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중순 시작된 코로나19 위기가 좀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최근 이태원 발(發)로 촉발된 감염 확산 사태는 우리 방역 능력을 또 다시 시험하고 있다. <피렌체의 식탁>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달 27일 ‘팬데믹과 동아시아’ 컨퍼런스에서 강연한 내용을 게재한다.
박 시장은 이날 ‘포스트 코로나 시대, 세상을 이끄는 새로운 표준’을 주제로 강연하는 자리에서 몇 번이나 ‘혁신과 연대’를 강조했다. 코로나19 위기에 맞서 한 발 빠른 선제적 대응을 하려면 혁신이 필요하며, 시민들과의 연대를 강화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박 시장은 또 ‘대전환의 시대’를 맞아 한국이 새로운 질서 형성을 주도해야 한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역사적 대전환기마다 새로운 표준이 등장했는데, 한국 사회는 혁신과 전환을 통해 이를 주도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피렌체의 식탁>은 박원순 시장의 강연 내용과 함께 청중과의 일문일답 내용을 소개한다. [편집자]

#새로운 방역 표준 세운 대한민국
  온갖 고난 극복해온 경험의 산물
#위기의 순간, 혁신·연대 DNA 작동
  대전환 시대 맞아 새로운 혁명 필요
#'그레이트 코리아' 만들려면
  새로운 판을 짜는 전략적 사고를
  생각의 전환, 혁신, 책임, 실천 필요

여러분 정말 반갑습니다.
2020년 3월 27일이었죠. 전 세계 시장들의 모임 회의체인 ‘C40’라는 것이 있습니다. 인구 500만 이상의 도시에서 참가하는데, 여기서 주최하는 화상회의(사진)에서 제가 서울시의 코로나19 대응에 관한 설명을 자세히 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파리, 런던, 샌프란시스코, 이런 유수의 도시들이 대한민국 서울의 방역을 하나의 지침으로 여기고 우리의 방역 시스템을 배우려고 안간힘을 쓰는 데 제가 참 놀라기도 하고 감동도 많이 받았습니다. 샌프란시스코 시장은 그야말로 울먹이는 그런 태도로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한 마디로 대한민국의 K-방역이 세계의 표준이 된 것입니다. 서울시장으로서, 대한민국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대한민국, 새로운 방역 표준을 세웠다

우리는 지난 2월 같은 날에 확진자가 생긴 미국 지도자들의 안이한 태도와는 사뭇 다른 태도를 보였습니다. 우리 시민들은 이동 제한이 실시되기 전날에 ‘파티를 열자’고 했던 프랑스 젊은이들과도 달랐습니다. 또 많은 나라들이 사재기로 몸살을 앓는 상황에서 대한민국 국민들은 분명히 달랐습니다. 서구 선진국들이 오랫동안 우리가 동경해왔던 만큼 그렇게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것은 반드시 아니다, 이런 것을 깨닫는 순간이었습니다.

도시를 폐쇄하고 교통을 막았던 중국과도 우리는 또 달랐습니다. 민주주의 체제와 도시 기능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우리는 코로나바이러스를 이길 수 있었습니다. 또한 우리 시민들은 마스크 쓰기, 손 씻기, 거리 두기, 잠시 멈춤. 정부가 내놓은 지침과 가이드라인을 정말로 질서 있고 평화롭게 잘 지켜주셨습니다. 해외 언론들은 이러한 우리의 모습을 경이롭게 지켜보면서 취재했고 또 세계인들이 따라해야 하는 그런 방역의 표준으로 칭찬했습니다.

온갖 고난을 이겨낸 대한민국 강점

여러분, 이것이 우연의 소산일까요? 세계가 주목하는 오늘의 대한민국은 지난 시절 고난을 이겨온 축적의 산물입니다. 가난을 이겨내고 산업화를 이뤘습니다. 독재를 이겨내고 민주화를 이뤄냈습니다. 오랜 기간에 걸쳐 축적되어온 제조업 중심의 산업 구조와 효율적인 의료 시스템은 코로나19를 막아내는 대한민국의 강점으로 부각됐습니다. 한국은 국가가 보험을 제공하는 국민건강보험을 실시하고 있는 나라입니다. 미국은 개인이 자신의 안위를 위해서 스스로 민간보험회사와 계약을 맺는 나라입니다. 한국은 바로 이 건강보험을 기반으로 신속한 진단과 공평한 치료를 누구나 무상으로 받을 수 있는 나라입니다. 미국은 상상을 초월하는 진료비 때문에 진료 포기 사태가 속출했습니다.

