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편집 2020. 04-03. 18:32

[한승동의 ‘아사히로 세상 읽기’] 인터넷은 한일관계를 분단할까, 통합할까?

by | 2020년 3월 10일 | '아사히로 세상읽기', 국제

인터넷은 사회를 분열(분단)시킬까? 인터넷 등장 이래 증폭돼 온 이 의문에 대한 정답은 여전히 찾지 못했다. 질문은 계속되고 있다.

두 명의 전문연구자를 등장시켜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아사히신문> 2020년 3월 3일치 기사의 큰 제목은 “인터넷이 사회를 분단?”이고, 한 면을 좌우로 나눠 배치한 대립하는 두 논자들의 주장을 압축한 제목은 각각 ‘과격한 언설, 배외의식을 확산’, ‘중용파가 다수, 보이지 않을 뿐’이다.

말하자면 한쪽은 인터넷상의 과격한 주장이나 더 과격한 배타적 댓글들이 사회를 분열로 몰아간다고 주장하고, 다른 쪽은 양극단의 과격 주장이 눈에 잘 띌 뿐 대다수는 말없는 중간(중용)파라고 주장한다.

만일 전자가 맞다면 좌든 우든, 보수든 진보든 양극단의 주장은 갈수록 더 강해질 것이고, 뭔가의 대항 조치가 없다면 분열은 심화일로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후자가 맞다면 양극단의 주장은 소리만 요란할 뿐이며, 요란할수록 오히려 중간의 절대다수파로부터 외면 받고 도태될 것이고, 사회는 통합 쪽으로 나아갈 것이다.

어느 쪽일까? 특히 선거철을 앞두고 자파의 승리를 갈구하는 정치집단들이 준동하는 시기에 인터넷 활용전략은 선거의 승패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이다. 물론 잘못 판단했다간 판을 망칠 수도 있다.

인터넷이 분열을 조장한다는 쓰지 다이스케(辻大介) 오사카대 교수와, 말없는 중용파 다수에 의한 통합 쪽에 기대를 거는 다나카 다쓰오(田中辰雄) 게이오대 교수의 대립되는 주장을 통해 이 문제를 다시 한 번 짚어 보자.

1인당 GDP, 한국이 일본을 제쳤다?

지난 2월 27일 일본 경제매체 <다이아몬드 온라인 DIAMOND online>에 “한국에 1인당 GDP와 노동생산성에서 추월당한 일본의 앞날”이라는 글이 실렸다. 예전 대장성(한국의 기획재정부에 해당, 2001년에 해체, 재무성으로 권한이 넘어감) 관료를 지낸 경제학자로, 히토쓰바시대와 도쿄대 등에서 가르쳤던 노구치 유키오(野口悠紀雄) 와세다대학 비즈니스·파이낸스 연구센터 고문이 쓴 그 글은 “충격” “쇼킹”을 연발하면서 한일의 1인당 GDP와 노동생산성을 비교했다.

그로부터 며칠 뒤인 3월 3일, “한국 구매력 기준 1인당 GDP, 처음으로 일본을 추월했다”는 제목으로 <중앙일보>가 비슷한 내용의 기사를 실었다. 의외로 한국 매체들이 외면하다시피 한 관련 사실을 살펴볼 겸, 그 신문 온라인 경제면에 실린 해당 기사로 얘기를 시작해 보자.

‘OECD 집계 2017년 통계 기준, 물가와 환율을 따진 실질 구매력 반영’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기사를 살펴보자.

선진국 모임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통계치 구매력평가(PPP: Purchasing-Power Parity)를 기준으로 할 때 한국의 1인당 GDP(국내총생산)는 4만1001달러(약 4890만원)였다. 이는 일본의 4만827달러보다 많다.

이 신문은 이를 두고 “관련 통계가 나오기 시작한 1970년 이후 50년만의 첫 추월”이라며, 2018년 잠정치에서도 4만2136달러의 한국은 4만1502달러의 일본을 넘어섰다고 했다. 2017년 두 나라 간 차이는 174달러였으나 2018년엔 634달러로 시간이 갈수록 더 벌어지고 있다. 두 나라의 경제 성장률 추이를 볼 때 이 차이는 앞으로 더 벌어질 것이다.


