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 때는 연설비서관 행정관으로, 노무현 대통령 때는 연설비서관으로 재직한 강원국 작가. 강 작가는 문재인 정부가 ‘강한 대통령, 강한 참모진’으로 거듭날 시점임을 강조했다. ⓒ 피렌체의 식탁

‘대통령의 글쓰기’의 강원국 작가

 

국정 핵심 어젠더 만들고 주도하지 못하면 영영 밀릴 가능성

 

노 대통령처럼 싸움닭은 아니더라도 자기 정책 직접 전달하려 노력해야

 

청와대에 어젠더 파이터가 있어야, 지금은 얌전한 참모만 보여

 

국민에게 희망, 자신감 주는 건 결국 정치권 아닌 대통령뿐

 

 

40여 일 뒤면 문재인 정부가 임기 3년 차를 맞는다. 문 정부가 ‘적극적 대통령, 공세적 청와대’로 변모할 마지막 기회일 지도 모른다. 지난 20여 년 간 시민의식이 성숙해졌을 뿐 아니라 정부와 국민이 직접 소통할 창구도 늘어났다. 강원국 작가는 이 시점에서 문 대통령이 연설보다 국민과의 직접‧공개 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과정에서 참모진도 상황관리 역할에만 머무르지 말고, 스스로 어젠더를 발굴하고 대통령의 적극적 자세를 끌어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편집자 주>

 

 

Q. 문재인 대통령 취임 1년 반이다. 조금 있으면 햇수로 3년 차가 시작된다. 취임 초 경청하는 자세가 큰 공감을 일으켰지만 요즘은 당연시되고 있다. 그 겸손함과 진정성이 반복되면서 효용이 떨어져 보인다. 문 정부의 커뮤니케이션 방법이나 자세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모든 정권이 첫 출범 때는 참신하고 신선하다고 평가받는다. 권위적이었던 박근혜 정권에 비해 이번 대통령은 특히 그랬다. 참모들과 와이셔츠 차림으로 거니는 모습 같은 게 긍정적으로 부각됐다. 광주 5.18 행사에서 희생자 유족과 공감하는 모습을 얘기하는 사람이 많다. 문 대통령이 역대 대통령보다 성의와 진정성을 가지고 임했지만, 이제는 그게 당연시되는 과정은 다른 대통령들과 크게 보면 다르지 않다.

노무현 대통령 때도 탈권위적인 모습이 신선하고 참신했지만 갈수록 족쇄가 되지 않았나. 문 대통령 역시 그런 전철을 밟을 것이다. 오히려 신선함이 당연하고 식상해지는 과정이 역사의 진보라고 생각한다. 그런 모습 때문에 올라갔던 지지율이라면 시간이 지나면서 떨어지는 건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역대 정부 중 소통은 잘해오고 있다고 본다.

 

Q. 청와대 참모들은 대선 당시 얻은 득표율 42%보다는 아직 대통령 업무 수행 지지율이 높다고들 한다.

그 정도 지지율이면 나쁘지 않다. 역대 대통령들은 임기 1년 반 됐을 때 대부분 50% 이하였다.

 

Q. 정권 중반기부터는 아무래도 실적, 결과가 중요하다. 문재인 정부의 말과 글이 대국민 설득력을 높이려면 어떤 면모의 일신이 필요한가.

정권의 정체성이 아니고 그걸 표현하는 방식을 바꿔야 하지 않겠나. 사실 사람들은 신영복 선생의 문장이 아니라 선생의 삶이 좋아서 글에 감동하는 것이다. 정부의 말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여러 가지를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우기지 않는 대통령, 미덕만은 아니다

 

Q. 행동이라면?

먼저 세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하나는 얼마나 일관되느냐, 이게 정권의 정체성을 만든다. 또 하나는 얼마나 명실상부한가이다. 그 사람의 말과 행동, 생각과 말이 어느 정도 일치하느냐는 데서 진정성을 느낄 수 있다. 마지막은 정부가 보여주는 성과다. 수치와 결과로 못 나타내면 결국엔 공허하다.

세 가지가 한 사람의 신뢰도와 설득력을 좌우하듯이 정부도 마찬가지다. 문 정부는 오락가락하지 않고 표리부동한 부분도 없는데, 세 번째 측면이 조금 부족하다. 그 외에는 국민들이 지금까지 큰 불만이나 의문을 품진 않는 것 같다.