그리고 세월호 참사와 메르스 사태를 통해, 위기 앞에서 정부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배우고 익혔습니다. 여기에 성숙한 시민의식이 더해져 어떤 위기가 닥쳐도 슬기롭게 극복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민주주의를 기대하는 것은 쓰레기통에서 장미가 피는 것과 같다.’ (한국전쟁 직후에) 영국의 어떤 언론인이 비아냥거렸습니다. 이제 허언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어느새 최고의 민주주의, 최고의 산업 국가를 이룩했습니다.

비단 방역 시스템뿐만 아닙니다. 지하철을 볼까요? 사회, 경제 분야 곳곳에서 전 세계가 우리를 경이롭게 보고 있습니다. CNN은 서울의 지하철을 세계 10대 기적으로 지칭했습니다. 최근에 서울 지하철을 일주일 동안 경험한 미국 기자는 가격, 청결, 편리함, 정확도 거의 모든 면에서 뉴욕 지하철은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을 만큼 한국의 지하철이 놀랍다고 얘기했습니다.

이것은 하나의 예일 뿐입니다. 이제 대한민국은 세계 속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하는 선도 국가로 우뚝 서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팬데믹 시대에 무엇이 K-방역을 표준으로 만들었을까요? 그것은 바로 혁신과 연대의 힘입니다.

혁신·연대의 DNA가 작동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우리는 우리 안에 있는 혁신과 연대라는 DNA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위기의 순간에 우리는 세계가 인정하는 많은 혁신들을 이루어낼 수 있었습니다. 감염병의 또 다른 특효약은 신속성과 투명성입니다. 한 발 빠른 선제적 대응이 바로 이런 혁신에서 나왔죠.

그동안 서울시는 획기적인 선별진료소의 기능 강화는 물론이고 드라이빙스루, 워킹스루와 같은 검사 방법의 혁신을 통해서 빠른 검진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또한 감염 클러스터가 우려되는 곳에 집단감염 신속대응반을 실시간으로 파견해 선제적 대응을 하는 등 혁신에 혁신을 거듭했습니다. ‘병원과 노인요양시설을 사수해라.’ 이게 제가 처음부터 강조했던 지시였습니다. 이것이 바로 사망자를 줄인 핵심이라는 것을 깨달았고 코로나19 초기 단계부터 이 시설들에 대한 엄격한 출입금지, 그리고 병원에 입원 중인 폐렴 환자 전수조사. 이런 선제적인 조치를 취했습니다.

한 마디로 혁신과 연대의 정신이 K-방역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서울시는 중앙정부보다 한 발 빠르게 사태를 파악하고 전국적으로 확대돼야 될 부분을 중앙정부에 건의했습니다. 입국금지 대상지역을 확대하고, 대학 개학을 연기하고, 방역 수준을 심각 단계로 상향하고, 해외 입국자를 전수 조사하는 이런 것들을 서울시가 건의했고 이는 곧바로 중앙정부의 정책 기준이 됐습니다. 우리 정부와 서울시는 한 몸이 됐습니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시민들과의 연대입니다. 서울시는 줄곧 ‘시민이 방역의 주체, 시민이 바로 백신이다.’ 이런 구호를 내세웠습니다. 시민들과의 연대와 협력을 강조했던 것이죠. 시민들은 놀라운 시민정신을 보여주셨습니다. 답답하고 힘든 생활 속에서도 사회적 거리 두기를 2주간씩, 연기하고 또 연기했는데 그 거리두기를 철저히 지켜주시고, 또 자가 격리에 성실하게 임해 주신 위대한 시민들이십니다. 대구 의사협회장의 호소에 부응해 전국에서 400명 넘는 의료진들이 하루아침에 대구로 달려가는, 이런 높은 사회적 의존과 강한 공동체 의식을 또한 보여주셨습니다.

이런 연대는 국내를 넘어 전 세계로 확장됐습니다. 서울은 이미 코로나19 대응 상황과 노하우를 함께 공유하기 위해서 이른바 CAC(Cities Against COVID-19)라고 하는 플랫폼을 만들어서 도시 간 연대를 강화했습니다.

오늘도 저는 회의를 하고 왔습니다. 70여 개에 이르는 서울시의 자매 우호 도시를 어떻게 도울 것인지, 방역 물품을 어떻게 제공할 것인지 고민하다 왔습니다. 향후 코로나19가 진정되면 본격적으로 전 세계 도시들이 공동으로 감염병에 대응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 계획입니다. 아마도 코로나19가 진정되고 나면 한국의 위상은 한껏 높아져 있을 게 틀림없을 겁니다.

