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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정 칼럼] 남중국해 분쟁, ‘무역국가’ 한국도 원칙 있는 대응을 할 때다

by | 2020년 9월 22일 | 국제

#중국 ‘구단선’, 남중국해 갈등 근원
  “역사적 수역” 주장 인정 못 받아
#필리핀과의 중재판결 불복은 패착
  유엔해양법 탈퇴 발상도 무책임
#EEZ ‘항행의 자유’ 강행하는 미국
  평화 내세우며 해양권 균형 주장
  중국, 명분 없어 국제 여론전 불리
#서해상 中 직선기선도 과도한 설정
  한국도 ‘FON 프로그램’ 참여해야

미국과 중국이 해양문제를 두고 갈등을 빚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01년부터 미중 양국은 남중국해상의 영토갈등과 함께 배타적 경제수역(EEZ)의 운용을 두고 크고 작은 물리적 갈등을 빚어왔다.

2001년 4월 미국 정찰기 EP-3과 중국 전투기 F-8의 충돌사고를 비롯해 해마다 갈등의 증거를 쌓아왔다. 이것을 국내 일부 언론에선 ‘미국의 동아시아 분쟁 개입’으로 다루려는 경향이 있다. 그 이유는 아마도 남중국해 분쟁의 당사국들은 중국과 아세안 5개국(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브루나이) 그리고 대만이고, 따라서 미국이 개입할 입장이 아니라고 보기 때문일 것이다. 요컨대 중국에 대항할 군사력과 경제력이 부족한 아세안 국가들이 미국이란 외세를 끌어들여 대중국 견제정책을 펴고 있다는 시각이다.

그렇다면 미국은 과연 아무런 당사자 자격이 없는 것일까? 미국은 과연 남중국해를 둘러싼 해양문제에 이해관계가 없는 것일까? 미국이 동아시아 문제에 개입하는 것으로 이해하는 게 과연 공정하고 객관적인 시각일까?

남중국해 주변 수역에서 벌어지는 미중 갈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에 관한 법적 권리·의무가 규정된 유엔해양법 체제를 먼저 이해해야 한다. 또한 2016년 7월 12일 헤이그 상설중재재판소 판결에 대한 중국의 태도를 통해 중국이 해양강국으로 성장할 역량과 의지를 갖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중국을 이웃나라로 두고 있는 우리나라 입장에서 남중국해 해역의 갈등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봐야 할지 고민할 때다.

남중국해 갈등의 근원 ‘九段線’

남중국해 문제를 단순히 주변국들의 영유권 다툼으로 한정하는 것은 매우 안일한 해석이다. 그 핵심은 중국이 설정한 ‘구단선’ (nine-dash lines)에 있다. 구단선이란 국민당정부 시절 1947년 반포된 공식 지도에 나타난 11단선을 기초로 만들어졌는데,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출현 이후 이를 9개 선으로 표시한 것이다.

그런데 구단선은 남중국해 전체 해역의 90% 가량을 포함하고 있다. 구단선이 법적으로 어떠한 성격인지에 대해, 2013년 필리핀이 중재재판에 제소하기 전까지 중국은 애매모호한 태도를 보여 왔다. 헤이그 재판 과정에서 중국은 “역사적 수역” (historical maritime waters)이라고 주장했지만 과거 어느 때에도 이 구단선의 정체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구단선이 왜 문제인가? 구단선이 만약 영해기선이라면 그 안에 있는 모든 수역은 중국의 내해(內海)가 되고, 거기 있는 섬들은 모두 중국 영토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구단선의 기선을 중심으로 12해리 이내의 영해를 추가로 설정할 수 있고, 200해리의 EEZ도 가질 수 있게 된다.

이것은 유엔해양법상 당연히 문제가 된다. 주변국과 협상을 해야겠지만 황당하기 그지없는 선이다. 게다가 구단선 안에 있는 수역은 내해이므로 남중국해 항로를 이용하는 모든 국가의 ‘항행의 자유’는 침해될 수밖에 없다. 남중국해는 한·중·일의 에너지 수입 가운데 80~90%가 통과하는 수역인 만큼 구단선 문제는 여러모로 시한폭탄이나 마찬가지다. 중국이 자국 관할수역이라고 주장하면서 통항을 문제 삼으면 꼼짝없이 국제분쟁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런 잠재적 위험으로부터 가장 심각한 위협을 받는 국가는 다름 아닌 ‘미국’이다.


