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의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과연 누구를 자신의 러닝메이트(running mate), 즉 부통령 후보로 지명할까?
미국 대선(11월 3일)이 석 달 앞으로 다가왔다. 민주당은 오는 17~20일 전당대회를 열어 바이든을 대선 후보로 확정짓는다. 이에 앞서 바이든은 부통령 후보를 지난 1일까지 발표하겠다고 했다가 그 시기를 10일 전후로 미뤘다. 미국의 일부 언론은 민주당 전당대회 직전에야 러닝메이트를 공개할 가능성도 언급한다.
바이든과 민주당은 왜 이렇게 신중 모드를 지키는 걸까?
바이든은 당초 후보군을 4명으로 압축했다고 밝혔지만 그 속내는 복잡하다. 바이든은 지지율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두 자릿수로 앞지르고 있다. 만약 당선될 경우 최고령 대통령(현재 77세)이 된다. 4년 후 재선 도전 땐 81세, 민주당 차원에선 차차기 구도를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이와 달리 공화당에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란 조합이 확정돼 있다. ‘고령-백인-남성’이란 특징이 두드러진다.
따라서 민주당으로선 ‘트럼프-펜스 조합’을 공격하는 한편 바이든의 약점을 보강해줄 카드를 골라야 한다. 바이든은 백인, 고령, 남성인데다 정치적으로 자기 색깔이 불분명하다. 게다가 4명의 여성으로부터 성추행 의혹이 제기돼 있다.
따라서 부통령 후보 요건으로 유색인종, 여성, 50대, 흙수저, 진보 성향, 대중적 인지도 등의 다양한 스펙이 거론된다. 하지만 거기에 딱 들어맞는 인물을 고른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편집자]

#부통령 감에 바라는 상징성 셋 
 페미니즘, 소수인종, 세대교체
#흑인 여성 캐런 배스, 가장 무난 
 인지도 낮고, 세대교체 느낌 약해
#다민족 가족 출신 카멀라 해리스
 비토세력 강해 당 단합 저해 우려
#외교안보 '베테랑' 수전 라이스
 선출직 경험 없고, 뱅가지사건 연루

바이든 캠프의 소식통에 의하면, 부통령 후보 지명은 늦어도 8월 둘째 주에 발표될 거라고 한다. 코로나19 때문에 수개월 동안 공식 선거 행사를 할 수 없었던 만큼, 바이든 캠프는 이 발표를 계기로 다시 한 번 민주당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선거 막판 기세를 올리려고 한다. 바이든이 모두의 예상대로 유색인종 여성을 선택하게 된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많은 것을 상징하게 될 거다.

민주당의 대선 후보인 바이든과 함께 뛸 부통령 후보는, 필자가 보기에, 세 가지 상징성을 요구받고 있다. 첫째, 페미니즘(여성 권리 신장), 둘째, 소수인종의 정체성, 셋째, 세대교체와 사회개혁 이미지 등이다.

이와 관련해 바이든은 지난 3월 ‘부통령 후보로 여성을 지명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여기에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을 계기로 인종차별 항의시위가 확산돼 ‘여성+흑인’을 부통령 후보로 지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요컨대 바이든의 러닝메이트는 ‘여성’이 상수로 굳어진 거나 마찬가지다. 미국 사회에서 페미니즘은 이제 하나의 시대흐름이 됐다.

미국 여성들은 19세기 말부터 투표권과 참정권을 놓고 투쟁했는데 1920년에야 미 의회에서 관련 법안이 통과됐다. 딱 100년 전이다. 2016년 힐러리 클린턴이 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되자, 여성계는 최초의 여성 대통령에 대한 희망으로 크게 들썩였다. 그러나 힐러리를 제치고 당선된 트럼프 대통령은 줄곧 여성 비하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취임 이후엔 여성의 출산 및 건강권을 제한하는 정책들을 펼쳤다. 여성운동 차원에서 11월 대선은 중대한 승부처가 아닐 수 없다.

둘째는, 소수 인종 정체성의 문제다. 지난 5월 말 미네아폴리스에서 발생한 조지 플로이드 사건은, 미국의 수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소수인종, 특히 흑인들이 얼마나 차별과 억압을 받으며 살고 있는지를 직접 목도하게 만들었다. 이로 인해 인종 차별 방지 및 사회적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졌다.

