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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현종 칼럼] 코로나19 위기, 중국 인터넷의 풍자와 검열

by | 2020년 2월 28일 | 국제, 정책

코로나19 위기가 처음 발생한 중국의 여론은 요즘 어떻게 돌아갈까. 지난주부터 관영매체들은 ‘위기 수습’에 방점을 찍고 있으며, 인터넷 비난 여론도 잠잠해진 편이다.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했을 때와 확연히 달라진 분위기다.

중국 사정을 잘 모르는 국외자에겐 혼란스러운 면도 있다. 코로나19의 위험성을 알렸다가 오히려 ‘유언비어’ 유포 혐의로 중국 공안에 의해 처벌받은 30대 의사 리원량(李文亮)은 전 세계에서 추모 열기를 낳았다. 하지만 요즘엔 중국 정부가 모범적인 인물로 미화하며 ‘영웅’으로 만들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이 잦아들면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공식 행사나 대중 노출 횟수는 늘어나는 추세다. 최근 들어 “국제 사회는 ‘중국 정부가 코로나19 위기 확산을 막는데 성공했다’는 찬사를 보낸다”고 보도하는 중국 언론매체도 적지 않다. 오히려 한국·일본이 바이러스 확산을 제대로 막지 못하고 있으며 그 원인을 ‘통치력의 차이’로도 설명한다. 피렌체의 식탁은 중국의 인터넷, 소셜미디어에서 나타난 풍자, 은유, 반어법의 언어들을 소개한다. 중국인들의 속내를 알아보기 위해서다.  [편집자]


칭화대학의 쉬장룬(許章潤) 교수가 코로나19 위기 직후 언론탄압에 대한 비판 글을 쓴 이후 행방불명됐다. 코로나19와 관련한 당국의 잘못된 대처를 비난한 천추스(陈秋实) 기자, 팡빈(方斌) 기자도 실종 상태다. 처형당할 것을 알면서도 당·정 권력층에 반기를 드는 영향력 있는 인사들이 생겨난 것이다.

중국 네티즌의 속내는 소셜미디어 매체인 웨이보(微博), 즈후(知乎) 등에서 많이 드러난다. 필자는 분석 결과 코로나19 위기와 관련해 중국 정부를 비판하는 글이 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사태 초기에는 단순히 ‘코로나19’라는 전염병에 관한 내용이 많았다. 하지만 의사 리원량(李文亮) 및 시민기자들에 대한 부당한 탄압이 화두가 된 후에는 지방정부는 물론 중앙정부를 저격하는 내용이 뜨고 있다.

물론 중국 검열당국의 대응도 만만치 않다.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서 선두를 다투는 나라답게 인터넷 관리·삭제·색출 능력을 활용해 권력층에 대한 비판·비난을 철저하게 살핀다. 주목할 대목은 지방정부, 지방 당 간부에 대한 공격보다 중앙정부, 중앙 당 간부에 대한 부정적 내용을 훨씬 더 빠르게 지우고 처리해 버린다. 최고 권력자인 시진핑 개인에 대한 비판은 말할 것도 없다. 그 과정에서 네티즌과 검열당국 사이에 ‘창과 방패’ 같은 싸움이 펼쳐진다.

◇중국 네티즌의 ‘비판 글’ 사례

중국 네티즌들의 비판 내용이 직설적이면 검열당국에 의해 더 쉽게, 더 빨리 발견되고 삭제된다. 따라서 네티즌들은 다음과 같은 창의적인 방법으로 비판 글을 퍼트리려 시도한다.

1. 중국공산당의 고문헌 및 현행법을 인용하는 방법

(1)“1943년 7월 4일 신화일보(新华日报) 기사” (※삭제됨)

이 네티즌은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는 마오쩌둥(毛澤東)의 과거 발언을 부각시켜 언론 통제를 비꼬았다. 마오쩌둥은 1943년 7월 3일 신화일보를 통해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

“반동파는 언론 자유를 가장 싫어하는 집단이고, 사람들이 깨어나고 지식(認識)대시대를 살아가는 걸 두려워하고, 자신의 악행이 대중 앞에 까발려지는 것을 가장 두려워한다. 이들은 온갖 폭력적인 수단을 동원해 우리의 눈을 멀게 하고, 귀를 닫으며, 입을 틀어막고 민간 언론의 존재를 부정하고 언론인의 자유를 허락하지 않는다.”

