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에 세상은 어떻게 바뀔 것인가. <피렌체의 식탁>은 홍성국 혜안리서치 대표가 지난 27일 열린 ‘팬데믹과 동아시아’ 컨퍼런스에서 강연한 내용을 게재한다. 4.15 총선에서 당선된 홍 대표는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이날 ‘동아시아 경제, 위기인가? 재편인가?’를 주제로 강연했다.
<수축사회>의 저자답게 홍 대표는 “필연은 우연에서 시작된다”는 헤겔의 말을 인용한 뒤 “필연적으로 일어난 일은 절차를 밟아서 나오는 게 아니라 어느 날 갑자기 우연한 일이 발생하면서 필연적으로 일어나는 일이 동시에 나타난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선 박기수 고려대 교수(환경의학과연구소)가 ‘세계가 직면한 보건학적 위기’, 정재호 서울대 교수(정치외교학부)가 ‘코로나 위기와 동아시아, 그리고 국제질서의 변화’, 박원순 서울시장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 세상을 이끄는 새로운 표준’을 주제로 앞으로 달라질 세상을 전망했다. <피렌체의 식탁>은 경제 분야를 중심으로 홍성국 대표의 강연 내용을 소개한다. [편집자]

#양극화 심각 국면에 터진 코로나19
  각국 부채 과잉, 한국은 가계부채 약점 
#민주주의 퇴보, 포퓰리즘 국가 부상
  산업구조 무형자산 위주로 재편될 것
#미국, 달러화로 다시 압도적인 힘 축적
  일본, 美 채권 사들여 엔화 약세 유지
  중국, 성장 둔화→갈등·위험 확대 
#한국, 하드웨어 제조업 적극 지원해야
  수축사회 대비해 사회적 자본 축적을

제가 1년 반 전에 <수축사회>라는 책을 썼는데요. 잠깐 요약하자면 제가 세상을 바라보는 창입니다. 똑같습니다. 지금 우리가 힘들고 어렵고 갈등하고 싸우는 모든 이유는 여기에 있다고 보거든요.
우리 세대는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환경이나 안전에 엄청난 돈을 쓰고 있습니다. 인구가 늘고 과학기술이 발달하면서 많은 부분에서 공급과잉이 발생하고 있죠. 이렇게 바뀐 환경에 대해 단기 대응을 하려다 보니까 모든 산업은 공급과잉이 되고 사회 시스템에서 웬만한 기득권도 공급과잉이 되고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게 '라이선스'로 대표되는 것들이죠. 직업 중에 사(士·師)자 붙는 직업군이 공급과잉 되듯이, 산업 분야에서도 공급과잉 되고. 그리고 각국이 지난 10여 년간 나라 빚을 엄청나게 늘려 놨습니다. 신자유주의, 세계화 때문에 전 세계가 양극화 됐고요.
알게 모르게 우리는 지금 제로섬 전쟁 중에 있습니다. 기존의 기득권이 해체되는 시기, 경제적으론 저성장, 저투자, 저금리, 저물가. 이렇게 안 좋은 지표들이 계속되면서 10여 년간 수축사회를 살아왔던 거죠.
코로나19는 우리 삶의 모든 부분들을 통째로 흔들어버린 사건입니다. 예컨대 안전과 관련해 보자면 전 세계 전염병의 확산 추세는 정확히 2010년부터 늘어납니다. 왜 그럴까요? 세계 경제가 발전하면서 글로벌 공급망이 확대되고 항공운송이 급증하고 도시화로 인구 집중이 계속됐기 때문이죠. 과학기술이 발달해서 행복해질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과잉부채 상황과 코로나19


코로나19 이후 역사상 처음으로 1930년대 대공황 수준에 육박할 흐름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절묘하게도 수축사회라는 거대한 흐름을 코로나19가 더욱 빠르게 만들고 있습니다.
그걸 한번 리뷰를 해보죠. 굉장히 절묘한 시점에 이게 발생했습니다. 먼저 역사상 각국의 국가부채가 가장 많습니다. 그래서 제가 계산을 해봤어요. 각국 GDP에 대비한 총부채 비율을 봤더니 우리나라는 41∼42%인데 부양책으로 돈을 쓰게 되면 연말쯤 47%쯤 될 수 있습니다. 중국이 67%, 일본이 261%, 이탈리아 157%로 될 것이라 추정됩니다. 그리스 기억나시죠? 재정위기를 겪었을 때 170%였습니다.

