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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편집 2020. 07-03. 06:03

한승동 편집인, 연해주에 가다

by | 2019년 6월 14일 | 한반도, 한승동의 티핑포인트

  • 승용차는 우핸들 일본차, 버스와 관광객은 한국이 점령
  • “백수? 땅 너른 연해주에서 농사 지으라”
  • 러시아 경제협력 대표 상품으로 떠오른 ‘관광’
  • 한국 관광객 경이적 증가…일본의 27배, 중국의 15배
  • ①가스②전력③조선④북극항로⑤철도⑥항만⑦일자리⑧농업⑨수산…공염불된 ‘나인브릿지’
  • 문재인 ‘신북방정책’과 푸틴 ‘신동방정책’이 만나는 연해주
  • 러시아 “나진-하산은 이미 준비돼 있다”
  • 러시아, 중국-일본은 경계할 수밖에
  • 하지만 “서두르지 않으면 남한 자리는 없을 것”
  • “20세기 낡은 지정학 질서 극복해야”

KEB하나금융경영연구소와 (사)유라시아21이 6월 3~5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공동 주최한 ‘동북아 초국경 경제협력 포럼’에 한승동 편집인이 참관을 하고 왔다. 한승동 편집인은 포럼과 함께 하산 등 북-중-러 국경 지대를 돌아보며 연해주 지방의 변화와 현재 모습을 둘러봤다. 그 이야기를 전한다. [편집인]

최근 함경도 위 ‘블라도’라는 별칭을 얻었다지만, 블라디보스토크 시내는 여전히 일제 차량 전시장 같았다. 시내를 줄지어 달리는 승용차들 대부분은 도요타 마크를 달고 있었다. 어림짐작에 도요타가 90%가 넘는 듯했다. 나머지 5% 정도를 혼다와 닛산, 미쓰비시, 스즈키 마크를 단 차들이 차지했고, 그 나머지를 가끔 눈에 띄는 벤츠 등 독일제 차량과 현대·기아 차들, 그리고 눈에 선 색다른 마크를 단 차들이 겨우 멸종 위기의 희귀동물처럼 끼어 다녔다. 운전대가 모두 오른쪽에 있는 일제 차량들은, 모든 차량을 왼쪽 운전대 차로 통일하도록 했다는 러시아 법에도 아랑곳없이 블라디보스토크에서는 여전히 오른쪽 운전대로 달렸다. 아마도 법 개정 당시 이미 블라디보스토크 거리를 메운 대다수 오른쪽 운전대 차를 일거에 어쩌지 못했을 것이다. 그 일제차의 대다수는 바뀐 러시아 법에 맞춰 수출용으로 따로 생산한 신차들이 아니라 오른쪽 운전대의 중고차들일 것이다.

버스는 사정이 달랐다. 적어도 눈으로 확인한 버스들은 노선버스든 관광버스든 대다수가 현대·기아 마크를 달고 있었다. 관광버스와 시외 노선버스들은 비교적 새 차들이었으나 시내버스들 다수는 낡은 현대·기아 차들이었는데, 야트막한 언덕길을 올라갈 때도 맹렬한 매연을 뿜어대며 헉헉거리는 차들이 많았다. 하지만 2014년 바이칼 호수로 갈 때 몇 시간 스쳐 지나가며 보았던, ‘신림동’ ‘XX번’ 같은 한글을 그대로 달고 있던 버스들은, 도색을 새로한 것인지 사라지고 없었다. 블라디보스토크의 건물들도 색깔이 바뀌고 있었다. 5년 전과는 다른 건축자재를 사용한 깔끔한 외형의 신축 또는 리모델링 건물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었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남하해 두만강을 향해 갈 때 중국 헤이룽장성과 지린성이 가까워지면서 적갈색의 대형 버스들이 간간이 등장했다. 크라스키노 정류장에서 현대·기아 마크를 단 여러 대의 관광버스, 그리고 거기서 30㎞도 채 떨어지지 않은 중국 조선족자치주 내의 훈춘(琿春)에서 ‘세관’검사를 거쳐 온 대형 노선버스들을 만났다. 중국인과 러시아인들을 부려 놓은 그 노선버스들은 모두 위퉁커처(宇通客車)라는 생산회사 표지를 단 중국제 차량이었다. 지린성의 위비알(宇別尔) 운수집단이 운용하는 그들 우람한 버스들은 2층 버스 모양을 하고 있었으나 1층은 화물만 실었다. 앞창에 붙어 있던 훈춘-해삼위(블라디보스토크), 훈춘-크라스키노 등의 번체자로 적힌 이색적인 초국경 행선지 표지들.