美 해양정책의 금과옥조: 항행의 자유

미국이 남중국해에 있는 경제적 자원을 이용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따라서 남중국해를 둘러싼 국가들의 영유권 다툼에서 미국이 한발 떨어져 있다는 건 맞는 얘기다. 그러나 전 세계 모든 해양에서 여러 함대를 운영 중인 미국의 입장에서 ‘항행의 자유’는 해양강국의 핵심요소이다.

미 해군은 항행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군함·함대 운용 자체를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 따라서 미국은 1982년 유엔해양법 협상 당시 EEZ가 새로 도입된다 해도 EEZ에서의 군사활동 자유는 항행의 자유로서 분명히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원칙은 냉전체제의 상대국이었던 옛 소련에게도 중요한 것이었다. 그래서 EEZ에서의 군함의 항행은 공해(公海)와 동일한 수준으로 보장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지지했다.
이후 미국은 유엔해양법협약에서 규정하고 있는 해양법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나라에 대해 매년 “과도한 해양권 주장” (Excessive Maritime Claims) 사례를 발간해왔다. 이들 국가가 해양법협약을 자국 국내법과 일치시키도록 요구하기 위해서다. 이 보고서는 매년 ▲과도한 직선기선 획정 사례 ▲과도한 역사적 수역을 주장하는 경우 ▲무해통항을 방해하는 국가 등을 명시하고 있다. 중국이 내세우는 구단선은 바로 여기에 해당하는 것이다.

유엔해양법과 일치하지 않는 구단선

그렇다면 국제사회에서 과연 중국만 문제가 됐던 것인가? 유엔해양법 협상 당시 EEZ에서 타국 군함의 통항을 ‘사전허가제’로 하자고 주장하면서 서구 해양국가들과 대립각을 세웠던 나라는 브라질이었다. 그리고 브라질의 그런 입장에 인도, 말레이시아, 파키스탄 등이 동조했다. 중국은 그 당시 아무런 입장을 표시하지 않았다.
유엔해양법의 기본 틀을 마련할 때 적극 참여했던 국가들은 미국, 영국, 독일, 옛 소련이었다. 그래서 이들 국가는 기본적으로 유엔해양법의 입장과 거의 일치한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1971년 10월 유엔 가입 이후 세계무대에 데뷔한 중국이었다. 유엔해양법 협상에 참여하기도 했고 1996년 5월 16일 비준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그런데 10년도 더 지난 2009년 5월 7일 중국은 갑작스럽게 남중국해의 구단선을 유엔해양법 사무소에 제출한다. 구단선에 대한 공식적인 조치를 취하는 게 구단선의 합법성을 인정받는 길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구단선은 1949년 입안 당시부터 영국으로부터 이의제기를 받았다. 그 사이에 주변국으로부터 인정받지도 못했다. 이런 구단선을 뒤늦게 유엔에 제출한들 법적인 효력이 생기는 것일까? 아무리 영해기선을 긋는 것은 자국의 일방행위라 하지만 유엔해양법을 아는 국가들 사이에서 “해양경계 획정은 언제나 국제적인 측면이 있으며, 연안국의 국내법에 표시된 의사만으로 결정될 수 없다”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중국이 과도한 영해기선을 긋고 계속 우기면 관철될 것이라는 일방주의적 사고는 성실한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중국의 패착: 중재재판 판결 불복

유엔해양법을 운용하는 국가로서 중국이 행한 가장 큰 패착은 바로 필리핀과의 중재재판(PCA)에 대해 불복 태도를 보인 것이다. 중국과 필리핀의 직접적인 해양갈등은 2012년 중국이 필리핀 어선을 나포함으로써 증폭됐다.