문제는 미국이 이번에 돈을 무진장 쓴다고 하는 것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 때 미국의 국가부채 비율은 118%였는데, 올해 쓰겠다는 돈을 포함하면 단순 계산으로도 138%가 나옵니다. 물론 이렇게까지 안 나올 거라고 봅니다만 그래도 거의 130%에 육박하는 숫자가 나올 겁니다. 기축통화 국가인 미국이 이 정도가 됐는데 더욱 아이러니하게도 달러 품귀 현상이 전 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유로화도 아니고 위안화도 아니고 달러 품귀 현상이 나서 거덜 나는 나라들이 많아졌습니다. 과거 피그(PIGS) 국가라고 일컬어졌던 포르투갈, 스페인, 그리스, 스페인이 다시 흔들리고 있죠. 이탈리아가 여러 가지 측면에서 가장 어렵습니다.
그리고 비극인 것은 브라질 같은 경우입니다. 브라질, 멕시코, 인도네시아는 자원도 많고 그래서 괜찮다고 봤는데 국가시스템이 약한데다 외자(外資)가 빠져나가면서 브라질의 경우엔 국가부도 위기에 몰리고 있죠. 인도네시아도 그런 조짐이 좀 보이고요.

한국은 굉장히 좋은 흐름들을 보이고 있습니다. 다만 정부 부채보다 심각한 게 가계부채인데 2018년 통계를 보면 95%나 됩니다. 주요국가 가운데 가장 많은 상황이에요. 그래서 코로나19 위기가 더 오래 가게 되면 한국에선 가계부채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상당합니다. 만의 하나 금리가 올라가면 수습이 어려운 상황도 될 수 있습니다. 가계부채 매니지(manage)를 굉장히 잘해야 되는 국면입니다.

코로나19는 전 세계가 신자유주의 30년 동안 양극화가 가장 심한 국면에서 터졌습니다. 한국의 경우 상위 10%가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보면 OECD 국가 중 1위입니다. 한국이 50%인데 미국이 48%입니다. 이런 상태에서 돈 없는 사람들이 더 어려워지는 상황이 됐죠. 그리고 미국만 해도 코로나19 사태가 나기 이전에 양극화가 가장 중요한 이슈였습니다.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였던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의 주장을 들으면 미국의 양극화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알 수 있습니다. 상위 1%의 보유자산이 하위 95% 보유자산과 같아지는 이상한 상황까지 왔다는 거죠. 그래서 ‘자본주의를 손질해야 된다’고 얘기를 하는 순간에 코로나19 위기가 터졌습니다.

◇민주주의 퇴보와 新 이데올로기 갈등 심화

전 세계적으로 양극화가 너무 심해지는 가운데 자유민주주의 국가는 위축되고 포퓰리즘, 권위주의 국가가 늘고 있습니다. G20 국가들의 명목 GDP를 합산하면 약 64조 달러입니다. 2008년 금융위기 전에 포퓰리즘 국가들이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GDP 비중은 4%였는데 지금은 41%까지 올라갔고요. 반면 민주주의 국가는 83%에서 32%로 떨어졌습니다.

포퓰리즘, 권위주의 국가에선 폭력과 권력으로 양극화 갈등을 누르고 있는데 중국이나 이런 나라들에선 코로나19 위기가 그렇게 쉽지 않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자본주의 체제도 안심할 수 없습니다. 우리 정부가 항공사에 긴급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는데요. 미국 보잉사를 보면 자기자본이 마이너스가 됐어요. 왜 그럴까요? 수축사회가 진행돼서 금리를 최대한 낮추니까 보잉 경영진이 주주가치를 증대한다고 외부 돈을 빌려서 그 돈으로 자기 회사 주식을 사버린 거예요. 이상한 재무제표를 만든 겁니다. 회사 안에 현금이 없어요. 저금리를 즐겼던 거죠. 맥도날드도 똑 같고 여러분이 좋은 회사라고 알고 있는 멀쩡한 회사들에서 돈이 없는 거죠.