<중앙일보> 기사를 좀 더 인용해 보자.
“지난해 8월 국제통화기금(IMF)은 PPP 기준 1인당 GDP에서 한국은 2023년쯤 일본을 추월하겠다고 전망했다. 이런 관측보다 훨씬 앞서 한국은 일본을 넘어섰다. 물론 IMF 통계상 PPP 기준 1인당 GDP는 일본이 한국을 아직 앞선다. (물가 등 실생활 요소들이 반영된) PPP 기준으로 GDP 통계를 내는 기준은 기관마다 조금씩 다르다. 한국의 추월 소식에 일본 내부에선 ‘충격적’이란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일본 경제매체 <다이아몬드>는 ‘미국과의 GDP 차이는 이미 잘 알려져 있기 때문에 그다지 충격이 아니다. 한국의 수치가 일본을 추월한 것이 더 충격’이라고 전했다.”

한국 댓글들 “×빠, 너 지금 선동질 하냐”

이 <중앙일보> 기사에는 3월 7일 현재까지 26개의 댓글이 달렸는데, 몇 개를 뺀 대다수는 거의 천편일률로 극도의 부정적인 언사를 늘어놓았다. 예컨대 이런 것들이다.

△“코로나19 때문에 국민이 불안에 떨고 있는데 왜 이런 기사가 나왔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진보반일 애국 민족주의자 행세하는 문빠로 위장한 빨괭이 버러지××들의 한일관계 이간질선동 입니다!!!”
△“이것도 문정권의 통계조작에서 나온 건가? 일본에 비해 어떻게 우리가 구매력기준 인당 GDP가 높단 말인가?”
△“너 지금 선동질 하려고 인민공화국만세 대신 대한민국만세 하는 것이지??? 썩어문드러질…”

또한 현 정권에 비판적인 이 신문을 “문재인 부역지(紙)”라고 규정한 뒤 “1인당 GDP가 감소한 건 왜 조용하냐?”고 공격한 댓글도 있었다. 거꾸로 “지난해 부진했던 경제실적 비판은 하지 않고 웬 업적 자랑이냐”며 힐난하는 댓글도 있었다.

<아사히> 기사가 대비시킨 양론(兩論)을 기준으로 보자면 통합보다는 분열 쪽의 댓글이 압도적이라고 할 수 있다. <아사히>는 좌든 우든 분극화한 양극단의 주장들은 매우 정치성이 강한 특징을 갖고 있다고 했는데, 앞에서 예로 든 댓글들의 대다수도 그렇다. 분명 현실정치의 특정 당파 지지성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그 댓글들에서는 문제의 기사가 얼마 남지 않은 총선거와 관련해 집권여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데에 대한 강한 불만과 더불어 초조와 불안마저 읽힌다. 그런 댓글을 단 이들 중 다수는 자신의 댓글이 여론이나 정치 판도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끼치기를 바라거나 끼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속에 적극적으로 글을 올린 흔적이 역력하다. 그들은 과연 기대만큼의 효과를 만들어낼까.

한·일 간 차이 더 벌어지는 추세

그날 <중앙일보> 기사보다 몇 시간 먼저 <연합 인포맥스>에 비슷한 내용이 떴고, 그 며칠 전인 2월 27일에 <다이아몬드 온라인> 기사가 떴다. 다이아몬드 온라인 기사 내용은 대동소이했지만 일본적 관점에서 더 자세하고 길게 쓴 글이었다.

“1인당 GDP에서 일본의 지위는 내려가, 마침내 한국에게도 추월당했다. 노동생산성에서는 지위가 더 낮아졌다. 사태는 지난해 12월에 일본생산성본부가 발표한 데이터보다 더 심각하다.”

