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현재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전 세계에서 인명 피해가 가장 큰 국가로 떠올랐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 감염병이 팬데믹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보고를 받고도 제때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미국에서 첫 확진 환자가 발생한 날짜는 한국과 똑같은 1월 20일이지만, 트럼프는 코로나바이러스의 위험성 자체를 공개적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올해 가을에 있을 대통령 선거였다. 감염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거리두기 같은 방식을 일찍부터 채택하고, 국민들에게 이 감염병의 심각성을 분명하게 전달했어야 했다. 하지만, 그렇게 할 경우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경제활동이 둔화될 거라는 염려 때문에 대국민 메시지를 전달할 때마다 “지금 환자가 미국 전체에 16명밖에 없으니 금방 사라져서 0명이 될 것”이라거나, “4월이 되어 날씨가 따뜻해지면 기적처럼(miraculously) 바이러스가 사라질 것”이라는 비(非)과학적인 말로 일관해왔다.

트럼프의 일일 브리핑 전략

미국 내 코로나19 상황이 점점 심각해지면서 더 이상 트럼프의 거짓말은 통하지 않게 되었다. (참고로, 미국 언론은 ‘lie’라는 단어를 함부로 사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트럼프의 코로나19 관련 담화는 단순히 잘못된 정보가 아니라 의도적인 거짓말, 즉 ‘lie’라고 결론을 냈다)

그러자 트럼프는 언론 플레이의 귀재답게 새로운 전략을 시도하는데, 그게 바로 매일 저녁 백악관에서 열리는 코로나19에 관한 뉴스 브리핑이었다. 언론매체로부터 쏟아지는 비판에 직접 대응하고(백악관에는 1년 넘게 대변인이 없었다), 위기 속에서 국민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스스로를 유능한 리더로 포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특히 민주당 대선후보가 조 바이든으로 결정된 시기에 공교롭게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전국적으로 실시했다. 그 바람에 민주당의 대선 흥행 무드가 주춤해지고 매일매일 국민의 눈과 귀를 자기에게 쏠리도록 만든 것은 현직 대통령의 엄청난 프리미엄이었다.

그 방법은 확실히 효과가 있는 듯했다. 매일 오후 대통령이 의학 전문가들을 대동하고 나와서 한 시간 넘게, 때로는 두 시간도 넘게 이야기를 하면서 트럼프의 지지율은 상승하기 시작했다. 공화당 지지자들은 말할 것도 없고, 특히 중도 유권자들 사이에서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원래 전쟁이나 국가적 재난이 발생하면 국민들은 지도자 중심으로 뭉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한다. 그 위기가 비록 대통령의 실정(失政) 때문에 생기거나 확산됐더라도 지지율은 오르게 된다는 것이다. 임기 중에 9.11 테러 공격을 당하고도 재선에 성공한 조지 W. 부시가 전형적인 예라고 한다.

하지만 트럼프의 일일 브리핑 효과는 오래가지 못했다. 전 세계적으로 웃음거리가 된 “소독제를 주사하면 어떻겠느냐”는 발언 직후 트럼프는 쏟아지는 비난과 조롱을 견디지 못하고 일일 브리핑을 중단하겠다고 결정했고, 400일 넘게 공석이었던 백악관 대변인 자리에 케일리 매커내니를 임명하는 등 자신의 홍보 전략을 수정했다.

뉴욕타임스는 ‘소독제 주사’ 발언 파문 직후, 트럼프가 지난 3월 9일 코로나19 관련 일일 브리핑을 시작할 때부터 그의 입에서 나온 모든 말을 분석하는 기사를 발행했다. 그가 말한 내용 중 가장 자주 등장한 것은 스스로의 치적을 자랑하는 내용(self-congratulations)으로, 약 600번을 이야기한 데 반해 다른 사람들을 칭찬하는 말은 약 360번을 했다. 그리고 남을 비난하는 말은 110번 정도 했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가 공감을 표현하거나 국민 단합을 호소한 것은 160번 정도로, 자기 업적을 칭찬하는 말의 4분의 1에 불과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트럼프의 코로나19 일일 브리핑이 시간이 갈수록 효과가 떨어지고 지지율 하락을 초래한 것은 이렇게 지도자답지 않은 발언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보여진다.

