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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 집담회] 민주당은 ‘비례 정당’을 만들어야 하나: 서생 의식과 상인 감각

by | 2020년 2월 21일 | 정치, 집담회

4·15 총선을 50일가량 앞두고 총선 초반 판세가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작년 연말만 해도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범여 세력이 과반 의석을 얻을 수 있다는 낙관론이 우세했다. 그러나 범보수 연합인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의 출범, 옛 자유한국당의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의 가시화는 총선 구도를 원점에서 바꿔놓고 있다.

특히 미래한국당의 파괴력은 복병으로 떠올랐다. 선거법상 새로 도입된 연동형 비례대표제 때문이다. 미래한국당이 비례대표 47석(연동형 30석 + 병립형 17석) 가운데 25석 이상을 확보할 경우 통합당의 과반 의석도 유력하다는 예측이 나온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을 지지하는 세력 사이에선 백가쟁명 식 논쟁이 펼쳐진다. 통합당처럼 위성정당을 만들자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정치명분상 불가하다는 반박도 만만치 않다. 피렌체의 식탁은 <금요 집담회>를 통해 비례위성정당을 둘러싼 논란 및 해법, 총선 이후 정국 시나리오까지 짚어본다. 자유롭고 솔직한 토크를 위해 역시 필명으로써 네 명의 대화 내용을 전한다.  [편집자]

범보수 연합 ‘과반 의석 확보론’ 급부상

깍쟁이

순전히 기술적으로만 보면, 미래통합당이 지역구 125석,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이 정당득표 40% 정도를 얻으면 과반 확보가 가능하다. 여러 차례의 시뮬레이션을 통한 분석이다. 다른 당의 정당득표에 따라 조금 달라지긴 하겠지만, 어찌됐든 통합당이 ‘원내 1당’을 차지할 가능성이 가장 크다.

가오리

먼저 사과를 하나 하려 한다. 지난 1월 3일자 집담에서 ‘황교안 대표가 종로에 출마하지 못할 것’이라고 진단했는데 제가 틀렸다. 황 대표의 종로 출마는 이번 총선에 거는 보수야권의 절박함을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반면 여권은 2016년 총선 때의 새누리당처럼 하고 있다. 당시 새누리당이 진박(眞朴), 친박(親朴) 감별 운운하던 것처럼 요즘 민주당은 친문(親文)이냐 아니냐를 두고 언론에 보도된 것보다 내부 진통이 심하다고 한다. 많은 비문(非文) 후보들은 ‘여당 속의 야당’이라며 불이익을 호소한다. 야당 후보는 내놓고 떠들기라도 하지 자기들은 말도 못하고 골병 들고 있다는 것이다.

이대로 가면 안철수 국민의당이 ‘태상왕 당’이 될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이 제1당을 놓치면 집권당으로서 법안이나 예산, 인사청문회 통과를 위해 정의당에 손을 내밀 수밖에 없다. 민주당과 정의당으로도 과반이 안 되면 정당 득표율 3%를 넘겨 의석수 3~5석 가능성이 있는 국민의당에 손을 내미는 상황을 상정해 볼 수 있다. 민주당 위에 정의당, 정의당 위에 국민의당이라는 옥상옥(屋上屋) 형태로라도 원내 다수파를 만들 수밖에 없는 게 집권여당의 운명이다. 제1당과 제2당이 손을 잡는 독일식 대연정(기민당-사민당) 구상도 나오겠지만 한국정치 현실에선 불가능하다.

피터팬

범보수 세력의 과반 의석 시나리오는 위성정당 때문만은 아니다. 부울경과 충청권의 민심이 돌아섰고 중도층 역시 민주당을 외면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호남의 바닥 민심도 예전 같지 않다고 한다. 어느 선거든 몇 차례의 고비와 반전을 겪는다지만 민주당으로선 악재가 켜켜이 쌓이고 있다. 비례대표 47석을 뺀 지역구 253석에서도 민주당이 통합당을 이길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스컬리

지역구 구도만 봐도 통합당의 원내 1당 가능성이 매우 높다. 민주당이 한국당보다 지역구에서 의석수가 많았던 선거는 ‘예외적’이라고 봐야 한다. 2016년 총선, 2018년 지방선거는 예외적으로 좋은 상황이었다. 2016년 총선 땐 접전 지역이었던 영남, 충청, 서울, 경기/인천에서 민주당이 약진했다. 그 덕에 민주당 123석, 당시 새누리당 122석으로 단 1석 차이의 신승을 거뒀다. 2018년 지방선거 때는 의석수 10석 가량의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있었다. 민주당이 대부분 이겼다. 당시엔 3대 승인(勝因)이 작동했는데, ▲탄핵 직후 선거 ▲대선 직후 선거 ▲북미정상회담 직후 선거였다는 점이다.