그리고 “OECD 데이터의 ‘충격’”이란 소제목 아래엔 “큰 충격은 한국의 수치가 일본보다 커졌다는 것이다. 한국만이 아니다… 표에는 드러나 있지 않지만 이미 이탈리아에도 뒤졌고, 스페인에게도 뒤진 듯하다. 2000년대 초에 미국보다 높았던 일본의 1인당 GDP가 이 지경이 된 게 “쇼킹”하다“고 썼다… 노동생산성도 한국보다 뒤진 건 말할 것도 없고 터키, 슬로베니아보다도 뒤졌다, 참담한 상황이다”라는 내용을 실었다.

노구치 유키오 고문은 자신이 노동생산성이라고 한 건 ‘취업자 1인당 GDP’ 기준이라고 했다. 또 다른 일본 매체의 기사를 보니 취업자 1인당 GDP는 분명 한국에 추월당했지만 노동시간당 GDP는 아직도 일본이 앞선다며 노동생산성 일반이 한국에 뒤지는 것처럼 쓴 것은 잘못이라 지적한 것도 있다. 일본 쪽 충격이 크긴 컸던 모양이다.


노구치 유키오가 지난해 일본생산성본부 발표 데이터보다 더 심각하다고 한 것은, 그 데이터에서도 한국이 곧 일본을 추월할 기세라곤 했으나 아직은 일본이 한국보다 여전히 앞서는 것으로 돼 있었기 때문이다. 모두 2018년 데이터를 토대로 작성된 것인데, 왜 그런 차이가 난 것일까.

“차이가 생긴 원인은 자국통화를 달러로 환산할 때의 환율 차이다. 일본생산성본부는 일본 엔을 달러로 환산할 때 1달러=98.6엔을 적용했다. 이와 달리 OECD는 1달러=104엔을 적용했다. 둘 다 지금의 실제 환율(1달러=110엔 정도)에 비해 엔이 비싸게(円高) 책정됐지만, 일본생산성본부 쪽 수치는 현실 환율에 비해 비현실적일 정도로 엔고다. 따라서 OECD쪽 수치가 더 현실적인 것으로 보인다.”

말하자면 일본이 아직 한국보다 앞서는 것으로 돼 있는 생산성본부 통계는 일본 엔의 시세를 실제보다 훨씬 더 높게 잡은 결과다. 현실의 엔 시세를 적용할 경우, 구매력기준 1인당 GDP는 한국이 이미 2017년부터 일본을 앞질렀고 그 차이는 더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온다.

일본 네티즌 “거짓말 좀 작작해라”

이 OECD 통계를 인용하면서 ‘지금 한국이 사상 최강의 상태’라고 진단한 글이 또 다른 매체 <웻지 인피니티 WEDGE Infinity> 온라인판에 실렸다. 그 글이 전재된 포털사이트 ‘야후 재팬’의 “‘사상 최강’ 한국과 일본은 어떻게 사귈 것인가”(「史上最強」韓国と日本はどう付き合うか)라는 제목의 기사에는 9일까지 730여개의 댓글이 달렸다.

댓글 대다수가 <중앙일보>의 기사에 달린 한국 네티즌의 댓글들처럼 글 내용을 불신하거나 반박하며, 한국을 비하하거나 <마이니치신문>을 매도하는 내용이었다. 3월 8일 웻지 인피니티에 실린 그 기사는 <마이니치신문>의 사와다 가쓰미(澤田克己) 외신부장이 쓴 책 <반일한국이라는 환상>을 소개하는 내용이었는데, 기사는 오랫동안 한국 취재를 담당한 사와다 기자가 나름의 관점에서 분석한 한국의 성취 및 그 성공의 배경과 짚어야 할 문제점 등을 차분하게 정리 소개한 것이었다.