아직도 갈 길 먼 선진의료체계

그러나 아직 부족한 게 많습니다. 방역 하나 잘했다고 모든 부분에서 우위에 설 수 없는 노릇이죠. 우리는 지금 나라를 새롭게 하는 시점에 놓여있습니다. 의료 측면에서만 보더라도, 이번 코로나19 사태에 잘 대응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선진적 의료 체계를 갖추고 있지 못합니다. 공공의료, 감염병에 대한 투자는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했고 시민들의 안전의식과 일상생활의 안전 시스템은 여전히 취약합니다. 아직도 후진국형 재난과 사고가 끊임없이 빈발합니다.

우리는 그동안 미국과 유럽을 모델로 부지런히 따라가는 추격형 발전단계를 밟아왔습니다. 이른바 중진국의 함정에 빠져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아직도 선진국 벽을 충분히 넘어서지 못하고 있고, 우리만의 독자적이고 창조적인, 선진적인 그런 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국 산업의 기술 수준은 개념 설계 역량이 부족하고 실행 역량에 머물러 있을 뿐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입니다. 예컨대 제2롯데월드 건설 사례로 보자면, 중요 기술들은 거의 전부 영국, 독일, 미국, 일본에서 왔습니다. 이것은 우리가 앞으로 중진국의 함정을 벗어나서 그야말로 개념 설계와 기조, 그리고 힘과 경험을 축적해 진정한 선진국에 들어서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습니다.

대전환 시대, 새로운 혁명이 필요

이제 우리는 많은 분야에서 세계 표준을 만들어야 하는 그런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됩니다. 인류 역사는 그야말로 비포(Before) 코로나, 애프터(After) 디지즈로 나누어질 것이라고 말합니다. 우리는 과거에 익숙했던 세상과는 전혀 다른 세상을 마주하게 될 것입니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바이러스로 인해서 우리가 상식이라 알고, 믿어왔던 그런 규칙들은 모조리 부정당하고 재배치되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서 그토록 공고했던 서양문명의 개념에 금이 가고 있습니다. 이것은 분명 엄청난 기회이고 또한 문명 대전환의 신호탄입니다. 새로운 질서가 형성되는 지금이야말로, 우리는 그것에 앞장서고 주도해야 합니다.

이런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 우리에게는 새로운 혁명이 필요합니다. 새로운 혁명은 국가의 진화로부터 시작되어야 됩니다. 무엇보다 정부와 공공 부문의 개혁, 정치권의 변모가 아쉽습니다. 민주적인 소통, 투명하고 효율적인 행정, 미래 전망과 비전으로 이끄는 리더십이 필요합니다.

우리 시대의 과제인 격차 해소와 공정한 사회, 저출산·고령화, 기후변화와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사회적 결단과 국민적 합의가 필요합니다. 복지국가의 완성, 그린 뉴딜, 한반도 평화, 정치사회 개혁, 시민정부로의 진전, 이러한 개혁 과제도 이제는 정리돼야 합니다. 이런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광범한 규제의 해소, 그리고 자유롭고 진취적인 사회 구조, 불신과 갈등과 대립의 체제를 넘어선 사회적 합의와 신뢰 사회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또한 우리는 거대한 산업적 전환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을 통해서 이미 많은 분야에서 변화가 진행되고 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이 변화는 더욱 급물살을 타게 될 것입니다. 비대면 사회라는 현상은 일상이 될 것이고 택배, 원격 교육서비스 같은 트렌드에 적합한 산업구조가 형성될 것입니다. 재택근무 확산과 스마트워크. 이를 위한 온라인 영상기술의 발전. 오프라인에서 디지털 플랫폼으로의 전환이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고 있습니다. AI나 VR, AR, IoT 같은 기술도 고도화되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전문 교육이나 사회 인프라 구축은 꼭 필요한 선결 과제입니다.

‘그레이트 코리아’를 만들려면

대전환의 시대가 우리 눈앞에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역사적으로 대전환기에는 언제나 새로운 표준이 등장했습니다. 인류는 석기시대, 청동기시대, 철기시대라는 새로운 문명을 늘 창조해왔습니다. 1차, 2차, 3차 산업혁명이 있었고 그러한 시대, 시대마다 그것은 인류 운명을 바꾸었습니다. 이 과정에 수많은 표준이 등장하고 또 사라지기도 했습니다.

당시 최고의 강대국이었던 영국은 여러 나라들이 따를 수밖에 없는 가장 강력한 표준을 정했습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그리니치 표준시는 결국 세계 표준시가 됐습니다. 제가 여러분들에게 물어보고 싶습니다. 철도 표준궤가 얼마나 되죠? 바로 1435mm입니다. 이것은 철도로 전환하기 전에 당시 영국의 마차 궤도 폭과 똑같았습니다. 말하자면 두 마리 말이 끄는 폭 1435mm가 세계 대부분 나라의 철도 표준궤가 된 것이죠. 그리하여 영국은 ‘그레이트 브리튼(Great Britain)’이 됐습니다.