주지사들의 일일 브리핑

일일 브리핑은 대통령만 하는 게 아니다. 크기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미국의 각 주(州)는 사실상 하나의 국가처럼 수반(주지사)과 상.하원을 갖고 있다. 따라서 팬데믹 상황이 악화되는 도시와 주에서는 시장, 주지사가 정기적으로 코로나19 브리핑을 하고 있다.

특히 눈에 띄는 인물이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뉴욕주의 앤드류 쿠오모(Andrew Cuomo) 주지사다. 1980∼90년대에 뉴욕 주지사를 지낸 아버지 마리오 쿠오모와 마찬가지로 뉴욕 정치계에 입문해 2011년 주지사가 된 앤드류 쿠오모는 뉴욕 이탈리아계 특유의 말투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CNN 앵커로 활동하는 동생 크리스 쿠오모와 방송에서 주고받은 입담은 소셜미디어를 타고 전 세계적인 화제가 되기도 했다.

쿠오모 주지사는 팬데믹 전까지는 그다지 지지율이 높지 않았다. 그가 폭발적 인기를 모으기 시작한 것은 그가 행한 코로나19 일일 브리핑 때문이었다. 특히 ‘코로나바이러스가 심각하지 않다’는 말로 상황의 심각성을 덮으려 했던 트럼프의 일일 브리핑과 대비되면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때로는 위기가 지도자를 만든다: 앤드류 쿠오모와 리더십 교훈 다섯 가지”라는 기획 기사까지 내면서 위기에 빠진 뉴욕주를 이끄는 쿠오모의 리더십 스타일을 분석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상황의 심각성을 감추지 않았다

쿠오모에 대한 대표적인 칭찬은 상황의 심각성을 감추지 않는다는 것이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독일에 코로나바이러스가 퍼지자 국민들에게 “독일인의 60∼70%가 이 바이러스에 감염될 것”이라고 말해 화제를 낳았다. 하지만, 독일인들은 그런 총리를 신뢰하면서 정부의 권고를 따랐고, 독일은 유럽 국가들 중 팬데믹을 가장 성공적으로 통제한 나라로 꼽힌다. 그리고 많은 미국인들이 ‘왜 우리나라에는 그런 지도자가 없느냐’고 불평할 때 쿠오모 주지사가 그런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의 쓴 위 기사를 들여다보면 이런 내용이다.
‘미국에 지금 필요한 것은 야전사령관(field general)이다. 지금 같은 비상 상황에서 야전사령관은 팩트와 통계를 전달하고, 심각한 상황을 숨기지 않고 전달해서 사람들에게 신뢰를 줘야 한다. 쿠오모가 바로 그런 전시 장군(wartime general)이다.’
그러면서 사용한 말이 “He’s informed, his sleeves are rolled up, he’s walking the talk”이라는 표현이다. 상황을 잘 알고 있으며(informed), 팔을 걷어붙이고(his sleeves are rolled up) 현장에서 일한다는 표현은 이해하기 쉬운 편이다. 그런데 “he’s walking the talk”은 무슨 뜻일까?

아마 ’Talk is cheap’이라는 표현을 한 번쯤 들어봤을 거다. ‘말하기는 쉽다’는 표현인데, 이런 의미를 표현하는 20세기 미국영어의 표현에 ‘(to) talk the talk’과 ‘(to) walk the walk’이라는 게 있다. 전자는 말만 한다는 뜻이고, 후자는 행동에 옮긴다는 뜻. 누구나 가겠다고 말(the talk)은 할 수 있지만 실제로 가는(the walk), 즉 행동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라는 의미이다. 즉, ’talk the talk’만 하지 말고 ‘walk the walk’을 하라는 것.