(2)“중화인민공화국 헌법 제35조” (※삭제 안 됨)

중화인민공화국 헌법 제35조에 따르면 ‘언론, 출판, 집회, 표현 등에서 자유를 보장한다’고 되어있다. 아래 글들은 헌법을 인용해 중국의 언론 통제를 비판한다.


“‘그’(리원량)가 갈 곳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는 헌법에 묻혔다. 헌법 제35조, 중화인민공화국에는 언론의 자유가 있다.”
“인민의 영웅. 이것은 의학계의 손실만이 아니라 헌법 제35조에 유감 되는 일이다.”

2. 시진핑 개인에 대한 우회 비판

중국 네티즌들은 일반 정책이 아니라 시진핑과 중국 지도부에 대해 각종 언어유희를 사용해 간접적으로 비판한다.

(1) 갑.분.트. (갑자기 분위기 트럼프) (※삭제됨)


위 글들은 ‘시진핑’을 ‘트럼프’로 대체해 검열당국의 눈을 속였다. ‘시진핑’이 언급된 글들은 모니터링 되어 삭제 당하겠지만 ‘트럼프’를 언급한 글들은 대체적으로 용인되기 때문이다. 글 내용이 트럼프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것을 알기는 어렵지 않다. 글 내용을 보면 직간접적으로 코로나19 대처와 관련한 시진핑의 리더십을 가리키고 있다.

“트럼프는 아직도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중국인들은 높은 수준의 공공관리를 받을 자격이 있다. 오히려 중국인들에게 자격이 없는 건 누군지, 다 알지?”
“올해는 한 번도 돌아가고 싶은 순간이 없고, 마음이 너무 불편하다. 그냥 트럼프가 죽었으면 좋겠다.”

(2) 그 사람과 트럼프 (※삭제됨)

위 글도 시진핑을 직접 언급하지 않은 상태로 시진핑을 비난한다. 글쓴이는 “그 사람(시진핑)은 어디 있나? 최전선에는 없는 것 같은데 어디 있냐는 말이지”라는 포스트에 대해 “밥을 많이 먹었는지 자기 꿀단지를 만지고 있네~ 내 말은 트럼프가 그랬다고~”라고 답한다.

(3) “매일 옥(翠)을 기도해” (※삭제됨)

중국인들은 평상시에도 표의문자인 한문을 활용해 언어유희를 즐긴다. 아래 글에선 “매일 취(翠) 기도”라는 주제에 대해 해시태그를 달고 있다. ‘푸르다, 비취’란 뜻을 가진 이 글자는 한국에서도 잘 쓰지 않는데, 중국에서도 자주 쓰는 단어가 아니다.
‘푸를 취(翠)’자는 간체자로 ‘익힐 습(习)’자 두 개, 죽음을 뜻하는 ‘마칠 졸(卒)’자의 합성어다. 그래서 본래 의미와는 다르게 ‘푸를 취(翠)’자는 ‘시진핑의 죽음’을 암시한다는 것이다. 위 글들은 “매일 ‘翠’를 기도해(每日祈翠超话)”라는 해시태그를 담아 무언가를 바라는 듯한 메시지를 남겼다.

“4년 전부터 이런 생각을 했어.”
“비나이다.” “신녀님, 하루 빨리 ‘翠’하기를.”

◇검열을 통과하는 직접적인 비판

검열당국이 거의 내버려두는 내용도 있다. 의사 리원량(李文亮) 추모 글, 후베이성 지방관리 비난을 놓고선 네티즌들도 자유롭게 토론한다.

