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편집 2019. 09-19. 08:00
  • 하노이 회담 너무 들떠 있었다: 북한 운명 걸린 일, 하루아침에 되겠나.
  • 햇볕정책 서서히 온기 퍼져: 북한 휴대전화가 김정은을 회담장으로
  • ‘관리자’ 없는 북한 개혁개방‧산업화는 오히려 독
  • 2025년 미국-중국 경제 어려워, 한반도에는 위기이자 기회
  • 남남갈등과 수축사회 진입이 한반도 리스크
  • 일자리 문제의 이데올로기 문제 확산은 세계적 추세
  • 4차 산업혁명으로 50년 동안은 일자리 계속 줄어들 것
  • 내수 침체 심각: 노래방, 피시방, 찜질방… ‘방’ 문화 쇠퇴.
  • 주거-교육-의료비 부담 과중, 내수 소비 10%포인트 손해
  • ‘아베노믹스’ 성공은 착각: 후손에 빚 떠넘기기 심각
  • 대학 교육, ‘공급 과잉’ 산업 인력만 양산: 이공계 확 늘려야
  • 방문판매, 보험업, 금융 일자리 50만 개 사라질 것
  • 그릇은 안 바꾸고 반찬만 바라보는 좁은 시야부터 바꿔야
  • 핀란드 ‘미래위원회’ 참고해 미래 비전 만들어야 할 때

13일 발표된 2019년 2월 고용동향 자료에 따르면 2월 취업자가 26만3000명 늘어나며 13개월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공공일자리, 농림어업, 60세 이상 등 정책적, 계절적 요인이 반영됐을 뿐 제조업과 도소매업, 금융보험업 등은 취업자가 크게 줄었고, 특히 30~40대 취업이 줄어들었다. 경제의 주력이라 할 수 있는 산업과 세대 모두 축소되고 있는 것이다. 홍성국 혜안리서치 대표는 이미 저서 <수축사회>를 통해 저성장 시대에 대비할 것을 주문해왔다. 홍 대표는 더불어 수축사회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하지 않는다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진행에도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이번 주 피렌체의 식탁에는 홍 대표를 모셨다. 홍 대표는 하노이 정상회담 ‘노딜’을 예측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편집자]

[홍성국 / 혜안리서치 대표, <수축사회> 저자]

하노이 ‘노딜’ 예측 이유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시작되는 날, 국내 언론이 기대감에 들떠 있을 때 아침 팟캐스트 방송에서 미국 국내 정치 상황을 언급하며 “큰 기대를 하지 말라”고 하는 등 ‘노딜’을 예측했었다.

“정치적 통합 단계의 통일까지는 최소한 30년은 봐야 된다. 우리는 지금 너무 소소한 사안에 집중하고 있는데, 갑자기 뭐 하나 풀린다고 모든 상황이 급진전 되는 것은 아니다. 북한 입장에서는 국가의 정체성을 바꾸는 일이 아닌가. 국가의 운명을 결정짓는 비즈니스 협상을 어느 날 만나 한 번에 푼다는 생각 자체가 넌센스다. 북한 입장에서는 마지막 남은 유일한 무기가 핵이다. 최대한 길게 끌어 최대한 많이 얻어 내려 할 것이다. 북한 내부 이해관계도 걸려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완벽한 통치 기반이 있고, 노동당과 군부 등 전체 기득권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데 한 번에 해결되겠나. 오히려 국내에서 언론들이 정치 도구화 하는 것이 불편하다.”

유럽의 경우를 보면, 유럽석탄철강공동체(ESCS)가 생긴 게 1952년이고, 유로화가 도입된 것이 2002년이니 유럽도 통합까지 50년이 걸렸다.

“EU는 17세기부터 벌여온 전쟁에 대한 반성에서 시작됐고, 석탄철강공동체가 EU까지 갈 수 있었던 것은 서로 신뢰가 쌓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불완전한 경제공동체다. 유로화가 불안해지자 영국이 탈퇴하려는 상황이 왔다. 우리도 전쟁을 했다. 개인 간의 다툼도 앙금이 잘 안 가시는데, 하루아침에 신뢰가 회복된다는 것은 너무 낭만적인 생각이다.”

여러 변수에 의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동력이 떨어지지는 않을까.

