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겐 특출한 면이 있다. 학생운동권 출신에다 5선 의원, 인천시장의 경력을 쌓아오면서도 꾸준히 외국어를 공부해 영어, 일본어, 중국어, 러시아어를 유창하게 구사할 만큼 국제적 감각을 갖추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선 러시아 특사, 북방경제협력위원장을 맡아 신북방 외교의 개척자 역할을 해냈다.
송 의원은 직설적인 화법 때문에 구설수에 오른 적도 있지만 그렇다고 자신의 소신을 굽히진 않았다. 노무현 정부 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진에 찬성했고, 남북관계 개선을 주장하다가 보수세력의 집중 공격을 받아야 했다.
그는 요즘도 유엔의 대북제재 대상이 아닌 북한 개별관광 허용은 물론, 개성공단 가동을 재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6.15 공동선언 20주년을 맞아 남북 국회회담, BTS(방탄소년단) 판문점 공연을 제안하고 있다.

그는 지난 2월 출간한 <둥근 것이 강한 것을 이긴다>라는 책에서 ‘지구본 외교’를 주창했다. 미중 편중외교가 아니라 글로벌 차원의 실용·균형 외교를 펼쳐 대한민국이 문화·정치·환경 분야를 선도하는 ‘외교 강국’이 되자는 것이다.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 대표 출마설이 도는 송영길 의원을 만나 솔직한 속내를 들어봤다. 인터뷰는 지난 15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 시간가량 진행됐다. [편집자]

#우상호·이인영 등과 86세대 세력화
  한국 정치 혁신·소통 주도해 나갈 것 
#이낙연 거취 따라 출마여부 결정
  관료들로부터 정책 주도권 되찾아야
#'코리아 퍼스트'로 전략적 가치 높여
  미중 누구도 무시·포기할 수 없게 해야
#아베가 전향적 조치 취하지 않으면
  지소미아 연장 말고 무조건 종료해야
#외교부, 자주적 외교역량 부족한 느낌
  예산·인원을 지금의 두 배로 늘리자

-8월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에 출마할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 당 대표 선거에서 2위에 그쳤다. 그땐 '세대교체론'을 내세웠는데, 이번에는 어떤 비전을 제시할 것인가?

▲당 대표 출마를 고민 중이다. 아무래도 이낙연 전 총리의 거취가 주요 변수가 될 것 같다. 이 전 총리가 출마할 경우 어떻게 해야 할지 많은 분에게 의견을 듣고 있다. 이번에 뽑을 당 대표는 무엇보다 문재인 정부의 집권 후반기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해야 한다. 또한 2022년 차기 대선(3월)에서 정권을 재창출하고, 지방선거(6월)의 승리를 뒷받침해야 한다.
신임 당 대표는 민주당을 국제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 정치가 여야 정쟁에만 매몰될 게 아니라 중국의 공산당, 북한의 노동당, 일본의 자민당, 미국 공화·민주당 등과 경쟁하면서 대한민국 국익과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 제가 한·인도 의원친선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데 인도인민당(BJP)은 세계 최대 정당이다. 모디 총리가 이끄는 BJP는 당원이 1억1000만 명으로, 중국공산당의 8000만 명을 능가한다. 최근 BJP의 주요 간부들을 만나 당 차원의 교류협력을 최대한 늘리자고 했다.

-만약 8월 전당대회에서 임기 2년의 당 대표에 당선된다면, 차기 대권 도전을 포기하는 것인가? 민주당의 당헌·당규상 당권·대권 분리 차원에서 당 대표가 대선경선에 나갈 경우 1년 전에는 물러나야 한다.

▲제가 당 대표가 된다면 끝까지 임기를 마치겠다. 

◇86세대의 세력화

-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의 활약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이인영·우상호 전 원내대표를 비롯해 임종석 전 비서실장,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 김영춘 의원 등을 꼽을 수 있다. 86세대 리더들이 새로운 정치 흐름과 세력을 만들 수 있다고 보는가?

▲과거 두 차례의 원내대표 선거 때 86세대들은 우상호·이인영 의원에게로 힘을 모았다. 2년 전, 이인영 의원이 원내대표 출마할 때였는데 우상호, 김영춘, 조정식, 김현미, 윤호중, 유은혜, 임종석 등 10여 명이 그런 흐름을 만들었다. 친문·비문을 넘어서서 86세대가 뜻을 모았다. 그때 합의된 건 아니지만 이런 흐름이 8월 전당대회에서도 나타나지 않을까 기대한다.