쿠오모 주지사를 가리켜 사용한 “He’s walking the talk”이라는 표현은 그가 자신이 한 말(the talk)을 행동에 옮긴다(walking)는 의미로 위의 두 문구를 결합한 관용적인 표현이다. 쿠오모는 “This is my decision, and I’m responsible for it (이건 제가 내린 결정이고, 책임은 저에게 있습니다)”라는 표현을 사용하는데, 모든 결정의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는 선언만큼 리더에게 신뢰를 부여하는 말도 드물고, 이는 결정과 책임의 투명성을 의미한다.

쿠오모의 이런 결기는, 코로나바이러스가 확산되자 이례적으로 부통령을 총책임자로 임명한 뒤 자신은 한 발 옆으로 물러섰다가 홍보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이는 순간, 자신이 다시 브리핑을 주도하는 트럼프의 갈짓자 행보와 큰 대비를 이뤘다.

뉴욕을 아는 뉴욕 주지사의 연설

모든 뛰어난 리더가 위대한 리더가 되는 것은 아니다. 존 F. 케네디가 많은 실수를 했고, 그의 동생 로버트 케네디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유세하던 중 암살당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미국인들이 그들을 사랑하는 이유는, 두 사람이 단순히 주어진 업무를 수행한 게 아니라 국민들의 의식을 고취시키고, '미국은 어떤 나라이어야 하는가’, ‘미국인은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가’를 생각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쿠오모 주지사가 브리핑 말미에 해서 유명해진 발언이 바로 그런 요소를 갖고 있다. 뉴욕이라는 도시가 워낙 미국의 타 지역과 다른 문화를 갖고 있고, 특유의 표현을 많이 갖고 있어서 번역이 쉽지 않지만 그래도 그의 말은 꼭 한 번 살펴볼 만하다. (그의 강한 뉴욕 억양을 직접 들으면서 읽으면 더욱 느낌이 잘 전달되니 영상도 보시길 권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Yc1guXDx9Ag&feature=youtu.be&t=175&fbclid=IwAR1i6Q5O7TKd_RgICs66Lk87EZG4tFXQfR4_pDaEr71HAT-9P1JbGdVNW0s

https://www.youtube.com/watch?v=Yc1guXDx9Ag&feature=youtu.be&t=175&fbclid=IwAR3SuCs84ZDbDnRxF2rWtbo81o03MvNUQb6MooPwyvkASc8SFVHuI8fGSMQ

And we're going to get through it because we are New York, and because we've dealt with a lot of things, and because we are smart. You have to be smart to make it in New York. And we are resourceful, and we are showing how resourceful we are.
우리는 이 시기를 통과하고야 말 것입니다. 우리는 뉴욕이기 때문이고, 우리는 많은 일을 겪었기 때문이고, 우리는 스마트하기 때문입니다. 뉴욕에서 성공하려면 스마트해야 합니다. 우리는 지략에 뛰어나고(resourceful), 우리가 얼마나 지략에 뛰어난지 보여주고 있는 중입니다.

뉴요커들이 즐겨 사용하는, 혹은 즐겨 사용한다고 알려진 표현 중에 “If you can make it here, you can make it anywhere”라는 말이 있다. 물론 이 표현에 등장하는 here는 뉴욕이다.
뉴욕은 전 세계에서 성공에 목마른 사람들이 몰려드는 세계의 중심이고, 그렇기 때문에 뛰어난 사람들로 가득한데, 그런 사람들 사이에서 성공(make it)할 수 있으면 세계 어디에 가서도 성공할 수 있다는 말이다. 다시 말하면 열심히 해서 여기에서 성공하면 세계적으로 성공한다는 뜻. 뉴욕시로 들어가는 고속도로 옆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이 문구는 그렇게 경쟁이 심한 동네에서 살고 있는 뉴요커들에게 특별한 자부심을 준다.