기사는 이렇게 시작한다.
“‘역사적으로 보면 지금의 한국은 최강’. 마이니치신문 외신부장으로 <반일한국이라는 환상>을 출간한 사와다 가쓰미씨는 이렇게 말한다.
“OECD에 따르면 구매력 평가로 비교한 2018년의 실질 GDP는 세계 12위로, 1인당 GDP는 일본을 추월했다. 삼성과 LG, 현대자동차 등 세계를 누비는 기업도 있고 반기문씨가 유엔 사무총장을 역임하는 등 국제기관에서 활약하는 인재도 있다. 최근에는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상에서 외국어 영화로는 처음으로 작품상을 받았다. 수십 년 전에 지금의 한국을 상상한 일본인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선진국이 돼 국력을 신장시키고 새로운 국제질서를 지향하고 있는 한국을 일본은 보지 못하고 있다. 일본과 한국이 서로 이해할 수 없게 된 요인을 이 책은 풀어헤치고 있다.”

역시 OECD 얘기가 자극적이었는지, 지극히 평이한 내용의 이 기사에 그토록 많은 비방성 댓글이 달리다니…. 야후 재팬의 그 댓글들이 구사한 단어나 어투는 한국 네티즌들보다 오히려 그 극렬함 면에서 조금 덜한 감이 있지만 우월감을 바탕에 깐 비아냥, 멸시, 그리고 터무니없는 사실 내지 현실 오인 측면에서는 한 술 더 떴다.

예컨대 이런 식이다.
△“사상 최강이라는 인식이 우선 잘못됐다. 왜 최강이 중국에도 ‘노’라고 하지 못하나, 왜 최강이 일본에 응석을 부리나, 왜 최강국의 젊은이들이 해외에서 일자리를 구하나.”
△“매스컴 평가는 실로 은폐 날조에 가깝다. 역사의 진실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악질적인 전쟁 범죄 국가이며, 베트남전쟁 범죄를 청산하지 않았고 라이따이한 문제는 회피한다. 일본이 신용장을 보장해주지 않으면 무역도 전혀 불가능하다. 그런데 어찌 사상최강인가. 거짓말 좀 작작해라.”
△“기사를 쓴 사람이 친 한국계. (한국)정부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뒤죽박죽이고 국민의 지지율은 떨어지고 있다. 궤적(아마도 기적을 잘못 입력한 듯)을 이뤘다 한들, 최강이라 한들 국제사회에서 약속한 것을 파기하는 국민성이나 자세를 인정할 수 없다.”
△“그 최강이라는 힘을 준 것은 다름 아닌 일본과 미국.”
△“동맹국이면서 일본을 적국처럼 대하는 나라는 진짜로 적국 관계로 떨어질 때까지 관계를 악화시키는 것이 본래의 한일관계가 아닐까.”
△“최강이라면 통화 스와프도 필요 없을 테니 통화 스와프 요청은 절대 들어주면 안 된다고 본다.”

정년퇴직을 하고난 중·노년층이 대종을 이룬다는 일본 ‘넷 우익’들의 이런 세계인식에 한국 매체들의 자국 정부비판 기사들이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을 이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양국의 ‘그들’은 거의 똑같은 얘기를 하고 있다. 일본 우익들 사이에서 거의 상투어가 된 국교단절 주장도 등장한다.

한국 언론들은 이례적인 무관심

역시 일본에서도 인터넷 댓글들은 통합보다는 분열 쪽이 더 성한 모양이다. <마이니치>에 댓글을 단 양극의 과격파들도 자신의 댓글이 현실 정치나 대외정책에서 효과를 발휘하기를 기대할 텐데, 과연 그들 뜻대로 될까?

일본이 ‘충격’으로 받아들이는 내용, 즉 한국의 구매력평가(PPP) 기준 1인당 GDP가 일본을 추월한 ‘사건’을 한국의 다수 언론들이 아예 다루지 않았거나 제대로 다루지 않은 것도 이례적이다. 한일 간의 비교에 극도로 민감한 한국 언론의 전통이나 관례에 비춰 보더라도 이런 행태, 즉 무관심은 그 자체가 ‘사건’일 수 있다. 왜 그랬을까?