 

Q. 말과 행동을 하는 데 있어 노 전 대통령과 문 대통령을 비교한다면?

노무현 대통령 때는 수치로 보여주는 걸 잘했다. 노 대통령이 ‘정부를 평가하려면 수치로 하라’면서 수치 관련 책자도 만들고 ‘청와대 브리핑’도 신설했다. 주체적으로 결과에 의미 부여하는 작업을 해서 언론의 해석에만 맡기지 않고 스스로 매체 역할을 한 거다. 노 대통령은 이를 통해 깨어있는 시민을 육성했고, 문 정부는 그 토대 위에 있다. 이제 국민에게 성과를 수치로 증명해내야 하는데 그러한 노력과 결과가 참여정부 때보다 뒤떨어져 보인다.

 

Q. 정책적 성과들, 자기 정당성의 근거를 모아서 체계화하고 보급하라는 말인가.

맞다. 문 대통령 지지층이 반대자들과 논쟁이 붙으면 논리 자료나 수치 근거가 좀 빈약해 보인다. 설득, 설명의 실탄이 별로 없어 보인다.

 

Q. 좋은 정책도 제대로, 잘 전달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정부의 노력이 부족하다?

텍스트만 주지 말고 콘텍스트(context, 맥락)를 충분히 제공해야 한다. 정책으로 나타난 결과, 효과, 성과와 함께 그 맥락, 취지, 의도, 목적이 뭔지 설명해주는 노력이 긴요하다. 이 점이 이전 정부만 못하다. 기본적으로 문 대통령 성향이…

 

Q 속된 말로, 잘 우기지 못하는 스타일이라는 말인가?

그 점이 노 대통령과 다른 것 같다.

 

Q. 대통령 스스로 우기지 못하는 성격이라면 누가 해야 하나.

청와대 사람들이 첫 번째다. 업무에 따라 각각 할 일이 정해져 있지 않은가? 그렇지만 청와대스태프들은 부서를 떠나 전체적으로 대통령과 정부에 대해 선제적 고민을 하고, 주도적 홍보를 해야 한다.

 

Q. 청와대에 콘텍스트와 결과를 망라하는 메시지를 생산·발신하는 정책 파이터가 필요하다는 얘기로 들린다.

그렇지만 노무현 대통령 때처럼 싸움으로 가선 안 된다. 노 대통령이 그렇게 함으로써 오히려 싸움의 무기를 제공하지 않았나. 청와대가 싸움 당사자가 되면 안 되고, 있는 그대로 배경 설명을 하면서 의미를 정확하게 알려주는 노력을 해야 한다.

 

Q. 장관에게 파이터역할을 기대할 수는 없을까?

장관은 장관 나름대로, 공기업 사장은 사장대로 해야 하지만 결국 청와대가 앞장서야 그들도 따라온다. 이제 문 정부도 상시적으로 정책 어젠더나 메시지를 기획하고 대응하는 팀이 필요한 시점이다. 안 되는 건 이유를 설명해주면 된다.

 

 

굿 리스너(Good Listener) 문 대통령, 전면 스피커(Speaker)로 나서야

 

Q. ‘파이터노 대통령은 싸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지만, 그게 강골 청와대를 만들기도 했다. 노 대통령과 문 대통령의 성향은 어떻게 다른가?

노 대통령은 글쓰기를 좋아하시고 토론과 공론이 사회를 이끌어야 한다고 생각하셨다. 그땐 청와대가 편집국이고 노 대통령이 편집국장 같았다. 문 대통령은 말과 글의 거리를 먼저 찾아서 하시려 하는 편은 아닌 것 같다.

물론 문 대통령도 참모들이 준비한 원고를 밤새워 고치거나, 특히 노 대통령과 달리 경청을 잘하는 강점이 있다. 취임 후 지금까지는 굳이 문 대통령이 공세적일 필요도 없었지만, 앞으로 공격이 계속될 텐데 기조를 바꿔볼 필요가 있을 것같다. 먼저 나서서 어젠더를 설명하는 식으로.