-그렇다면 86세대 리더가 공유하는 가치는 뭔가. 솔직히 말해 개성이 강한 86세대가 한 그룹으로 묶일 것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의 성공, 민주주의 정착, 남북관계 회복 등이 있겠지만 가장 큰 것은 민주당과 한국 정치의 혁신이라고 생각한다. 더 나아가 정치, 기업, 사회제도 각 분야에서 어떻게 혁신을 이뤄낼 것이냐 하는 고민을 갖고 있다.
정치 세대를 나이로 나눌 일도 아니고, 86세대의 나이도 적지 않지만, 우리 선배 세대에 비해 조금 더 젊은 세대와 소통을 잘할 위치에 있다고 생각한다.

-내년 하반기엔 차기 대권 경쟁이 본격화될 것 같다. 그래서인지 정치권의 관심이 민주당의 대주주 격인 친문(親文) 그룹의 행보에 모아지고 있다.

▲저 역시 범(汎)친문으로 분류될 수밖에 없다. 2017년 대선 경선 때부터 문재인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총괄선대본부장을 맡았다. 문 대통령 취임 후엔 러시아 특사, 북방경제협력위원장으로 일했다. 제가 총괄선대본부장이 된 것은 친문이란 이너서클을 넘어서서 통합 선대위를 구성할 적임자라고 봤기 때문이었다. 친문은 이제 친민(親民·친 민주당)이고, 친국민이라 생각한다.
친문이 친박(친 박근혜)과 다른 건 ‘가치지향적’이어서다. 친문 인터넷 당원 사이에서도 개별 사안, 이슈, 정책을 놓고 호불호가 다 다르다. 특히 친문의 핵심은 문재인 대통령이라 할 수 있는데, 문 대통령이 특정 인물을 지지하라 말라 하실 분도 아니다. 그걸 호가호위해서도 안 된다.

◇민주당의 3대 혁신과 정책 주도 역량

-민주당이 4.15 총선에서 180석을 얻어 향후 4년간 여대야소 정국을 주도하게 됐다. 과반 의석을 차지한 집권여당의 책임이 막중해졌다. 지금 민주당에 가장 필요한 혁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세 가지 분야로 압축할 수 있다. 앞에서 국제화를 얘기했는데 당 내부를 현대화하고, 당 외부적으론 정책주도 역량을 키워야 한다. 관료들로부터 정책 주도권을 되찾아오려면 민주당이 실력을 갖춰야 한다. 윽박질러서 될 일이 아니다. 긴급재난지원금 범위 100%를 놓고 홍남기 부총리와 논쟁을 벌였지만 이런 주요 현안에 대해 당이 주도력을 발휘해야 한다.
민주당이 세 차례 집권했지만 기재부장관은 항상 기재부 관료 출신이 했다. 외교부, 국방부, 법무부도 다 외교관, 군인, 검찰 출신이 했다. 이런 관료 우위 구조를, 대통령과 국정철학을 같이 할 실력 있는 세력으로 교체해갈 필요가 있다. 민주당의 정책 개발 능력을 지금보다 훨씬 더 키워야 한다.
당 내부에서도 청년, 여성들의 역할을 대폭 확대하고 당의 어젠더와 정책이 생활정치 영역으로 스며들도록 해야 한다. 그러려면 교육연수를 강화하고 20~30대 청년·여성을 적극 발탁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비례대표로 장경태. 전용기 당선인이 21대 국회에 진출한 것은 의미 있는 성과다.

-송 의원이 말한 것처럼 민주당의 글로벌화, 정책역량 강화, 청년·여성 역할 확대라는 게 말처럼 쉽지 않을 것 같다.

▲인천시장을 그만 두고 2013년 중국 칭화대에서 1년간 연수했을 때, 중국공산당의 교육·연수 시스템을 많이 벤치마킹했다. 인도 BJP 사례도 살펴봤다. 우리 당의 리더십 교육·연수 시스템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각국과의 정당외교를 강화해 민주당 간부들이 국제적 감각과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한국은 미중 사이에 끼어 2010년 전후부터 곤란한 처지에 빠진 적이 많다. 지난해 여름엔 한일 무역전쟁이 벌어졌을 떼 의원외교나 정당외교가 전혀 가동되지 못했다.