“북한의 휴대전화 수가 500만 대, 보급률 20%가 넘었다고 한다. 북한 주민들도 이제 남한은 어떻게 살고 있고, 중국과 베트남은 어떻게 개혁개방을 하고 있고 등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다 알아 가고 있다. 햇볕정책 덕분인데, 이게 금방 뜨거워지는 게 아니라 온기가 서서히 퍼지는 중이다. 이런 북한의 내부적 압력이 김정은 위원장을 싱가로프와 하노이 협상장으로 밀어낸 게 아닌가 싶다. 문제는 북한이 개혁개방을 했을 때 관리되지 않은 산업화는 오히려 파괴적일 수 있다는 점이다. 북아프리카의 알제리, 리비아, 이집트 등에서 ‘재스민 혁명’이 일어났지만 관리가 안 되니 정치는 독재로 회귀하고 경제는 퇴보했다. 정치와 경제의 키를 맞추고 속도를 유지하면서 냉정하게 조정하는 관리자가 필요하다.”

세계 역사 속에서 그런 역할을 한 관리자는 누가 있을까.

“‘아시아의 4마리 용’이 있었는데, 홍콩과 싱가포르 같은 도시 국가는 빼고 대만도 중국이라는 유산이 있었다는 점에서 빼면 한국만한 나라가 없다. 시각에 따라 다르겠지만 ’강력한 관리자‘라는 측면에서 박정희 대통령은 인정해야 한다. 남한에서는 이제 그런 관리자가 나오는 게 불가능하고 필요하지도 않지만 북한에는 여전히 유효하다. 큰 수술에 앞서 체력을 보강해야 하듯이 북한의 체력을 보강해줄 관리자가 필요한데, 현 단계에서는 대안이 북한 노동당밖에 없다. 북한도 경제가 발전되면 한국처럼 민주화 체제로 갈 수밖에 없다.”

짐 로저스 같은 투자가는 북한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보던데.

“짐 로저스 논리의 본질은 ‘후발주자의 이점’을 최대한 많이 쓸 수 있는 마지막 나라가 북한이라는 거다. 인적자원의 우수성, 지정학적 측면, 남한이라는 조력자, 세 가지가 결합되면 북한의 산업혁명이 가능하고, 산업혁명은 처음부터 4차로 시작한다는 것이다. 중국도 후발주자의 입장을 최대한 활용했던 거다. 단순한 논리다. 하지만 그의 주장은 투자가의 입장이지 우리처럼 한반도에 사는 사람의 입장은 아니라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세계 경제 하강 국면. 5년 뒤 위기이자 기회

통일까지는 30년 이상 걸린다 하더라도 한반도 평화체제 정착이라는 측면에서 ‘1단계 완성’은 언제쯤 가능할까.

“5년 정도를 내다보고 느긋하게 가야 한다. 한반도 평화 문제를 핵이나 미사일 같은 군사적 측면에서만 보면 안 된다. 국제 정치경제 상황을 종합적으로 봐야 하는데 변수가 매우 크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 금리 낮추고 돈을 풀고 부채를 늘려서 막아 왔다. 경기가 다시 안 좋아질 조짐이 보이니 금리 인상 철회하고 시중 자금 회수도 안 하고 부채는 계속 늘리고 있다. 중국도 경제가 어려워지고 있다. 2025년 정도에 다시 큰 쇼크가 올 수도 있다. 그 때 다시 양적완화 해서 어떻게든 위기는 진화하겠지만 미국이나 중국은 국내 문제에 집중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일본은 여전히 헛발질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럼 ‘한반도를 완전히 갖지 못하면 남도 못 가지게 하겠다’는, 일종의 한반도 중립화 논의도 나올 수 있다. 이게 우리에게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 내부에 한반도 문제에 대한 전략적 공감대가 있어야 한다.”

5년 뒤에 한반도 주변 세력의 약화로 진공 상태까지는 아니어도 감압 현상이 나타날 수 있고 기회를 타야 한다는 것인데.

