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렌체의 식탁>은 창간 2주년을 맞아 최근 ‘가족의 재구성 2040’을 주제로 온라인 방식의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앞으로 20년 후 가족·가정의 형태는 어떻게 변화할지, 우리 사회가 어떤 대책을 마련해야 할지 짚어보자는 취지에서다. 가족·가정의 변화는 사회변동을 추동하고 사회변동은 가족의 재구성을 촉진할 것이다.
이 행사에선 모두 6명의 연사가 발표했다. <피렌체의 식탁>은 먼저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강연한 ‘내가 꿈꾸는 일곱 색깔 가족’을 전해드린다. 6명의 연사 얘기를 종합해 보면, 10년 후, 20년 후에는 가족·가정에 못지않게 개인의 가치, 개인의 행복이 훨씬 중요해질 것이다. 따라서 개인-개인 사이를 이어주는 개방성, 다양성, 포용, 연대가 더욱 강화될 필요가 있다.
장 의원은 이날 Q&A 시간에 지난번 제1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방식을 예로 들었다. 우리 사회에서 제일 흔한 가구 구성이 1인 가족임에도 불구하고 사실 4인 가족에 초점을 맞춰 가장 많은 혜택을 주도록 했다는 것이다. 그는 “어쨌든 시민 개인에게 초점을 두는 그런 방향성 자체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편집자]

#정상가족은 異性 부부의 4인 가족?
  요즘 가장 일반적 형태는 1인 가구
#'1인 가구' 안에도 다양한 모습 존재
  가족을 구성할 권리, 평등하지 않아
#가족 제도와 법률상 누적된 차별
  공동체에 속할 권리 포기하게 만들어
#'포괄적 차별 금지법'을 제정해
  서로 연결되려는 개인들 지원해야

제21대 국회에서 정의당 소속으로 활동하고 있는 국회의원 장혜영입니다. 제가 오늘 발표할 주제는 바로 ‘내가 꿈꾸는 일곱 색깔 가족’입니다.

2020년에 가장 흔한 가구의 형태는 1인 가구라고 합니다. 여기 도표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총 가구 중에서 38.5%가 1인 가구 형태로 살아가고 있다고 합니다. 이것을 2016년과 비교해 보면 4%포인트 상승한 것이고, 가구 숫자로 따지면 2016년에 비해 무려 100만 가구 이상 늘어난 것입니다. 명실상부하게 대한민국의 가장 일반적인 가구의 형태는 1인 가구라고 말씀 드릴 수 있습니다.


저는 이 수치를 보면서 궁금한 점이 있었어요. 그게 뭐냐 하면 1인 가구라고 얘기되는 사람들이 정말 모두 혼자 살고 있을까, 그런 부분입니다. 사실은 고양이랑 살고 있거나, 아니면 친구랑 살고 있거나, 아니면 연인이랑 살고 있거나, 분명히 누군가와 함께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있을 텐데요. 이 사람들을 모두 1인 가구라고 호명하는 게 적절한 콘셉트(concept)일까, 그런 생각을 좀 하게 됩니다.

예를 들면 저 통계에서는 아마도 1인 가구라고 얘기되겠지만, 사실은 누군가와, 심지어 결혼해서 살고 있는 어느 한 분의 이야기를 여러분도 아마 만나 보신 적이 있을 겁니다. 바로 김규진 님인데요. 영상으로도 이 분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이 나와 있어서 나중에 컨퍼런스가 끝나고 검색을 해보시면 좋으실 겁니다.