그 정류장 길거리에서 근처 숙박소를 나와 블라디보스토크로 가던 조선족 일행을 만났다. 훈춘 춘화향에서 태어나 그곳 사범학교를 나와 지린시 너머 창춘시에서 조선족 중학교에서 한어(중국어)를 가르쳤다는 부순권(1931년생) 씨와 그의 동생(1939년생)을 빼곤 모두 여성들이었던 9명의 조선족 친인척들은 작은 버스 한 대를 빌려 함께 3박 4일의 여행길에 나선 참이었다.

서울에서 왔다는 우리 일행과 잠시나마 스스럼없이 어울렸던 그들 중에 30대로 보이는, 부 씨를 ‘고모부’라고 불렀던 젊은 여성은 무슨 일을 하느냐고 묻자 잠시 머뭇거리더니 “지금은 백수”라고 대답하며 멋쩍게 웃었다. 창춘의 처자가 ‘백수’란 말을 입에 올리다니. 곱게 늙은 부 씨의 부인은 “여기 땅 너르니, 와서 농사 지으라”고 권했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버스로 3시간여를 달려가야 하는 두만강변의 하산까지 가는 길 양쪽에 펼쳐진 땅은 광대했다. 블라디보스토크 시내에서 20여 분만 달려 나가면 끊임없이 펼쳐지는 참나무 울창한 야트막한 산들과 그 사이 사이 수천 평에서 수만 평, 수십만, 수백만 평 너비로 펼쳐지는 풀로 뒤덮인 평지의 광대한 공간들은 인가를 찾기 힘들었다. 거의 무주공산이었다. 6월의 연해주 날씨는 봄날처럼 선선하고 화창했다.

연해주의 너른 땅

길에서 만난 부 씨 일행

하산역

경이로운 상품. 관광

6월 3~4일 하나금융그룹과 사단법인 유라시아21이 공동주최한 ‘동북아 초국경 경제협력포럼’이 블라디보스토크 시내 롯데호텔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 나온 이고르 흐루쇼프 러시아연방 교통부 블라디보스토크 대표와 보리스 스툽니츠키 연해주 상공회의소 의장 등은 2018년 연해주 전체의 대외교역량은 75억 달러, 그 중에서 한국과의 교역량은 13억5000만 달러로 18%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교역상대국 순위로는 2위. 1위는 전체의 52%를 차지한 중국, 3위는 14%를 차지한 일본.

한국과의 교역에서 차지하는 러시아 쪽 주요 품목은 게 등 수산물과 지하자원. 러시아 관리들이 양국 “경제협력의 대표적 품목”으로 꼽은 한국 쪽 상품은 관광이었다. 알렉세이 사트리치코프 연해주 관광국장은 “양국 간에 제도나 사회경제적 기반 또는 정치적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가장 놀라운 변화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 관광”이라고 했다. 이들에 따르면 2016년에 5만 명 정도였던 한국인 블라디보스토크 관광객은 2017년에 10만으로 늘었고 2018년엔 22만2000여 명으로 급증했다. 매년 2배 이상으로 불어난 한국인의 연해주 관광객 수는 러시아 전체의 한국인 관광객 수가 34만인 점에 비춰 보더라도 경이적인 증가세다.

이에 비해 지난해 중국인의 연해주 관광객 수는 56만 명, 일본인 관광객 수는 2만4000명. 포럼에 발표자로 나선 심상진 경기대 교수가 연해주 정부 자료를 토대로 정리한 것을 보면, 2018년의 한국·일본·중국 3국 관광객의 러시아 연해주 방문자는 2017년에 비해 각각 126.09%, 14.36%, 0.13%씩 늘었다. 중국은 거의 제자리걸음이고, 일본 역시 상당한 폭으로 증가하고 있으나 한국인 증가 수에 비할 바가 못 된다. 그 절대 수는 더 큰 차이가 난다. 이를 각국의 인구비례를 감안해 환산, 비교하면 한국인의 연해주 관광객은 일본의 그것보다 무려 26.56배, 중국의 그것보다는 14.76배나 된단다. 한국에서 블라디보스토크로 매일 10편의 비행기가 날아가며, 성수기에는 15편까지 증편된다. “25년 전만해도 한국 국적기 자체가 아예 없었다”며 최근의 한국인 관광객 증가추세가 “믿기지 않는다”고 이고르 대표는 말했다.