1. 의사 리원량과 관련된 보도들

(1) “리원량 의사 조사결과를 기대한다” (#期待李文亮医生调查结果)

2월 7일 리원량이 사망한 후 중국공산당 기율위원회가 리원량과 관련된 문제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공교롭게도 TV보도의 클로징 멘트가 “의사 리원량 관련 조사결과를 기대한다”였고 중국 네티즌들은 이걸 해시태그로 삼아 인터넷 토론을 이어가고 있다.

①“20일이나 지났네. 결과는 아직 없는 건가! 시간, 인물, 조사지역 등이 집중되어 있는데 조사가 뭐 그리 어려운건지? 안 되면 ‘적인걸(狄仁杰, 당나라 측천무후 시대의 재상으로 대형 범죄사건 수사에 뛰어난 인물)’이라도 데려오라 그래”

②“지금 이 시간에도 의사들과 환자들이 죽어나가고 있는데 아직도 결과가 없는 거야?”

③“벌써 한 달의 절반정도가 지났는데 아직 결과는 없는 건가? 진전이 있기는 한 건가?”


(2)아래 글에서는 좀 더 격양된 말투로 정부를 간접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①“조사하는 한 편에서는 모든 걸 지워가며… 의료진들이 바이러스에 대해 얘기하지도 못하게 했으면서 아직도 공정한 결과를 얘기하고 있는가?”

②“우리는 금붕어가 아니다. 너희들은 우리에게 빚진 걸 쉽게 잊지 못할 것이다.”

③“리원량 의사에 대한 조사결과가 나왔나? 많은 군중들이 기대하고 있다.”

2. 후베이·우한 등 지방 간부에 대한 비난들

코로나19 책임에 대한 화살은 지방 간부에게로 향한다. 구체적으로 후베이성을 대표하는 장차오량(蒋超良) 당서기, 왕샤오둥(王晓东) 성장을 비롯해 우한시를 대표하는 마궈창(马国强) 우한시 당서기와 저우시엔왕(周先旺) 우한 시장이 “후베이 F4”로 불리며 가장 욕을 많이 먹는다. 그중 장차오량 성 당서기, 마궈창 시 당서기는 2월 13일에 각각 잉융(应勇) 상하이시장과 왕쭝린(王忠林) 산둥성 지난시 당서기로 교체되었다. 왕샤오둥 후베이성장과 저우시엔왕 우한시장은 직책을 유지하고 있다.

(1)“왕샤오둥(王晓东), 마궈창(马国强), 장차오량(蒋超良)과 같이 개보다 못한 것들은 전 세계 앞에서 할복하거나 목을 베야 한다.”

(2)“죽어야 마땅할 장차오량(蒋超良) (후베이성 당서기), 마궈창(马国强) (우한시 당서기), 탕지훙(唐志紅, ※후베이성 황강시 위생건강위 주임) 일당은 죽지 않고 기층의 우수 의료진들만 죽는다는 비보가 잇따르고 있다.”

(3)“장차오량(蒋超良, 후베이성 당서기)은 중국농업은행 회장으로 있으면서 연봉 113만 위안 (약 1억7000만원)을…”

(4)“어째서 우한 지도자(※저우시엔왕 시장)는 마궈창(马国强, 우한시 당서기)과 함께 권직에서 내려오지 않는 거지?”

(5)“(언론/여론 등이) 이상하게 저우시엔왕(周先旺) (우한시장)에게 호의적이란 말이지. 저우시엔왕의 웨이보에 들어가면 다음과 같은 메시지들이 많아.  1. 경애하는 저우 시장! 얼굴은 마음의 거울이라고 하는데 친절하기까지! 좋은 사람에게는 좋은 보답이 있을 거예요!  2. 신문에 나온 저우 시장은 매우 초췌해 보인다.  3. 쉽지 않은 일들을 하고 있지만 저우시엔왕을 지지한다.  4. 전염병 말고도 우한시장인 저우시엔왕에게도 걱정이 쏠린다.”

