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역사적인 웜홀(wormhole)에 들어섰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역사의 정상적인 법칙들은 중단되었습니다. 몇 주 전만 해도 불가능했던 일이 평범한 일로 자리 잡았습니다.”(<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
코로나 바이러스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이 본격화할 무렵 <피렌체의 식탁>은 인간역사의 묵시록적 미래 예감 속에, 책을 통해 위로와 공감, 새로운 지혜와 통찰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기획기사를 내보냈다.
[책 세상으로 초대-이런 시절에 읽어볼 만한 책] (2020. 3. 31)

인간역사가 코로나 팬데믹 이전(BC, Before Corona), 이후(AC, After Corona)로 나뉠 것이라던 예언은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는 희생자와 경제붕괴 체감 속에 이미 실현되고 있다.

“(‘취약한 세계’ 가설은) 미래 어느 시점, 세상이 자동적으로 무너질 수 있는 발명이나 발견이 지금 우리가 사는 세계 속에 있다는 가설입니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문명은 엄청난 충격으로 황폐해질 수 있는데, 제가 半무정부 상태(semi-anarchic default condition)라고 부르는 지점에 우리가 계속 있다면 문명은 몰락할 수 있다는 거죠. 반무정부 상태는 지구 차원에서 조정해야 할 중대한 문제를 푸는 강력한 협력 능력이 부족한 우리의 상황을 말합니다.”
(닉 보스트롬 옥스퍼드대학 교수)

“지금 우리는 역사상 가장 큰 거품인 화석연료 좌초 자산 위에 앉아 있습니다. 시티그룹이 계산하길 이 좌초 자산이 적어도 40조 달러라고 합니다. 다른 연구에 따르면 60조 달러라고도 하고요. 석유화학 공장을 비롯하여 모든 복잡한 화석연료 관련 산업은 버려질 겁니다. 좌초 자산으로 인해 한국이 무너질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제러미 리프킨 펜실베이니아대학 와튼스쿨 교수)

저널리스트 안희경님이 <오늘부터의 세계>에서 인터뷰로 담아낸 7인 석학과의 ‘고담준론’은 팬데믹 이후의 세계에 대한 새로운 이해와 전망을 열어 줄 것이다.
닉 보스트룸이 말한 인류의 협력능력 부재로 인한 위기는 얼마 전 국내외 매스컴들을 흥분시켰던 미국의 우파 네오콘 존 볼턴의 회고록 <그 일이 일어난 방(The Room Where It Happened; A White House Memoir)>을 둘러싼 소동에서도 재확인됐다.
타자를 협력의 대상이 아니라 적으로 만들어 ‘너 죽고 나 살자’ 식으로, 선악·흑백 양자택일 논리의 공멸게임을 벌이는 적화(赤化가 아니라 敵化, enemyfying) 전략.

볼턴이 회고록에서 보여준 그 적화전략의 위험과 무망함을 역설한 책이 <협력의 역설>이라 할 수 있다. 협력은 상대방과 같아지거나 제거하거나 결별(도망)하거나 추수(적응·복종)하는 게 아니라 서로 다름을 인정하면서 대등하게 공존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남북관계가 그렇고 한일관계가 그렇고 여야 정파 간 관계도, 개인이나 집단 간의 관계도 그래야 하지 않을까.

최근에 읽은 책을 토대로 덧붙이자면, 지금 정치적 입지가 흔들리고 있는 아베 신조 일본총리의 후계 총리감으로 거론되는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이 얼마 전에, 자신이 총리가 되면 한국 관련 책을 읽겠다고 했는데, 그가 염두에 둔 책이라는 재일동포 강상중 교수의 <조선반도와 일본의 미래>도 결국 한일 간 지혜로운 협력의 길을 촉구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먼저 상대의 처지를 제대로 알고 공생 가능한 협력의 길을 찾을 것을, 특히 한반도 상황에 무지하고 무시하고 시대착오적 자아도취에 빠져 있는 일본 우파에게 권하는 책이다. 일본인 정치학자 시라이 사토시의 <국체론-국화와 성조기>는 또 다른 관점에서 일본 보수우파의 자멸적인 비타협적 행보를 날카롭게 비판한다.

인간과 자연 사이에도 마찬가지다. 중국의 원톄쥔(溫鐵軍) 인민대학 교수도 “인류는 독립적인 존재가 아니라 자연의 일부”라고 했지만, 야마모토 다로(山本太郞, 나가사키대학 의학연구소 교수)는 <감염증과 문명>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같은 치명적인 바이러스도 그저 해악만 주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그 자신 생존을 추구하는 존재로서, 바이러스는 궁극적으로 숙주인 인간 체내에 적응하면서 독을 없애거나 약화시키며, 그것은 더 위험할 수 있는 또 다른 바이러스의 침투와 창궐을 막아 인류를 구원할 수도 있다고 한다.