김규진 님은 자기소개를 하실 때 ‘대한민국의 20대 레즈비언 유부녀다’, 이렇게 소개를 하세요. 이분은 사랑하는 분이 동성이시고 한국에선 그분과 결혼을 할 수 있는 제도가 없어서 미국 뉴욕으로 건너가서 결혼을 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 혼인신고를 하려 했을 때에는 여전히 민법상이나 헌법상 양성(兩性)이란 규정 때문에 결혼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영상>

그런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가족 구성권의 불평등을 느끼게 됩니다. 가족을 구성할 권리라는 게 누구에게나 평등하지 않다는 것이죠.
아마 <어느 가족> 영화를 보신 분들이 계실 텐데요. 이 영화의 포스터에 있는 사람들은 서로 혈연이 겹치는 것은 아닙니다. 어느 쪽이냐 하면 도둑질을 비롯한, 우리 사회 통념상 범죄라고 말하는 것들을 통해 서로 함께 공동체를 구성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가족이라고 말할 때 떠올리게 되는 끈끈함 같은 것들을 갖고 살아가는, 어떤 공동체의 이야기를 다룬 게 저 영화인데요.


이렇게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누구에게나 가족이 필요하다는 데 대해서는 아무도 뭐라 할 수 없을 겁니다. 우리는 분명히 누군가의 자식으로 태어났고, 태어나면서부터 어떤 형태의 가족에 소속됐습니다. 그 가족이라고 하는 것은 아주 1차적인 공동체로서, 결코 홀로 살아갈 수 없는 이 사회에서 수많은 자원과, 필요한 기술과 감정과 이런 것들을 주고받으면서 서로의 삶에서 굉장히 많은 영향과 응원, 지원 이런 것들을 나누는 그런 과정일 겁니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필요한 가족,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모든 가족 공동체에 대해, 우리 사회가 평등한 지원을 하느냐 하면, 그렇지 않습니다. 제가 이번 발표를 준비하기 위해서 구글 검색에 들어가서 ‘가족’이란 단어를 쳐 봤어요. 이미지 검색을 해봤는데 이때 나오는 화면들이 4인 이성 부부의 정상가족이 대한민국에서 얘기하는 가족의 아주 전형적인 모습입니다.

그런데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대한민국의 가장 일반적인 가족 형태는 1인 가구입니다. 그리고 1인 가구들도 저마다 굉장히 달라요. “대한민국에서 1인 가구가 제일 많은 도시가 어디일까요?”라고 여쭤보면 많은 사람들이 ‘서울일까? 1인 가구는 젊은 사람들 중심이니까’라고 생각하실 겁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전라남도예요. 전남에 가장 많은 1인 가구들이 살고 있어요.

이렇게 우리가 생각하는 가족과 실제로 변화하고 있는 가족은 굉장히 다릅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 사회에 존재하고 있는 가족지원제도들은 모두 이성(異性) 부부, 4인 가족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제 얘기를 한번 들려드리면 어떨까 싶은데요. 저는 지금 이 화면에 나오는 제 동생과 둘이 같이 살고 있습니다. 제 동생에겐 발달장애가 있고 어렸을 때부터 시설에 가서 굉장히 오랜 시간을 살아야 했어요. 그런데 약 3년 전에 제가 시설에 있는 동생을 다시 지역사회로 데리고 와서 둘이 함께 살아가면서 그 과정을 다큐멘터리로 만들어서 영화 개봉도 하고 많은 관객과의 대화도 나누었습니다.


그런데 관객과의 대화를 하게 되면 정말 빠지지 않고 나오는 질문이 있어요. 그게 뭐냐 하면요, “다 좋은데, 그렇게 사는 거 훌륭한데, 결혼을 안 할 거예요?”라고 묻습니다. 거의 모든 자리에서 빠짐없이 이 질문이 나옵니다.

