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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천 칼럼] ‘비례민주당 추진’의 정공법: 정치적 책임이 동반돼야 한다

by | 2020년 2월 27일 | 정책, 정치

4·15 총선이 코로나19 사태의 직격탄을 맞았다. 역대 총선에서 보였던 뜨거운 선거 초반 열기는 자취를 감추고 정당, 후보, 유권자 모두 정중동(靜中動) 분위기다. 그런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선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미래통합당(자유한국당)이 비례위성정당 출범을 통해 ‘원내 1당, 과반 의석 확보’를 가시화했기 때문이다.

피렌체의 식탁은 지난주에 이와 관련된 콘텐츠를 두 차례 내보냈다. [최병천 칼럼]을 통해 “4·15총선 ‘연동형 마법’으로 ‘자유한국당 과반’이 유력하다”(2월 17일), [금요 집담회]를 통해 “민주당은 ‘비례 정당’을 만들어야 하나: 서생 의식과 상인 감각”(2월 21일)이란 내용을 소개했다.

이 쟁점을 처음으로 본격 제기한 최병천 필자가 피렌체의 식탁에 자신의 두 번째 글을 보내왔다. 최병천 필자는 자유한국당의 과반 의석을 저지하려면 ‘비례민주당’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악을 피하기 위해 차악을 택하는 결단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 민주당 지도부가 ‘정치적 책임’을 각오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그래야만 비례민주당을 추진할 명분과 정치적 동력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편집자]

◇연동형 비례제의 마법을 어떻게 풀 것인가?

미래통합당(자유한국당)은 미래한국당(비례자한당)을 만들었는데, 더불어민주당은 ‘비례민주당’을 만들지 않을 경우 약 20석의 의석수 격차가 예상된다. ‘연동형 딜레마’다.

[표 1]은 민주당에 대한 비교적 ‘낙관적인’ 가정에 속한다. 민주당의 현재 지역구 의석은 116석이다. 지역구에서만 현재보다 9석을 더 얻는다고 가정한다. 이 경우, 민주당은 연동형 0석, 병립형 7석, 지역구 125석으로 모두 132석이 된다. 반면, 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미래한국당)은 연동형 20석, 병립형 7석, 지역구 125석으로 총 152석이 된다.

민주당은 지역구(253석)에서 ‘절반’ 당선 수준으로 선전해도, 또는 자유한국당과 의석수 및 정당투표 모두가 똑같아도, 자유한국당에 ‘원내 과반’을 내주게 된다.

◇‘미래통합당 과반’을 막는 유력한 대안: ‘비례민주당’ 만들기

민주당 입장에서, 자유한국당 과반을 막을 수 있는 유력한 대안은 ‘비례민주당’을 만드는 것이다. [표 2]는 비례민주당을 만들고, 지역구 125석, 정당투표 40%를 가정한 시뮬레이션이다. [표 1]과 똑같이 가정을 한 것이다.

민주당은 지역구 125석, 정당투표 40%을 가정한 상태에서, 비례민주당을 만들 경우 의석은 총 145석이 된다. 지역구 당선자와 정당투표의 조건은 똑같다. 바뀐 것은 ‘비례민주당’의 존재 밖에 없다. 비례민주당을 만들면, 민주당은 132석에서 145석이 된다. 반면, 미래통합당은 152석에서 144석이 된다.

‘비례민주당’을 만드는 효과는 강력하다. 민주당은 13석이 늘어나고, 미래통합당은 8석이 줄어든다. 의석 변화는 양쪽을 합쳐 21석이다. 그런데 정치적으로 볼 때, 더 중요한 것은 미래통합당의 ‘원내 과반’을 막을 수 있다는 점이다.

◇‘연동형 비례제’가 무력화된 진짜 이유: ‘어설픈’ 정치공학

민주당의 비례민주당 추진이 불가피한 또 다른 이유는 <연동형 비례제>가 ‘이미’ 무력화됐기 때문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자. 미래통합당만 ‘비례위성정당’을 만들고, 민주당은 안 만들 경우 무려 20석 차이가 난다. 미래통합당은 152석으로 과반이 되고, 민주당은 132석에 그치게 된다. 반면, 민주당도 비례위성정당을 만들 경우 미래통합당 144석, 민주당 145석이 된다.