그럼 이 회사들은 코로나19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될까요? 장사가 안 되니까 돈을 마련하려면 갖고 있는 자사주를 팔아야 되죠. 그걸 시장에서 누가 받아줘요? 자기가 산 가격보다 뚝 떨어져 있는데 주식을 판다고 하면 더 떨어지겠죠. 미국의 상위 그룹 중 10여 개 기업에서 주주자본주의의 모순이 아주 과도하게 나타납니다.
일반인들은 잘 모르고 계시지만 지난 5년간 미국 증시가 강세를 보인 이면에는 바로 이 현상이 있습니다. 자기네 회사가 튼튼하고 크레디트가 좋으니까 회사채를 발행하거나 은행 대출을 받아서 그걸로 자기 회사 주식을 사온 거예요. 그게 극대치인 상황에서 코로나19 위기가 벌어졌습니다. 자본주의 전체, 주주자본주의, 이런 측면에서 위기가 발생한 것입니다.

◇산업구조 재편과 패배자의 양산

4차 산업혁명이 굉장히 빠르게 진행되는 가운데 아마존, 넷플릭스, 테슬라, AMD는 사상 최고가를 갱신하고 있습니다. 이건 뭐냐 하면 코로나 위기가 끝난 이후에는 그 이전부터 진행돼온 수축사회, 4차 산업혁명 트렌드가 더 강화될 것을 예고하는 거죠. 어느 나라나 자동차 판매량은 감소하고 있으나 전기차 판매량은 증가하고 있습니다.

한국도 그렇습니다. 2월 통계까지만 나와 있는데 코로나19 위기가 긴가민가할 때였죠. 온라인 거래와 관련한 3월 통계가 5월 3일에 나오는데요. 꼭 통계청 사이트 가서 이 그림을 한번 보세요. 2월에 전체 소매판매는 –0.4%인데 온라인 쇼핑은 24% 늘었어요. 아마도 3월, 4월에 소매판매는 –4%, -5% 나올 거고요. 거꾸로 온라인쇼핑은 엄청나게 더 늘어났을 겁니다. 바꿔 말하면 기존의 소상공인이라든가 많은 유통업체들이 굉장히 어려워졌다는 거죠. 이전에도 어려웠는데 코로나19 때문에 더 어려워졌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4차 산업혁명 때문에 한국이 강점을 갖는 화학, 운송, 자동차, 기계 이런 업종의 수출이 원래 줄고 있었어요. 그리고 투자는 무형자산이나 제약, 바이오 이런 쪽에서만 늘고 있었습니다. 이번 위기로 인해 세상이 무형자산 중심으로 재편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기준으로 업종별 수출 증감률을 보면 모두 다 마이너스입니다. 반도체의 경우 물량은 늘었지만 금액은 감소했고요. 코로나19가 오니까 이게 더 심해졌죠.

10여 년 전부터 수축 사회가 진행되면서 우리나라 기업들의 부적응이 굉장히 많이 증가해 왔습니다. 위 그래픽은 이자보상비율을 보여줍니다. 영업이익으로 회사가 내는 이자비용을 낼 수 있느냐를 보는 거죠. IMF 위기 때 보면 우리 기업들 거의 다 이자보상비율이 100을 넘었습니다. 그런데 이 그래프를 보면 상장 제조업체 중 이자보상비율이 마이너스가 나올 정도로 나쁜 회사들이 계속 늘어갔다는 걸 말해줍니다. 이자보상비율이 마이너스인 종목이 698개, 전체 상장사 대비 비율은 34%나 됩니다. 부적응 기업들의 구조조정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에서 코로나19 위기가 터졌다는 얘기입니다.

