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을 치른 지 딱 한 달이 지났다. 여의도 정가는 21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새로운 정치지형을 짜느라 부산하다. 여야의 원내 사령탑인 원내대표 자리에 더불어민주당은 4선(選) 김태년 의원을, 미래통합당은 5선 주호영 의원을 뽑았다. 숱한 논란을 낳았던 비례위성정당(더불어시민당, 미래한국당)에 대해선 양쪽 다 흡수통합 쪽으로 결정했다. 민주당은 25일 차기 국회의장 후보를 선출하는데 박병석·김진표 의원의 각축전이 치열하다. 선수(選數)로나 친화력으로나 박 의원이 우세하다는 평이 나온다. 

여의도 정가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와 이낙연 전 총리의 거취에 쏠린다. 이 전 총리가 당 대표 출마를 결정해야 할 타이밍을 앞두고 있어서다. 요즘 당 안팎의 인사들을 만나 막바지 의견수렴을 해나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변에선 출마 결심을 내린 것 같다고 전한다.

이 전 총리가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할 경우 친문 그룹이 어떻게 대응할지도 주목된다. 아무리 당내 기반이 취약하다지만 이 전 총리를 제쳐 놓고 친문 그룹이 홍영표 의원(4선)만 내놓고 밀기 어렵다. 과거의 정당 역사를 보면 민심과 당심(黨心)이 엇갈릴 경우 당내 주류세력의 재편이 일어나곤 했다. 호남 민심도 감안해야 한다.

청와대와 내각 개편은 코로나19 위기가 얼마쯤 잠잠해지고 8월 전당대회가 끝나고서야 비로소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정세균 총리의 추천과 영향력이 이낙연 총리 시절보다 더 커질 가능성이 크다. 당내에서 입각을 희망해온 중진 의원들의 일부 발탁이 예상되나 그 역시 2022년 지방선거 시나리오와 연계된 측면이 있다. 자유롭고 솔직·발랄한 토크를 위해 역시 필명으로써 4명의 대화 내용을 전한다. [편집자]

#이낙연, 당 대표 출마 결심한 듯
 長考와 의견수렴 거쳐 勢 결집 모드
#친문 그룹도 세 갈래로 분화되며
 홍영표 지지로 단일 대오 못 갖춰
#이재명·박원순, 내년 봄 사퇴한 뒤
 대선 레이스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
#청와대·내각 개편은 8월까진 없을 듯
 현직 장관들, 2022년 地選 출마론

◇8월 全大와 이낙연 거취

▲가오리
이낙연 전 총리가 8월 전대(全大)에서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 같다. 15일 스승의 날에 자신이 후원회장을 맡았던 38명의 총선 출마자 가운데 20여 명의 당선인과 만날 예정이다. 김병관, 김병욱, 백혜련, 정춘숙 의원 등이 참석할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7일에는 낙선 인사 15명과도 비공개 오찬을 가졌다. 당내 기반이 취약한 이 전 총리가 세 불리기에 나선 것 아닌가. 출마 결심을 굳히고 의견수렴 과정을 밟는 것으로 보인다,

▲피터팬
이낙연 전 총리는 그동안 장고(長考)를 거듭해왔다. 아무튼 독단적으로 결정하기보다는 당내 인사들의 의견을 경청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5.18 광주민중항쟁 주간에는 자연스럽게 광주에 가서 호남 지역 당선인들과 회합할 것으로 안다. 당내에서 나돌았던 ‘단독 출마’나 ‘사실상 추대’ 형식은 없던 얘기가 됐다. 이해찬 대표가 당내 반발을 감안해 사실상 추대 방식은 처음부터 염두에 두지 않았던 거 같다. ‘코로나19 국난극복위원장’으로서 이해찬 대표와 함께 총선 기간 중 투톱 역할을 했는데 본인으로선 아쉬운 느낌이 들 것 같다.

▲가오리
정치권 소식통들은 ‘1997년 새정치국민회의 대통령후보 선출 국면을 생각해보라’고 말한다. 국민회의는 김대중(DJ) 전 대통령이 창당한 정당이고, DJ가 최대 주주였음에도 12월 대선을 앞두고 경선을 치렀다. 물론 DJ가 정대철 후보를 상대로 8대2로 압도적 승리를 거두었다, 아무리 차기 후보군 여론조사에서 40% 지지율을 넘나든다 한들 이낙연 전 총리가 민주당의 대주주도 아닌데 어떻게 경선을 피할 수 있겠는가.
재미있는 것은, 여론조사 지지율 2위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최근 ‘이 전 총리가 추대를 원한다’는 소문이 돌자 ‘(당 대표에) 나갈 사람이 정 없으면 나라도 나가겠다’고 했다고 한다. 이 전 총리가 꽃가마 타고 당 대표 되는데 반대한 셈이다. 이 지사와 가까운 것으로 소문난 이해찬 대표가 이에 공감했을 것이다. 이재명의 성격상 앞으로 이 전 총리와 공개적으로 각을 세우면서 대권 경쟁의 맞수 이미지를 높이려 할 것이다.