▲아쉬운 대목이다. 우리 정치권의 국제외교 역량이 취약한 게 사실이다. 비(非)서방권 외교에도 취약하다. 당 대표가 되면 4대 강국에 대해선 이중삼중으로 정당 외교, 의원 외교를 전개하겠다. 일본, 인도, 영국 같은 의원내각제 국가에 대해선 의원외교가 특히 중요하다.

◇21대 국회의 국정과제

-문재인 정부 들어 야당의 반대 때문에 추진 못했던 국정과제들이 많다. 집권여당과 21대 국회의 우선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코로나19 위기 국면인 만큼 한편으론 코로나바이러스와 싸우고 다른 한편으론 경제를 살려야 한다. 방역 강화, 경제 활성화란 게 상충되는 주제인데 당정청이 경제·사회정책을 추진할 때 접점과 균형을 잘 잡아야 한다. 또 하나 중요한 게 백신·치료제 개발이다. 국가적 차원에서 이를 적극 지원할 필요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께서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그린 뉴딜 구상을 제시했는데, 관료들이 옛날 정책을 ‘포장 갈이’만 할 게 아니라 그린 뉴딜에 맞는 탈(脫)탄소 시대의 실현 방안을 찾아야 한다. 제가 사는 동네에 쓰레기 소각장, 하수 슬러지가 있는데 이것들을 화력발전 연료로 쓰는 에너지·환경 기술도 개발되고 있다. 기후변화와 그린 뉴딜 정책을 연구하는 의원 모임을 만들어 계속 노력해 나가겠다.
이와 함께 문재인 정부의 개혁과제인 검찰개혁, 사법개혁, 언론개혁 분야를 차질 없이 해나가는 게 중요하다. 언론·표현의 자유를 존중해야 하나 명백한 가짜뉴스에 대해선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한국판 뉴딜 추진을 위한 예산·입법 지원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 요즘 사회적 이슈가 된 플랫폼 노동자의 처우 개선, 전국민 고용보험 확대 등도 시급하다.

-4·15 총선 후 송 의원은 “개헌을 통해 대통령 단임제를 4년 중임제로 바꾸고 책임총리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개헌론은 부적절하다는 의견도 많다.

▲21대 국회에서 개헌 논의가 다시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지금 단계에선 코로나19 위기 극복에 집중해야 한다. 우리가 개헌론을 얘기하면 야당에선 장기집권 음모, 사회주의 개헌이라고 무작정 비난한다, 하지만 야당도 책임총리제를 주장해왔다.
1987년에 단행된 9차 개헌은 여야 합의로 이뤄졌다. 민주당이 180석을 가졌지만 단독으로 개헌을 추진할 수 없다. 여야 합의로 할 수밖에 없다. 9차 개헌 이후 33년이 지났는데, 중학생이 고등학생이 되면 교복을 바꿔 입는 것처럼 시대변화에 맞춰 헌법을 바꿀 때가 됐다. 5.18 민주항쟁도 헌법 전문에 명시해야 한다.

◇3자 강요와 '코리아 퍼스트'

-송 의원은 석 달 전에 출간한 책 <둥근 것이 강한 것을 이긴다>를 통해 이른바 ‘지구본 외교’를 주장했다. 글로벌 리더가 사라진 ‘G0’ 시대에 한국이 제3자 강요를 받는 상황에서 국익 우선 외교를 어떻게 해야 하나. 우리 외교는 어떻게 진화해야 하나?

▲스리랑카 속담에 ‘코끼리가 사랑을 해도 잔디밭은 망가지고, 코끼리가 싸움을 해도 잔디밭은 망가진다’는 말이 있다. 국익을 위해 4대 강국의 벽을 뚫고 글로벌 균형외교로 나아가야 한다. 인도·브라질 등 신흥 개도국과 협력을 확대해 미중 편중 외교를 바로잡아야 한다. 어느 한 쪽에 줄서서 과거처럼 쉽게, 편하게 외교를 하는 시대는 끝났다.
미소 냉전시대처럼 어느 한쪽을 선택하는 시대가 아니라 지금은 적과 아군이 모호하게 섞여 있는 프레너미(frienemy) 시대다. 미국이 ‘아메리카 퍼스트’라고 하는데 우리도 ‘코리아 퍼스트’를 하면서 주요 사안별로 합종연횡, 실용외교를 펼쳐야 한다.