이제 ‘그레이트 코리아(Great Korea)’가 될 순간입니다. 산업적으로 보더라도 새로운 표준은 그 이전과 이후 시대를 가르는 중요한 분기점이 되어 왔습니다. 예를 들어 휴대폰의 경우에 2세대식 표준은 GSM 방식입니다. 그래서 유럽의 노키아가 80% 점유율을 자랑했습니다. 그 이후에 3.5세대의 경우에는 CDMA라는 것이 표준이 됐습니다. 그러면서 유럽보다는 한국과 일본의 점유율이 훨씬 더 높아진 배경이 됐죠.

새로운 표준은 이렇게 경쟁 판도를 바꾸고,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질서를 형성하게 됩니다. 표준이 된다는 것은 단순히 선택의 문제를 넘어서서 세상의 주류와 중심이 어디인지를 보여주는 지표가 되고 있습니다.

판을 새롭게 짜는 전략적 사고를 하자

코로나19 이후 대한민국의 방역은 세계 표준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것은 단순히 방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닙니다. 여러분 잘 아시는 봉준호 감독, BTS, K팝, K드라마를 비롯한 K-컬쳐, K-뷰티, K-푸드 이런 수많은 영역에서 세계를 이끌기 시작했습니다.

지금까지 서구 문명에 주눅 들고 그들이 만든 표준을 잘 따라가는 데만 급급했다면, 이제는 우리 스스로 자부심을 갖고 새로운 표준을 만들 수 있다는 꿈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진정한 자유, 무한한 상상과 창조, 전혀 새로운 실험과 도전을 통해서 이제 우리는 시대의 획을 긋는 그런 개념과 사상. 일찍이 목격하지 못한 그런 발견, 발명을 이루어내야 된다고 봅니다.

무엇보다도 우리는 판 자체를 새롭게 짜야 합니다. 이미 짜놓은 판 안에서 전술적 사고를 할 게 아니라 새로운 판을 아예 새롭게 짜는 그런 전략적 사고로 나아가야 합니다. 과거 문명의 끝자락에서 우리는 새로운 문명을 향한 판 갈이, 새로운 탈바꿈을 이루어 나가야 합니다. 우리는 그렇게 표준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새로운 문법을 쓸 수 있습니다.

생각의 전환, 혁신, 책임, 실천이 필요

우리가 목표로 하는 표준은 과연 어떤 것일까요? 세계 표준이 되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한 것일까요? 저는 이렇게 정의하고 싶습니다. 표준은 생각입니다. 표준을 만드는 일은 생각의 전환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생각의 높이가 사회의 높이, 경제의 높이, 삶의 높이입니다. 고정관념과 편견으로부터 해방되는 개인의 혁명이 있어야 우리는 새로운 표준을 만들 수 있습니다. 낡은 생각, 오래된 습관으로부터 해방되는 집단적 자각과 인식의 공유가 있어야 우리는 표준이 될 수 있습니다. 표준은 생각이고 방향이고 그리고 개념입니다.

두 번째 표준은 전환입니다. 표준은 정체가 아니라 전진입니다. 현상유지가 아니라 혁신입니다. 껍질을 깨는 아픔이고 새로움을 맞는 고통입니다. 새로운 판을 짜고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하는 것입니다. 익숙한 과거로부터의 과감한 결별이 있어야 우리는 새로운 개념을 설계하고 새로운 시대를 열 수 있습니다. 따라서 표준은 혁신과 전환의 결과물입니다.

세 번째 표준은 책임입니다. 표준이 된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모두가 고민하는 과제를 끌어안고 솔루션을 만들어낸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개인을 넘어 한 사회와 국가에 대한 책임. 그것을 넘어 전 인류적 고민, 글로벌 현안을 맞닥뜨려서 그 해결에 앞장서야 합니다. 기후변화, 빈부격차, 인구 고령화 같은 전 지구적 문제들을 책임지고 해결해야 우리는 표준이 될 수 있습니다. 글로벌 이슈에 대한 무한책임을 질 때 우리는 이 세계의 진정한 주인공이 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표준은 실천입니다. 생각만 갖고 실천하지 않는다면 어떤 변화도 있을 수 없죠. 세상에는 그냥 묻힌 생각과 발상이 너무나 많습니다. 결국 그 모든 것이 실천되고 성취될 때 표준이 됩니다. 그리고 실천을 통해 세상과 나눌 때 진정으로 표준이 됩니다. 따라서 표준은 세상과의 나눔이기도 합니다.

