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선 최근 소셜미디어를 달군 그림이 하나 있다. 5월 28일 공개된 네덜란드 시사 주간지 EW의 표지다.
위아래 절반으로 나뉜 이 그림의 위쪽에선 금발 머리 노동자들이 열심히 일하고 있다. 파란 작업복을 입은 남성이 톱니바퀴 나사를 돌리고, 비즈니스 정장 차림의 여성은 바삐 걸어가며 업무 통화를 한다. 노트북 앞에 앉아 일을 하는 중년 남성의 뒤 배경은 회색 빌딩숲이다.
그런데 그림의 아래쪽은 딴판이다. 붉은 셔츠에 검은 머리, 멋들어진 콧수염을 기른 남성이 와인을 마시며 웃고 있다. 비키니 수영복 차림의 여성은 물가에서 스마트폰을 들여다본다.

굳이 설명할 것도 없지만, 이는 북유럽(금발머리) 사람들이 공장과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는 반면, 남유럽(검은 머리) 사람들은 날씨 좋은 해변에서 휴식을 즐긴다는 뜻이다. 이 표지에 실린 제목은 ‘남유럽에 추가 자금은 그만(Geen stuiver extra naar Zuid-Europa)’이다. 북유럽 사람들은 바쁘게 일하고 사는데 남유럽 사람들은 빈둥거리며 EU의 자금지원 혜택이나 누린다는 비난이 숨어있다.

이 주간지가 공개된 지 하루 만에 포르투갈에서 패러디 버전이 나왔다. 그림의 프레임은 같은데, 위아래 내용이 바뀌었다. 열심히 일하는 쪽은 검은 머리의 남유럽 사람이고, 해변에서 휴식을 즐기는 건 금발 머리의 북유럽 사람이다.
제목도 ‘조세 천국에 추가 자금은 그만(Geen stuiver extra belastingparadijs)’으로 달라졌다. ‘조세 천국’ 네덜란드 사람들이 다른 유럽연합(EU) 국가에 손해를 끼치면서 번 돈으로 휴가를 즐기는 동안, 남유럽 사람들은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뜻이다.

패러디 버전에 포르투갈어로 붙은 소제목은 ‘해변에서 흰 양말을 신고 다니는 놈들은 욕먹을 만해’다. ‘흰 양말’이란 남유럽에서 북유럽을 비하할 때 쓰는 표현이다. 해변이 많은 남유럽에선 샌들에 양말을 신지 않는데, 숲이 많은 북유럽에선 진드기에 물릴 것을 염려해 여름 샌들에다 발목을 덮는 긴 양말을 신는 경우가 많아서다.

#코로나 보조금 놓고 부자나라와 충돌

치졸한 인신공격으로 치닫고 있는 북유럽-남유럽 갈등의 원인은 ‘코로나 보조금’이다. 지난 5월 18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로 타격을 크게 받은 EU 국가들에 5000억 유로(약 684조원)를 지원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것은 돈을 갚아야 하는 대출금이 아니라 조건 없는 보조금이다. 27개 회원국이 동의하면 EU 집행위원회가 유럽 금융시장에서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확보하게 된다.

이에 대해 EU 회원국들은 제각각 이견을 보이고 있다. 코로나19로 타격을 크게 받은 이탈리아, 스페인 등은 상환 의무 없는 보조금 지원을 환영한다. 반면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등은 경제위기가 지나가면 갚아야 한다는 쪽이다. 당초 대출 방식을 지지했던 독일은 보조금 방식으로 입장을 바꿨다. 이에 대해 EW는 위 기사에서 ‘독일이 루비콘 강을 건넜다’고 표현했다.

유럽의 정치인들은 점잖은 협상안을 찾기보다는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가시 돋친 설전을 벌이고 있다. 봅케 훅스트라 네덜란드 재무장관은 “몇몇 국가는 경제 문제에 대해 스스로 잘못된 점을 찾아봐야 한다”며 반대의사를 밝혔다.
그러자 안토니우 코스타 포르투갈 총리는 네덜란드를 겨냥해 “그 발언은 역겹다(disgusting)”고 반응했다. “EU가 지금처럼 계속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지, 아니면 누군가 뒤에 남겨져야 하는지 알고 싶다”고도 했다.

#스페인 최저생계비 지급 논란

스페인이 최근 도입하려는 최저생계비(ingreso mínimo vital) 제도는 이런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스페인 좌파 연립정부는 빈곤층 85만 가구(약 230만 명)에 매월 462~1015유로의 최저생계비를 지급하기로 5월 29일 결정했다. 스페인의 빈곤층 비율은 21.6%로 서유럽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최저생계비 도입을 논의하던 와중에 코로나19 위기가 확산되자 이를 앞당겨 시행하기로 한 것이다. 잠재적인 수혜자의 월 평균소득은 310유로(약 43만원)밖에 안 된다.

