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대통령중심제, 양당정치의 나라다. 하지만 공화·민주당의 내부에는 주류 세력을 중심으로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한다. 특히 진보정당을 표방하는 민주당의 경우 공화당보다 훨씬 더 다양한 정치세력이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피렌체의 식탁>은 미국 정치를 오랫동안 관찰해온 유정훈 변호사의 칼럼을 싣는다. 유 변호사는 이 글에서 민주당 내 진보진영의 도전을 소개한다. 한국의 오피니언 리더에게 익숙한 대선 주자급, 즉 조 바이든, 버니 샌더스, 엘리자베스 워런 같은 70대 정치인의 얘기가 아니다.
유 변호사의 관찰에 따르면, 이전 세대와는 다른 새로운 유권자 그룹이 등장했고, 이들을 대표하는 젊은 진보 정치인들의 기세가 만만치 않다. 민주당이 공화당보다 그나마 낫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으론 만족할 수 없는 사람들이다. 2020년 하원 선거 현장에서 펼쳐지는 젊은 세대와 소수자들의 도전 이야기, 이들이 차곡차곡 쌓아가는 역전의 궤적을 살펴본다. ‘민주당의 영혼’을 향한 싸움은 이제부터 시작일지 모른다. [편집자]

#민주당, 바이든 깃발 아래 뭉쳤으나
  당내 경선에선 기득권 vs. 신세대
#원내 서열 4위 꺾었던 29세 AOC
  월가 큰손들 '대항마' 견제에도 압승
#뉴욕 주 경선은 진보진영 승리의 밤
  흑인 후보 보우먼, AOC 승리 재현
  '여성 Squad', 신진 인물도 관문 통과
#안정적 일자리 희망 사라진 젊은 세대
  기성정치와 기득권 도전 통해 새 바람 
  "땅이 갈라지면 아스팔트로 못 덮어"

도널드 트럼프를 꺾어야 한다는 절박함 때문일까. 민주당은 요즘 조 바이든의 깃발 아래 놀랍도록 단결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바이든의 대선후보 경선 승리는 2월 29일 사우스캐롤라이나 경선부터 3월 3일 슈퍼 화요일까지 불과 사흘 새 일어난 역전 드라마다. 바이든은 초반 경선에서 모두 패배하며 정치생명이 다한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바이든의 사우스캐롤라이나 승리 직후 에이미 클로버샤, 피트 부티지지 등이 사퇴와 동시에 바이든 공개 지지를 표명하고 유세현장까지 동행했다. 바이든은 슈퍼 화요일에 10개 주(州)를 석권하며 경선 승리를 사실상 확정지었다. ‘사회주의자’를 자처하는 버니 샌더스에게 당의 기수를 넘겨주지 않기 위해 중도성향 후보들이 바이든에게 ‘몰아주기’를 한 셈인데, 민주당 주류의 막후조정이 주효했던 셈이다.

샌더스 입장에선 2016년에 이어 민주당 내부의 기득권 세력이 불공정 경선으로 자신을 배제했다 생각할 만하다. 속내는 어떨지 몰라도 샌더스는 좋은 모양새를 갖추어 경선 결과에 승복했다. 4월 8일 경선 중단 후 일주일도 되지 않아 샌더스는 공동 비디오 컨퍼런스를 통해 바이든 지지를 선언했다. 2016년 샌더스 지지자들이 힐러리 클린턴에게 끝내 앙금을 씻어내지 못한 채 분열됐던 기억이 2020년 대선 국면에선 재현되지 않을 것 같다.