▲양자
대구에서 낙선한 김부겸 의원(4선)의 선택이 궁금해진다. 비록 TK의 싹쓸이 돌풍을 이겨내지 못했지만 ‘지역구도에 맞선 정치인’이라는 좋은 이미지를 전국적으로 남겼고, 문재인 정부에서 행안부 장관까지 했기 때문에 경선에 빠질 이유가 없다. 친문 그룹에선 홍영표 의원(4선)이 출마 채비를 하는 가운데 송영길, 우원식, 김영춘 의원 등도 나설 것으로 보인다.

▲가오리
민주당 전당대회의 대표-최고위원 선출 방식과 전대 모양새에도 관심이 쏠린다. 일각에선 당 대표, 최고위원을 따로따로 선출하는 현행 제도를 고쳐 다득점자가 대표를 맡되, 2위부터 몇 명은 최고위원이 되는 구조를 희망한다.
전당대회 방식과 관련해선 코로나19 정국임을 감안할 때 전국에서 1만5000명 대의원이 참석하는 오프라인 스타일로는 치르기 어려울 것이다. 당 안팎 분위기로 볼 때, 대의원, 권리당원, 당원 투표는 온라인으로 실시하되 중앙위원 500명 정도가 현장에 나오는 약식 전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 부분의 당헌 규정을 둘러싸고 당 대표 출마자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질 수 있다.
민주당 핵심 인사들이 고민하는 포인트는 두 가지다.
첫째, 현직 대통령과 차기 주자로 유력한 전직 총리의 지지율이 똑같이 고공행진을 한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현직 대통령의 인기가 임기 후반부로 갈수록 뚝뚝 떨어져 차기 주자의 약진 덕에 정권을 지탱하는 측면이 있었다. 이번에는 문 대통령 지지율이 무려 70%를 넘는다. 내년쯤 좀 떨어진들 차기 주자의 도움을 굳이 받지 않아도 된다. 청와대나 친문 그룹으로선 강력한 차기 주자가 필요하지 않다는 얘기다.
둘째, 친문 그룹에서는 이 전 총리가 당 대표가 돼서 정치력을 발휘하고, 사생활 검증도 잘 통과하면 굳이 반대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반면 정치력과 검증의 두 과목에서 점수를 깎아먹으면 내년 초부터 차기 주자감을 다시 물색해야 한다는 속내를 드러낸다. 일부러 흔들지는 않겠지만 (이 전 총리가) 흔들리면 움직일 것이다.
이 전 총리가 당 대표로 선출된다면 내년 3월까지 7개월 동안 물밑에서 치열한 이합집산과 심모원려가 펼쳐지는 정치의 계절이 될 듯하다.

◇친문 그룹의 분화

▲피터팬
요즘 친문 그룹은 크게 봐서 세 갈래로 분화되고 있다. 이해찬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한 친문 당권파가 중심에 있다면, 김진표·전해철 의원이 포함된 친문 비(非)당권파가 있다. 또한 문재인 정부 들어 청와대·내각에 발탁됐다가 4.15 총선에서 당선된 ‘직계 그룹’이 있다. 예컨대 윤건영·윤영찬·양향자 당선인을 꼽을 수 있다.
내년 봄쯤 펼쳐질 차기 레이스에서 세 그룹이 똑같이 움직일 거라고 생각지 않는다. 천하통일을 끝냈는데 창업공신들이 하나로 뭉쳤던 사례는 동서고금의 역사를 통해 단 한 번도 없었다. 개인적 인연이나 친분도 중요하고 정치적 성향도 작용할 것이다. 친노·친문 그룹에 속한 이가 90명 안팎이나 거론되는 마당에 내년부턴 새로운 인맥 분류가 필요할지 모른다.
당장 25일 당내에서 치를 국회의장 후보 선출 때 박병석 의원(6선·대전), 김진표 의원(5선·경기 수원)을 놓고 친문 그룹이 어떻게 갈라질 지 지켜볼 일이다. 현재로선 박 의원이 약간 앞서 나간다고 들었다. 친문 비당권파로선 연거푸 쓴맛을 볼 가능성이 크다.
8월 전대에 즈음해선 당내 세력의 이합집산이 분명하게 드러날 것이다. 이낙연 전 총리에 맞서 친문 그룹의 홍영표 의원이 출사표를 던지고 송영길, 김부겸, 우원식 의원이 나온다면 아무리 친문 그룹인들 누구 한 명을 내놓고 지지하는 게 부담스럽지 않을까. 특히 이낙연 배제 무드를 드러낼 경우 호남 민심의 이반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양자
이낙연 전 총리가 경선 출마 쪽으로 방향을 튼 시기는 언제쯤일까. 내 생각엔 이천 물류창고 화재사고 때 위로방문(5일)이 아니었을까 짐작된다.
이 전 총리는 당시 “책임 있는 위치에 있지 않은 사람이 책임을 지겠다고 하는 것은 맞지 않다. (관련 부처에) 잘 전달하겠다”고 말했다가 유족에게 곤욕을 치렀다. 야당은 거의 가짜뉴스 수준으로 무차별 공세를 가했다. 단기필마의 한계를 실감했을 것이다.
이를 계기로 이낙연 특유의 조심성과 함께 그가 생각하는 법과 처신을 읽을 수 있다. 그땐 총리도, 현직 국회의원도 아니어서 이 전 총리는 과도한 약속을 피하려 했을 것이다. 뭔가 약속을 하고 어설프게 다짐을 했다면 야당이 가만히 있었을까. 그 또한 공격 대상이 됐을 것이다. 한 측근은 “(이 전 총리가) 약한 모습을 드러냈다기보다는 총리나 당 대표 같은 권한과 역할이 주어질 때 적극 임한다는 평소의 공직관(觀)을 확인한 것”이라고 해석한다.
이 전 총리가 여론조사에서 압도적 1위의 차기 후보인데 앞으로도 아무런 권한과 책임이 없는 평의원에 머무른다고 해서 야당이나 국민 여론, 언론이 그냥 놔두지 않을 것이다. 그러다 보면 권한도 책임도 없이 공매를 맞는 상황이 장기화될 수 있다.
차기 주자와 당 대표가 서로 신경전을 펼칠 가능성도 크다. 무관(無冠)의 5선 의원 처지에서 야당이나 보수 언론의 무차별 검증 공세에 질질 끌려갈 게 아니라 차기 주자에 합당한 직책을 맡아 여론과 이슈를 주도하는 게 차라리 낫다고 판단하지 않았을까.