미 전역으로 확산된 ‘흑인의 생명도 중요하다(BLM)’ 시위, 더 나아가 경찰의 과잉 무력진압에 반대하는 경찰 개혁(police reform) 요구는 바이든 캠프를 향해, 유색인종(person of color)을 러닝메이트로 선택해야 한다는 정치적 압력을 가하고 있다. 최근 저명한 흑인 성직자 60여 명은 바이든에게 ‘흑인 여성’ 지명을 촉구하는 공동 서한을 보냈다.

미국 유권자 구성에서 비중이 커지고 있는 비(非)주류 소수인종, 예컨대 라틴계, 아시아계도 자기 입장을 대변해줄 후보자를 요구하고 있다. 이런 목소리는 민주당 내부에서 공유되고 있지만, 그렇다고 바이든 캠프가 공식적으로 소수인종 부통령 후보를 지명할 의지를 밝힌 적은 없다.

셋째로, 세대교체와 사회개혁 요구다. 요즘 민주당 내부에서 주목받는 인물들을 보면 좌클릭 성향을 확연히 느낄 수 있다.
진보세력들은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버몬트 주),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메사추세츠 주)과, 31세 나이로 대중적 인기를 누리는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즈(AOC) 등 젊은 정치인을 간판으로 연방 하원과 주의회에서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이들을 뒷받침하는 열렬 지지층은 밀레니엄 세대와 그보다 더 젊은 Z세대 유권자들이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것은, 바이든의 현재 위치에 대한 전략적인 고려사항이다. 즉 부통령 후보감 개개인에 대한 위험평가(risk assessment) 및 당내 연합 문제를 매개변수로 삼아 이들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바이든 캠프 소식통에 따르면, 현재 러닝메이트 리스트에는 모두 11명의 여성 이름이 올라가 있다고 한다. 이들 중, 필자가 분석하기에, 지명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다섯 명을 살펴보겠다. 이것은 세 가지 상징성과 두 가지 전략적 요소(위험평가, 당내 연합)를 감안한 것이다.
미국 언론에선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을 ‘야망파’로, 캐런 배스 상원의원을 ‘순종파’로 평가하며 “순종파인 캐런 배스가 급부상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필자가 보기에도 바이든 캠프가 안정 추구 성향으로 기울 경우 배스를 낙점하는 쪽으로 흐를 것 같다. 그런 가운데 수전 라이스 전 국가안보보좌관이 다크호스로 떠오른다.

◇캐런 배스(Karen Bass) 연방 하원의원

66세(1953년생). 흑인 여성 정치인. 캘리포니아 주의회 대변인을 지냈다. 현재 캘리포니아 주 연방 하원의원(5선). 연방의회 블랙 코커스(Congressional Black Caucus) 의장을 맡고 있다.

배스 의원은 조지 프로이드 사건 이후 경찰개혁법안을 상정하며 BLM 운동에 큰 역할을 해왔다. 진보진영 유권자들에게 어필할 요소다.
무엇보다 대선을 90일 앞에 남겨놓은 지금, 바이든이나 당 지도부는 캐릭터, 경력, 인지도 측면에서 가장 무난한 인물을 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즉 너무 도전적이거나 너무 논란을 낳을 인물을 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역대 대선을 보면, 대통령 후보들은 러닝메이트를 고를 때 안전하고, 무난한 쪽을 택하려는 경향이 높았다. (그런 무난한 선택이 결과적으로 대선 승패를 얼마나 좌우했는지는 또 다른 논점이다.)

예컨대 2016년 힐러리는 팀 케인을, 2008년 버락 오바마는 조 바이든을 각각 선택했다. 공화당 쪽에서도 2012년 밋 롬니의 러닝메이트는 폴 라이언, 2008년 존 매케인의 러닝메이트는 새라 페일린이었다.

당시 오바마와 힐러리는 사전 여론조사에서 상대방을 여유 있게 따돌리고 있어서, 자신의 러닝메이트로는 성격이 무난하고 원만한 인물을 선택했다. 하지만 상대방 후보에게 크게 열세에 몰렸던 대선 후보들의 경우엔 뜻밖의 깜짝 카드로 판세를 뒤집으려 했다.