-송 의원이 주장하는 '지구본 외교', 자주·균형 외교를 추진하자는 데 반대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미중의 대립은 더욱 격화되고 있다. 정재호 서울대 교수에 따르면 2011년부터 미중이 우리에게 한쪽으로의 선택을 강요하는 제3자 강요가 2011년부터 10여 차례 발생했다. 예컨대 미국 주도의 TPP 가입, 중국 주도의 RCEP 가입, 인도태평양 전략과 일대일로 전략, 남중국해 항행의 자유 등을 둘러싼 갈등이 그런 사례다. 향후 제3자 강요가 발생한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제가 주장해온 게 ‘반도 세력론’이다. 쉽지 않겠지만, 대한민국의 전략적 가치를 높여서 어느 나라도 포기하거나 무시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인도를 보면 무디 총리는 시진핑, 푸틴이 가장 만나고 싶어 하는 외국 정상 1호다. 시진핑은 무디 총리와 해마다 인포멀 미팅(informal meeting)을 한다. 아베 총리는 무디 고향까지 가서 인도 옷을 입고 춤을 출 정도다. 트럼프도 최상의 대우를 한다. 인도가 갖고 있는 전략적 가치, 시장의 크기, 경제적 기회 등이 작용한 것이지만 인도가 일관되게 비동맹 외교, 중립 외교를 취해 자신의 전략적 가치를 높여왔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항상 대륙, 해양 어느 한 쪽에 줄을 서야 먹고 살 수 있나? 그럴 수 없다. 우리의 전략적 가치를 높여 나가야 한다. 미국이나 중국이 무시하거나 포기할 수 없는 나라가 돼야 한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남북관계와 첨단산업을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한미동맹, 남북관계, 한중관계를 대립-선택이 아닌 병존-협력 구조로 바꾸고 상대방을 설득해 나가야 한다.
옌쉐퉁 (閻學通) 칭화대 교수는 한미 군사동맹과 함께 한중 군사동맹을 병행하자는 아이디어를 내놓았는데 제가 볼 때도 이건 너무 많이 나간 것 같다. 현재로선 한중 국방장관회담, 한중 군사협력을 활성화하는 게 바람직하다. 미국이 중시하는 게 한·미·일 군사협력인데, 한중 군사협력은 미국에 대한 레버리지로도 작동될 수 있다. 한중 군사협력이 원활해지면 북한의 군사행동을 견제하고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완화시키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신냉전 구도와 지소미아 연장

-송 의원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북방경제협력위원장으로서 '나진·하산 물류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북미 핵협상 중단, 대북제재 강화로 인해 걸림돌이 만만치 않다. 한반도와 중국 동북3성(省), 러시아 극동지역을 잇는 신북방 외교가 가능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요즘 미중, 미러 갈등이 심화되면서 신냉전 시대가 도래했다는 시각이 많다. 하지만 미소 냉전 시대와 달리 중국, 러시아가 세계경제에 통합돼 있다.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이후 서방 경제제재가 계속되고 있지만 북방경제협력을 위해 전담 펀드를 만들 필요가 있다. 미국의 세컨더리 제재가 두려워 투자를 못하는 상황에서도 일본은 전담 펀드를 만들어 지분 참여를 하고 있다. 우리가 참조할 부분이다.
우리는 북·중·러, 한·미·일 간의 제2 냉전 구도를 완충시킬 방안을 찾아야 한다. 한·중·일 정상회의, 한·러·일 동방경제포럼을 두 축으로 돌파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미국의 반대나 견제가 있겠지만 적극 설득해야 한다. 몇 년 전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한국이 참여하는 걸 미국이 반대했지만 나중에 독일, 일본 등이 참여하지 않았나.

-지난해 여름 아베 정부의 수출 규제조치로 한일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오는 11월 만료될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연장도 불확실하다. 오는 8월에는 연장 여부를 통보해야 하는데 어떤 입장인가?