저는 제 동생과 함께, 저와 제 동생의 삶을 서포트(support) 해주는 친구들과 함께 분명히 어떤 종류의 가족을 꾸려서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질문은 첫 번째로는 ‘그건 가족이 아니다’라는 관점을 얘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죠. 두 번째로는 ‘4인 정상 가족, 결혼으로 이루어진 이런 가정을 꾸리기에는 장애 동생과 함께 살아가는 젊은 언니라는 조건은 굉장히 결격 사유에 가깝다’라고 하는 관점이죠. 그런 두 가지 관점을 다 담아서 저런 질문을 제게 던지시는 겁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그것은 실제로 흔히 결혼이라고 하는 제도 안에서 실질적인 결격 사유로 작용하고 있기도 해요. 저에게 심심치 않게 오는 개인적 상담 내용 중에 하나는 이런 겁니다.
"내게 장애가 있는 형제자매가 있다는 사실을 알기 전에는 서로 혼담이 오가고 결혼을 하기로 했지만 그런 형제자매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니까 상대방에서는 '이 결혼을 할 수 없다, 심지어 너는 굉장히 이기적인 사람이다’라고 얘기까지 하면서 그 결혼을 무르는 경우가 여전히 우리 사회에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제가 던지고 싶은 문제의식은 이겁니다. 왜, 우리는 그러한 가족제도 혹은 가족이라는 관념 위에 서게 되었을까요? 그것을 보면 우리 사회에 존재하고 있는, 굉장히 여러 가지의 차별들을 생각하게 됩니다. 그게 성별을 이유로 한 것이든, 학력이든 지역이든 혹은 그 어떤 것이든 개인이 갖고 있는, 어떤 바꿀 수 없는 기본적인 특성들에 대한 차별. 그리고 차별들이 누적되면서 만들어진 문화, 그 문화가 반영된 제도들이 개인으로 하여금 어떤 공동체 안에 속할 수 있는 존재로서의 자기 자신의 권리를 자꾸 포기하게 만들어버린다는 겁니다. 그래서 1인 가구로 굳이 살고 싶지 않은데 1인 가구로 살게 만든다는 겁니다.

왜냐하면 이러한 차별이 타인과의 연결을 가족이라고 하는 형태로, 혹은 굳이 가족이라는 이름을 갖지 않아도 어떤 방식으로든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단위를 꾸릴 수 있는 그런 용기 같은 것들을 꺾어 버리기 때문입니다. 그건 그리고 지금 그 어느 때보다 개인이 중요하고, 개인이 강해지면서 동시에 너무나 연약해지는 이 사회에서 절대로 살아남기에 좋은 생존의 조건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어요. 누군가와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 가족을 구성하는 것이라고요.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먼저 시민으로서, 한 사람의 오롯한 개인으로서 존중을 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런 존중을 위한 개인 차원의, 사회 차원의 노력도 필요하겠지만 시스템 차원에서의 노력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을 하고요.

그래서 21대 국회가 시작되자마자 열심히 준비를 해서 저는 ‘포괄적 차별 금지법’이란 법안을 아홉 분 의원님들과 함께 발의를 했습니다. 포괄적 차별 금지법에 대해서 아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아직 모르시는 분들도 많으실 텐데요. 한마디로 아주 좋은 법입니다.
이런 취지만 봐도 알 수 있는데요. ‘이 법은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인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차별을 금지하고, 차별로 인한 피해를 효과적으로 구제함으로써 헌법상의 평등권을 보호하고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실현함을 목적으로 한다.’

참 아름다운 문장이라고 전 생각을 하는데요. 이러기 위해서 굉장히 구체적인 차별을 금지하는 방법들에 대해, 그리고 차별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에 대해 이 법안은 총체적으로 담고 있습니다. 법안 내용을 아주 간략하게 요점만 말씀 드리자면 ‘23 곱하기 4’를 기억하시면 됩니다.

우리 사회에는 성별, 나이, 장애, 언어 등 23가지의 차별 사유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 차별 사유들로 인해서 개인들이 부당하게 자신의 권리를 침해받는 주된 네 가지의 영역이 있습니다. 그게 고용, 교육일 수도 있고, 삶에서 꼭 필요한 재화·용역 서비스, 행정 서비스가 있을 겁니다. 이 23가지의 이유로 네 가지 영역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부당하게 차별하면 그것은 이 법이 금지하는 차별이다, 이런 내용입니다.

