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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선진국은 ‘이민’의 역사…이제 이민청을 설립할 때가 됐다

by | 2019년 7월 19일 | 정책

서구 선진국 중 이민자와 관련 없는 나라는 드물다.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는 이민자들이 세운 나라이고, 서유럽 선진국들도 전후 재건 과정에서 부족한 노동력을 메꾸기 위해 이민자들을 적극 받아들였다. 그 결과 서구 사회는 이민 문제가 주요한 사회 문제이다. 그러나 서구 선진국들이 경기 침체를 겪으며 이민자에 대한 부정적 시선이 강해졌다. 미국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촉발한 反이민 정책으로 논란이 거세다. 2010년 독일 메르켈 총리도 다문화주의 실패를 선언했었다. 그러나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면서 이민자의 필요성이 다시 대두됐고, 2015년 메르켈 총리는 다시 이민자와의 공존을 강조하게 됐다. 경기침체와 초고령사회로 급속하게 빨려들어가고 있는 우리나라도 더이상 ‘바다 건너 불구경 할 일’이 아니다. IOM이민정책연구원 조영희 부연구위원은 “지금 한국이 처한 국면에서 분명 이민자는 사회적 갈등 요인이자 동시에 기회요인”이라고 지적한다. 조 부연구위원이 이주·이민 정책에 대한 코페르니쿠스적 대안 5가지를 제시한다. [편집자]

2018년 여름, 제주도로 입국한 500여 명의 예멘출신 난민신청자를 놓고 한국 사회는 찬반양론으로 나뉘어 홍역을 치렀다. 그로부터 1년 뒤, 베트남 결혼이주 여성의 가정폭력 피해 때문에 우리는 또 다시 ‘인권 후진국’ 논란에 휩싸였다.

21세기 들어 전국 각지에 아시아 개도국 출신 결혼이주 여성의 유입이 급증함에 따라 알게 모르게 한국어, 한국문화에 서툰 여성 이민자에 대한 인종적 ‧ 성적 차별, 가부장적 문화, 물리적 폭력 문제가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우리 정부가 이민자 대상 정책을 펼쳐온 지도 벌써 10년이 지났다. 언제까지 이런 사건이 터질 때마다 ‘한국은 아직 이민자와 난민에 대한 인식과 수용성이 낮은 나라’고 푸념하면서 입씨름만 벌일 것인가?

세계화 시대에 지구상에서 ‘고립 국가’가 되지 않으려면, 이른바 “이주의 시대(The Age of Migration)”라는 시대적 추세를 역행하기 힘들다. 이런 점에서 한국은 지난 10년 간의 이민정책 추진 경험을 바탕으로 가까운 미래에 더욱 본격화될 다민족·다문화 사회를 준비하기 위해 코페르니쿠스적인 발상의 전환을 해야만 한다.

다양한 민족, 종족적 배경을 가진 이민자들과 함께 살아가는 다문화사회에서 배제와 구분 짓기는 갈등의 근원이 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이미 해외 선진 이민국가들의 이민자 차별과 그에 따른 소요사태를 수없이 보아왔다. 전 세계를 향해 열려 있는 대한민국이 선택할 수 있는 답은 ‘포용과 상생의 이민정책’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다섯 가지 대안을 제시한다.

1. 이민청 설립이 시급하다

이민청 설립 논의는 전혀 새로운 담론이 아니다. 이민정책을 총괄하는 정부 컨트롤타워가 없어 부처 간 업무가 중복되고, 예산이 낭비되고 있다. 종합적·체계적인 이민정책 실행을 위해 이민청이 필요하다는 것은 이미 수많은 전문가들이 주장해 온 바다.

특히 이민자와 관련한 논쟁적인 사회 이슈들이 터질 때마다 “그래서 이민청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지만, 주장은 주장에 그칠 뿐 현실세계에선 한걸음도 진척되지 못하고 있다.

무엇이 문제인가. 장기적인 사회통합을 위해 이민정책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민청의 역할과 내용은 어떠해야 하는지 여야의 정치 리더 사이에 국가적 과제로서 제대로 인식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외국인의 사회통합이 국가 안전 및 발전에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지는 서구 선진국들의 이민자 소요사태를 보며 충분히 파악할 수 있다. 시대를 막론하고 좋은 정치란, 사회 갈등을 예방하고 관리하여 개인의 삶과 국가발전의 잠재력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새로운 구성원으로 등장한 이민자의 사회적응과 정착, 내국인 사회와의 통합을 목표로 하는 새로운 이민정책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이다.

지난 10년간 이민정책과 사회통합의 발전과정을 되돌아보면, 관련 부처들이 수많은 세부 정책과제를 실행하는 데만 급급하였을 뿐 이민정책의 근간이 되는 국가적 비전과 목표는 제시된 바 없다. 노무현 정부 당시 인권 관점에서 이민자가 소수자로서 간접 조명되었을 뿐이다. 지금까지 어느 정권도 외국인과 함께 살아가는 다문화·다민족 사회가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한 정치적 비전과 철학을 명확히 보여주지 못했다.