이번 기획기사에 담은 책들도 다종다양하다. 우리사회 각 분야에서 탄탄하게 제목소리를 내고 있는 역량 있는 ‘현역’들이자 독서인들이 추천하는, 그들의 세계관 체험과 때로는 절박감이 녹아 있을 추천사와 추천도서들 역시 AC 원년 인류사회의 풍경들을 제각각 비추면서 새로운 전망을 보탤 것이다.

한승동 메디치미디어 기획주간



◇하수정/ 북유럽연구소 소장 
 

밀레니엄
스티그 라르손 지음, 임호경 옮김, 문학동네

마음의 미래: 인간은 마음을 지배할 수 있는가
미치오 카쿠 지음, 박병철 옮김, 김영사

우리는 맞고 너희는 틀렸다: 똑똑한 사람들은 왜 민주주의에 해로운가
마이클 린치 지음, 성원 옮김, 메디치미디어

1. <밀레니엄> 시리즈는 2005년 출판된 이후 50여 개 국에서 2019년 기준으로 1억 권이 팔렸다. 작가 스티그 라르손은 십대 때 한 무리의 남성이 또래 여성을 성폭행하는 것을 우연히 목격했다. 그때 그 여성을 돕지 못한 자신을 평생 용서할 수 없었다는 그는 여성에 대한 증오범죄를 주제로 시리즈의 첫 편을 썼다.
<밀레니엄>은 여러 지점에서 현대 소설의 분기점이 되었다. 주인공인 리스베트 살란데르가 그때껏 나왔던 소설의 여주인공과 너무나 달랐기 때문이다. 그는 외형이 아름답지도, 순수하거나 명랑하지도 않았다. 사회가 요구하는 어떤 덕목도 갖추지 않은 주인공 리스벳 살란데르는 아스퍼거 증후군의 천재 해커다.
리스베트의 아버지는 폭력을 행사했고 어머니는 무기력했다. 결국 사회보호시설로 옮겨졌지만 담당 의사는 어린 리스베트를 학대했고, 후견인은 폭력을 행사하며 성적으로 유린했다. 소위 사회지도층에 의해 망가진 삶을 살아야 했던 리스베트는 구멍 난 시스템의 희생자다. 하지만 그는 피해자에 머무르지 않는다. 스웨덴의 재벌 가문 상속녀 실종의 비밀을 파헤치는 동시에 자신의 방식으로 차근차근 계획을 세워 가해자에게 복수한다.
작가인 라르손은 삐삐가 요즘 세상에 태어난다면 어떤 모습일까 상상하며 리스베트를 그렸다고 한다. 한번 펼치면 덮기가 어렵다. 많이 팔린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2. “과거에 나는 텔레파시에 유난히 관심이 많아서 내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거나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읽는 실험을 꼭 한번 해보고 싶었다. 가끔씩 눈을 감고 정신을 한곳에 집중해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읽거나 방 안의 물건을 움직여 보려고 애썼다.”(p.13)
작가는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다고 했지만 나는 몇 번 성공했다. 내 경우에는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한 것이 아니라 특정 상황에서 누군가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를 유추해낸 것이니 텔레파시와는 좀 다를 수도 있겠다. 무언가를 상상하면 몇 년 후에 그대로 되는 세상이니 언젠가는 인간의 생각을 읽어내는 장치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뇌과학에 관심이 있어 서점에서 우연히 집어 들었는데 다음 장이 궁금해서 놓을 수가 없었다. 500페이지짜리 책이 소설처럼 읽혔다. 이 책은 뇌 연구가 현재 어디까지 와 있는지를 보여주는 책이다. 나온 지 5년이 넘었으니 그 사이에도 엄청나게 발전했을 것이다. 하지만 물리학자들의 시간 개념은 평범한 사람과는 달라서인지 여전히 놀랄 대목이 많다.
로봇이 감정을 가질 수 있는지, 기계가 인간을 지배하는 날이 올 지, 인간의 기억을 다운로드해 영원히 남길 수 있는지 아니면 우리의 의식이 육체 없이 어떤 에너지로 존재할 수 있는지 등 뇌과학과 미래에 대해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흥미로운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3. 가짜 뉴스란 무엇일까? 트럼프의 방식대로 내 마음에 들지 않는 뉴스가 가짜 뉴스인가? 매일 사건이 터진다. 순식간에 입장이 정해지고 논쟁이 극단으로 치닫는다. 기본적인 규범에 대한 합의도 사라진 지 오래다. 사안이 담고 있는 가치, 상대를 대하는 태도, 출처의 신뢰성과 양쪽 소리를 다 듣는 균형감에 대해 고민할 시간이 없다. 이미 뉴스를 포함해 오염된 정보가 쏟아지고 SNS에는 갖가지 확신에 찬 공격이 맞붙는다.
그 결과 공적 담론은 형성되기도 전에 평행선을 달리고 공론장은 페이스북과 트위터, 뉴스피드에 떠밀려 사라져 버렸다. 사람들은 실체와는 상관없는 저마다의 진실을 SNS에 담아 자신의 투지와 우월함을 드러낸다. 문제제기와 동시에 이미 답은 정해져 있다. 의견에 대한 반대는 존재에 대한 거부 혹은 정체성에 대한 공격이라고 느낀다.
작가는 자기 확신에 더해 자신이 틀릴 수 있는 가능성을 닫아 두는 것을 오만이라고 한다. 많이 배우고 똑똑한 사람일수록 오만에 빠지기 쉽다.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몽테뉴처럼 아무것도 믿지 않기를 선택해야 하나? 고대 피론학파 회의론자처럼 자신이 실제보다 더 안다고 생각하는 것은 인간을 불행하게 만드는 것이니 더 많은 지식을 탐구해야 할까? 존 듀이의 말처럼 열린 마음가짐과 비판적 사고를 갖추면 될까? 작가는 소크라테스에게서 해답의 실마리를 찾는다. 너 자신을 알라. 그 말은 곧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 성찰하는 것, 지적 겸손함을 갖는 것이다.

