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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영 칼럼] 코로나19 위기와 SOC 뉴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By | 2020년 5월 1일 | 정책, 정치


코로나19 경제 위기를 완화하기 위한 추경예산 편성 및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긴급자금 지원이 결정됐다. 1차 추경(11조7000억원)이 통과된지 45일 만에 마련된 2차 추경은 12조2000억원 규모다. 다른 나라에 비하면 규모도, 속도도 늦었지만 그래도 전례 없는 규모의 재정지출이 이루어졌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국가와 지자체로부터 직접적인 혜택을 받은 경험이 없는 많은 국민들에게 이러한 정부의 지원은 새삼스럽게 국가와 공공부문의 존재감을 일깨워주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은 긴급자금 지원에 이어 6월 중에 3차 추경을 예고하고 있다. 그리고 2021년 예산안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위기 조기 탈출을 위해 국채 발행을 통한 재원 조달과 확장적 재정정책은 선택이 아닌 필수인 상황이다. 다행스럽게도 전 세계적으로 대한민국 국채에 대한 수요는 견조하기 때문에 적자국채 발행에 따른 금융시장 여파는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데 재원 확보방안이 마련되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일까? 이제부터 위기 해결이라는 진정한 화두를 고민할 시기가 되었다.

‘그린 뉴딜’보다 제조업 회복이 우선 

언제부터인가 정부와 언론, 그리고 여론주도층은 ‘그린 뉴딜’을 이야기하고 있다. 대규모 재정지출을 통해 저탄소·친환경 사회로의 이행을 준비해야 한다는 논리다. 평소라면 이러한 주장은 바람직한 것이고, 환영해야 할 일이지만 2020년 5월 시점에서는 ‘아니오’라고 말하는 것이 옳다.

대한민국은 누가 뭐래도 세계적인 제조업 국가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충격을 그나마 잘 헤쳐 나오고 있는 국가로는 대한민국, 독일, 그리고 중국이 손꼽힌다. 세 나라의 공통점은 제조업 강국이라는 점이다. 자국 내에서 필요한 물건을 생산·조달할 수 있다는 것은 위기 상황에서 결정적 강점으로 작용한다. 그렇지만 코로나19로 인한 국제무역의 셧다운 상황은 우리나라 제조업, 그리고 일자리에 치명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 제조업은 좋은 일자리의 원천이며, 사회적 안정과 경제성장의 버팀목이라는 점은 명백하다. 그럼 무엇을 해야 하는가?

돈을 써야 한다고 모두들 이야기하지만 막상 돈 쓸 곳을 찾는 것은 쉽지 않다. 위기 상황에서의 지출은 즉각적으로 효과를 내야 하며, 지속적인 투입은 없어야 하고, 그러면서도 효과는 계속 유지되어야만 한다.

현 시점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제조업이 일정 수준으로 가동되도록 재정을 통해 인위적으로 수요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수요를 통해 만들어진 생산품을 통해 우리 사회를 보다 안전하게 만들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면 더욱 더 좋다. 이런 대상을 찾아 정부와 지자체, 공공부문이 인위적으로 수요를 만들어줘야 한다.

전동차·객차, 노후 선박을 교체하자

예컨대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로템에 전동차 100편성, 무궁화 객차 대체차량 300량 발주를 넣어 낡은 전동차와 객차들을 바꾸자. 로템이라는 재벌을 지원한다고 생각하지 말자. 노동자와 협력업체들이 힘차게 일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매년 일정 수량을 교체해줘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해야 하는 일을 앞당겨서 하는 것일 뿐이다. 서민들이 깨끗하고 쾌적한 열차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일이다.

3면이 바다인 나라에서 섬을 오가는 전국의 연안 여객선들을 모두 새 선박으로 교체하자.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해수부는 2조원이면 모든 여객선들을 안전한 새 선박으로 바꿀 수 있다고 추산한 바 있다. 일감이 없어 놀고 있는 조선소, 특히 중소 규모의 조선소에 일감을 만들어 줄 수 있다. 표준화된 몇 개의 선형으로 발주하면 빠르게 건조할 수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선박들은 국민들이 안심하고 바닷길을 다닐 수 있도록 해준다. 누가 반대할 수 있겠는가?

인터넷 관련 투자를 대폭 확대하자

많은 전문가들이 코로나19와 같은 바이러스 전염병은 앞으로도 되살아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 할까? 안전한 비접촉, 비대면 사회를 만드는데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

이번 사태를 통해 우리는 인터넷 교육의 필요성과 더불어 인터넷 교육·학습 기반시설의 취약함을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서버는 용량을 감당하지 못해 터져나갔고, 선생님들은 화상카메라와 마이크를 자기 주머니를 털어 장만해야 했다.

전국 1만2000개에 이르는 학교마다 인터넷 강의를 위한 시설을 갖춰주자. 학교 교실만큼 표준화된 시설도 없다. 몇 개의 표준화된 기준과 설계만 있으면 빠르게 실행할 수 있다. 각 학교별로 선생님들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스튜디오를 갖추자. 학교마다 2억원씩 넣으면 2조5000억원은 금방이다.