아무튼 바이든 캠프로선 각종 여론조사에서 두 자릿수 우세를 보이는 상황이다. 아무리 능력이나 평판이 뛰어나더라도 굳이 위험해 보이는 부통령 후보를 선택할 이유가 없다. 바이든 캠프에서 갖고 있는 11명의 명단 중 가장 무난한 (no risk, no drama) 인물 중 한 명은 캐런 배스라고 미국 언론은 손꼽는다.

배스 의원은 평범한 가정의 우편배달부 아버지와 전업주부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대학에선 철학·건강과학을, 대학원에선 사회보장제도를 각각 공부했다.
사회에 진출해선 소외계층을 돕는 재단을 설립, 운영하다가, 2004년 캘리포니아 주의회 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2005년에는 주의회의 다수당 원내총무, 2007년에는 다수당 원내대표 역할을 수행했다.

그리고 나선 2010년 중간선거 때 86%의 득표율로 연방 하원의원에 당선됐다. 당시 유명한 흑인 여성 하원의원인 다이안 왓슨이 은퇴를 앞두고, 배스에게 자신의 지역구에 출마할 것을 강력하게 권유했다고 한다. 배스는 풀뿌리 선거운동 방식으로 다섯 차례 선거를 모두 80% 넘는 득표율로 승리했다.

배스를 오랫동안 알고 지내온 많은 동료 정치인들은, 하나 같이 그녀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그 중에는 민주당의 리더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원 의장이 있다.

배스 의원의 약점이라면 전국적 인지도가 높지 않다는 거다. 또한 나이도 66세나 돼 세대교체 이미지를 주기 어렵다.  그러나 그는 20년 가까이, 뉴욕 주 인구의 두 배나 되는 캘리포니아 주를 대표하는 중견 정치인으로 활약해왔다. 그것만으로도 정치적 역량은 이미 증명된 게 아닐까 싶다.
배스 의원은 한인 사회에도 익숙한 인물이다. 그가 관할하는 37지구에 LA 한인타운 일부가 포함돼 있다. 지난해에는 미 의회에다 미주 한인 이산가족 상봉 결의안을 대표 발의한 적도 있다.

◇수전 라이스(Susan Rice)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55세(1964년생), 흑인 여성 관료. 유엔 주재 미국대사 역임, (2009년 1월~2013년 6월)

라이스는 오바마 2기 행정부가 끝난 2017년 1월까지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일했다. 프린스턴대학, 옥스퍼드대학에서 공부한 뒤 줄곧 민주당의 외교안보 브레인 역할을 해왔다.
미중 패권 경쟁은 요즘 전방위로 확산되고 한층 격렬해지고 있다. 미국인에게 새삼 외교안보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고 있다. 라이스 전 보좌관이 흑인 유권자뿐 아니라, 고학력·전문직 유권자에게도 어필할 수 있는 이유다.

더욱이 라이스는 오바마 정부에서 바이든과 함께 수많은 외교안보 사안들을 처리하면서 호흡을 맞춰왔다. 바이든이 일찍이 ‘내 성격, 내 성향과 비슷하게 잘 맞는 사람(simpatico)을 러닝메이트로 선호한다’고 말한 게 그를 의식한 발언이라는 해석도 있다. 워싱턴포스트 같은 언론매체는 라이스가 부통령 후보 또는 국무장관으로 중용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카말라 해리스 상원의원이 경쟁에서 밀려나는 상황에서 라이스가 다크호스로 떠올랐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라이스에겐 결정적 약점이 있다. 아직까지 선출직에 출마해본 경험이 없다는 거다. 바이든 캠프가 꺼리는 이유일 거다.
또한 라이스는 2012년 리비아 뱅가지 참사사건에 간접적으로 연루돼 있다. 트럼프 진영이 힐러리와 바이든, 라이스를 한 번에 공격할 소재가 될 수 있다. 미국 내에선 꽤 민감한 사안이다.
당시 뱅가지 영사관에 현지인들이 난입해 불을 지르는 바람에 미국 외교관들이 사망하는 비극적 사건이 발생했다. 라이스와 외교안보 라인에선 이를 테러범 공격이 아니라 현지 시위대의 폭동 때문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나 훗날 이 사건은 테러행위로 판명됐다.
공화당 측에선 현지의 경고를 무시한 채 적절한 대응을 못해 무고한 미국인들의 생명을 잃게 만들었다고 비난해왔다. 트럼프가 힐러리를 공격하는 단골 메뉴였고 라이스가 부통령 후보가 될 경우 그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모른다.
라이스는 또한 북미 핵협상과 관련해 김정은이 핵을 포기할 가능성을 낮게 본다. 따라서 북핵을 어정쩡한 상태로 놔두면서 북한 체제 변화를 모색하는 게 현실적인 해법이라고 보는 편이다.

