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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현 칼럼] 중국 전문가 “북한, 핵실험 아닌 대남 도발 가능성 있다”

by | 2020년 1월 10일 | 국제, 한반도

한반도 정세가 정중동(靜中動)의 국면이다. 지난해 연말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킨 북측의 ‘크리스마스 선물’ 발언 이후 중동에서 미국과 이란 사이에 충돌이 발생했다. 북핵 협상을 톱다운 방식으로 주도해왔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이란 사태라는 악재를 만났다. 북핵 문제를 풀 에너지가 분산될 수밖에 없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북한이 2~3월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나 핵실험 재개, 대남 미사일 공격 같은 다양한 방식의 도발을 일으킬 가능성을 우려한다. 그럴 경우 한반도의 대치국면은 최고조에 이를 전망이다.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에 줄 타격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 4월 총선은 대북정책을 둘러싼 색깔론 공방으로 흐를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문정인 통일외교안보 특보, 정세현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이 최근 ‘평화경제’와 대북경협 방안을 거론하는 이면에는 북한의 남북대화 거부와 도발 위협이 깔려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과 혈맹관계라는 중국은 한반도 정세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중국과 한반도 정세를 오랫동안 관찰해온 이성현 박사가 최근 중국 측 한반도 전문가를 만났다. ‘피렌체의 식탁’은 익명을 전제로 그의 발언을 소개한다.

요약하자면 첫째, 북한은 핵실험보다 ICBM 발사를 선택할 수 있다. 둘째, 톱다운 방식으로 북미 대화가 재개될 가능성은 남아 있다. 셋째, 김정은이 미국에 대한 불만을 대남 도발로 터뜨릴 수 있다.

이 글에서 쓰는 ‘중국 측’이라는 단어는 필자가 만난 ‘중국 전문가’와 중국 정부의 속내를 뜻한다. [편집자]

北 성탄절 선물 발언은 ‘문책 감’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20년 선택할 ‘새로운 길’이 과연 어떤 길이 될지 중국도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중이다. 더불어 김 위원장의 신년사를 대신한 셈이 돼버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결과 보고’를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은 어떻게 보았는지 짚어본다.

우선, 중국 측은 지난해 말 한반도 위기를 고조시킨 북한의 ‘크리스마스 선물’ 언급을 한국과 미국이 ‘과대평가’했다고 본다. 이 단어는 미국의 주요 명절인 크리스마스에 즈음해 북한의 도발이 있을까 하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언급할 정도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이는 김정은 위원장이 한 말이 아니라 외무성 부상(이태성)의 12월3일 담화에서 나온 내용이다. 이태성은 “남은 것은 미국의 선택이며 다가오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무엇으로 선정하는가는 전적으로 미국의 결심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언론은 이를 ‘김정은의 크리스마스 선물’로 대대적으로 보도하기 시작했다. 미국의 첨단 정찰기와 감청 장비가 잇따라 한반도에 전개되었다. 북한으로선 크리스마스라는 서양의 특별한 명절을 언급하여 미국 측의 주목을 끄는 데 성공한 셈이다.

다만 북한 최고지도자가 정한 시한과는 차이가 있다. 김정은은 지난해 4월 12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연말까지 인내력을 가지고 미국의 새로운 셈법을 기다리겠다”며 나름의 시한을 제시했다.

다시 말해, 북한의 최고지도자가 ‘연말까지’라고 데드라인을 공시했는데 외무성 관리가 ‘크리스마스’라고 말해 혼동을 유발한 셈이다. 최고지도자의 발언을 암송하듯 하는 북한 체제의 특성상 이태성 부상의 이런 실수는 당연 ‘문책 감’이라는 게 익명을 원한 중국 전문가의 해석이다. 한·미와 달리 지난 연말의 한반도 상황에 대해 중국이 상대적으로 ‘차분’했던 배경엔 이런 연유도 있었던 것이다.

中이 느낀 ‘도발’ 체감온도 달라

한국과 중국 사이에 존재한 ‘크리스마스 선물’ 위협의 체감온도 차이는 그 뒤 나온 노동당 전원회의 결과 보고를 통해 엿보이는 김정은의 발언을 해석하는 데도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면 ‘충격적 실제 행동’이란 단어다. 중국 측은 이 단어를 실제 행동이라기보다는 ‘관념적 차원’에서 이해하는 듯하다. 북한이 자동적으로 도발을 감행하겠다는 게 아니라 전략무기 개발과 국방능력 향상을 위해 북한이 노력을 경주할 것이고 이를 첨단무기 개발 성과로 보여주겠다는 취지로 본다.

중국 측의 이런 이해는 중국이 북한과 같은 사회주의 국가이기 때문일 것이다. 북한에서 쓰는 “70일 전투” 혹은 “100일 전투”라는 용어들이 실제 군사행동이 아닌 노동력 배가를 위한 선전선동인 것처럼 중국에서도 ‘투쟁’이란 단어를 자주 쓰고 있으며 이 역시 사상(思想) 결집이나 선전용으로 쓰이기 때문이다.