“어려울 것 같다. 우리 사회 스스로가 통일 문제를 정치 투쟁화 하면서 세력 간의 게임이 돼 갈등을 양산하고 있다. 북한과의 협상도 중요하지만, 남남갈등을 먼저 치유해야 한다. 무엇보다 ‘수축사회’ 진입 속도가 너무 빠르다. 남한이 지금 속도로 수축사회가 되면 통일이 훨씬 지연될 수 있다. 경제성장이 둔화되고 일자리 창출이 안 되면 사회 양극화 현상이 심해질텐데, ‘통일을 하면 오히려 손해다’라는 말이 나올 수 있다. 이런 논의를 해야 할 때인데, 아무도 이런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수축사회를 이야기할 때 일자리 문제가 핵심일텐데

“일자리 문제는 단순히 경제 문제가 아니라 사회 문제다. 지금은 이데올로기 문제까지 됐다. 북유럽 같은 성숙한 복지사회에서 왜 극우파가 부상하고 있겠나. 유럽에 난민이 유입되면서 생기는 문제는 치안이 아니라 일자리 문제다. 이게 국가 간 갈등의 원인이 되고 이데올로기적인 배타성으로까지 번지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2018년 8월을 유심히 봐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정점을 찍고 꺾이기 시작한 때인데,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다는 고용동향이 발표된 시점이랑 일치한다. 일자리 상황이 안 좋아지니까 소득주도성장 반대론자들과의 싸움에서 밀려 정부가 수세에 몰리고 개각까지 하게 되는 것 아닌가. 일자리 문제를 단순히 먹고 사는 문제로만 봐서는 안 된다. 정치 문제로까지 확대된다.”

4차 산업혁명이 일자리 늘려? 공부를 덜한 사람들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는 핵심 원인이 무엇인가.

“경제성장률이 2%대에서 고착화 되는 것인데, 성장률 둔화 원인은 1차적으로 4차 산업혁명에 있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일자리가 늘어난다는 사람들도 있는데, 공부를 덜한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이 예로 드는 것이 1930년대 대공황인데, 대공황에도 불구하고 기술 혁신으로 일자리가 늘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당시 대공황에도 불구하고 인구는 계속 늘었고, 전세계에 미개발 지역이 너무 많았으며, 당시 기술 발전은 지금과 비교하면 거북이걸음 수준이었다. 새로운 기술이 나올 때마다 호황이 오지만 공급과잉으로 바로 불황이 반복된다. 우리가 역사 속에서 성공한 사례만 봐서 그렇지 혁신에 성공한 행복한 사람 몇몇을 빼면 나머지는 다 불행했다.”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낙관적 전망도 많은데.

“사람들이 좋은 쪽으로만 계산하는데 실제는 그렇지 않다. 신자유주의에 기반한 4차 산업혁명은 양극화를 강화하는 요소다. 4차 산업혁명으로 성공한 기업은 있겠지만 성공한 기업 한 개가 99개의 일자리를 줄인다. 최근의 예가 플랫폼 비즈니스다. 예를 들어 카카오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쇼핑, 송금, 포털, 모빌리티 등 30여 개 서비스가 있다. 헤어숍 예약서비스까지 있다. ‘혁신’이라고 좋아할지 모르지만 플랫폼에 못 들어가는 사람들은 다 망한다. 낙관론자들은 4차 산업혁명이 발전하면 힘든 일은 기계가 하고 사람들은 창의적이고 예술적인 일만 하면 되는 세상을 이야기 한다. 언젠가는 그렇게 되겠지만 빨라야 50년 뒤이고 그 때까지 일자리를 둘러싼 갈등은 점점 심해질 것이다.(그래프1)”

[그래프1] 기술 바탕 기업인 아마존은 시장점유율과 주가를 올리고 있지만 소매업 취업자 수는 감소하고 있다.

[그래프2] 코스피 상장사 기준, 제조업의 손익분기점 매출액이 2014년을 기점으로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설비 자동화 등에 따른 인건비 감소의 영향이다.