필리핀이 분쟁 해결을 위해 유엔해양법에 따라 국제상설중재재판소에 제소했을 당시 중국은 어떠한 법원도 선택하지 않고 무작정 버티었다. 그래서 중국이 선택할 수 있는 중재재판관조차 해양법재판소가 대신 선정하게 되었다. 처음부터 중재재판 참여를 거부하고, 뒤이어 재판결과도 이행하지 않겠다고 한 것은 유엔해양법조약 당사국으로서 책임 있는 자세라 할 수 없다. 재판 절차를 최대한 자국에 유리하게 활용했어야 했지만 중국은 자국의 정치적 결정이 국재재판절차 위에 있다고 착각한 것 같다.

재판소 재판관들 가운데 유럽 출신 4인, 아프리카 출신 1인으로 구성된 재판정은 재판쟁점을 매우 적극적으로 받아들인다. 중국이 주장한 영유권 분쟁의 강제관할권 배제선언을 통해 재판 진행을 막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던 것이다. 요컨대 중국은 상황을 크게 오판한 것이다.


인공섬의 지위, 하나도 인정 못 받아

재판 결과 역시 중국의 참패였다. 중국이 주장한 구단선의 역사적 권리는 인정되지 않았고 중국이 간척을 통해 건설한 인공섬에 대한 ‘섬’의 지위는 어떠한 것도 인정되지 않았다. 게다가 중국이 실시한 간척과 인공섬 건설행위가 해양생태계 피해를 야기한다고까지 판시했다. 이에 맞서 중국은 판정 결과를 이행하지 않겠다고 주장했다. 일부에서는 ‘이행을 강제할 수 없으니 안 하면 그만’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중재재판결과에 대해 중국은 이행책임이 있다. 중국의 판결 불복 행위는 국제사회에서 제대로 된 국가로서 정치력을 발휘할 명분을 잃게 만들고, 국가적 품위를 떨어뜨리게 될 것이다. 한마디로 중국이 다른 사안에 대해 ‘국제법을 준수해야 한다’고 말할 때마다 어느 나라든지 중국을 향해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중재재판 결과나 이행하고 나서 국제법 운운하라!”

어느 나라든 자국이 지키겠다고 한 조약과 약속을 기만하면서 “법치주의” (rule of law)를 부르짖을 수는 없다. 국제사회에서 어느 국가든 지켜야 하는 게 있다면, 바로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 (pacta sunt servanda)는 원칙이다.

중국이 이 원칙을 우습게 여기며 역내강국 또는 세계강국이 되고자 한다면 그것은 스스로 무법천지 세상을 옹호하는 것이다. 이를 따르고 지지할 나라는 지구상 어디에도 없다. 이런 나라가 국제사회의 “기울어진 운동장” 탓을 하면 그 말이 일리 있다고 지지할 나라 또한 없다. 아무리 불만이 많더라도 중재재판 결과를 받아들이고 신의성실하게 주변국과 협의해 그 책임을 이행해 나가는 것만이 중국의 글로벌 리더십을 증명하는 길이다.

‘유엔해양법 탈퇴’ 발상은 무책임의 극치

2016년 필리핀과의 중재재판 결과가 나온 뒤 중국이 유엔해양법을 제대로 준수하지 않는 데 대해 전 세계의 비난이 이어졌다. 그러자 일부 친(親)중국 언론에서는 “너무 비난하면 중국이 유엔해양법 협약을 탈퇴할지도 모른다”라는 역(逆)위협적인 발언까지 쏟아냈다. 이런 발언이 단순히 정치서클에서만 나온 것이 아니라 친중 성향의 국제법 학계에서도 나왔다.

중국이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리더라면, 평화를 추구하는 국가라면 이렇게 책임의식 없는 발언을 해서는 안 된다. 국제사회에서 존경받는 우등생이 되겠다는 나라가 하루아침에 ‘깡패국가’가 되겠다는 행동과 다를 바 없다.