이런 차별금지법이 진작 만들어졌으면 좋았을 텐데, 사실 이 법은 우리 사회에서 한두 해 얘기됐던 법은 아닙니다. 정확하게 말씀드리면 2006년 국가인권위원회가 처음 만들 것을 권고했고 그 이후에 여러 차례, 이번에 제가 시도하는 것까지 포함하면 총 8번입니다, 8차례나 우리 사회에서 도입하려 노력했었지만 그때마다 여러 가지 이유들로 번번이 좌절되어온 법이기도 합니다.

이런 좋은 법이 지금까지 좌절되어 왔던 것에 어떤 사유들이 있을 텐데요. 제가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는 현재의 차별적인 구조로 인해서 이익을 보고 있는 사람들이 있고 그 이익을 포기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차별의 구조가 존속되길 바라고 있기 때문이다, 저는 이렇게 생각해요.

하지만 지금이야말로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어느 때보다도 개인들이 평등하게 안전할 권리를 누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누구라도 상황에 따라서 어떤 차별과 혐오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하는 그런 교훈을 아주 피부에 와 닿게 느끼고 있는 지금, 이제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필요성을 그 이전 어느 때보다도 우리 시민들께서 잘 느끼고 계시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오늘 얘기의 시작을 1인 가구로 했으니까 다시 1인 가구로 돌아가고 싶은데요. 저는 여전히 그렇게 생각해요. 그 1인 가구들은 1인 가구라고 지칭되고 있지만 분명히 그 누군가와 함께 온기를 주고받으면서, 응원과 지원을 주고받으면서, 때로는 갈등하면서 함께 살아가고 있을 겁니다. 그리고 그 어느 때보다도 불확실한 현재와 미래를 마주하고 있는 우리는 그렇게 열심히 살아가기 위해서 서로 연결되려고 노력하는 개인들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려면 그 어떤 개인이라 하더라도 자기가 타고난 그 어떤 이유로도 우리 사회에서 부당하게 차별받지 않도록, 그가 존엄할 권리를 보장하고 누군가와 함께 살아가기 위한 여러 가지 창의적인 연결들을 다 가족의 이름 안에서 우리가 힘껏 지원할 수 있는 그런 토대를 만들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 코로나19 시국에도 차별 금지법을 제정하기 위해서 오늘 이 순간에도 ‘평등 버스’가 우리 사회 어딘가를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라고 하는 단어에 대해서 우리가 이제 굉장히 익숙해졌지만, 저는 그보다는 물리적 거리두기와 함께 더 단단하고 안전한 사회적 연결에 대해서 앞으로도 여러분과 함께 고민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Q&A

▲질문
가족을 구성할 권리가 누구에게나 평등하지 않다는 주장에 공감을 많이 하게 됩니다. 앞으로 차별금지법안과 함께 ‘일곱 색깔 가족’의 형성을 위해서 장 의원님이 앞으로 제정 또는 개정하고 싶은 법률과 제도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답변
우리 사회에서는 이미 생활동반자법에 대한 논의가 오래전에 시작됐습니다. 이를 통해 프랑스처럼 ‘팍스(PACS)’ 비슷한 제도가 마련되는 것이 실질적으로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지금은 주로 저출생 대책으로서 신혼부부 중심의 지원을 해왔는데, 생활동반자법이 만들어져 훨씬 더 다양한 가족 구조들을 염두에 두고 열린 방식의 지원을 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당장 지난번 제1차 긴급재난지원금만 하더라도, 우리 사회에서 제일 흔한 가구 구성이 1인 가족임에도 불구하고 사실 4인 가족에게 가장 많은 혜택을 주도록 했잖아요. 어쨌든 시민 개인에게 초점을 두는 그런 방향성 자체를 만드는 게 중요합니다.

정리=한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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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영 의원

제21대 국회의원이자 정의당 혁신위원장. 정의당 비례대표 2번으로 국회에 입성했다. 2011년 연세대를 자퇴하며 이른바 ‘스카이(SKY) 자퇴생’의 일원으로 화제에 올랐다. 이후 장애인 동생의 자립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어른이 되면>을 제작했다. 좀 더 실효성 있는 장애인 인권증진방안을 고민하다가 정계에 입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