◇조귀동/ 서강대 경제학과 박사과정. <세습 중산층 사회> 저자

 

테크놀로지의 덫: 자동화 시대의 자본, 노동 권력
칼 베네딕트 프레이 지음, 조미현 옮김, 에코리브르

복지의 원리: 대한민국 복지를 한눈에 꿰뚫는 10가지 이야기
양재진 지음, 한겨레출판

1. AI(인공지능), 전기차, 신재생에너지 등 기술 발전에 따른 ‘파괴적 혁신’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기본소득을 둘러싼 정책 논쟁, 일자리 창출 또는 유지가 화두가 된 대공장 노동자와 변신을 꾀하는 기업들, 한국형 뉴딜 등 새로운 산업 정책을 고민하는 정부의 모습은 ‘기술’이 새로운 화두가 되었음을 보인다.
이 책은 19세기 초반 산업혁명 당시 영국을 시작으로 약 200년간 기술 혁신이 경제 구조와 산업, 노동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서술한다. 저자의 주장인즉, 기술이 노동에 미치는 방식은 기술의 특성과, 사회적 역(力)관계에 따라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19세기 초 증기기관을 앞세운 산업혁명이 성인 남성 장인(匠人)을 다루기 쉽고 인건비가 저렴한 아동과 여성으로 대체하며 불평등을 키웠다면, 20세기 초 내연기관과 전기가 이끈 제2차 산업혁명은 새로운 종류의 숙련 노동자에 대한 수요를 창출했고, 사라진 일자리를 양질의 일자리로 대체했다.
관건은 IT가 이끄는 오늘날의 혁신이다. 컴퓨터로 쉽게 대체할 수 있는 중숙련 일자리는 빠르게 줄고, 대신 새로운 고소득자와 대면서비스에 종사하는 저소득자로 노동력은 양극화된다는 게 저자의 진단이다. 이 변화가 ‘기술의 덫’으로 작용하지 않으려면 교육, 재훈련, 소득보전 등 다각도의 정부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2. 지난 2011년 서울시 무상급식 정책을 둘러싼 논쟁을 시작으로, 지난 10년간 복지는 정치와 정책의 주 전선이었다. 지금도 기본소득, 전 국민 고용보험 등 다음번에 갖춰야 할 복지제도는 무엇인지 치열한 논쟁이 벌어진다. 이 논쟁이 늘 ‘뜨거운 감자’가 되는 이유는 복지제도 자체의 문제가 누적된 데다, 저성장 고령화로 새롭게 해결해야 하는 문제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이 책은 길게 보면 1970년대 사회보험 도입, 짧게 보더라도 IMF 외환위기 이후 사회안전망 확충 이후 한국의 복지제도가 도입되고 작동되는 방식을 간결하면서도 짜임새 있게 서술한다. 복지를 둘러싼 쟁점들이 무엇이 있는 지 그 ‘구조’를 꽤 성공적으로 보여준다.
또 다른 장점은 오늘날 한국 사회가 맞부딪힌 복지 관련 쟁점을 각 항목별로 풀어 설명해준다는 것이다. ‘문재인 케어’의 지속 가능성, 국민연금 재원 확보, 노후에 턱없이 부족한 퇴직연금, 소수의 양질의 일자리와 다수의 그저 그런 일자리로 갈린 노동시장, 기본소득, 복지증세 등에 대한 이해도를 책 한 권으로 빠르게 높일 수 있다는 게 권할 만한 이유다.