中 과도한 영유권 행사에 美 일관된 도전

남중국해에서의 미중 갈등은 중재재판 결과와 관계없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의 EEZ에 계속 군함을 순항시키고 전투기를 띄워 상공비행의 자유가 EEZ에서 보장되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미국이 남중국해에서 가동하고 있는 ‘항행의 자유 프로그램’ (The Freedom of Navigation Program, FON Program)은 오래 전부터 실행된 것이다. 1982년 유엔해양법협약이 채택된 후 지미 카터 대통령의 임기 말부터 가동돼왔다. 전 세계적으로 항행의 자유에 도전하고 있는 국가들의 관행에 대응하기 위해 계획된 것이다.
과도한 영해기선 설정, 무해통항에 대한 과도한 규제, 역사적 수역의 과도한 획정은 미국뿐만 아니라 남중국해 주변국들에도 분명 형평하지 않은 조치들이다.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대응함으로써 관행을 형성하는 것은 유엔해양법을 이행하는 모든 국가에 형평한 이익의 공유를 보장하는 첩경이다.

그래서 이것이 단순히 미국의 이익 또는 군사적 이익을 위해서만 실시된다고 볼 수만은 없다. 개도국들을 위해 EEZ를 통한 연안국의 자원개발권을 보장했다 하더라도 바다에 수많은 선박을 띄우고 있는 국가들에게 EEZ에서의 항행의 자유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다. 중국이 주장하듯 EEZ가 ‘안보를 근거로 규제될 수 있다’는 규정은 유엔해양법 어느 곳에도 없다.

중국이 자국의 안보 위협을 들어 EEZ에서의 자유로운 통항을 저해한다면, 중국 해군 또한 다른 나라의 EEZ에 절대 들어가서는 안 될 것이고, 사전 동의를 구하는 원칙을 일관되게 지켜야 할 것이다. 중국은 미국 군함의 위협에 대해서만 알레르기반응을 할뿐 자국 군함이 주변국에게 주는 안보위협에 대해서는 무시하고 있다.

군사적 충돌은 중국에 유리하지 않다

중국의 입장에서는 과거 자국의 역사적 수역이라고 우기는 한편, 애매모호한 영토경계선인 구단선을 획정해 실효적 지배를 할 경우 결국 자국 영토가 될 것이라고 계산하고 있을 것이다. 영유권 다툼에서 실효적 지배만큼 무서운 것이 어디 있겠는가? 그러면서 지속적으로 갈등을 회피하는 한편 군사력을 증강시킨다면 주변국들이 알아서 포기해줄 것이라고 보는 것 같다.

그러나 남중국해는 군사전략적 및 경제적 가치 측면에서 각국이 절대로 포기하기 힘든 곳이다. 중국이 처음부터 국제해양법에 따라 잘 관리했어야 했다. 그런 경우 대개 실효적 지배를 강화하기 위한 ‘갈등회피전략’을 사용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영유권 공고화 방식이다.

중국은 이미 남중국해에서 갈등회피전략을 펼치는데 실패했다. 게다가 국제재판을 통해서도 중국이 실효적 지배를 행사할 명분이 없다고 판단했다. 그럼에도 중국은 재판결과 이행을 거부하면서 버티기에 들어갔다. 미 해군은 지속적으로 항행의 자유를 확인하기 위해 군함을 파견하고 전투기를 띄우고 있다. 이곳에서 갈등이 발생할 경우, 더 구체적으로 표현해서 미중 무력충돌이 벌어질 경우 세계 여론은 누구를 지지할 것인가?

중국은 더 잃을 것이 없는 ‘깡패국가’가 아니다. 남중국해에서 지금처럼 갈등의 소용돌이 속으로 계속 빠져든다면 더 많은 것을 잃을 수 있다. 중국이 억울한 상황에 처했다고 호소해도 자신을 지지해줄 국가가 없는 고립무원 처지에 몰렸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고의적으로 미국의 군함이나 전투기에 물리적 충돌을 야기하는 것은 절대적으로 불리할 것이다.

미국은 이미 1980년대 중후반 ‘FON 프로그램’을 가동할 때부터, ‘항행의 자유’ 명분이 사라질 수준으로 연안국을 위협하지 않는다는 것을 내부 원칙으로 지켜왔다. 즉 연안국의 EEZ에서 군함의 항행이 ‘평화적 목적’ (peaceful purpose)을 위협하는 정도에 이르지 않도록 항상 경계한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중국측 신경을 곤두서게 할망정 항행의 자유를 성실히 수행하고 있다는 증거를 제시할 수 있다면, 미국은 국제 여론전에서도 절대 유리할 수밖에 없다. 미국 입장에서는 여전히 증거 채증의 단계인 것이다. 지금으로선 중국이 미국 군함에 대해 과도한 반응을 삼가는 게 현명한 길이라고 생각된다.