현재의 산업 구조에는 문제가 없나

“우리나라 산업 중 소재, 산업재, IT, 자동차 비중이 거의 70%이다. 철강, 화학, 정유, 반도체 같은 소재 산업은 사람이 필요 없는 장치 산업이다. 산업재 중 기계는 기계가 만들고 조선은 공급 과잉 상태인데다 점점 모듈화 돼 가고 있고, 한 때 GDP 대비 12~13% 하던 건설 산업 비중은 5%까지 떨어졌다. 더구나 건설 고용은 상당수 외국인이다. 자동차는 로봇 공정 세계 1위이고, IT도 사람이 많이 필요 없다. 우리나라 ‘스마트팩토리’ 수준이 어느 정도냐면, 손익분기점 도달 매출액(BEP Q)이 꾸준히 상승해 2014년을 기점으로 꺾여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그래프1) 자동화로 인건비를 줄여 비용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그나마 운송 정도 사람이 하는데, 자율주행 시대가 오면 운송에서도 사람은 쫓겨날 것이다. 우리나라 수출 산업은 이미 세계적 기업이 돼서 수출산업 구조를 바꾸기도 어렵다. 수출 제조업의 일자리는 점점 더 줄어들고 있다. 그렇다면 내수 시장이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내수 시장 비율은 미국 68% 등 왠만한 나라들은 60%대인데, 우리나라는 48%다. 다른 나라들보다 약 10%포인트 돈을 덜 쓴다. 주거비, 교육비, 의료비에 돈을 많이 쓰기 때문이다. 의료비는 소비 비중이 GDP 대비 7%인데 여기에는 건강보조식품 등이 빠진 거고 실제로는 훨씬 더 많이 쓴다. 미국 기준으로 하면 10%가 넘는다. 고령자들은 20%가 넘을 것이다. 주거비용도 우리나라처럼 많이 들어가는 나라가 드물다. 세입자는 물론, 강남에 집 한 채 있다는 월급쟁이들 역시 한 달에 대출 이자로 내는 돈도 다 주거비다. 저축은커녕 쓸 돈이 없다. 가계부채가 1530조 원인데 연4% 이자율로 치면 매년 60조 원이 주거비로 들어가는 셈이다.”

주거-의료-교육비 부담에 내수 시장 10%포인트 손해

내수 시장도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

“소비 트렌드가 바뀌었다. 요즘은 소득이 조금 적어도 소비는 더 깨끗하고 멋지고 고급스러운 것을 좋아한다. 소비자들은 대기업 재벌 일가의 행태는 비판하지만, 제품은 대기업 제품을 선호한다. 이런 상황에서 대기업 내수 시장 참여가 너무 과도하게 진행됐다. 지난 10년 동안 관리가 되지 않았고, 그 사이 대기업이 내수 시장을 완전히 장악해버렸다. 화장품 가게만 해도 예전에는 명동을 중심으로 시내 아파트 단지 상가마다 자영업 형태로 있었는데, 지금은 다 문 닫고 대신 올리브영이 점령했다. 치킨집도 전부 프랜차이즈화 됐고, 재래시장도 거의 죽어가고 있다. 외식 시장도 대기업 프랜차이즈 식당들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지만 고용이 획기적으로 늘지도 않는다. 요즘은 키오스크로 주문 받는 스마트 식당도 늘고 있다. 대기업이 만든 가정 간편식은 식당 수요를 파고들고 있다. 자영업 식당들은 더 어려워질 것이다. 도소매업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에는 미국 아마존 같은 지배적 사업자가 없다. 인터넷 쇼핑몰들이 시장 점유율 10~15%씩 쥐고 피터지게 싸우고 있다. 가격과 서비스 경쟁이 치열하니 영세 자영업자들은 버틸 틈새가 없다.”

내수 시장이 왜 이렇게 위축됐을까.

“내수 시장 중에서도 하위 소득 계층의 일자리와 자영업의 문제가 심각하다. 한 때 이른바 ‘방 문화’가 새로운 소비문화를 창출하면서 내수 시장을 키웠었다. 노래방, 피시방, 찜질방, 스크린골프 등. 그런데 고령화가 되면서 이런 ‘방’ 산업이 모두 쇠퇴하고 있다. 요즘 노래방도 잘 안 가고, 젊은이들은 피시방 대신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한다. 한창 찜질방을 다니던 중년 여성들은 노년이 돼서 찜질방도 잘 안 간다. 1~2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밖에서 노는 것보다 집에서 혼자 즐기는 ‘일코노미’도 유행이다.”

반면 해외여행은 매년 늘어나고 있다.