그러면 코로나19 이후에는 어떻게 되냐는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저는 모른다고 합니다. 이건 우리가 단 한 번도 겪어본 게 아니에요. 지금부터 관리를 잘하는 게 중요하죠. 부채 관리를 잘하려면 자금도 공급해야 되고 금리를 잘 조절해야 될 것입니다. 정부나 금융당국 입장에선 이런 한계기업들을 계속 살릴 거냐, 말 거냐 이런 정책 선택의 과정 속에 있죠. 일단은 정책으로 틀어막고 있지만 그 이후에 어떻게 될지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재정적자 확대

코로나19 위기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어느 나라나 과감하게, 무제한의 정책을 빠르게 펼치고 있습니다. 미국이 3월 27일에 2조2000억 달러를 풀겠다고 했는데 미국 GDP가 20조 달러이니까 10%를 넘는 돈입니다. 그러고선 다음에 바로 5000억 달러를 추가했습니다. 그럼 2조7000억 달러입니다. 거기에 플러스 알파로 앞으로 뭐든지 마음껏 할 거라고 천장을 확 열어 놨습니다.

미국의 이런 조치에는 문제가 있어요. 그런데 일본이 바짝 엎드렸습니다. 아예 금융시장을 미국한테 내줬어요. 뭐냐 하면 일본 돈으로 미국이 발행한 국채를 사겠다고 한 것입니다. 경기부양 자금을 마련하려고 미국이 국채를 대량으로 발행해 시장에다 던지면 금리가 올라가잖아요. 그런데 미국은 이미 부채가 많습니다. 금리가 올라가면 부양책이 아무 소용이 없으니까 누군가 미국 국채를 사줘야 될 텐데 일본이 손을 든 겁니다. 제일 먼저, 우리가 사줄게. 대신 엔화를 갖고 나가서 달러를 샀으니까 엔화를 판 거잖아요. 달러는 강세가 되고 엔화 약세가 되는 거죠. 그러면 아베 입장에선 일본 기업들의 수출이 잘되니까 좋겠죠. 이런 패턴이 꾸준히 이어졌는데 이번에 또 한 번 나타나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그런 딜(deal)이 안 되는 나라들이 바로 중남미의 브라질, 멕시코, 아르헨티나입니다. 아시아에서는 인도네시아, 중동 국가들, 러시아. 이런 곳들을 보면 지금 경제상황이 흉측할 정도로 어렵습니다. 유로존 국가들이 돈을 막 풀겠다고 하는데 전 세계 금융거래는 거의 다 달러화로 이뤄지고 있어요. 그래서 유로존과 미국 사이에 통화 스와프를 한 거예요.
코로나19 위기의 이면에서는 이렇게 또 다른 게임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미중 패권전쟁 이런 것을 떠나서 당분간 미국이 달러화를 통해 압도적인 힘을 다시 한 번 축적하는 계기가 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 기축통화를 가진 나라가 좋다는 걸 이번에 또 한 번 느끼게 됐습니다.

미국, 일본은 항상 ‘무제한’이라는 용어를 써요. 그렇지만 실제로 무제한으로 하겠다는 건 아니에요. 무제한이라고 하면 다른 사람들이 안심을 하는 거죠. 아쉽게도 우리나라는 무제한으로 못해요. 우리 기준금리가 0.75%인데 그걸 더 낮추는 게 만만치 않습니다. 더 낮추다간 한국에 투자했던 돈들이 빠져나갈 것이고 원화 환율이 달러당 1500∼1600원 되면 정말 큰일 나거든요. 한국은행 쪽에선 요즘 머리 터지게 고민들 하겠죠.