연장 9288㎞의 시베리아 횡단철도 출발지인 블라디보스토크 역 바로 뒤편의 부두에 대형 한국 여객선이 정박해 있었다. 이고르 대표는 “몇 년 전까지는 크루즈선도 주로 상하이 쪽에서 왔는데 최근엔 한국 크루즈선이 압도적으로 많아졌다”고 했다. 여기엔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 ‘자유항’정책도 한몫했다.

“블라도”라는 별칭의 유행은 이 유별난 한국인의 연해주 관광 급증이 파생시킨 현상일 것이다. 블라디보스토크 중심가인 아르바트 거리 주변엔 ‘라면집’ ‘킹크랩, 조식/ 런치, 살아있는 해산물’ 등의 한글간판을 쉽게 볼 수 있었고, 연해주 박물관 앞에는 “발해 왕국의 자취를 따라서”라는 한글이 적힌 큼직한 전시프로그램 입간판이 세워져 있었다. 한국인 연해주 관광객의 급증 이유로 2013년에 러시아와 맺은 무비자 입국 협정을 많이 꼽지만, 일본과 중국도 같은 협정을 맺었으니 그것만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총 4개의 포럼 세션 중에서 세 번째 세션 사회를 본 성원용 인천대 교수는 무비자 입국 협정 외에 저가 항공기의 증가, TV 관광프로그램들, 모스크바에서 시작된 러시아의 환경변화 확산 등을 이유로 들었다.

어쨌거나 연해주 쪽은 한국인 관광객 급증에 크게 고무돼 있다. “경제 분야 변화엔 오랜 세월이 걸리지만, 문화나 관광 등의 교류는 짧은 시간에 쉽게 바뀔 수 있다”며 관광분야의 변화가 다른 분야로도 확산될 수 있을 것으로 그들은 기대했다.

공염불 될 판 ‘나인 브릿지’… “쫄지마!”

한국의 러시아에 대한 투자도 수교 이후 비교적 짧은 세월 동안 아시아 국가들 중에는 활발한 편이라고 한남주 KEB하나은행 모스크바 법인장은 말했다. 상위 20개 대기업 그룹 중에서 16개 대기업 그룹이 러시아에 진출했으며, 대규모 직접투자보다는 중소규모의 투자수요에 대응해 해외은행을 통한 차입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의 러시아 투자는 그나마 대기업 위주의 투자에다 모스크바 등 러시아 서부지역 중심으로 이뤄져 연해주 등 극동지역 투자가 미흡하고 투자규모도 미약하다고 했다. “아직까지 극동지역 성공모델도 없다”고 그는 지적했다.

게다가 2014년 크림반도 점령 이후 러시아에 대한 국제 제재와 북핵사태 이후 대북 제재 등으로 4년간 대러 투자들이 유보됐다. 그러다 최근에야 다시 활기를 띨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2017년 9월 문재인 대통령이 한반도 ‘신경제지도’를 그린 신북방정책을 들고 블라디보스토크 동방경제포럼에 참석해 의기양양하게 발표했던 ‘나인 브릿지 전략’을 생각하면 청사진과 현실의 괴리가 너무 크다. 가스, 전력, 조선, 북극항로, 철도, 항만, 일자리, 농업, 수산 등 9개 분야를 중심으로 러시아 극동지역과 탄탄한 다리를 놓겠다던 약속은 적어도 지금까지는 이뤄진 게 거의 없다. 러시아와 북 제재에 대한 아무런 돌파구도 찾지 못하는, 지나치게 수동적인 대응이 다리 건설을 공염불로 만들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남북과 러시아가 3자 합작사업으로 추진했던 나진-하산 철도 54㎞ 구간 개보수 프로젝트는 2016년 북핵 위기 때 한국이 중단한 이후 지지부진한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홉 개 다리 중에서 철도, 가스관, 송배전선 등 남-북-러 3자 연결 3대 프로젝트 실행의 시험판이라고 할 나진-하산 철도연결 합작사업은 사실상 지금 멈춰 있다고 성원용 교수는 지적했다. 30년간 이런 문제를 고민해 온 철도전문가 안병민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쫄지마, 우리는 할 수 있어!” 정신이 필요하다고 했다. 박이택 고려대 교수도 냉전이 무너진 지 30년이 지나도록 한반도 분단이 상징하는 동서냉전시대의 연장인 “동북아시아의 잃어버린 30년”을 되찾는 길은 남-북-러를 차단하고 있는 장벽을 제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과 러시아의 합작기업인 라선(나진·선봉)콘트랜스(ConTrans)의 경영을 2년째 맡고 있는 이반 톤키흐 공동대표는 나진-하산 철도 연결사업이 한반도 종단철도(TKR)와 시베리아 횡단철도(TSR) 연결의 시초가 될 수 있고, 개보수 등 기술적 시술은 이미 완료돼 있는 상태인데도 한국에선 그것을 비현실적이라거나 없는 거나 마찬가지로 여기고 있다며 “현장에 가보지도 않은 사람들의 부정적 시각”을 크게 나무랐다.