▲일본 측이 전향적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무조건 종료 선언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 끌면 안 된다. 우리 정부는 이달 말까지 수출 규제에 대한 입장을 제시하라고 일본 측에 이미 최후통첩을 한 상태다.

◇시진핑 방한과 한중 협력

-송 의원은 북방외교를 강화하기 위해 그동안 중국, 러시아에 많은 공을 들여왔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연내 방한이 성사된다면 어떤 분야의 협력을 우선해야 하나?

▲코로나19 백신 및 치료제의 공동 개발을 논의할 수 있다. 또한 중국이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펼칠 때 문재인 정부의 그린 뉴딜 구상과 조율해 신재생 에너지, 핵융합발전, 원전 해체 분야에서 서로 협력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한중 FTA 서비스·투자협정의 조속한 완료, 한중 통화스와프(3600억 위안 규모, 10월 만료 예정) 연장을 추진해야 한다,

-그렇다면 중국의 권위주의 체제, 인권 탄압 같은 인류보편가치와 관련된 문제엔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중국에 대한 정치적 공세가 아니라 실질적인 인권 향상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해당 분야, 기관에서 각자의 목소리를 내는 게 필요하다. 예를 들어 남북관계에서 국방부, 통일부의 입장이 다른 것처럼 외교부, 국가인권위가 각기 역할을 해야 한다. 저더러 친중파라고 말하는데 저는 지난 1월 대만 총통선거가 끝나고 차이잉원(蔡英文) 당선인에게 축하 서한을 보냈다. 저는 ‘친중’이 아니라 ‘코리아 퍼스트’란 입장이다. 미국을 비판하면 친중파라 하는데, 그보다는 코리아 퍼스트 관점이 더 중요한 게 아닌가.

◇외교부 예산·인력 두 배로 늘려야

-2017년 대선 때 문재인 후보의 총괄선대본부장을 맡은 바 있다. 문재인 정부의 신북방외교를 위해서도 앞장서왔다. 한때 외교부장관으로 발탁된다는 소문도 돌았는데, 청와대에서 입각 제안을 받은 적이 있나?

▲제안 받은 적 없다. 장관 임면은 대통령의 고유권한 사항이어서 제가 언급할 사안이 아니다. 21대 국회에서도 계속 외통위에서 일할 생각이다.

-세계 10대 경제대국, 문화 강국, 방역 강국으로 부상한 대한민국의 위상에 걸 맞는 외교력을 갖추려면 우리 외교부는 어떻게 변화해야 하나?

▲자주적 외교경험이 일천하다 보니까 부족한 느낌이 있다. 미국도 설득하고 중국도 설득해야 하는데 쉽지 않은 일이다. 국익 확대를 위해 외교부 전성시대를 열어야 한다. 그러려면 산자부로 간 통상교섭본부를 외교부로 다시 복귀시켜야 한다. 박근혜 정부에서 이상하게 산자부로 떼다 붙였는데 어차피 외교란 게 통상문제와 분리될 수 없다.
국가안보의 최전선에 서있는 게 외교부다. 전쟁을 예방하고 국가번영을 좌우한다. 그럼에도 외교부의 올해 예산은 정부예산 512조 원 가운데 0.5%(2조7438억 원)에 불과하다. 이걸 총예산의 1%로 늘려야 한다.
외교부 인력도 2500명에서 5000명으로 증원해야 한다. 외교부 역시 외무고시 순혈주의 전통에서 벗어나야 한다. 개방형 인사를 확대해 다른 부처나 민간기업, 현지의 전문가들이 활동할 공간을 늘려야 한다.

대담=이양수 편집주간
정리=한은지 기자


송영길 의원

5선 의원. 1963년 고흥에서 태어나 광주에서 자랐다. 학창시절 내내 외교관의 꿈을 가슴에 품었다. 연세대 총학생회장으로 전두환 군사독재에 맞서다가 서대문형무소에 갇혔다. 1985년 석방 후 인천에서 7년간 노동운동을 했다. 1994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변호사로 활동하다 2000년 총선 때 인천 계양구에서 처음 당선됐다. 2010년 지방선거에 출마해 인천광역시장이 됐다. 현재 민주당 동북아평화협력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