스페인의 호세 루이스 에스크리바 사회안전망·이민 담당 장관은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앞으로 몇 달간은 스페인에 아주 어려운 시험대다. 현재 일시적 휴가 상태에 있는 약 300만 명이 올 여름에 공식적으로 실업자가 될 것이다. (최저생계비 제도는) 이들이 코로나19 경제 충격에서 벗어나는 것을 도울 것이다.”  그러면서 “이 제도는 기본소득(universal basic income)과는 정반대”라고 강조했다. 영국과 다른 나라들이 이를 ‘기본소득’으로 명명한 것을 의식한 발언이다.

그는 “최저생계비 제도는 저소득층 85만 가구를 14개의 세부 카테고리로 분류한 다음, 가구별로 성인·아동 수에 따라 차등적으로 금액을 지급한다. 반면 기본소득이란 모든 사람에게 조건 없이 고정 금액을 지급하는 것으로 핀란드 등에서 시도된 바 있으며 훨씬 더 돈이 많이 드는 제도”라고 주장했다.

최저생계비 제도는 차등 지급이라는 점에서 기본소득은 아니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나도 무기한으로 계속된다는 점에서 재난지원금이라고 할 수 없다. 문제는 여기에 들어갈 예산이다. 스페인 정부는 매년 30억 유로(약 4조원)가 추가로 필요할 것으로 추정한다.
관련 기사에는 ‘그 돈이 다 어디서 나오느냐’, ‘EU가 주는 코로나 보조금이 스페인 사람들의 기본소득이 되는 것이냐’는 내용의 댓글들이 넘친다.
제도의 실효성에도 의문이 따른다. 전문가들은 “사람들이 일을 않고 집에 있도록 장려해선 안 된다. 기업이 직원을 해고하지 않도록 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해묵은 갈등, EU는 해체될까

EU의 갈등은 사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최근 10여 년만 보더라도 2009년 유로존 위기, 2015년 유럽 난민 사태, 그리고 역내 2위 경제규모였던 영국이 EU를 탈퇴한 브렉시트까지 위기의 연속이었다.
그러다 유럽에서만 12만 명이 사망하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일어난 것이다. EU 집행위원회 통계에 따르면 EU의 GDP는 올해 7.4%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유로존 위기 때 4.3% 감소한 것과 비교하면 ‘2차 대전 이후 최악의 경제위기’라는 진단도 과장이 아니다.
게다가 코로나19 팬데믹은 여러 위기를 연쇄적으로 발생시킨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더 크다. 보건(health) 위기로 시작된 것이 경제(economic) 위기로, 정치(political) 위기로, 다시 금융(financial) 위기로 발전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조셉 보렐 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는 현 상황을 ‘역사의 상처(the scars of history)’라고 지칭했다.

모든 나라가 타격을 받고 있지만 그렇다고 똑같이 타격을 받은 건 아니다. 이게 더 큰 위기로 이어지는 양상이다. EU의 올해 GDP가 마이너스 7.4%의 역성장을 한다는 평균치 뒤에는, 독일의 GDP가 6.5% 떨어질 때 스페인·이탈리아·그리스의 GDP는 9% 넘게 떨어진다는 차별적 현실이 놓여 있다.

EU 집행위원회에 따르면 EU 출범 이후 노동·자본·서비스의 자유로운 이동이 허용된 결과 EU 전체의 GDP는 8~9%쯤 늘어났다. 남유럽 국가들은 이렇게 늘어난 부(富)의 대부분이 독일·네덜란드 같은 북유럽의 부자나라로 쏠렸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남유럽 경제가 어려울 때 도움을 주는 건 당연하게 치러야 할 작은 비용이라는 입장이다. 유로화가 통용되기 직전인 2000년 당시 이탈리아 국민 중 EU 멤버십에 반대하는 의견은 9%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난 5월 조사에서는 ‘떠날 준비가 됐다’고 응답한 비율이 44%에 이르렀다. 포르투갈 총리가 “EU가 할 일을 하지 않으면 다 끝난 것”이라고 말한 이유다.

