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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국의 ‘리더가 말하는 법’] 알려주고 이끄는 리더가 되자…상대 입장에서 묘사하듯 10가지를 설명해줘야

by | 2020년 6월 29일 | 강원국의 '리더가 말하는 법', 기획 · 연재

리더는 알려주는 사람이다. 모르는 사람을 아는 길로 이끌어준다. 그래서 리더는 알려줄 수 있어야 한다. 알려주는 것이 리더의 책무다. 왜 알려줘야 하는가. 이유는 간단하다. 잘 모르면 일을 못하니까. 알아야 잘하니까 그렇다. 일이란 아는 만큼 잘할 수 있다.

리더는 조직 안팎의 일을 많이 안다. 구성원은 잘 모른다, 그런데 리더는 일을 하지 않는다. 일을 지시하고 결과를 점검, 시정할 뿐이다. 착수하는 일은 구성원들이 한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일을 시작한다. 회사에선 사원·대리가, 청와대에선 주로 행정관들이 일을 한다. 아니 행정관도 안한다, 해당 부처에서 한다.

상황이 이런데 잘할 리 만무하다. 모르는 일을 잘하는 사람은 없다. 천재이거나 눈치 빠른 사람 말고는 그럴 수밖에 없다. 그래서 많이 아는 리더가 바로 잡아준다. 그런데 의문이다. 리더는 어떻게 그게 가능할까.
10년, 20년 이상 일한 리더와 구성원 간의 역량 차이는 어디서 비롯된 걸까. 상사는 원래 똑똑했고 부하직원은 본시 그렇게 바보였을까. 그렇지 않다. 리더가 알고 있는 걸 구성원이 모두 알면 누구나 일을 잘할 수 있다. 알고도 못하는 바보는 없다. 제대로 알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왜 그렇게 말귀를 못 알아 듣냐”
 갑질 하는 ‘꼰대’가 되지 말아야
#조직에선 설명 잘하는 사람이 리더

 핵심, 본질을 꿰뚫는 ‘단순화’ 화법
 필요한 말도 우선순위 갖고 전달해야
#비유, 예시, 열거와 비교-대조 활용
 보거나 듣거나 있는 대로 묘사하라
 설명할 땐 듣는 입장에서 배려하길

일이라는 건 모르는 상태에서 아는 상태로 나아가는 암중모색의 과정이다. 다 알면 일이 끝난다. 일이 끝나면 누구나 안다. ‘아, 이렇게 하면 됐구나.’ 그것이 일의 본질이다.

문제는 알 수 있는 기회가 리더에게 집중된다는 사실이다. 팀원은 팀장회의에 들어가지 못한다. 부서장은 임원회의 참석 대상이 아니다. 임원은 부서장, 팀장보다 많이 안다. 임원은 회사 돈으로 최고경영자과정에도 참여하고 조찬강연도 들을 수 있다. 많이 알게 된 건 자기 덕분이 아니다. 자리 덕에 알게 된 것이다. 그렇게 알게 된 것을 사적으로 소유해선 안 된다. 공적인 앎이고 공유해야 할 대상이다.

모든 조직의 구성원들은 직급 순으로 많이 안다. 청와대는 대통령이 가장 많이 알고 그 다음이 비서실장, 수석비서관, 비서관, 행정관, 행정요원 순으로 많이 안다. 대통령이 지시하면 줄줄이 아래로 전달한다. 알려주는 게 아니다. 그 중엔 전후맥락을 설명해주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은 배경 설명 없이 지시한다. 개별적으로 지시하기도 하고 주요 사안은 수석회의, 비서관회의 등을 통해 전달한다.

일은 해당 부처에서 한다. 부처의 실·국장이 하는 것도 아니다. 과장급도 하지 않는다. 사무관이 한다. 청와대 수석이 아는 것과 부처 사무관이 아는 것과는 천양지차다. 그 격차를 뛰어넘는 사람이 유능하다는 소리를 듣는다. 알려주지 않아도 알아먹는 사람이다.

사무관이 일을 하면 이제는 다시 거꾸로 올라간다. 사무관보다는 과장이 많이 아니까, 더 아는 것으로 바로잡는다. 실·국장도 청와대 비서관과 수석도 마찬가지다. 줄줄이 위로 올라가며 자신이 더 아는 것으로 수정한다. 고치고 또 고친다. 잘 고치는 사람이 유능한 상사다.

매일매일 내려가기와 올라가기를 되풀이하고 있다. 이러지 않으려면 리더는 세 가지 중 하나를 해야 한다. 일할 사람에게 알 수 있는 기회를 주든지, 알 기회를 독차지하고 있는 자신이 일을 하든지, 아니면 자신이 아는 걸 알려주든지, 셋 중 하나다. 팀원을 임원회의에 들어가게 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임원이 모든 일을 할 수도 없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다. 알려주는 것이다. 그것이 리더가 해야 할 일이다.