한국 전문가들 사이에선 북한이 이번에 다시 병진노선으로 회귀하느냐를 놓고 설왕설래가 많았다. 중국 측은 얼핏 보기에 병진노선과 유사하지만 이전의 병진노선이 아니라고 본다. ‘경제건설 총력 집중’이 변하지 않으면서 거기에 국방력 강화가 첨가된 것이라는 해석이다.

중국 전문가가 보기에 ‘정면돌파’라는 단어도 마찬가지다. 무려 23번이나 강조되었는데 이 역시 무력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마침 1월6일 북한 관영 매체가 “정면돌파전에서 기본전선은 경제전선” 이라고 이를 풀이해 주었다. 외부의 확대 해석을 스스로 방지한 셈이다.

그럼에도 북한의 대남 도발 가능성은 여전히 중국의 우려사항이다. 일단 중국은 북한의 핵실험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김정은 스스로도 미국과의 교착상태는 “장기화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의 대중국 의존도는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공개적으로 천명하고 있는 한반도 3대 정책의 한 기둥인 ‘한반도 비핵화’에 역행하는 핵실험을 감행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北핵실험, 中 마지노선 넘는 도발

중국은 또한 러시아와 함께 유엔 안보리에 ‘대북제재 완화 결의안’을 제출했다. 북한이 현재 받고 있는 제재가 유엔 결의안에 의한 제재이고, 그것을 중국이 완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판국에, 만의 하나 북한이 핵실험을 하게 된다면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북한을 도울 수 있는 명분과 동력을 잃게 된다.

북한의 ‘핵실험’은 중국 정부가 내부적으로 정한 마지노선, 일종의 레드라인이다. 북한의 추가 핵실험이 있게 된다면 중국으로선 새로운 대북제재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질 수밖에 없다. 여태껏 중국은 북한 핵실험이 있을 때면 유엔 대북제재 결의안에 모두 찬성표를 던졌다.

또 한 가지, 북한의 비핵화 의지 천명은 2018년 봄부터 시작된 김정은 위원장과 시진핑 국가주석과의 북·중 정상회담을 성사시키는 과정에서 중국이 북한에 요구했던 외교적 ‘필요조건’이기도 했다.

北비핵화, 習·金 간 약속이기도

그게 전부가 아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핵포기 의향을 천명하였지만, 국제사회 특히 미국의 대부분 전문가들은 북한의 진의를 믿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만큼 북한 비핵화 의지에 대한 국제사회의 의구심이 컸다. 그런 상황에서 시진핑은 베이징에서 만난 김정은에게 비핵화 의지를 물었고 김정은이 화답하자 이를 믿기로 통 큰 결정을 했다는 후문이다. 사회주의 우방끼리, 최고지도자 차원에서 한 말이니 일단 신뢰하기로 하고 북한 지지를 선택한 것이다.

2018년 6월19일 김정은 위원장의 방중 당시 시진핑 주석은 김 위원장에게 “변하지 않는 세 가지(三個不變)”를 약속하였다. 사회주의와 마르크스주의의 투철한 신봉자로 알려진 시진핑이 당시 북한을 “사회주의 북한(社會主義朝鮮)”이라 칭하며 변함없는 지지를 표명한 것이다. 이듬해 2019년 6월20일 평양을 방문한 시진핑은 “북한의 한반도 비핵화 추진노력을 ‘적극적으로 평가’(積極評價)한다”며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를 향해 신뢰를 표명했다.

中 관광객 200만 보내기로 약속

평양에서 시진핑은 북한의 ‘합리적인 안보 우려와 경제 발전에 대한 걱정’(合理安全和發展關切)을 해결하는 데 중국이 힘이 닿는 한(力所能及) 도움을 줄 용의가 있다고 역설했다. 사회주의 국가로서의 동질의식을 공유하는 중국이 북한의 ‘합리적 안보 우려’에 대해 동감하고, 북한의 경제발전에 대한 걱정을 해소하는 데 도움을 주겠다고 한 것이다. 그런데 이를 ‘힘이 닿는 한’(力所能及)이란 극대화된 표현으로 형용하였다. 이는 한국전쟁의 혈맹이라 불리는 북·중 관계에서도 ‘10년 만에 한 번 쓰는 드문 표현’이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면 원자바오(溫家寶) 전 총리가 2009년 10월 평양을 방문해서 동일 표현을 썼던 것이 나온다.

당시 중국은 원자바오 총리 방북을 계기로 북한에 2000만 달러 상당의 무상원조를 제공하고 1800억 원 규모의 압록강대교 건설비용을 중국 측이 부담키로 했다. 대규모 지원을 담은 북·중 경제교류협력 협정도 맺었다.