◇카멀라 해리스((Kamala Harris) 연방 상원의원

55세(1964년생). 흑인/아시아계 검사 출신. 캘리포니아 주 초선 연방 상원의원.

해리스의 아버지는 자메이카 출신인데 프린스턴대학 경제학 박사다. 어머니는 인도 출신의 유방암 전공 박사. 한 마디로 다민족 가정 출신으로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 집안에서 자랐다. 해리스는 워싱턴 DC에 있는 하워드대학에서 정치학·경제학을 공부한 후, UC 샌프란시스코 로스쿨을 졸업했다.

그리고 검사 생활을 시작해 2004년부터 7년간 샌프란시스코에서 District Attorney로서 법조계 생활을 했다. 2010년 상원의원이 된 후엔 야심만만한 정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해리스는 바이든이 일찍부터 러닝메이트로 염두에 두었던 여성 정치인이다. 그는 2020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과정을 통해 ‘준비된 리더’라는 인식을 심어주었다. 또한 트럼프 탄핵 청문회, 민주당 경선후보 토론회 등을 통해 자신의 경쟁력을 여러 차례 과시했다.

해리스는 그러나 민주당 경선 토론에서 1970년대 인종차별 버스  폐지 정책과 관련해 바이든을 '인종차별주의자'로 몰아세웠다. 당내 역풍이 만만치 않았다. 바이든 측근과 지지자들은 해리스를 ‘정치적 야심이 지나치게 크다’고 본다. 해리스 자신도 차차기 대권을 향한 야망을 숨기지 않는다. 그래서 민주당 내부 단합을 저해할 수 있다는 거다. 해리스의 이런 자세는 차차기 대선 출마를 않겠다고 선언한 배스와 대조적이다,

해리스의 확장력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당내 경선 초반에 유일한 여성 유색인종으로서 높은 인지도를 확보했음에도 경선 초기에 지지율이 확 떨어져 일찌감치 하차를 했기 때문이다. 해리스가 얼마나 자기 지지기반을 동원해 바이든의 당선을 도울 수 있을지 의문이란 얘기다. 바이든 캠프 내부에서 해리스 비토세력이 만만치 않게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는 소문이 나돈다.

◇태미 더크워스(Tammy Duckworth) 연방 상원의원

52세(1968년생). 태국 이민가정 출신. 일리노이 주 상원의원.
2004년 헬기 조종사로 이라크전쟁에 참여했다가 두 다리를 모두 잃은 참전용사(veteran)다. 미국인으로서 최고 영예인 퍼플 하트(Purple Haert) 훈장을 받았다. 최초의 장애인 여성 상원의원.
더크워스가 사람들을 무엇보다 감동시킨 대목은 ‘흙수저’로 자라온 인생 스토리다.
고교 시절에 부모(태국계+중국계)를 따라 하와이 이민을 왔는데, 이민 초기에 그녀는 빈곤계층에게 주는 푸드 스탬프 (Food Stamp) 수혜자였다. 심지어 가난에 허덕이는 부모를 위해 학교 급식을 남겨가곤 했다. 그러다 영양실조로 학교에서 기절하는 일까지 겪었다고 한다.