 

Q. 정세현 전 장관 같은 사람은 한반도 평화나 남북문제에 대해서 현재 문 대통령의 실력은 거의 DJ급이라고 말한다. 대통령의 근면성에 대해 일화도 많이 들려온다. 한편으로 샤이(shy)하다고들 한다.

우선 참모들이 바뀌어야 한다. 지금 청와대의 주요 스태프들도 어찌 보면 샤이하거나 최소한 문제를 먼저 제기하고 나서는 적극성이 넘치는 사람들은 아니다. 주도적, 공세적인 사람이 들어가면 좀 바뀌리라 생각한다. 지금 참모들은 위기관리에 능하지만, 위기가 나지 않도록 미리 나서거나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킬 사람들은 아니다. 어공(어쩌다 공무원‧학계나 정치인 출신 임시 계약직 공무원)이 늘공(늘 공무원‧직업 공무원)같으면 그 청와대는 청와대가 아니다. 네덜란드의 소년처럼 구멍 난 둑을 막으려만 하지 말고 둑을 새로 만들거나 간척에 나설 생각을 해야 한다.

 

Q. 참모가 스타일을 바꿔서 대통령과 청와대를 끌고 가야 한다? 강한 참모론인가?

나는 현 여권에 그런 인재나 자원이 많이 있다고 본다. 지금 떠돌고 있는 그 사람도 있고.

 

Q. 양정철 전 비서관? 지난번에 양정철 비서관 북콘서트에 강 작가가 참석한 게 기억난다.

특정인 이름을 드는 것은 내 취지를 곡해시킬 수 있어 조심스럽고. 지금 정권에 사람은 많다. (웃음)

 

Q. 대통령과 정부의 메시지는 SNS를 통해서 전달되기도 하지만 일단 미디어를 통해 전달되는 게 보편적이다. 한편으로 현재 한국의 미디어는 진영논리가 강하다. 대통령과 정부는 미디어를 어떻게 대해야 하나고 보는가?

노 대통령 마지막에 경험했듯이 정권 마지막에는 보수언론도 진보언론도 정부를 공격한다. 언젠가는 진보 언론이 문 정부를 공격하는 상황도 올 거다. 국민의 정부, 참여 정부 때 국민과 직접 소통하려던 시도가 실패한 건 지지층 자체가 지금보다 협소했고 메시지를 받아주는 사람도 드물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소통에는 발신자, 수신자, 통로, 메시지 네 가지가 모두 필요하다. 김대중 정권부터 통로(매체)에서 문제가 생겼다. 노 대통령 때는 치명적이었고. 이제는 통로 없이도 수신자와 발신자가 연결될 수 있다. 지금이야말로 그런 시도를 본격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환경이다. 과거엔 해봤는데 안 되더라는 생각에 갇혀있으면 안 되는데, 문 대통령이 이걸 잘 모르고 계시는 것 같다.

 

 

페이스북 라이브 스타 대통령이 가능한 시대

 

Q. 지금과 그때는 무엇이 다른가?

이제는 문 대통령 연설을 들으려는 시민도 생기고 지지도도 두 배로 차이가 난다. 민주진보 진영, 깨어있는 시민의 전반적인 저변도 넓어졌다. 지금은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도 될 때라고 본다. 문 대통령이 샤이(?)하게 머물러서는 안 된다. 참모들도 적극적인 시도를 해야 한다. 지금대로 가면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이 ‘지금 이런 걸 하려고 하니 해보니까 이런 어려움이 있다’고 국민 상대로 대놓고 얘기하면 좋겠다. 핵심적 국정 현안을 국민들에게 소상히 얘기하는 거다. 반드시 해야 하는 것, 시기를 놓치면 큰일 난다고, 이걸 놓쳐서 되겠냐고 국민에게 얘기해야 한다. 정책세팅 자체도 국민과 상의했으면 좋겠다. 이게 숙의 민주주의다.

정권 중반기부터는 모두 다 하려고 하면 안 된다. 몇몇 정책 어젠더는 차기 정부에 넘겨주고 , 시기를 놓치면 안 되는 당면 현안, 어젠더를 발굴해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핵심 어젠더를 다음 정부가 원위치할 수 없도록, 돌이킬 수 없는 상태로 만들어 놓는 것이다. 다른 것들은 다음 정부에서 이어서 하도록 하는 여유와 한편으로 핵심 어젠더에 대해서는 단호함과 돌이킬 수 없는 상태로 만들겠다는 결기가 필요하다.

현재의 국회 구조에서 여야 간 대화와 타협은 힘들어 보인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국민에게 묻고 국민과 상의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의 ‘노변정담’ 같은 방식 말고 토론하는 자리를 공세적으로 만들었으면 좋겠다. 이제는 어느 정도 여건이 조성되어 있다.

