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편집 2019. 12-02. 08:00

내년 4월에 실시될 제21대 총선이 6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총선은 문재인정부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이 있는데다조국 정국과 경기 침체 등으로 여당으로선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지난해 6월 지방선거 당시와는 선거 상황과 판세가 달라졌다는 얘기다. 여의도 정가에서는 요즘 현역의원 물갈이설()을 둘러싸고 온갖 추측이 나돈다. ‘3선 이상 중진이 표적이라는 설()부터 수도권이 집중 대상이라는 얘기까지 나돈다. 여야 모두 인적 쇄신, 후보 물갈이에 승부를 걸지 않겠냐는 분석과 함께 몇몇 현역 의원의 실명까지 거론된다. 먼저 더불어민주당의 분위기를 살펴본다. [편집자]

내년 4·15 총선의 현역 의원 물갈이와 관련해 주목할 대목은 세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현역 의원(전국구 포함) 물갈이 폭이 50% 가까이 이뤄질 것이냐다. 둘째, 친문(親文비문(非文) 그룹의 공천 탈락 비율이 어느 수준에서 조정되느냐다. 셋째, 참신한 인재 영입이 어느 분야, 어느 세대에서 이뤄지느냐다.

서울 지역 기초단체장 출신으로서 총선을 준비 중인 한 인사는 “2010년 지방선거는 최악의 조건이었지만 고 노무현 대통령 서거 이후에 뭐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절박감, 어디든 뛰어들 준비가 돼 있는 인물, ‘보편 복지’(무상급식)라는 시대정신을 읽어낸 전략, 3박자가 맞아 떨어져 승리할 수 있었다이번 총선에서도 촛불혁명을 완수해야 한다는 절박감, 실력을 갖춘 참신한 인물, 시대정신을 반영한 선거 캠페인 전략, 3박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인사가 말한 3박자 가운데절박감이 총선 후보자들의 몫이라면참신한 인물은 당내 경선, ‘선거 캠페인 전략은 당 지도부의 몫이라고 할 수 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역대 총선에선 항상참신한 인물이 화제를 낳고, 이는 곧현역 의원 물갈이를 뜻했다. 역대 총선의 인적 쇄신은 두 가지 경로로 나타났다.

먼저오너(총재·대표)의 의지가 관철된 경우다. 여야 할 것 없이 관료·지식인·시민운동 그룹의 전문성, 참신성, 인지도를 당내에 이식하는 목적으로도 쓰였다. 이른바 ‘3() 시대의 패턴이다. 또 하나는계파 경쟁이다. 유력 대권주자들이 차기 경쟁 주도권을 쥐기 위해 각 지역구에 최대한자기 사람을 심으려 했다. 이 과정에서 물밑 다툼과 거래, 음해, 여론전이 치열했다. 가깝게는 새누리당 시절의친이친박갈등이 그랬고, 진보 진영이 분당 및 합당을 거듭한 이유다.

그런데 4·15 총선의 공천 경쟁 초입에 들어선 민주당에서는 옛날 같은 풍경을 찾아볼 수 없다. 직접적인 이유는 2004년부터 이어져온 당내 민주화, 공천 방식 변화 때문이지만, 그보다는 드러내놓고 현역 의원 물갈이를 할 수 없는 정치 환경 때문일 것이다.

요즘 민주당에선 이해찬 대표의 장악력이 굳건하다. 그럼에도당내 경선 룰전략 공천을 조화시키기란 쉽지 않은 과제다. 정치에서 인사(人事), 즉 현역 물갈이는 대국민 메시지다. 당 지도부로선 이를 통해 혁신 의지와 인재 발탁의 이미지를 과시할 수 있다. 여야 정당에서 현역 물갈이 폭을 최고 50%까지 높여 잡았던 이유다. 김대중(DJ) 전 대통령을 통해 정계에 입문한 이해찬 대표는 누구보다 이를 잘 알고 실천한 최고의 선거 전략가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요즘 물밑에서 외부인사 영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민주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의 양정철 원장이 최근 채동욱 전 검찰총장, 신현수 전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 등을 만났는데, 언론에서는 이를인재 영입 활동이라고 해석한다. 당 지도부에선 요즘 역할을 분담해 각계의 유력 인사들을 상대로 총선 출마 의사를 타진 중이라고 한다.