그러나 지금은 좋은 상황이 아니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여당견제론이 야당심판론보다 높게 나온다. 특히 영남·충청 지역에선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비판적이고, 여당견제론이 10%포인트 이상 높게 나온다. 지역구로 볼 때, 민주당이 ‘지금보다’ 의석을 더 많이 얻을 수 있는 지역은 호남 정도밖에 없다. 영남, 충청, 서울, 경기·인천 지역은 현상유지조차 힘들 것이다. 지역구 선거에서 민주당의 마이너스 1석은 통합당엔 플러스 1석이 된다. 한 곳에서 지면 실제 격차는 2석이 발생하는 셈이다. 민주당이 지역구에서 10석 잃게 되면 통합당과의 격차는 20석으로 벌어진다는 얘기다.

가오리

정당 지지율은 물론 민주당이 지금도 통합당보다 더 높다. 이것이 낙관의 근거가 되면 안 된다. 민주당은 전국 총득표에서 이기고 의석수 싸움에서 질 수 있다. 1988년 총선 때 김영삼(YS) 통일민주당과 김대중(DJ) 평화민주당이 겨뤄 총득표에서 YS당이, 의석수에서 DJ당이 앞섰다. 멀리 갈 것 없이 2016년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대 힐러리’의 싸움이 그랬다.

민주당, 비례정당 둘러싼 논쟁 치열

가오리

연동형 비례에 따른 의석수 10석의 자연손실은 전체 300석에서의 뺄셈덧셈으로 치면 20석을 손해 보는 셈이다. 경마로 치면 120kg짜리 집권여당이라는 말에게 20kg 납덩이를 매달고 똑같이 달려서 우승하란 얘기다.

여권은 조만간 선택을 해야 한다. 지지층 사이에서 격론을 낳더라도 야권처럼 비례용 위성정당을 만들 것인지, 손해를 볼망정 원칙대로 가면서 지역구 승리에 주력할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그러면서도 두려울 것이다. 위성정당 창당을 애드벌룬 띄워볼 경우 ‘조국 사태’처럼 의견이 갈려서 서로 싸우는 양상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 있을 것이다. 어쨌든 큰 틀의 결단을 내릴 순간이다.

깍쟁이

현재 민주당의 대응 방안은 네 가지로 보인다. 첫째, 미래한국당을 ‘위성정당’, ‘가짜정당’이라 비난하면서 유권자의 선택을 기다린다. 둘째, 미래한국당의 정당 등록을 허용한 선관위 담당자들에게 법적 책임을 묻는 것이다. 셋째, 총선 이후 미래한국당의 의석을 무효화할 수 있는 법적 대응을 준비한다. 넷째, 위성 정당을 만들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선거라는 정치적 의사표시가 완료된 뒤 법정에서 정치현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스컬리

통합당의 위성정당에 대한 그간 민주당 지도부 대응의 핵심은 ‘윤리적 비난’이었다. 그런데 상대편 지지층이 호응하고 있는데, ‘윤리적 비난’으로써 무슨 효과가 있겠는가. 참으로 속 편한 사람들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인한 통합당의 과반 가능성은, 민주당의 ‘(범여 정당에) 의석 몇 개는 나눠줘도 된다’는 나이브한 사고방식, “한국당의 위성정당엔 유권자들이 응징하겠지’라는 근거 없는 낙관, 현실정치 문제를 윤리적 차원으로 대응하는 운동권 특유의 ‘선악 구분법’이 빚어낸 대참사라고 할 수 있다.


민주당과 범여의 몇 가지 대안

가오리

진보 여권의 장점은 무엇인가. 이 시점에서 백지 상태에서 생각해봐야 한다. 진정성이다. 그런데 지금은 진정성이 ‘임미리 신문 칼럼’ 같은 걸 고발하는 ‘속 좁은 진정성’으로 표출된다. 정책적 진정성과 정치적 진정성을 함께 보여줘야 한다. 어느 계층, 어느 집단에서 지지도를 높여야 할지, 원칙과 기조를 살리면서 그들을 위한 정책을 보여줘야 한다. 이것이 정책적 진정성이라고 생각한다. 추경예산안 편성 정도가 아니라….