◇황종섭/ 전 서울특별시 정책비서관

 

책과 세계
강유원 지음, 살림

결정의 본질: 누가 어떻게 국가의 운명을 결정짓는가?
그레이엄 앨리슨・필립 젤리코 지음, 김태현 옮김, 모던아카이브

1. 얇고 싸다. 여행에 적합하다. 주제는 무겁다. 인간과 삶에 대한 근본 문제를 다룬다. 인간은 죽음을 피할 수 있는가? 없다면, 삶의 목적은 무엇인가? 아니, 삶에 목적이라는 게 존재하긴 하는가? 역사가 시작된 이래 멈춘 적 없는 질문이다. 인류는 답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했고, 텍스트를 쌓아올렸다. 강유원 박사는 그중 가장 핵심적인 텍스트만 끌어올렸다. 고갱이 중 고갱이만 모았다. 그렇게 인간들의 수천 년 항해를 추적해 도달한 곳, 그곳의 풍경은 매우 쓸쓸하다.

2. 어떤 조직이든 결정의 과정은 잘 공개되지 않는다. 결과만이 공표된다. 시민들은 결론에 적힌 한 문장을 보고 어떤 과정을 거쳤을지 추론할 뿐이다. 그리고 대체로 매끄럽고 단순한 형태의 의사결정을 가정한다. 누구는 개인 캐릭터로 설명하고, 누구는 조직 이익으로 설명한다. 매끄럽고 단순한 설명은 힘이 세다. 하지만 거짓에 가깝다. 현실은 울퉁불퉁하고 복잡하며, 우연의 힘에 좌우된다. 지금 우리에게 벌어지는 일들이 어떻게 결정됐는지 알고 싶다면, 이 책부터 봐야 한다.

◇박민희/ 한겨레 논설위원

 

 

민주와 애국
오구마 에이지 지음, 조성은 옮김, 돌베개

마오의 중국과 그 이후 1·2
모리스 마이스너 지음, 김수영 옮김, 이산

죽어가는 천황의 나라에서
노마 필드 지음, 박이엽 옮김, 창비

1. 휴가를 온통 다 걸어야 할지도 모를 1143쪽의 벽돌책, 그러나 매우 흥미롭고 생생하며 유익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동반자가 될 것이다. 일본 전후 사상사에 대한 안내서, 마루야마 마사오, 다케우치 요시미, 에토 준, 쓰루미 슌스케와 오다 마코토 등 한번쯤 들어봤을 일본 사상가들의 고민과 활동과 그들의 ‘심성’이, 곁에서 훔쳐보듯 생생하게 그려진다. 일본 리버럴을 대표하는 사회학자이자 운동가, 기타리스트이기도 한 오구마 에이지 게이오대학 교수의 대표작이다.
저자에 따르면, 패전 이후 일본의 전후 사상이란 ‘전쟁 체험을 어떻게 사상화 하는가’의 문제였다. 그들은 그 시기에 정말 치열한 고민을 했다. ‘무책임의 체계’를 고민하고 천황제의 폐지를 주장했고, 미국에 의해 주어진 평화헌법에 어떻게 자신들의 의미를 부여할지 깊게 사유했다.
그러나, 전쟁 체험의 문제를 중심으로 강렬히 반성하며 “악몽을 공유한 공동체”를 만들어냈던 전후 사상은 1955년 이후 경제가 급속히 성장하고 전쟁 체험이 희미해져가자 급격히 힘을 잃었다. 일본 전후 사상은 ‘전쟁 체험이 없는 세대와의 단절’이라는 문제를 극복하지 못한 채, 새로운 진보세력을 만들어내지 못한 채, 내셔널리즘에 기반한 우경화의 길로 급속히 빨려 들어갔다. 1945년부터 10년간의 제1의 전후에 이어 1955년 이후 제2의 전후는 냉전 붕괴와 함께 끝났고, 지금 ‘제3의 전후’에서 일본은 길을 찾지 못하고 있음을 저자는 보여준다.