그런 차원에서 민주당의 경선 룰은 주목된다. 당 지도부의 물갈이 의지를 엿볼 수 있어서다.당내에선 현재 현역 의원 활동을 평가한 뒤 총선 후보 경선 때하위 20%’에게는 마이너스 20%의 감점을 준다. 거꾸로 정치 신인에게는 10%의 가산점을 준다. 당내 경선 때 권리당원 50%, 여론조사 50%를 합산하는 방식으로 후보를 선출하지만현역 중 하위 20%’를 물갈이 대상으로 삼겠다는룰의 의지가 엿보인다. 여기에다 전국구 의원을 합치면 물갈이 폭은 그것만으로도 30%를 넘길 수 있다.

자발적 불출마의 표적이 되는 다선 의원들도 적지 않다. 먼저 7선인 이해찬 대표가 먼저 불출마 선언을 했다. 이어 현직 장관으로 일하는 김현미·박영선·유은혜 의원도 지역구를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 수도권에 포진한 3선 이상의 중진 의원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한 중진 의원의 보좌관은의정활동은 물론 원외정치 활동 성적으로 보면, 상위 10% 안에 들 만큼 온갖 체면을 무시하고 초선처럼 뛰어 왔는데, 다선이라는 이유만으로 불출마 압박을 받는다는 건 말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뒤집어 보면 자신들도 유무형의 불출마 압박을 받고 있다는 얘기다.

여권의 한 인사는내년 총선은 문재인정부의 성패를 가르는 중요한 변곡점이라며참신한 인재 영입과 현역 의원 물갈이를 통해 반드시 승리하는 선거를 치를 것이라고 다짐했다. 여의도 정가에선 민주당의 현역 의원 물갈이 폭이 40%를 넘어서서 최대 50%선에 육박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역대 총선을 보면 야당의정권 심판론에 맞서서 여당은 예외없이인물론국정 안정론을 펼쳐왔다.

물론 현역 의원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민주당 지도부는 최근현역 의원 평가하위 20%’를 공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이에 대해 한 당직자는 “20% 감점 효과가 크지 않을 것 같으니, 아예 뒤에서 25(하위 20%)을 발표해 망신을 줘 내쫓겠다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이렇게 분란을 일으키는 방식보다 자발적 불출마를 유도하는 당내 리더십을 발휘하는 게 더 낫지 않겠냐고 말했다.

당 지도부의 인재 영입에 반드시 수반돼야 하는 것이 현역 의원의불출마 선언이다. 현역 의원이 자기 지역구를 내놓고 영입 인사를 지원하는 구도가 필수적이다. 2016년 총선 당시 최재성 의원이 지역구(남양주) 불출마를 선언하고 자기가 직접 영입한 조응천 후보를 내세워 함께 뛴 것이 모범 사례다.

또 다른 문제는 당원·국민의 경선 참여율이 떨어져 심할 경우 1000명 안팎의열혈 지지자들이 사실상 공천권을 쥐락펴락하게 되는 경우다. 국민 참여 경선이라는 취지와 달리 사실상 조직선거가 되고 민심과 당심 사이에 틈새가 커지게 된다. 이는 본선 경쟁력이 떨어지는 후보를 선택하는 악수(惡手)로 이어진다. 그래서인지 삼고초려를 통해 인재를 영입해 놓고도 당 지도부가부디 (지역구 후보) 경선에서 살아서 돌아오시라라는 덕담만 해준다는 푸념이 나돈다. 정치 신인에게는 10%의 가산점을 주고 있지만, 이 정도 핸디캡을 주고도 현역 의원이 역시 유리하다는 반응이다

요즘 민주당에서 공천 물갈이 폭과 관련해 회자되는 요인들이 있다

먼저 차기 대선을 겨냥한 계파 경쟁 구도가 사라진 것이다. 계파 갈등은 당을 분열시키기도 하지만 적절한 경쟁이야말로 총선 득표력을 극대화시킨다. 차기 대권 경쟁을 촉발시켜 당 지지도의 확장을 견인한다. 한 마디로 총선은 당의 원심력과 구심력이 맞물려 돌아가는 정치 현장이다.

2008년 총선의 한나라당, 2012년 총선의 새누리당에선 유난히친이친박경쟁 구도가 극명했지만 모두 총선 승리로 이어졌다. 반면차기 대권 주자가 사라진 2016년 총선에서는진박비박’, ‘진박 감별사같은 퇴행적 모습만 남았고, 결국 새누리당은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했다.

2016 4월 총선, 2017 5월 대선은 민주당에 빛과 그림자를 동시에 던져 주었다. 안철수계와 호남 중진 의원들이 집단 탈당하는 혼돈 끝에 집권당에서는 보기 힘든계파 실종 사태가 나타났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의 인기가 정점이었던 2018 6월 지방선거 당시에는 민주당 후보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문 대통령과 사진을 찍기 위해 줄을 섰고,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싹쓸이했다. 그러면서 당은 이른바친문으로 대열을 단일화했다.

