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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국의 ‘리더가 말하는 법’] 일곱 가지 인사말을 잘하라: 안부, 축하, 위로, 격려, 당부, 자기소개, 감사

by | 2020년 10월 5일 | 강원국의 '리더가 말하는 법'

돌아보니 모두 ‘인사(人事)’였다. 대통령 연설은 모두 누군가에게 건네는 인사(人事)였다.

2000년 6월 13일, 김대중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서울을 떠나면서 국민에게 인사말을 했다. “뜨거운 가슴, 차가운 머리로 회담에 임하겠습니다.” 대통령 연설문을 쓰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이 치솟았다. 그리고 두 달 후 청와대에 들어갔다.

2008년 2월 25일, 퇴임한 노무현 대통령은 봉하마을 주민들에게 귀향 인사를 했다. “야, 기분 좋다!” 대통령은 이 한마디에 고향에 돌아온 반가움과 국정의 짐을 내려놓은 홀가분함을 담았다. 내가 써드린 귀향 인사말은 또다시 무용지물이 됐다. 나의 청와대 생활 8년은 인사말로 시작해 인사말로 끝이 났다. 나는 8년 동안 대통령의 인사말을 쓴 것이다.

 인사(人事)는 사람의 일이다. 인사말은 사람으로서 응당 해야 하는 말이다. 리더는 인사말을 잘해야 한다.
무엇보다 인사성이 밝아야 한다. 인사성이 바르다는 소리를 듣는 건 어렵지 않다. 인사를 먼저 건네면 된다. 은행이나 주민자치센터 창구에서, 혹은 승강기에서 서부 활극 주인공처럼 상대가 인사하기 전에 선수를 치면 된다.

그런데 왜 그렇게 하지 않을까. 자신은 인사를 받는 사람이라는 권위의식 때문이다. 나도 누군가 내게 와 인사해주기를 기대한다. 내가 먼저 나서기가 민망하다. 그렇다면, 상대라고 어색하지 않겠는가. 이렇게 뻘쭘한 상황을 누가 깨야 하는가. 리더라고 자처하는 사람이 그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런데 오히려 그 반대 경우가 더 많다.

유명해질수록 다른 사람 잘 알아봐야

리더는 또한 사람을 잘 알아봐야 한다. 인사는 단지 인사말을 건네는 데 그치지 않는다. 아는 체를 하는 일이다. ‘아, 누구시죠?’ 하며 알아봐 주는 것이다. 그런데 리더 위치에 오를수록 내가 남을 아는 숫자 보다 남이 나를 아는 숫자가 많아진다. 나는 그를 모르지만 그는 나를 아는 경우가 많다는 뜻이다. 리더에게만 해당하는 얘기는 아니다. 나 같은 셀럽도 마찬가지다. 유명해질수록 내가 아는 사람보다는 나를 아는 사람이 많아진다. 이런 비대칭이 커질수록 나를 아는 사람의 서운함도 커진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가장 귀하다. 누군가를 좋아하고 남을 높이는 심리의 기저에는 스스로 존중받고 싶은 마음이 있다. ‘내가 저 사람을 안다’, ‘저 사람을 좋아한다’는 생각이 일방적이라는 사실을 확인하면 배신감을 느끼게 된다.

사람을 알아보려고 노력해야 한다. 모르면 미안한 마음이라도 가져야 한다. 알아봐 주는 것에 대해 고마워해야 한다. 이런 인사를 게을리 하면 건방지다는 소리를 듣게 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자신에게 돌아간다. 이건 필연이지만 당하는 자신은 그 영문을 모르고 억울해 한다.
아울러, 인사를 잘 받아야 한다. 누군가 인사했을 때 건성으로 받지 않고 ‘아, 누구구나.’ 이렇게 이름을 불러주거나, 시간이 없으면 눈이라도 마주쳐야 한다. 인사성이 좋다는 것은 인사를 잘 한다는 뜻과 함께 인사를 잘 받는다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다.

인사를 잘 안 받는 사람일수록 남이 자신에게 얼마나 인사를 잘하는지 민감하다. 직장 초년병 시절, 인사를 해도 잘 안 받는 상사가 있었다. 인사를 해도 안 받으니, 나도 언제부턴가 그 사람을 보면 자연스럽게 고개를 돌리게 됐다. 그런데 그게 패착이었다. 그분이 “누구는 인사도 안 한다”며 동네방네 씹고 다녔다. 그런 분은 말발도 세서 파급효과도 컸다. 누군가 내게 와서 ‘너 그 사람에게 큰 잘못 한 것 있어?’라고 물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인사를 안 받는 리더, 리더 자격이 없다.

리더의 인사말, 7가지 말의 조합

인사는 크게 일곱 종류가 있다. 안부 인사, 축하 인사, 위로의 인사, 격려의 인사, 당부의 인사, 자기소개, 감사 인사가 그것이다. 리더의 인사말은 이런 일곱 가지 말의 조합이다.