2. 중국의 현재를 고민하게 될 때마다 자주 이 책을 펼쳐 본다. 청(淸)말의 개혁, 정치운동부터 마오쩌둥의 ‘계속된’ 혁명, 덩샤오핑 시기의 급격한 시장화까지 중국 현대사의 주요 사건들을 보여주는 개설서로서도 훌륭하지만, 이 책에 담긴 마이스너 교수의 일관된 ‘좌파’적 해석이 지금의 중국을 보는 데도 든든한 길잡이가 되어준다.
마이스너 교수는, 마오쩌둥 시대에 진행된 것은 사회주의가 아니라 근대적 산업화이며, 마오쩌둥은 낭만적 혁명가가 아니라 근대적 산업화를 이룬 지도자로서 기억될 것이라고 본다.
1989년 봄 천안문 민주화 시위를 직접 베이징에서 목격했던 마이스너는 당시의 시위가, (서구 언론 등이 주로 부각한) 서구식 민주화만을 요구한 것이 아니라, 시장화 개혁으로 인한 특권층의 부의 독점과 부패에 반대하는 민중 저항의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고 본다. 그리고 시위 진압으로 이 저항의 목소리들이 모두 사라진 이후 급속도로 진행된 시장화에서 주변부로 밀려난 노동자들에게서 끝까지 애정 어린 시선을 거두지 않는다.
이 책의 마지막 문장은 다음과 같다.
“아마도 공산당 지도자들은 젊었을 때 읽은, 자본주의는 자신의 무덤을 팔 사람들을 근대 프롤레타리아트라는 형태로 창조한다는 카를 마르크스의 예언을 희미하게 기억할지 모른다. 이제는 시대에 뒤떨어지고 이미 반쯤 잊혀진 듯 보이는 이 예언이 서양의 자본주의 국가가 아닌 중국에서, 그것도 근대산업 노동계급의 이익, 열망, 역사적 사명을 구현한다고 주장하며 통치하고 있는 공산당에 반대하는 가운데 실현된다면 그야말로 엄청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3. 언젠가, 중국을 무대로 이런 책을 써보고 싶다는 꿈을 간직하고 있다. 일본계 미국인인 노마 필드 시카고대학 교수가 히로히토 천황이 1989년 1월 7일 세상을 뜨기 전까지, 일본 전체가 숨죽이며 시간을 보내고 있던 1988년의 일본을 배경으로 일본 사회의 거대한 침묵과 무책임의 구조에 나름의 방식으로 저항하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려냈다.
국민체육대회 경기장에서 일장기를 불태워 우익의 위협을 받던 오키나와의 슈퍼마켓 주인과 태평양전쟁 말 오키나와 인들의 ‘강요된 죽음’, 교통사고로 숨진 자위대원 남편을 강제로 신사에 합사하려는 국가와 신사의 결탁에 반대해 20년째 소송을 벌인 주부, 그리고 천황 쾌유를 비는 시설에 반대하며 천황의 전쟁책임을 이야기했다가 암살 시도까지 당한 나가사키 시장이 이 책의 주인공이다.
저자는 이들을 ‘외부 구경꾼’의 시선에서만 바라보지 않는다. 미국의 일본 점령시기에 미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일본인 가족들의 보살핌을 받으며 자란 저자의 애정 어린 ‘경계 위의 시선’을 따라, 일본 사회의 필부들과 마음을 터놓고 실컷 진솔한 대화를 나누는 듯한 느낌으로 책을 읽게 된다.

◇정혜승/ <홍보가 아니라 소통입니다> 저자
 

법률가들
김두식 지음, 창비

마을의 진화
간다 세이지 지음, 류석진・윤정구・조희정 옮김, 반비 


보이지 않는 여자들
캐럴라인 크리아도 페레스 지음, 황가한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1. “의미 있는 질문을 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열심히 지켜보고 엄격하게 물어보는 사람이 있다는 걸, 예술가들이 알고 있는 거랑 모르는 거랑은 달라. 그런 질문에 대해서 은연중에 생각하게 되니까.”
“대중과 예술가 사이의 통역사라는 건, 널리 세상을 이롭게 해주는 일이고. 그런 질문과 평가는 예술가의 복이지. 그분들이 네가 복덩이인 걸 알아야 하는데ㅎㅎ”
평론하는 친구와 이런 톡을 나눴다. 누군가 당신이 하는 일을 지켜본다는 건 힘이 되고, 긴장을 준다. 따뜻하고 서늘한 시선은 모두 귀하다.
존경하는 법학자 김두식 선생이 해방 전후 판.검사들의 행적을 기록한 <법률가들>은 소설보다 훨씬 더 흥미진진한 논픽션 역사드라마. ‘이렇게 다 까발려질지 몰랐겠지만’, 이게 내 리뷰의 제목이었다.
21세기 판.검사들도 언젠가 이렇게 기록될 수 있다는 현실적 이유로 경계심을 가질 수 있을까. 저 엘리트들에게 부귀영화보다 명예가 중요하다면, 이런 기록을 두려워했으면 한다. 예술가의 작업을 평하듯, 사회에 대한 깊이 있는 기록은 몹시 중요하다.
내가 <홍보가 아니라 소통입니다>를 쓴 것도 누군가 정리해주지 않길래 스스로 한 셀프기록이다. <법률가들>은 사람 이름 많이 나오는 대목만 쓱쓱 넘어가면, 몹시 재미있다.

