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 이후 불과 넉 달 만에 민심이 요동치고 있다. 집권여당의 지지율이 급락한 가운데 미래통합당은 부동산정책의 실패를 지렛대로 삼아 공세 수위를 높인다.  그러면서 ‘부동산 민심’도 들끓고 있다. 
정부여당은 뒤늦게 부동산 민심관리에 총력전을 펼치는 모습이다. 8.4대책을 통해 공급확대, 보유세 강화 방안을 발표한데 이어 국회에서 임대차3법을 단독 처리했다. 당·정·청 개편 때 인사검증의 첫 번째 조건으로 ‘다주택자’를 배제하는가 하면, 민주당 대표 선거에 나선 세 후보들은 사과·반성 모드로 고개를 숙였다.
경제 부총리인 홍남기 기재부 장관은 20일 국회에 나가 부동산값 안정을 다짐했다. "큰 대책을 발표한 후 8주 정도 갔을 때 효과가 나타난다"며 "지난주까지 봤을 때 서울 주택가격 상승률은 0.02%로 사실상 멈춰 있다"고 설명했다. 
<피렌체의 식탁>은 ‘부동산 민심’의 정치·경제적 맥락을 짚어보는 집담회를 준비했다. 정치·경제·정책·미디어 분야에서 일해 온 여섯 명이 ‘부동산 민심’의 실체와 대책, 전망을 짚어보았다. 결론은 부동산정책도 코로나19 방역처럼 “go hard, go early" 원칙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강력하게, 초기에"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얘기다. 머뭇거리고 늦어질수록 정책의 약발도 안 먹히고 부작용은 커질 수 있다. 자유롭고 솔직·발랄한 토크를 위해 역시 필명으로써 대화 내용을 전한다. [편집자]

◇부동산 민심을 어떻게 볼 것인가?

-23차례 대책에도 지지층 이탈 가속화
-매수자 우위, 가격하향 시그널 만들어줘야
-투자·투기 기반한 비판에 휘둘리면 안돼

▲피터팬
부동산 민심이반이 심각한 거 같다. 꽤 잘사는 편인 50대 후반 남성이 최근 이런 얘기를 하더라. “무주택자는 좌절하고, 1주택자는 한숨 쉬고, 다주택자는 분노한다.” 그 말을 듣고 모두 웃었지만 민심 이반의 단면을 느낄 수 있었다.

▲공평무사
보수층은 진보정권과 기본적으로 철학·이념을 달리한다. 이들은 부동산값 급등 덕에 경제적 이익을 거두었지만, 세금 부담 증가와 정책 불신 등으로 여전히 불만이 많다. 뼈아픈 것은 현 정부의 전통적 지지층인 진보세력, 중산층 이하 서민, 젊은 세대 등도 인내의 한계점을 넘어섰다는 거다. 이런 마당에 중도 성향, 중산층이 현 정부를 지지할 것이라 기대하기 어렵다.

▲버나드
문재인 정부는 임기 초반부터 계속 ‘집값을 잡겠다’는 메시지를 반복했다. 그래서 처음 2년 정도는 그런 ‘선한 의지’를 믿고 지지층들이 신뢰했던 것 같다. 그런데 부동산 관련 정책들이 현실 인식도 정확하지 않았고, 일관성도 없었다. 예컨대, 주택임대사업자 특혜는 민간부문에서의 전세 공급이라는 선한 부분을 본 것인데, 그 이면에 있는 투기 부분을 간과했다. 그러다 보니 월세, 전세를 사는 사람들이 집을 사는 게 더 어려워졌다. 집권 3년차가 됐는데도 집값은 계속 뛰었다. 네 번의 선거에서 연거푸 집권여당을 밀어줬는데, 가장 큰 민생문제를 해결 못한 셈이다. 지지율 하락이 당연한 것 아닐까.