미국 선거 열기가 한창 달아오르고 있다. 그런데 11월 3일에는 대통령만 뽑는 것은 아니다. 상원의원 100명 중 33명, 하원의원 435명 전원을 선출하는 의회선거가 동시에 치러진다. 코로나19로 인해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상·하원 후보를 선출하는 공화·민주 양당의 당내 경선도 속속 진행 중이다. 샌더스 혁명의 아쉬운 중단, 엘리자베스 워런의 좌절에도 불구하고, 의회선거에서 민주당 내 진보진영의 도전과 역전극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 6월 23일 치러진 뉴욕 주 경선에서 진보진영은 의미 있는 성과를 냈다. 경선 직후 스티브 이스라엘(Steve Israel) 전 하원의원은 “경선 결과가 이렇다면 새로운 세대가 주류 기득권을 몰아내고 뉴욕 주의 정치지형을 근본적으로 바꿀 게 명백하다. 인종, 다양성, 이데올로기에 기반한 재정렬(realignment)”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민주당 소속으로 뉴욕에서 8선을 하면서 뉴욕 주 정치를 깊이 이해하는 사람이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노장 정치인이 이런 얘기까지 하는 걸까?

먼저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즈(이하 “AOC”)가 재선에 도전하는 NY-14 선거구를 살펴보자. AOC처럼 이름이 3글자 약칭으로 통용되는 것은 아무에게나 주어지지 않는 영예이자 정치인으로선 큰 행운이다.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FDR), 존 F. 케네디 대통령(JFK), 마틴 루터 킹 목사(MLK),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RBG)의 예를 보면 이해가 될 것이다.

푸에르토리코계 이민 가정 출신에다 웨이트리스로 일했던 AOC는 2018년 10선 의원이자 민주당의 하원 원내 서열 4위의 중진 조 크롤리(Joe Crowley)를 경선에서 꺾는 파란을 일으킨다. 당내 경선이 사실상 본선이나 마찬가지인 민주당 초강세 지역구라서 AOC는 무난히 승리해 29세에 최연소 하원의원으로 당선된다.

AOC는 진보진영을 대표하는 급진적 정책을 내세운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경제적 평등을 촉진하기 위한 그린 뉴딜(Green New Deal), 민영 의료보험을 기반으로 하는 미국에서 다른 나라처럼 정부가 단일 공급자로 나서는 전 국민 메디케어(Medicare-for-All) 같은 어젠다를 주창해왔다. 그는 하원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이고, 민주당의 미래를 상징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초선 의원 시절 AOC의 정치적 위상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건을 소개한다.
2019년 10월 초 샌더스는 심장수술을 받아야 돼 선거운동을 잠시 중단했다. 미국 정치문화에서 후보의 연령 자체가 문제되지 않지만, 70대 후반의 대선 후보에게 심장이상이 닥치면 캠페인에 위기가 올 수밖에 없다. 수술 이후 10월 20일 뉴욕에서 열린 복귀 유세(영상)에서 샌더스는 AOC와 나란히 등장하여 AOC가 자신을 공식 지지했음을 알린다.

AOC는 2016년 샌더스 캠페인 자원봉사자로 정치와 연을 맺었다. 그런데 불과 3년 만에 휘청이는 샌더스의 대선 캠페인을 되살릴 정도로 급성장한 것이다. 이후 샌더스는 경선 초반 바이든을 압도하며 대세론이 나올 만큼 기세를 올린 반면, 같은 민주당 내 진보진영으로 AOC의 지지를 내심 기대했을 워런은 끝내 비상하지 못했다.

이런 위상을 갖는 슈퍼스타 AOC가 당내 경선 단계부터 도전장을 받았다. AOC는 월스트리트의 금융자본, 메인스트리트로 불리는 전통적 대기업, 신흥 테크 기업을 가리지 않고 독과점과 불평등 현상을 비판해 왔다.

2018년 11월 아마존은 각 지방의 유치 경쟁이 뜨거웠던 제2 본사를 버지니아 주 알링턴 크리스탈 시티, 뉴욕시 퀸즈 롱아일랜드 시티에 반분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AOC는 NY-14 지역구의 당선인 신분이었다. 여기에 퀸즈 일부가 포함되어 있는데, AOC는 대기업에 대한 과도한 혜택, 주거비용 상승 우려 등을 이유로 반대에 나섰다. 결국 아마존은 퀸즈 제2 본사 계획을 철회했다. 돈 있는 사람들에게 AOC는 눈엣가시 같은 정치인일 수밖에 없다.