◇중국의 성장 둔화와 정치적 갈등

동아시아도 글로벌 틀 안에서 움직입니다. 중국은 개혁개방 이후 40년간 연평균 9% 안팎의 GDP 성장률을 기록했는데 몇 년 전부터 계단식으로 하향 추세를 보여 최근에는 몇 년 새 6%대로 떨어졌습니다. 올해 1분기에는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아 성장률이 –6.8%를 기록했죠. OECD 국가들의 1분기 성장률은 평균 –11%입니다. 이렇게 되면 중국 체제의 기본 가정이 틀려집니다. 중국은 지금까지 어떻게 산 나라입니까? 중국 사람들이라고 왜 민주주의가 싫겠어요? 자기주장이 강한 사람들이고 개성도 강한데 중국 정부가 고도성장을 통해 소득을 높여주니까 참고 있던 게 아닐까요. 아래 그래프에서 보면 빨간 선이 임금상승률인데 잘 보면 1990년부터 쭉 10%를 넘었습니다. 연평균 10%선을 한 번도 깬 적이 없이 계속 올랐습니다. 그 덕에 민주화 요구는 자동적으로 눌린 거죠.

그런데 만약 임금상승률이 마이너스가 되면 중국 지도부 입장에서는 정말 견디기 어려운 상황이 될 겁니다. 홍콩에서 지난해 발생한 민주화 시위를 잘 보셨을 텐데요. 그게 중국 본토에서 나올 수 있다고 굉장히 우려하겠죠. 중국은 두 가지 선택을 할 겁니다. 하나는 민주화, 싱가포르 모델로 갈 것이냐 말하는데. 제가 보기에는 전혀 말도 안 되는 소리 같습니다. 옛날 우리나라 5.18 때 같이 대단히 큰 문제가 발생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른 한 쪽으로는 이렇게도 볼 수 있어요. 중국의 가구당 가처분소득이 느는 반면 소매판매는 뚝 떨어지고 있습니다. 나라경제는 그런대로 성장을 하고 개인소득도 오르고 있는데 소매판매가 줄어든다는 얘기는 양극화가 심해져 소득불균형이 심해졌음을 뜻합니다.
우리가 잊고 있지만 중국엔 취약계층인 농민공이 2억9000만 명이나 존재합니다. 그 사람들이 이 위기에서 어떻게 살아갈까 고민해 보셨나요? 경제위기가 심해지면 제일 먼저 일자리를 잃게 되겠죠. 중국은 이런 내부사정 때문에 당분간 대외적으로 강경하게 나가기가 상당히 어려울 것입니다. 자꾸 뭔가 문제가 발생하면 당분간은 이것을 억누르면서 내부 수습에 주력할 거라고 봅니다.

그건 미국도 마찬가지입니다.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이 120~130%까지 되면 국제사회에서 ‘달러화가 기축통화 맞아?’ 이런 생각을 하게 되겠죠. 그러면 뭔가 수습을 해야 되는 상황에 몰립니다.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정치에 일시적으로 공백기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여기서 꿋꿋하게 나가는 것 역시 굉장히 중요하지 않겠나 싶어요. 더군다나 중국의 주요 산업들이 다 공급과잉 상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마치 IMF 위기 이전에 우리 주요 산업들이 거의 다 공급과잉이었던 것과 비슷하죠. 중국이 이걸 견뎌낼 수 있을까 걱정됩니다.

일본은 이번에 또 무제한적으로 시장개입을 한다고 합니다. 일본의 양적완화란 게 돈을 찍어서 뿌리는 건데 이미 GDP의 108%를 풀어놓은 상태에서 오늘 또 무제한으로 돈을 풀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갈 데까지 가보자는 식으로 가고 있어요. 그런데 일본 재정상황은 조금 나아졌어요. 작년에 소비세 인상을 좀 했고 어찌됐건 아베노믹스로 경기가 좀 나아져서 세금이 더 걷혔습니다. 그러다가 이번에 코로나19로 인해 아베노믹스 시작 전보다 더 나쁜 상태로 또 떨어졌습니다. 아베 정부는 다른 방법이 없으니까 미국에 붙어서 금융시장까지도 거의 함께 움직이는 쪽으로 간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일본과 관련해서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고슴도치 경제’ 전략입니다. 작년에 일본이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했을 때 아주 작은 소재 몇 개 때문에 우리가 큰 혼란에 빠졌던 것을 기억하시나요? 그래서 우리나라도 소재·부품·장비 산업을 육성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코로나19 이후에도 이쪽을 더 강화해야 될 수밖에 없고,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해 생각해봐도 더욱 그렇습니다. 4차 산업혁명 분야 중엔 내수형이 있고 수출형이 있는데 내수형은 대부분 소프트웨어입니다. 기존의 기득권과 연관된 게 많습니다. 또한 인구가 5000만 명밖에 안되기 때문에 우리로선 수출형과 관련된 하드웨어 산업을 적극 지원하는 거 말고는 다른 대안이 없다고 봅니다.