▲마포대포
문재인 정부의 초기 목표는 갭 투자 또는 다주택자를 규제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다 규제 수위가 점점 높아져 당초 9억원 기준으로 조정(투기) 지역에 대한 담보대출을 LTV 40%, 50% 수준으로 제한하였다가, 지난해 12월엔 15억원 초과 주택담보대출 전면 금지 등 수요규제에 나섰다. 그러면서 중산층 실수요자들의 불만도 커지게 된 거다. 정부여당의 지지율이 빠지는 것은 부동산대책을 23차례나 발표하면서 중산층의 이런 욕구를 무시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정부의 주거복지 로드맵이 훌륭한 정책임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한 이유는, 욕망의 사다리에 접근조차 할 수 없는 청년, 노년, 저소득 신혼부부를 주 대상으로 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수도권→서울 비강남→강남'의 주거 사다리를 타려는 30~40대 실수요자들의 심리적 동요, 서울지역 공급물량 미흡 등이 작용했다.
한국은 손낙구 박사의 표현처럼 <부동산 계급사회>나 마찬가지다. 부동산 소유가 사회적 지위와 계층을 말해준다. 박정희 시대에 강북-강남 격차가 발생했고 이명박 시대엔 ‘강북 뉴타운’ 개발을 대대적으로 벌였다. 그 결과 이제는 ‘서울-비서울’로 부동산값이 양극화된 게 아닌가.

▲피터팬
야당과 보수언론의 공세가 갈수록 거칠어진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서울 ‘그린 스마트 스쿨’ 현장을 방문했다는 뉴스를 봤다. 그 때 수학교사로부터 “대통령님은 미래에 대해 궁금한 게 있으십니까?”는 질문을 받고 “네, 지금 제일 현안인 미래의 부동산에 대해서…”라고 답변했다. 청와대 측이 얼마나 고심하는지 느낄 수 있었다.

▲마포대포
야당과 보수언론의 공격은 정권 말기가 될수록 더욱 심해질 것이다. 실수요자의 계층이동 사다리를 빼앗는 정부라고 공격할 것이다. 정부여당으로선 주거복지 로드맵 정책 등을 꾸준히 밀고 나가되, 유연하게 사고할 필요가 있다. 1가구1주택 실수요자를 배려하고, 시장에 매물이 나와서 가격이 어느 정도 하향 조정될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해줘야 한다.

▲공평무사
야당 공세에 대한 대응방안은 정공법밖에 없다. 즉, 부동산가격을 하향 안정화시키는 방법밖에 없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에도 부동산가격은 오르고 있어서 야당 및 보수언론의 야유와 비판의 근거가 되고 있다. 가격 안정만으로 전통적인 지지층이 돌아오진 않을 거다. 무엇보다 중산층·서민 그리고 젊은 세대가 열심히 살면 내 집을 가질 수 있다는 희망을 주어야 한다.

▲버나드
한국에서 부동산은 자산 증식과 거주 공간이라는 두 가지 기능이 교묘하게 섞여 있다. 문재인 정부의 초기 정책이 전자에 눈을 감고 후자에만 집중했다면, 야당과 보수언론은 전자만 생각한다. 특히 경제관련 매체들은 극단적인 시장주의에 빠져있다. 그들에게 부동산은 단지 투기·투자 대상일 뿐이다. 자꾸 그런 비판에 얽매이면 모순적인 정책을 내놓게 된다. 이건 가치지향의 문제이고, 그걸 포기하면 양쪽에서 비판을 받게 된다. 과도한 투기소득을 차단하는 동시에 거주 공간으로서 주택공급을 늘리는 방안을 우선해야 한다. 중요한 건 일관성이다.

▲피터팬
부동산은 경제정책 문제이면서 진영 이슈, 정치 이슈가 됐다. 언론매체에선 8.4대책이 23번째 대책이라며 문재인 정부의 무능을 공격한다. 국토부가 지난 14일 수도권에 주택 127만호(서울 36만호 포함)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젠 뭔가 대책을 내놓을 때 정책-정치의 시너지 효과를 생각해야 할 거 같다.

▲버나드
그런 부분이 문제였다. 대통령은 집값을 잡겠다는데, 고위공직자와 청와대 인사들이 다주택자이고, 그들이 강남 부동산에 계속 투자를 한다는 건 정책 집행력의 문제다. 이것을 도덕적 문제로 보는 사람들이 있는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질병본부 본부장이 마스크를 쓰라고 하는데 질본 공무원들이 착용하지 않는다면, 이게 도덕성의 문제인가? 아니다. 마스크를 안 써도 된다는 사인이다.