여야 정치 리더들이 다민족으로 구성된 다문화사회의 추진을 국정운영의 우선과제로 채택한다면, 이민청의 설립은 생각보다 훨씬 쉽게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민청을 조기에 설치하기 어렵다면, 이민자와 관련된 정책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비중을 맡고 있는 3개 부처(법무부, 고용노동부, 여성가족부), 3개 위원회(외국인정책위원회, 외국인력정책위원회, 다문화가족지원정책위원회)의 업무를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이들 부처·위원회의 업무가 유사하고 중복되는 바람에 국가적 차원의 인적·물적 손실을 발생하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이주·이민정책의 낭비와 손실이 커질 경우 일반 국민들의 이민정책에 대한 공감과 지지는 더욱 낮아지고, 내국인과 이민자 간의 사회적 갈등·대립의 골은 더욱 깊어질 것이다.

2. 지역별 특성에 맞는 ‘맞춤형’ 이민정책을 추진해야

지금부터는 이민자 정책을 그들의 실제 거주지인 시·군·구(기초자치단체) 단위로 쪼개서 고민할 필요가 있다. 2018년 기준 한국의 체류외국인 수는 약 240만 명으로 전체 인구 대비 약 4.6%를 차지하지만, 결혼 이주자와 영세 공장, 농업 노동 인력이 집중돼 있는 지방에는 외국인 밀집도가 10~13%로 높아진다. 이민자에 대한 지역사회의 체감도는 대도시에 비해 급속도로 높아진다. 외국인 밀집지역 하면 쉽게 떠오르는 서울 영등포구, 안산 단원구 말고도 이민자가 지역의 인구 및 경제를 구성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치는 시·군·구 숫자가 급증하고 있다. 이 문제를 함께 논의하고 정책 대안을 찾기 위해 전국 24개 단체장으로 구성된 전국다문화도시협의회가 구성된 것도 이러한 취지에서다.

여야 정치권과 중앙정부 차원에서 큰 틀의 이민정책 철학, 방향성, 목표가 확립된다면 구체적인 정책은 시·군·구 단위에 잘 맞는 방식으로 각 지방정부가 만들어 나가야 한다. 지금처럼 중앙정부의 이민정책에 관한 기본계획과 그에 따른 각 지자체의 연간 시행계획 사이에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은 더 이상 방치할 문제가 아니다. 물론 중앙정부 주도적인 정책형성 과정에 익숙한 한국 사회에서 지역 맞춤형 이민정책을 만드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다.

지방정부는 이민 인구가 지역사회에 미치는 사회경제적 파급효과를 조사한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축적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내국인과 이민자가 모두 공감하고 지지하는 지역 맞춤형 이민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외국인 주민에 관한 업무가 사회통합 및 지역발전 차원에서 중요한 것임을 충분히 인식해야 한다. 법과 제도의 정비는 그런 기반 위에서 이뤄져야 한다.

한걸음 더 나아가 캐나다의 사례처럼 지방정부가 각 지역에 맞는 이민자 수요를 정확히 파악하여 중앙정부의 유입정책 결정과정에도 참여하도록 권한을 주는 방식도 고려할 만하다.

3. 외국국적 동포를 이민정책 내에서 제대로 자리매김해야

지난 10년간 사회통합을 위한 이민정책을 통해 우리 정부는 결혼이민자와 그 자녀를 중심으로 물적· 인적 지원을 쏟아 부었다. 이민국가를 표방하지 않는 대한민국에서 사회구성원으로서 비교적 쉽게 수용할 수 있는 대상은 우리 국민의 배우자이자 부모가 될 그들뿐이기 때문이다. 이민자 사회통합을 지원하는 모든 정책의 주요 대상이면서, 사회적 관심과 비판의 대상이 된 것도 그들이다. 그러나 현재 국내 체류 외국인 240여만 명 중 결혼이민자는 약 16만 명에 불과하다. 전체의 7%일 뿐이다.

그럼 나머지는 누구인가? 240만 명의 외국인 중 88만 명은 외국국적 동포이다. 다문화 사회 담론에서 주된 축이던 결혼 이민자를 넘어서려면 무엇보다 이민자 구성의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그런 다음 외국국적 동포에 대한 체류지원, 사회통합, 인적자원 활용 문제를 전향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많은 선진 이민국가들은 외국국적 동포를 디아스포라 관점에서 이해하며 그들의 모국 귀환이나 거주국을 오가는 초국적 삶에 관한 문제를 이민정책 범주에서 다루고 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지금까지 다문화사회라고 하면, 종족적으로 다른 민족으로 구성된 다민족 사회를 염두에 두고 정책을 펼쳐왔다. 이러한 모순된 바탕에서 펼쳐지는 다문화정책은 불완전하고 정확하지 않다.