톤키흐 대표는 예컨대 나진-하산 철도연결과 같은 남북협력 사업에 관한 한국의 설문조사는 질문부터 ‘세금을 더 올려서라도 북을 도와주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식이라면서 그런 식의 질문이라면 결과도 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왜 남북 경협을 통해 이익을 증대시키면 조세 부담을 줄이고도 남북 모두 잘 될 수 있다는 플러스 발상을 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아주 혹독했던 2017년에도 나진을 통한 러시아산 석탄(유엔 제제 대상에서 제외됨) 수출 등의 사업 마진율이 28%나 됐다면서 “동북아 프로젝트들 중 최고인데, 사업성·수익성이 없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석탄 1톤당 미국산은 20달러에 거래되지만 우리(라선 콘트랜스)는 9달러”라며 한국이 톤당 10달러 넘게 돈을 더 얹어 주고 비싸게 사고 있다면서, 연간 500만~700만 톤의 러시아산 석탄을 나진을 통해 거래할 경우 한국은 연간 5000만 달러 이상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서두르지 않으면 한국 몫이 아예 없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러시아 리스크, 실제보다 과장.. 서두르지 않으면 자리 없을 것

한국에서 오래 특파원 생활을 한 올레그 키리야노프 모스크바국립대 아시아·아프리카 연구소 연구원은 “나진-하산 프로젝트는 중단된 것이 아니라 한국만 참여하지 않을 뿐”이라며 그 사업은 “남북통일작업의 일환이지 북-러 통일작업이 아니다”고 했다. 톤키흐 대표도 그 사업은 “푸틴 대통령이 이니셔티브를 쥐고 직접 관리하는 것이기 때문에 절대 중단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키리야노프는 “북-러만으로 사업이 잘 풀리면 한국은 필요없다”면서, “지금 중국인 천지인 나진과 하산 연결 사업에 중국이 참여하게 되면 한국은 아예 자리가 없어질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남북은 38선을 넘어야 하며, 라선 콘트랜스를 활용하면 나진엔 미국 허락 없이도 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법무법이 지평의 류혜정 변호사는 크림반도 사태와 관련한 대러시아 제재에 유엔은 관여한 바 없으며, 한국도 제재에 동참하지 않았다면서, 미국·EU·일본·캐나다 등 제재 동참국들의 제재 걱정 없이 러시아에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고 했다. 류 변호사는 미국의 대북 제재와는 달리 러시아에 대한 제재는 외견상 굉장히 복잡해 보이지만 그 알맹이는 아주 강도가 약한 것이며, 특히 달러화를 결제통화로 사용하거나 미국 내 금융기관을 이용하는 것도 제재 대상이 아니라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대러제재는 실질적으로 미국인에 의해 미국에서 생산된 물품들만 대상이 된다며, 2017년도에 발표된 통합제재법(세컨더리 보이콧 적용, 2차제재)도 중국 군수기업에 대해 발동한 게 유일한 사례라며, 금융거래시 위험성 유무를 꼼꼼히 확인할 필요는 있지만 “일반기업들 활동을 제재할 가능성은 낮다”고 했다. 특히 대규모 프로젝트에 거의 관여하지 않는 한국기업들의 대러 투자는 제재대상이 될 가능성이 별로 없다면서, 그럼에도 금융지원을 거리고 투자에 부정적 태도를 갖고 있는 것은 실제 위험보다 훨씬 더 과대하게 위험성을 의식하는,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 태도라고 했다. 류 변호사는 설사 문제의 소지가 있더라도 “로펌 등과 상의하면 피해갈 수 있는 길도 있다”, “사업해도 된다”고 권했다.

강태호 전 한겨레평화연구소장은 “나진-하산은 문재인 정부의 신복방정책과 푸틴의 신동방정책이 만나는 접점”이라면서, 사업이 러시아에게는 “상대적으로 낙후된 지역인 극동·시베리아 개발을 통한 지역 균형발전과 국가적 통일성 강화, 국가의 새로운 경제성장 동력 확보, 아시아 태평양 지역으로의 전략적 출구 확보라는 목표에 부합하는 것”(박정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러시아·유라시아 팀장 세미나 발표문에서 재인용)이라고 했다.