한국 사회는 압축적으로 빠르게 성장 발전해왔기에 미해결 과제가 많다. 국민들의 성정도 그런 시대적인 미결 과제에 대해 학교 숙제를 미루는 것처럼 미적미적하는 걸 못 본다. 그러한 과거 과제 해결의 정책적 진정성으로는 이미 나온 모병제, 청년주택 같은 논의 외에도 휴전선 접경지역에 대한 규제 해제와 개발계획, 청와대의 세종시 이전, 행정수도 이전 논의의 재점화, 지방대나 고졸 청년에게 더욱 많은 기회를 부여하는 정책 등을 생각해볼 수 있다.

미래지향적인 사안들도 찾아보면 많다. 선거는 갈등을 다 끌어올려 태워버리는 절차여야 한다. 더 나아가면 갈등 아닌 갈증이 있는 사안을 선제적으로 끌어올려 승화시키는 일이다. 진보 여권이 못하는 게 그 부분이다. 집권하는데 지지해준 세력들의 이해관계 조정에 대통령 임기의 상당부분을 할애하다 보니 누구나 가슴 뛰는, 생각해보지 못한 새롭고 대담한 어젠다를 던지는 능력이 약하다. 이 부분은 대통령의 캐릭터하고도 관계가 있지 않나 싶다.

깍쟁이

다시 순전히 정치공학적으로 접근해보자.
첫째, ‘비례민주당’을 만드는 방법이 있다. 팃포탯(맞대응) 전략이다. 그런데 명분이 필요하다. 유권자 공감이 없다면 지역구에서 큰 손실을 볼 수 있다. 미래통합당 단독 과반에 대한 두려움이 커질수록 명분도 커질 것이다. 중도층 일부까지 고개를 끄덕일 정도는 되어야 실행 가능한 전략이다. 둘째, 민주당이 비례대표를 안 내는 것이다. 물론 민주당은 비례의석을 추가로 몇 석 더 잃게 된다. 반면 정의당 등 소수 정당은 의석을 더 얻는다.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미래한국당의 의석수가 빠지는 결과를 낳는다.

셋째, 민주당이 중심이 되는 ‘연합비례정당’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하는데, 이는 불가능한 얘기다. 우선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취지가 양당제를 넘어서는 것인데, ‘반(反)보수 연합전선’은 이를 정면 부정하는 논리다. 소수 정당들이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리고 이것도 민주당이 비례후보를 1명도 내지 않는 게 전제되어야 한다. 게다가 정의당 같은 경우 비례대표 후보자가 40명이나 되기 때문에, 작은 조건 하나를 바꾸는 것도 극히 어렵다.

눈앞에 펼쳐진 제도의 난맥상이 너무 치명적이다. 더욱이 이런 판을 만든 당사자가 민주당이고, 심지어 야당의 육탄 저지를 뚫고 해냈다(?)는 게 뭐랄까, 한 편의 부조리극을 보는 것 같다고 해야 할까. 아무튼 민주당은 명분과 실리 모두 위기인 상황이다. 지금 당장 뭐라도 선택하지 않으면 정말 최악의 상황이 온다는 걸 직시해야 한다.

스컬리

민주당은 이러나저러나 ‘연동형 딜레마’에 빠져 있다. 상대방의 반대를 무릅쓰고 추진하는 과정에서 온갖 미사여구를 붙이며 정치개혁, 선거개혁이라고 홍보하며 밀어붙였다. 한국당이 위성정당을 만들지 않았으면, 일방적으로 ‘정의당에 유리한’ 선거제도가 됐을 것이다. 한국당이 위성정당을 만든 그 순간, 그들이 ‘최대 수혜자’가 됐을 뿐이다.

민주당이 할 수 있는 대응은 네 가지 정도가 있다. 첫째, 그냥 쳐다보며 손해를 감수하는 것이다. 통합당이 과반이 되든 말든…. 둘째, 민주당은 후보를 안 내고 정의당을 밀어주는 것이다. 이 경우 민주당의 ‘병립형’ 비례의석 4~6석도 잃게 된다. 사실상 정의당과 ‘러닝메이트’를 하는 것인데, 중도층이 어떻게 생각할지 의문이다. 예컨대 최저임금 1만원 관철 사례가 대표적이다. 정의당과 진보 쪽 요구를 수용했는데 자영업자들의 민심이반이 심각했다.