잘 알려주는 리더의 조건 두 가지

리더가 알려주는 일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함께 일하는 다른 사람에게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있어야 한다. 아랫사람이 얼마나 모르는지 알아야 하고, 그 모르는 사람에 대해 측은지심이 있어야 한다.
대체로 리더는 아래 사람의 사정을 잘 모른다. 잘 알아먹는 사람만 눈에 들어올 뿐, 모르는 채 끙끙 앓고 있는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알아먹는 사람 중심으로 조직이 돌아가고, 그 결과로 아는 사람은 더 알고, 모르는 사람은 더 모르게 된다.

알려주려면 리더부터 많이 알아야 한다. 내가 만난 사람 가운데 많이 아는 리더의 공통점이 있다. 남이 하는 말을 열심히 듣는다. 들을 뿐 아니라 캐묻기도 한다. 이를 통해 자기 말에 써먹을 만한 내용을 얻는다. 메모에도 정성을 다한다. 기억의 한계를 기록으로 극복한다. 알려주기 위해 그렇게 한다.

리더는 열 가지를 알려줘야 한다.
첫째,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려줘야 한다. 대개의 경우 이건 잘 알려준다.
둘째, 그 일을 하는 취지, 목적 등을 알려줘야 한다.
셋째, 그 일과 관련한 현황과 사실을 정확하게 알려줘야 한다.
넷째, 상황이 그렇게 된 이유, 원인, 배경 등을 알려줘야 한다.
다섯째, 그 일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알려줘야 한다.
여섯째, 자신이 알고 있는 방법을 알려줘야 한다.
일곱째, 자신의 경험을 알려줘야 한다.
여덟째,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을 알려줘야 한다.
아홉째, 자신이 들은 정보를 알려줘야 한다.
열 번째, 어느 수준의 결과물을 원하는지 알려줘야 한다.

잘 알려준다는 건 설명을 잘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설명을 잘한다는 건 무슨 뜻인가. 국어사전에 보면 ‘어떤 일이나 대상의 내용을 상대편이 잘 알 수 있도록 밝혀 말함’이라고 되어 있다. 말하기의 대부분이 설명이다. 리더에게는 더욱 그러하다. 리더는 설명하는 사람이다. 직급이 낮아도 설명 잘하는 사람이 리더이고, 아무리 직급이 높아도 조곤조곤 설명을 못하면 리더 자격이 없다.

나는 설명 잘하는 사람을 보면 부럽다. 개인적으로 유시민 작가가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유 작가가 말 잘한다는 소리를 듣는 결정적인 이유도 설명을 잘하기 때문이다. 설명을 잘하기 위해서는 잘 알아야 한다. 잘 아는 사람은 짧게 설명할 수 있다. 다시 말해 같은 내용도 짧게 말할 수 있어야 설명을 잘하는 사람이다.

짧게 설명하는 방법, 단순화

짧게 말하려면 그 내용에 정통해야 한다. 그것이 우선이다. 짧게 설명하는 사람은 정의를 잘 내린다. “그것은 무엇이다”라고 한 마디로 단언한다. 건방져 보일 수 있다.
그러나 핵심과 본질을 꿰뚫는 한 마디는 선점하고 선도하는 힘이 있다. 듣는 사람에게 영감을 줄 뿐 아니라 선견지명의 명언으로 남을 수도 있다. 이러려면 내용을 완벽하게 장악하고 있어야 한다. 잘 알 뿐 아니라 확신까지 갖고 있어야 한다.

짧게 설명하는 사람은 단순화를 잘한다. 구체적 사실에서 일반적 내용을 추출해낸다. 여러 경험과 사례에서 그것이 주는 의미와 시사점을 잘 뽑아낸다. 흐름도 잘 파악한다. 불규칙한 반복에서 규칙적인 패턴을 찾아내 그걸 트렌드라고 말한다. 그것이 실제로 일정한 방향을 형성하면 그 사람에게 혜안이 있다고 한다. 그런 사람은 도식화도 잘한다. 한 장의 그림으로 복잡한 자기 생각을 잘 표현한다. 재수 없다(?)는 생각은 잠깐이고 두고두고 경외의 대상이 된다.

설명을 잘하는 사람은 무엇보다 불필요한 말을 하지 않는다. 말에 군더더기가 없을 뿐 아니라 요약과 정리를 잘한다. 사족이 없는 건 기본이고, 필요한 말도 압축해서 한다. 나아가 그것의 우선순위, 자기 말의 중요 순서까지 정해준다.