다시 말해, 민주당 입장에서, ‘비례민주당’을 만들지 않을 경우 일종의 <불공정 게임>이 된다. ‘표의 가치’가 달라진다. 민주당을 찍는 정당투표는 <1인 0.4표>(17석/47석)의 효과를 내는데 불과하다. 미래통합당(비례자한당), 정의당, 민생당, 안철수당을 찍는 경우 <1인 1표 + α>의 값어치를 갖게 된다. ‘민주당에만’ 불리한 게임이다. 민주당을 찍는 정당투표만 사표(死票)가 절반 이상이다.

민주당에만 불리하게 작동하는 상황에서, ‘현재 룰(rule)’을 수용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억지이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뻔히 알고도 당하는 수순이다.

그럼, 다음 총선에서라도 미래통합당의 ‘비례위성정당’을 막을 방법은 있을까? 사실상 불가능하다. 게다가 미래통합당이 ‘원내 과반’이 되면 선거법 개정 자체가 불투명해진다. 즉, <연동형 비례제>는 ‘이미’ 무력화된 것이다.

왜 이렇게 됐을까? 도대체 어디서 뭐가 잘못된 것일까? 결론부터 말해, 민주당과 정의당의 ‘어설픈’ 정치공학이 자유한국당의 반발을 초래했고, 그게 오히려 민주당을 난처한 상황으로 몰아넣은 것이다.

지난 연말에 통과된 연동형 비례제는, 애초 독일식 정당명부제의 문제의식을 가져왔다. 독일식 정당명부제는 ‘정당득표율’을 우선 기준으로 적용하고, 지역구 당선자는 보조 축으로 작동한다. 그러나 한국의 선거제도는 달랐다. 한국 국민들은 ‘지역구 후보’를 자신의 손으로 찍는 게 가장 중요하고, 정당은 보조 축으로 사고한다. 그도 그럴 것이 진보정당을 포함해서 ‘당명’이 10년 이상 지속되는 경우가 드물어 한국 총선에서 정당투표는 중심적 지위에 있지 않다.

연동형 비례제는, ‘지역구 당선자가 많은’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을 찍는 정당투표가 ‘비례 당선자가 많은’ 정의당에게 이전되는 구조를 가졌다. 쉽게 말해,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에게 불리하고, 정의당에게 유리한 선거제도다.

민주당은 ‘자신에게 불리한’ 선거법 개정을 수용했다. 자유한국당을 포위하는 ‘반(反)보수 정치연합’에 도움이 된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의 처지에선 그렇지 않다. 자신들에게 불리하고, 정의당에게 유리한 선거법 개정을 수용할 수 없었다. 그래서 비례자한당 추진을 선거법 개정 초기부터 공언했고, 그것을 실천에 옮겼다.

연동형 비례제는 ‘패스트 트랙’으로 무려 1년간 계류 상태였다. 그 사이 민주당 지도부도, 정의당 지도부도 ‘비례자한당’을 막는 방안에 대해 충분한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 그저, ‘어떻게 되겠지~~’라는 막연한 낙관론이 지배했다. 민주당과 정의당 지도부 모두의 실책이다.

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이 비례자한당(미래한국당)을 선관위에 등록한 그 순간, 민주당 지도부와 정의당 지도부가 기댔던 근거 없는 낙관론은 붕괴됐다. 그 순간, 연동형 비례제는 ‘정치개혁의 디딤돌’이 아니라, ‘미래통합당 과반의 디딤돌’로 작용하게 됐다. ‘반(反) 자유한국당 포위 전술’이 아니라 ‘민주당 포위 전술’로 그 성격이 바뀌게 됐다.