리더는 첫째, 안부 인사를 자주 해야 한다. 명절이나 선거철에 맞춰 누구에게나 하는 인사는 효과가 없다. 평소에 해야 한다. 또 누구에게나 하는 인사가 아니라 그 사람에게만 하는 인사여야 한다. 단체 메일이나 메신저를 보내더라도 수신인은 따로 해서 개별적으로 보내야 한다. 내용도 의례적이기보다는 각별해야 한다. 상대의 안부를 묻는 인사는 각별하기 어렵다. ‘잘 계시지요?’, ‘행복하세요.’, ‘건강을 기원합니다.’가 고작이다. 자신의 상태나 상황을 알려주는 안부 인사여야 한다.

둘째, 리더는 축하 인사를 해야 할 일이 많다. 축하 인사는 두 가지를 염두에 두면 잘할 수 있다. 그 하나는 축하해야 할 대상에 의미를 부여하고 기대를 표명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서른 생일을 맞은 사람이 있다고 하자. 단지 생일을 축하하기만 하면 할 말이 별로 없다. 나이 서른이 갖는 의미를 말해주고, 앞으로 있을 그의 미래에 관해 기대를 표명하는 것이다.

축하 인사에서 신경 써야 할 또 하나는 대상을 놓치지 않는 것이다. 졸업식에서 축하 인사를 해야 한다고 할 때, 먼저 졸업생과 학부모께 축하 인사를 해야 한다. 선생님과 축하하러 온 재학생, 내빈에게도 감사 인사를 해야 한다. 졸업생을 배출한 학교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이렇게 두루두루 빠진 사람 없이 언급해줘야 한다.

생일 축하를 할 때도 생일을 맞이한 당사자에게 축하하는 것은 기본이다. 그를 낳아준 부모님께 감사하고, 그가 낳은 자식이 있다면 그에게도 축복의 인사를 하는 것이다. 그랬을 때 할 말이 풍성해지고 내용도 충실해진다.

위로할 땐 충고, 동정, 비교 삼가야

셋째, 위로의 인사도 필요하다. 졸업식장에서도 축하만 하는 게 아니라 공부하느라 고생한 학생, 뒷바라지한 학부형의 노고도 위로해야 한다. 위기의 시대이다. 하지만 진심어린 위로를 받은 사람은 좌절하지 않는다. 위로가 넘어진 사람을 다시 일으켜 세운다. 그런 역할과 책임이 리더에게 있다.

위로의 말에도 조심해야 할 게 있다. 가장 위험한 것이 위로를 가장한 충고다. 병에 걸린 사람에게 술을 많이 마셔서 그렇다, 시험에 떨어진 사람에게 공부를 몇 시간 했느냐는 등 추궁에 가까운 위로는 오히려 마음의 상처를 깊게 한다.
동정에서 비롯한 위로도 좋지 않다. 남의 처지를 딱하게 여기는 것은 좋은데, 그것이 동정으로 비춰지면 위로받는 사람의 자존심을 상하게 할 수 있다. 누군가를 불쌍히 여기는 마음은 의외로 복잡하다. 착한 마음 못지않게 내가 그보다 낫다는 우월의식과 나는 저런 처지에 있지 않아 다행이라는 생각도 묻어 있다. 위로한답시고 당사자의 고통을 과소평가하는 말도 삼가야 한다. 상가에 가서 ‘호상’이라고 하거나, ‘나는 너보다 더한 일도 겪었다.’고 말하는 건 예의가 아니다.

넷째, 격려의 인사야말로 리더가 해야 할 일이다. 앞으로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갖게 해주는 격려, 믿어주고 한편이 되어주는 격려, 자신감을 키워주고 최고의 역량을 발휘하게 하는 격려, 주위를 살펴 힘들고 어려운 사람을 향한 격려. 리더는 이런 격려에 인색하지 않아야 한다. 격려를 잘하는 사람이 진정한 리더다.

당부 인사를 할 땐 먼저 칭찬하라

다섯째, 흔히 당부말씀, 당부사항이라고 말하는 당부의 인사도 빼놓을 수 없다. 당부는 부탁과는 다르다. 당부는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부탁할 때 쓰인다.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당부한다고는 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당부라는 말에는 본시 권위적 속성이 배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당부에 성공하려면 수평적 관계를 강조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시나 명령이 된다.

당부를 잘 하려면 먼저 칭찬해야 한다. 아낌없이 추켜세워야 한다. 그동안의 노고를 치하하고 감사를 표해야 한다. 그런 후 아직 부족한 점을 얘기한다. 이런 미진한 점과 함께, 향후 목표도 함께 제시한다. 지금까지 잘해왔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이 남아 있다, 우리가 가고자 하는 목적지는 어디이며, 그 길을 가야 하는 이유와 잘 가기 위한 방법은 무엇이라고 말해준다.

이런 배경설명은 장황해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실제 당부 내용은 짧고 명료해야 한다. 몇 가지라고 개수를 정해 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세 가지 혹은 다섯 가지, 이런 식이다.