“해외 소비가 2018년 35조 원이었다. 이 돈을 국내에 썼다고 생각해보라. 반면 국내의 외국인 대상 관광 산업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박근혜 정부 초기까지 중국인 관광객이 몰려오면서 호황을 누렸고 기대감에 엄청난 투자를 했는데 한중 관계가 악화되면서 타격을 입었다. 지금은 어느 정도 회복되고 있다고 하지만 과잉 투자 문제는 여전하다. 시내에 호텔들, 면세점, 화장품 가게, 식당 등 도산하는 곳들이 나오고 있다.”

2월 고용통계를 보면 일자리가 늘었지만, 고령자 공공일자리 중심으로 늘고 30~40대 제조업과 도소매업, 보험업 등은 일자리가 줄어든 걸로 나왔다.

“2014년부터 140만 개의 일자리가 늘어났는데 대부분이 60세 이상 일자리였다. 이미 5년 전부터 계속돼 오는 문제다. 앞으로는 중년 여성들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굉장히 늘어날 것이고, 이들이 경제활동인구로 집계되면서 실업률도 늘어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시아버지와 며느리가 일자리를 두고 다투는 상황도 나올 수 있다.”

수퍼스타 경제와 국가 경제를 혼동하면 안 돼

고령화와 관련해서는 일본과 비교하지 않을 수 없는데.

“일본의 베이비부머를 ‘단카이 세대’라고 하는데 1947~1949년 까지 한 해에 250만 명씩 태어났다. 지금 650만 명이 남아 있는데 70세가 넘으면서 완전히 은퇴했다. 60세로 기준을 잡으면 1958년생 정도까지인데, 그럼 2100만 명이고, 이 중에 일부는 직업을 유지한다고 하더라도 거의 1000만 명의 생산 가능 인구가 줄어드는 것이다. 베이비부머 세대가 본격적으로 은퇴하면 청년들의 상황이 좋아질 것이라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 일본 청년층의 고용은 조금 늘었을지 몰라도 임금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일본 임금은 1997년이 고점이었다. 물가 등을 고려한 임금 지수가 1997년 161이었는데, 2009~2013년 143까지 떨어졌다가 지금 148 정도로 회복된 것이다. 저점에 비하면 오른 게 맞지만 아직 1997년 수준도 안 된다. 아베 정부가 ‘아베노믹스’ 하면서 달러당 80엔 하던 환율을 110엔까지 떨어뜨렸다. 수출 기업들이 30엔의 수익을 얻었으니 그만큼 임금을 올리라고 압박해서 그나마 오른 것이다. 게다가 양적완화를 통해 GDP의 84%에 해당하는 1500조 엔의 돈을 풀었다. 또한 중앙은행이 주가를 올려 소득을 보전해주기 위해 주식을 매입했다. 그렇게 산 주식이 전체의 3.6%다. 결코 좋은 정책이 아니다. 나중에 후손들이 다 갚아야 할 빚이다. 몇몇 일본 대기업이 잘 나간다고 하는데, 세계 어디나 대기업은 호황이다. ‘수퍼스타 경제학’이라고도 하는데, 수퍼스타 대기업 하나가 나머지를 다 가져가는 거다.(그래프3) 일본뿐만 아니라 한국, 대만, 태국, 인도네시아 등 다 비슷하다. 잘 나가는 대기업 하나가 중소기업과 자영업까지 다 빨아들이고 있다. 일본 일부 대기업이 잘 나간다고 일본이라는 나라의 경제가 잘 되는 것은 아니다. 조금 차이는 있지만 한국도 마찬가지다.”