 

Q. 어떤 이유에서 여건이 조성되었다고 보는가?

지금은 문 대통령이 얘기하면 국민이 듣는다. 대통령이 국민에게 ‘이걸 이렇게 둬도 되나?’, ‘이 시기에 이걸 안 하고 넘어가도 되겠느냐?’고 물어야 한다. 사전에 잘 학습된, 용기 있고 담대한 대화라면 페이스북 라이브만 해도 몇 백만 명은 보고 들을 것 같다.

 

Q. 문 대통령은 국정운영에서 한반도 평화구조 정착에 많은 정력을 할애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다른 주제는 잘 들리지 않는다. 물론 연설이나 회의를 하지만 전달력이 커 보이지 않는다. 일자리나 국민연금처럼 과제가 산적하고, 해법이 복잡한 주제가 특히 그렇다.

현 정부가 잘하는 것은 한반도 평화다. 이건 어느 정도 물꼬도 잡히고, 확고한 성과로 잡혀 있다. 연말쯤 윤곽이 확실히 드러나면 국정 주제를 민생 쪽으로 이동해야 한다.

대통령이 공세적으로 나서야 한다. 노 대통령은 할 말이 있으면 나를 불렀지만, 문 대통령은 철저하게 써오면 고치는 스타일 같다. 국정도 비슷한 스타일로 수석들이 보고하면 대통령이 덧붙이는 방식으로 가는 것 같다. 그보다 더 적극적이어야 한다.

집권 5년 차 되면 다음 대선 후보도 발언하기 시작하고 대통령이 나서고 싶어도 못 나선다. 다행인 건 여태까지 1-2년 동안 소통 여건을 만들어 놨다. 지지층도 커졌고, 연설 시간을 기다리는 사람도 생겼다. 지금부터 20개월쯤이 대통령이 직접 발언할 마지막 기회라는 각오로 나서야 한다. 안 하면 계속 밀리고 지지율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강한 참모가 강한 대통령을 만든다

 

Q. 문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 변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보나?

문 대통령은 워낙 성실하신 분이고 충분히 학습력이 있으시기 때문에 준비하면 잘하실 거다. 다만 지금의 청와대 참모진으로는 좀 약해 보인다. 대통령에게 직접 대화도 요청하고 ‘이건 이래야 합니다’라는 참모가 있어야 한다.

 

Q. 다른 관점에서 문 대통령에게 변화를 촉구하는 말을 한마디 덧붙이면?

이 시점에서 국민이 희망 얻을 수 있는 곳은 야당도 여당도 아니다. 이제 대통령밖에 없다. 대통령이 나서서 국민에게 희망을 줘야 한다. 정책에 대해서 제대로 알려주고, ‘이렇게 하고 있고, 이렇게 해주시라’고 하면 국민들이 이해한다. 대통령이 나서서 새로운 희망, 자신감을 주면 된다. 지금은 국면을 바꾸는 게 가능하다. 이런 역할 없이 그대로 가면 문제다.

 

Q. 강 작가는 스피치라이터로 시작해 작가를 거쳐 지금은 방송인, 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말과 글 사이에서 30년을 살아왔다. 오래 생존한 비결이 있다면?

딱 하나, 성실함이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어머니 돌아가신 이후에 난 늘 위험했고 위기였다. 대학 졸업 때까지 남의 집에 계속 살았다. 눈치를 잘 보는 방식으로 성장했다. 남의 인정을 받으려고, 혼나는 게 두려워서 성실하게 노력하고 어떻게든 인정받으려고 했다. 그게 동력이었던 것 같다.

인터뷰 김현종(발행인), 정리=박지은 수습 편집자

강원국은?

강원국은 작가다.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증권회사 홍보실, 대우그룹 회장비서실 등을 거쳐 대통령의 스피치라이터로 8년 일했지만, 그 자신의 사회적 목소리는 그간 듣기 어려웠다. 평생 정당 가입이나 선대위 활동은 하지 않았다. 글과 소통의 전문가이지만, 이번 인터뷰에서는 경험을 바탕으로 ‘통치 참모’로서의 의견도 많이 주장했다. 저서로 『대통령의 글쓰기』, 『강원국의 글쓰기』, 『회장님의 글쓰기』가 있다.

피렌체의 식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