러시아 연해주는 16만5000여㎢ 면적에 인구는 206만여 명에 지나지 않는다. 연해주 관광정보센터가 작성한 팸플릿에는 인구수가 194만7000여 명(2013년)으로 돼 있고, 위키피디아 등에는 2005년에 207만여 명으로 돼 있다. 정보 자체가 정확하지 않은 탓일 수도 있지만, 적어도 러시아 연해주 인구가 추세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짐작을 하게 한다. 보도 등에 따르면 연해주의 인구는 오히려 최근까지 줄고 있었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하산까지 가는 길 양옆의 광대한 땅들은 사람이 거의 거주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예전에 사람이 살았던 가옥이나 작은 마을들이 폐허로 변해 허물어져 가고 있는 곳들도 눈에 띄었다. 그 폐허들이 예전에 주둔했던 군대의 이동 내지 철수에 따른 결과라는 설도 있었지만 명백히 민가들로 보이는 집들이 허물어져 있었고, 광대한 초원은 예전에 사람들이 농사를 지었던 흔적을 남기고 있었다. 그 땅이 고구려와 발해의 터전이었지만, 지금 남아 있는 그런 흔적들은 극히 최근까지 사람들이 어떤 형태로든 관리했다는 표지로 보였다.

게다가 블라디보스토크 시를 빼고 간간히 마주치는 하산 가는 길목의 가옥이나 작은 마을들은 대부분 녹슨 슬레이트 지붕에 함석과 시멘트 벽돌 등으로 얼기설기 엮어놓은 듯한 낡은 모습들이었다. 요충지인 국경 소읍 하산조차도 제대로 수리한 적 없는 듯한 낡은 아파트와 녹슨 슬레이트 벽돌 건축물들만 주로 눈에 띄었다. 그런 가난과 불편이 연해주의 인구 감소와 연관이 있을 것으로 짐작됐다.

푸틴의 신동방정책은 러시아 경제나 안보상 매우 중요한 연해주를 비롯한 극동지역을 더는 방치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명일 수 있다. 연해주아 블라디보스토크의 개발을 위해 하바롭스크에 있던 극동지역 주도를 블라디보스토크로 옮기고(지난해 12월), 아르촘에 주변국 및 지역 자금줄을 끌어들여 대규모 국제적 위락시설을 짓고 있는 것도 그 일환일 것이며, 나진-하산 철도연결과 남-북-러의 연결은 그 핵심사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러시아의 그런 신동방정책과 문재인 정부의 신북방정책은 정확하게 서로 이해가 맞아떨어지는 대형 프로젝트다. 러시아가 인구 3000만이 넘는 헤이룽장성, 2700만이 넘는 지린성 등 이웃 중국, 게다가 인구뿐만 아니라 경제력에서도 압도적으로 우위인 중국에게 러시아 극동의 경제개발을 맡길 리 없다. 훈춘과 가까운 자루비노 항이나 크라스키노, 포시에트 등과 중국의 협력에 필요한 도로, 항만 등 인프라 구축을 일부러 늦추고 있다는 지적들은 이런 사정들을 역설적으로 얘기해 주고 있다. 중국과 마찬가지로 영토분쟁과 구원을 서로 안고 있는 일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남북과 그 땅의 고려인들이야말로 러시아 극동개발에 꼭 필요하면서도 안심해도 좋은 상대일 수 있다. 일설에는 러시아 정부가 고려인과 한반도 남북 사람들을 자국민과 동등한 대우를 해서라도 활용하려는 논의를 해왔다는 얘기도 있다.

“이 남-북-러 3자협력은 지정학적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 역설적으로 그렇기 때문에 남-북-러 3자협력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현실은 미국 주도의 한미동맹, 한미일 협력체계라는 기존 20세기의 낡은 동맹의 지정학적 질서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걸 반증한다. 다르게 말하면 남-북-러 3자 협력은 낡은 구시대의 냉전적 동맹의 지정학을 넘어서려고 할 때 본격화될 수 있을 것이다.”(강태호)

한반도를 남북으로 갈라놓은 냉전의 횡적 대치구조를 남-북-러의 종적 연결구조로 빨리 바꾸지 않으면 한민족은 21세기에도 새로운 냉전의 희생물이 될 수 있다. 문재인 정부의 지혜와 결단이 필요하다.

한승동 / 피렌체의 식탁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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