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편집 2019. 12-02. 08:00

최근 안타까운 외국인 근로자 사망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한 가지 특징은 대부분이 농어촌에서 일어난 사건이라는 점이다. 대도시나 수도권 공단 지역에서 주로 볼 수 있었던 외국인 근로자들을 전국 어디에서나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제 외국인 근로자가 없으면 우리나라 농어업이 돌아가지 않는다는 이야기까지 들린다. 도시보다 빠르게 저출산‧고령화 현상을 겪고 있는 농어촌의 현재 모습이 20~30년 뒤 우리나라 전체의 모습일 지도 모른다. 정부가 인구감소 대책으로 외국인 인력 정책 개선안을 내놨다. ‘진일보’ 했지만 여전히 근본적인 대책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많다. 이민정책연구원 정기선 원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컨트롤타워’ 부재다. 이낙연 총리와 조국 법무장관이 머리를 맞대야 할 때로 보인다. [편집자]

정부가 9월 18일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내놓은 ‘인구구조 변화 대응방안’에 생산연령인구 확충을 위한 외국인 인력 정책이 포함돼 있었다. 어떻게 평가하시나?

“인구 구조를 결정하는 요소는 출생, 사망, 국제 이주 세 가지다. 사망은 조절이 불가능하고 출산은 지금까지 각고의 노력을 해왔는데 잘 안 되고 있다. 출산율은 0.98로 세계 최저 수준이다. 지금부터 아이를 많이 낳아도 30년을 기다려야 한다. 그런데 당장 생산연령인구가 2020년대에는 30만 씩, 2030년대에는 50만 씩 줄어든다. 게다가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돼 노인 돌봄 인력 수요도 급격하게 늘어날 것이다. 우리가 선택지로 볼 수 있는 것은 국제 이주다. 국제 이주는 국가 발전 전략으로서 활용 가치가 높다. 서구 선진국 등 국제 사회에서도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그런 차원에서 경제부처에서 대응책으로 외국인 인력을 보기 시작했다는 점은 진일보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실제 정책을 들여다보면 별로 획기적인 것이 없다. 우리가 초고령사회로 가는 속도에 비해 정책 대응이 느리다.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어떠한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한가?

“우리는 일본의 기능연수제를 본 따서 1993년 산업연수생 제도를 도입했다. 당시에는 인구 구조의 문제가 아니라 인력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런데 각종 부작용이 생겼다. 외국인이 한국에 일하러 올 때 중간에 브로커 비용이 많이 들어가니까 들인 비용을 보전하기 위한 불법체류 등의 문제가 생긴 것이다. 그래서 2004년에 고용허가제를 도입해 한국 취업 비용을 대폭 낮췄다. 유엔에서 모범이 되는 제도라며 공공행정 대상을 주기도 했다. 우리나라가 고용허가제로 외국인 정책에서 앞서 나가자 기능연수제를 고집해오던 일본은 5년 전부터 학자와 관계기관 사람들이 한국에 와 ‘이제 우리가 한국을 배워야 한다’며 고용허가제를 공부해갔다. 일본은 떠들썩하게 이민국가를 표방하지 않는다. 그런데 2018년 2월 경제재정자문회의를 열어 외국인 정책 개편 검토를 시작했고, 그해 여름부터 ‘외국 인재의 수용‧공생에 관한 관계 각료회의’를 열어 외국인 관련 법률을 개정하고 올해 4월 ‘출입국재류관리청’을 신설했다. 이러한 내용이 설동훈 전북대 교수의 논문1)에 잘 나와 있다.”
1) 설동훈, 해외의정리뷰_2018년 일본의 외국인노동자 제도 개혁: 분석과 평가, <의정연구> 제24권 제3호(통권 55호)

출입국재류관리청이 무엇인가?

“쉽게 말하면 ‘이민청’이다. 법무성 안에 입국관리국이 있었는데, 기존의 출입국 업무에 ‘재류’(체류) 관리 및 지원 업무까지 더해 외청으로 독립시켰다. 외국인 정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인력도 320명에서 5000명까지 늘린다고 한다. 기존의 외국인 인력 제도 혁신 내용도 눈여겨 볼만 하다.”

