과 안전망 대책은 나눠서 봐야 한다. 안전망은 긴급복지지원제도 등 이미 있는 제도 를 이용하되, 최대한 유연하게 접근해야 한다. 그런데 경기부양은 다르다. 외부조건에 좌우되는 수출이 잘 돼야 하는데, 우리만 노력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그래서 내부적으로 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해야 하는데, 결국 건설·SOC 투자를 상반기 중 최대한 끌어올려야 되지 않을까 싶다.

스컬리
미국식 현금지원이 아니라면 생계비 지원 대책과 경기부양 대책을 구분해서 접근해야 한다.
생계비 지원은 ‘긴급복지 지원제도’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자영업자, 비정규직의 경우 국민연금 및 4대 보험료의 유예 및 면제를 검토해야 한다. 유동성 위기를 겪는 기업들에 대해선 ‘정책금융 인프라’를 활용해 보증대출 확대를 해줘야 한다. 또한 고용노동부가 주관하는 특별고용지원업종 선정도 가능하다. 현재 여행업, 공연업, 관광숙박업, 관광운송업 4개가 지정되었는데, 다른 업종으로의 확대를 검토해야 한다.
경기부양 대책은 현재와 같은 심각한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가능성에 대비하고 수립해야 한다. 두 가지가 중요하다. 먼저 정부가 대규모 SOC의 조기집행을 해야 한다. 중앙·지방정부가 ‘투자 주체’로 나서야 한다. 그리고 ‘투자와 연동된’ 세금감면 정책을 펼쳐야 한다. 대표적인 제도가 임시투자세액공제인데, 설비투자에 한해 법인세를 감면해주는 것이다.
앞으로 발생할 심각한 경기침체는 유럽-미국의 생산·소비 위축으로부터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수출-제조업-대기업에서 시작돼 그 아래로 전이되는 구조를 갖게 될 것이다.

◇朴·李·金 이심전심?

버나드
자영업자, 빈곤층, 실업자를 위한 선별복지체계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사각지대가 반드시 존재하고, 현재 사회보장체계로는 불가능한 부분이 적지 않다. 정부 추경안으로 지역 신용보증재단을 통한 경영안정자금이 지원되고 있는데, 그 대상을 신용 1등급에서 10등급까지 확대했지만, 실제 확인해보니 9, 10등급의 경우는 지원 사례가 단 한 건도 없었다.
대출연체와 세금체납이 없고 신용불량자가 아닌 경우에만 지원될 수 있기 때문에, 정작 금융 지원이 절실한 소상공인이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한계상황에 내몰린 자영업자나 영세 소상공인 본인은 물론이고, 그런 사업장에서 고용보험 가입 없이 일하다 실직한 노동자 역시 실업급여를 받지 못해 사각지대로 남겨져 있다. 여긴 어떻게 할 건가?
2019년 기준으로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고용보험 가입률은 정규직이 87%인데 반해 비정규직은 45%에 불과하다. 또 1인 자영업자 400만 명 중에서 2019년 12월 기준 고용보험에 가입한 소상공인은 1만5000여 명뿐이다. 장기적으로는 고용보험을 확대할 수 있지만, 지금 당장의 대책은 아니다.

피터팬
여권의 잠룡인 이재명·박원순·김경수가 재난기본소득이라는 어젠더를 통해, 광역지자체의 긴급지원을 통해 공동보조를 취했다. 차기 구도와 관련해 주목되는 대목이다. 이재명·박원순은 코로나19 위기 국면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지지도를 끌어올렸다.
대구 지역구에서 4·15 총선 후보로 출마한 김부겸 전 행안부장관 역시 19일 페이스북에서 기재부 관료들을 맹공하며 “수입을 잃거나 일자리를 잃은 사람에 대한 지원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반면 이낙연 전 총리는 ‘전면 도입을 하려면 충분한 논의와 검증이 필요하다’며 신중론을 펼쳤다. 기재부의 입장과 일맥상통하는 것 같다. 한쪽은 가속페달을, 한쪽은 브레이크를 밟는다고나 할까. 그런 측면에서 여권의 잠룡들이 대선 이슈 선점 경쟁을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가오리
대공황과 제2차 세계대전이란 국난을 극복한 리더 프랭클린 루즈벨트가 그랬던가. 전쟁은 너무 중요해서 장군들에게만 맡길 수 없다고. 코로나19 경제위기를 극복해야 하는데, 위기 속에서 비전을 종합적으로 볼 줄 아는 사람이 키를 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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