AOC 반대세력은 지역구 차원의 대항마를 민주당 경선에 띄웠다. 바로 미셸 카루소-카브레라(Michelle Caruso-Cabrera)다. 20년 가까이 경제방송 CNBC 앵커를 지냈고, 경선 출마용이라는 의혹을 사기는 했지만 공화당원에서 민주당원으로 전향했다. 성(姓)에서 짐작할 수 있듯 그 역시 이민자 가정 출신이다. 여러 모로 소위 ‘합리적 보수’의 구미에 딱 맞는 후보다. 미국 상공회의소는 공식 지지를 선언했고, AOC를 밀어내려 카루소-카브레라를 징발한 월스트리트 큰손들이 선거자금을 지원했다. <마켓인사이더 6월 18일자 보도 내용 참조>

AOC가 당시 경선에서 심각한 도전에 직면했다는 분석마저 있었다. 그 결과는 어땠을까? AOC가 72% 넘게 득표하며 19.4% 득표에 그친 카루소-카브레라에게 압승을 거두었다. 경선 승리 후 AOC가 한 말이다.
“돈을 아무리 쏟아 부어봐야 민심을 살 수는 없다." (No amount of money can buy a movement. No amount.)

AOC의 지역구 다음으로, 이번 민주당 주류와 진보진영의 최대 격전지는 NY-16 선거구다. 한국에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하원 외교위원장 엘리엇 엥겔(Eliot Engel)의 지역구인데, 교사 출신 시민운동가이자 44세의 흑인 후보 자말 보우먼(Jamaal Bowman)이 도전장을 던졌다.
보우먼은 초등학교 교사로 경력을 시작했고 2009년 ‘Cornerstone Academy for Social Action’이라는 중학교를 설립하여 교장을 맡았다. 그는 획일적 학력평가(standardized testing)에 반대하고, 소위 ‘school-to-prison pipeline’, 즉 비행을 저지른 저소득층 내지 소수인종 학생에게 학교가 과도하고 차별적인 징계조치를 내려, 해당 학생이 학교와 사회로부터 배제되고 결국 범죄자가 되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보우먼의 도전은 명백하게 2018년 AOC 경선 승리를 모델로 기획된 것이다. 경선이 본선이나 마찬가지인 민주당의 아성인 뉴욕 지역구에서, 젊고 진보적인 정치 신인이, 시민사회세력의 지원을 바탕으로, 오랜 기간 의원직을 지켜온 정계 거물에게 도전하는 구도였기 때문이다.
보우먼 본인도 AOC의 영향이 아니면 이 자리까지 오지 못했을 것이라 밝혔다. <자말 보우먼 트위터 참조>

그리하여 NY-16은 민주당의 주류와 진보진영이 자존심을 걸고 싸우는 전쟁터가 되었다. 엥겔 의원은 16선을 하는 동안 대부분의 당내 경선과 본선에서 낙선을 걱정하지 않을 정도로 압도적인 경력을 자랑했다.
보우먼을 내세워 AOC 신화의 재현을 꿈꾸는 진보진영 앞에서, 민주당 주류의 반격은 어느 때보다 강력했다. 엥겔 의원이 위기에 처하자 힐러리 클린턴, 앤드류 쿠오모 뉴욕 주지사,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 척 슈머, 하원의장 낸시 펠로시 등 정계 거물들이 엥겔 지지를 선언했다. 반대로 샌더스, 워런, AOC는 보우먼을 지지하고 화력을 쏟아 부었다.

23일 현장투표에서 보우먼은 약 3만 표(득표율 60%)를 얻어 1만8000표에 그친 엥겔 의원을 압도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우편투표 수가 상당히 많을 것으로 예상되고 우편투표 개표 완료까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이나, 엥겔 의원의 낙마는 기정사실화된 분위기다. 보우먼도 이미 경선 승리를 선언했다.