어떻게 혁신이 됐나?

“기존의 기능실습생 제도는 유지하면서 ‘특정기능1호’, ‘특정기능2호’ 체류 자격을 추가했다. 일본에서 취업하기를 원하는 외국인은 예전처럼 기능실습생으로 들어와 기술을 배운 뒤 3년이 지나면 특정기능1호 자격을 얻을 수 있고, 일본에 오기 전 본국에서 일본어 능력 시험과 기능시험에 합격하면 바로 특정기능1호 자격으로 입국할 수도 있다. 특정기능1호 자격을 얻으면 최장 5년까지 일본에서 일할 수 있다. 건설업 거푸집 시공이나 조선‧해양 용접공 등 숙련 기술을 갖고 있으면 특정기능2호 자격을 얻을 수 있는데 이 자격이 있으면 체류 기간에 제한이 없고 가족 동반 입국이 가능하다. 10년 이상 체류하면 영주권 취득도 할 수 있다. 2019년부터 2023년까지 향후 5년간 필요한 인력 수요도 업종별로 세부적으로 산출해서 상한선과 하한선을 정해뒀다. 총 14개 업종에서 최대 34만5150명을 수용할 예정이다. 우리에게서 고용허가제를 벤치마킹해 더 개방적인 외국인 정책을 만든 셈이다.”

일본이 외국인 정책 혁신에 나선 이유가 무엇인가?

“알다시피 일본은 인구 자체가 감소하고 있고, 고령화율이 27%에 달한다. 이번 제도 개혁 특징 중 하나는 노인 돌봄 서비스를 하는 ‘개호’ 분야의 문호를 대폭 열었다는 점이다. 기능실습생이나 특정기능1호 자격으로 입국한 개호 종사자는 ‘개호복지사’ 시험에 합격하면 ‘개호’ 체류 자격을 얻을 수 있다. 개호 체류 자격을 얻으면 체류 기간을 무한정 갱신할 수 있고 가족 동반과 영주권 신청도 가능하다. 숙련인력인 ‘특정기술2호’ 자격에 준하는 대접을 해주는 셈이다. 이는 일본에 노인 돌봄 서비스 수요가 급증하는데 비해 인력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5년 동안 최대 6만 명을 수용할 계획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역시 고령화 문제가 심각한 독일이 베트남에서 개호‧간호 인력을 충원하고 있다. 일본의 경쟁 상대는 독일이다. 독일은 상대국에 컨설턴트를 배치해 독일 취업을 원하는 외국인들에게 능력은 무엇인지, 자격증은 무엇을 갖고 있는지 등 독일에 취업하기 위한 컨설팅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결국 외국인에게 매력적인 취업환경을 제공해야 국제적인 인재 확보 경쟁에서 뒤지지 않는다.”

일본이 이렇게 적극적으로 외국 인력 유치에 나서면 우리나라에도 영향이 있을 텐데.

“일본 정부는 2018년 외국인 정책을 혁신하면서 베트남, 중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태국, 캄보디아, 미얀마, 몽골, 네팔 등 9개국과 인력 송출에 관한 MOU를 맺었다. 우리나라는 아시아 16개국과 같은 MOU를 맺고 있는데 다 겹친다. 해외 취업을 원하는 외국의 인재들이 한국과 일본 중 어디를 선택할까? 취업 조건과 체류 환경이 더 좋은 곳으로 갈 수밖에 없다. 한국이 취업 희망 2,3순위로 밀리면 상대적으로 우수한 인재를 유치하기 어려워진다. 한국의 고용허가제를 배워간 일본이 지금은 더 앞서가 있다.”

우리나라의 외국인 정책 혁신이 더딘 이유가 뭘까?