미국에서 최고의 애국심을 상징하는 건 자기 목숨을 바쳐 전쟁에 참전하는 거다. 참전용사들에 대한 존경심 또한 대단하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참전용사는 일일이 손꼽기 힘들 정도다.
더크워스의 이런 특출한 인생 스토리는, 상대 진영, 즉 트럼프-펜스 조합과는 확실히 다른 차별화 포인트로 작용할 것이다. 민주당 지지자뿐만 아니라 여성, 소수인종, 참전 군인, 그리고 장애인 그룹에게도 호소력을 발휘할 요소다. 그리고 더크워스는 오바마 행정부 시절 참전용사부(DVA)에서 일하며 바이든과 손발을 맞춰본 경험이 있다.

그러나 더크워스는 아직 확실한 정치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저 초선 상원의원일 뿐이다. 천변만화하는 트럼프와 치열하게, 때로는 불공정한 싸움을 벌여야 하는데, 그것에 얼마나 잘 대처할 수 있을지 검증되지 않았다, 그리고 바이든과 비슷한 중도 성향이어서 시민 정의(Civil Justice) 문제에 대한 성과가 부족하다.

◇엘리자베스 워런(Elizabeth Warren) 연방 상원의원

71세(1949년생). 전 하버드대학 법대 교수, 메사추세츠 주 상원의원.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을 통해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민주당 내부의 좌파 노선을 확실하게 알렸다. 바이든은 최근 경제분야 공약집을 만드는 과정에서 워런의 진보적인 의견을 수용하기 위해 수차례 접촉을 가졌다고 한다. 바이든이 워런 진영을 얼마나 신경쓰는지 보여주는 장면이다.

버니 샌더스와 워런의 지지자 중에는 바이든의 타협적이고 중도적인 성향을 탐탁치 않게 여기는 사람이 많다. 바이든으로선 원팀(one team)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워런의 정책과 지지층을 포용해야 할 입장이다. 2016년 대선 당시 힐러리가 샌더스 지지자들을 끌어안지 못해 트럼프에게 패배했다고 보는 시각이 많아서다.

그러나 워런이 부통령 후보로 지명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나이가 70세를 넘은데다 백인 여성이어서다. 요즘 민주당의 대세는 유색인종, 여성 후보를 내세우자는 거다.
더욱이 워런에게도 위험요소가 존재한다. 미국 역대 선거는 공화·민주 어느 쪽도 확실하게 지지하지 않는 스윙 주(swing states)에서 승부가 갈렸다. 이번 대선 때 스윙 주 12곳에서 과연 중도층들이 워런의 사회주의적 성향을 지지할 것인지 불투명하다. 워런 때문에 바이든에게 등을 돌리는 유권자가 많아질 수 있고, 트럼프 진영이 워런의 급진 성향을 빌미로 중도층을 충동질할 수 있다.

◇그 밖의 후보군
▲밸 데밍스(Val Demings) 하원의원
63세, 흑인, 전 올랜도시 검찰총장, 현 플로리다 주 하원의원.

▲케이샤 렌스 바텀스(Keisha Lance Bottoms)
50세, 흑인, 변호사 출신, 현 조지아주 애틀랜타 시장.

▲그레첸 위트머(Gretchen Whitmer)
48세, 백인, 전 미시건 주 상원의원, 현 미시건 주 주지사.

▲루한 그리샴(Lujan Grisham)
60세, 라니노계 여성. 현 뉴멕시코 주지사.

#덧:
영국 BBC와 한국의 일부 매체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부인 미셸 오바마의 러닝메이트 가능성을 얘기한다.
미셀이 많은 민주당 지지자들에게 인기가 있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미국 부통령이란 자리는 대통령 유고 시에 비상대권을 인계받게 된다. 아무리 인지도가 높고 대중적 인기가 좋다 해도 국정운영 경험과 정치 역량을 갖추지 않고선 곤란하다. 선출직 경험이 없는 미셀이 바이든의 러닝메이트가 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김지원 필자

미국의 정치, 사회, 시사 이야기를 다루는 페이스북과 유튜브채널 ‘뉴욕쥐'를 운영하고 있다. 또 미국 현지 AM라디오 방송국의 <김지원의 시사이다> 코너를 담당하고 있다. 미국 공인회계사(뉴욕 주)로서 지난 11년간 한-미 관련 비영리 단체에서 재정·인사 담당 시니어 국장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