▲스컬리
문재인 정부의 정책 목표는 일관되게 ‘가격안정화’를 지향해왔다. 수요억제, 공급확대, 투자 기대수익 낮추기 등의 세 가지 원칙에 따른 것이다. 8월 14일에 발표한 ‘수도권 127만호 주택공급 계획’은 기존의 공급확대 방안을 취합한 거다. 127만호 가운데 2022년까지 공급되는 것은 57.5만호이고, 2023년 이후에 65.3만호가 공급된다. 실수요자들의 심리적 불안을 달래기 위한 조치라고 본다.

▲마포대포
문재인 정부 초반에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 주택임대사업자 양성화 정책이 그것이다. 내 생각엔, 임기 초반에 보유세를 강화하고 거래세를 완화했다면 시장에 매물이 많이 나와서 매수자 우위 구도가 만들어질 수 있었다. 부동산값도 약세를 보였을 것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저소득층 주거복지와 관련해 어느 정부보다 노력해왔다고 평가한다. 국토부 장관이 2022년까지 공공임대주택 비중을 9%, 2025년까지 10%로 끌어올리겠다고 했는데, 현 정부 초기에 5% 수준이었던 게 올해 7.1%로 올라갔다. 지난 8.4대책에 따라 공급물량이 늘어나려면 최소 2~3년 걸린다. 부동산값을 당장 잡기에는 시간적으로 한계가 있다. 그에 따른 보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공평무사
참여정부의 실패 교훈에도 불구하고, 현 정부에서는 안일한 생각과 자세로 땜질식 대책을 발표해왔다. 최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공급확대정책은 경제학이론 측면에서 보면 일견 타당한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전혀 그렇지 않다.
수요·공급 이론을 적용받는 재화 또는 서비스는 다양하다. 수급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게 주식시장이고, 가장 느린 게 부동산이다. 왜냐하면 부동산시장에서 수요는 즉각 반응하지만, 공급은 상당한 시차를 두고 이뤄진다. 8.4 공급대책과 관련해 말하자면, 아파트 분양까지는 상당한 시차가 존재하는데, 이걸로는 현재의 수요 확대를 잠재우는 게 불가능하다. 무엇보다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불신이 뿌리 깊게 퍼져 있다.

◇8.4대책, 임대차3법의 기대효과

-부동산세 인상, 투기심리 억제 효과낼 것
-임대차3법 뒤늦게 처리한 건 만시지탄 
-차기 대선에 영향 미치면 진보세력 타격

▲스컬리
부동산세금 인상 효과는 내년 상반기부터 어느 정도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투기심리 억제 효과도 가시화될 것으로 본다. 다만, 임대차3법이 전월세 가격안정으로 이어질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마포대포
임대차3법이 이제서야 통과돼 만시지탄을 감출 수 없다. 하지만 절차적 과정에서 큰 후유증을 남겼다. 경제·민생 입법 사안을 야당과 토론 없이 처리했는데 여당으로선 끝까지 협치의 모습을 보여야 했다. 통합당 윤희숙 의원이 5분 자유발언에서 남긴 “전세 소멸, 월세 가속화” 메시지가 서울과 수도권의 유권자 표심을 흔들었다고 본다.
어쨌든, 다주택자나 법인 혹은 임대사업자들의 경우, 최고 6%의 보유세 부담은 거의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10년 정도면 재산세, 감가상각 등을 감안할 때 원본 잠식상태가 될 수 있다. 게다가 양도소득세가 최고 70%까지 중과되니 내년부터 일정 부분 매물이 등장할 수 있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 당시 종부세를 강화했다가 2008년 정권교체 이후 유야무야됐던 전례를 고려할 때 얼마나 매물이 나올지는 미지수다. 다주택자 입장에선 월세를 올리거나, 전세 보증금을 낮춰 월세 비중을 올리는 방법밖에 없을 거다. 실수요자들도 전월세가 상승 땐 매매로 전환하는 사례가 공존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공평무사
공급확대정책이 효과를 내려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고, 세금인상효과도 당장 나타나기 힘들다. 부동산정책의 가장 중요한 변수는 기대심리인데, 요즘 일반 국민들은 강력한 정책에도 불구하고 부동산가격이 잡히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부동산 소유자들이 당장의 보유세 인상보다 가격상승 기대가 더 클 수 있다. 가능하면 팔지 않고 버텨볼 것이다.
걱정되는 대목은 부동산가격의 폭등이 계속될 경우다. 문재인 정부의 임기 말까지 지속된다면 차기 대선에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금까지 23번의 부동산대책을 내놓았는데 그 실질적 효과는 차기 정부 들어 나타나기 시작할 거다. 만약에 부동산정책의 실패로 인해 진보세력이 정권재창출에 실패한다면, 그 영향은 두고두고 오래 갈 것이다.