“우리나라의 외국인 정책은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부족한 노동력을 채우기 위한 인력 정책, 결혼 이민자를 위한 다문화 정책, 그리고 외국 국적을 가진 동포 정책이다. 최근에는 유학생들도 크게 늘었다. 그런데 이 업무를 관장하는 주무 부처가 다 다르기 때문에 해당 부처 중심의 정책만 나오고 있다. 인력 정책만 해도 농식품부는 농축산업 인력에만, 산업자원부는 중소기업 인력에만 신경 쓰고, 고용노동부는 고용허가제 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려 한다. 다문화 가정은 여성가족부, 유학생은 교육부 등 다 분산돼 있다. 법무부는 출입국 관리에만 치중한다. 처음에 입국 자격을 주는 일부터, 입국한 뒤에는 체류 목적과 자격에 맞게 활동하는 것, 체류 기간이 끝난 뒤에는 다시 돌아가게 하는 것, 돌아간 뒤 재입국하게 하는 것, 일부 우수 인재는 선발 과정을 통해 장기 체류나 영주 자격을 주는 경로를 마련하는 것 등이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만들어져야 하는데 아직 우리는 부처 간 칸막이가 높다.”

과거에는 주로 공단 지역에 외국인이 많았는데, 요즘은 ‘농사는 외국인이 다 짓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농어촌 지역에도 외국인들이 많다.

“외국인 정책도 항상 중앙 부처 중심으로 논의가 된다. 농촌의 경우 C-4 비자라고 3개월 단기 체류 비자로 와서 일을 하는 외국인들이 많다. 농어촌에서는 당장 일손이 부족하니 외국인이 C-4 비자로 들어왔는지, 선원 비자로 들어왔는지, 가족 방문 비자로 들어왔는지 신경을 안 쓴다. 당장 내 밭에서, 내 양식장에서 일할 사람이 급하니까. 지방거주 인센티브제를 도입한다고 하는데, 법무부 혼자서 뭘 어떻게 하나. 외국인 정책에서 지자체도 정책 수립과 집행의 중요한 축이 돼야 한다. 결국 외국인들이 들어와서 일하고, 먹고, 자고, 생활하는 곳은 지역이다. 상황이 이런데 이번 정부 들어 수정된 ‘제3차 저출산‧고령화 기본계획’에 보면 외국인 정책은 전부 ‘부처자율과제’로 해뒀다. 컨트롤타워가 없다. 이건 정책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외국인 정책 컨트롤타워 부재에 대한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며 ‘이민청’ 설립 주장도 오래 전부터 있었는데, 결과적으로 일본이 먼저 도입했다.

“전반적으로 외국인‧이민 정책에 대한 인식 수준이 낮다. 대중에게 반이민, 반난민, 반다문화 정서가 있다. 예멘 난민 500명 들어온 걸로 ‘일자리 다 빼앗는다’는 식의 선동이 일어난다. 요즘은 소셜미디어 등이 발달해 서구 선진국의 이슈가 실시간으로 전파된다. 현재 서유럽이나 미국이 겪는 이민 문제와 우리의 문제는 질적으로 다른데, 우리도 똑같은 문제인 것처럼 착각하게 된다. 일각에서는 외국인 근로자가 우리 경제에 아무 도움이 안 되는 것처럼 이야기한다.  그러나 외국인 근로자는 소득세에 건강보험료를 다 납부하고 있고, 먹고 자는 소비를 국내에서 하고 있다. 2016년 기준으로 외국인 생산 유발 효과가 54조6000억 원, 소비지출 효과 19조5000억 원 등으로, 총 74조1000억 원에 달하고 부가가치 효과는 18조 8000억 원 수준이었다. 그리고 외국인 문제는 상대국이 있는 외교 문제이기도 하다. 국제사회의 규범도 지켜야 한다. ILO는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임금을 차별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또한 외국인이라고 임금을 차별하면 역으로 내국인 노동자의 일자리가 줄어드는 결과가 나타난다. 결국 외국인에게는 투표권도 없고, 여론이 나빠지면서 정치인들이 눈치를 보니 섣불리 나서지 않는다.”

다문화 정책은 그동안 제법 중요하게 다루지 않았나.