그밖에 NY-15 선거구의 릿치 토레스(Ritchie Torres), NY-17 선거구에서 먼데어 존스(Mondaire Jones) 후보가 각각 경선에서 승리했다. 두 사람은 30대 초반, 흑인, 게이 후보로서 진보진영의 지지를 받는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그중 NY-15 선거구에선 민주당의 15선 호세 세라노(Jose Serrano) 의원의 은퇴 선언 뒤 현역의원 공석을 노린 정치 신인들이 무더기로 도전했다. 1988년생 릿치 토레스 후보는 25세였던 2013년부터 같은 지역구의 뉴욕시의회 의원이었고, 지금도 최연소 시의원이다. 유력 경쟁후보 루벤 디아즈(Rubén Díaz Sr.)는 오순절교회 목사 출신 시의원인데 민주당으로 출마했지만 놀랍게도 낙태, 동성 결혼을 반대한다. 동성애자임을 밝힌 토레스와의 대결로 당연히 주목받았으나 토레스는 약 30%의 득표율로써 14.8%에 그친 디아즈를 가볍게 꺾었다.

NY-17 선거구 역시 민주당 출신 16선 니타 로위(Nita Lowey) 의원의 은퇴를 앞두고 무주공산이 되자 다수 후보가 난립했다. 그중 주목할 만한 몇 명을 소개해본다.
데이빗 칼루치(David Carlucci)는 현직 뉴욕 주 상원의원이라는 이점을 가졌다. 에블린 파카스(Evelyn Farkas)는 오바마 행정부의 국방부 부차관보 경력에다 존 케리 전 국무장관, 리온 파네타 전 국방장관의 지지를 등에 업었다. 아담 슐라이퍼(Adam Schleifer)는 해당 선거구에서 인구 비중이 높은 유대계의 후원을 배경삼아 경선을 치렀다.

승리를 거둔 먼데어 존스는 상대적으로 무명에 가까운 후보였는데 그의 캠페인을 추동한 것은 샌더스, 워런 등의 공개 지지였다. 뉴욕타임스 또한 존스를 공식 지지하며 보편적 보육, 무상 대학교육 등 그의 공약은 그의 삶과 별개가 아니라고 평가했다.
존스는 싱글맘 슬하에서 임대주택과 푸드 스탬프에 의존해 어린 시절을 보냈으나 하버드 로스쿨을 졸업하고 변호사가 된 입지전적 인물이다. 존스는 44%의 득표율을 올려 위에 언급한 세 명의 후보를 합한 것보다 많은 표를 받아 현장투표 1위를 기록했다. <뉴욕타임스 6월 12일자 보도 내용 참조>

6월 23일 실시된 뉴욕 주 경선은 민주당 진보진영에게 승리의 밤이 되었다. 우편투표 개표가 남아 있었지만 현장투표 결과가 뒤집힐 것이라는 예상은 별로 없다.

기존 정치에서는 보기 힘든 역전의 장면들이 짧은 기간에 잇따라 펼쳐졌다. 2018년 AOC의 경선 승리 2년 뒤 보우먼이 그의 승리 패턴을 고스란히 재현했다. AOC는 월스트리트가 내세운 대항마에 밀려 낙마하거나 상당히 고전했어야 하지만, 실제 결과는 도전을 시도한 쪽을 좌절시킬 정도의 압승을 거두었다. 최초의 흑인 동성애자 하원의원이 한꺼번에 2명이나 탄생할 가능성이 눈앞의 현실로 다가왔다.

이런 역전 현상은 방금 시작된 일은 아니다. 진보진영 젊은 세대의 도전은 진즉부터 의미 있는 성과를 내고 있다.