▲냥집사
그래도 8.4 부동산대책으로 투기심리가 어느 정도 억제된 것 아닌가. 개인적으로, 임대차3법이 실시되면 전월세 안정→집값 안정 효과라는 선순환 효과를 낳을 것이라고 본다.

▲마포대포
다주택자의 투기심리는 상당히 억제될 것이다. 정부가 최근 전월세 전환율 연 2.5%를 서둘러 발표한 이유는, 저소득층 임대료 인상을 최소화하기 위해서일 거다. 현재의 전환율 연 4%는 기준금리나 시장금리를 고려할 때 높은 수준이 아닐 수 없다. 다만 임대차기간이 끝나서 다른 세입자를 찾는 경우에는 임차료 상승이 100% 확실하다. 이 부분은 주택임대차보호법 적용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강남3구 지역에서는 월세 또는 전세보증금을 대폭 올리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들었다. 정부에서 표준임대료 고시제도 도입을 추진 중이나, 그걸 현실화하기란 만만치 않을 것 같다.

▲스컬리
이 대목에서 통합당 윤희숙 의원의 ‘임차인 발언’을 평가해보고 싶다. 윤 의원 발언은 합리적 보수를 갈망하는 보수 진영의 요구에 부합하는 메시지였다. 최근 몇 년간 보수의 이미지는 ‘막말’과 ‘무례함’이었다. 윤희숙 의원은 경제학자의 훈련된 논리 체계에 입각해서 설득력 있는 발언을 했다.
다만 윤 의원이 말한 ‘전세의 소멸’은 과도한 전망이다. 전세는 부동산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가 꺾이지 않는 한, 쉽게 소멸되지 않을 거다.

▲버나드
세 가지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첫째, 미래통합당이 21대 국회 들어 처음으로 대중들의 평가를 받은 ‘의정활동’이었다. 야유만 퍼붓고 퇴장하는 게 아니라 원내에서 자기들 주장을 펼치는 걸 유권자들이 더 좋아한다는 게 증명됐다. 둘째는, 정확하게 통합당 지지자들의 입장을 대변했다는 것이다. 이건 정치인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역할이다. 셋째는 통합당이 취해야 할 수사의 방식을 잘 포착했다는 점이다. 사회경제적 강자의 입장을 대변했지만, 그 목소리는 약자의 것이었다.
윤희숙 의원의 방식을 다른 분야로 적용해 보겠다. 예를 들면, 정부가 김용균 사건 후 산업안전규제를 대폭 강화하려 할 경우, 민주당 의원이 비정규직 하청노동자의 목소리를 빌어 ‘그렇게 하면 회사 망해서 저 같은 사람이 더 힘들어집니다~’ 이렇게 말하는 방식이다. 기만적이지만 효과적이지 않나.

◇투자냐, 투기냐의 갈림길

-30~40대의 ‘똘똘한 한 채’ 욕구 증폭
-지분적립형 분양 쿼터 확대 필요
-집단적 투기 계속 땐 불평등 가속화

▲피터팬

부동산민심과 관련해 주목할 부분은 30~40대의 ‘주택 사다리’ 욕구일 거 같다. 이른바 ‘똘똘한 한 채’의 욕구를 어떻게 충족시켜야 할지 맞춤형 정책이 필요한 것 아닌가.