“다문화 정책은 빠른 시간 내에 잘 발전했다. 그런데 이제는 오히려 걸림돌이 되고 있다. 정책이 ‘가족’의 범위를 벗어나지 못한다. 이주민 사회통합 문제는 여성가족부만의 일이 아니라, 행정안전부, 고용노동부, 법무부, 교육부, 산업자원부, 농식품부 등 다 같이 참여해 정책을 조율해야 한다. 하지만 여성가족부만의 일로 취급되니 가족과 청소년 정책에 그친다. 지금도 타 부처에 이주민 관련 정책을 제안하면 ‘여가부가 가만있지 않을 텐데’ 같은 반응이 나온다. 외국인 정책과 다문화 정책의 통합 필요성을 느껴 작년에 이낙연 총리가 외국인 정책위원회와 다문화가족 정책위원회를 통합해 운영하겠다고 밝혔는데 올해는 위원회가 열리지도 않고 서면 회의로 대체했다. 그래서 이민청과 같은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민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하나.

“확고한 원칙을 세우는 것이 우선이다. 첫째, 이민자에게 소위 ‘퍼주기’ 정책을 하는 것처럼 보여서는 안 된다. 한국에 왔으면 본인의 책무를 다 해야 하고, 우리의 가치관을 받아들이고 언어를 배우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한국의 문화와 법체계를 이해해야 한다. 한국의 헌법정신을 기본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이어야만 같이 살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다문화 가정에 대해서도 ‘다문화’라는 이유만으로 지원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다문화’가 아니라 한국어에 약하고 기술이 부족한 ‘취약계층’이기 때문에 지원하는 것이어야 한다. ‘다문화’라는 이유만으로 지원하는 것이 오히려 낙인 효과를 가져와 차별을 조장할 수도 있다. 지역성의 원칙도 강화해야 한다. 외국인들도 한국에 와서는 짧게 있든 길게 있든 결국 지역 주민으로 살아간다. 주거부터 의료, 교육, 복지까지 종합적으로 관리가 돼야 한다. 지역 현장에서 관리가 안 되면 부작용이 나올 수밖에 없다. 국제성도 중요하다. 요즘은 한국에 와 있어도 매일 모국의 뉴스를 보고 화상통화를 하면서 모국의 가족과 사회에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돌아갈 때까지는 거의 연락조차 할 수 없었던 20년 전과 다른 양상이다. 과거의 틀로 정책을 봐서는 안 된다. 이런 원칙을 명확히 한 뒤에 학계와 민간이 참여하는 통합적인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

사실 우리나라는 과거 들어오는 사람보다 나가는 사람이 더 많은 대표적인 인력 송출국이었다. 지금도 미국,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등으로 이민을 제법 많이 간다. 이민 선진국에서 배울 점은 없나.

“캐나다나 오스트레일리아 같은 전통적인 이민국가들은 ‘이민부’를 만들어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싱가포르도 매우 잘 돼 있다. 웹사이트에 들어가 보면 이민을 위해서 필요한 기술과 비용, 절차, 주거, 교육 등이 상세하게 안내돼 있다. 내가 저 나라에 가기 위해서는 뭘 준비해야 하는지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지역 정부의 유치 경쟁도 대단하다. 우리나라도 ‘하이 코리아’라는 웹사이트를 운영하는데 외국인들에게 별로 도움이 안 된다. 중요한 점은 우리가 문호를 완전히 개방하자는 것이 아니다. 서구 선진국들은 외국인 이주 정책을 수도꼭지처럼 운영하고 있다. 인력 수요를 세밀하게 파악해 필요하면 수도꼭지를 조금 열고, 필요할 때는 잠그는 식으로 운영한다.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 외국인은 철저하게 제한한다. 얌체 같지만 많은 나라가 20~30대 외국인은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가 40~50대가 되면 돌려보내기도 한다. 이주의 국제적인 패러다임도 바뀌고 있다. 한 번 이주하면 평생을 그 나라에서 사는 시대가 아니다. 3~5개월 단기 근로부터 3년, 5년, 10년, 영주 제도까지 다양하게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 지금부터라도 수요를 면밀하게 파악해서 5년, 10년을 내다보고 치밀한 전략을 세워야 한다.”

인구 감소는 해방 이후 우리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위기다.

“생산연령 인구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여성이나 노인의 경제활동 참여를 유도한다지만 한계가 있다. 보다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출산율은 0.98로 세계에서 가장 낮다. 우리보다 앞서 저출산‧고령화를 겪고 있는 일본도 출산율이 1.43이다. 우리에게 시간이 별로 없다.”

인터뷰 / 김하영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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