西海의 중국 직선기선도 과도한 수준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구단선을 긋고 역사적 수역이라고 주장하는 것을 보면서 우리는 한중 양국이 맞대고 있는 서해에서의 직선기선에 대해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다. 1996년 5월 15일 중국이 발표한 중국 영해기선은 직선기선을 이용해 획정돼 있다.

그러나 그 직선기선의 과도함이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는 중국의 직선기선을 공식 인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취해왔다. 국제사법재판소(ICJ) 또한 2001년 ‘카타르 vs. 바레인’ 해양경계획정 분쟁사건에서 직선기선은 예외적으로 사용되는 것이지 일반적인 영해기선 획정방법이 아니라고 지적한 바 있다.

우리나라는 한중 어업협정(2001년 6월 30일 발효) 체결 당시 중국의 직선기선을 인정하지 않는다며 이의제기를 했었다. 그럼에도 중국은 한 치의 양보 없이 자국의 직선기선을 수정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입장은 미국 국무성이 발행한 ‘바다의 한계 시리즈 중국 편’ (Limits of the Seas, No.117, 1996)에 잘 드러나 있다. 중국이 획정한 직선기선 가운데 24해리를 넘어 유엔해양법 직선기선 기점사용의 원칙을 준수하지 않은 것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원칙의 일관성을 통한 국익수호 필요

요즘 남중국해를 비롯한 태평양에서 전개되고 있는 미국의 FON 프로그램에 대해 우리 정부는 단기적인 정치적 계산만 해서는 안 된다. 남중국해에서 드러난 미중 해양갈등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는 해양국가의 장기 비전에 맞춰 원칙 있는 대응을 해나가야 한다. FON 프로그램의 참여로 인해 경제보복 피해가 우려된다거나 한반도 정세를 위협한다고 보는 것은 우리나라의 기존 해양정책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생각이다.

우리나라는 무역을 통해 성장해온 국가다. 그리고 국토의 삼면이 바다인 해양국가다. 우리가 중국, 일본을 넘어 태평양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은 해양의 자유를 보호하고 국익에 부합할 수 있는 해양법의 원칙을 지속적으로 공고히 해나가는 것뿐이다. 원칙에서 흔들리면 ‘이래도 그만 저래도 그만인 나라’로 비칠 수밖에 없다.

한국도 FON 프로그램 참여를 고려해야

우리나라가 항행의 자유를 지지하는 것은 결코 중국을 표적으로 삼자는 게 아니다. 더 크게 보면 우리나라 해양정책의 원칙을 대외적으로 명확히 하는 것이다. EEZ에서 해양운용의 원칙은 항행의 자유를 보장함으로써 ‘해양의 자유’ (Mare Liberum)의 이익을 공유하는 국가로 나아가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필자는 우리나라도 미국을 비롯한 인도, 일본, 호주가 참여하고 있는 FON 프로그램의 참여를 고려해야 한다고 본다. 만약 직접적으로 참여하지 않는다면 EEZ에서의 ‘항행의 자유’ 원칙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는 것이 필요하다.
자유무역의 질서와 자유항행의 이익을 공공재로 누려온 국가들은 그 공공재를 보호하기 위해 다함께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며, 그게 인류 전체의 이익을 보호하는 길이다. 지금까지 쌓아온 유엔해양법의 해양질서는 하늘에서 떨어진 우연의 결과가 아니다.
침묵은 때때로 방관일 수도 있고, 더 나아가 동조일 수도 있다.


최수정 필자

독일 함부르크대학 법학박사과정에서 해양법을 전공하고 있다. 해양수산개발원에서 11년간 책임연구원으로 재직한 바 있다. 주로 해양환경, 국제수산규범, 독도영토분쟁을 포함한 유엔해양법에 관한 연구를 해왔다. 현재 <사이버 기간시설로서의 해저케이블에 관한 국제법적 보호>와 관련된 논문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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