게다가 뉴욕은 대공황과 9.11 테러 같은 큰일을 겪은 도시다. 쿠오모가 말하는 “we’ve dealt with a lot of things”는 그런 경험을 담은 말이다. 즉 쿠오모는 실의와 절망에 빠진 뉴요커들에게 "우리가 어떤 사람들입니까. 세계에서 가장 경쟁이 심한 도시에서, 가장 힘든 순간들을 버티고 살아남은 사람들 아닙니까"라는 말로 시작한 것이다. 그러고 나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And because we are united, and when you are united, there is nothing you can't do. And because we are New York tough. We are tough. You have to be tough. This place makes you tough. But it makes you tough in a good way. We're going to make it because I love New York, and I love New York because New York loves you.
우리는 단합했고, 우리가 단합하면 해내지 못할 일이 없습니다. 우리는 터프(tough)합니다. 그냥 터프한 것이 아니라, 뉴욕 수준으로 터프합니다. 뉴욕에 사는 사람들은 터프할 수밖에 없습니다. 뉴욕이라는 곳이 그렇게 만듭니다. 하지만 좋은 의미에서 터프하게 만듭니다. 우리는 반드시 해낼 것입니다. 제가 뉴욕을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뉴욕이 여러분을 사랑하기 때문에 저는 뉴욕을 사랑합니다.

뉴요커 마음을 사로잡은 언어 구사

쿠오모가 말하는 "New York tough”는 여러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우선 사람들이 거칠다는 의미의 '터프’다. 뉴욕사람들은 중서부 사람처럼 상냥하지도 않고, 캘리포니아 사람처럼 깍쟁이도 아니고, 남부사람처럼 예의바르지도 않다. 항상 무뚝뚝한 얼굴이고 참을성이 없는, 전형적인 대도시 사람들이다.

하지만 그런 터프한 성격이 나쁜 사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뉴욕 경찰은 무뚝뚝하고 터프하지만 당신을 도와주는 반면, 중서부 고속도로에서 만난 경찰은 말은 친절하게 하고 예의바르게 행동하는 것 같지만 숨어서 과속 딱지를 발부하는 데만 관심이 있다”는 말은 다소 편견이 섞인 말이지만, 뉴욕 경찰, 더 나아가 뉴요커의 무뚝뚝함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리고 터프함은 도시가 팍팍함을 의미하기도 한다. 경쟁이 심하고, 쉽게 사기를 당하고, 조금만 천천히 운전해도 빵빵거리고 욕이 날아오는 곳이 뉴욕이다. (아마도 LA를 제외하면) 뉴욕만큼 사납게 운전하는 곳도 없다. 그런 곳에 살다보면 사람들은 사소한 욕 정도는 그냥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리는 법을 배운다.
하지만 동시에 누군가 자신을 무시하거나 위협하면 상대가 아무리 덩치 크고 거칠어 보여도 절대 물러서면 안 된다는 것도 배우게 된다. 뉴욕은 정말로 주민들을 그렇게 터프하게 만드는 곳이다. 그런 뉴욕에서 평생을 산 쿠오모는 다른 모든 뉴요커와 마찬가지로 터프한 도시에서 강인해졌고, 다른 모든 뉴요커와 마찬가지로 자신을 강하게 키운 뉴욕을 사랑한다고 말한다. 쿠오모의 말은 뉴욕을 아는 사람만 100% 이해할 수 있는 말이고, 그렇기 때문에 뉴요커들의 마음에 깊이 다가가는 말인 것이다.