▲마포대포
이른바 ‘서울 공화국’이 끝나지 않는 한,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욕망이 사라질 수 없다. 분양위주 주택정책으론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불신과 낙인효과를 없앨 수 없다. 30~40대의 불만은, 이전 세대들이 누려온 주택 사다리의 혜택을 누릴 수 없는 사회적 환경이 고착화되었다는 데 있다.
게다가 박근혜 정권 시절 “빚내서 집 사자” 대열에 막차를 탄 사람과, 못 탄 사람의 차이가 최근 극명하게 나타났다. 서울에서 시가 6억 이하 아파트는 전체 아파트 대비 33.5만 가구, 27% 수준이고, 도심에서는 거의 6억 이하 아파트를 찾아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6억 이하에만 신혼부부 특례대출을 내주겠다는 정책 자체가 비현실적으로 느껴진 거다.

▲버나드
부동산정책을 통해 '똘똘한 한 채' 욕구를 충족시킬 수 없을 뿐더러,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 똘똘한 한 채란 게 결국 투기에 가까운 자산 증식이 되는 부동산을 가리킨다. 5억에 사서 2년 있으면 8억, 9억이 되는 걸 똘똘한 한 채라고 한다. 10년, 20년 지나서 3~4억 오르는 걸 그렇게 부르지 않는다.
이런 욕구는 부동산이 계속 오른다는 시스템이 작동하면서 생긴, 인공의 욕구다. ‘주택 사다리’라고 하지만, 사실은 집단적 투기다. 정상적인 자산 투자라고 보기 어렵다. 종자돈을 갖고 있거나 은행 빚을 낼 능력, 그리고 집값이 계속 오른다는 확신을 갖추고 있어야 사다리 타기에 도전할 수 있다. 이런 시스템을 계속 유지하면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가속화시킬 뿐이다.

▲스컬리
3040 세대의 주택 사다리 욕구는 대체로 정당하다고 생각한다. 그들 입장에서는 LTV(주택담보대출), DTI(소득과 연계된, 총부채상환비율)에 대한 강력한 규제와, 청약제도상 추첨제 비중이 줄고 가점제 비중이 확대되는 등 과거에 비해 상대적 불이익이 많아졌다. 한마디로 ‘주택 구매’의 문이 좁아졌다. 정부가 이번 8.4 대책에서 ‘지분적립형 분양모델’을 발표했는데, 3040 세대에겐 상당 부분의 쿼터를 할당해 정책적으로 배려해줄 필요가 있다.

▲냥집사
욕망에 부응하는 게 정치 영역인가, 정책 영역인가 묻고 싶다. 부동산 정책의 목표는 어떻게 국민의 기본권, 주거권을 보호할 것인지, 그 해법을 찾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 운 좋게 강남3구에 아파트를 갖고 있는 40~50대들도 자식들을 독립시킬 능력이 없다. 자식 세대가 하우스 푸어가 되든 월급 노예가 되든 그래야 한다는 얘기인데, 일자리 자체가 급감하는 21세기에 그게 가능할지 모르겠다. 3040세대 말고 1020세대도 희망을 갖고 살아갈 만한 미래형 정책을 펼쳐야 하는 게 아닐까? 그게 3040의 주택 사다리 욕망보다 더 중요하지 않나?

◇공공임대주택 확대 방안

-'직주 근접+양질'의 공공임대 확대 시급
-정책 목표, 수혜 대상 명확히 설정해야
-연기금 투입, LH 부채비율 예외 허용도

▲공평무사

주택수요란 게 참으로 다양하다. 그중 30~40대와 서민들의 주거문제를 해결하려면 지리적으로, 질적으로 만족도가 높은 공공임대주택을 대폭 확대 공급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장기적인 주택공급정책의 바탕이 돼야 한다.

▲스컬리
공공임대주택은 정책 목표와 수혜 대상을 분명히 정할 필요가 있다. 서민층을 대상으로 할지, 중산층을 대상으로 할지, 부동산 가격안정의 수단인지 주거 취약계층을 위한 복지인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 지금은 이런 것들이 한데 뒤섞여있는 거 같다.