이제 모방의 시대는 끝났습니다. 세상의 표준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다가올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다양한 분야에서 서울이 세계 표준의 도시가 되고 대한민국이 새로운 표준의 국가가 되기 위해선 개선, 통합, 혁신이라는 과제가 우리 앞에 놓여있습니다.

질문1) 감염병 사태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양극화가 위험 요소일 텐데 서울시만의 대응방식이 있을까요?

▲맞습니다. 양극화는 우리 시대의 가장 큰 과제이고 장애이고 리스크라고 생각합니다. 차별과 갈등의 원천도 결국은 격차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죠. 90대10 또는 99대1의 사회로 점점 더 나아가고 있고 특히 4차 산업혁명이나 포스트 코로나 사회가 그런 격차를 더 촉진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것은 국가적으로 또 국제적으로 함께 해결해야 될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조금 전에 말씀드렸는데, 복지국가를 완성하려면 창조와 혁신을 바탕으로 하는 경제적 성장. 그리고 성장의 열매가 새로운 투자나 새로운 복지로 이어지는 이런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는 사실 복지 수준으로 따지면 OECD 국가 중에서 거의 꼴찌 수준이고 이 악순환을 아직도 극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이번에 재난기본소득이라든지 여러 사회적 실험을 하고 있습니다만, 저는 이것이 포스트 코로나 사회의 아주 중요한 과제가 돼야 된다고 믿고 있습니다.

질문2) 대전환기에 시민 참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지요? 직접민주주의 요소가 서울시 행정의 발전에 기여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지요?

▲저는 중요한 정도가 아니라, 아주 결정적으로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사실은 이번 K-방역이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시민정신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대사회의 여러 위기들을 겪으면서 어느새 우리 사이에 자리 잡게 된 그런 원천이 됐다고 생각하는데요. 우리가 식민지 경험, 분단, 전쟁 그리고 독재라고 하는 극악한 모순들을 경험하면서 시민들의 의식이 그만큼 성숙해왔다고 생각합니다.
동아시아가 오늘의 주제인데요. 제가 서울시장으로서, 그 이전에 시민운동가로서 해외의 많은 회의에 참여하고 많은 단체나 기관들과 서로 협력해보면 사실 아시아에서 국제적 위상이 있는 도시는 중국이나 일본에서도 찾아보기가 힘듭니다.
또 다른 세계 지방도시들의 네트워크인 ‘이클레이(ICLEI)’라는 곳에서 제가 회장을 지냈습니다. 그럴 정도로 서울은 확실히 국제적 존재감을 갖고 있는 거죠. 저는 시민사회가 이러한 국제적 연대와 더불어 많은 발전을 해왔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한 사회는 정부, 시장, 시민사회라는 세 개의 요소, 세 개의 다리에 의해 유지되고 발전해 나간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측면에서 시민사회의 존재가 정말 중요합니다. 우리 서울시가 마을 공동체라든지 사회적 경제, 공유 도시, 사회 혁신, 혁신 교육과 같은 수많은 실험들을 해온 결과 수많은 활동가와 참여자가 나타나 코로나19 방역에서 굉장히 중요한 변수로 작용했다고 생각합니다.

질문3) 세계 각국은 연대와 협력 대신 점점 더 민족주의로 갈 것 같은데, 일본에 마스크를 지원한다거나 북한에 공동 방역을 제안할 의향이 있는지요?

▲그런 트렌드가 생길 수 있죠. 아까 제가 말씀드린 것 있죠. 우리가 표준이 된다는 것은 책임을 진다는 것이잖아요. 코로나19 초기에 중국이 굉장히 힘들어할 때, 서울시는 과감하게 중국 자매도시를 도왔습니다. 방역 물품을 계속 보내려고 했는데 2억 원 규모의 물품 선적을 하고 나니까 우리나라에서도 감염 확산이 됐습니다.
그런데 그 무렵 중국의 여러 자매·우호 도시들이 우리에게 방역 물품 12억 원어치를 보내왔습니다. 제가 2억 원을 투자했는데 12억 원을 받았습니다. 왜 우리 사회 일각에서 이런 중국을 무시하고 혐오하고 문을 닫자고 주장할까요, 이런 바보 같은 생각과 행동이 어디 있습니까? 우리 대한민국, 우리 서울시는 훨씬 더 개방적이고 연대적이고 협력적일 때 힘이 더 커지고 표준이 되는 국가가 될 거라고 확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