그래서 친문과 비문 사이에 현역 물갈이 비율이 어떻게 조절되느냐가 초미의 관심사다. 친문 계열의 한 의원은친문 의원 숫자를 놓고 50명이니, 100명이니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고무줄처럼 계산하지만 당내의 각종 선거를 종합해 보면 현역(128) 중 엄밀한 의미의 친문 그룹은 70명 안팎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현역 물갈이 역시 친문·비문 비율이 거의 비슷하게 균형을 맞출 가능성이 크다.   

비문 세력과 관련해선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일찌감치 탈락한 데 이어, ‘비문의 구심점인 이재명 경기지사, ‘친문의 승계자로 꼽히던 김경수 경남지사도 존재감이 희미해지고 있다. 당내에 이낙연 총리, 박원순 서울시장이 건재하지만 이들의 당내 기반이 약한데다 비문 계파를 이끌 결집력을 갖고 있는지 의문이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이해찬 대표가 현역 의원 가운데 절반쯤인 60여 명(전국구 포함)을 물갈이 대상으로 삼는다면 친문 중에서도 10여 명을 물갈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렇지 않을 경우 공천 탈락자들의 반발을 무마하기 힘들 것이라는 얘기다.

이런 와중에 묘한 기류가 감지된다. 중진 의원이 아니라 초선인 이철희·표창원 의원이 불출마 선언을 한 것이다. 이 의원은국회의원을 한 번 더 한다고 해서 우리 정치를 바꿔놓을 자신이 없다고 말했다. 뒤이어 표창원 의원도 “20대 국회는 사상 최악의 국회라는 말을 남기고 불출마를 선언했다.

두 초선 의원의 불출마는 어떤 효과를 낳을까? 당 지도부 입장에서 가장 바람직한 것은 다선·중진 의원들에게 압박을 줘서 불출마 선언이 이어지고 인재 영입 공간이 늘어나는 것이다. 당내에선이러다가 중진 의원보다 초·재선 물갈이 폭이 더 커지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마지막으로 외부인사 영입이 어느 분야, 어느 세대에서 이뤄지느냐도 초미의 관심사다. 당내에서는 최근() 86 정서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민주당의 86세대에는 크게 세 그룹이 있는데, 그중 하나는 총학생회장이나 전대협 핵심 간부 출신으로 30~40대 때 이미 원내에 진출해 중진급으로 포진한 현역 의원들이다.

두 번째는 전면에 나선 선후배, 동기들을 도와 보좌진이나 당직을 맡아 20년 가까이 물밑에서 일해 온 그룹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이들은 이른바중고 신인으로 총선 출마를 준비 중이다. 여의도의 한 정치 컨설턴트는 당 지도부에 이렇게 주문한다. “당내에선 두 번째 그룹이 성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큰 게 사실이지만, 대중적 경쟁력은 의문이다. 당 차원에서중고 신인들의 출마 여부를 미리 정리해줄 필요가 있다.”

당내의 세 번째 86그룹은 2010년 지방선거에서 당선돼 민선 5, 6기 기초단체장 경험을 쌓고 총선에 도전하는중진급 신인들이다. 이들은 특히 민주당 강세 지역인 수도권, 호남에 많이 포진해 있다. 그런 만큼 공천 경쟁의 활력소가 될 수도, 반발 요인이 될 수도 있다.

한 고위 당직자는이들의 선거·행정 경험, 지역 내 인지도 등을 감안하면 당내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후보군인데다, 출마 희망 지역이 대부분 현역 의원이 포진한 곳이어서 빅 매치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 경우에감점패널티를 받는 현역 의원이 반발할 가능성도 크다.

그러나 공천 물갈이 과정과 함께 가장 큰 관심을 끄는 부분은 젊은 세대의 지지를 유도할 중량감 있는 간판급 인물의 영입이다. 한 정치평론가는내년 총선에선 결국 20~30대들이 야당에 투표할 것 같지는 않지만 과연 투표장에 가서 민주당 후보를 찍을 것이냐가 최대 승부처가 될 것이라며이 세대는 감성적인 성격을 갖고 있어서 구구절절 정책으로 어필하는 것보다는, 직관적으로쿨 하다는 이미지를 줄 수 있는 참신한 인물을 앞세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런 점에서 이철희 의원의 불출마 변은 주목을 끈다. “민주당이 더 젊어져야 하고 젊은 층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한편에선 거물급 인사를 영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 당직자는지금 민주당에 필요한 외부 인사는 청년 인재 못지않게 대선 주자급일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김하영 /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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