2. “즐겁게 변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실제 사람들의 가슴을 뛰게 만드는군요. 소멸 위기에서 반전을 모색한 일본 가미야마 마을의 이야기가 설레는 것은 그저 재미로 해본 일들 덕분에 다르게 진화했기 때문입니다. 거창한 목표 대신 소박하고 평범한 상상들이 변화를 만듭니다. 필요한 것은 열린 마음과 다양한 관점, 그리고 거침없는 무한도전. 반해버려 한달음에 다 읽었네요.”
흠흠흠. 책 뒷표지에 실린 이 추천사, 내가 쓴 것이다. <힘의 역전> 원고를 정리하느라 무척 바쁠 무렵, 마감 날 새벽 2시 넘어 읽기 시작했는데, 너무 재미있어서 한달음에 후딱 읽고, 추천사 메일 보내고 5시쯤 잠들었던 설레는 새벽을 기억한다. 

시작은 그냥 재미있을 것 같아서, 거창한 생각이 아니라 즐거워서, 조금 더 재미있는 마을을 다 같이 만들자고 했다. 정부 주도 사업도 아니었고, ‘성과' 강박도 없었다. 일로 하는 게 아니라 그냥 무리하지 않는 범위에서 자발적으로 진행됐다. 숫자가 아니라 내용이 먼저였다는 거다. 불가능한 이유를 찾기보다 가능한 방법을 찾는다는 철학이 그냥 일상에 녹아든다.
독서모임 트레바리에서 함께 읽고 토론했는데 다들 설레고 혹했다. 조급해하지 않고, 좋아하는 일에 집중하는 이야기. 따뜻한 에너지를 얻어 보시길.

3. 사무실 최적온도도 남성 체온에 맞춰져 있고, 약물 복약 가이드도 남성 체중 기준이라 여성에겐 과하다거나, 이런 얘기는 김승섭님 책에서도 봤는데, 이런 문제에서 거의 ‘바이블’이라는 책이다. 원서로 미리 봤던 K님이 아예 번역하고 싶다고 해서 대신 알아보다가, 곧 출간된다고 해서 기다린 지 거의 반년이다.
피아노 건반조차 남성의 손 기준으로 만들어져서 여성들이 오래 치면 몸에 무리가 간다는 얘기를 K님한테서 처음 들었다. 아는 만큼 보이는 법. 젠더 차별에 대해, 젠더 데이터 공백에 대해 제대로 보고 싶다. 두근거리는 동시에 살짝 긴장된다.
 


◇성한용/ 한겨레 선임기자
 

정치의 발견
박상훈 지음, 폴리테이아

김대중 자서전
김대중 지음, 삼인

1. 축구를 누구나 보고 즐길 수 있지만 실제로 축구를 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일이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몇 년마다 이뤄지는 선거 경험, 그리고 언론을 통해 취득한 단편적 지식을 근거로 정치를 매우 잘 안다고 생각한다. 착각이다.
착각은 그래도 남에게 해를 끼치지는 않는다. 착각보다 훨씬 더 위험한 것이 반(反)정치주의다. 반정치주의는 민주주의를 해친다. 정치에 대한 기대를 갖지 못하게 해서 결과적으로 기득권 세력의 부당한 지배 체제를 강화하기 때문이다. 공부를 많이 해서 학식이 높은 사람, 사회적으로 성공해서 돈과 명예를 쌓은 사람이 반정치주의에 빠져들 가능성이 훨씬 더 크다.
저자인 박상훈님은 미국이나 유럽이 아니라 한국에서 정치학을 공부했다. 대한민국에서 기득권 세력의 이데올로기로 작동하는 반정치주의의 기제를 통렬하게 폭로할 수 있었던 이유도 그가 해외파가 아니었기 때문일 것이다.
2010년 심상정 의원이 원장으로 있던 ’정치바로아카데미’에서 저자가 했던 강의를 바탕으로 <정치의 발견>이라는 책을 썼다. 2011년 1월 초판보다는 내용을 보강한 2011년 11월 개정판을 권한다.
내용은 어렵지 않다. 강의를 듣는 것처럼 책을 편하게 읽어 가면 우리가 지금까지 정치에 대해 얼마나 많은 편견을 갖고 있었는지 깨달을 수 있다. 정치에 대한 인식을 바로 잡는 데 매우 유익하다.