쉽게 설명하려면 비유, 예시, 열거를

설명을 잘하기 위한 또 하나의 조건은 쉽게 말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자세하게 말해야 한다. 빠트리는 것 없이, 최대한 상세히 한다는 생각으로 말하는 것이 쉽게 설명하는 길이다. 그러면서도 짧아야 한다. 그러면 설명의 기본은 충족된다.

쉬운 설명을 위해 가장 흔하게 동원하는 것은 비유, 예시, 열거이다. 비유, 예시, 열거는 아는 것을 통해 모르는 것을 알려주는 방법이다. 비교-대조도 마찬가지다.

사례를 들어서 말하는 것도 방법이다. 여기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설명하려는 대상을 먼저 말한 다음 그것을 이해시키기 위해 여러 예를 들 수 있고, 여러 사례를 먼저 말한 후 이를 일반화하는 것으로 설명할 수도 있다. 추상은 설명의 최대 적이다. 공중전 잘하는 걸 자랑하지 마시라. 말이란 땅에 딛고 말해야 상대방이 알아먹는다. 제발 고매한 척 마시라. 우회적으로 모호하게 말하면 못 알아먹는다.

나는 주로 분석과 분류를 많이 활용한다. 세 가지 특징을 밝히거나, 다섯 가지 방법을 제시하는 식으로 설명한다. 잘 묶어주거나 잘 나눠주면 알기 쉬운 설명이 된다.

묘사도 주된 설명 방법이다. 본 대로, 들은 대로, 있는 그대로 말하는 묘사는 설명 중에서도 서술에 가깝다. ‘예쁘다’고 얘기하지 않고 ‘코가 어떻게 생겼고 눈이 어떻게 생겼다’고 말하는 것이다. 고등학교 영어 책에서 이런 구절 본 적 있지 않나. “달이 빛난다고 말하지 말고 깨진 유리조각에 반짝이는 한 줄기 빛을 보여줘라.” 안톤 체호프의 말이다. 설명하지 말고 묘사해주라는 말이다. 진상이나 경위를 말하는 것, 새로운 흐름에 대한 조사 결과를 말하는 것, 그러니까 사실을 말하는 것은 모두 묘사에 가깝다. 잘 묘사하면 좋은 설명이다.

못 알아 듣는 건 말하는 사람의 책임

설명을 하는 사람 위주로 하느냐, 설명을 듣는 사람 중심으로 말하는가 하는 것도 중요하다. 식당에 찾아갈 때 주인에게 전화해서 길을 물어보는 경우 있다. 그럴 때 알기 쉽게 설명해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 차이는 설명을 듣는 사람 위주로 말하느냐에 달려 있다. 자기가 아는 지형지물을 대면서, 거기서 조금만 쭉 올라오라고 하는 식으로 설명하면 찾아가기 어렵다. 지금 눈앞에 보이는 게 뭔지 물어보고 거기서 몇 미터 더 올라오라는 식으로 설명해줘야 한다.

조직에서 리더와 구성원 간 소통을 잘 하는 길은 둘 중 하나다. 상사가 알아먹게 설명을 잘하거나, 상사는 개똥 같이 설명해도 부하 직원이 된장이라고 알아먹는 경우다. 그런데 후자는 정말 어렵지 않은가. 그걸 기대하는 리더는 없을 것이다.

설명은 듣는 사람에게는 책임이 없다. 무조건 말하는 사람의 문제다. 듣는 사람이 빠릿빠릿하게 이해하면 설명을 잘하는 것이고, 더듬거리면 설명을 못하는 것이다. “너는 왜 그렇게 말귀를 못 알아듣느냐?” “개떡 같이 말해도 찰떡 같이 알아먹어라?” 이런 설명이야말로 개떡 같은 소리다. 그러면 ‘갑질’하는 ‘꼰대’가 되고 만다.

당신은 설명을 잘하는가. 설명을 통해 잘 알아먹게 알려주는 사람인가. 그렇지 않다면, 당신은 리더가 아니다. 아무리 뛰어난 실적을 내고 있어도 말이다. 일 잘하는 구성원일 뿐이다. 윗사람 말을 잘 알아먹는 눈치 빠른 실무자에 불과하다. 내가 그렇게 조직 생활을 했다. 참 아쉬운 대목이다.


강원국 필자

작가다.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증권회사 홍보실, 대우그룹 회장비서실 등을 거쳐 대통령의 스피치라이터로 8년간 일했다. 저서로 『대통령의 글쓰기』, 『강원국의 글쓰기』, 『회장님의 글쓰기』가 있다. 각종 강연을 통해 ‘좋은 글쓰기’를 전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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