2018년 상·하원 선거 당시 의회에 진출하여 ‘Squad’로 불리는 여성 의원 4인방이 보여주는 다양성(diversity)은 놀랍다.
AOC 외에 ▲최초의 무슬림 여성 하원의원 일한 오마르(Ilhan Omar, 소말리아계) ▲라시다 틀라입(Rashida Tlaib, 팔레스타인계) ▲매사추세츠에서 당선된 최초의 흑인 여성 하원의원 아이아나 프레슬리(Ayanna Pressley)도 그렇다.
이들은 단순히 다양한 출신 배경을 대표하는 게 아니라 기성정치에 대한 도전 세력을 상징한다. 트럼프는 물론이고, 민주당 주류의 권력자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각을 세우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런 현상을 일시적인 바람으로 평가절하하기 어려운 이유는, 유권자 지형이 바뀌었고 기성 정치가 담아내지 못하는 소외계층을 대표하겠다는 신진 정치인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정치에서 밀레니얼 세대는 이전과 다르다. 단순히 젊어서가 아니다. 부모 세대인 베이비부머, 바로 위의 X세대처럼 장래 인생계획을 할 수 있는 ‘안정적 일자리’는 대부분 사라졌다. 트럼프의 방식대로 중국으로 넘어간 공장들을 억지로 미국으로 되돌려도, 샌더스의 제안처럼 무역협정에 반대하고 대기업과 부유층에 더 많이 과세를 해도, 미래의 일자리는 AI와 로봇에게 갈지언정 자신들에게 오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기존의 민주-공화 양당 구도로는 이런 유권자들을 대변하기 어렵다. 감세, 규제완화만 외치는 공화당은 물론이고, 민주당 주류도 월스트리트의 이해관계를 근본적으로 거스르지 못할 뿐더러 한계비용 제로의 자동화 세상에 대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흑인, 동성애자 등 소수자 정체성을 가진 유권자의 입장에서 기존 정치는 모두 불만족의 대상이다. 최초의 흑인 대통령(버락 오바마)이 8년 임기를 성공적으로 마쳤지만 인종차별은 현재진행형이다. 연방대법원에서 동성 결혼을 인정받았지만 아직도 여러 형태의 차별에 맞서야 한다.
소수자들은 이전과 다른 양태와 방식으로 정치변화 물결에 참여하고 있다. 오바마의 연설이 기존의 보수적 정치문법 안에서 사람들의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최대치라면, 자말 보우먼의 경우 직설적으로 인종차별, 경찰개혁, 경제적 불평등을 저격(연설 영상)한다. 양자의 결은 확연히 다르다. 

이들은 자기 세대, 같은 정체성의 의원을 만들어낼 수단, 현실을 역전시킬 방법을 찾아나가고 있다. 미국 전체 유권자 중 백인 비중이 계속 줄어드는 가운데 소수자 정체성을 희석하지 않고 출마하겠다는 유능한 젊은 인재도 늘어난다. 민주당 주류는 대기업, 거액 기부자의 선거자금을 마다하지 않지만 진보세력이 여기에 대항할 수단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AOC는 풀뿌리 소액기부만으로 1000만 달러 넘게 선거자금을 모았는데 이는 전체 하원의원 중 5위 안에 드는 엄청난 실적이다. <더힐 6월 21일자 보도 내용 참조>

미국 선거에서 AOC라는 히트상품이 나온 이후 보우먼 같은 후속작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AOC 또한 멈추지 않을 기세다. AOC는 강력한 모금 능력을 바탕으로 캠페인 상근 직원을 상당 규모로 채용하고 소셜미디어 홍보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AOC가 이번 경선 승리 차원을 넘어서서 더 높은 목표를 바라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구체적으로 2022년 선거 때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척 슈머에게 도전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서 보여준 일탈 행태와 부정적 이미지 때문에, 바이든은 이번 선거를 ‘이 나라의 영혼을 건 싸움’(battle for the soul of the nation·영상)이라고 규정했다.

민주당은 백악관 탈환을 위해 바이든의 깃발 아래 단결했지만, 그 아래 상·하원 선거에선 ‘민주당의 영혼’(soul of the Democrats)을 향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 민주당 내부의 진보진영과 새로운 세대는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이고 이 싸움이 단기간에 끝나지도 않을 것이다.
미국 정치를 다루는 페이스북 페이지 ‘워싱턴 업데이트’에 올라온 표현을 빌자면, 땅 아래가 갈라지고 있을 때 그 위에 아스팔트를 덮는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유정훈 필자

변호사(한국 및 미국 뉴욕 주). 2011년 미국 연수 당시 버락 오바마에 맞설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이 한창이어서 미국 정치·선거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 됐다. 이후 페이스북에서 꾸준히 미국 정치와 법에 관한 ‘덕질’을 계속하고 있다. 메디치미디어가 출간한 <상 차리는 남자? 상남자!>를 공저했다. 서울신문에 칼럼을 연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