2. 우리나라 대통령의 자서전이나 회고록은 많지 않다. 대한민국 대통령은 그만큼 위험한 직업이다.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이명박 다섯 명의 대통령이 자서전이나 회고록을 냈다.
대한민국 현대사를 제각각 자기 관점에서 기록했다는 한계가 있겠지만 역대 대통령 자서전이나 회고록은 일단 매우 재미가 있다. 여러 차례 반복해서 읽어도 좀처럼 물리지 않는 이유는 읽는 사람의 삶과 어떤 식으로든 연결이 되기 때문일 것이다.
한반도 정세가 어지럽고 복잡하다. 북한과 미국의 비핵화 협상은 중단됐다. 남북관계도 위기에 처했다. 일본의 아베 정부는 북미 협상과 남북 관계 개선을 방해하고 있다. 중국의 도전과 미국의 견제가 정면으로 충돌하며, 우리는 선택을 강요받는 처지다. 어떻게 해야 할까?
김대중 대통령은 경세가(經世家)다. 외환위기를 조기에 극복하고 노사정 대타협을 이끌어내고 국민기초생활법을 제정했다. 하지만 주 특기는 역시 한반도 문제다.
1971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미중소일 4대국의 한반도 전쟁 억제 보장(4대국 안전보장론), 남북한 화해와 교류 및 평화통일론, 공산권 국가들과의 관계 개선과 교역 추진 등을 주장했다. 미국과 중국의 화해보다도 이른 시기다.
1998년 대한민국 대통령이 돼서는 최초의 남북 정상회담을 어떻게 성사시키고 북한과 미국, 북한과 일본의 대화를 어떻게 이끌어 냈는지 상세히 기록해 놓았다. 책을 읽으면 그의 지혜와 경륜을 느낄 수 있다. 지금 우리가 맞닥뜨린 난제를 풀어 가는 데도 매우 유익한 참고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신수정/ KT 부사장

 

 

아이디어 불패의 법칙
알베르토 사보이아 지음, 이지연 옮김, 인플루엔셜

디커플링
탈레스 S. 테이셰이라 지음, 김인수 옮김, 인플루엔셜

1. 많은 사업가들이나 기업들이 번쩍이는 아이디어를 내고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상품이나 서비스를 출시한다. 그리고는 심혈을 기울여 제품이나 서비스를 완성하여 출시한다. 성공을 기대한다. 그런데 대개는 실패한다. 실패한 후 다양한 부분에서 그 실패원인을 찾는다. 마케팅의 실패, 생산의 실패, 제품 개발의 실패…
그러나 저자는 대부분의 제품이 실패하는 것은 설계, 개발, 마케팅이 허술해서가 아니라 그 제품이 시장이 원하는 제품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에 제대로 만드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시장이 원하는 제품, 즉, ‘될 놈’을 만드는 것이 중요함을 역설한다.
그러면 어떻게 나의 아이디어가 ‘될 놈’인지 아는가? 어떻게 ‘될 놈’을 찾는가? 그것을 발견하는 방법이 이 책의 핵심이다. 이 책을 통해서 자신의 아이디어가 시장에서 통하는 놈, 즉, ‘될 놈’인지 발견하는데 큰 통찰을 얻을 수 있다.

2. 어떻게 새로운 파괴자들은 견고한 성(城) 같은 기존 기업들의 아성을 무너뜨리고 있는가? 디커플링은 이에 대한 답을 준다. 파괴자들은 기존 사업에서의 가치창출과 가치 잠식활동의 연결사슬을 끊는 것이다. 대부분의 기존 사업들은 가치를 창출하는 활동과 가치에 대한 대가를 부과하는 활동이 복합되어 있다.
신규 파괴자들은 이 두 가지를 분리하여 약점을 공략한다. 즉, 가치에 대한 대가를 부과하지 않으면서 가치 창출을 하거나, 고객에게 요금을 더 적게 부과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하면서 기존 기업을 파괴하는 것이다.
클레이튼 크리스텐슨은 <혁신기업의 딜레마>라는 책에서 신기술을 통한 저가시장에서의 공략을 통한 기존 기업의 파괴를 말했다면, 이 책은 가치사슬 관점에서의 파괴에 대해 말한다.
당신이 기존 기업에 있다면 방어전략을, 새로운 기업을 만들려 한다면 공격전략을 수립하는데 큰 도움이 될 훌륭한 책이다.