셋째, 민주당도 비례후보를 내되, 위성정당이 아니라 ‘별동대 정당’을 추진하는 것이다. 이 정당이 득표율 10%~15%만 얻는다면 아예 안하는 것보다 낫다. 넷째, 통합당과 똑같은 방식으로 민주당은 비례후보를 안 내고, (명칭이 무엇이든) ‘비례민주당’을 만드는 것이다.

민주당은 네 가지 대안 중에서 ‘무엇이 가장 최악인지’ 생각해야 한다. 최악을 피하는 것을 판단의 기준점으로 생각하고, 선택지의 단점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의사결정을 할 필요가 있다. 현 상황을 종합해볼 때 ‘최악의 선택’은 비례민주당을 만들지 않고 통합당에 과반을 내주는 것이다.


총선 패배 땐 레임덕, 차기 경쟁 불가피

피터팬

정치란 현실과 실리 못지않게 원칙과 명분의 싸움이다. 선거법 개정에서 좀 더 꼼꼼하게 여러 가지 리스크를 따져보지 못한 것은 분명 아쉬운 대목이다. 이런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다시 상대방의 꼼수를 차용한다면 또 한 번 실수를 더하는 게 아닐까 싶다.

그럼에도 총선 이후 격렬해질 여야 대치 구도를 생각한다면 범보수의 과반 의석을 방관해야 하는지 깊이 고민해야 한다. 진보정권이었던 김대중(DJ) 정부, 노무현 정부의 집권 후반기를 생각해보면 더더욱 그렇다. 야당이 여소야대 국회를 앞세워 얼마나 집권여당의 발목을 잡았던가. 그래서인지 DJ가 ‘의원 꿔주기’란 전대미문의 편법으로 자민련을 잡으려 했고,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대연정’이란 아이디어까지 내놓았다.

타협과 협치가 사라진 대통령제하에서 집권여당이 원내 과반을 확보 못하면 정국은 곧바로 현직 대통령의 레임덕과 차기 대선 싸움으로 흘러간다. DJ라면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적 현실감각 가운데 무엇을 택했을까? 노무현의 정신에 따른다면 어떤 길을 택해야 할까?

스컬리

민주당이 통합당에 원내 의석의 과반을 넘겨주면 곧바로 국회의장 자리를 뺏기게 된다. 주요 법안과 예산안 통과는 쉽지 않아진다. 만약 총리를 교체할 경우 큰 홍역을 치를 것이고, 각 부처 장관들의 사소한 실수에도 ‘국무위원 해임건의안’이 수시로 발의될 것이다. 국회는 사실상 정쟁 국면의 연속이 될 것이다.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 입장에서, 원내 의석 과반을 넘겨주기 이전과 이후의 정치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천지개벽 수준으로 달라진다. 통합당의 당직자들이 벌써부터 문재인 대통령 탄핵 운운하고 있지 않은가.

통합당이 과반을 차지하면 문재인 정부는 곧바로 ‘레임덕’이 시작될 것이다. 언론은 최소 반년간은 참패 원인을 찾아내서 분석하는 기사로 도배할 것이다. 그러다 보면 당청 갈등, 민주당 내분 양상이 심해질 것이다. 분열 요소는 강해지고 단결 요인은 약해지게 된다. 지지층 내부의 이반과 갈등이 뒤따를 것이다. 결국 2022년 대선 역시 통합당에 유리한 흐름으로 변화될 것이다. 집권세력 내부에서 이를 얼마나 엄중하게 보고 있는지 의문이다.

가오리

앞서 정책적 진정성과 정무적 진정성을 얘기했는데 정무적 진정성에 대해서도 고민해봐야 한다. 현 정권을 ‘착하지만 무능한 정권’으로 보는 사람이 많다. 비판적 지지를 하는 사람들의 정서가 그렇다. 그렇다면 그 ‘무능함’에 대해 사과할 건 사과하고, 사과에 그치지 않는 결기와 비전을 보여줘야 한다. 식물 정권, 식물 대통령으로 있을 거면 차라리 여소야대의 정치적 결과를 인정하고 새 대통령 선거의 길을 빨리 열어주는 게 국가를 위해 나을 수도 있다. ‘총선 패배 시 임기 중 퇴진’ 공약을 말하는 거다. 그런 각오와 그런 수준의 대책이 필요하다.


<피렌체의 식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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