▲마포대포
양질의 공공임대주택 비중을 확대하기 위한 예산 투입이 불가피하다. 건설임대 후 분양에 집중하다 보니, 실제 장기임대 보유물량이 5% 수준밖에 안 된다. 이런 흐름을 바꾸기 위해 연기금 투입도 고려해야 봐야 한다. LH공사 부채비율 한도 조정 등 공기업 경영평가의 예외사항을 두는 것도 검토할 만하다.

▲냥집사
우리 자식세대에게는 공공임대주택 정책 밖에 답이 없다. 중요한 건 제대로 된, 고품질의 공공임대주택이다. 임대주택은 요즘 일종의 게토처럼 여겨진다. ‘휴먼거지’, 휴거라는 말이 나온다. 그동안 공공임대주택 정책은 실패했다. 부자들은 못 사는 사람과 섞이지 않으려 한다.
조금 더 세심한 정책이 필요하다. 15평부터 30평대까지 골고루 섞어서 좋은 입지에 제공되어야 한다. 도심 고밀도 개발이든 뭐든 직주 근접의 수요를 채우는 방향에서 도심지역의 공공임대를 늘려야 한다. 적정 월세만 받아도 정부 입장에서도 밑 빠진 독에 물붓기가 아니다. 부동산 관련 세금을 제대로 거둬서 주거 안정에 써야 한다. 1%의 다주택 보유자를 빼곤 국민들의 세 부담이 늘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리고 협조를 구해야 한다.
지난 6월 입주에 들어간 남양주 ‘위스테이 별내’는 국내 최초의 협동조합형 공공지원 민간임대아파트라고 들었다. 국토부 시범사업으로 선정됐는데, 사회적 기업 ‘더함’이 개발비용과 시행사 마진을 줄여 월세가 주변시세의 80% 수준이라 들었다. 이런 성공사례를 찾아서 더 많이 보급해야 한다.

▲버나드
개인적으로 경기도의 접근 방식이 좋다고 생각한다. 공공임대 개념을 바꿔서 ‘좋은’ 임대주택을 만들어야 한다. 분양전환은 금지하는 게 맞다. 그건 실패한 정책이다. 공공임대를 계속 공급해도 분양전환으로 인해 공공주택 비율이 높아지지 않는다면, 그걸 어떻게 장기적 대책이라 할 수 있나. 공공부문의 장점은 단기간에 빨리 수익을 내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LH가 분양전환을 하지 않고 장기간에 충분히 투자이익을 환수할 수 있다. 공공임대의 규모 못지않게 어떤 주택을 짓고,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다.

◇부동산 감시기구 설치는 효과가 있을까?

-부동산감독원은 전시적 효과만 있을 뿐
-금융과 달리 감독보다 ‘세제 합리화’ 필요
-국토부, 지자체에 감시·단속 권한 주어야

▲피터팬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부동산 감독기구 설립을 직접 제안한 이후 정부여당에서 입법 속도를 내고 있다. 부동산 시장교란 행위를 감시·통제할 가칭 ‘부동산감독원’을 내년 초 출범시키겠다는 것인데 그것이 과연 효과를 거둘 수 있을까?

▲공평무사
한마디로 옥상옥이다. 그보다는 정공법으로 해결하는 것이 필요하다. 부동산정책 불신을 확신시킨 원인 중 하나가 고위관료, 국회의원, 청와대 비서진 등이 다주택자라는 사실인데 이들부터 솔선수범하는 게 더 나을 거다.

▲스컬리
반대한다. 금융은 ‘영업행위 감독’이 중요한데, 금융감독원 직원은 약 2500명 규모다. 금융이란 특성상 ‘정보 비대칭’이 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동산은 ‘영업행위 감독’이 필요한 재화-상품이 아니다. 부동산 시장에서 필요한 것은 오히려 ‘세제 합리화’다. 부동산 투자 역시 ‘매매 시세차익’이 기본 메커니즘이기 때문이다.

▲버나드
당장 전시적인 효과는 있겠지만, 어차피 기재부와 국토부가 부동산 정책의 큰 키를 쥐고 있다. 차라리 국세청,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 금융기관 등을 통해 다주택 소유자의 재산·소득을 더 정확하게 파악하고 국토부와 지자체가 감시·단속 권한을 갖는 게 도움이 되리라고 본다.