◇윤범기/ MBN 보도국 기자, 노조 사무국장

 

 

어메이징 디스커버리 덴마크편
김재훈 지음, 위즈덤하우스

당신에게 최고의 교양만화는 무엇인가? 이원복의 <먼나라 이웃나라>를 떠올린다면 이제 다시 생각해볼 때가 됐다. <21세기판 먼나라 이웃나라>라고 할 수 있는 새로운 시리즈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교양만화로 배우는 글로벌 인생학교'를 표방한 '어메이징 디스커버리' 시리즈는 덴마크, 부탄, 독일 세 편이 나왔다. 조만간 캐나다를 다룬 4편도 출간 예정이다.
만화의 내용은 어찌 보면 작위적이고 단순하다. 한 재벌의 후원을 받은 젊은 연구자들이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를 탐구하며 세계 여행을 다닌다는 것이다. 덴마크 편에선 이른바 선진국의 행복론을, 부탄 편에선 후진국의 행복론을 살핀다. 독일 편의 주제는 통일을 둘러싼 상황을 묘사한다.
1권 덴마크 편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덴마크의 역사와 문화를 다룬 여행기로서의 미덕에 더해 책이 주목하는 것은 교육제도다. 여기서 우리는 '그룬트비'라는 인생설계학교 운동의 사상가이자 실천가를 만나게 될 것이다. 오늘날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교육개혁의 필요성이 발등에 떨어진 우리에게도 고민거리를 던져준다. 백문이 불여일견. 무엇보다 만화책이다. 무슨 걱정인가?

◇한은지/ 피렌체의 식탁 기자

 

 

오늘부터의 세계
안희경 지음, 메디치미디어
제러미 리프킨, 원톄쥔, 장하준, 마사 누스바움,
케이트 피킷, 닉 보스트롬, 반다나 시바 인터뷰

경애의 마음
김금희 지음, 창비
 

1. 중국 정부가 우한이라는 도시를 폐쇄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공안(公安)이 우한으로 들어가는 모든 도로를 막고 검문소를 설치하는 사진을 보고서야 그 폐쇄가 말 그대로 도시를 고립시키는 정책이라는 걸 알게 됐다. 그 뒤로 국경이 닫혔고, 사람들이 집 밖으로 나가지 못했으며, 재택근무, 온라인 수업, 사회적 거리두기 같은 일들, 언택트니 ‘뉴노멀’이니 하는 말들이 일상을 휘저었다.
정신을 차려 보니 사람들이 모든 것에 ‘같은’ 말을 붙이고 있었다. 코로나 투자, 코로나 뉴딜, 코로나 예배……. 불안하고 답답한 곳에 ‘코로나’를 가져다 놓으면 말이 됐다. 거기에선 가끔 적당히 불만에 차 있던 과거로 돌아가고 싶다는 바람이 읽혔다.
하지만 다시 또 마을 입구에 모래주머니를 쌓고, 콜센터와 물류창고, 정신병원에서 대규모 확진자가 나오고, 돌봄 서비스가 필요한 사람들을 방치하고, 일자리를 잃거나 가게 문을 닫고, 플라스틱 쓰레기가 산처럼 쌓여 곤란해지는 상황을 맞이하는 건 누구도 바라지 않을 것이다.
<오늘부터의 세계>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섣부르게 예측하는 전망서와 많이 다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석학들은 우리에게 예언이 아니라 변화를 위한 시나리오를 제공한다. 무엇이 우리의 세계를 이렇게 취약하게 만들었는가, 그 취약성을 극복하기 위해 필요한 새로운 질서는 무엇인가. 우리가 바라는 미래 상(象)과 더불어 지금 당장 실행할 수 있는 뉴딜과 혁신의 방안이 담겨 있다. 한국 정치에서 철학이 사라졌다고들 한다. 그 빈자리에 이 책을 꼭 끼워놓고 싶다.

2. 벌써 한 해의 반이 지났다. 누군가 감염되고, 혹은 세상을 뜬 이야기가 어느덧 일상이 됐다. <경애의 마음>은 갑작스런 사고로 소중한 사람의 죽음을 겪은 사람들의 이야기다. 경애와 상수가 마음을 열어가는 과정엔 ‘연대’가 있다. 누구나 한번쯤 웅크리는 시간을 겪는다.
지금도 누군가는 한때 경애와 상수가 그랬듯 ‘머리를 감고 이를 닦고 세수를 하는, 누구나 하루에 한번쯤은 귀찮아도 후다닥 해내는 그런 일마저도 너무 무거운’ 날들을 견디고 있다. 만약 당신이 그렇다면 언제든, 누구에게든 손을 내밀어도 좋다. 스스로 단단해질 수 없을 땐 손을 내밀어야만 한다. 서로의 얘기를 듣고,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 연대는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다.
여름휴가만을 기다리던 사람들의 기대감이 예년보다는 가라앉았을지도 모르겠다. 만약 멀리 나갈 엄두가 안 난다면 가만히 앉아 지친 마음을 돌아보는 건 어떨까. 경애(敬愛)는 불교의 교파인 밀교에서 일가친척의 화평을 비는 수법(修法)이다. 주위 사람들이 서로 존중하고 사랑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드리는 기도다. 그런 마음으로 이 책을 추천한다. 이번 여름, 부디 자신을 경애(敬愛)하는 시간을 보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