한국의 1인당 GDP가, PPP 기준이긴 하지만 일본을 사상 처음으로 추월했다는 건 역사적 사건일 수 있다. 19세기 이후, 식민지배를 당한 국가가 제국주의 종주국의 1인당 GDP를 추월한 경우는 아일랜드 다음으로 한국이 거의 유일하지 않을까?

이는 19세기 ‘탈아입구(脱亜入欧)’를 외쳤던 일본이 군림해왔던 근대 이래의 동아시아 질서가, 마침내 ‘탈일본’의 대륙중심의 새로운 질서로 전환되고 있음을 가시적으로 보여주는 21세기적 전변의 또 하나의 상징적 사건일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은 시작일 뿐이다. 그럼에도 왜 한국 언론들은 이 사건에 그다지 관심을 보이지 않았을까. 이 또한 <아사히>가 지적한 분열적 양극론의 특성인 강력한 정치성향 때문일까.

“인터넷 공간을 규제해야 한다”

쓰지 다이스케 교수의 주장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세계 각지에서 사회의 분단이 퍼져가고 있고, 그 다수는 ‘우파 대 좌파’ ‘보수 대 리버럴(진보)’ 등의 이데올로기나 사상 차이의 대립이다. 인터넷이 그것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본도 마찬가지이나, 다만 일본의 분단은 가치관이나 사상 대립이라기보다는 단순히 상대가 적이냐 내편이냐 가르는 감정적인 대립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예는 ‘배외의식(배외주의)’ 고조이다.’

쓰지 교수는 이를 확인하기 위해 2007년, 2014년, 2017년 세 차례에 걸쳐 총 7000명의 인터넷 이용자를 대상으로 조사해 본 결과 “인터넷을 많이 이용할수록 배외의식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했다. 인터넷 이용시간이 긴 네티즌일수록 외국인들이 늘어나면 ‘범죄 발생률이 높아진다’거나 ‘일자리를 빼앗긴다’는 생각을 지지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배외의식이 높은 대표적인 존재인 ‘넷 우익’은 전체 인터넷 이용자의 1%도 안 된다고 쓰지 교수는 추산한다. 그런데 그들 극소수의 과격한 언설들이 인터넷 전체의 논조를 좌우하면서 사상 신조가 강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준다고 그는 본다.

그 이유로 그는 인터넷 공간에서는 임팩트가 강한 가짜 뉴스가 사실보다 더 확산되기 쉬운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얘기한다.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재일(在日) 특권’(극우단체 ‘재특회’가 주장하는, 재일조선인들만이 갖고 있다는 특권) 얘기를 인터넷에서 접한 사람들은 그때까지 관심이 없었던 혐한 의식, 외국인・소수자에 대한 적대감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물론 자신의 가치관이나 신념에 따라 정보를 선택적으로 접하고 받아들이는 ‘선택적 접촉’ 효과로 그 반대 현상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인터넷 이용이 배외의식을 높이는 경향이 있는 건 분명하다고 본다. 다나카 교수가 얘기하는 ‘젊은 층의 온건화’는 젊은 층의 정치적 무관심에 따른 결과일 뿐이며, 그들조차 나이가 들어 중·노년층이 되면 감정적인 선동에 반응하면서 분단 지향으로 변해간다는 것이다.

따라서 해결책은 이제 매스미디어 이상으로 여론형성에 영향을 끼치는 인터넷언론 공간에서의 세계 분단 흐름을 막기 위해서는 “뭔가의 규제를 가해야 할 때가 됐다”고 쓰지 교수는 결론짓는다.

“규제보다 ‘말없는 다수’ 동참 유도해야”

이에 대해 다나카 교수는 쓰지 교수의 조사 결과는 “그렇게 보일 뿐”이라며 그런 양극단이 아닌 중용파(中庸派)가 ‘말없는 다수’(silent majority)를 형성하고 있다고 본다. 헌법 제9조 개정에 관해 인터넷에 의견을 올린 이용자들의 실태조사를 해본 결과 이용자 총수의 약 50%가 ‘최근 1년간 60차례 이상 글을 올린’ 이른바 ‘헤비 유저’(heavy user)였는데, 그들은 의견을 올린 전체 이용자의 겨우 0.23%에 지나지 않았다고 한다.