[그래프3] 이른바 ‘수퍼스타’ 대기업들의 시장 독식 현상이 심하다.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 내수 소비를 잠식하는 주거비, 의료비, 교육비 등에 덜 쓸 수 있게 해 돈을 쓸 기회를 줘야 한다. 교육 문제도 장기적으로 경제적인 관점에서 봐야 한다. 정부가 유치원들에게 농락당하고 있는데 길게 보지 않고 정책을 세워 이렇게 된 것 아닌가. 새로운 산업구조에 맞는 교육 구조 개편도 절실하다. 고3학생들이 1년에 푸는 문제가 7만 개라고 한다. 3년이면 20만 개다. 이런 학생들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전혀 창의적이지 않다. 이공계를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 요즘 공부 잘하는 학생들 의대, 법대 같은 데 가고, 공무원 시험 준비하는데 이래서 무슨 AI가 나오겠는가. 특히 이런 데는 다 공급과잉 산업이다. 지금 일자리 중에 사라질 일자리도 굉장히 많다. 지금까지는 제조업에서 기계가 사람을 밀어내고 있지만 서비스업도 사람을 밀어낼 것이다. 우리나라에 방문판매(다단계)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이 40만 명이고, 보험판매업 종사자가 50만 명, 은행 10만, 증권 5만 등 금융업이 15만 명이다. 이번에 나온 통계에도 보험업 감소가 두드러지지 않나. 이 분야는 인터넷이 대체할 텐데 50%만 줄어도 일자리 약 50만 개가 사라지는 거다. 일자리 5000개가 늘었네 줄었네 안달인 상황에서 50만 개면 엄청난 쇼크다.”

일자리 전망은 더 어두운데 돌파구를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일자리를 만들 유일한 창구는 중소기업이다. 너무 작은 소기업은 말고 종업원 50~300명 정도의 기업에서 스타 기업이 나올 수 있게 해줘야 하는데, 우수한 인재가 안 가고 대기업 갑질에 시달리고 상황이 안 좋다. 스타 중소기업이 나올 수 있게 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사실 이런 것들 다 아는데 경제와 시장, 사회를 큰 틀에서 장기적 관점으로 보지 못하고 자꾸 세부적인 단기적 대응만 하니까 의미 없는 정책들만 나오고 있다.”

반찬만 보지 말고 그릇부터 바꿔야

구조 변화에 대한 인식부터 바꿔야 할 것 같다.

“예를 들어, 식당만 해도 요즘은 소비자들의 니즈 자체가 바뀌었다. 옛날에는 가까운 곳 중 가장 맛있는 곳에서 먹었는데, 요즘은 인터넷에 맛집 정보도 많고 교통이 발달되고 스마트폰으로 길 찾기도 쉬워 어디든 손쉽게 찾아갈 수 있어 어디든 확실한 데서 먹는다. 심지어 일하는 사람들도 바뀌었다. 요즘 <밀레니얼과 함께 일하는 법>이라는 책을 밑줄 그어가며 읽고 있는데, 직원들도 과거의 직원들이 아니다. 작은 일이라도 나름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싶어 한다. 고객도 직원도 다 바뀌었는데, 전통적인 방식에 익숙한 윗분들은 여전히 ‘친절’만 강조하고 있다. 식당에 손님이 줄어들면 메뉴랑 반찬을 바꿔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사람들 입맛이 변한 정도가 아니라 세상 자체가 바뀌고 있다. 접시부터 바꿔야 하는데, 소위 분야별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은 접시 위에 올라가는 메뉴만 보고 있는 것이다. 공자의 시대가 저물고 노자의 시대가 뜨고 있다고 한다. 공자의 시대에는 정해진 예(禮)를 지키는 게 중요했지만, 지금은 정해진 규범도 없고 어떻게 바뀔지도 모른다. 노자처럼 가슴을 열어 놓고 모든 걸 봐야 한다.”

홍 대표는 얼마 전 피렌체의 식탁 칼럼을 통해 핀란드의 ‘미래위원회’를 제안했었다.

“핀란드는 여야 의원 26명이 미래위원회를 만들어 국가 미래를 논의한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15년 뒤의 미래를 어떻게 보는지 미래 비전을 위원회에 제시해야 한다. 국가 부채나 미래에 관한 정책들도 반드시 이 위원회를 통과하게 돼 있다. 우리나라에는 비슷한 예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헌법재판소, 방송통신위원회 등을 꼽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이 기구들은 사안이 생겼을 때 판단하는 방어적 기구이고, 미래위원회는 국민들과 함께 미래 사회에 관해 이야기 하는 공격적인 조직이 돼야 한다. 대통령 직속 위원회 같은 수준으로는 안 되고 국가 원수급의 권위를 부여해야 할 것이다. 사회를 폭넓은 시각에서 보고 각 분야의 사고와 전문 지식을 융합할 수 없는 사람은 공직에 나가서도 안 되고 우리 사회의 리더가 돼서는 안 된다.”

인터뷰 / 김현종 발행인

피렌체의 식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