외국국적 동포가 다른 국가에서 나고 자라며 습득한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고, 자신과 모국 발전에 기여하는 방안을 고민하는 정책적 논의도 필요하다. 특히 88만 명의 외국국적 동포 중 73만 명에 달하는 중국국적 동포의 역할을 정확히 자리매김해야 한다. 재외동포법이 시행된 지 20년이 되었지만, 그들은 여전히 ‘외국 인력’과 ‘동포’라는 두 정체성에 갇혀 미디어나 영화·드라마에서 밀집지역 치안문제, 일자리 경쟁에 관한 관점으로 투영되어왔다. 그러한 관찰은 매우 단면적이고 단편적일 뿐이다.

최근 중국국적 동포 집단 내에서도 경제적으로 계층 상향이동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들의 정치․사회적 역량도 증진되고 있다. 그런 만큼 그들의 사회통합과 기여를 촉진하기 위한 이민정책의 수립이 매우 필요한 시점이다. 더욱이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을 활용하기 위해 중국국적 동포의 매개적 역할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정책을 재정비해야 한다.

4. 송출국과의 이민 협력을 적극 모색해야

국내 체류 외국인 가운데 외국국적 동포 다음으로 비중이 큰 그룹은 55만 명에 달하는 단순기능 외국인 근로자이다. 우리 사회는 이들을 인력활용정책의 일환으로 간주할 뿐 적응·정착을 통한 사회통합 대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최소 3년 이상 합법적 근로자로 살아가는 이들은 엄연히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소비자로서, 납세자로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한다. 이런 점에서 정부는 외국인 근로자들의 국내 체류 기간 중 사회적 기여(인구·경제적 파급효과 등)를 정확히 분석하고 인정할 것은 인정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이들은 애초부터 일시 체류를 염두에 두고 설계된 정책(고용허가제)을 통해 국내에 들어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들이 자발적 귀환이라는 선순환적 이주를 실현하지 않으면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전락하여 여러 가지 사회적 부담으로 작용하게 된다. 2012년부터는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는 기업인들의 요구에 따라 재입국, 재취업이 가능한 길도 열리게 되었다. 하지만 한국에 정주(定住)할 수 없는 이민자가 최장 9년 8개월까지 장기 체류하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의 사회통합적 이민정책은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순환 이주’의 틀 속에서 이들이 성공하려면, 이주의 모든 단계가 유기적으로 연계되어야 한다. 이주노동자가 ‘한국 입국 전→한국 체류→본국 귀환→재통합’의 전 과정에서 우리 정부와 송출국가 간의 긴밀한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한국에서 청년 시기를 보낸 이주근로자들이 성공적으로 귀환하여 본국 노동시장에 잘 통합되는 것은 자신과 가족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 발전의 밑거름이 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자발적 귀환을 촉진하기 위한 송출국과의 협력정책을 개발해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 대규모 인력 송출국인 필리핀의 경우, 자국민의 귀환과 재통합을 지원하기 위해 이주노동자 대상 금융교육과정을 추진 중인데, 그것을 한국에 온 필리핀 출신 이주노동자 교육에 접목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5. 정주형(定住型) 이민을 위한 노력도 필요

정주형 이민자 인구의 대표적인 유형은 ‘영주 이민’이다. 이에 관한 제도적 원칙은 이미 마련되어 있다. 출입국관리법에서 규정하는 31가지 조건에 부합하는 외국인은 영주자격을 신청할 수 있다.

외국인이 가장 안정적인 체류자격인 영주이민을 얻게 되면, 본국 국적을 포기하지 않고도 한국에서 자유롭게 경제적·사회적 활동을 할 수 있다. 대부분의 이민자들이 영주 이민을 선호하는 이유다. 영주권자는 입출국이 자유로울 뿐만 아니라, 영주자격을 받은 날로부터 3년이 지나면 주소지의 지방선거에도 참여할 수 있다.

주목할 점은 영주 자격의 정주형 인구는 14만여 명인데, 그 중 약 80%를 중국국적 동포가 차지한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는 2000년대 후반부터 중국국적 동포를 대상으로 영주권을 비교적 쉽게 획득할 수 있도록 통로를 열어주었다.

장기적으로 우리 정부는 이미 수립된 영주 이민 원칙에 맞도록 관련 제도를 운영하되, 다양한 외국인 인구를 유인하도록 적극적인 노력을 펼쳐야 한다. 특히 과학기술 분야 고급인력이나 공익 투자자 등 글로벌 인재유치의 한 방법으로 영주 이민 제도를 적극 활용하는 것은 국가 발전 전략상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조영희 / IOM이민정책연구원 조영희 부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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