당부한 후에는 보상책이나 비전을 제시해줘야 한다. 당부 받는 사람은 소극적이고 방어적이다. 희생만 강요해서는 당부대로 되지 않을 공산이 크다. 당부대로 했을 때 뭔가 얻을 수 있다는 기대감, 그 길을 온전히 갔을 때 누리게 될 청사진을 보여줘야 한다.

자기소개는 스토리텔링 위주로

여섯째, ‘인사’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처음 만나는 사람끼리 서로 자기를 소개함’이라고 나온다. 그렇다. 인사는 자기소개이기도 하다. 초등학교 시절, 자기소개를 할 때는 특유의 억양으로 “저는 무슨 초등학교 몇 학년 몇 반 몇 번 누구입니다.”라고 했다. 소속이 중요했던 것이다. 이후 대학에 가고 사회에 나와서도 어디에 다니는가, 어디에 속해 있는지가 자기소개의 핵심이었다. 소속이 곧 자신의 정체성이던 시대였다. 심지어 지역과 부모를 먼저 언급하기도 했다. 내 고향은 어디이며, 무엇을 하시는 아버지 밑에서 자라서, 이런 식으로 말이다. “니 아버지 뭐 하시노?”란 유행어도 그냥 나온 말이 아니다.


지금은 달라졌다. 어디를 나와, 어디에 다니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에 관심이 있으며, 무엇을 잘하고, 무엇을 하며 살았는지 쪽으로 무게중심이 옮아가고 있다. 자신의 역량, 성향, 스토리가 중요한 시대이다. 리더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역량, 성향, 스토리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 세 가지를 소개하는 상황에 맞게 적절히 배합해서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자기소개가 인사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의외로 크다.

일곱째, 리더는 감사 인사를 잘해야 한다. 축사를 하건 격려사를 하건 빼놓지 말아야 할 것이 감사 인사다. 인사치레의 감사가 아니라 진심으로 감사해야 한다. 리더는 그 자리에 있는 것 자체가 감사해야 할 일이다.

청와대에서 일할 때 생긴 과민성대장증후군으로 지금도 고생하고 있다. 매일 약을 먹어야 할 만큼 알레르기도 심하다. 과민성대장증세와 알레르기 모두 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고통스럽지만, 노력해서 고쳐지는 병이 아니다. 그래서 차라리 감사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과하게 민감한 장 때문에 나는 늘 준비하며 산다. 어디에 가든, 무엇을 하든 사전에 연습하고 준비한다. 일한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아도 장 때문에 낭패 보지 않았다는 것만으로 감사하고, 또 그것을 해낸 자신이 자랑스럽다. 또 알레르기 증세가 가라앉는 시간이 그렇게 감사할 수 없다. 그 시간에 집중해서 해야 할 일을 처리한다.

감사 인사는 일석삼조의 효과가 있다. 고맙다는 말을 듣는 사람을 기분 좋게 하고, 그렇게 말하는 자신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며, 감사의 말을 주고받는 사람 사이의 관계도 좋게 한다. 마땅히 할 말이 없을 때 무조건 감사해보라. 불러주셔서 감사, 와주셔서 감사, 기다려주셔서 감사, 함께 밥 먹을 수 있어서 감사 등등.

준비 안 된 인사말은 참사를 낳기도

인사(人事)는 사람으로서 응당 해야 할 일이다. 잘 된 일에 축하를 보내고, 도와준 데 감사하고, 힘든 사람을 보면 위로와 격려의 말을 전하는 것. 인사말은 사람을 사람답게 해주는 말이다. 또한 들인 수고에 비해 효과가 가장 큰 말이다. ‘안녕하세요.’란 말을 먼저 건네면 된다. 축하 인사나 감사 인사도 마찬가지이다. ‘축하합니다.’, ‘고맙습니다.’ 한마디면 된다. 그에 반해 얻는 것은 참으로 많다. 그러니 인사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아들이 고등학교 3학년 때 얘기다. 학년이 거의 끝나갈 무렵 아들의 담임선생님을 우연한 기회에 만나게 됐다. 아이를 맡겨놓고 한 번도 인사드리지 않았던 터라 순간 난감했다. 아내를 힐끗 보니 나보다 더 난처한 표정이었다. 나는 청와대 일로 바쁘다는 핑계라도 있지만 아내야말로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이때 아내가 이렇게 인사했다. “그동안 아다리가 안 맞아서 못 뵈었네요. 죄송합니다.” 명색이 연설비서관 아내가 처음 만난 선생님께 ‘아다리’라니! 제때 하지 않고, 준비 안 된 인사말은 이런 참사(?)를 낳기도 한다.


강원국 필자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증권회사 홍보실, 대우그룹 회장비서실 등을 거쳐 대통령의 스피치라이터로 8년간 일했다. 노무현 청와대에서는 연설비서관을 맡았다. 말과 글보다 미소 짓는 표정이 더 인상적이다. 저서로 『대통령의 글쓰기』, 『강원국의 글쓰기』, 『회장님의 글쓰기』가 있다. 각종 강연을 통해 ‘좋은 글쓰기’를 전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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