▲냥집사
부동산시장 교란 행위는 진화하고, 다주택 투기세력은 온갖 구멍을 다 활용한다. 제대로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꼭 설치해야 한다. 부동산으로 장난치고 증여세 탈루하는 일들이 감지되어도 국세청이 처음부터 다시 살펴야 하는 등 행정 낭비가 많았기 때문에 등장한 아이디어 아닌가 싶다.

▲마포대포
과유불급이다. 금융감독원이야 규제사업자가 명확히 한정되어 있고 수시로 행정지도가 가능하며 감독 실패 시 금융·산업 위기로 파급될 우려가 크기 때문에 존재하는 거다. 하지만 부동산시장은 규제의 대상과 영역이 지나치게 광범위해 감독 효율성이 떨어지고, 관치 영역을 확대하거나 ‘빅브라더’를 만들 수 있다. 정치적으로도 부담이 큰 방안이다.

◇행정수도 이전, 균형발전 대책

-균형발전대책, 일자리-교육문제와 직결 
-세종시 이전으로 과밀화 열기 식혀야
-부작용 무서워하다 타이밍 놓치지 말길 

▲냥집사

행정수도 이전과 균형발전은 필연이다. 수도권이 과밀화되고 비대화되어선 해법이 없다. TV 예능프로그램 <구해줘 홈즈>를 즐겨보는 아이는 ‘지방에서 살고 싶다’고 말한다. 서울보다 훨씬 싼 값에 훌륭한 주거 환경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게 이유다. 아이가 어떤 직업을 갖게 될지 모르지만, 지역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으려면 그 핵심은 일자리다. 부동산정책의 차원을 뛰어넘는 문제다. 그러나 그것 외에 어떤 해법이 가능할까.
비(非)대면 시대에 직장-주택의 관계가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 김경수 경남지사가 ‘동남권 메가시티’ 구상에서 밝힌 것처럼, 각 지역 국공립대를 통합해 지방에도 경쟁력 있는 교육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결국 교육과 부동산 문제가 어느 순간 만나게 되는데 이거야말로 지독히 한국적인 현실이다.

▲버나드
행정수도와 관련해 청와대, 국회가 빨리 세종시로 이전하는 게 맞다. 특별법이든 개헌이든 그 방법은 다양하다. 수도권은 정치권력 기관이 이전한다 해도 별 문제가 없다. 오히려 과밀화 열기를 식혀야 한다. 대학이 지방 청년들을 빨아들이는 것도 문제다.
지방 대학들을 집중 육성하되 대학 졸업 후엔 그 지역에 살 수 있게 지역균형발전을 추진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 들어 사실 이 부분이 좀 미흡했다. 김경수 지사의 ‘동남권 메가시티’ 구상도 결국 수도권에 못지않은 초(超)광역지자체 수준의 균형발전 모델을 만들자는 것 아닌가.

▲공평무사
행정수도는 세종으로 옮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서울대와 주요 대학의 지방이전도 필요하다. 부동산정책은 일반적인 경제이론에 입각하여 추진하면 실패한다. 수요-공급의 시차가 커서 이를 미리 정확하게 예측하고 대비한다는 게 매우 어렵다. 여기에다 부동산 불패신화, 저금리, 풍부한 유동성, 참여정부의 실패 경험, 정부정책에 대한 불신 등 온갖 변수가 숨어있다.
그래서 부동산 정책을 펼칠 땐 어느 정도 부작용을 감수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경기 위축을 우려하다 찔끔찔끔 대책을 발표했는데, 이것이 오히려 불신만 키웠고, 가격은 더욱 상승했다. 추가 대책을 계속 발표해도 전혀 먹히지 않는 이유다.
코로나19와 부동산가격 폭등 양상은 유사점이 많다. 그 대책은 단순하다. 즉, “go hard, go early" 정책이다. 전 세계 방역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를 조기에 진압하려면 “go hard, go early" 정책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정책은 당연히 부작용을 수반한다. 그러나 부작용이 무서워서 타이밍을 놓치면 그 대가는 참혹하다. 부동산 대책도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