◇역사적 재편의 시작: 불균형/불안정

우리나라가 수축사회로 가고 있다고 저는 늘 얘기해온 사람인데요. 코로나19 때문에 그 진행속도가 굉장히 빨라졌어요. 시장중심주의에서 국가중심주의로 바뀌고, 어느 나라든 정부가 시장에 나와서 큰 정부 역할을 해야 되는 상황입니다.

제가 제일 먼저 GDP 대비 국가부채 말씀을 드렸는데, 그 상한선이 얼마인지는 모르겠지만 국가부채란 어느 선을 넘게 되면 통제가 불가능합니다. 지금 한국은 OECD 선진국 중에서 가장 재정사정이 좋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나라만큼 돈을 못 쓰는 이유가 있습니다. 아까 환율 부분을 말씀 드렸잖아요. 외자가 빠져나가는 상황이어서 눈치를 보면서 돈을 쓸 수밖에 없습니다. 어느 나라든 정책에 한계를 갖고 있지만, 솔직히 말해 정책수단을 무한정 쓸 수 있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미국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경제 양극화는 더 심해질 것인데 국가가 양극화의 피해자들을 구제해주는 게 가장 중요한 시대정신이 될 것입니다.

아까 소·부·장 말씀을 드렸는데 국가 간에는 제로섬적 경쟁이 심화될 거에요. 요새 금값이 올라가는데 금 생산국인 남아공의 신용등급이 지난주에 투기등급으로 떨어졌습니다. 원자재나 금은 다른 데에서도 나는 것이고 그것만 갖고 사는 건 아니잖아요. 국제사회가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남아공이란 나라를 보고선 형편없다는 판단을 내린 거예요. 남아공처럼 많은 이머징 국가들, 취약국가들이 이번에 엄청난 내상을 입었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내상을 입어왔는데 조금 나아지려는 상황에서 또 한 번 당한 거예요. 브라질 헤알화 추락도 그런 사례입니다.

◇코로나19와 수축사회에 선제적 대응 필요

수축사회와 4차 산업혁명은 우리가 막을 수도 피할 수도 없는, 굉장히 중요한 미래의 화두입니다. 이런 큰 변화를 끌고 갈 강력한 리더십과 국가적 컨센서스를 이루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사회 전체를 하나의 생태계로 인식하고 입체적 혁명에 나설 때입니다.


코로나19 위기로부터 회복된 다음 10년 후, 20년 후엔 어떻게 될까요? 수축사회에 대한 폭넓은 인식을 기반으로 사회적 자본 축적을 궁극적 목표로 삼아야 합니다. 앞으론 철학과 원칙을 세우고 지켜나가야 합니다. 먼 미래에 집중하되 창의성, 전문성으로 학습방향을 돌려야겠죠. 현재 한국의 교육현장에선 별 의미 없는 교육들을 하고 있지 않습니까? 수능 나오는 문제들, 스마트폰 갖고 가서 보면 80점을 맞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걸 왜 죽을둥살둥 배우고 있을까요? 그 다음에 우리 사회에 진정한 전문가들이 없어요. 각자도생 분위기가 너무 팽배합니다. 사회 각 분야가 협업 능력, 실행력을 높여 나가야 합니다.


홍성국 저자

제21대 국회의원 당선인. 대우증권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공채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CEO가 됐다. '증권계의 미래학자', '현장형 미래 전문가'로 불렸다. 저서로는 <인재 vs 인재>, <세계가 일본된다>, <글로벌 위기 이후>, <세계경제의 그림자 미국>, <수축사회> 등이 있다.