#극우 세력, 봉쇄조치 반대 시위 격화

갈등은 나라 사이뿐만 아니라 나라 안에서도 심화되고 있다.
유럽 각국의 봉쇄(lockdown) 조치가 두 달째 계속되자 이에 반대하는 시위가 잇따르고 있다. 스위스 수도 베른에선 5월 내내 시위가 일어났는데, 이는 ‘5명 이상 모임 금지’라는 연방정부 조치를 위반한 것이다. 이 때문에 참가자들 중 일부가 ‘48시간 집회 참가 금지’ 명령을 받았는데, 이를 또 다시 어긴 수십 명이 ‘4주간 집회 참가 금지’ 명령을 받았다.
시위 구호 중엔 ‘독재는 연대가 아니다(Diktatur ist nicht solidarisch)’처럼 개인자유 제한에 항의하는 내용도 있었지만 ‘코로나 거짓 경보(Corona Fehlalarm)’처럼 음모론을 주장하는 내용도 적지 않다.

5월 16일 스위스 베른에서 한 남성이 봉쇄조치에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독일의 봉쇄조치 반대시위에선 음모론이 좀 더 부각되고 있다. 주말마다 수천 명이 베를린을 비롯한 대도시에서 ‘코로나 때문에 멍청해졌다’라는 문구가 적힌 마스크를 쓴 채 거리에 나선 사람들이 많아졌다. 집회 중에 ▲봉쇄조치의 목적은 우리를 독재에 조금씩 길들이려는 것 ▲5G 네트워크가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데 이용된다 ▲빌 게이츠가 대중을 조종하려고 팬데믹을 이용하고 있다는 음모론이 펼쳐진다.

백신 반대론자들도 많다. 이들은 “백신이 실제로 병을 더 퍼뜨리고, 정부가 국민을 통제하는 도구로 쓰인다”고 주장했다. 독일에선 이런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판매하는 온라인몰까지 생겨났다. 티셔츠에 적힌 문구를 살펴보면 ‘당신들의 패닉이 바이러스보다 더 나쁘다’, ‘코로나로 죽는 사람보다 바보가 되는 사람이 더 많다’는 내용이 많다.

독일 정치인들은 극우 세력의 이런 주장에 우려를 제기한다. 메르켈 총리가 속한 기독교민주연합(CDU)의 폴 치미악 총서기는 언론 인터뷰에서 “극단론자들이 코로나19 팬데믹을 자신들의 반(反)민주주의 선전 도구로 이용하는 걸 좌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녹색당 측도 ‘집회할 권리는 중요하지만, 모든 정치인들이 빌 게이츠의 꼭두각시라고 말하는 건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1%의 반란과 정치 양극화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 살라망카에서 벌어진 봉쇄조치 반대 시위는 다른 의미에서 흥미롭다. 마드리드의 21개 구역 중 하나인 살라망카의 인구는 15만 명인데, 그 중심인 누녜즈 데 발보아 거리는 스페인 상위 1% 부자들이 사는 곳이다. 주민 대부분이 우파 정당(PP) 또는 극우 정당(Vox)에 투표한다. 고소득자, 특권층이 몰린 이 거리에서 주민들은 ‘Socialist 정부’에 대항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를 처음 주도한 사람은 디에고 힐-카사레스라는 20살 청년이다. 사람들은 두 달 동안 매일 그가 트는 노래에 맞춰 춤 추고 냄비를 두드렸다. 거리로 나가지 못했던 완전 봉쇄 기간에는 각자의 집 발코니에서, 나중에는 거리에서… 이 청년이 두 달 뒤 ‘은퇴’ 선언을 하자 주민들이 그의 사진으로 앨범을 만들어 ‘은퇴식’을 열어주기까지 했다.

스페인 극우정당 복스(Vox)가 정부 봉쇄조치에 반대해 마드리드에서 주도한 드라이브 스루 집회 광경.


이 거리에서 시위 참가자들이 내세운 구호는 주로 ‘Libertad(자유)’였다. 스페인 국기를 몸에 두르거나 흔들면서 ‘정부는 물러나라’, ‘공산주의 언론’을 외쳤다. 시위에 참가한 주민들은 스페인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이렇게 세금을 내는데 정부가 하는 일이 없다. 지금 낀 장갑과 마스크도 내 돈으로 다 샀다”고 말했다.

이 부자동네 거리 시위가 흥미롭다고 한 것은, 이게 스페인 정치상황의 축소판이기 때문이다. 스페인은 현재 유럽에서나 전 세계적으로나 정치적 양극화가 가장 심한 곳 중 하나다.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 외의 다른 정당에 대한 적개심을 조사해 수치로 나타낸 것. 가로축의 중간값이 클수록 적개심이 심하다는 것을 뜻한다
.

미국 중서부 정치과학학회(MPSA)가 1996년부터 20년간 20개 국가를 대상으로 76차례의 총선거 여론조사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스페인이 1위였고 그 뒤를 그리스, 프랑스 등이 뒤따르고 있다. 스페인 일간지 엘문도가 CIS(The College for International Studies) 자료를 바탕으로 조사한 또 다른 결과에 따르면, 2019년 말 현재 스페인 사람의 15%가 이념적으로 양극단에 존재한다. 이는 지난 30년 새 두 배로 증가한 수치다.