1990년대 후반 인터넷 통신망 구축은 ‘인터넷 강국’ 대한민국을 만들어 낸 신의 한 수였다. 20년이 지난 2020년 다시 투자를 할 때가 왔다. 인터넷 수업을 포함한 각종 교육, 문화 및 공공 활동을 위한 기반 구축에 대규모 투자를 하자. IDC로 대표되는 인터넷 기반 확충에 나서보자. 대한민국은 세계 최고의 반도체 생산국가인 만큼 이런 사업들은 생각보다 쉽고 빠르게 추진할 수 있다. 전 국민이 동시에 접속하고, 수백만 명이 온라인상에서 실시간 집회를 해도 버틸 수 있는 수준으로 갖추자.

전기차·수소차, 교통망 투자 확대하자

미래를 위해 뭔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전기차·수소차로의 교체를 위한 친환경 자동차 보급에 10조원쯤 써보자 대당 1000만원씩 보조금을 지원해주고 충전시설을 전국적으로 확충하자. 이렇게 해서 전기차·수소차가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도록 해주면 환경도, 고용도, 산업도 고도화될 수 있다.

이렇게 제조업이 돌아가도록 해서 고용과 생산을 유지하도록 한 다음 SOC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4대강 사업에 대한 트라우마로 인해 SOC 투자에 대해 부정적 시각이 많다. 그렇지만 건축·토목에 대한 투자는 건설노동자를 비롯한 사회적 취약계층에게 일터에 나갈 기회를 제공해 준다. 철도와 같은 교통망 투자는 출퇴근 시간 단축을 가능하게 해 주택공급 확대와 유사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주택가격 안정은 주택을 더 공급하는 것보다 교통시설의 확충을 통해 얻어질 수 있다.

SOC투자를 늘리자고 하면 온갖 새로운 사업 이야기들이 나온다. 지금은 그렇게 할 때가 아니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그 중에서도 이미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곳에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해 공기(工期)를 단축하는 게 더 효과적이다. 속도감 있게 진행되고, 그렇게 완공된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면 사회는 새로운 자극을 받고, 활력을 찾게 된다. 공기는 돈을 집어넣는 만큼 단축할 수 있다. 10년짜리 GTX, 광역철도 사업이 아니라 5년, 아니 3년 만에 완공되도록 할 수 있다. 모든 것이 부족하던 1980년대에도 가능했는데 왜 지금은 못한다고 생각할까?

3년간 예타 제도를 일시 중단하자

돈을 쓰는 것은 쉽지 않다. 철도 차량을 발주하려 해도, 새로운 인터넷망 구축을 하려 해도, 친환경 자동차 보급을 하려 해도, 선박을 새로 만들려 해도 예산투입의 효율성을 따지는 ‘예비타당성 조사(예타)’를 거쳐야 한다. 1997년 외환위기를 전후해서 예산의 효율적 집행을 명분으로 등장한 예타는 신속한 사업 집행을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꼭 해야 할 것 같은 절차지만 OECD 회원국 가운데 모든 국가사업에 대해 예타와 같은 평가 절차를 진행하는 나라는 대한민국밖에 없다.

비상시국에는 비상한 방법으로 대처해야 한다. 찔끔찔끔 예타 면제를 할 게 아니라 2020년부터 2022년까지는 예타 제도를 한시적으로 중단해야 한다. 많은 돈을 투입해도 타이밍이 늦으면 아무 소용없다. 빠르게 재정 투입을 하고, 그 효과를 낼 수 있도록 걸림돌을 제거해줘야 한다. 아울러 환경영향평가를 비롯한 각종 심의, 평가 절차 등도 한시적으로 중단하거나 통폐합해 빠르게 재정투입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부처별로 예산총액 할당해 집행하자

긴급지원금을 둘러싼 논쟁에서 드러난 예산당국의 과도한 권한을 줄여야 한다. 외환위기라는 특별한 상황에서 부여된 예산당국의 권한은 20여 년이 지나면서 기득권이 되었다. 언제부터인가 모든 부처, 정치권, 심지어 청와대까지 예산당국의 눈치를 보게 되었다.

예산 범위를 부처별로 총액으로 할당해주고 각 부처별로 장관 책임 하에서 집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대부분의 부처들은 평소에 기획재정부의 위세에 눌려서, 혹은 예타를 포함한 온갖 절차들이 귀찮아서 책상서랍에 넣어둔 아이디어들이 있다. 각 부처가 자율성을 발휘해 신나게 일을 하게 해줘야 한다. 외환위기라는 위기 상황에서 만든 조치들을 코로나19라는 위기 상황에서 정리하는 것은 비정상의 정상화이다.

생각을 바꿔야 한다. 쉽지 않다. 그러니 사람과 조직도 바꿔야 한다. 평생 A라는 방향의 일을 열심히, 잘 해오던 사람에게 180도 반대의 일을 하라고 하면 당연히 어려울 수밖에 없다. 새로운 일을 잘할 조직과 체계를 만들고, 새로운 조건에서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줘야 한다.

코로나19는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상황이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평소대로 대응하는 것은 옳지 않다. 위기 상황에서는 특단의 대책과 조치들을 시행해야 한다. 방역에 성공하고 경제난으로 사회를 주저앉게 해서는 안 된다. 20대 국회의 마지막 임무이며, 21대 국회의 첫 번째 임무가 돼야 한다.


최준영 필자
서울대 조경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환경대학원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5년부터 2년여 간 문화체육관광부에서 근무한 뒤, 2007~2018년 국회 입법조사관으로 일했다. 그동안 환경 및 기후변화 분야를 포함한 다양한 분야에 대한 조사·연구 활동을 펼쳐왔다. 현재 법무법인(유) 율촌에서 전문위원으로 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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