독일식 정당명부제를 하는 독일 정당에서도 ‘비례위성정당’을 만들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은 만들지 않는다. 왜냐하면 진보/보수의 정치공학을 초월하는 ‘합의 기반’이 단단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애초부터 ‘반(反)보수 정치연합’이라는 정치공학의 일환으로 연동형 비례제를 만들었다. 정치공학으로 흥하려다, 정치공학으로 위기에 처한 꼴이다. ‘어설픈’ 정치공학이 아닐 수 없다. 민주당 지도부 역시 책임이 있으나, 정의당 지도부 역시 이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비례민주당 추진의 전제조건: ‘정치적 책임 + 대국민 사과’

민주당 지도부 입장에서는 비례민주당을 만들지 않는 것도 어려운 선택이고, 비례민주당을 만드는 것 역시 어려운 선택이다.

비례민주당을 만들지 않는 것이 어려운 이유는, 실제로 미래통합당의 과반 가능성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의석격차는 무려 20석에 달한다. 바둑으로 치면, 20점을 깔아두는 ‘접바둑’과 같다. 제 아무리 뛰어난 프로 바둑기사라도, 20점을 깔아주고도 상대를 이긴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민주당 지도부 입장에서 비례민주당을 만드는 것도 어려운 선택이다. ‘역풍(逆風)’이 불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비례민주당 추진으로 인해 역풍이 거세게 불 경우, 안 그래도 어려운 ‘지역구 선거’에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민주당 지도부가 비례민주당 추진의 필요성엔 공감하면서도, 실제 추진을 주저하는 이유다. 진퇴양난(進退兩難)이며, 딜레마적 상황이다.

딜레마적 상황인 경우, 민주당 입장에서 ‘무엇이 더 최악인지’를 판단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최악을 피하는 차악 또는 차선을 선택해야 한다. 민주당 입장에서 최악이란, ‘미래통합당(자유한국당)의 과반 가능성’이다.

[표 1]에서 봤듯이, ‘비례민주당’을 만들지 않을 경우, 미래통합당의 ‘과반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고 봐야 한다. 자유한국당은 영남, 충청, 서울, 경기에서 현재보다 지역구 의석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지역구 125석도 충분히 가능하고, 정당투표 40%도 개연성이 높다. 결국, 민주당 지도부의 합리적 선택은 ‘비례민주당 추진’을 기본 원칙으로 하되, 최대한 ‘명분을 만드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민주당의 비례민주당 만들기가 왜 ‘명분 없는 일’이 됐는지 복기(復棋)해 볼 필요가 있다. 민주당의 ‘비례민주당 만들기’가 명분 없는 이유는 그동안 민주당 지도부가 취했던 입장과 모순되기 때문이다. 그간 민주당 지도부의 입장은, 논리적으로 볼 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①지난 연말에 통과된, 연동형 비례제는 좋은 제도이다. ②민주당 지도부는 좋은 일을 했다. ③비례위성정당 만들기는 나쁜 행위이다.

이 상황에서 민주당도 ‘비례위성정당’을 만드는 것은 세 가지 측면에서 모순된다.

①좋은 제도를 무력화시키게 된다. ②지도부가 했던 것은 좋은 일이 아니게 된다. ③나쁜 행위를 따라하게 된다. 마치, 상대방이 편법·불법으로 부자가 됐으니 자신도 그렇게 하겠다고 주장하는 꼴이 된다.

세 가지를 다르게 표현하면 <내로남불>이다. 미래통합당이 할 때는 불륜이었는데, 민주당이 할 때는 로맨스라고 주장하는 격이다. 결국, 비례민주당 추진이 명분 없는 근본 이유는 ‘내로남불 딜레마’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비례민주당을 추진하면서도 ‘내로남불 딜레마’를 탈출하는 유일한 방법은, 변화된 상황을 솔직하게 인정하되, 사과할 것은 사과하고, 책임질 것은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면 된다. 다르게 말하면, <논리적 일관성>을 복원하면 된다. 그러자면, 다음과 같은 액션플랜이 필요하다.

