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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천 칼럼] ‘소주성’과 한국판 뉴딜에 없는 것: ‘수출+제조업+대기업’을 보완해야

by | 2020년 10월 2일 | 정책


코로나19 팬데믹은 방역과 경제의 ‘쌍방향 위기’를 낳고 있다. 방역 수위를 강화하면 경제 상황이 나빠지고, 경제를 살리려 하면 방역에 구멍이 뚫리고 만다.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현상이다.

방역-경제 위기는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말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문재인 정부는 한국판 뉴딜을 통해 경제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재정투입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임기 1년 7개월을 남겨 놓은 문재인 정부가 쌍방향 위기를 완화시킬 묘책은 무엇일까?
최병천 필자는 한국경제가 세계 10위권으로 올라선 요체를 ‘수출+제조업+대기업’이라 말한다. 그동안 박정희 시대의 불균형 성장전략이라 치부돼 왔지만 저성장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온고지신을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중국경제의 급부상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성장-분배의 두 축을 잘 유지하는 한편, 수출 주력 업종에 대한 R&D 지원 확대, 고급인재 육성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편집자]

#문재인 정부 전반기는 ‘소주성’
  진보세력의 ‘성장론’ 채택에 방점
  코로나19 이후 한국판 뉴딜로 전환
#식민지 경험에도 수출중심 공업화
  ‘수출+제조업+대기업’ 골격 갖춰
  세계 경제 10위권에 올라선 요체
#소주성·한국판 뉴딜, 몸통 비껴가
  대기업 스스로 잘하니 지원 부적절?
#중국 급부상, 글로벌 경쟁 감안해 
   R&D 확대, 고급인재 육성 필요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인 경제정책은 무엇일까?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집권 전반기의 대표적인 경제정책은 ‘소득주도성장론’이다. 집권 후반기에는 ‘한국판 뉴딜’로 압축할 수 있다.

소득주도성장론은 문재인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및 2017년 대선후보 기간 내내 강조했던 입장이다. 한국판 뉴딜은 2020년 7월에 발표됐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을 중간 평가하고, 보완할 지점은 무엇인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2018년 소득주도성장론이 정치적 쟁점이 되자, 경제정책에 관한 정부의 공식 해명은 ▲혁신성장 ▲소득주도성장 ▲공정경제의 3개 축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혁신성장과 공정경제는 이전 정부들도 추진하던 것이다. 이전 정부에는 없었는데, 문재인 정부에서 새로 추가된 정책은 ‘소득주도성장론’이었다. 사람들이 이것을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인 경제정책으로 주목해온 이유다.

2018년 1월부터 최저임금이 16.4% 인상됐다. 그런데 2018년 경제성장률은 2.9%, 물가상승률은 1.5%였다.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의 합계는 4.4%. 최저임금 인상률은 ‘성장률+물가상승률’을 합한 것에 비해서도 많이 올랐다.

2018년 연초부터 통계청이 발표하는 고용동향과 가계동향 수치가 악화되었다. 고용동향은 매월 발표되는 대표적인 고용지표이고, 가계동향은 분기별로 발표되는 대표적인 분배지표이다. 즉, 고용·분배 지표 둘 다 악화됐다.

‘최저임금 1만원 정책’에 대한 부정적 여론의 확산속도와 비례해 소득주도성장론에 대한 비판도 거세졌다. 2018년 후반기에 정부는 소득주도성장론이라는 표현보다 ‘포용적 성장’이라는 표현을 더 많이 사용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2020년 7월, 코로나19 위기로 인한 경제주체들의 어려움을 덜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한국판 뉴딜’ 정책을 발표한다.

한국정치사의 3대 이슈와 ‘소주성’

한국 현대사에서 보수와 진보는 크게 세 가지 이슈에서 입장이 달랐다. ①외교·안보 ②경제·성장 ③민주주의였다. 한국의 보수세력은 외교·안보에서 한미동맹론과 북한위협론을 강조했고, 경제·성장에선 ‘박정희 경제학’으로 집약된 주장을 펼쳐왔다. 그러나 민주주의 발전 측면에서는 개발독재를 앞세워 권위주의를 밀어붙이고 민주화 세력을 탄압했다.

반면, 한국의 진보세력은 외교·안보 분야에선 남북대화를 강조했고, 경제·성장은 ‘안티(Anti) 박정희 경제학’의 입장을 취했다. 그러면서 권위주의 체제에 맞서 민주화운동을 주도했다. 겉으로 드러난 결과로 볼 때, 외교안보와 경제성장을 보수가 주도했다면, 진보는 민주주의를 주도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야당 대표 시절부터, ‘한미동맹’을 강조하고 ‘성장론’을 강조했다. 그간 진보세력이 외교안보와 경제성장에서 취약한 것으로 평가받았기에, 이를 보완하려는 전략적 행보일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참여정부의 오류를 복기하며, ‘진보에는 왜 경제 성장론이 없는가’라는 화두를 무겁게 받아들였다.