정치 양극화는 경제 양극화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MPSA 연구 결과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요소로는 나라별 경제 상황(실업률)이 꼽혔다. EU 집행위원회가 2016년 유럽 국가들의 소득 불평등을 조사한 결과 정치 양극화 순위와 상당히 겹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EU에서 소득 상위 20%는 하위 20%에 비해 평균 5.2배 높았는데, 소득 격차는 특히 스페인, 그리스, 이탈리아가 가장 심했다.


※소득 수준 상위 20%가 하위 20%에 비해 얼마나 높은 소득을 올리는지 나타낸 수치. EU 평균은 5.2다. 상위 20%의 소득이 하위 20%에 비해 평균 5.2배 높다는 뜻이다. 스페인과 그리스는 6.6, 이탈리아는 6.3으로 유럽 다른 나라보다 소득 불균형이 더 심하다.

#뉴 노멀: 콘택트 트레이싱 앱과 마스크

코로나19 팬데믹이 중반에 접어들자 유럽 각국은 봉쇄 조치를 완화하고 있다. 학교와 식당, 대부분의 상업 시설이 다시 문을 열었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이 2차 대유행을 예측함에 따라 각국은 대안으로 ‘콘택트 트레이싱 앱(contact tracing app, 이하 앱)’을 내놓고 있다.

대다수 아시아 국가들은 스마트폰의 GPS(위치추적장치)를 이용해 감염자 확산을 추적한다. 하지만 이 방식은 유럽에서 불법이 될 여지가 크다. 유럽 의회는 4월 17일 채택한 결의안을 통해 “팬데믹에 관련된 어떤 디지털 도구라도 EU의 일반정보보호규정(Gen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 GDPR)과 개인정보보호법(ePrivacy Directive)에 저촉되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앱 사용을 의무화하지 말 것 ▲일몰 조항(일정 기간이 지나면 규제 효력이 자동 만료되는 제도)을 포함시켜 팬데믹 이후엔 사용 중단 등을 규정했다.

그래서인지 유럽 의회는 GPS 대신 블루투스를 이용한 앱이 사생활 침해를 최소화하면서 전염병 확산을 방지하는데 가장 효과적이라고 결론 내렸다. GPS 추적 방식은 실시간 위치가 다 공개되지만, 블루투스를 이용하면 감염자와 가까운 거리에 일정 시간 있었다는 정보만 앱 이용자에게 전달된다.

유럽에선 현재 8개 국가가 공동으로 ‘프라이버시 보장 근거리 추적’ 기술을 이용해 앱을 개발 중이다. 스위스는 처음 여기에 참가했다가 이 시스템이 중앙 집중화돼 있어 개인정보 보호에 취약하다는 이유로 독자적 앱 개발에 나섰다. 그래서 나온 게 취리히공대(ETH)와 로잔공대(EPFL)가 공동 개발한 ‘SwissCovid(DT-3T)’ 앱이다. 현재 군인과 병원 근무자 등이 시범 사용 중이고, 6월 중순부터 일반인도 사용할 수 있다.

앱 사용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첫째는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다. 앱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인구의 60% 이상이 앱을 설치하고 사용해야 한다. 또 확진을 받을 경우 그 정보를 앱에 입력해야 한다. 하지만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59%가 ‘앱을 설치하겠다’고 답했지만 54%는 앱 의무 설치에는 반대했다. 앱을 설치했더라도 확진자가 정보를 제때 정직하게 입력할지도 문제다. 또 다른 의문은 사생활 보호에 관련된 것이다. 해킹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마스크 또한 ‘뉴 노멀’의 필수사항이지만 여전히 찬반 논쟁이 뜨겁다. 지난 4월 하순 스위스 언론 그룹 타미디어의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4만835명 중 약 60%가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쓰도록 강제해야 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현재 대중교통을 포함한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쓰는 비율은 10%가 채 안 된다.
60%(해야 한다)와 10%(실제로 한다) 사이의 격차가, 팬데믹 중반에도 여전히 혼란과 갈등을 겪는 유럽의 속사정을 잘 말해준다.


김진경 필자

한국에서 일간지 기자로 일했다. 미국에서 만난 스페인 출신의 남편과 2011년부터 스위스 취리히에서 두 아이를 키우며 살고 있다. 한국 및 스위스 매체에 문화 다양성(cultural diveristy)에 대한 글을 쓴다. 여전히 정체성을 고민 중이고, 심리적 이방인의 새로운 시각을 글에 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