첫째, 미래통합당 과반을 막고, 불공정 게임의 룰을 시정하기 위해 ‘비례민주당’을 추진한다.
둘째, 민주당 대표와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는 현 상황에 대해 ‘정치적-도의적’ 책임을 져야 한다. 총선 불출마와 당직 사퇴 같은 결단을 내려야 한다.
셋째, 지난 연말에 통과된 연동형 비례제가 ‘결과적으로’ 문제가 있었음을 인정하고,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한다. 지지자들에게 혼란을 초래한 것에 대해서도 사과해야 한다.
넷째, 민주당은 4·15 총선 후 21대 국회에서 ‘병립형 의석 확대’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정치개혁을 계속 추진해야 한다.

종합해보면, 민주당 지도부에게 주어진 옵션, 즉 선택지는 세 가지다. 첫째, 비례민주당을 추진하지 않고 ‘미래통합당 과반 위험’을 방치하는 것이다. 둘째, 비례민주당을 추진하되 ‘내로남불’을 감수하는 것이다. 역시 지역구 선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셋째, 비례민주당을 추진하되 정치적 책임과 대국민 사과를 분명히 하는 것이다.

비례민주당을 추진할 때, 역풍이 부는 근본 이유는 ‘내로남불’ 때문이다. 정치적 책임과 대국민 사과를 분명히 하면, 반발을 최소화할 수 있다. 비례민주당의 선관위 등록 마감일은 3월 19일이다. 아직, 늦지 않았다. 민주당 지도부는 막연한 기대나 방관자적 자세를 중단하고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

◇DJP 연합의 추억: 최악을 피하는 ‘차악’, 돌이켜보면 ‘최선’일 수도

1997년 대선은 한국정치사에서 매우 중요한 분기점이다. 그 해 12월, 1961년 박정희의 5·16 군사쿠데타 이후 처음으로 민주적 정권교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1997년 대선의 정권교체는 몇 개의 기적들이 ‘곱셈 효과’를 냈기에 가능했다. 1997년 11월 IMF 구제금융 사태, 제3 후보인 이인제의 독자 출마(무려 480만 표를 얻었다) 모두 상식과 통념을 깬 변수들이었다.

그러나 1997년 대선에선 기적적인 ‘정치적 결단’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김대중(DJ) 후보가 5·16 군사쿠데타의 주역인 김종필(JP)과 ‘선거연합’을 한 것이다. 이른바 DJP연합이다.

당시, 젊은 운동권이었던 필자는 단호하게 DJP연합을 비난했다. 필자는 국민승리21 권영길 후보를 찍었다. 그러나 2020년 지금 현재, 내가 알고 있는 한국정치사의 지식을 총동원해서 가장 ‘감탄스러운’ 결정을 단 하나 꼽으라면, 단연코 1997년 대선에서 있었던 DJP연합이다.

우리는 지금 우리가 누리는 민주주의를 당연하게 생각할 수 있지만, 한국에서 지금 같은 자유민주주의 수준이 이뤄진 것은 ‘기적’에 가깝다고 봐야 한다. 한국의 자유민주주의 수준은 우리보다 먼저 민주주의를 도입했던 일본과 비교해도 훨씬 높은 편이다. 이 모든 것은 1997년 김대중 후보가 ‘5·16 군사쿠데타’의 주역이었던 김종필과 정치연합을 했던 덕분에 가능해졌다.

만일, 그때 그 결정을 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아직도 정권교체를 이루지 못했을지 모른다. 그 시절, 젊은 운동권이었던 필자가 그랬듯, 많은 사람들이 DJP연합을 비난했다. 그러나 정치적 리더십이란, 살아생전 DJ가 여러 차례 강조했던 것처럼, ‘최선이 없으면 차선을, 차선이 없으면 차악을 선택하는’ 과정이다. 먼 훗날 돌이켜보면 그 결정은 ‘최선의 결정’으로 평가될 수 있다.

연동형 비례제의 혼란에 대해, 민주당 지도부는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 그래야만, 비례민주당을 추진할 명분과 정치적 동력이 만들어질 수 있다. 그때도, 누군가가 돌을 던진다면, 그 돌은 묵묵히 맞으면 된다. 1997년 DJP연합을 추진할 때, 김대중 대통령이 그랬던 것처럼.

최병천 / 前 국회의원 보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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