2004~2008년의 17대 국회만 봐도, 진보는 ‘분배를 통한 성장’, 보수는 ‘성장을 통한 분배’를 거의 정설처럼 받아들였다. 당시 민주당과 진보정당 일부에서 “성장, 기업, 시장”을 입에 올리면 곧바로 ‘우파, 신자유주의자’라고 취급받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이런 일련의 맥락에서 보면, 소득주도성장론의 진짜 의의는 ‘소득주도’에 방점이 있는 게 아니다. 오히려 그간 성장론에 비판적 견해를 유지하던 한국 진보(민주화운동) 세력이 ‘성장론’의 필요성을 채택했다는 것으로 봐야 한다.

<한국의 연도별 수출입 규모 및 증감률>
*자료=한국무역협회, 단위=백만 달러

경제의 몸통은 ‘수출+제조업+대기업’

소득주도성장론의 주요 논리 구조는 ▲내수 중시 ▲중소기업 중시 ▲친(親) 노동조합 ▲분수효과를 강조한다. 이는 역사적으로 존재했던 ‘박정희 경제학’과 차별화된다. 박정희 식 개발독재는 ▲수출 중시 ▲대기업 중시 ▲노동3권 탄압 ▲낙수효과를 강조했다.  코로나19 이후 문재인 정부가 표방한 한국판 뉴딜 정책의 주요 내용은 ①디지털 뉴딜 ②그린 뉴딜 ③안전망 뉴딜이다.

그런데, 소득주도성장론과 한국판 뉴딜 정책에는 공통적으로 누락된 것이 있다. 그것은 ‘한국경제의 몸통’에 대한 대책이다.

한국경제의 몸통은 ‘수출+제조업+대기업’이라 요약할 수 있다. 이는 물론 ‘박정희 경제학’의 산물이다. 오늘날과 같은 한국경제 구조는 박정희가 1964년 수출 주도형 공업화 노선을 전면적으로 채택하고, 1973년 중화학공업을 집중 육성하기 시작한 것으로부터 큰 영향을 받았다. 그 산물이 바로 ‘수출+제조업+대기업’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전에 식민지 경험이 있는 나라들의 대부분은, 즉 중남미, 동남아, 중동 국가들은 대부분 ‘수입대체 공업화 전략’을 선택했다. 고대문명의 한 축을 담당하던 중국과 인도 역시 이 전략을 따랐다. 제3세계 국가들의 다수가 이런 경제발전노선을 채택한 근본 이유는, 19세기 초~20세기 전반에 겪었던 ‘식민지 트라우마’에다 사회주의체제의 내재적 발전방식을 추종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의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을 맡고 있는 이제민 교수는 자신의 저서 《외환위기와 그 후의 한국경제》에서 대다수 제3세계 국가들이 수입대체 공업화론을 채택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 지금 보기에 수입대체 공업화론은 실패할 수밖에 없는 정책이다. 그러나 1950~1960년대, 심지어 1970~1980년대까지도 대다수 개도국은 그런 정책을 추구했다. (…) 필자는 그 근본 원인이 역사적인데 있다고 생각한다. (…) 역사적 이유는 두 가지다. (…) 또 하나는 <식민 지배의 경험>이다. 신생 독립국 입장에서 과거 세계경제와의 통합은 식민지가 되는 것을 의미했다. 따라서 이들 나라는 정치적 독립을 넘어 “경제적 독립”을 성취하기 위해 선진국과 적극적으로 통합하는 것을 꺼렸다.
-이제민, 《외환위기와 그 후의 한국경제》, p.32~33


반면, 한국의 박정희는 다른 선택을 했다. ‘수출중심 공업화 전략’이었다. 식민지 경험이 있던 나라 가운데 동아시아에서 한국, 대만, 홍콩, 싱가포르가 이런 전략을 선택했다. 1970년대 후반부터 경제발전 모델국가로 손꼽히며 ‘아시아의 4마리 용’으로 불리게 된 이유다.