역시 시진핑의 평양 방문 때도 유엔의 대북제재가 가해지는 상황이지만 ‘힘이 닿는 한’ 북한 경제발전을 돕겠다고 천명한 것이다. 이런 다짐은 현재까지 중국인 관광객의 대규모 북한방문 장려를 통해 구체화되고 있다. ‘관광’은 유엔 대북제재 위배 사항이 아니다. 시진핑은 김정은에게 한 해 200만 명의 관광객을 보내기로 약속한 것으로 전해진다.

‘톱다운 방식’ 북미대화 재개 가능

여기서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이 있다. 중국 측 학자들에 의하면 시진핑 주석 차원에서 북한 경제를 돕겠다고 약속한 것 역시 북한이 비핵화 노력을 견지한다는 약속에 기반한 것이라는 점이다. 즉 중국 측에서 볼 때, 북한 핵실험은 이 같은 다양한 북·중관계의 정치적·경제적 고려와 셈법을 숙고한 후에 결정돼야 할 일이지, 단순히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핵협상 결렬에 대한 ‘불만 표시’로써 가볍게 쓸 수 있는 카드가 아니라는 것이다.

큰 틀에서 볼 때, 중국은 북미회담이 완전히 ‘종료’된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 특히 트럼프가 북한과 이란을 다루는 방법이 180도 다르고, 북한의 ‘크리스마스 선물’ 에피소드 후에도 트럼프가 김정은에게 호의적인 표현을 쓰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만일 트럼프가 ‘톱다운’ 방식으로 김정은에게 대화를 제의한다면 여전히 북미대화 재개의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 반대로 실무회담 차원의 대화에 북한이 다시 응할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

ICBM 실험, 北 선택 가능한 카드

하지만 중국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실험은 ‘가능’하다고 본다. 이는 미국과의 관계가 더욱 악화될 경우 북한이 쓸 수 있는 ‘옵션’이며 그럴 경우 북한이 중국에 사전에 통보해 줄 것이라고 본다. 목적은 북한 자신의 행동이 정당함을 중국에 알려 ‘뒷배’를 미리 확보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미국이 먼저 적대적 정책을 썼고 이에 북한이 ICBM으로 ‘반응’하는 것이라는 점을 중국에 알려 설득한다는 것이다.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실험 가능성도 높다고 본다. 중국이 이에 어떻게 나설 지는 과거에 중국이 어떻게 반응했는지를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중국은 당시 대북제재 결의안보다 강도가 낮고 각국의 이행 의무가 없는 ‘언론 성명’으로 유엔 안보리 비난 수위를 낮춘 후 동의해 주었다.)

전체적으로 볼 때, 중국은 김정은의 이번 메시지를 ‘주체사상’의 얼개로 접근해야 한다고 본다. 북한이 국가의 운명을 ‘강대국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핵심 메시지로 던졌다고 본다. 강대국(미국)에 외교를 의존하지 말고, 자력갱생과 사회주의 건설 정신으로 국방·경제 분야를 주체적으로 책임져야 한다는 뜻이다. ‘경제발전 중심’의 취지는 변하지 않으면서 말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자력갱생과 자급자족이 “핵탄과 맞먹는 위력을 가진다”라고 말한 점도 같은 맥락이다.

對美 불만, 남쪽 향해 터뜨릴 수도

마지막으로, 김정은이 남북관계를 단 한 번도 언급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한국 측과 미묘한 해석적 차이를 남긴다.

한국에서는 이를 북한이 북미 관계에 집중하면서 장기적으로 남북관계 개선을 도모하는 ‘선미후남(先美後南)’으로 보거나, 한국의 중재자 역할에 대해 실망하여 ‘무시’하는 처사로 해석한다.

반면 중국 측은 이를 남한에 대한 ‘경고’로 본다. 차라리 미국을 비난한 것처럼 남한에 대해서도 비난을 했으면 더 나았을 뻔했다는 것이다. 북한 측과 교류하는 중국의 한 인사는 “(북측이) 일절 언급을 하지 않는 게 더 두려운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렇게 분석한다. “북한이 경고 없이 한국에 대해 도발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긴 것이다. 남북관계의 ‘불확실성’이 더 커졌다.”

그의 발언을 중국 측 일부의 시각으로 보되, 우리가 참고할 부분은 참고하는 전략적 안목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이성현 / 세종연구소 중국연구센터장


이성현(李成賢) 박사

세종연구소 중국연구센터장. 연세대 겸임교수(중국 정치·언론·사회). 중국 베이징에서 11년 거주하며 공부했다. 미국 그리넬대학에서 학사, 하버드대학에서 석사, 그리고 중국 칭화대학에서 박사 학위(정치커뮤니케이션)를 받았다. 스탠포드대학 아태연구소 팬텍펠로우(2013~2014). 국내외 주요 언론에 중국 및 한반도와 관련한 칼럼을 게재해 왔다. 중국의 ‘보아오포럼’(비공개세션), 유럽 ‘잘츠부르크 세미나’ 등으로부터 초청받아 글을 발표했다. 저서로 <미중전쟁의 승자, 누가 세계를 지배할 것인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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