말하자면 보수든 진보든 양극단의 헤비 유저들은 극소수이며, 그들의 열성적인 인터넷 이용 때문에 사회도 분단돼 있는 듯 보이지만 현실은 절대 다수의 중용파 의견이 지배한다는 것이다.

만일 쓰지 교수의 주장처럼 인터넷 이용이 사회를 분단시키고 있다면, 인터넷을 많이 이용하는 젊은 세대일수록 더 심한 분단 현상을 보여야 하지만, 자신이 약 10만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는 그와는 반대였다고 다나카 교수는 얘기한다.

‘헌법 9조는 개정해야 할까’, ‘원전은 즉각 폐기해야 할까’와 같은 보수·진보 의견이 확연히 나뉘는 질문 10개를 던지고 세대별로 찬반을 물어본 결과 20대, 30대에서는 분단 경향이 별로 나타나지 않았고 40대 이후 70대로 가면서 나이가 많을수록 더 분단 경향이 강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실제로 현장에서 접해본 젊은 세대는 정치적으로 분단돼 있지 않고 예전보다 더 온전해졌다는 걸 체감했다고 말한다. 따라서 인터넷은 중·노년층이 선호하는 신문, 잡지, 텔레비전보다 오히려 사람들을 온건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6개월간의 또 다른 현장조사에서도 온건화가 실측됐다고 했다.

게다가 다나카 교수는 따로 돈이 들지 않는 클릭 한 번으로 쉽게 폭넓은 의견들을 접할 기회가 훨씬 더 많은 인터넷 이용자들이 SNS상에서 자신과는 반대되는 정치신조를 지닌 논객을 자신의 팔로(follow) 리스트에 올리는 비율이 리스트 전체의 평균 40%나 됐다는 조사 결과를 인용한다. 그러면서 이것은 인터넷 특유의 장점이라며, 예컨대 보통 정치성향이 정반대에 가까운 아사히신문과 산케이신문을 각각 구독하는 사람들은 그런 식으로 행동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쓰지 교수의 조사에서 분단현상이 도드라진 것은 해당 조사를 ‘외국인 배척’이라는 좁은 논점에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라고 봤다. 따라서 다나카 교수가 내린 결론은 “규제가 아니라 말없는 다수를 인터넷 공간에 끌어내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어느 쪽 진단·처방이 옳을까?

사회의 분단, 즉 분극화(polarization) 현상은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정권 등장 과정과 영국의 브렉시트(Brexit) 과정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났다. 미국과 영국에서도 트럼프 지지냐 반대냐, 유럽연합(EU) 잔류냐 이탈이냐, 찬반 여론이 양극화하면서 중도·온건파는 설 자리를 잃었다.

일본에서도 아베 정권에 대한 지지와 반대 비율은 각각 40%씩으로 분극화돼 있다고 한다. 선거에서는 나머지 중간 내지 무소속의 20%를 어느 쪽이 더 많이 자파 쪽으로 끌어당기느냐가 정권의 향배를 가르는 셈이다.

한국도 마찬가지 아닌가. 포털사이트에서 ‘선택적 접촉’을 증폭시키는 인공지능(AI) 활용을 확대하면서 인터넷 선도국인 한국 사회의 정치적 양극화가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는 느낌마저 준다. 유튜브의 유행 속에, 인터넷에서마저 반대파 의견을 접할 기회는 자동 차단되고 있다.

쓰지 교수와 다나카 교수의 진단 및 처방, 어느 쪽이 사회 분단을 막기 위해 더 유효할까? 정파들 입장에서는 이 문제를 이렇게 바꿔 놓을 수 있겠다. 과연 어느 쪽 진단·처방에 따르는 것이 나의 선거 승리에 더 보탬이 될까?

한승동/메디치미디어 기획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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