한국경제는 ‘수출+제조업+대기업’을 몸통으로 삼았기 때문에 오늘날 1인당 GDP 3만 달러 돌파를 달성할 수 있었다. 문재인 정부는 2018년에 “한국이 30-50 클럽에 7번째로 가입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30-50클럽이란, 인구 5000만 명 이상이면서 1인당 GDP가 3만 달러를 넘는 국가들을 의미한다. 한국이 온갖 역경 속에서 30-50 클럽에 가입할 수 있었던 핵심 동력 역시 ‘수출+제조업+대기업’이 한국경제의 골격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경제학에서 경제성장과 상관관계가 가장 높은 요인으로는 ‘규모의 경제’가 손꼽힌다.
경제성장에서 ‘수출’이 중요한 이유는 세계시장에 접근해 ‘규모의 경제’ 효과를 실현할 수 있고, 자국 경제를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야 하는 ‘규율 효과’가 작동하기 때문이다.
경제성장에서 ‘대기업’이 중요한 이유는 기업의 크기(size)에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해 글로벌 경쟁상대들과 맞설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성장에서 ‘제조업’이 중요한 이유는 1차 산업인 농업, 3차 산업인 서비스업에 비해 교역재(交易財)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역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에 용이하다. 오늘날 전 세계 교역량의 약 75%는 제조업 제품이 차지한다.

요컨대, 수출-제조업-대기업은 모두 ‘규모의 경제’를 극대화하는 장점을 갖는다. 이는 오늘날 경제성장론의 핵심 전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주성과 한국형 뉴딜에 없는 것

한국경제의 몸통을 수출+제조업+대기업이라고 볼 때, 소득주도성장론과 한국판 뉴딜 정책은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소득주도성장론은 ‘한국경제 몸통에 대한 비판이론’ 성격이 짙다. 논리 구조 전체가 ‘내수, 신산업 , 중소기업, 친노동’을 강조한다. 물론 ‘보완을 위한 문제제기’로는 일리가 있다. 그러나 이것들이 한국경제의 몸통을 대신할 수 없고, 억지로 짜맞추려 해서도 안 된다.

지난 7월 문재인 대통령이 의욕적으로 발표한 한국판 뉴딜의 경우 ▲디지털 뉴딜 ▲그린 뉴딜 ▲안전망 뉴딜로 구성되어 있다. 세 가지 정책의 카테고리 모두 좋은 내용이고, 장기적으로 필요한 정책들이다. 하지만 필자가 생각하기에 한국경제 몸통을 비껴가는 정책이다.

문재인 정부는 한국경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수출+제조업+대기업’에 대한 지원 및 업그레이드 정책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


[그림]에서 알 수 있듯, 2019년 기준 한국경제 10대 수출 품목은 ①반도체 ②자동차 ③석유제품 ④자동차부품 ⑤디스플레이 순서이다. 10대 품목의 총 수출액은 3042억 달러(약 353조원)이며, 총 수출액에서 56.1%를 차지한다.

수출+제조업+대기업에 방점을 두자고 주장할 경우, 대기업들이 스스로 잘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의 지원정책은 부적절하다는 반론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한국경제의 몸통인 수출+제조업+대기업 역시 ‘세계경제’와의 연계 속에서 이 문제를 봐야 한다.

한국의 수출+제조업+대기업은 ‘글로벌 경쟁’에 노출되어 있다. 중국 경제의 부상으로 인해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에 한국 기업들로선 ‘더 높은 경쟁력’을 갖춰야만 한다. 물론 과거처럼 단지 저임금에 기반한 제조업 위주로 노동기본권을 억압하는 방식이 돼선 안 된다.

슘페터의 ‘창조적 파괴’가 실제로 적용된 사례를 오랫동안 연구한 서울대 이근 교수(경제학부)는 《경제추격론의 재창조》에서 중요한 지적을 한다. 이근 교수는 이 책에서 중소득 국가가 고소득 국가로 올라설 때 상관관계가 가장 높은 것으로 ▲연구개발(R&D) 정책 ▲고등교육(박사-석사-학사) 정책을 꼽는다.

최근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 자동차, 디스플레이 산업의 대외 환경이 모두 급변하고 있다. 그런 현실을 감안해 정부는 이들 산업에 대한 R&D 지원 정책을 재점검하고, 이들 분야에 필요한 고급인재 육성을 적극 지원할 필요가 있다. 이는 교육 개혁과 긴밀한 관계가 있다.

요약컨대 한국경제의 몸통은 ‘수출+제조업+대기업’이다. 이는 오늘날 한국경제가 세계 10위권으로 올라선 핵심 요체다. 물론 격차 해소와 균형 발전을 위해 소득주도성장론과 한국형 뉴딜 역시 필요하다. 밥을 먹을 때, 반찬도 먹어야 한다. 그러나 반찬으로 밥을 대신하려 해서는 안 된다.

최병천 前 서울특별시 정책보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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