◇중국 검열당국은 필요한 것만 통제하고 길들인다

그렇다면 중국은 왜 특정 내용만 검열을 강화할까? 쉬운 정답이지만 그것이 가장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하지 않아야 할 것을 정해주는 것이 해야 할 것을 정해주는 것보다 훨씬 통제하기 쉽다. 마찬가지로 중국 검열당국도 중앙정부에 위협이 되는 핵심 내용만 검열하면 된다. 따라서 ‘시진핑 퇴진’을 뜻하는 단어의 경우 검색되지 않지만 ‘왕샤오둥(후베이성장) 퇴진’은 검색 가능하다. 웨이보에서 다음 두 개의 사례를 보면 분명해진다.


검열당국이 리원량(李文亮)과 지방간부에 대한 인터넷 토론을 놔두는 데에는 다른 이유도 있다. 코로나19의 확산은 중국 정부가 그의 경고를 무시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하지만 중앙정부 입장에서, 엄밀히 말해 그건 ‘지방정부’가 잘못한 일이다. 따라서 중앙정부가 지방정부를 일벌백계하면 현 체제 안에서 내부적으로 해결될 수 있다는 논리가 성립된다. 이에 따라 후베이성 당서기, 우한시 당서기가 새로운 인물로 교체되었고, 이 사건의 내막을 알아보기 위해 중국공산당 기율검사위원회에서 조사를 벌이고 있다. 중국 TV방송에선 리원량의 희생을 매우 안타깝게 보도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인터넷 토론의 주제를 허가·금지하는 것은 일반 대중 및 네티즌들에게 확실한 학습효과를 제공한다. 검열이란 ‘얼굴 없는 감시자’ 앞에서 네티즌들은 자신의 게시 글이 지워질 수 있다고 걱정하는 한편으로, 게시 글이 지워지지 않으려면 내용을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하게 된다.

즉 검열 당국의 일관성 있고 적극적인 원칙은 글을 쓰는 이로 하여금 ‘자기 검열’의 함정에 빠지게 한다. 중국 네티즌들의 비판 예술엔 재치가 넘치지만 언론 자유란 차원에서 암울하게 보이는 이유다. 중국 내 학자들이 자국의 정부나 체제에 대해 비판을 자제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현 상황에서 중국 네티즌들은 중앙정부뿐만 아니라 지방정부, 심지어 우한을 탈출해 다른 도시로 넘어가는 자국민에 대해서도 비난 수위를 올리고 있다. 리원량의 안타까운 희생 이후 중국 민중들도 분개하였지만 비난 대상은 점차적으로 분산되고 있다. 그러면서 중앙정부는 이번 사태의 ‘원인 제공자’가 아니라 ‘문제의 해결사’라는 이미지로 점차 전환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한중관계 ‘우려’

문재인 정부는 “중국은 가까운 친구”라며 2016년 사드 배치 이후 소원해진 한중관계를 발전시키고, 한 걸음 더 나아가 북핵 해결, 신북방 정책, 4차산업혁명, 역내 협력체제 구축의 파트너로 삼으려 한다. 집권 3년차가 지나가고 있음에도 북미관계 교착, 미중 무역전쟁 같은 복합적인 요인 때문에 한중관계는 여전히 난항을 겪고 있다.

그런 가운데 최근 한국에서의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중국 쪽 비판이나 대응조치를 보면 양국이 향후 보편가치를 공유할 ‘운명공동체’로 나아갈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중국은 이미 코로나19 확산을 효과적으로 제압하고 있다면서 한·일 양국의 대처가 미흡하다고 지적한다. 여기에는 중국이 어느 정도의 언론 통제, 인권 제한으로 바이러스 확산을 선방한 반면, 한·일은 그렇지 못하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코로나19 위기가 끝나면 한중 외교관계는 시진핑 주석의 방한 등을 통해 어쨌든 유지, 발전될지 모르지만 한국 국민의 마음 속에 악화된 대중국 정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걱정스럽다.

민현종 /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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