New York loves all of you. Black and white and brown and Asian and short and tall and gay and straight. New York loves everyone. That's why I love New York. It always has, it always will. And at the end of the day, my friends, even if it is a long day, and this is a long day, love wins. Always. And it will win again through this virus. Thank you.
뉴욕은 여러분 모두를 사랑합니다. 흑인도, 백인도, 히스패닉도, 아시안도, 키가 작거나 크거나, 게이이거나 아니거나 상관없이 뉴욕은 모두를 사랑합니다. 그게 제가 뉴욕을 사랑하는 이유입니다. 뉴욕은 항상 그래왔고, 앞으로도 항상 그럴 것입니다. 여러분, 아무리 힘들어도, 그리고 힘이 들수록 사랑은 승리합니다. 사랑은 항상 승리하고, 이 바이러스를 통해서도 다시 승리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뉴욕만큼 인종과 문화가 다양하고, 그 다양성이 보장되는 곳은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모든 인종과 문화가 화합을 이루는 의미가 아니라, 어떤 인종, 어떤 문화에 속한 사람도 똑같이 험한 환경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점에서 다양성이 보장된다는 의미다. 뉴욕이 구성원들을 똑같이 사랑한다는 말은 그들에게 똑같이 터프하다는 말이고, 뉴욕 주민들은 그런 환경에서 살아남은 전우(戰友) 비슷한 사람들이다. 쿠오모는 그런 주민들에게 일종의 ‘전우애’를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사족: 뉴욕을 건드리지 말라

미국 상원의 원내대표인 미치 매코널(Mitch McConnell)은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을 의회에 가장 열심히 전달하는 의원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민주당이 우세한 주(blue states)에서 트럼프에 대한 반감이 높고, 그런 주의 주지사들과 트럼프가 자주 부딪치는 것을 보고 그들을 길들이기로 작정했다.

바로 재정난에 빠진 주들이 파산신청을 하게 만드는 법안을 통과시키자는 발언이었다. 파산신청을 하게 한다는 것은 연방정부가 이 주들을 도와주는 구제금융(bailout)을 하지 말자는 것이다.
여기에서 함정은 현재 코로나19 위기로 심각한 재정난에 빠지게 된 주들 중에는 민주당 우세 주가 많다는 사실이다. 무엇보다 매코널의 이 발언이 뉴욕주와 쿠오모 주지사를 겨냥한 것임을 모르는 사람들은 없다. 뉴욕이 가장 힘든 순간을 노려 공격을 가하는 정치적 발언이었다.

그런 법이 통과될 가능성은 없지만, 백악관과 상원을 차지하고 있는 공화당에서 정식으로 추진한다면 큰 위협이 될 것이었다. 이 이야기를 들은 쿠오모 주지사는 분노했다. 그는 브리핑 시간에 맥코널을 겨냥해 이렇게 말했다.

“To the senator that proposed it, I say pass a law allowing states to declare bankruptcy. I dare you. And let the president sign that bill. You want to send a signal to the markets that this nation is in real trouble? You want to send an international message that the economy is in turmoil? Do that.”
“그 법안을 제안하신 상원의원에게 모든 주가 파산신청을 할 수 있는 법을 통과시키시라고 말씀드립니다. 한 번 (감히) 해보세요. 그래서 대통령이 그 법에 서명하게 해보세요. (주식)시장에 나라가 정말로 심각한 위기에 빠졌다는 신호를 보내고 싶으세요? 전 세계적으로 경제가 큰 곤경에 빠졌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싶으신 거죠? 그렇게 하세요.”

언론에서는 쿠오모의 이런 대응을 더티 해리(Dirty Harry) 식 대응이라고 불렀다. 영화 <Sudden Impact>에서 형사 ‘더티 해리’ 역을 한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인질에게 총을 겨누고 있는 범인을 향해 “쏘고 싶으면 쏴 봐(Go ahead, make my day)”라고 말한 것을 두고 한 말이었다.
터프한 뉴욕 주지사의 뉴욕 식 대응이었다.


박상현 필자

뉴미디어 스타트업을 발굴, 투자하는 ‘메디아티’에서 일했다. 미국 정치를 이야기하는 페이스북 페이지 ‘워싱턴 업데이트’를 운영하는 한편, 조선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에 디지털 미디어와 시각 문화에 관한 고정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아날로그의 반격≫, ≪생각을 빼앗긴 세계≫ 등을 번역했다. 현재 사단법인 코드의 미디어 디렉터이자 미국 Pace University의 방문연구원으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