▲반반
이재명 지사는 바로 그날, 재난기본소득으로 지급된 경기지역화폐를 할인해 이득을 보려는 일부 상인들에 대해 ‘경기도청 공무원(특별사법경찰관 등)을 동원해 엄벌에 처하겠다’며 법과 원칙을 강조했다. 반면 이 전 총리는 ‘직책도 권한도 없는 사람이어서 함부로 말할 수 없다’며 법과 원칙을 강조했다. 너무 대조적이었다. 현재는 이 전 총리가 소극적인 스타일로 보이지만, 그가 다시 권한과 책임을 갖게 되면 절대 만만한 당 대표가 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송영길 의원은 전남 출신이지만 인천에 뿌리를 두고 있다. 4.15 총선 때 인천 지역구에서 민주당이 압승한 데 크게 기여했고 총선 기간에 전국을 돌면서 2018년 전대의 패배(2위)를 거울 삼아 와신상담했다. 우원식 후보는 민평련 출신이지만 세 결집력은 아직 의문이다.

◇청와대·내각 개편

▲가오리
문재인 대통령이 코로나19 위기 국면에서 안정적 국정운영 기조를 굳게 지키고 있다. 그러면서 청와대와 내각의 현직들을 교체하는 인적 개편은 사실상 없던 일이 됐다. 청와대와 내각을 개편한다 해도 국회 인사청문회 일정 등을 감안하면 아무리 빨라도 8월을 넘길 것 같다. 청와대의 비서실장, 수석이나 각 부처 장관들의 거취와 관련해선 2022년 지방선거를 겨냥한 재배치론이 흘러나온다. 노영민 비서실장은 충북지사,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전북지사, 유은혜 교육부 장관은 경기지사, 박영선 중소기업벤처부 장관은 서울시장에 출마한다는 시나리오다.

▲반반
송영길, 윤호중, 이인영 의원 등은 그동안 부처 장관으로 입각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됐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총선 후 청와대·내각 개편을 안 하는 쪽으로 결정하는 바람에 결국 전당대회 출마로 기울지 않았나 생각된다. 김영삼(YS) 전 대통령이 “인사는 만사”라고 했는데, 문 대통령은 YS와 상당히 다른 인사 철학을 지금까지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피터팬
내각 개편과 관련해선 문재인 대통령과 정세균 총리 사이에 약간 이견이 있었다고 한다. 정 총리는 지난 1월 취임 이후 코로나19 위기를 수습하느라 내각보다 방역을 챙기는데 분주했다. 4.15 총선 후에 정 총리가 내각 개편을 건의했지만 막상 문 대통령은 동의하지 않았다는 거다. 그래서인지 정 총리 지휘를 직접 받는 국무조정실장(장관급)을 비롯한 몇몇 자리만 교체한 것 같다. 향후 개각이 있을 경우 정 총리의 추천이나 영향력이 상당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보인다. 

▲양자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내년 4월 이후 차기 경선 국면에서 현직을 사퇴하고 대선 레이스에 주력할 것 같다. 박 시장은 3선(選) 시장으로서 다음번 시장 선거와는 무관하다. 최근 서울시장 비서실을 정무형 참모로 대폭 물갈이했는데, 차기 대선을 향한 강력한 의지로 해석된다. 박 시장이 얼마나 뚝심을 발휘할 지 기대된다. 이 지사는 초선 도지사이지만 차기 대선 레이스에서 진검승부를 할 거라고 주변 인사들은 전한다. '튀는 스타일'이라서 역시 8월 전당대회 이후 중앙 무대를 겨냥한 정무적 발언이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